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했잖아. 날 떠나게 하고 싶으면 목정침한테 얘기하라고. 나한테 얘기해도 소용없어. 그리고 지금 똑똑히 얘기해 줄게, 난 안 떠나! 목정침 내 남편이야. 우리 이미 결혼했어." 그녀가 나지막이 소리쳤다. 그녀는 몸을 돌려 눈보라 속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에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만날 바에는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나았다.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등 뒤에서 빵-하는 경적소리가 울렸다.진함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가 신경을 끄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갑자기 차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진락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사모님, 타세요."온연은 의식적으로 이미 말라버린 눈물을 닦고는 뒷좌석으로 쳐다보았다. 적막한 목정침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 타자 그녀의 몸이 점점 원래의 온기를 되찾았다.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강연연이 내 이복동생인 거 알고 있었죠? 이것도 복수에 포함 되는 건가요?"목정침이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차 안에는 죽은 듯한 고요함만이 맴돌았다. 얼마 뒤 온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목정침, 갑자기 너무 밉다…."밉다니, 그녀가 처음으로 용기 내 말을 꺼냈다.목정침은 기다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어둠 속이라 그런지 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미워해도 상관없어."목가네로 돌아온 온연은 아래층의 욕실에서 샤워를 끝내고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정침도 자신의 방에 있는 전용 욕실에서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머리가 살짝 젖은 채로 습관적으로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같은 침대에서 잔다는 걸 생각하자 온연은 조금 긴장되었다. 낮의 일까지 겹쳐져 그녀의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되지 않았다.라이터 소리가 방안에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방안에서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온연은 목정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손가락에
온연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서서히 몸을 돌려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코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계속 되뇌었다. 애만 낳는다면 여길 떠날 수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는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텅 하고 비워지더니 그녀가 멍하니 말했다. "머리 아직 안 말랐는데…"그 순간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로 인해 막혀버렸다. 서로의 숨결만이 고요한 밤 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그들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본의 아니게 그녀의 눈동자가 목정침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평소에는 도무지 읽을 수 없던 그의 눈동자에 야릇한 안개가 옅게 끼였다. 그의 마음이 요동쳤다.그녀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 그녀의 손을 잡아주던 그의 온기처럼, 따뜻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낯설고 멀었다. 그녀는 조금 무서워졌다. 그가 3년 전의 일을 생각하게 될까 봐. 그래서 또 그녀를 질색할 까봐…. 그녀에게 기회를 준 걸 후회하게 될 까봐 무서웠다.그때 위에서 전해오는 통증이 그녀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났다.어렵게 잡은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계속 그와 키스를 나누었다. 하지만 통증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해지는 통증에 그녀의 얼굴에 땀이 흥건하게 났다.이상함을 눈치챈 그가 숨을 헐떡이며 행동을 멈추었다. "왜 그래?"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숨겨져있었다."괜…. 괜찮아요…" 온연은 말을 할 때마다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그 모든 걸 목정침은 보고 있었다.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그는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눈동자에 끼어있던 안개가 냉랭함으로 바뀌었다. "밥 안 먹어서 위 아파?"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그녀가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그에게서 분노가 느껴졌다.곧 유씨 아주머니가 약을 들고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정신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목정침이 떠난 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취했다니?“아…네,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금방 갈게요!” 그녀는 말하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임집사와 함께 술집에 도착했을 때쯤 임립과 경소경이 목정침을 부축하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온언이 외투를 여미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임립이 담담하게 웃었다. “번거롭다니요. 10년 지기 친구인데. 저… 비상 디자인그룹에 다니시죠?”임립이 왜 그걸 묻는 건지 모른 채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도와 목정침을 차에 태웠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집사가 그녀에게 충고했다. “사모님, 도련님이 토 할 수도 있으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 만약 차에 토하게 된다면 아마 이 차 버려버리실지도 몰라요.”온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임집사의 말이 맞다. 그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인간이었다.이번에는 제대로 취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를 침대에 눕혀놓은 온연은 피로함에 침대에 뻗어 버렸다.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알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혹여나 목정침이 깨어날가봐 눈 뜨자마자 알람을 끄려 손을 뻗었다.그녀가 몸을 움직였을 때서야 그에게 꽉 안겨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알람은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불안함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그의 품 안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썼다. 갑자기 손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알람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손을 다시 그녀의 허리로 올려놓았다. 온연은 긴장감에 목이 움츠러들었다. 그가 깬 건가? 그가 한참 동안 미동이 없자 그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목정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마…"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저…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그제서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연은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임립을 본 그 순간 온연은 놀라 얼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임립이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저 이제 그쪽 사장이에요. 혹시나 특별대우 바라지는 말고요. 제가 공사 구분이 좀 철저해서. 잠깐 앉아서 기다려요. 진책임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진흠은 어리둥절 해졌다. 온연이 임립과 아는 사이였다니. 진흠은 찔린 마음에 임립에게 급히 다가가 살짝 웃어 보였다. "임대표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미소 띤 임립의 얼굴이 봄처럼 따사로웠다.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오죽했으면 같은 남자인 진흠도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았겠는가.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혀 따사롭지 않았다. "월급 챙겨서 지금 당장 나가세요."웃고 있던 진흠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뭐.. 뭐라고요?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임립은 눈썹을 들썩였다. "아니요. 그냥 눈에 거슬려서."진흠의 얼굴이 울긋불긋 해졌다. 그는 새로 오신 대표님이 잘 웃어서 성격도 좋은 줄 알았다. 이런 말로 그의 뒤통수를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방을 떠나기 전 진흠이 온연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온연이 유감스러운 듯 어깨를 들썩였다. 본인이랑 상관없는 일이었다.진흠이 떠나자 그제서야 임립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어요. 어젯밤 정침이 챙기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 이거 특별대우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그 멘탈로 일한다 해도 제대로 못할게 뻔하니까. 푹 쉬고 와요."온연은 어젯밤 목정침이 얌전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곤하지 않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감격스러운 듯 그에게 말했다.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목가네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1층 소파에 앉아있는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의외였다. 일을 중시하는 목정침이 이 시간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다니.그녀는 인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 곧바로 계단을 올
그가 그녀를 향해 가차 없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진몽요가 보고 싶은 거야 아님 심개의 소식이 궁금한 거야?”그녀의 숨이 순간 멎어버렸다. 그녀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 “전 다 먹었어요.”목정침이 냉랭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일어나라고 한 적 없는데.”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내일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와. 지키지 못한다면 내일 회사 갈 생각도 하지 마.” 말을 마친 목정침이 그녀에게 아무런 여지도 남겨주지 않은 채 계단을 올랐다. 다른 일이었다면 참았겠지만, 이번에는 그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일 꼭 나가야만 했다. 그 생각이 들자 온연이 이를 악물며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 목정침! 난 그냥 몽요가 보고 싶은 거야!" 목정침의 발걸음이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물음에 대답 안 한 건 너야, 기회는 한번 뿐이야." 그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풀이 죽어 버렸다. 그에 대한 원망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갑자기 유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한말이 떠올랐다.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면 얼어버린 마음을 녹일 수 있어….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는 또 한 번 그를 쫓아갔다. "죄송해요. 보내주세요. 네?" 목정침이 방으로 돌아와 창가에 앉았다. 그는 익숙한 듯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그 순간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라이터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의 말투에 짜증이 섞여있었다. "부탁하는 거야?" 온연이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네." 목정침이 그녀를 흘겨보았다. "화나게 하고 부탁하는 건 누가 가르쳐준 거야?"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침묵은 더더욱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보내주실 건대요?" 그가 조롱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가 어떻게 해야 날 화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온연은 잠시 멈칫하더
온연은 얼굴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라 그랬어?"그녀의 말에도 강연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날뛰었다. "내 말이 틀려?! 삼 년 전에 네가 심가네 셋째 도련님 심개랑 뒹군 거 온 동네가 다 알아. 무슨 낯짝으로 정침 오빠 옆에 붙어 있는 건데? 내가 너였다면 벌써 죽어 버렸을 거야. 누가 정침 오빠랑 나 사이에 끼어 있나 했더니 너였어? 정말 역겹다."강연연이 삼 년 전의 일까지 꺼내자 주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게 쟤였어…? 어쩐지 낯익더라니, 평소에 말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저런 애였어? …사람 얼굴로 판단하는 거 아니라더니… 진흠이 쟤 쫓아다닐 때도, 앞으로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뒤에선 할거 다하고 다닌거 아니야? 그러면서 어디서 고상한 척이야.""누가 아니래? 쟤 오자마자 임대표가 진흠 잘랐잖아. 아마 임대표랑도 보통 사이 아닌 거 같은데? 쯧쯧, 젊고 이쁜 애가 벌써 남자관계가 저렇게 난잡하니…"귓가에 들리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온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진함의 번호 찾기 시작했다. 막 전화를 걸려는데 강연연이 그녀의 핸드폰을 뺏었다. "엄마한테 전화 하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고하는데 엄마랑 목정침한테서 떨어져. 아님 내가 너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할 거니까.""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임립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모두 옹기종기 모여 구경하고 있었을 뿐 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회사에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의 기분이 불쾌했다.임립을 보자 강연연은 수도꼭지 틀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임립에게 달려가 그의 팔짱을 끼었다. "임립 오빠! 쟤가 나 때렸어!" 강연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람을 본 임립의 불쾌함이 어이없음으로 바뀌었다.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알았다면 아마 죽어도 회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강연연, 이게 아침 댓바람부터 회사에서 난동 피울 일은 아니지 않나?"강연연
가게로 들어선 순간 임립이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 가는 곳에 비해 식당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 평소라면 절대 이런 곳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테이블 위의 기름때를 보았을 때 그는 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목정침이 한 말을 생각해 참았다."연아! 여기!" 한눈에 온연을 알아본 진몽요가 주위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일어서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온연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 온연은 진몽요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진몽요는 삼 년 전이랑 똑같았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늘 상상해오던 진몽요의 모습이었다.진몽요는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옆에는 전지도 있었는데, 허세 가득했던 삼 년 전과 다르게 많이 성숙해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웃음이 담긴 것 같으면서도 호수처럼 깊었다.임립을 보자 진몽요가 의아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분은…?"낯을 가리지 않는 임립이 진몽요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임립이라고 해요."진몽요는 더 묻지 않고 직원을 불러 주문을 했다. "연아 뭐 먹을래? 임립씨는 뭐 드실래요?"온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립이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시키세요." 어차피 그는 먹을 생각도 없었다. 질색하는 그의 말투를 알아챈 진몽요가 난감해해했다. 전지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전지의 생각은 읽기가 어려웠다.이 자리가 불쾌해지는 게 싫었던 온연은 말을 돌리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몽요야 너 내 입맛 잘 알잖아. 그냥 네가 시켜줘."진몽요는 음식을 몇 가지 주문하고는 메뉴판을 직원에게 돌려줬다. "연아, 너 내가 여기로 돌아온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지? 자그마치 삼 년 만이야. 드디어 여기로 돌아왔어. 하늘에 낀 미세먼지 옛날에는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향기로워. 나 집이 너무 그리웠어!"온연은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진몽요는 털털하게 손을 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네 탓 한적 있어? 난 너네 오빠가 목정침인줄은
따발총처럼 온연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진몽요에 온연은 정신이 없어졌다. "아니야, 내가 잘못 부딪힌 거야. 그 사람 나한테 손찌검 한 적 한 번도 없어. 괜한 의심하지 마. 그 사람 나한테 잘해줘. 진짜야."이마의 상처는 아침에 강연연이 때려서 생긴 것이었다. 설명하기 복잡해서 그녀는 그냥 얼버무렸다.진몽요가 감탄했다. "하긴…목정침 좋은 사람이잖아. 잘생겼지, 돈 많지, 게다가 너네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너만 좋다면 난 네가 뭘하든 응원해. 난 영원히 네 편인 거 알지?"그녀의 말에 온언은 감동했다. 날 조건 없이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거야말로 인생에서 제일 행운스러운 일이 아닐가 싶다.음식은 빠르게 상에 놓여졌다. 임립이 젓가락질을 하지 않는 걸 보자 진몽요는 마음이 불편했다. 비록 그녀도 부잣집 딸이었지만 그녀는 유난 떠는 부자들을 꼴사나워했다. 그녀는 일부러 그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줬다. "임립씨 좀 드세요. 연이 친구면 내 친구나 마찬가지인데. 사양 말고 드세요."임립은 온연을 쳐다보더니 마지못해 수저를 들어 음식을 맛보았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곳의 환경 자체가 그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구역질이 나는 걸 억지로 참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맛있네요…"그가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온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는데 달린 '혹'이 그녀도 맘에 들지는 않았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임립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밖에서 전화를 받고 온 전지가 그들에게 말했다. "저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요."진몽요가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 "같이 가!"전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그녀의 옷을 여미어주었다. "그래."다정해 보이는 행동과 상반되게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이 너무 냉랭했다. 연인의 분위기가 그들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식당에서 나온 임립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온연씨, 집에 갈 거죠?"진몽요는 온연과 더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로 급한 일이 생겨 미안한 듯 그녀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