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들은 백화점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신생아의 옷을 고르고 있었다. 매 한 벌 한 벌이 그렇게나 귀여울 수가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아이가 여자아이 일 것이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분홍 옷에 눈길이 갔고, 보면 볼수록 예뻐 이대로면 전부 사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진몽요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쯧쯧, 애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모성이 엄청나네. 네가 이렇게나 빨리 어머니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시간 정말 빠르다. 내가 말해주는데, 혼자서 힘들게 물건 사러 다니지 마, 목정침 퇴원할 때 같이 다녀.”그 말에 온연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그녀의 입을 덥석 막았다.“싫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목정침이 이런데 와서 애기 옷을 골라줄 것 같아? 그런 장면은 상상도 안 된다.”진몽요는 부성애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의 옷을 고르는 목정침을 상상했고, 곧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하긴, 우리가 골라서 사 가자. 그리고 네 것도 구경하고. 우리집 온수기가 고장 났거든, 집에 빨리 들어가서 고쳐야할 것 같아. 아님 우리 엄마가 또 뭐라고 해.”두 사람은 곧 유아 코너에서 보석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백화점의 보석 매장은 목가네 소유였다. 비록 부정적인 기사들로 인해 손님이 매우 떨어졌으나, 다년 간 오래 된 브랜드였기에 그 잠깐의 풍파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었다.진몽요는 한 목걸이 앞에 서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목걸이는 플래티넘 재질이며 작은 눈물 방울 모양의 푸른 보석이 장식으로 박혀 있었다. 디자인은 간결하였으나 눈에 띄었고, 배색 역시 보기 좋았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데스크의 직원을 불렀다.“목걸이 좀 꺼내서 보여주세요~”오피스룩을 입고 세련된 메이크업을 한 데스크의 직원은 진몽요를 흘끗 쳐다보고는 어딘가 탐탁치 않은 듯 대답했다.“그 목걸이 가격이 꽤 비싸요, 멋대로 꺼낼 수 없고 시착은 더 어려워요. 분명히 구매하신다고 하면 꺼내 드릴 수 있습니다.”온연은
붉은 옷의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 졌고, 전지의 뒤에 선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비서의 신분이었고, 목걸이 역시 여성 고객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려던 것이었다.진몽요는 이런 방식으로 전지에게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곧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번에 전병은 내가 다 먹었어. 그니까 목걸이는 없는 걸로 하자. 난 목걸이 살 수 없어, 너한테 받을 수도 없고.”온연은 가방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내 카드로 계산해, 내가 살래.”전지는 자신의 카드로 계산하기를 고집했고, 진몽요의 반발과 비꼬는 어투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계산을 하는 동안 전지는 또 다른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목걸이도 같이 포장해줘요.”진몽요는 돌연 자극이라도 된 것인지 포장된 목걸이를 바닥에 떨구며 반박했다.“전지, 지금 너 돈 많다고 자랑해? 이러면 마음이 좀 편해져? 예전에 내가 너한테 돈 쓸 때도 이랬다고, 그치?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였어? 그래서 지금 두배로 돌려주는 거야?!”전지는 입을 꾹 다물더니 곧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런 거 아니야, 네 오해야. 너가 좋아하니까 선물하는 거, 그게 다야.”모욕적인 느낌은 너무나 선명했다. 헤어질 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했다. 진몽요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다시금 냉정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돈은 이미 나한테 다 갚았잖아. 우리는 다 정리된 거야. 너 돈 많다고 과시할 거 없어. 지금 나는 빈털터리 신세지만, 우리 관계랑은 아무 상관없는 거야. 그 목걸이는 다른 사람 선물해.”말을 마친 진몽요는 몸을 돌려 그곳에서 벗어났고, 온연 역시 급히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붉은 옷의 여자가 조심스레 물어왔다.“괜찮아.”전지는 떨어트린 목걸이를 주워 올리고는 진몽요가 떠난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방금 그 사람, 누군지 모릅니까?”이는 데스크의 직원에게 한 말이였고, 직원은 그저 멍할 뿐이였다.
반찬이 모두 식탁에 오르자마자 온연은 젓가락질을 시작하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식사에만 집중해야만 맞은편의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고, 어색함을 가라 앉힐 수 있었다.목정침은 금방 퇴원했기에 입맛이 좋지 못했고, 얼마 먹지 못하고 진락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돌아갔다. 온연이 위층으로 올라갈쯤에는 진락이 이미 목정침을 도와 몸을 닦아내 준 상태였다. 몸에 상처가 있었기에 곧바로 샤워할 수는 없었다. 결벽 적인 사람에게는 이만한 괴로움이 따로 없었다.“저는 객실에서 잘게요.”온연은 그의 상처 가득한 몸을 보고, 혹시라도 자는 동안 그의 상처를 건들일까 무서웠다.“그래.”목정침은 흔쾌히 수락했고, 그 역시 온연의 배를 건드릴까 두려웠다. 따로 자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얼마가 지났을까, 온연은 인기척에 잠에서 깨 시간을 확인하였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이었고, 호기심을 참지 못한 온연은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손님이라도 온 것 인지 임집사가 누군가를 접대하던 중이었다.얼마 후 인기척이 잦아들었고, 온연은 방으로 돌아가 다시금 잠을 청했다. 이 때문에 잠이 깨버려 다음 날 10시가 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온연은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유씨 아주머니에게 질문하였다.“어제 밤에 누가 왔었어요?”유씨 아주머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맞아, 누가 좀 왔었지. 도련님은 안 만났고, 진락이 상대했어. 돈 달라는 그런 거,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겠지만 이 다음에는 떼 줄 일 없어.”온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요?”유씨 아주머니는 소리를 낮춘 채 대답했다.“도련님의 숙부가 오셨거든. 젊을 때부터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였어. 범죄를 저지르고 나와서 아버님, 그러니까 도련님의 할아버님에게 쫓겨났지. 그 때 집안에 많은 일이 있었거든, 사람이 죽기도 많이 죽었고. 그런데도 숙부라는 사람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었어. 지금은 살림이 너무
목가경은 짜증 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나한테 정이네 본분이네 따지지 마. 혼자서 살아갈 방법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라도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네가 날 싫어하는 건 내 알 바 아니야, 난 돈만 받으면 돼. 너야말로 아버지의 불륜으로 생긴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어떨 것 같은데? 목가는 몇 대가 걸쳐 힘들게 만들어낸 기업체야.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은 헤어진 네 동생을 찾아 낼 것이고, 넌 네 동생과 재산을 반씩 나누어 갖게 되겠지. 네 손해가 엄청날 거라고. 큰 거 바라지 않아, 100억만 줘. 그럼 사라져 줄 테니까.”목정침은 절대 감정을 얼굴 밖으로 표현해내지 않았다. 그저 데스크 위의 전화기를 들어 임집사에게 무어라 연락을 취했고, 임집사는 곧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며 목정침에게 수표를 건네었다.“도련님,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목정침은 무덤덤하게 수표 위에 그 액수를 적었다.“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방법이 있나?”임집사는 뭐라 더 말할 수가 없었다. 목가경은 급히 목정침의 손에서 수표를 낚아 채어가며 말했다.“역시 내 조카야. 안심해, 목가네 일은 내 배 안에서 썩어 없어질 때까지 단 한글자도 바깥에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목정침은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믿어 보겠어… 무조건 당신 배 속에서 썩어 없어져야만 할 거야.”그 후 목가경이 그 곳을 떠났고, 임집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입만 열면 몇 백억, 바라는 것도 많으시군요. 이건 절대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도련님, 특별히 처리가 필요할까요…?”목정침은 눈썹을 한 번 꿈틀거렸다.“어떻게 생각 하시죠? 이런 일은 하지 않은 지 몇 년인데, 저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네요. 지금 저 인간은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입니다. 없어진다 해도 알아 챌 사람조차 없을 겁니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끔 해요.”임집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고, 서재에서 벗어나려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문 밖에 있던 온연의 손
연회장, 진몽요는 경소경이 자신의 곁에 없더라도 절대 심심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 먹고, 마시는 건 나쁠 게 없었다.휘황찬란한 연회장의 로비는 꽤나 번잡하였다. 잔뜩 멋을 부린 유명한 귀족 집안 사람들과 우아한 신사숙녀들 뿐이었고, 그들은 신분이라는 가죽을 걸치고 완벽히 자신의 배역에 맞춰 행동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는 운을 시험하려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는 사업을 증진하기 위해, 여자는 잘난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값 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였을 뿐, 그 속내는 어떨지 확신할 수 없었다.“대단하네. 너도 여기 있을 줄 몰랐어.”진몽요의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음악에 맞춰 흔들던 몸을 바로 세우고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왜? 나 같은 사람은 이 곳이랑 맞지 않아? 나 같은 인재야 말로 이런 곳에 와야 걸맞지. 돈 많은 남자 꿰면 신세가 한 순간에 뒤바뀔 거 아니야. 안 그래?”전지는 우아한 모양새로 웨이터의 쟁반 위에서 샴페인 두 잔을 집어 올렸다.“나한테 너무 그러지 마. 우리 사이 어떻게 될 지 아직 몰라.”진몽요는 순순히 샴페인을 받아 들었다. 마음이 어딘가 씁쓸하였지만 입은 가차 없이 비꼬기 바빴다.“아직 몰라? 하하… 우리 사이는 이제 분명해. 어때? 값 비싼 옷 걸치고, 명품 시계 차니까? 내 다음으로 만난 여자는? 오늘 데려온 거야? 네 바닥이 어떤지 좀 알려줘봐. 돈 맛 좀 보려고 부잣집 아줌마들 한테 드나드는 남자도 많다던데. 쯧쯧… 너도 그런 거 아니야?”전지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여자 그런 거 없어. 따지자면 네가 유일했던 거네.”진몽요는 거북한 듯 시선을 돌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건지, 그의 미소와 표정에 지금도 심장이 반응하였다. 솔직해지자면, 전지는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이였다. 방탕했던 그 때에서 벗어나 수트를 빼입는 성숙한 남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의 말에 어이가 없기도 하였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을
그 때, 진몽요의 허리에 돼지 같은 손이 올려졌다. 중년 남자는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여댔다.“저런 사람은 너 안 만나줄 거야. 난 너 같은 아가씨들 속셈을 알지. 돈 좀 만져보려는 거 아니야? 다른 말은 됐고, 오늘 밤 나랑 같이 가. 만족스러우면 내가 아파트 한 채 사줄 테니까.”진몽요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뺨을 내려쳤고, 남자의 얼굴에는 곧 붉은 자국이 남았다. 진몽요는 성난 듯 소리 질렀다.“별 두꺼비 같은 게!”주변은 일순간 조용해졌고, 모든 이가 곁눈질을 했다. 그 광경을 본 경소경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무슨 일이야?”중년 남자는 경소경을 보고는 움츠러들며 말했다.“경대표… 이게 무슨, 나는 그냥 아가씨에게 장난 친 것 뿐이네. 아가씨가 경대표네 사람인가?”전지의 안색이 일순간 어두웠다. 다가오려던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경소경은 남자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출구는 저쪽입니다. 꺼지시죠.”남자는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면목이 없었고, 기가 잔뜩 꺾인 채 연회장을 나섰다.진몽요 역시 창피한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경소경과 함께 자리한 것인데 소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얼마나 더 남았어? 나 여기 더 못 있겠어…”경소경은 손을 들어올리더니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10분이면 돼. 같이 돌아가자.”그의 행동에 진몽요는 사람들 몰래 그의 팔 안쪽을 꼬집으며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한 번만 더 만지면, 물어 죽인다!”경소경은 절로 기가 막혔으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팔을 구부려 그녀에게 팔짱을 끼라는 신호를 주었다.“가자.”경소경은 그렇게 진몽요와 함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몇몇 남자들이 모여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지는 진몽요의 왼쪽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계속 발끝만 쳐다볼 뿐이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기에 그녀는 손으로 경소경의 소
온연은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이는 목정침이 한 일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숙부를 감옥에 넣고, 100억까지 다시 돌려받았다.그녀는 이 일을 어떻게 여겨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목가경은 분명 옳지 못한 인간이였고, 응당한 벌을 받는 것이지만 그를 감옥에 넣은 것이 목정침이라고 하면, 그녀로 하여금 의문이 들게 했다. 목정침의 행동은 직접 손보기에는 격이 떨어지기에, 구덩이로 직접 뛰어들게 끔 하는 느낌이었다.“경대표님, 도련님은 서재에 계십니다.”임집사의 소리를 들은 온연은 거실의 소파에서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았고, 경소경이 막 입구에 들어오던 참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고, 급한 걸음으로 위층으로 향하였다.온연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목정침은 이 한 달 동안 회복이 되어 자유롭게 거동이 가능했는데, 경소경이 왔음에도 왜 직접 내려오지 않고 서재로 불러들였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소경은 저택에 아주 가끔씩 방문한다는 것이였다.서재 안, 경소경은 DNA 확인서를 목정침의 앞에 내밀었다.“최종 확인된 거야. 더 문제 있어?”목정침은 검사지를 세밀하게 읽어보고는 대답했다.“진몽요의 집안 일, 그것도 걔가 한 짓이지?”“응. 보석들을 현금화해서 회사를 차렸고, 거의 무너져가던 건물을 사들였어. 운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건물을 산지 얼마 안 돼 개발이 결정됐다 하더라고. 지금은 값이 엄청 올랐어.”목정침은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잔뜩 구겨진 검사지를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그의 눈 밑에는 한기가 서렸다.“직접 죽여 달라고 하니. 이제 그만 봐줄 때도 됐어.” 경소경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진몽요네 일가가 안됐지. 진몽요랑 3년이나 만났었고, 그 3년 동안 키워 온 진씨 집안을 결국은 자기 손 안에 넣었어. 난 여자에게 기대는 남자가 제일 한심한데, 그것도 이렇게나 비열한 수단은 정말 못 참아. 이걸 진몽요가 알게 되면 망가져버릴까 무서워.”목정침은 그를 바라보다 자연스레 올라가는 입꼬리
모창해는 복잡한 얼굴을 하더니 대답했다.“그래, 그 사고가 나기 전에 너희 아버지가 날 찾아 왔었어. 그리고 그 얘기를 했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나도 엄청 놀랐었어. 분명 너희 아버지랑 어머니는 관계가 무척 좋았거든…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다만 만약에 너희 형제가 대립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손을 써 주기를 바랬지. 지금 와서 생각 해보니, 자기가 그때까지 못 살 걸 알았나 봐. 사고도 예상했겠지. 물론 이건 너희 목가 일이니까. 난 잘 모르긴 해.”목정침은 눈을 내리깔고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히 숨겨냈다. 그저 꽉 쥐고 있던 두 주먹만이 그의 감정을 표현해냈다.“그 사람을 어머니와 같이 논할 수는 없어요. 삼촌께서는 임종 유언에 따라서 일 처리 해주시면 돼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죽을 짓을 사서 한 거지, 저는 죽일 마음 없었어요.”모창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잘게 떨었다.“그… 에이… 그래도 형제잖니. 이렇게나 오랜 시간동안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았으니, 앞으로도 조용히 지내면 되지. 네가 열 여덟 살 때부터 목가네의 모든 것을 짊어진 건 사실이야. 네 동생과는 관련 없어. 돈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주고 안주고는 네 자유지…”그의 말이 끝날 무렵, 목정침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모창해는 그에게 손짓을 하며 전화를 받으라는 눈치를 주었다.전화는 임집사에게서 온 것이였다. 보통 임집사는 중요한 일이 아니면 자신을 찾지 않았기에, 그의 미간은 벌써부터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네, 여보세요.”“도련님, 부인께서 병원에 계십니다.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임집사의 말투는 매우 가라 앉아있었고, 그것이 온연의 일이라는 것을 들은 순간 벌떡 일어나 나갈 수밖에 없었다.“삼촌, 저 먼저 가볼게요. 계산은 다 했어요, 급한 일이라서 먼저 가볼게요.”급히 도착한 병원의 깊고 긴 복도는 그를 어지럽게 하였다. 머리 위 흰 조명들은 저번에 그녀가 입원했을 때를 떠오르게 하였다. 급한 걸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