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차들이 쏜살같이 지나다니고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돌연 적막해진 차 안과 선명히 대조되었다.온연은 대답이 없었으나 그 침묵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었다.진몽요는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젠장! 진작부터 이럴 줄 알고 있었어! 네가 왜 목정침 같은 외모 좋고 능력 되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았어, 넌 무해한 작은 양일 뿐인데, 그 사람은 늑대라고! 네 살점을 한 덩이 떼어주더라도 넌 그거에 감사해야 한다는 거 잖아!”진몽요가 분에 가득찬 모습과 달리 온연의 표정은 지나치게 평온했다.네 생각만큼 그렇게 악질은 아니야.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강연연이랑 무슨 사이였던 신경 쓰지 않았어. 하지만 강연연이 한 짓을 감싸줬을 때 상처받았던 건 사실이야, 그래도… 미워하지 않을 거야.”“그거 알아? 그 사람은 날 사랑한다 했었어. 그런데도 나는 심개랑 침대에 같이 있는 모습을 들켰고, 그 사람을 배신했지. 날 상처받게 한 걸로 뭐라 할 거 없어. 어쨌든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나도 그를 한 번 상처받게 한 거야. 공평하지. 내가 피해자가 될 자격이 되겠어?”“지금까지도 3년 전 심개랑 내 사진을 인터넷에 배포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 두번이나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누가 그랬는지 몰라. 나도 정말 미련하지.”진몽요는 마음이 복잡해진 듯 보였다.“그랬구나,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세상에 공평하다는 건 없어. 네가 이렇게 참고 견디면 공평하다는 거야?”온연은 대답하지 않고 창 밖의 야경을 보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다음 날, 온연은 점심이 되어서야 잠에서 일어났다. 온연이 일어난 뒤 허기질 것을 걱정한 유씨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덥혀 둔 식사를 바로 준비해왔다.“연아, 밥 먹고 정원에서 좀 걸어. 많이 움직여 둬야지, 좀 있으면 몸이 많이 무거워질 거야.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일 수 있어.”온연은 순순히 식탁에 앉아 유씨 아주머니가 반찬들을 내오길 기다렸고, 유
곧 진몽요가 택시를 타고 도착하였다. 온연은 진몽요가 직접 차를 운전하기를 바랬으나 임집사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임집사의 방에서 눈에 띄는 아무 열쇠를 가지고는 차고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진몽요는 포장된 닭고기 수프를 머리 위에 이고는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차를 끌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안 돼 번쩍번쩍한 은색 빛깔이 시야에 들어찼고, 차체에 반사되는 햇빛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진몽요는 절로 얼빠진 표정이 지어졌다. 그것은 바로 은색 스포츠카였고, 눈에 그 모습을 담자마자 날뛸 것처럼 흥분 되었다.진몽요는 긴장감에 식은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연아, 너 정말 내가 이 차를 운전해서 닭고기 수프를 갖다 주길 바래? 실수로 흘리면, 목정침이 나를 목 졸라 죽이겠지?”온연은 차를 잘 몰랐다. 그저 운행만 된다면 상관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됐어, 잘 굴러 가기만 하면 됐지. 졸라도 내 목을 조르지, 네 목을 조르지는 않을 거야. 수프 가져다주려 했을 뿐인 걸 뭐. 그나저나… 이 차, 싸지 않은 거 맞지?”진몽요는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 잘게 고개를 끄덕여 댔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는 흥분감이 가득 차 있었다.“맞아, 싸지 않지. 절대 싸지 않아. 게다가 지금은 구할 수도 없어, 한정판 이거든. 나중에 이거 갖다 팔라고 해봐, 엄청 비싸게 팔 수 있을 걸. 나 어릴 때 아빠한테 이 차종으로 사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죽어서야 얻을 수 있을 거랬어…”목가에는 이렇게나 차가 많았고, 오랜 세월 동안 봐왔지만, 차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았다. 가격은 왜 그렇게 비싼 것 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진몽요의 심정 역시 공감할 수 없었다.도로 위, 적지 않은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목정침의 이 차에 관심을 드러냈고, 또 어느 차는 꼬리처럼 그들을 따라붙기까지 했다.진몽요의 허영심이 또 한 번 드러났다.“이거 기분 나쁘지 않네, 내가 예전에 몰던 차들도 나쁘지는 않은 차들이었는데도 이 정도 반
곧 그들은 백화점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신생아의 옷을 고르고 있었다. 매 한 벌 한 벌이 그렇게나 귀여울 수가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아이가 여자아이 일 것이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분홍 옷에 눈길이 갔고, 보면 볼수록 예뻐 이대로면 전부 사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진몽요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쯧쯧, 애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모성이 엄청나네. 네가 이렇게나 빨리 어머니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시간 정말 빠르다. 내가 말해주는데, 혼자서 힘들게 물건 사러 다니지 마, 목정침 퇴원할 때 같이 다녀.”그 말에 온연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그녀의 입을 덥석 막았다.“싫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목정침이 이런데 와서 애기 옷을 골라줄 것 같아? 그런 장면은 상상도 안 된다.”진몽요는 부성애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의 옷을 고르는 목정침을 상상했고, 곧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하긴, 우리가 골라서 사 가자. 그리고 네 것도 구경하고. 우리집 온수기가 고장 났거든, 집에 빨리 들어가서 고쳐야할 것 같아. 아님 우리 엄마가 또 뭐라고 해.”두 사람은 곧 유아 코너에서 보석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백화점의 보석 매장은 목가네 소유였다. 비록 부정적인 기사들로 인해 손님이 매우 떨어졌으나, 다년 간 오래 된 브랜드였기에 그 잠깐의 풍파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었다.진몽요는 한 목걸이 앞에 서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목걸이는 플래티넘 재질이며 작은 눈물 방울 모양의 푸른 보석이 장식으로 박혀 있었다. 디자인은 간결하였으나 눈에 띄었고, 배색 역시 보기 좋았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데스크의 직원을 불렀다.“목걸이 좀 꺼내서 보여주세요~”오피스룩을 입고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데스크의 직원은 진몽요를 흘끗 쳐다보고는 어딘가 탐탁치 않은 듯 대답했다.“그 목걸이 가격이 꽤 비싸요, 멋대로 꺼낼 수 없고 시착은 더 어려워요. 분명히 구매하신다고 하면 꺼내 드릴 수 있습니다.”온연은
붉은 옷의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 졌고, 전지의 뒤에 선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비서의 신분이었고, 목걸이 역시 여성 고객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려던 것이었다.진몽요는 이런 방식으로 전지에게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곧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번에 전병은 내가 다 먹었어. 그니까 목걸이는 없는 걸로 하자. 난 목걸이 살 수 없어, 너한테 받을 수도 없고.”온연은 가방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내 카드로 계산해, 내가 살래.”전지는 자신의 카드로 계산하기를 고집했고, 진몽요의 반발과 비꼬는 어투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계산을 하는 동안 전지는 또 다른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목걸이도 같이 포장해줘요.”진몽요는 돌연 자극이라도 된 것인지 포장된 목걸이를 바닥에 떨구며 반박했다.“전지, 지금 너 돈 많다고 자랑해? 이러면 마음이 좀 편해져? 예전에 내가 너한테 돈 쓸 때도 이랬다고, 그치?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였어? 그래서 지금 두배로 돌려주는 거야?!”전지는 입을 꾹 다물더니 곧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런 거 아니야, 네 오해야. 너가 좋아하니까 선물하는 거, 그게 다야.”모욕적인 느낌은 너무나 선명했다. 헤어질 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했다. 진몽요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다시금 냉정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돈은 이미 나한테 다 갚았잖아. 우리는 다 정리된 거야. 너 돈 많다고 과시할 거 없어. 지금 나는 빈털터리 신세지만, 우리 관계랑은 아무 상관없는 거야. 그 목걸이는 다른 사람 선물해.”말을 마친 진몽요는 몸을 돌려 그곳에서 벗어났고, 온연 역시 급히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붉은 옷의 여자가 조심스레 물어왔다.“괜찮아.”전지는 떨어트린 목걸이를 주워 올리고는 진몽요가 떠난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방금 그 사람, 누군지 모릅니까?”이는 데스크의 직원에게 한 말이였고, 직원은 그저 멍할 뿐이였다.
반찬이 모두 식탁에 오르자마자 온연은 젓가락질을 시작하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식사에만 집중해야만 맞은편의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고, 어색함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목정침은 금방 퇴원했기에 입맛이 좋지 못했고, 얼마 먹지 못하고 진락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돌아갔다. 온연이 위층으로 올라갈쯤에는 진락이 이미 목정침을 도와 몸을 닦아내 준 상태였다. 몸에 상처가 있었기에 곧바로 샤워할 수는 없었다. 결벽 적인 사람에게는 이만한 괴로움이 따로 없었다.“저는 객실에서 잘게요.”온연은 그의 상처 가득한 몸을 보고, 혹시라도 자는 동안 그의 상처를 건들일까 무서웠다.“그래.”목정침은 흔쾌히 수락했고, 그 역시 온연의 배를 건드릴까 두려웠다. 따로 자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얼마가 지났을까, 온연은 인기척에 잠에서 깨 시간을 확인하였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이었고, 호기심을 참지 못한 온연은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손님이라도 온 것 인지 임집사가 누군가를 접대하던 중이었다.얼마 후 인기척이 잦아들었고, 온연은 방으로 돌아가 다시금 잠을 청했다. 이 때문에 잠이 깨버려 다음 날 10시가 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온연은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유씨 아주머니에게 질문하였다.“어제 밤에 누가 왔었어요?”유씨 아주머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맞아, 누가 좀 왔었지. 도련님은 안 만났고, 진락이 상대했어. 돈 달라는 그런 거,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겠지만 이 다음에는 떼 줄 일 없어.”온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요?”유씨 아주머니는 소리를 낮춘 채 대답했다.“도련님의 숙부가 오셨거든. 젊을 때부터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였어. 범죄를 저지르고 나와서 아버님, 그러니까 도련님의 할아버님에게 쫓겨났지. 그 때 집안에 많은 일이 있었거든, 사람이 죽기도 많이 죽었고. 그런데도 숙부라는 사람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었어. 지금은 살림이 너무
목가경은 짜증 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나한테 정이네 본분이네 따지지 마. 혼자서 살아갈 방법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라도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네가 날 싫어하는 건 내 알 바 아니야, 난 돈만 받으면 돼. 너야말로 아버지의 불륜으로 생긴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어떨 것 같은데? 목가는 몇 대가 걸쳐 힘들게 만들어낸 기업체야.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은 헤어진 네 동생을 찾아 낼 것이고, 넌 네 동생과 재산을 반씩 나누어 갖게 되겠지. 네 손해가 엄청날 거라고. 큰 거 바라지 않아, 100억만 줘. 그럼 사라져 줄 테니까.”목정침은 절대 감정을 얼굴 밖으로 표현해내지 않았다. 그저 데스크 위의 전화기를 들어 임집사에게 무어라 연락을 취했고, 임집사는 곧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며 목정침에게 수표를 건네었다.“도련님,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목정침은 무덤덤하게 수표 위에 그 액수를 적었다.“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방법이 있나?”임집사는 뭐라 더 말할 수가 없었다. 목가경은 급히 목정침의 손에서 수표를 낚아 채어가며 말했다.“역시 내 조카야. 안심해, 목가네 일은 내 배 안에서 썩어 없어질 때까지 단 한글자도 바깥에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목정침은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믿어 보겠어… 무조건 당신 배 속에서 썩어 없어져야만 할 거야.”그 후 목가경이 그 곳을 떠났고, 임집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입만 열면 몇 백억, 바라는 것도 많으시군요. 이건 절대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도련님, 특별히 처리가 필요할까요…?”목정침은 눈썹을 한 번 꿈틀거렸다.“어떻게 생각 하시죠? 이런 일은 하지 않은 지 몇 년인데, 저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네요. 지금 저 인간은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입니다. 없어진다 해도 알아 챌 사람조차 없을 겁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끔 해요.”임집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고, 서재에서 벗어나려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문 밖에 있던 온연의 손
연회장, 진몽요는 경소경이 자신의 곁에 없더라도 절대 심심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 먹고, 마시는 건 나쁠 게 없었다.휘황찬란한 연회장의 로비는 꽤나 번잡하였다. 잔뜩 멋을 부린 유명한 귀족 집안 사람들과 우아한 신사숙녀들 뿐이었고, 그들은 신분이라는 가죽을 걸치고 완벽히 자신의 배역에 맞춰 행동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는 운을 시험하려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는 사업을 증진하기 위해, 여자는 잘난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값 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였을 뿐, 그 속내는 어떨지 확신할 수 없었다.“대단하네. 너도 여기 있을 줄 몰랐어.”진몽요의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음악에 맞춰 흔들던 몸을 바로 세우고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왜? 나 같은 사람은 이 곳이랑 맞지 않아? 나 같은 인재야 말로 이런 곳에 와야 걸맞지. 돈 많은 남자 꿰면 신세가 한 순간에 뒤바뀔 거 아니야. 안 그래?”전지는 우아한 모양새로 웨이터의 쟁반 위에서 샴페인 두 잔을 집어 올렸다.“나한테 너무 그러지 마. 우리 사이 어떻게 될 지 아직 몰라.”진몽요는 순순히 샴페인을 받아 들었다. 마음이 어딘가 씁쓸하였지만 입은 가차 없이 비꼬기 바빴다.“아직 몰라? 하하… 우리 사이는 이제 분명해. 어때? 값 비싼 옷 걸치고, 명품 시계 차니까? 내 다음으로 만난 여자는? 오늘 데려온 거야? 네 바닥이 어떤지 좀 알려줘봐. 돈 맛 좀 보려고 부잣집 아줌마들 한테 드나드는 남자도 많다던데. 쯧쯧… 너도 그런 거 아니야?”전지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여자 그런 거 없어. 따지자면 네가 유일했던 거네.”진몽요는 거북한 듯 시선을 돌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건지, 그의 미소와 표정에 지금도 심장이 반응하였다. 솔직해지자면, 전지는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이였다. 방탕했던 그 때에서 벗어나 수트를 빼입는 성숙한 남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의 말에 어이가 없기도 하였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을
그 때, 진몽요의 허리에 돼지 같은 손이 올려졌다. 중년 남자는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여댔다.“저런 사람은 너 안 만나줄 거야. 난 너 같은 아가씨들 속셈을 알지. 돈 좀 만져보려는 거 아니야? 다른 말은 됐고, 오늘 밤 나랑 같이 가. 만족스러우면 내가 아파트 한 채 사줄 테니까.”진몽요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뺨을 내려쳤고, 남자의 얼굴에는 곧 붉은 자국이 남았다. 진몽요는 성난 듯 소리 질렀다.“별 두꺼비 같은 게!”주변은 일순간 조용해졌고, 모든 이가 곁눈질을 했다. 그 광경을 본 경소경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무슨 일이야?”중년 남자는 경소경을 보고는 움츠러들며 말했다.“경대표… 이게 무슨, 나는 그냥 아가씨에게 장난 친 것 뿐이네. 아가씨가 경대표네 사람인가?”전지의 안색이 일순간 어두웠다. 다가오려던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경소경은 남자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출구는 저쪽입니다. 꺼지시죠.”남자는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면목이 없었고, 기가 잔뜩 꺾인 채 연회장을 나섰다.진몽요 역시 창피한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경소경과 함께 자리한 것인데 소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얼마나 더 남았어? 나 여기 더 못 있겠어…”경소경은 손을 들어올리더니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10분이면 돼. 같이 돌아가자.”그의 행동에 진몽요는 사람들 몰래 그의 팔 안쪽을 꼬집으며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한 번만 더 만지면, 물어 죽인다!”경소경은 절로 기가 막혔으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팔을 구부려 그녀에게 팔짱을 끼라는 신호를 주었다.“가자.”경소경은 그렇게 진몽요와 함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몇몇 남자들이 모여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지는 진몽요의 왼쪽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계속 발끝만 쳐다볼 뿐이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기에 그녀는 손으로 경소경의 소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