갑자기 책 한 권이 바닥에 떨어지더니 그 속에서 사진 한 장이 삐져나왔다. 그녀는 호기심에 사진을 주웠다. 사진 속에는 예전 목가네로 들어온 8살의 자신이 목정침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그 사진, 신문에서만 봤었지 이렇게 제대로 인화된걸 본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목정침이 이걸 어떻게? 설마…일부러 가지고 있었던 거야?그녀는 곧 그 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했다. 아마 그때 어쩌다 받게 된 사진 일 것이다. 아마 어디다 뒀는지도 모를걸? 사진이 끼워진 책은 오래되어 낡아져 있었다. 딱 봐도 목정침이 좋아할 만한 책이 아니었다. 아마 몇 년간 펼쳐보지도 않았었던 것 같다.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집을 나선 목정침은 곧바로 술집 '야색'으로 갔다. 곧이어 경소경과 임립이 도착해 아가씨 몇 명을 불러 분위기를 환기시켰다.테이블에는 값비싼 술이 놓여 있었다. 이런 데서 제일 잘 노는 사람은 경소경이었다. 셋 중에서 전형적인 '망나니'가 바로 경소경이다. 이미 이곳의 단골이었던 그는 아가씨들이 제일 좋아하는 손님이었다. 아가씨들은 그의 품에서 노는 걸 제일 좋아했다. 몰려드는 아가씨들이 불편하지도 않은지 그는 모두 받아냈다.요즘 상태가 좋지 않은 임립은 자신의 술잔에 담겨있던 술을 주스로 바꾸었다. "난 안돼. 요즘 위가 안 좋아서. 너네끼리 마셔. 난 오늘 빠질게."경소경이 가차 없이 그를 조롱했다. "위가 그렇게 물러터져서 어떡할래?"임립은 짜증 난 듯 눈을 희번덕 거렸다. "나 돈 많아서 괜찮거든?"목정침은 '건들지 마시오'라는 기운을 팍팍 풍기며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었다.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이 술집의 야릇한 조명에 비쳐 완벽한 곡선을 그려냈다. 하지만 그에게서 뿜어지는 냉기에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흥미 없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경소경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에게 말했다. "정침아, 또 너네 집 아가씨가 너 화나게 했어? 여자는 말이야 오냐오냐 달래줘야 하는 거야. 넌 왜 아직도 그걸 모르니? 오늘 네 생일이잖아. 왜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에 목정침은 질색하듯 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쳐냈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몹시 냉랭했다. "꺼져!"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오직 술집에 있는 시끄러운 음악만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강연연은 그의 이런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억울함에 눈물만 그렁그렁했다. "정침 오빠… 왜 나한테 화내요? 걱정돼서 그런 건데…"옆에서 술을 따르던 아가씨들도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제도에 있는 사람들 모두 목정침을 따뜻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며, 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경소경과 임립에게는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10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는데.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오늘의 일이 큰일로 번져서 신문에 날까 봐 경소경과 임립은 목장침을 일으켜 세웠다. "가려고?"목정침이 어눌한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난 걔 보기 싫어…"경소경이 그에게 되물었다. "그럼 어디 가려고? 임립 보고 데려다 달라고 해. 걔 오늘 술 안 마셔서 운전할 수 있어."목정침이 한참 대답이 없자 임립이 그에게 제안했다. "그럼 호텔로 가자. 일단 술부터 깨자. 내가 데려다줄 테니까. 넌 혼자 놀고 있어."경소경은 아직 덜 놀았는지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럼 부탁할게."강연연은 임립과 목정침을 따라 술집을 떠났다. 차를 탄 후 임립이 그녀에게 물었다. "강연연 넌 집에 갈 거지? 목정침 데려다주기 전에 너 먼저 데려다줄게."목정침의 돌변에 깜짝 놀란 강연연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두려움에 목정침에게 감히 다가 가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목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니 난 남아서 정침 오빠랑 같이 있을래!"술 취한 남녀를 같은 방에 둘 정도로 임립이 바보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는 거절했다. "내가 돌볼 테니까 넌 먼저 가."강연연이 고집을 부렸다. 애교 섞인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싫어~ 나 정침 오빠랑 같이 있
강연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발하듯 창문을 내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침 오빠 내 옆에 있는데, 왜요? 오빠 찾으러 왔어요? 오늘은 집에 가기 싫댔어요. 당신 만나고 싶지 않데요!"온연은 강연연의 옆에 앉아있는 그를 보았다. 당연히 강연연이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보았다. "전 그 사람 와이프에요. 그 사람이 취했을 때 안전을 챙겨줄 의무가 있어요. "'와이프'라는 말을 듣자 강연연이 증오의 기색을 드러냈다. "너…! 오빠가 그랬어요, 가기 싫다고!"임립이 거드름을 피우며 차에서 내려 목정침을 부축했다. "강연연 어리광 그만 피워. 집사람까지 왔는데. 그냥 정침이 보내줘."강연연이 내키지 않았는지 목정침의 팔을 잡아당겼다. "정침 오빠가 오늘 쟤 만나기 싫다고 했단 말이야. 임립 오빠 장난 좀 그만 쳐!"목정침이 집으로 갈지 말지는 온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강연연과 같이 있게 된다면 절대 물러설 수가 없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정침이 갑자기 강연연을 뿌리치더니 명령하는 말투로 소리쳤다. "연아…이리로 와!"그가 분명히 온연을 부르고 있었다.그가 온연을 그런 호칭으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라움에 그녀는 잠깐 넋이 나갔다. 이내 앞으로 걸어가 그를 부축했다. "집에 갈래요?"목정침은 양팔로 그녀를 끌어안더니 그녀의 목에 얼굴을 비볐다. "갈래…"차오르는 분노에 강연연은 몸을 덜덜 떨었다. 목정침은 온연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나? 싫어하면서 도대체 왜 같이 있으려고 하는 거지? 왜 저렇게 다정한 행동을 하는 건데?임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온연씨 차 안 가져왔죠?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강연연 너는 기다렸다가 경소경이랑 같이 가."온연은 자신을 매섭게 쏘아보는 강연연을 무시하며 목정침을 다시 뒷좌석으로 부축했다. 차가 꽤 멀리까지 주행되서야 그녀가 입을 뗐다. "고마워요. 임립씨."임립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목정침이 깨어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그가 취했
온연은 반사적으로 그를 피해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가 또 술 주정을 부릴까 무서워 이 악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가 빨리 곯아떨어지길 기도하며….그녀는 숨을 죽였다. 빨개진 얼굴이 열나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못 참겠는지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목정침…"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가 대답했다. "으응..""일찍 쉬세요…얼른 주무세요…" 그녀는 감히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말을 하는 말투도 조심스러웠다.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했잖아. 기회를 줄게…"목정침은 잊지 않고 방안의 불을 껐다. 순식간에 방안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 위에 휘몰아치는 검은 그림자를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그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와 점점 힘이 들어가는 그의 손이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무심결에 그녀가 그를 거세게 밀쳐버렸다. 재빨리 그에게서 도망쳐 침대를 내려왔다. 침대 끝에서 잠옷을 여미며 그녀가 말했다. "취하셨어요! 얼른 쉬세요…"어둠 속에서 목정침은 점점 제정신을 찾았다. 그의 얼굴도 점점 냉랭해졌다. "허… 심개가 만졌을 때 이렇게 거부했나?"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는 삼 년 전의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심개를 마주했는지 그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정침이 이 일을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만 분명했다.설사 그가 그녀를 안았다고 해도…설사…그녀는 목정침과 영원히 함께 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그들의 심장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통증을 일으키며.적막의 끝에 한차례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화풀이를 끝낸 목정침이 어지러운 방을 두고 서재로 들어갔다.온연은 침대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며 방을 치우고 있었다. "연아, 너랑 도련님 말이야.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근데…너네 이러다가 어쩌려고 그래. 하고 싶은 말이
그녀의 눈에 담긴 의혹을 알아챈 비서가 어찌할 방도가 없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서류는 대표님이 직접 보셨어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빨리 준비하세요. 그쪽 회사 사장이 임립이라고 해서 목대표님이 봐주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이런 일은 봐줄 방법이 없어요."온연은 용기를 내 비서를 지나 사무실로 돌진했다. "목정침! 볼 일이 있어!"비서가 그녀를 뒤따라왔다. "대표님 죄송해요. 한눈판 사이에 막무가내로 들어왔어요!"책상 앞에 얼음처럼 앉아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됐어, 먼저 나가봐."비서는 그의 말에 응했다. 복잡한 표정으로 온연을 흘겨보고는 이내 방을 나섰다.한참 뜸을 들이다 그녀가 용기를 내 입을 뗐다. "저 만나기 싫어하시는 거 알아요. 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 경찰 쪽이 아직 범인을 못 잡았나봐요. 몽요네집 아마 빚쟁들에게 쫓겨 고생하고 있을 거예요…"목정침은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닫았다. 깍지 낀 손을 앞으로 가져오더니 몸을 의자에 살짝 기대였다. 모르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당신만이 그녀를 구해줄 수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만약 그가 지금 무릎이라도 꿇으라고 한다면 그녀는 아마 망설임 없이 꿇을 것이다."허. 온연.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내가 왜 네 얘기 때문에 걜 도와야 하지? 내 시간 낭비 그만해!" 목정침은 단호했다.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온연은 황홀감에 빠졌다. 그날 밤 술에 취해 '연이'라고 불러주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빈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맞는 건지 그녀는 의심이 되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입술을 물어뜯으며 그녀는 고민했다. 거래를 할 조건마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게 되었다. 조건이 없으면 뭐로 거래를 해야 하지?목정침의 미간에 짜증이 어렸다. 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만 가."그녀는 고집스럽게 제자리에 서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무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그
그녀는 갑자기 그날의 비행기 사고가 어떻게 일어나게 된 건지 알고 싶어졌다. 그녀가 알기로 그의 아버지는 음주운전을 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훌륭한 기장이었고, 책임감 넘치는 아버지였다. 언제나 그랬다.갑자기 사무실 밖에서 비서의 목소리 울려 퍼졌다. "목대표님, 진중이라는 분이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쫓아도 안 가고, 회사 앞에서 계속 서있어요. 지금 난리가 났어요."진중, 진몽요의 아버지였다.온연이 그에게 애원했다. "목정침, 한 번만 만나줘요…제발요…"목정침이 이를 악물더니 이내 손에 들어갔던 힘을 풀고 차갑게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가 냉소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만난다고 했지, 도와준다고 한적 없어! 그 사람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부서뜨릴지…. 혹시 알아?"그런 그가 무척이나 무서웠다….. 이 상황에 한 사람의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산산조각 낸다는 건 그를 궁지로 내밀어 죽이는 것과 같다…. 산더미 처럼 쌓인 빚 때문에 죽는 사람들을 그녀는 심심치 않게 봐왔었다. 그 생각을 하자 그녀의 몸에 진이 빠져 버렸다. 그녀는 무기력하게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그러지 말아요…. 제발요…"목정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온연을 더욱더 불안하게 했다.잠시 뒤, 진중이 급히 달려왔다.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진중은 체면 지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비록 마음이 조급해 초췌함에 얼굴이 다 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린 후 방안으로 침착하게 들어왔다. "목대표님…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재료 분실 사건 때문입니다. 경찰이 범인 잡을 때 까지만 시간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재료를 다시 찾는다고 해도 우리가 다시 일을 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끼친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도요. 그 피해는 저희가 파산을 해서라도 갚겠습니다. 네?"목정침은 바로 대답을 해주지
그녀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목정침이 입을 열였다. "그 쓰레기 같은 디자인 가져가서 임립 보고 다시 그리라고 해."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표정이 안 좋네…"정말…. 그렇게 별로예요?" 그녀는 조금 의심스러웠다.그가 그녀를 흘겨보았다. "당연하지. 난 너희를 귀찮게 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그녀는 기가 죽었다. "삼일만 더 있으면 설 연휴에요, 온 부서가 다 같이 밤새워서 야근을 한다고 해도 불가능해요…"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그녀는 더 이상 설득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가 진가네 일을 봐준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 대단한 일인데 어디 감히 대들 용기가 남아있겠는가. "그럼…저 먼저 갈게요. 화 좀 푸시고요. 이제 집에 들어오세요. 어차피 저 요 며칠 야근해야 해야 해요. 제가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자고 계실 거예요. 눈에 안 보이니까 짜증 날 일도 없어요."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걸 알아챈 온연은 들고 왔던 서류를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비상으로 돌아온 온연은 들고 갔던 서류를 임립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목정침이 디자인이 쓰레기라고 다시 그려오래요."임립은 마시고 있던 물을 노트북에 뿜어버렸다. 노트북에 물이 묻은 게 마음이 아팠는지 그의 얼굴이 파래졌다. 황급히 티슈를 집어 노트북을 닦았다. "뭐라고요? 디자인이 쓰레기라고요? 걔 그쪽한테 화내느라 제대로 안 본 거 아니에요? 목정침 집에 안 들어간지 벌써 며칠이에요? 생각이 없는 거예요? 이걸 생사람 잡는다고 하는 거예요. 알아요? 전 억울해요!"온연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히 아니었다. "이미 물어봤어요. 그 사람이 귀찮게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진짜 디자인의 문제라고…"임립은 서류를 펼쳐 디자인을 살펴봤다. 디자인을 펼쳐보면 볼수록 임립의 기세가 약해졌다. "이 디자인들…그럭저럭 괜찮긴 한데 정침이네 회사에 가져다주기엔 좀 부족하긴 하네요. 이렇게 하죠. 일단 회의부터 합시다. 오늘부
목가로 돌아온 온연은 조용히 아래층에서 샤워를 끝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유씨 아주머니가 이미 라면을 다 끓여놓은 뒤였다. "연아, 뭐라도 먹고 배 좀 채워. 이 시간까지 야근해서 힘들 텐데."그녀의 마음에 감동의 파도가 요동쳤다. "유씨 아주머니… 요 며칠 계속 야근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 시간까지 안 기다리셔도 돼요. 저 배 안 고파요."유씨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도련님이 부탁하셨어. 입에서 나오는 말과 달리 분명히 너를 걱정하고 계셨어. 얼른 먹어. 얼른 먹고 일찍 쉬어."목정침이 뭐라고 했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파서 쓰러지면 돈을 써야 한다 든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하대한다고 생각한다든지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라면을 다 먹은 온연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목정침이 잠에서 깰 까봐 감히 불은 켜지 못했다. 침대에 누우려는 그 순간 그가 뒤척이는 바람에 몇 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가 미동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편한 자세를 잡은 그녀는 순식간에 꿈나라로 빠져버렸다. 목정침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코끝을 스쳤다. 그의 코끝에 그녀의 향기가 가득 했다.바깥에서 만나는 다른 여자들의 몸에서는 서로 다른 향수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의 맘에 드는 향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오직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만이 제일 독특했다…다음날 온연은 일찍 일어났다. 목정침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걸 확인한 그녀는 대담하게 침대 맡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옷을 벗을 때 그녀는 그래도 침대를 등지는 게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녀가 옷을 가지러 등을 돌렸을 때 갑자기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겠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어젯밤 잘 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녀보다는 잘 잤겠지?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곧 시선을 피했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옷을 마저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