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의 밤은 고요하고도 길었다. 목정침은 단 한순간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다음날 아침, 온연은 느지막이 눈을 떴고, 독한 약 떄문에 안색은 하얬으며, 식은땀이 스며 나왔다. 목정침을 보는 순간에도 어리둥절한 듯 보였다.“아기는…”“괜찮아, 우리 아이 갖지 말자. 네가 괜찮으면 됐어.”온연은 천천히 한숨을 뱉어냈다. 어제 저녁 사고가 났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나 갑자기 앗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왜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괜찮았잖아요… 멋대로 먹지도 않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은 철저히 하지 않았는데…”넋을 잃고 혼잣말을 하는 온연의 눈은 혼이 없는 인형과도 같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네 몸이 아이를 임신할 수 없는 상태였어. 내 부주의이기도 해. 네가 처음 유산했을 때…”여기까지 말이 나왔으나, 그는 온연의 앞에서 강연연의 이름을 꺼내지 않으려 하였다.이내 온연의 고개가 푹 숙여지더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강연연, 내가 너한테 뭘 했길래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나는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할 거야, 그치? 나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온연의 말이 맞았다. 온연은 처음부터 강연연에게 아무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온연의 잘못은 없었다.목정침은 일어나 그녀에게 따듯한 물을 한 잔 건네 주었다.“물 좀 마셔.”그러나 온연은 움직임이 없었다.“아이는 여자아이였나요? 아이들 보셨어요? 누구를 닮았나요?”여기까지 말하자 온연은 무언가 의문이 들었다.“DNA검사… 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신 아이인 건 확인 해야죠.”밤새 잠을 못 잔 탓에 눈가가 시큰거려왔다.“응, 아이 봤어. 너를 닮았어… 아주 예뻐. 그런 말은 하지 마. 무슨 검사를 해, 아이는 내 아이가 맞아…”온연은 돌연 웃기 시작했다.“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왜 니들은 나를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이야? 당신한테는 빚진 게 있다고 쳐, 그런데 강
강균성은 애초부터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그의 눈에는 조금의 희망도 비춰지지 않았다.“그래… 온연에게 아직 돈이 있으니까. 그 집이랑 돈들 합치면 10억 정도 가치는 될 거야. 가, 어서 가봐!”강연연은 조사를 했고, 온연이 어젯밤 입원했다는 것을 알았다. 강연연은 화가 치밀어 병원으로 곧장 쫓아갔으나 병원의 경호원들에게 가로 막혀 버렸다. 그녀는 그 순간부터 부잣집 자재의 이미지는 버린 상태였다.“들어가게 둬! 그 천한 것 찾아야한다고!”병실에 있던 유씨 아주머니에게 바깥의 소란이 나지막이 들려왔고, 밖에 나와 상황을 살피고는 표정이 일순간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뭐 하러 온 거죠?”강연연의 꼴을 보아하니 정말 사람을 찾아온 것은 절대 아니었고, 마치 사람을 죽이러 온 듯하였다. 유씨 아주머니가 그런 그녀를 들여보낼 리는 절대 없었다.“부인은 지금 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에요. 돌아가요. 계속 소란 피우면 가만 안 있어요.”강연연은 일순간 손을 들어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을 내리쳤고, 그녀의 얼굴에는 곧 붉은 자국이 생겼다. 강연연은 미친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저리 꺼져! 목가네 개 주제에!”유씨 아주머니는 얼굴을 감싸 가리고는 분노에 몸을 떨며 말했다.“이 여자 멀리 내쫓고 우리 도련님께 전화 걸어서 나 줘요.”두 경호원은 그녀를 끌어냈고, 병원 건물 밖으로 아예 내보내 버렸다.유씨 아주머니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목정침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도련님, 강연연이 방금 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웠어요. 제 뺨까지 때리는데, 완전 미친 사람 같았어요.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데, 부인이 어떻게 편히 쉬겠어요? 지금은 병원 밖으로 내보내긴 했는데 언제 또 올지 몰라요.”목정침은 회의 중 이였고, 부하 직원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눈 밑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알겠어요. 제가 처리할게요. 안심하시고 자리 잘 지켜주세요.”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가 평범한 전화 통화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회
그녀의 말을 들은 목정침의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움켜 쥐고는 낮게 내리 깐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도전한다는 뜻이지.”강연연은 잡힌 턱이 아팠고, 놀라기도 했다. 눈물이 순식간에 흘렀고,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뭘 하고 싶은 건데…?”목정침은 그녀를 밀쳐냈다.“난 여자한테 손 대는 습관은 없어, 그런데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또 모르지. 그래도 내가 손 댈 일은 없어. 경호원들이 대신할 테니까.”강연연은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른 하이힐이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애를 쓰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절뚝이며 걸었으나,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를 경호원들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당황한 강연연은 아무 소리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서야 알았다. 목정침의 온화한 모습은 단지 표면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가 웃을 때면 세상이 봄인 듯하였으나, 그가 화가 났을 때는 마치 폭설이 내리는 듯하였다.“다시는 온연 안 찾아 갈게, 그냥 보내줘…”강연연은 스스로 타협하였다. 자신의 한은 눈 안 깊숙이 숨겼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를 수락하지 않는 한,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목정침은 경호원들에게 손짓을 하였고, 경호원들은 길을 비켜주었다. “한 번만 믿어줄게. 내 믿음 저버릴 생각 마.”병원, 눈을 뜬 온연은 첫마디로 누군가 왔냐는 질문을 하였다. 온연은 잠결에 어렴풋이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듯하였으나 너무 졸렸던 탓에 잠에서 깨지는 못하였었다.유씨 아주머니는 원통하다는 듯 말했다.“강연연이었어. 내가 못 들어오게 경호원을 불러서 내쫓았어. 안심해, 내가 도련님께 얘기했어. 다시는 못 오게 하실거래.”온연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몸을 일으켜 앉자 아랫배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한참이나 숨을 들이켜고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아주머니… 너무 아픈데 의사 찾아서 진통제 좀 놓아 달라 해주실래요?”유씨 아주
같이 슬퍼하고, 같이 웃고, 아이를 갖지 않는 것까지 같이 하자고 한다. 진몽요는 친구끼리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같이 하고 싶었다.온연은 냉랭했던 마음이 녹아 내리는 듯했다.“몽요… 고마워. 난 괜찮아. 조금 힘들 뿐이야. 네가 와 준 것만으로도 좋아. 너랑 얘기하면 기분도 좋아질 거야. 몽요, 나 이혼하고 싶어. 그런데 목정침이 안 해준다 하면, 어떻게 내가 여기서 떠날 수 있을까?”온연은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의 마음으로는 이 일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더 이상 목가의 자손을 이을 수도 없었다. 이는 목가와 같은 커다란 기업에 상속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온연은 앞으로 있을 머리 아픈 일들을 겪느니 이 곳을 떠나는 것이 백배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온연은 목가에 평생 있을 생각도 아니었다. 목가는 그녀에게 그저 화려한 속박일 뿐이었다.진몽요는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빠지고는 대답했다.“먼저 목정침이랑 얘기 잘 해둬. 얘기가 잘 안 통하면 법적 절차 밟아서 강제로 이혼해. 이혼하면, 넌 뭐 하고 싶어?”온연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아무것도. 재산도 필요 없어. 난 어쨌든 입양된 사람이니까, 난 이미 목가에 많은 빚을 졌어. 목가네 몫은 한 푼도 가져 갈 생각 없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그 사람한테는 별 소용도 없을 것 같아. 됐어, 일단 얘기 먼저 나눠야겠어.”진몽요는 온연의 생각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왜 소용이 없어? 바람을 피웠잖아, 강연연이랑. 이건 악질이라고. 네가 아이를 못 가지게 된 것도 강연연 때문이잖아. 난 너희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정말 네가 피곤해 보여서 말 해주는 거야. 결혼 생활 중 외도를 했다는 증거만 있어도 법적 이혼은 수월할 거야.”온연은 그녀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난 사법 절차가 제일 머리 아파. 네 말대로 그 사람의 외도 증거를 찾는 것도 싫고. 그냥 이혼만 하고 싶
온연은 긴장되는 듯 옷자락을 움켜쥐었으나,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였다.“아뇨, 전 이혼 해야겠어요. 제 뜻은 바뀔 일 없어요. 이번에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가 나오기만을 바라보고 살았어요. 모든 게 좋았는데, 운명이 저한테 떠나라 말하고 있어요. 저를 사랑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저는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어요. 저는 당신 앞이라면 평생을 긴장하며 영원히 죄의식 안에서 살아야 할 거에요. 사랑조차 없는데, 어떻게 계속 같이 살 수 있겠어요? 힘들지 않아요?”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넥타이를 느슨히 풀었다. 답답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부수고 싶었으나, 온연이 놀랄까 두려웠다.“날 사랑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혼은 동의할 수 없어. 알아서 잘 해봐! 난 나가봐야 해. 무슨 일 있으면 아주머니 찾아 얘기해.”말을 마치고 그는 곧장 외투를 챙겨 저택을 벗어났다. 차에 올라타니 진락이 물어왔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그는 아무 약속도 없었다. 오늘 하루는 비워 두고 그녀 곁에 있으려 한 것인데, 자신을 찾아와 이혼을 제의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방금 저택을 벗어나는 것이 마치 도망치는 것과 같다고 느껴졌다. 당연히 그는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몰랐고, 잠시 침묵하고는 말했다.“회사로 가.”대화는 중단되었다. 온연의 예상에서 빗난 것 이라고는 그가 화내지 않았다는 것과 무어라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목정침은 그녀가 어떤 짓을 하던지 이혼만은 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온연은 순식간에 피곤해 졌고, 이 커다란 저택을 보고 있자니 아득해지기까지 했다.수많은 생각을 거치고, 온연은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번과 같이 탕위엔을 데리고, 모든 살림살이들을 챙겼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부부는 2년 이상 별거를 하게 된다면, 단지 감정 문제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했다. 다른 길이 없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여행 가방과 탕위엔을 데리고 현관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목가의 경호원, 유씨 아주머니와
경씨 저택. 진몽요는 하람과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모녀 사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경소경은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한쪽에서 하람의 개를 만지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탄탄한 몸에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개를 안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다. 진몽요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를 쳐다볼 정도였다. 갑자기 하람이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진몽요에게 말했다. "몽요야, 이번이 두 번째지? 우리 집에 온 거 말이야. 오늘 밤에는 여기서 자고 가는 게 어때? 밤도 늦었고, 이렇게 둘이서 얘기나 하자. 소경이도 집에 묵은지 오래고, 오늘은 나랑 같이 있자." 진몽요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그…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어머님, 저희 엄마가 뭐라 하실거에요. 워낙 엄격한 분이시라 외박은 절대 안 되거든요. 그게 남자친구 집이라면 더더욱 안되고요." 하람이 실망한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집이 엄한 건 좋은 일이지. 이를 어쩐다. 난 네가 오늘 꼭 자고 갔으면 하는데. 이렇게 하자. 네 엄마 전화번호 좀 알려줘. 내가 전화해서 말해볼게. 내 잘못이야. 벌써 만나 뵀어야 하는데. 한집 식구 될 사이끼리, 내가 신경을 못 썼어." 강령한테 전화를 한다고? 진몽요는 긴장감에 손이 땀범벅이 되었다. 자기가 지금 경씨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여기로 온다고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경소경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강령이 알게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어머님, 됐어요. 저희 엄마가 일찍 주무셔서… 아마 지금쯤 주무시고 계실거에요. 벌써 열두 시가 넘었는걸요. 피부관리 하신다고 일찍 주무시거든요. 잘때는 핸드폰도 꺼놔서 아마 못 받으실 거에요." 마음이 너무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쯤 강령은 아직도 포커나 치고 있을것이다. 진몽요의 말을 듣자마자 하람이 말했다. "그럼 내가 내일 너희 엄마 찾아뵐게. 그 김에 오늘 일에 대
그녀는 그가 욕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가운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배개에서는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상쾌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그와 처음 만난 그날이 떠올랐다. 처음 본 그의 얼굴은 그녀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땐 전지랑 만나고 있어서 그의 얼굴에 설레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잠겨 그녀는 잠이 들었다. 편안한 침대, 높낮이가 딱 맞는 배게, 부드러운 이불.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잠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아늑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불편함에 잠에서 깼다. 저녁에 하람과 얘기하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는 빨리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화장실로 걸어가려던 그 순간 그녀는 뭘 밟았는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경소경의 신음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배가 경소경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그러다가 그만 침대맡에 몸을 박고 말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에 부딪혀서 그런지 몸이 너무 아팠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경소경에게 투정을 부렸다. "뭐야? 왜 침대 옆에서 자고 그래? 아… 아파죽겠네…" 방안의 불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경소경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럼 어디서 자라는 건데? 너 대체 몸무게가 얼마야? 뇌진탕 온줄 알았네. " 그녀가 바닥에 앉아 허리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건데… 어디 부딪친 거야?" 그녀는 화장실이 너무 급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허리를 짚으며 화장실로 돌진했다. 볼일을 다 보고 나온 그녀는 침대맡에 꽁해 있는 경소경을 보았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당한 듯 억울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침대
그녀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여러 번 떨렸다. 이 모든 게 우연이길 바랄 뿐이었다… 전화를 끝낸 하람이 계단에서 머뭇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리로 와서 밥 먹자, 몽요야. 방금 너희 엄마랑 통화했어. 우리 소경이랑 만난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나게 좋아하시던데? 오늘 오후에 같이 차 한잔하기로 했어."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어머님, 저희 엄마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진몽요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말이지… 알려고 노력만 하면 알 수 있는 거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왜, 무슨 일 있어? 기분 나빠 보이는데. 설마… 너 몰래 너희 엄마랑 연락해서 그런 거니? 난 그냥 좋은 일이라, 말씀드려도 상관없겠다 싶었지." 하람이 그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져 갔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뭐 어떡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님, 기분 나쁜 게 아니라요.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빨리 아침 먹어요. 저 곧 출근해야 할 시간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얼마나 못된 사람인지 하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경소경의 여자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더라도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침을 절반이나 먹었을까, 경소경은 그때서야 멀쩡한 정신으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왼손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왼손과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진몽요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다. "당신 왼손잡이였어요? 근데 평소에는 오른손으로 밥 먹던데…" 경소경이 꽁하게 대답했다. "어젯밤에 돼지한테 밟혀서 오른손을 못 들게 됐거든요." 그의 대답이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그녀의 얼굴이 데친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살짝 밟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심각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하람의 자기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