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경은 짜증 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나한테 정이네 본분이네 따지지 마. 혼자서 살아갈 방법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라도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네가 날 싫어하는 건 내 알 바 아니야, 난 돈만 받으면 돼. 너야말로 아버지의 불륜으로 생긴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어떨 것 같은데? 목가는 몇 대가 걸쳐 힘들게 만들어낸 기업체야.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은 헤어진 네 동생을 찾아 낼 것이고, 넌 네 동생과 재산을 반씩 나누어 갖게 되겠지. 네 손해가 엄청날 거라고. 큰 거 바라지 않아, 100억만 줘. 그럼 사라져 줄 테니까.”목정침은 절대 감정을 얼굴 밖으로 표현해내지 않았다. 그저 데스크 위의 전화기를 들어 임집사에게 무어라 연락을 취했고, 임집사는 곧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며 목정침에게 수표를 건네었다.“도련님,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목정침은 무덤덤하게 수표 위에 그 액수를 적었다.“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방법이 있나?”임집사는 뭐라 더 말할 수가 없었다. 목가경은 급히 목정침의 손에서 수표를 낚아 채어가며 말했다.“역시 내 조카야. 안심해, 목가네 일은 내 배 안에서 썩어 없어질 때까지 단 한글자도 바깥에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목정침은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믿어 보겠어… 무조건 당신 배 속에서 썩어 없어져야만 할 거야.”그 후 목가경이 그 곳을 떠났고, 임집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입만 열면 몇 백억, 바라는 것도 많으시군요. 이건 절대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도련님, 특별히 처리가 필요할까요…?”목정침은 눈썹을 한 번 꿈틀거렸다.“어떻게 생각 하시죠? 이런 일은 하지 않은 지 몇 년인데, 저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네요. 지금 저 인간은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입니다. 없어진다 해도 알아 챌 사람조차 없을 겁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끔 해요.”임집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고, 서재에서 벗어나려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문 밖에 있던 온연의 손
연회장, 진몽요는 경소경이 자신의 곁에 없더라도 절대 심심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 먹고, 마시는 건 나쁠 게 없었다.휘황찬란한 연회장의 로비는 꽤나 번잡하였다. 잔뜩 멋을 부린 유명한 귀족 집안 사람들과 우아한 신사숙녀들 뿐이었고, 그들은 신분이라는 가죽을 걸치고 완벽히 자신의 배역에 맞춰 행동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는 운을 시험하려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는 사업을 증진하기 위해, 여자는 잘난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값 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였을 뿐, 그 속내는 어떨지 확신할 수 없었다.“대단하네. 너도 여기 있을 줄 몰랐어.”진몽요의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음악에 맞춰 흔들던 몸을 바로 세우고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왜? 나 같은 사람은 이 곳이랑 맞지 않아? 나 같은 인재야 말로 이런 곳에 와야 걸맞지. 돈 많은 남자 꿰면 신세가 한 순간에 뒤바뀔 거 아니야. 안 그래?”전지는 우아한 모양새로 웨이터의 쟁반 위에서 샴페인 두 잔을 집어 올렸다.“나한테 너무 그러지 마. 우리 사이 어떻게 될 지 아직 몰라.”진몽요는 순순히 샴페인을 받아 들었다. 마음이 어딘가 씁쓸하였지만 입은 가차 없이 비꼬기 바빴다.“아직 몰라? 하하… 우리 사이는 이제 분명해. 어때? 값 비싼 옷 걸치고, 명품 시계 차니까? 내 다음으로 만난 여자는? 오늘 데려온 거야? 네 바닥이 어떤지 좀 알려줘봐. 돈 맛 좀 보려고 부잣집 아줌마들 한테 드나드는 남자도 많다던데. 쯧쯧… 너도 그런 거 아니야?”전지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여자 그런 거 없어. 따지자면 네가 유일했던 거네.”진몽요는 거북한 듯 시선을 돌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건지, 그의 미소와 표정에 지금도 심장이 반응하였다. 솔직해지자면, 전지는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이였다. 방탕했던 그 때에서 벗어나 수트를 빼입는 성숙한 남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의 말에 어이가 없기도 하였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을
그 때, 진몽요의 허리에 돼지 같은 손이 올려졌다. 중년 남자는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여댔다.“저런 사람은 너 안 만나줄 거야. 난 너 같은 아가씨들 속셈을 알지. 돈 좀 만져보려는 거 아니야? 다른 말은 됐고, 오늘 밤 나랑 같이 가. 만족스러우면 내가 아파트 한 채 사줄 테니까.”진몽요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뺨을 내려쳤고, 남자의 얼굴에는 곧 붉은 자국이 남았다. 진몽요는 성난 듯 소리 질렀다.“별 두꺼비 같은 게!”주변은 일순간 조용해졌고, 모든 이가 곁눈질을 했다. 그 광경을 본 경소경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무슨 일이야?”중년 남자는 경소경을 보고는 움츠러들며 말했다.“경대표… 이게 무슨, 나는 그냥 아가씨에게 장난 친 것 뿐이네. 아가씨가 경대표네 사람인가?”전지의 안색이 일순간 어두웠다. 다가오려던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경소경은 남자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출구는 저쪽입니다. 꺼지시죠.”남자는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면목이 없었고, 기가 잔뜩 꺾인 채 연회장을 나섰다.진몽요 역시 창피한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경소경과 함께 자리한 것인데 소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얼마나 더 남았어? 나 여기 더 못 있겠어…”경소경은 손을 들어올리더니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10분이면 돼. 같이 돌아가자.”그의 행동에 진몽요는 사람들 몰래 그의 팔 안쪽을 꼬집으며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한 번만 더 만지면, 물어 죽인다!”경소경은 절로 기가 막혔으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팔을 구부려 그녀에게 팔짱을 끼라는 신호를 주었다.“가자.”경소경은 그렇게 진몽요와 함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몇몇 남자들이 모여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지는 진몽요의 왼쪽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계속 발끝만 쳐다볼 뿐이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기에 그녀는 손으로 경소경의 소
온연은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이는 목정침이 한 일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숙부를 감옥에 넣고, 100억까지 다시 돌려받았다.그녀는 이 일을 어떻게 여겨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목가경은 분명 옳지 못한 인간이였고, 응당한 벌을 받는 것이지만 그를 감옥에 넣은 것이 목정침이라고 하면, 그녀로 하여금 의문이 들게 했다. 목정침의 행동은 직접 손보기에는 격이 떨어지기에, 구덩이로 직접 뛰어들게 끔 하는 느낌이었다.“경대표님, 도련님은 서재에 계십니다.”임집사의 소리를 들은 온연은 거실의 소파에서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았고, 경소경이 막 입구에 들어오던 참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고, 급한 걸음으로 위층으로 향하였다.온연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목정침은 이 한 달 동안 회복이 되어 자유롭게 거동이 가능했는데, 경소경이 왔음에도 왜 직접 내려오지 않고 서재로 불러들였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소경은 저택에 아주 가끔씩 방문한다는 것이였다.서재 안, 경소경은 DNA 확인서를 목정침의 앞에 내밀었다.“최종 확인된 거야. 더 문제 있어?”목정침은 검사지를 세밀하게 읽어보고는 대답했다.“진몽요의 집안 일, 그것도 걔가 한 짓이지?”“응. 보석들을 현금화해서 회사를 차렸고, 거의 무너져가던 건물을 사들였어. 운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건물을 산지 얼마 안 돼 개발이 결정됐다 하더라고. 지금은 값이 엄청 올랐어.”목정침은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잔뜩 구겨진 검사지를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그의 눈 밑에는 한기가 서렸다.“직접 죽여 달라고 하니. 이제 그만 봐줄 때도 됐어.” 경소경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진몽요네 일가가 안됐지. 진몽요랑 3년이나 만났었고, 그 3년 동안 키워 온 진씨 집안을 결국은 자기 손 안에 넣었어. 난 여자에게 기대는 남자가 제일 한심한데, 그것도 이렇게나 비열한 수단은 정말 못 참아. 이걸 진몽요가 알게 되면 망가져버릴까 무서워.”목정침은 그를 바라보다 자연스레 올라가는 입꼬리
모창해는 복잡한 얼굴을 하더니 대답했다.“그래, 그 사고가 나기 전에 너희 아버지가 날 찾아 왔었어. 그리고 그 얘기를 했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나도 엄청 놀랐었어. 분명 너희 아버지랑 어머니는 관계가 무척 좋았거든…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다만 만약에 너희 형제가 대립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손을 써 주기를 바랬지. 지금 와서 생각 해보니, 자기가 그때까지 못 살 걸 알았나 봐. 사고도 예상했겠지. 물론 이건 너희 목가 일이니까. 난 잘 모르긴 해.”목정침은 눈을 내리깔고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히 숨겨냈다. 그저 꽉 쥐고 있던 두 주먹만이 그의 감정을 표현해냈다.“그 사람을 어머니와 같이 논할 수는 없어요. 삼촌께서는 임종 유언에 따라서 일 처리 해주시면 돼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죽을 짓을 사서 한 거지, 저는 죽일 마음 없었어요.”모창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잘게 떨었다.“그… 에이… 그래도 형제잖니. 이렇게나 오랜 시간동안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았으니, 앞으로도 조용히 지내면 되지. 네가 열 여덟 살 때부터 목가네의 모든 것을 짊어진 건 사실이야. 네 동생과는 관련 없어. 돈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주고 안주고는 네 자유지…”그의 말이 끝날 무렵, 목정침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모창해는 그에게 손짓을 하며 전화를 받으라는 눈치를 주었다.전화는 임집사에게서 온 것이였다. 보통 임집사는 중요한 일이 아니면 자신을 찾지 않았기에, 그의 미간은 벌써부터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네, 여보세요.”“도련님, 부인께서 병원에 계십니다.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임집사의 말투는 매우 가라 앉아있었고, 그것이 온연의 일이라는 것을 들은 순간 벌떡 일어나 나갈 수밖에 없었다.“삼촌, 저 먼저 가볼게요. 계산은 다 했어요, 급한 일이라서 먼저 가볼게요.”급히 도착한 병원의 깊고 긴 복도는 그를 어지럽게 하였다. 머리 위 흰 조명들은 저번에 그녀가 입원했을 때를 떠오르게 하였다. 급한 걸음이
병실 안의 밤은 고요하고도 길었다. 목정침은 단 한순간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다음날 아침, 온연은 느지막이 눈을 떴고, 독한 약 떄문에 안색은 하얬으며, 식은땀이 스며 나왔다. 목정침을 보는 순간에도 어리둥절한 듯 보였다.“아기는…”“괜찮아, 우리 아이 갖지 말자. 네가 괜찮으면 됐어.”온연은 천천히 한숨을 뱉어냈다. 어제 저녁 사고가 났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나 갑자기 앗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왜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괜찮았잖아요… 멋대로 먹지도 않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은 철저히 하지 않았는데…”넋을 잃고 혼잣말을 하는 온연의 눈은 혼이 없는 인형과도 같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네 몸이 아이를 임신할 수 없는 상태였어. 내 부주의이기도 해. 네가 처음 유산했을 때…”여기까지 말이 나왔으나, 그는 온연의 앞에서 강연연의 이름을 꺼내지 않으려 하였다.이내 온연의 고개가 푹 숙여지더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강연연, 내가 너한테 뭘 했길래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나는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할 거야, 그치? 나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온연의 말이 맞았다. 온연은 처음부터 강연연에게 아무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온연의 잘못은 없었다.목정침은 일어나 그녀에게 따듯한 물을 한 잔 건네 주었다.“물 좀 마셔.”그러나 온연은 움직임이 없었다.“아이는 여자아이였나요? 아이들 보셨어요? 누구를 닮았나요?”여기까지 말하자 온연은 무언가 의문이 들었다.“DNA검사… 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신 아이인 건 확인 해야죠.”밤새 잠을 못 잔 탓에 눈가가 시큰거려왔다.“응, 아이 봤어. 너를 닮았어… 아주 예뻐. 그런 말은 하지 마. 무슨 검사를 해, 아이는 내 아이가 맞아…”온연은 돌연 웃기 시작했다.“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왜 니들은 나를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이야? 당신한테는 빚진 게 있다고 쳐, 그런데 강
강균성은 애초부터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그의 눈에는 조금의 희망도 비춰지지 않았다.“그래… 온연에게 아직 돈이 있으니까. 그 집이랑 돈들 합치면 10억 정도 가치는 될 거야. 가, 어서 가봐!”강연연은 조사를 했고, 온연이 어젯밤 입원했다는 것을 알았다. 강연연은 화가 치밀어 병원으로 곧장 쫓아갔으나 병원의 경호원들에게 가로 막혀 버렸다. 그녀는 그 순간부터 부잣집 자재의 이미지는 버린 상태였다.“들어가게 둬! 그 천한 것 찾아야한다고!”병실에 있던 유씨 아주머니에게 바깥의 소란이 나지막이 들려왔고, 밖에 나와 상황을 살피고는 표정이 일순간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뭐 하러 온 거죠?”강연연의 꼴을 보아하니 정말 사람을 찾아온 것은 절대 아니었고, 마치 사람을 죽이러 온 듯하였다. 유씨 아주머니가 그런 그녀를 들여보낼 리는 절대 없었다.“부인은 지금 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에요. 돌아가요. 계속 소란 피우면 가만 안 있어요.”강연연은 일순간 손을 들어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을 내리쳤고, 그녀의 얼굴에는 곧 붉은 자국이 생겼다. 강연연은 미친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저리 꺼져! 목가네 개 주제에!”유씨 아주머니는 얼굴을 감싸 가리고는 분노에 몸을 떨며 말했다.“이 여자 멀리 내쫓고 우리 도련님께 전화 걸어서 나 줘요.”두 경호원은 그녀를 끌어냈고, 병원 건물 밖으로 아예 내보내 버렸다.유씨 아주머니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목정침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도련님, 강연연이 방금 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웠어요. 제 뺨까지 때리는데, 완전 미친 사람 같았어요.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데, 부인이 어떻게 편히 쉬겠어요? 지금은 병원 밖으로 내보내긴 했는데 언제 또 올지 몰라요.”목정침은 회의 중 이였고, 부하 직원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눈 밑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알겠어요. 제가 처리할게요. 안심하시고 자리 잘 지켜주세요.”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가 평범한 전화 통화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회
그녀의 말을 들은 목정침의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움켜 쥐고는 낮게 내리 깐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도전한다는 뜻이지.”강연연은 잡힌 턱이 아팠고, 놀라기도 했다. 눈물이 순식간에 흘렀고,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뭘 하고 싶은 건데…?”목정침은 그녀를 밀쳐냈다.“난 여자한테 손 대는 습관은 없어, 그런데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또 모르지. 그래도 내가 손 댈 일은 없어. 경호원들이 대신할 테니까.”강연연은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른 하이힐이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애를 쓰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절뚝이며 걸었으나,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를 경호원들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당황한 강연연은 아무 소리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서야 알았다. 목정침의 온화한 모습은 단지 표면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가 웃을 때면 세상이 봄인 듯하였으나, 그가 화가 났을 때는 마치 폭설이 내리는 듯하였다.“다시는 온연 안 찾아 갈게, 그냥 보내줘…”강연연은 스스로 타협하였다. 자신의 한은 눈 안 깊숙이 숨겼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를 수락하지 않는 한,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목정침은 경호원들에게 손짓을 하였고, 경호원들은 길을 비켜주었다. “한 번만 믿어줄게. 내 믿음 저버릴 생각 마.”병원, 눈을 뜬 온연은 첫마디로 누군가 왔냐는 질문을 하였다. 온연은 잠결에 어렴풋이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듯하였으나 너무 졸렸던 탓에 잠에서 깨지는 못하였었다.유씨 아주머니는 원통하다는 듯 말했다.“강연연이었어. 내가 못 들어오게 경호원을 불러서 내쫓았어. 안심해, 내가 도련님께 얘기했어. 다시는 못 오게 하실거래.”온연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몸을 일으켜 앉자 아랫배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한참이나 숨을 들이켜고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아주머니… 너무 아픈데 의사 찾아서 진통제 좀 놓아 달라 해주실래요?”유씨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