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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그녀의 눈에 담긴 의혹을 알아챈 비서가 어찌할 방도가 없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서류는 대표님이 직접 보셨어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빨리 준비하세요. 그쪽 회사 사장이 임립이라고 해서 목대표님이 봐주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이런 일은 봐줄 방법이 없어요."

온연은 용기를 내 비서를 지나 사무실로 돌진했다. "목정침! 볼 일이 있어!"

비서가 그녀를 뒤따라왔다. "대표님 죄송해요. 한눈판 사이에 막무가내로 들어왔어요!"

책상 앞에 얼음처럼 앉아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됐어, 먼저 나가봐."

비서는 그의 말에 응했다. 복잡한 표정으로 온연을 흘겨보고는 이내 방을 나섰다.

한참 뜸을 들이다 그녀가 용기를 내 입을 뗐다. "저 만나기 싫어하시는 거 알아요. 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 경찰 쪽이 아직 범인을 못 잡았나봐요. 몽요네집 아마 빚쟁들에게 쫓겨 고생하고 있을 거예요…"

목정침은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닫았다. 깍지 낀 손을 앞으로 가져오더니 몸을 의자에 살짝 기대였다. 모르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만이 그녀를 구해줄 수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만약 그가 지금 무릎이라도 꿇으라고 한다면 그녀는 아마 망설임 없이 꿇을 것이다.

"허. 온연.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내가 왜 네 얘기 때문에 걜 도와야 하지? 내 시간 낭비 그만해!" 목정침은 단호했다.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

온연은 황홀감에 빠졌다. 그날 밤 술에 취해 '연이'라고 불러주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빈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맞는 건지 그녀는 의심이 되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입술을 물어뜯으며 그녀는 고민했다. 거래를 할 조건마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게 되었다. 조건이 없으면 뭐로 거래를 해야 하지?

목정침의 미간에 짜증이 어렸다. 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만 가."

그녀는 고집스럽게 제자리에 서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무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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