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갑자기 목정침이 마른 기침을 했다.유씨 아주머니가 그를 걱정하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요 며칠 도련님이 서재에서 주무셔서 그런지 감기에 걸리신 것 같아요. 제가 컵을 가져올 테니 사모님이 조금 이따 약 좀 가져다드리세요."온연은 정신을 가다듬고는 유씨 아주머니를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컵 하나를 챙겨 따뜻한 물을 받고는 약을 챙겨 거실로 걸어갔다. "약 좀 드세요."목정침은 인상만 찌푸릴 뿐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물과 약을 그의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드시면 좀 나으실 거예요."결국 그가 귀찮았는지 싫증을 내며 말했다. "치워."그녀는 잠시 얼어있다 이내 약과 물을 내려놓고는 식탁으로 돌아갔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자 그녀는 입맛이 없어졌다.얼마 후 목정침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또 한 번 물과 약을 들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유씨 아주머니가 시키신 거예요."그녀의 행동이 귀찮은 건지 아님 그녀가 주는 약만 아니면 되는 건지 그는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냉랭한 표정으로 약을 먹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온연은 빈컵을 들고 그 자리에 서서 그가 멀리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다. 숨을 깊게 들이쉰 그 순간 마치 짙은 안개를 들이 마신 듯 숨쉬기가 어려워졌다.회사에 도착하자 새로운 주임임 이리가 온연을 향해 걸어왔다. "임대표님이 찾으세요."이리는 임립이 본사에서 데려온 직원이었다. 짧은 머리에, 하이힐, 오피스룩, 유능한 여성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야무지다는 첫인상을 가져다주었다. 미워할래야 미워 할 수가 없었다.온연은 그녀에게 대답하고는 임립의 사무실로 걸어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기침소리에 묻혀버렸다.그녀가 들어갔을 때 임립은 휴지를 들고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잠깐, 거기 서있어요. 가까이 오지 마요. 그쪽한테 감기 옮기면 나 정침이한테 죽어요. 비상 그룹이 계속 정침이네
임립은 경소경을 째려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그의 눈동자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난 한가해서 좋은데? 알아서 하라 그래. 너랑 정침이는 외동이라 좋겠다. 아무도 너네랑 재산싸움 안 하잖아. 부럽다. 난 사방이 적이야."경소경은 요즘 제일 핫한 업계 소식을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 "정침이 회사에 일이 좀 생겼나 봐. 같이 일하던 주얼리 공장에서 사고가 생겼다나. 누가 주얼리 원재료를 200억씩이나 빼돌렸데. 아무래도 못 버티고 망할 것 같아."임립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말했다. "고작 200억인데 뭐. 정침이한테는 타격 없지. 그 공장이 재수 없었네."마침 온연도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 공장 이름을 제대로 확인했을 때 온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홍영', 진몽요네 공장이잖아?그녀가 급히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진몽요가 부탁은커녕 그녀에게 전화도 하지 않을 거라는걸 온연은 알고 있었다.진몽요를 찾으러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온연씨 맞으시죠? 전지라고 합니다. 좀 만날 수 있을까요?"전지가 그녀에게 연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몽요네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전지를 통해 얘기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는 급히 대답했다. "네! 어디신데요?"전지가 대답했다. "지금 회사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하얀색 캐딜락이에요."반차를 낼 겨를 도 없이 온연이 아래로 내려갔다.전지의 차를 탄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몽요는요?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제 전화도 안 받아요!"전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당신한테 부탁하고 싶지 않아서 안 받는 걸 거예요. 지금 그 사람 도와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인 거 알죠? 무슨 일이 생겼는지 대충 아는 것 같은데. 손해 본 원재료값만 200억이에요. 위약금까지 계산하면…아마 파산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찾아오는 거 이기적인 거 아는데, 그래도… 부탁은 해봐야 할 것
목정침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래도 네 언닌데 속 좁게 굴지 마."그의 미소를 보자 강연연은 화가 풀려버렸다. 그녀는 불편한 마음을 억눌렀다. 어차피 붙잡지도 못할 거 착하게라도 보여야지. "그럼 다음부터 이런 일 없기~"목정침은 대답 없이 그녀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눈빛은 다시 냉랭해졌다. 여덟시 반이 다 되어서야 그가 집으로 돌아왔다. 온연은 허기에 속이 불편했지만 돌아온 그를 보자 정신을 차렸다. "왔어요?"목정침은 담담하게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항상 그랬듯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이미 식어버린 음식을 보자 그녀는 왠지 모를 허무함에 휩싸였다. "유씨 아주머니, 음식 좀 데워주세요."목정침이 내려왔을 때 음식은 이미 다 데워져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그만 입방정을 떨어버렸다. "도련님, 오늘 저녁은 사모님이 준비하신 거예요. 얼른 드셔보세요!"목정침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식탁에 앉았다.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온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미 드시고 오신 거면 안 드셔도 돼요."그는 젓가락을 들어 느긋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할 말 있으면 해."이렇게 빨리 간파하다니. 그녀는 긴장감에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을 뜸 들이다 입을 뗐다. "몽요네 말이에요. 좀봐주시면 안 돼요? 빚이 너무 많이 생겨서 파산할지도 모른대요. 경찰이 범인 찾을 때 까지만이라도요. 네?"그는 놀란 듯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가 그녀를 냉랭하게 쳐다보았다. "고작 그딴 얘기 하려고 그 고생하며 밥 차린 거야?""네…." 그녀가 솔직하게 대답했다.목정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공사 구분 좀 해. 집에서 그딴 바보 같은 일 얘기 너랑 하기 싫어!"그녀가 어떻게 그의 성격을 모르겠는가? 회사일만큼은 칼같이 구는 사람이 고작 몇 마디로 봐줄 리가 없다."목정침….그냥 없던 일로 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기회 한 번이라도 주면 안 돼요? 200억, 당신한테는 아
이렇게 보니 그녀가 큰 잘못을 하긴 한것 같다. 그녀는 후회감에 괴로워졌다."몇 년 동안 생일을 안 챙겨드려서 깜빡 잊고 있었네! 내 정신 좀 봐. 연이한테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유씨 아주머니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온연이 무기력하게 일어섰다. "됐어요. 괜찮아요. 제가 한번 가볼게요."쉬운 듯 말하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서재로 들어갈 용기도 없었다. 그녀는 홍차 한 잔을 우려 서재로 들고 갔다. 그녀는 손을 들어 방문을 두드렸다. 방 안에서 분노가 섞인 목정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꺼져!"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던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생일인지 몰랐어요…"목정침은 손에 있던 책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의 얼굴에는 냉랭함이 가득했다. "꺼지라고!"온연이 허리를 숙여 책을 주우려는데 그가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방에서 사라졌다.그가 한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든 온연은 그를 이렇게 보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구걸하는 말투로 그에게 소리쳤다. "목정침! 하라는 데로 할 테니까…한 번만 도와줘!"목정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잠시 뒤 그가 사납게 몸을 돌려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뭐? 넌 항상 다른 사람 위하는 일에 정의롭더라!"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홍차가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 쏟아진 뜨거운 홍차가 그녀의 얇은 슬리퍼로 스며들었다. 냉랭한 공기 속에서도 그녀는 발등에서 따끔함을 느낄 수 있었다."당신도 똑같지 않나요? 모든 사람한테 친절하고 따뜻하면서, 나한테만…"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허… 네가 자격이나 있어?" 그는 냉소를 내뿜으며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의 허리가 의자에 부딪혔다. 너무 아팠지만 소리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았다. 책상을 짚으며 그녀가 일어섰다. "맞아요…저 자격 없어요. 절 그렇게 싫어하시면서 대체
갑자기 책 한 권이 바닥에 떨어지더니 그 속에서 사진 한 장이 삐져나왔다. 그녀는 호기심에 사진을 주웠다. 사진 속에는 예전 목가네로 들어온 8살의 자신이 목정침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그 사진, 신문에서만 봤었지 이렇게 제대로 인화된걸 본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목정침이 이걸 어떻게? 설마…일부러 가지고 있었던 거야?그녀는 곧 그 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했다. 아마 그때 어쩌다 받게 된 사진 일 것이다. 아마 어디다 뒀는지도 모를걸? 사진이 끼워진 책은 오래되어 낡아져 있었다. 딱 봐도 목정침이 좋아할 만한 책이 아니었다. 아마 몇 년간 펼쳐보지도 않았었던 것 같다.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집을 나선 목정침은 곧바로 술집 '야색'으로 갔다. 곧이어 경소경과 임립이 도착해 아가씨 몇 명을 불러 분위기를 환기시켰다.테이블에는 값비싼 술이 놓여 있었다. 이런 데서 제일 잘 노는 사람은 경소경이었다. 셋 중에서 전형적인 '망나니'가 바로 경소경이다. 이미 이곳의 단골이었던 그는 아가씨들이 제일 좋아하는 손님이었다. 아가씨들은 그의 품에서 노는 걸 제일 좋아했다. 몰려드는 아가씨들이 불편하지도 않은지 그는 모두 받아냈다.요즘 상태가 좋지 않은 임립은 자신의 술잔에 담겨있던 술을 주스로 바꾸었다. "난 안돼. 요즘 위가 안 좋아서. 너네끼리 마셔. 난 오늘 빠질게."경소경이 가차 없이 그를 조롱했다. "위가 그렇게 물러터져서 어떡할래?"임립은 짜증 난 듯 눈을 희번덕 거렸다. "나 돈 많아서 괜찮거든?"목정침은 '건들지 마시오'라는 기운을 팍팍 풍기며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었다.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이 술집의 야릇한 조명에 비쳐 완벽한 곡선을 그려냈다. 하지만 그에게서 뿜어지는 냉기에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흥미 없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경소경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에게 말했다. "정침아, 또 너네 집 아가씨가 너 화나게 했어? 여자는 말이야 오냐오냐 달래줘야 하는 거야. 넌 왜 아직도 그걸 모르니? 오늘 네 생일이잖아. 왜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에 목정침은 질색하듯 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쳐냈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몹시 냉랭했다. "꺼져!"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오직 술집에 있는 시끄러운 음악만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강연연은 그의 이런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억울함에 눈물만 그렁그렁했다. "정침 오빠… 왜 나한테 화내요? 걱정돼서 그런 건데…"옆에서 술을 따르던 아가씨들도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제도에 있는 사람들 모두 목정침을 따뜻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며, 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경소경과 임립에게는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10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는데.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오늘의 일이 큰일로 번져서 신문에 날까 봐 경소경과 임립은 목장침을 일으켜 세웠다. "가려고?"목정침이 어눌한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난 걔 보기 싫어…"경소경이 그에게 되물었다. "그럼 어디 가려고? 임립 보고 데려다 달라고 해. 걔 오늘 술 안 마셔서 운전할 수 있어."목정침이 한참 대답이 없자 임립이 그에게 제안했다. "그럼 호텔로 가자. 일단 술부터 깨자. 내가 데려다줄 테니까. 넌 혼자 놀고 있어."경소경은 아직 덜 놀았는지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럼 부탁할게."강연연은 임립과 목정침을 따라 술집을 떠났다. 차를 탄 후 임립이 그녀에게 물었다. "강연연 넌 집에 갈 거지? 목정침 데려다주기 전에 너 먼저 데려다줄게."목정침의 돌변에 깜짝 놀란 강연연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두려움에 목정침에게 감히 다가 가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목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니 난 남아서 정침 오빠랑 같이 있을래!"술 취한 남녀를 같은 방에 둘 정도로 임립이 바보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는 거절했다. "내가 돌볼 테니까 넌 먼저 가."강연연이 고집을 부렸다. 애교 섞인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싫어~ 나 정침 오빠랑 같이 있
강연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발하듯 창문을 내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침 오빠 내 옆에 있는데, 왜요? 오빠 찾으러 왔어요? 오늘은 집에 가기 싫댔어요. 당신 만나고 싶지 않데요!"온연은 강연연의 옆에 앉아있는 그를 보았다. 당연히 강연연이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보았다. "전 그 사람 와이프에요. 그 사람이 취했을 때 안전을 챙겨줄 의무가 있어요. "'와이프'라는 말을 듣자 강연연이 증오의 기색을 드러냈다. "너…! 오빠가 그랬어요, 가기 싫다고!"임립이 거드름을 피우며 차에서 내려 목정침을 부축했다. "강연연 어리광 그만 피워. 집사람까지 왔는데. 그냥 정침이 보내줘."강연연이 내키지 않았는지 목정침의 팔을 잡아당겼다. "정침 오빠가 오늘 쟤 만나기 싫다고 했단 말이야. 임립 오빠 장난 좀 그만 쳐!"목정침이 집으로 갈지 말지는 온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강연연과 같이 있게 된다면 절대 물러설 수가 없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정침이 갑자기 강연연을 뿌리치더니 명령하는 말투로 소리쳤다. "연아…이리로 와!"그가 분명히 온연을 부르고 있었다.그가 온연을 그런 호칭으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라움에 그녀는 잠깐 넋이 나갔다. 이내 앞으로 걸어가 그를 부축했다. "집에 갈래요?"목정침은 양팔로 그녀를 끌어안더니 그녀의 목에 얼굴을 비볐다. "갈래…"차오르는 분노에 강연연은 몸을 덜덜 떨었다. 목정침은 온연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나? 싫어하면서 도대체 왜 같이 있으려고 하는 거지? 왜 저렇게 다정한 행동을 하는 건데?임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온연씨 차 안 가져왔죠?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강연연 너는 기다렸다가 경소경이랑 같이 가."온연은 자신을 매섭게 쏘아보는 강연연을 무시하며 목정침을 다시 뒷좌석으로 부축했다. 차가 꽤 멀리까지 주행되서야 그녀가 입을 뗐다. "고마워요. 임립씨."임립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목정침이 깨어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그가 취했
온연은 반사적으로 그를 피해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가 또 술 주정을 부릴까 무서워 이 악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가 빨리 곯아떨어지길 기도하며….그녀는 숨을 죽였다. 빨개진 얼굴이 열나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못 참겠는지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목정침…"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가 대답했다. "으응..""일찍 쉬세요…얼른 주무세요…" 그녀는 감히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말을 하는 말투도 조심스러웠다.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했잖아. 기회를 줄게…"목정침은 잊지 않고 방안의 불을 껐다. 순식간에 방안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 위에 휘몰아치는 검은 그림자를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그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와 점점 힘이 들어가는 그의 손이 그녀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무심결에 그녀가 그를 거세게 밀쳐버렸다. 재빨리 그에게서 도망쳐 침대를 내려왔다. 침대 끝에서 잠옷을 여미며 그녀가 말했다. "취하셨어요! 얼른 쉬세요…"어둠 속에서 목정침은 점점 제정신을 찾았다. 그의 얼굴도 점점 냉랭해졌다. "허… 심개가 만졌을 때 이렇게 거부했나?"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녀는 삼 년 전의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심개를 마주했는지 그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정침이 이 일을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만 분명했다.설사 그가 그녀를 안았다고 해도…설사…그녀는 목정침과 영원히 함께 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그들의 심장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통증을 일으키며.적막의 끝에 한차례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화풀이를 끝낸 목정침이 어지러운 방을 두고 서재로 들어갔다.온연은 침대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며 방을 치우고 있었다. "연아, 너랑 도련님 말이야.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근데…너네 이러다가 어쩌려고 그래. 하고 싶은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