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신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목정침이 떠난 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취했다니?“아…네,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금방 갈게요!” 그녀는 말하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임집사와 함께 술집에 도착했을 때쯤 임립과 경소경이 목정침을 부축하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온언이 외투를 여미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임립이 담담하게 웃었다. “번거롭다니요. 10년 지기 친구인데. 저… 비상 디자인그룹에 다니시죠?”임립이 왜 그걸 묻는 건지 모른 채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도와 목정침을 차에 태웠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집사가 그녀에게 충고했다. “사모님, 도련님이 토 할 수도 있으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 만약 차에 토하게 된다면 아마 이 차 버려버리실지도 몰라요.”온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임집사의 말이 맞다. 그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인간이었다.이번에는 제대로 취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를 침대에 눕혀놓은 온연은 피로함에 침대에 뻗어 버렸다.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알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혹여나 목정침이 깨어날가봐 눈 뜨자마자 알람을 끄려 손을 뻗었다.그녀가 몸을 움직였을 때서야 그에게 꽉 안겨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알람은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불안함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그의 품 안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썼다. 갑자기 손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알람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손을 다시 그녀의 허리로 올려놓았다. 온연은 긴장감에 목이 움츠러들었다. 그가 깬 건가? 그가 한참 동안 미동이 없자 그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목정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마…"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저… 출근해야 하는데…"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그제서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연은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임립을 본 그 순간 온연은 놀라 얼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임립이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저 이제 그쪽 사장이에요. 혹시나 특별대우 바라지는 말고요. 제가 공사 구분이 좀 철저해서. 잠깐 앉아서 기다려요. 진책임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진흠은 어리둥절 해졌다. 온연이 임립과 아는 사이였다니. 진흠은 찔린 마음에 임립에게 급히 다가가 살짝 웃어 보였다. "임대표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미소 띤 임립의 얼굴이 봄처럼 따사로웠다.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오죽했으면 같은 남자인 진흠도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았겠는가.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혀 따사롭지 않았다. "월급 챙겨서 지금 당장 나가세요."웃고 있던 진흠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뭐.. 뭐라고요?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임립은 눈썹을 들썩였다. "아니요. 그냥 눈에 거슬려서."진흠의 얼굴이 울긋불긋 해졌다. 그는 새로 오신 대표님이 잘 웃어서 성격도 좋은 줄 알았다. 이런 말로 그의 뒤통수를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방을 떠나기 전 진흠이 온연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온연이 유감스러운 듯 어깨를 들썩였다. 본인이랑 상관없는 일이었다.진흠이 떠나자 그제서야 임립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어요. 어젯밤 정침이 챙기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 이거 특별대우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그 멘탈로 일한다 해도 제대로 못할게 뻔하니까. 푹 쉬고 와요."온연은 어젯밤 목정침이 얌전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곤하지 않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감격스러운 듯 그에게 말했다.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목가네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1층 소파에 앉아있는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의외였다. 일을 중시하는 목정침이 이 시간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다니.그녀는 인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 곧바로 계단을 올
그가 그녀를 향해 가차 없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진몽요가 보고 싶은 거야 아님 심개의 소식이 궁금한 거야?”그녀의 숨이 순간 멎어버렸다. 그녀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 “전 다 먹었어요.”목정침이 냉랭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일어나라고 한 적 없는데.”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내일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와. 지키지 못한다면 내일 회사 갈 생각도 하지 마.” 말을 마친 목정침이 그녀에게 아무런 여지도 남겨주지 않은 채 계단을 올랐다. 다른 일이었다면 참았겠지만, 이번에는 그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일 꼭 나가야만 했다. 그 생각이 들자 온연이 이를 악물며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 목정침! 난 그냥 몽요가 보고 싶은 거야!" 목정침의 발걸음이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물음에 대답 안 한 건 너야, 기회는 한번 뿐이야." 그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풀이 죽어 버렸다. 그에 대한 원망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갑자기 유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한말이 떠올랐다.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면 얼어버린 마음을 녹일 수 있어….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는 또 한 번 그를 쫓아갔다. "죄송해요. 보내주세요. 네?" 목정침이 방으로 돌아와 창가에 앉았다. 그는 익숙한 듯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그 순간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라이터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의 말투에 짜증이 섞여있었다. "부탁하는 거야?" 온연이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네." 목정침이 그녀를 흘겨보았다. "화나게 하고 부탁하는 건 누가 가르쳐준 거야?"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침묵은 더더욱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보내주실 건대요?" 그가 조롱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가 어떻게 해야 날 화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온연은 잠시 멈칫하더
온연은 얼굴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라 그랬어?"그녀의 말에도 강연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날뛰었다. "내 말이 틀려?! 삼 년 전에 네가 심가네 셋째 도련님 심개랑 뒹군 거 온 동네가 다 알아. 무슨 낯짝으로 정침 오빠 옆에 붙어 있는 건데? 내가 너였다면 벌써 죽어 버렸을 거야. 누가 정침 오빠랑 나 사이에 끼어 있나 했더니 너였어? 정말 역겹다."강연연이 삼 년 전의 일까지 꺼내자 주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게 쟤였어…? 어쩐지 낯익더라니, 평소에 말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저런 애였어? …사람 얼굴로 판단하는 거 아니라더니… 진흠이 쟤 쫓아다닐 때도, 앞으로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뒤에선 할거 다하고 다닌거 아니야? 그러면서 어디서 고상한 척이야.""누가 아니래? 쟤 오자마자 임대표가 진흠 잘랐잖아. 아마 임대표랑도 보통 사이 아닌 거 같은데? 쯧쯧, 젊고 이쁜 애가 벌써 남자관계가 저렇게 난잡하니…"귓가에 들리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온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진함의 번호 찾기 시작했다. 막 전화를 걸려는데 강연연이 그녀의 핸드폰을 뺏었다. "엄마한테 전화 하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고하는데 엄마랑 목정침한테서 떨어져. 아님 내가 너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할 거니까.""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임립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모두 옹기종기 모여 구경하고 있었을 뿐 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회사에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의 기분이 불쾌했다.임립을 보자 강연연은 수도꼭지 틀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임립에게 달려가 그의 팔짱을 끼었다. "임립 오빠! 쟤가 나 때렸어!" 강연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람을 본 임립의 불쾌함이 어이없음으로 바뀌었다.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알았다면 아마 죽어도 회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강연연, 이게 아침 댓바람부터 회사에서 난동 피울 일은 아니지 않나?"강연연
가게로 들어선 순간 임립이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 가는 곳에 비해 식당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 평소라면 절대 이런 곳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테이블 위의 기름때를 보았을 때 그는 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목정침이 한 말을 생각해 참았다."연아! 여기!" 한눈에 온연을 알아본 진몽요가 주위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일어서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온연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 온연은 진몽요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진몽요는 삼 년 전이랑 똑같았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늘 상상해오던 진몽요의 모습이었다.진몽요는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옆에는 전지도 있었는데, 허세 가득했던 삼 년 전과 다르게 많이 성숙해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웃음이 담긴 것 같으면서도 호수처럼 깊었다.임립을 보자 진몽요가 의아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분은…?"낯을 가리지 않는 임립이 진몽요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임립이라고 해요."진몽요는 더 묻지 않고 직원을 불러 주문을 했다. "연아 뭐 먹을래? 임립씨는 뭐 드실래요?"온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립이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시키세요." 어차피 그는 먹을 생각도 없었다. 질색하는 그의 말투를 알아챈 진몽요가 난감해해했다. 전지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전지의 생각은 읽기가 어려웠다.이 자리가 불쾌해지는 게 싫었던 온연은 말을 돌리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몽요야 너 내 입맛 잘 알잖아. 그냥 네가 시켜줘."진몽요는 음식을 몇 가지 주문하고는 메뉴판을 직원에게 돌려줬다. "연아, 너 내가 여기로 돌아온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지? 자그마치 삼 년 만이야. 드디어 여기로 돌아왔어. 하늘에 낀 미세먼지 옛날에는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향기로워. 나 집이 너무 그리웠어!"온연은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진몽요는 털털하게 손을 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네 탓 한적 있어? 난 너네 오빠가 목정침인줄은
따발총처럼 온연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진몽요에 온연은 정신이 없어졌다. "아니야, 내가 잘못 부딪힌 거야. 그 사람 나한테 손찌검 한 적 한 번도 없어. 괜한 의심하지 마. 그 사람 나한테 잘해줘. 진짜야."이마의 상처는 아침에 강연연이 때려서 생긴 것이었다. 설명하기 복잡해서 그녀는 그냥 얼버무렸다.진몽요가 감탄했다. "하긴…목정침 좋은 사람이잖아. 잘생겼지, 돈 많지, 게다가 너네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 너만 좋다면 난 네가 뭘하든 응원해. 난 영원히 네 편인 거 알지?"그녀의 말에 온언은 감동했다. 날 조건 없이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거야말로 인생에서 제일 행운스러운 일이 아닐가 싶다.음식은 빠르게 상에 놓여졌다. 임립이 젓가락질을 하지 않는 걸 보자 진몽요는 마음이 불편했다. 비록 그녀도 부잣집 딸이었지만 그녀는 유난 떠는 부자들을 꼴사나워했다. 그녀는 일부러 그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줬다. "임립씨 좀 드세요. 연이 친구면 내 친구나 마찬가지인데. 사양 말고 드세요."임립은 온연을 쳐다보더니 마지못해 수저를 들어 음식을 맛보았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곳의 환경 자체가 그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구역질이 나는 걸 억지로 참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맛있네요…"그가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온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는데 달린 '혹'이 그녀도 맘에 들지는 않았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임립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밖에서 전화를 받고 온 전지가 그들에게 말했다. "저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요."진몽요가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 "같이 가!"전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그녀의 옷을 여미어주었다. "그래."다정해 보이는 행동과 상반되게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이 너무 냉랭했다. 연인의 분위기가 그들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식당에서 나온 임립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온연씨, 집에 갈 거죠?"진몽요는 온연과 더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로 급한 일이 생겨 미안한 듯 그녀에게 말했다
그 짧은 답장을 그는 한참을 걸려서야 보낼 수가 있었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지? 고자질도 할 줄 모르는 건가?…다음날 임립은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에는 그가 병원에 갔다고 했다.온연은 죄책감이 들었다. 어제 진몽요가 제멋대로 굴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몽요는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임립이 체면을 차리는 바람에 어제의 봉변을 당하게 된 것이다.어젯밤 목정침은 방에서 자지 않았다. 밤사이에 밖으로 나간 건지 그녀는 잘 알지 못했다.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그녀는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 평화로운 일상이란 존재할 수가 없었다.점심시간 때 진몽요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연아, 오늘은 나 혼자야.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어? 회사 앞이야."온연은 바로 가방을 들고 밖으로 걸어갔다. "금방 내려갈게."아래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오늘 진몽요의 상태가 왠지 모르게 이상했다. 온연이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래 몽요야? 무슨 일 있어?"진몽요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코트에 떨어진 눈을 세게 털어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추워죽겠다!"진몽요는 집 근처 고급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데려왔다. 그녀는 자리에 앉은 후 신속히 음식을 시켰다. 그녀에겐 참을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것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확신시켜주었다. "몽요야, 전지랑 무슨 일 있어?"진몽요는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움켜쥐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지는 나랑 약혼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귀국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우리 미래에 대해서 계획하지도 않고. 삼 년 전에 그 일 생기고 먼저 외국으로 같이 가준다고 해서 나 엄청 감동했어. 그래서 생각도 안 해보고 아버지한테 그 사람 투자해 주라고 부탁했어. 3년 동안 그 사람이 해외에서 쓴 돈 다 우리 집에서 대준 거야.""얼마 전부터 말이 없어져서 내가 물어봤어. 왜 그러냐고. 그 사람이 그러더라. 국내가 더 좋다고. 아픈 어머니 돌봐야
온연의 정신이 조금 아득해졌다. "잘 모르겠어…깨어났을 때 걔 옷을 입고 있긴 했는데… 너무 오래된 일이고, 그날 또 너무 취해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긴 해…됐다. 이 얘긴 그만하자. 나 밥만 먹고 금방 들어가 봐야 해. 아 그리고 임립 유난 떠는 게 아니라 진짜 비위가 약한 거야. 오늘 회사에 나오지도 않았다니까. 그 사람 우리 회사 대표야. 그 사람 잘못되면 나 밥줄 끊겨. 장난 그만 쳐."진몽요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안 죽어. 나도 전지 때문에 거기 간 거잖아. 걔 옛날부터 거기 좋아했어. 비록 환경은 좀 별로여도 걔한테는 나름 추억 있는 곳이야. 걔 매번 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갈 때마다 표정 썪어서는 사람들 다 불편하게 하고. 난 상관없지만. 임립이랑 무슨 사이야? 옛날에는 모른던 사람이잖아."온연이 임립에 대해 설명했다. "목정침 친구야. 어제는 나 감시하러 왔다고 할 수 있지."그 말에 진몽요는 어이가 없었다. "헐…. 어쩐지 심개 얘기 못하게 막더라니, 남자들 너무 무섭다."갑자기 온연의 눈에 익숙한 그림자가 들어왔다. 목정침이었다. 목정침도 이 레스토랑에 온 것이었다! 목정침 뿐만 아니라 강연연도 옆에 있었다…자신의 말에 대답이 없지 진몽요가 이상함에 그녀에게 물었다. "뭐 봐?"온연은 황급히 일어서 진몽요의 시선을 가렸다. "아니…아무것도 아니야…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진몽요는 손을 휘적휘적 거리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갔다 와, 빨리 갔다 와. 음식 곧 나오겠다."진짜로 화장실에 가려던 게 아니었던 온연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다. 목정침과 강연연이 귀빈실로 들어간 후에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진몽요는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화장실 간다며? 서있으면 그게 도로 들어가?"온연의 마음이 붕 떴다. "갑자기 가기 싫어졌어…"목정침과 강연연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아버린 온연은 혹시라도 진몽요가 그들을 발견할까봐 내내 귀빈실을 쳐다보며 밥을 먹었다.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