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어딘가 긴장이 되어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요! 전 그냥… 무서웠어요. 중환자실에 있었잖아요, 정말 죽은 사람 같았거든요… 그런 모습은 처음이였어요, 너무 무서웠다고요…”그의 입꼬리가 얕게 올라갔다.“…그래, 알았어.”온연은 긴장을 풀기 위해 다른 화제를 찾아 질문하였다.“어쩌다가 사고가 나신 거에요?”그는 자세한 경위를 그녀에게 알리기 싫었다. 그녀에게 알려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녀에게 심리적 부담감만 더 안기게 될 것이였다.“물어보지 마. 알아도 별 소용없을 거야.”그는 말을 이었다.“진함이 준 자료들은 정말 유용했어, 도움이 될 거야. 네가 생각했던 그런 건 아니야. 내 사고랑은 연관 없어. 이전에는 강가네를 위했겠지만 지금은 널 위하고 있어. 날 해치는 건 그 사람에게 아무런 의미 없어.”온연은 진함의 이야기를 화제로 삼기 싫었다.“알았어요.”“그리고 강연연이랑도 만난 적 없어.”그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고 온연은 잠시 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화제의 이야기는 온연을 어색하게 만들었다.“해명 할 필요 없어요… 듣고 싶지도 않구요.”“그래, 알겠어.”그의 한마디 후 또 다시 침묵이 흘렀으나 온연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고, 무료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온연은 굳이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그의 옆에 앉아있었다.그렇게 20분쯤 지났을까, 목정침은 더 이상 인기척이 없었다. 잠든 듯하였다. 그의 상태는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였다. 방금 그녀와 조금 나눈 대화로 체력이 모두 소진된 듯했다. 온연은 그가 잠에 들었음에도 그에게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온연은 그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조심스레 그곳을 벗어났다. 진몽요는 밖에서 기다리다 잠에 들 기세였다.“마님, 이제 갈까요?”온연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미안, 갑자기 깼길래 얘기 좀 나눴어.”진몽요는 온연을 탓하지 않았다.“다행이네, 안 깼으면 괜히 왔던 거잖아. 이
창 밖으로 차들이 쏜살같이 지나다니고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돌연 적막해진 차 안과 선명히 대조되었다.온연은 대답이 없었으나 그 침묵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었다.진몽요는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젠장! 진작부터 이럴 줄 알고 있었어! 네가 왜 목정침 같은 외모 좋고 능력 되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았어, 넌 무해한 작은 양일 뿐인데, 그 사람은 늑대라고! 네 살점을 한 덩이 떼어주더라도 넌 그거에 감사해야 한다는 거 잖아!”진몽요가 분에 가득찬 모습과 달리 온연의 표정은 지나치게 평온했다.네 생각만큼 그렇게 악질은 아니야.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강연연이랑 무슨 사이였던 신경 쓰지 않았어. 하지만 강연연이 한 짓을 감싸줬을 때 상처받았던 건 사실이야, 그래도… 미워하지 않을 거야.”“그거 알아? 그 사람은 날 사랑한다 했었어. 그런데도 나는 심개랑 침대에 같이 있는 모습을 들켰고, 그 사람을 배신했지. 날 상처받게 한 걸로 뭐라 할 거 없어. 어쨌든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나도 그를 한 번 상처받게 한 거야. 공평하지. 내가 피해자가 될 자격이 되겠어?”“지금까지도 3년 전 심개랑 내 사진을 인터넷에 배포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 두번이나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누가 그랬는지 몰라. 나도 정말 미련하지.”진몽요는 마음이 복잡해진 듯 보였다.“그랬구나,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세상에 공평하다는 건 없어. 네가 이렇게 참고 견디면 공평하다는 거야?”온연은 대답하지 않고 창 밖의 야경을 보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다음 날, 온연은 점심이 되어서야 잠에서 일어났다. 온연이 일어난 뒤 허기질 것을 걱정한 유씨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덥혀 둔 식사를 바로 준비해왔다.“연아, 밥 먹고 정원에서 좀 걸어. 많이 움직여 둬야지, 좀 있으면 몸이 많이 무거워질 거야.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일 수 있어.”온연은 순순히 식탁에 앉아 유씨 아주머니가 반찬들을 내오길 기다렸고, 유
곧 진몽요가 택시를 타고 도착하였다. 온연은 진몽요가 직접 차를 운전하기를 바랬으나 임집사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임집사의 방에서 눈에 띄는 아무 열쇠를 가지고는 차고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진몽요는 포장된 닭고기 수프를 머리 위에 이고는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차를 끌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안 돼 번쩍번쩍한 은색 빛깔이 시야에 들어찼고, 차체에 반사되는 햇빛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진몽요는 절로 얼빠진 표정이 지어졌다. 그것은 바로 은색 스포츠카였고, 눈에 그 모습을 담자마자 날뛸 것처럼 흥분 되었다.진몽요는 긴장감에 식은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연아, 너 정말 내가 이 차를 운전해서 닭고기 수프를 갖다 주길 바래? 실수로 흘리면, 목정침이 나를 목 졸라 죽이겠지?”온연은 차를 잘 몰랐다. 그저 운행만 된다면 상관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됐어, 잘 굴러 가기만 하면 됐지. 졸라도 내 목을 조르지, 네 목을 조르지는 않을 거야. 수프 가져다주려 했을 뿐인 걸 뭐. 그나저나… 이 차, 싸지 않은 거 맞지?”진몽요는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 잘게 고개를 끄덕여 댔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는 흥분감이 가득 차 있었다.“맞아, 싸지 않지. 절대 싸지 않아. 게다가 지금은 구할 수도 없어, 한정판 이거든. 나중에 이거 갖다 팔라고 해봐, 엄청 비싸게 팔 수 있을 걸. 나 어릴 때 아빠한테 이 차종으로 사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죽어서야 얻을 수 있을 거랬어…”목가에는 이렇게나 차가 많았고, 오랜 세월 동안 봐왔지만, 차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았다. 가격은 왜 그렇게 비싼 것 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진몽요의 심정 역시 공감할 수 없었다.도로 위, 적지 않은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목정침의 이 차에 관심을 드러냈고, 또 어느 차는 꼬리처럼 그들을 따라붙기까지 했다.진몽요의 허영심이 또 한 번 드러났다.“이거 기분 나쁘지 않네, 내가 예전에 몰던 차들도 나쁘지는 않은 차들이었는데도 이 정도 반
곧 그들은 백화점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신생아의 옷을 고르고 있었다. 매 한 벌 한 벌이 그렇게나 귀여울 수가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아이가 여자아이 일 것이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분홍 옷에 눈길이 갔고, 보면 볼수록 예뻐 이대로면 전부 사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진몽요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쯧쯧, 애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모성이 엄청나네. 네가 이렇게나 빨리 어머니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시간 정말 빠르다. 내가 말해주는데, 혼자서 힘들게 물건 사러 다니지 마, 목정침 퇴원할 때 같이 다녀.”그 말에 온연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그녀의 입을 덥석 막았다.“싫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목정침이 이런데 와서 애기 옷을 골라줄 것 같아? 그런 장면은 상상도 안 된다.”진몽요는 부성애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의 옷을 고르는 목정침을 상상했고, 곧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하긴, 우리가 골라서 사 가자. 그리고 네 것도 구경하고. 우리집 온수기가 고장 났거든, 집에 빨리 들어가서 고쳐야할 것 같아. 아님 우리 엄마가 또 뭐라고 해.”두 사람은 곧 유아 코너에서 보석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백화점의 보석 매장은 목가네 소유였다. 비록 부정적인 기사들로 인해 손님이 매우 떨어졌으나, 다년 간 오래 된 브랜드였기에 그 잠깐의 풍파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었다.진몽요는 한 목걸이 앞에 서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목걸이는 플래티넘 재질이며 작은 눈물 방울 모양의 푸른 보석이 장식으로 박혀 있었다. 디자인은 간결하였으나 눈에 띄었고, 배색 역시 보기 좋았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데스크의 직원을 불렀다.“목걸이 좀 꺼내서 보여주세요~”오피스룩을 입고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데스크의 직원은 진몽요를 흘끗 쳐다보고는 어딘가 탐탁치 않은 듯 대답했다.“그 목걸이 가격이 꽤 비싸요, 멋대로 꺼낼 수 없고 시착은 더 어려워요. 분명히 구매하신다고 하면 꺼내 드릴 수 있습니다.”온연은
붉은 옷의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 졌고, 전지의 뒤에 선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비서의 신분이었고, 목걸이 역시 여성 고객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려던 것이었다.진몽요는 이런 방식으로 전지에게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곧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번에 전병은 내가 다 먹었어. 그니까 목걸이는 없는 걸로 하자. 난 목걸이 살 수 없어, 너한테 받을 수도 없고.”온연은 가방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내 카드로 계산해, 내가 살래.”전지는 자신의 카드로 계산하기를 고집했고, 진몽요의 반발과 비꼬는 어투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계산을 하는 동안 전지는 또 다른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목걸이도 같이 포장해줘요.”진몽요는 돌연 자극이라도 된 것인지 포장된 목걸이를 바닥에 떨구며 반박했다.“전지, 지금 너 돈 많다고 자랑해? 이러면 마음이 좀 편해져? 예전에 내가 너한테 돈 쓸 때도 이랬다고, 그치?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였어? 그래서 지금 두배로 돌려주는 거야?!”전지는 입을 꾹 다물더니 곧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런 거 아니야, 네 오해야. 너가 좋아하니까 선물하는 거, 그게 다야.”모욕적인 느낌은 너무나 선명했다. 헤어질 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했다. 진몽요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다시금 냉정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돈은 이미 나한테 다 갚았잖아. 우리는 다 정리된 거야. 너 돈 많다고 과시할 거 없어. 지금 나는 빈털터리 신세지만, 우리 관계랑은 아무 상관없는 거야. 그 목걸이는 다른 사람 선물해.”말을 마친 진몽요는 몸을 돌려 그곳에서 벗어났고, 온연 역시 급히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붉은 옷의 여자가 조심스레 물어왔다.“괜찮아.”전지는 떨어트린 목걸이를 주워 올리고는 진몽요가 떠난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방금 그 사람, 누군지 모릅니까?”이는 데스크의 직원에게 한 말이였고, 직원은 그저 멍할 뿐이였다.
반찬이 모두 식탁에 오르자마자 온연은 젓가락질을 시작하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식사에만 집중해야만 맞은편의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고, 어색함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목정침은 금방 퇴원했기에 입맛이 좋지 못했고, 얼마 먹지 못하고 진락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돌아갔다. 온연이 위층으로 올라갈쯤에는 진락이 이미 목정침을 도와 몸을 닦아내 준 상태였다. 몸에 상처가 있었기에 곧바로 샤워할 수는 없었다. 결벽 적인 사람에게는 이만한 괴로움이 따로 없었다.“저는 객실에서 잘게요.”온연은 그의 상처 가득한 몸을 보고, 혹시라도 자는 동안 그의 상처를 건들일까 무서웠다.“그래.”목정침은 흔쾌히 수락했고, 그 역시 온연의 배를 건드릴까 두려웠다. 따로 자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얼마가 지났을까, 온연은 인기척에 잠에서 깨 시간을 확인하였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이었고, 호기심을 참지 못한 온연은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손님이라도 온 것 인지 임집사가 누군가를 접대하던 중이었다.얼마 후 인기척이 잦아들었고, 온연은 방으로 돌아가 다시금 잠을 청했다. 이 때문에 잠이 깨버려 다음 날 10시가 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온연은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유씨 아주머니에게 질문하였다.“어제 밤에 누가 왔었어요?”유씨 아주머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맞아, 누가 좀 왔었지. 도련님은 안 만났고, 진락이 상대했어. 돈 달라는 그런 거,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겠지만 이 다음에는 떼 줄 일 없어.”온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요?”유씨 아주머니는 소리를 낮춘 채 대답했다.“도련님의 숙부가 오셨거든. 젊을 때부터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였어. 범죄를 저지르고 나와서 아버님, 그러니까 도련님의 할아버님에게 쫓겨났지. 그 때 집안에 많은 일이 있었거든, 사람이 죽기도 많이 죽었고. 그런데도 숙부라는 사람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었어. 지금은 살림이 너무
목가경은 짜증 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나한테 정이네 본분이네 따지지 마. 혼자서 살아갈 방법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라도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네가 날 싫어하는 건 내 알 바 아니야, 난 돈만 받으면 돼. 너야말로 아버지의 불륜으로 생긴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어떨 것 같은데? 목가는 몇 대가 걸쳐 힘들게 만들어낸 기업체야.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은 헤어진 네 동생을 찾아 낼 것이고, 넌 네 동생과 재산을 반씩 나누어 갖게 되겠지. 네 손해가 엄청날 거라고. 큰 거 바라지 않아, 100억만 줘. 그럼 사라져 줄 테니까.”목정침은 절대 감정을 얼굴 밖으로 표현해내지 않았다. 그저 데스크 위의 전화기를 들어 임집사에게 무어라 연락을 취했고, 임집사는 곧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며 목정침에게 수표를 건네었다.“도련님,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목정침은 무덤덤하게 수표 위에 그 액수를 적었다.“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방법이 있나?”임집사는 뭐라 더 말할 수가 없었다. 목가경은 급히 목정침의 손에서 수표를 낚아 채어가며 말했다.“역시 내 조카야. 안심해, 목가네 일은 내 배 안에서 썩어 없어질 때까지 단 한글자도 바깥에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목정침은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믿어 보겠어… 무조건 당신 배 속에서 썩어 없어져야만 할 거야.”그 후 목가경이 그 곳을 떠났고, 임집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입만 열면 몇 백억, 바라는 것도 많으시군요. 이건 절대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도련님, 특별히 처리가 필요할까요…?”목정침은 눈썹을 한 번 꿈틀거렸다.“어떻게 생각 하시죠? 이런 일은 하지 않은 지 몇 년인데, 저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네요. 지금 저 인간은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입니다. 없어진다 해도 알아 챌 사람조차 없을 겁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끔 해요.”임집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고, 서재에서 벗어나려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문 밖에 있던 온연의 손
연회장, 진몽요는 경소경이 자신의 곁에 없더라도 절대 심심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 먹고, 마시는 건 나쁠 게 없었다.휘황찬란한 연회장의 로비는 꽤나 번잡하였다. 잔뜩 멋을 부린 유명한 귀족 집안 사람들과 우아한 신사숙녀들 뿐이었고, 그들은 신분이라는 가죽을 걸치고 완벽히 자신의 배역에 맞춰 행동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는 운을 시험하려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는 사업을 증진하기 위해, 여자는 잘난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값 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였을 뿐, 그 속내는 어떨지 확신할 수 없었다.“대단하네. 너도 여기 있을 줄 몰랐어.”진몽요의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음악에 맞춰 흔들던 몸을 바로 세우고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왜? 나 같은 사람은 이 곳이랑 맞지 않아? 나 같은 인재야 말로 이런 곳에 와야 걸맞지. 돈 많은 남자 꿰면 신세가 한 순간에 뒤바뀔 거 아니야. 안 그래?”전지는 우아한 모양새로 웨이터의 쟁반 위에서 샴페인 두 잔을 집어 올렸다.“나한테 너무 그러지 마. 우리 사이 어떻게 될 지 아직 몰라.”진몽요는 순순히 샴페인을 받아 들었다. 마음이 어딘가 씁쓸하였지만 입은 가차 없이 비꼬기 바빴다.“아직 몰라? 하하… 우리 사이는 이제 분명해. 어때? 값 비싼 옷 걸치고, 명품 시계 차니까? 내 다음으로 만난 여자는? 오늘 데려온 거야? 네 바닥이 어떤지 좀 알려줘봐. 돈 맛 좀 보려고 부잣집 아줌마들 한테 드나드는 남자도 많다던데. 쯧쯧… 너도 그런 거 아니야?”전지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여자 그런 거 없어. 따지자면 네가 유일했던 거네.”진몽요는 거북한 듯 시선을 돌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건지, 그의 미소와 표정에 지금도 심장이 반응하였다. 솔직해지자면, 전지는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이였다. 방탕했던 그 때에서 벗어나 수트를 빼입는 성숙한 남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의 말에 어이가 없기도 하였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