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담배 한 모금 깊게 빨고는 남은 담배를 꺼버렸다. "나… 나쁘지 않았어… 그 뭐야… 나 홍차 한 잔만 타줄래? 좀 진하게." 그의 입속에 괴상한 맛이 맴돌았다. 담배를 피워도 사라지지 않았다. 홍차가 이 맛을 없애줄 수 있길… 그는 온연이 들고 온 홍차를 허겁지겁 마셨다. 사서 고생이라고 하나. 케잌의 괴상함과 홍차와 섞인 그 맛을 그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저녁을 먹지 않았다. 밤사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더니 결국 다음날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온 오후 분주히 돌아치던 온연은 피곤했는지 깊게 잠이 들었다. 어젯밤 목정침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온연은 알지 못했다. 그냥 어젯밤 그가 좀 뒤척거렸다고만 알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목정침이 일찍 출근해서 집에 없는 줄 알았는데… "넌 왜 도련님을 고생시키고 그래! 도련님 병원 가셨어. 나랑 임집사는 그런 거 안 따지니까 앞으로 네가 만든 케잌은 우리가 맛봐줄게. 도련님 그만 고생시켜!" 유씨 아주머니가 온연을 나무랐다.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어쩐지… 어젯밤에 뒤척거리더라니… 그렇게 심해요? 아주머니는 아무 일 없으셨잖아요. 제가 조금 이따 한번 가볼게요."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의 손에 샌드위치 하나 쥐여주고는 문밖으로 밀어버렸다. "임집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가! 지금 밥이 넘어가?" 온연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문밖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했다. 자기도 아무렇지 않은데 심각해봤자 얼마나 심각하겠어? 온연은 병원에 도착했다. 목정침을 본 그 순간 그녀는 유씨 아주머니가 과장한 게 아니란 걸 알아챘다. 목정침의 얼굴에 이 정도로 그늘이 드리운 건 처음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이렇게나 상하다니… 그의 손등에는 링거가 꽂혀있었다. 하얀 속살에 비치는 파랗게 혈관이 그의 상태를 대변해주었다.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는 마치 뭘 잘못한 아이처럼 고개를 떨구며 옷자락을 비벼댔다. 목
온연은 목정침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 며칠사이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꽤 많아졌다. 그녀가 하는 질문에 그는 무조건 대답했다. "소경이. 술집에서 노는 사진이 찍혀서 뉴스에 나왔어. 별일 아니야." 그녀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런 자극적인 사진 말인가요? 당신도 옛날에 자주 갔었잖아요. 당신은 그런 사진 찍힌 적 없어요?" 그 말에 목정침이 온연을 째려보았다. "난 그냥 분위기 즐기러 간 거고. 쟤네들은 나랑 달라. 재미 보러 간 거라고. 같은 문제가 아니라니까? 난 찍어봤자 별것 없어. 당연히 없지." 밥을 다 먹은 후, 목정침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가 한 거지?' 빠르게 답장이 날라왔다. '증거도 없이 그런 소리 하지 마.' 딱히 그리 큰일이 아니라 끝까지 따질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일을 할 사람은 전지밖에 없었다.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자면 전지가 경소경을 연적이라 생각해 이런 일을 꾸몄을 수도… 목정침은 전지에게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건들지 마.' 목정침이 전지에게 경고했다. 아홉 시가 넘었는데도 온연은 방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유씨 아주머니의 시선에 오싹함을 느낀 온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왜요? 조명청소 하시게요?" 그녀가 유유히 대답했다. "이제 그만 잘 때도 되지 않았니?" 이번에는 별다른 핑계도 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제야 알아챘다. 유씨 아주머니가 목정침과 친해지라고 자신을 닦달하고 있음을. 에어컨 청소부터 조명청소까지… 하긴, 이젠 애도 못 낳는데… 목씨 집안에서 편하게 지내려면 목정침한테 잘 보이는 방법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유씨 아주머니가 자신을 몇 시간이고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몸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걸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이불이 너무 얇았다. "이… 이러지 마요." 그녀의 저항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하나도 강압적이지 않았다. 온연이 저항한다고 해서 그만둘 목정침이 아니었다. 그는 단숨에 그녀를 자신의 팔 아래에 가둬두었다. 목정침은 버둥대는 그녀의 팔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잡아두었다. 온연의 팔목은 한 손에 다 잡힐 정도로 얇았다. 곧 일어날 일을 의식해버린 온연은 당혹감에 빠져버렸다. "목정침…! 안하면 안 돼요?.."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부하고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목정침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왜?" 왜? 그녀도 알 수가 없었다. 왜 거절하는 건지.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부부 사이인데, 더할 나위 없이 정상인 일인데.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드는걸가? 목정침과 강연연의 과거,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이, 그리고 그날 병원에서 겪었던 고통이 그녀에게 트라우마가 돼버렸다. 그리고 덮어둔 옛날의 일들도. 심개, 그리고 심씨 집안 사람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 것까지. 모두 그녀에게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일들이다. 그녀가 편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그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온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이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한 목정침은 그녀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긴장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속눈썹까지 바들바들 떨며. 얼마 만에 느끼는 평화로운 생활인데? 그녀는 이 평화로움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순간 온연은 갑자기 눈을 떴다. "안 돼요! 그거…" 잠깐 멍해 있던 목정침은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그녀에게 말했다. "까먹고 준비 안 했는데…"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그만 해
진몽요가 극구 부인했다. "관심이라니. 그냥 말하는 거지. 그나저나 디저트 연구한다는 건 어떻게 됐어? 목정침이 그거 먹다가 죽을 뻔했다던데? 사실이야?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다던데." 그 말에 온연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진전이 없어. 이쁘게 만드는 건 어떻게 되겠는데, 맛이 문제야. 탕위엔도 먹기 싫어한다니까. 다들 내가 주방에만 들어가면 덜덜 떨어. 정말 걱정이야." 진몽요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온연을 너무 비웃지는 않았다. "연아, 나랑 같이 집 보러 갈래? 엄마가 자꾸 이사하겠다고 난리야. 빨리 결정 할 수 있게 나 좀 도와줘. 헛고생하지 않게 말이야."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온연은 그녀의 요청을 순순히 응했다. 진몽요는 온연을 만나자마자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우리 엄마, 아마 별장 같은 집만 볼걸? 너 목씨 집안사람이잖아. 그 집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집 보는 눈이야 당연히 있을 거고. 상태 괜찮고, 가격도 한20억 정도면 그냥 사버리려고. 엄마랑 하루종일 집 볼 겨를 없어. 너무 힘들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지랑 결혼하기로 한 거야? 집은 전지가 사주는 거야?" 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빨리 결혼할 생각 없어. 우리 엄마가 하도 이사 가자고 닦달해서. 나 시집 못 보내서 안달 났다니까. 그렇게 되면 이사도 더 빨리 갈 수 있고 전지가 집도 사주니까. 근데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엄마한테 말했지. 이사 가는 집 우리 돈으로 내야 한다고. 제대로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전동안 동네를 세 군데나 돌아봤다. 둘러본 별장만 해도 7, 8채가 넘는데… 강령은 아직도 마음에 드는 별장을 고르지 못했다. 집이 맘에 들면 위치가 맘에 안 들고, 위치가 맘에 들면 집이 맘에 안 들었다. 그들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진몽요는 그동안 둘러보았던 단독주택의 건축도를 강령에게 보여주었다. "빨리, 빨리 하
그들은 백화점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 겨우 좀 시원해지려는 찰나 진몽요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몽요는 전화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강령이 걸어온 것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 번호에 전지가 뜬 것을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지금 회사에서 일할 시간인데? "여보세요? 왜?" 전지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백화점으로 들어와. 보여줄 게 있어." 그들은 커피가 다 돼서야 카페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느릿느릿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백화점에 가득 찬 핑크색 풍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온연이 싱글벙글 웃었다. "오늘 이벤트 하는 날인가 봐. 너무 이쁘다. 이것 봐, 풍선 엄청 많다." 진몽요는 생각이 조금 남다른 사람이다. "이쁘다고? 에어컨 바람 없었으면 벌써 다 터졌을걸. 폭탄 터진 것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진 모습도 보고도 이쁘다고 할지 모르겠다." 진몽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화점 스크린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몽요야, 오늘이 우리가 만난 지 3년 9개월째 되는 날이야. 너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야. 내가 너한테 부족한 사람이란 거 알아. 앞으로 만나면서 너한테 최선을 다할게. 너한테 빚진 결혼식, 난 할 준비 됐는데. 너는? 너는 준비 됐어?" 그때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인파 속을 걷고 있었다. 그는 꽃다발을 손에 들고 진몽요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핑크색 풍선과 빨간색 꽃다발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느 누구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온연도 이렇게 감동 받았는데, 진몽요는 말할 것도 없지. 이렇게 성대한 청혼에 설레지 않는 여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진몽요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내내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전지가 인파를 뚫고 그녀의 앞까지 걸어왔다. 전지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반지를 꺼내 진몽요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진몽요는 온연이 목씨 저택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전지, 너도 알고 있지? 내가 너 체면 차려주려고 네 청혼 받아준 거. 나 아직 결혼 생각 없어. 전에 말했었잖아." 전지는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뺐다. "결혼에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줄래? 그때 다시 얘기하자. 아직은 결혼 생각 없어." 그의 입꼬리가 휘어지더니 냉소가 내뿜어졌다. "옛날에는 네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매달렸는데… 이제는 그 반대네? 뭐가 널 이렇게 바꿔 놓은 건데? 나는 네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 너는 아닌 것 같아. 인정할게. 내 잘못이라는 거. 열심히 고쳐나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래. 일단 결혼부터 하자. 나한테 있는 불만이나 거슬리는 점도 천천히 개선해나갈게. 난 지금 너랑 결혼하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그는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소리 하지 마! 듣기 싫으니까! 한 달 뒤에 나랑 결혼하든가 아님 그냥 헤어지자. 그게 제일 깔끔하네. 몸이 불편하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집에는 데려다줄게. 10분 뒤에 도착하니까 그동안 잘 생각해봐." 10분이란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전지는 차를 세운 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은 결혼할 생각 없어." 전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네 선택 존중해줄게. 너한테 빚진 거라고 생각하지 뭐. 옛날에 내가 나쁘게 굴었던거 그대로 돌려받았다고 생각할게. 우리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지? 이제 그만 가." 그는 창문을 열어 담배를 피웠다.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진몽요는 한숨을 내쉬고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전지는 여전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담배를 들고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진몽요를 궁지에 몰지 말걸…
온연은 그런 시끄러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진몽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제안에 응했다. 온연은 목정침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목정침이 알면 분명 못 나가게 막을 것이다. 온연은 목정침이 퇴근하기 전에 준비를 다 하고 집 밖을 나섰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몽요랑 나가서 밥 먹어요. 좀 놀다 올 거라 늦게 들어올 거예요.' 그녀가 하도 집에 박혀있었던 탓에 답답해하는거라고 생각했던 목정침은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임집사는 그녀는 제로바 근처에 있는 술집에 내려주었다. 임집사가 멀리 사라지고 난 후, 온연은 제로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술집 대문을 열자마자 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어지럽혔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휘황찬란한 홀이 클럽을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홀을 지나 따뜻한 불빛이 비치는 복도를 들어서자 신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디제이가 아직 출근을 안해서 그런지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다. 진몽요는 그녀를 끌고 테이블을 하나 잡았다. "여기 주문할게요!" 직원은 무척이나 능숙하게 주문을 받아냈다. 진몽요가 통이 큰 걸 알아챘는지 그녀에게 비싼 술 몇 가지를 추천해주었다. 진몽요는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그녀는 직원이 추천해준 술 전부를 주문했다. 서비스로 올라온 메뉴만 해도 한가득이었다. "몽요야,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이런 데서 취하는 건 너무 위험해. 특히 여자한테는 더." 온연은 진몽요가 정신이 없이 마실까 봐 겁이 났다. "뭘 그렇게 겁내? 술 오랜만에 마시는 건 맞긴 한데, 좀만 지나면 옛날 기량 돌아올 거야. 내 주량 몰라? 걱정하지 마. 아무리 취해도 넌 꼭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진몽요는 나만 믿으라며 어깨를 툭툭 치더니 주문한 술을 전부 열어버렸다. 진몽요가 자신의 어
남자의 얼굴색이 어두웠다. "얼마나 마신 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얼어버렸다. 경소경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얼마 전에 봤던 뉴스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담담한 척하며 그를 놀려댔다. "왜요? 또 취미 즐기러 오셨나? 많이 안 마셨어요. 연이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먼저 갈게요. 혼자 노세요. 경소경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끌고 갔다. "온연이랑 같이 왔다고요? 혼자가 아니라? 목정침이 알면 어쩌려고 단둘이서 왔어요?" 진몽요는 경소경을 밀쳐냈다. "맞아요. 단둘이서 왔어요. 연이가 이런데 어디 와봤겠어요? 목정침이랑 사는데? 인생의 낙도 못 즐기는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리고, 지금 저 가르치시는 거예요? 듣기 싫으니까 저리 비키세요!" 진몽요가 취한 걸 눈치챈 그는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그만 마시고 이제 그만 가요. 데려다줄 테니까." 진몽요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신경 쓰는 거에요? 상관없지 않나? 그리고 저 아직 갈 생각 없거든요!" 경소경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프러포즈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데를 오는 거예요? 결혼하기 전에 마음껏 즐기자 뭐 그거에요? 아니면 너무 기뻐서 축하주 마시러 온 건가? 이렇게 노는데 전지가 뭐라 안 해요?" ‘전지’ 두 글자에 진몽요는 경소경의 멱살을 잡았다. "사람 속을 꼭 그렇게 긁어야 속이 시원해요? 우리 지금 헤어지기 일보 직전이거든요? 한 달 안에 결혼하자고 얼마나 보채는지…. 난 결혼 생각 없는데… 그리고 옛날 그 느낌도 없단 말이에요…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옛날의 그 느낌이 없다는 말에 뭐에 홀린 듯이 입을 열었다. "망설여진다는게 뭘 의미하겠어요? 그냥 헤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