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로 돌아온 온연은 조용히 아래층에서 샤워를 끝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유씨 아주머니가 이미 라면을 다 끓여놓은 뒤였다. "연아, 뭐라도 먹고 배 좀 채워. 이 시간까지 야근해서 힘들 텐데."그녀의 마음에 감동의 파도가 요동쳤다. "유씨 아주머니… 요 며칠 계속 야근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 시간까지 안 기다리셔도 돼요. 저 배 안 고파요."유씨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도련님이 부탁하셨어. 입에서 나오는 말과 달리 분명히 너를 걱정하고 계셨어. 얼른 먹어. 얼른 먹고 일찍 쉬어."목정침이 뭐라고 했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파서 쓰러지면 돈을 써야 한다 든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하대한다고 생각한다든지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라면을 다 먹은 온연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목정침이 잠에서 깰 까봐 감히 불은 켜지 못했다. 침대에 누우려는 그 순간 그가 뒤척이는 바람에 몇 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가 미동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편한 자세를 잡은 그녀는 순식간에 꿈나라로 빠져버렸다. 목정침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코끝을 스쳤다. 그의 코끝에 그녀의 향기가 가득 했다.바깥에서 만나는 다른 여자들의 몸에서는 서로 다른 향수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의 맘에 드는 향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오직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만이 제일 독특했다…다음날 온연은 일찍 일어났다. 목정침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걸 확인한 그녀는 대담하게 침대 맡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옷을 벗을 때 그녀는 그래도 침대를 등지는 게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녀가 옷을 가지러 등을 돌렸을 때 갑자기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겠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어젯밤 잘 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녀보다는 잘 잤겠지?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곧 시선을 피했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옷을 마저 입었다.
비상 디자인그룹온연은 열심히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임립이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눈앞에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이 일, 알고 있었어요?"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핸드폰을 살짝 흘겨보았다. 순간 그녀는 얼어버렸다. 핸드폰에는 '목씨 집안의 주인 목정침, 3년 전 자신이 거둬키운 고아 온연과 비밀결혼을 하다!' 라는 제목의 뉴스가 띄워져 있었다. 뉴스는 오직 그녀와 목정침이 결혼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었다. 포토샵으로 합성한 그들의 결혼사진도 첨부되었다. 그녀는 목정침과 구청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해서 그녀는 관여한 적이 없었다. 모두 목정침이 혼자 알아서 진행한 것이니 당연히 합성한 사진을 쓸 수밖에 없었겠지. 여러 가지 정황을 따져보니 아무래도 목정침이 일부러 흘린 기사인 것 같았다.온연은 갑자기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목씨 집안 안주인으로 삼 년 동안 방치되어 있으면서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었는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 갑자기 이렇게 공개해버린 건지. 그녀는 줄곧…줄곧 자신이 그에게는 내세우기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목정침의 생각을 읽기 어렵긴 했지만…"뭐예요? 설마 몰랐어요?" 그녀의 반응을 본 임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된 거 아닌가요? 임대표님, 한가하신가 봐요? 대표님도 디자인과 나오셨던데, 저희랑 같이 야근하실래요?" 온연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임립은 바로 온몸으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아니 아니….할 거 하세요. 전 다른 일이 있어서. 회의 때 내가 한말 잊지 말아요. 모범 시안 보내줬으니까 이번에는 잘못되면 안 돼요. 정침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그리세요."온연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목정침이라면 분명히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일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 대체 뭐 때문에?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몸을 일으켜 탕비실로 들어갔다. "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진몽요가 울먹이며 말하고 있었다. "연아, 고마워
진함의 말이 온연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신경 쓰기가 귀찮았던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진함이 떠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서있는 걸 본 온연은 마음이 복잡했다. 계속 일 할 정신이 나지 않았다.한바탕의 사건들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하고 있는 웨딩드레스 디자인 원고는 한나절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었다. 저녁이 되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새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이디어는커녕 머릿속에는 목정침이 결혼 사실을 터뜨렸다는 사실 만이 가득 찼다. 지금 회사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은 무척이나 이상했다. 옛날 그 경멸과 우스움이 담긴 눈빛들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변해버렸다. 적어도 다신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목정침이 어떤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를 좋아했더라? 결국 디자인 시안은 그의 눈에 들어야 하는 건데, 그럼 그의 취향대로 하면 되지!하지만 머리를 쥐어짜도 그녀는 그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목가로 돌아오자 목정침은 벌써 자고 있었다.온연은 샤워를 끝내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복잡해서인지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뒤척였다.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를 그녀의 뒤척임에 목정침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할 말 있으면 해."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의 숨 마저도 같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비록 화가 난 말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2초 뒤 그녀가 정신을 차렸는지 기회를 잡아 그에게 물었다. "당신 생각에 완벽한 웨딩드레스는 어떤 건가요?'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그가 입을 열었다. "소녀의 풋풋함,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수줍음, 자신을 한 남자에게 바친다는 용기, 미래에 대한 동경, 이런 것들. 사람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한 벌의 옷, 한 벌의 웨딩드레스도 말을 할 수 있지."온연은
이리는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말했다.“별 다른 문제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이리가 회사로 돌아오자 디자인부 사원들이 그녀를 둘러싸듯 모였다.“어떻게 됐어요? 통과됐어요?”이리는 아무 말도 없이 곧장 화장실로 향했고, 임립을 마주친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통과됐어요. 임대표님…”임립은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바로 대꾸하였다.“좋아, 그럼 회사 깨끗이 청소하고 일찍이 휴가 시작하자. 퇴근 시간 기다릴 필요도 없겠어.”그 소식이 들려오자 온 디자인부 사원들이 기뻐하며 펄쩍 뛰었다. 오직 온연만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을 뿐 이였다. 그녀는 묵묵히 물건들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고, 거울을 바라보며 창백한 입술에 립스틱을 덧발랐다. 목정침이 속상해하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이다.그 순간, 한 화장실 칸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연이 목정침에게 결혼을 발표하라며 몰아붙인 걸로 보이지? 애초에 아무런 교제도 없던데다가, 온연이 원고를 전달했을 때는 부결되기까지 했잖아? 난 원고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해, 온연이 일을 망친거지. 오죽하면 이번에는 이주임이 직접 나서서 원고를 전달했겠어? 대체 무슨 수를 써서 목정침의 침대에 몸을 들인건지…”또 다른 이가 이에 대꾸했다.“그러니까말야. 그 둘 관계 알고서 깜짝 놀랐다니까? 검색해봤는데, 이상할 것도 없더라. 입양된지가 수년째라며, 같은 지붕 아래 살던 온연이 제일 먼저 이득을 가로채낸거지. 수를 써서 협박하면 목정침 같이 착한 사람은 꼼짝없이 잡히는 수밖에 없잖아? 그 애 심가 셋째랑도 잤었다며, 근데 목정침은 왜 온연한테 잘해주는 거야?”“내 말이, 그런 애가 목정침이랑 결혼이라니… 애초에, 그런 애가 짝이 있다니!”“지금 잘나가는 것도 금방 망하게될거야. 두고 보자고, 저런 애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가 없어. 야근까지 해서 피곤해 미치겠네. 휴가 아니였으면 진작 불러다가 손 좀 봐줬을거야. 평소에는 말도 없고 사람들이랑 따로놀더만, 아주 꽃뱀이였
목정침은 얼떨떨한 채로 얕게 한모금을 들이켰다. 그윽한 단내가 입안에 퍼지며 그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어릴 때부터 단 것을 싫어하던 그는 괴로울 뿐 이였다.온연은 번뜩,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마시던 밀크티를 목정침에게 준거야? 게다가 이걸 정말 마시기까지 하다니?!빨대위에 자신이 남겼던 립스틱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밀크티를 품에 안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창밖을 내다보았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남은 밀크티를 마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가민가했다.목정침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밀크티를 품에 꼭 안은 모습이 우스웠다. 그저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아깝나?곧 저택에 다다를 무렵, 목정침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화면의 착신표시를 보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온연이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전화 받아요. 저는 신경쓰지 마요.”목정침은 온연을 힐끗 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온연이 함께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으나 전화 내용을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온연은 성난 듯 입을 꾹 다문 채 저택에 다다랐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습관적으로 뒷문 쪽으로 향했고 목정침은 걸음을 멈추더니 다소 냉소적인 말투로 물었다.“대문이 익숙하지 않은 가봐?”온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걸음을 돌려 대문으로 향했고, 시선을 내린 채 대문에 들어서자 경호원이 공손한 태도로 온연에게 인사를 올리며 말을 붙였다.“사모님.”온연은 고개를 더욱 숙이며 유씨 아주머니를 찾아 주방으로 쪼르르 들어갔다. 오직 유씨 아주머니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편안함을 느꼈다. 반찬을 고르던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아주 일찍 왔네?”온연은 밀크티를 내려놓고는 익숙한 듯 소매를 걷어 올리며 일을 거들려 들었다.“회사 휴가거든요. 오는 길에 목정침을 만나서 같이 왔죠.”“그럼 도련님이랑 같
”안심하셔도 돼요. 사모님 깨어나시면 식사 챙겨 드릴께요.”유씨 아주머니는 신발을 꺼내어 진열해주며 목정침에게 말했다. 그는 묵묵히 저택을 나섰고, 그의 차가 저택을 완전히 나설 무렵 온연이 유유히 깨어났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듯 하더니 이내 씁쓸한 듯 말했다.“아주머니? 왜 저 안 깨우셨어요?”“도련님이 며칠 많이 피곤 했을 거라고 깨우지 말라 하시더라. 저녁 데워서 갖다 줄게. 얼마나 피곤했으면 밥도 먹지 않고 잠들었겠니. 참, 도련님은 방금 외출하셨어.”웃으며 말을 건네는 유씨 아주머니에 온연은 어리둥절 한 채 식탁으로 몸을 옮겼다. 식탁 위에는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목정침이 두고 간 듯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에 결국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강연연이였다. “도련님 대신해서 받지 그래?”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됐어요. 이따가 휴대폰 안 챙긴 걸 눈치채면 돌아와서 가져가겠죠.”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을 못났다는 듯 한번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잡아들고는 단번에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신가요?”곧이어 수화기 너머로 까칠한 강연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은 누군데요? 오빠 핸드폰이 왜 그쪽한테 있어요?”온연은 놀란 듯 유씨 아주머니에게 끊으라 손짓했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갈 뿐 이였다.“저는 도련님 저택 가정부입니다. 우리 도련님은 지금 부인이랑 목욕하고 계시고요. 무슨 일 있으시면 도련님 나오신 후에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온연은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아주머니의 그 말에는 너무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온연은 한동안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연연도 마찬가지인 듯했으나 곧 다시 쏘아붙였다.“당신 지금 뭐라고, 같이 목욕을 해? 그럴 리가 없잖아, 오빠가 방금 분명히 지금 나간다고 했어!”유씨 아주머니는 퉁명스레 대꾸했다.“믿거나 말거나,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아주머니는 전화를
”주소 불러줘.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전지는 바로 대꾸했다. 반시간쯤 지났을까, 전지의 차가 저택 문 앞에 다다랐다. 온연은 몸에 두른 외투로 다시 한번 몸을 감싸 안으며 차에 올랐다. 늦은 밤의 기온이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듯했다. 입구에서 밤을 새우던 경호원은 들어선 차가 목정침의 차가 아님을 파악하고는 조심스레 번호판을 외웠다. 온언은 너무 멀리 나서기 싫었던 탓에 전지에게 길목에 차를 세우게 하였다.“우리 차 안에서 얘기 나누자. 오늘은 정말 너무 늦은 것 같아.” 마주본 전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일단 내가 묵는 호텔로 가자. 얘기 끝나면 차 불러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할게. 혹시나 그때 가서 계획이 틀어질까봐… 자세한 거 하나하나 상의해보고 싶어. 몽요의 가장 친한 친구는 너 하나뿐이라 너 의외에 다른 누가 날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번 딱 한 번만 부탁할게.”온연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전지를 따라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 방에 들어서자 미리 주문해 두었던 배달음식이 뒤따랐다.“뭐 좀 먹을래?’“난 괜찮아. 근데 너 이제서야 저녁 먹는거야?”“몽요를 도와서 보석 재료를 훔친 사람 행방을 찾고 있거든. 그래서 요 며칠 잠을 설쳤어.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네……”늦은 식사를 하며 대꾸하던 전지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부주의로 국물을 쏟았고 그의 옷이 물들었다. 전지의 찌푸려진 눈살을 보니 기분이 최악에 다다른 듯했다.“아…… 미안해. 얼른 씻고올게. 조금만 기다려줘.”“괜찮아, 괜찮아. 씻어내고 와. 기다릴게.”온연이 위로하는 듯한 말투로 대답하자 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가만히 그를 기다리는데, 반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진 화장실의 벽과 문에 습기가 차오르자 안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였다. 이를 발견한 온연은 당황스러웠고 밖에서 그를 기다릴 심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가기 위해서는 욕실을 지나쳐가야만 했기에 잠시
욕실은 방음이라도 되는지, 전지는 소리를 듣지못한 채 계속해서 샤워를 이어갔다. 곧이어 진몽요의 방카드를 빼앗은 경호원들에 의해 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며 마주한 목정침의 눈은 설원과도 같았다. 잘못한 일은 없었으나 그의 눈빛에 겁먹은 온연은 뒷걸음질 칠수밖에 없었다. 막 경호원의 견제에서 벗어난 진몽요가 온연의 앞에 서 그를 막아섰다.“목정침, 나도 당신처럼 급하니까 할 말 있으면 좋게 말하고 끝내요. 그 전에, 이 상황에 대해서는 전지가 나오면 차근차근 들어보는 걸로 하죠? 연이는 이런 행동할 사람이 아니고, 전지 또한 그럴 사람 아니에요!”“…… 무슨 일이야?”전지가 마침내 바깥의 상황이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문 밖으로 나왔고, 방 안에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에 당황한듯 말을 했다. 목정침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식었고, 진몽요는 퉁명스레 대꾸했다.“나한테 묻는 거야? 누구한테 묻는 건데 지금?”전지는 급히 설명한다.“내가, 일이 있어서… 온연을 찾았어. 호텔에 막 도착해 저녁을 먹다가 옷에 음식을 쏟아버려서, 그래서 샤워를……”“적당히 하지? 핑계가 지나치네.”전지의 말을 끝맺기도 전에 목정침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설명하기도 입이 아픈 듯 전지는 진몽요를 쳐다보며 말했다.“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진몽요는 그를 한번, 온연을 한번 쳐다보고서는 몇 초간을 망설였다. 이내 무슨 말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전지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하자. 네 뜻대로 생각해.”목정침은 온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무언가 손짓을 하더니 그대로 돌아 나갔다. 곧이어 두명의 경호원이 온연에게 다가와 그녀를 밖으로 이끌었다. 굳이 그녀를 거칠게 끌어내지 않았다. 마치 목정침은 원래도 이렇게나 온연을 믿지 않아왔다는 듯, 그녀가 원래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여자인 것 마냥. 돌아가는 길, 목정침의 얼굴은 무섭도록 어두웠다. 온연은 눈을 내리깔고는 침묵 한 채였다. 굳이 이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