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그녀에게 냉수 한 잔을 건네주었다. “자, 시원하게 물 좀 마셔. 맛있는 음식이 있는 자리에 어떻게 널 빼놓겠어. 너도 나 항상 챙겨주잖아.”진몽요는 부끄러운 듯 살짝 웃어 보였다. “넌 말도 참… 이러면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잖아. 맞다, 너 목정침이랑은 어떻게 됐어? 강연연이 회사에 못 들어가게 하려고 저번에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막았는데. 난 걔 같은 년이 제일 꼴 보기 싫더라. 정말 염치도 없지!” 온연의 가슴속에 감동이 물밀듯 몰려왔다. "나도 알아… 고마워 몽요야. 근데… 나랑 목정침 그냥 그래. 그 사람 요즘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탕위엔 돌보는 거 도와주고 있어. 계속 말다툼만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전생에 원수였나 봐. 성격도 안 맞고. 세대 차이가 너무 나서 그런 건지도 몰라. 내가 그 사람보다 열 살이나 어리잖아." 진몽요가 손을 휘적거렸다. "성격이 안 맞고 세대 차이가 난다는 게 무슨 말인데. 헛소리 그만해. 그럼 너보다 나이도 어린 강연연은 어떻게 벌써부터 네 남자 뺏을 생각하는 건데? 다 네 문제야. 넌 어떻게 해야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모르잖아. 그 남자가 사로잡을 만한 남자인지 아닌지 중요하긴 하다만. 그 사람, 너 대신 탕위엔 돌봐주는 것부터 이미 괜찮은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누구야,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목정침이잖아. 고양이 하나 돌봐준다고 그 비좁은 아파트에서 사는 거 너 하나 보고 그런 거 아니야? 그 사람이 미친 건 아닐 거잖아." 어젯밤 자기 전에 했던 짓이 떠오르자 온연의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빨개졌다. 온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몽요야, 너 옛날에 전지 좋아했을 때 엄청 가까이서 마주 보면 이상한 느낌 들지 않았어?" 진몽요는 자세히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설마 지금 갑자기 두 눈이 마주쳐서 몸이 달아올라 키스하는 그런 얘기 하는 건 아니지? 그냥 찌릿찌릿한 느낌이지 뭐. 가슴에서 설레는 감정이 느껴질 거야.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거 말이야. 어떻게 해도
경소경은 눈썹을 들썩였다. "십 년 동안 일편단심이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요? 전 반년 이상 옆에 둔 여자가 없어요. 길어봤자 일 년이고요. 정침이 정도면 순애보 맞는데." 진몽요는 그의 생각에 동의할 생각이 없었다. "뭐가 십 년인데요? 그땐 연이 아직 어릴 때였잖아요. 결국 목정침도 바람피우지 않았나요? 일편단심은 무슨, 당신네들은 버리지만 않으면 일편단심이라고 생각하나 보죠? 순애보라는 건 몸과 마음이 같아야 하는 거예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불편함을 느꼈다. "미안해 연아… 내가 말을 잘못했어…" 온연은 전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괜찮아. 강연연이랑 그 사람 일 말하는 거 아니야? 그 일에 대해서 말하는 거 전혀 신경 안 써. 괜찮아. 진짜로." 그녀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몽요와 경소경은 그 화제를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의 아픈 곳을 들먹이는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없다. 밥을 다 먹은 후 경소경은 책임을 다해 온연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온연도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진몽요가 황급히 말했다. "그럼 나 가는 길에 태워주면 안 돼요? 좀 이따 빈해로에 갈 일이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길이라." 온연을 집에다 데려다준 후 경소경과 진몽요 두 사람만이 차에 남았다. 경소경은 곧은 시선으로 정면만 주시하며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빈해로에는 뭐 하러 가는데요?"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선자리을 마련했어요. 안 가면 죽을 시늉까지 하더라고요. 그냥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한번 가 보죠 뭐. 똥차가 아니라 왕자님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아요? 전 당신이랑 달라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어요." 경소경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팩폭을 했다. "데이트를 점심시간 이후에 잡는 사람은 짠돌이일 가능성이 커요. 첫 만남 부터 이렇게 성의가 없는데 무슨 왕자님을 만나
만나보자고? 벌써? 진몽요는 그의 말이 너무 성급하다 생각했다. "너무 성급하진 않나요? 천천히 알아가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주개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 모두 성인이고, 이젠 딱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잘 맞을지, 아닐지? 오늘 밤에 약속 있어요?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요?" 진몽요는 이번 선 자리에서 주도권을 뺏겼다. "그래요…"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황스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여보세요?" "너한테 온 편지가 있어. 경비실에 뒀으니까, 까먹지 말고 챙겨." 편지?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서영생이 떠올랐다. 이 일은 온연에게도 그녀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 주개에게 말했다. "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녁에 상황 보고 연락 드릴게요. 그럼 실례할게요!" 주개의 반응이 어떤지 확인할 새도 없이 진몽요는 급히 카페를 떠났다. 편지를 받은 그녀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역시 서영생이 보낸 편지가 맞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 온연에게 편지를 가져다주었다. 목정침이 공짜로 준 차는 벌써 강령이 가져가 버렸다. 그 차를 팔기에도 다시 돌려받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진몽요는 숨을 헐떡이며 온연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편지, 서영생이 보낸 거야. 얼른 열어봐!" 온연은 그녀에게 물 한잔을 부어주며 느긋하게 편지를 열어보았다. 급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괜히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았다. 편지에는 여전히 얼마 되지 않은 내용이 쓰여있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거에요.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에게도 지키고 싶은게 있어요. 이 일 더는 파헤치지 말아요. 당신한테 좋은 점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당신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둬요. 이 편지는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
온연은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괜찮다고 대답했다. "괜찮은데? 한번 만나봐. 네 마음 따르는 거지 뭐." 목정침은 그제야 진몽요도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손님 몇 명이 황급히 뛰쳐나오더니 곧이어 직원 몇 명이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보아하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진몽요는 주개가 아직 돌아오지 않을 걸 보자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자기가 화장실로 들어가기에는 좀 아닌 것 같아 목정침을 보며 말했다. "선배님, 저 대신 들어가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좀 봐주실래요? 주개가 한참 동안 안 나와서… 무슨 일 생긴 것 같은데." 목정침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온연의 얼굴에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인파를 뚫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바닥의 핏자국에 그는 당황했다. 경소경이 주개를 바닥에 눕혀놓고 거의 죽일 기세로 패고 있었다. 주개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목정침은 경소경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경소경을 잡아당겼다. "소경아, 그만해." 주개가 버둥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나 경소경에게 삿대질을 했다. 경소경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겨우 이까짓 레스토랑 주인뿐이면서? 너 딱 기다려! 내가 네 레스토랑 꼭 망하게 한다!" 경소경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자신의 정장 외투를 한쪽에 벗어 던지고는 주개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목정침이 그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그냥 가게 내버려 둬.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나중에 얘기해." 주개는 허겁지겁 도망쳤다. 테이블을 지나칠 때 분명 진몽요를 봤음에도 모른 척하고 가버렸다. 주개의 처참한 얼굴에 진몽요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온연이 목정침에게 물었다. "경소경이랑 얘기는 해봤어요? 왜 그런 거래요?" 목정침은 그녀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 남자 쓰레기니까 진몽요한테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해." 그녀는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눈치챘다. "일찍 좀 알려주지… 몽요한테 말해줄게요. 근데 왜 몽요한테 바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게 더 나았을 텐데." 그는 마치 바보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가끔은 바로 알려주는 게 더 바보 같은 짓이야. 뭐든 조금 돌려 얘기하는 게 더 나아." 밤 11시, 백수완 레스토랑은 이미 영업이 끝났다. 경소경은 차키를 들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차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뛰쳐나왔고 그 사이로 주개가 의기양양하게 차에서 내렸다. "새끼, 아까는 네 입맛대로 때리기만 했지?" 경소경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가 없었다. "누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넌 지금쯤 병원에 누워있었을 거야." 주개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 "말해봐. 때린 이유가 뭐야? 딱히 봐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이유는 알고 싶네. 난 너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고작 레스토랑 사장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그런 건데?" 경소경이 냉소했다. "주먹질하는데 이유가 없는 스타일이라. 덤벼." 주개가 손짓하자 주위에 있던 열 몇 명의 사람들이 경소경에게로 달려들었다. 주개는 경소경을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경소경이 싸움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일부러 전문 격투선수들로 골랐다. 경소경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그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반 시간 뒤, 경소경은 결국 주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쓰러트렸다. 하지만 경소경의 몸 상태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갈비뼈가 적어도 두 대 정도는 골절된 것 같았고 오른쪽 손목도 탈골되었다. 다행히도 아직 서 있을 수는 있었
진몽요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찼다. "잠시만요, 당신이… 경소경의 어머님? 어머님 안녕하세요. 제가 경소경이랑 아는 사이인 건 사실이에요. 제 회사 대표님이기도 하고, 제 친구 남편의 친구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는 일이에요." 하람은 가방에서 글자가 빽빽하게 적힌 서류를 꺼냈다. "설명하기 귀찮으니 알아서 봐요. 내가 알게 된 모든 사실이에요." 진몽요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그녀는 서류를 받아들어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서류에는 사건의 기승전결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어제 경소경이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주개를 폭행한 사실부터 그 후에 일어난 모든 사실까지. 그녀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경소경이 나 때문에 주개를 때린 건가? 보복까지 당하고…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경소경이 주개를 때렸을 때는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지금 어느 병원에 있나요? 제가 한번 가볼까요?" "한번 가본다고? 보기만 하면 끝이에요? 소경이 파혼하게 만든 것도 당신이죠? 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굴어요? 내 아들이 좋다면 집안이고 뭐고 다 상관없으니까 부담감 느낄 필요 없어요. 오늘부터 병원에서 소경이 좀 보살펴 줘요. 두 사람이 잘 된다면 그쪽이 내 며느리가 되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위자료를 물어야 할 거예요." 하람의 직설적인 말에 진몽요는 그만 얼어버렸다. 진몽요에게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있다. 진몽요는 해명하기를 포기했다. 지금 진몽요에겐 경소경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더 급한 일이었다. 강령이 집에 없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강령이 있었다면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르겠다고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하람이 직접 진몽요를 '압송' 했다. 병원에 가는 길 내내 진몽요는 편히 앉아있지 못했다. 하람은 그녀를 병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하람에게는 진몽요랑 같이 병원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난 안 갈 테니까
간호사는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환자에겐 이미 보호자가 있었고 그렇게 된다면 간호하는 일은 자기랑은 별 상관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몇 분 뒤, 진몽요의 팔이 저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 소변이 안 나오면 카테터라도 꽂아요. 괜히 무리하지 말고...”그녀의 말에 경소경의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했다. “당신 정말… 당신은 지금 이 상황이 부끄럽지도 않아요? 아무리 전에 아버지를 간호한 적이 있다고 해도… 그래도 딸인데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어머니도 계시잖아요…”진몽요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우리 엄마요? 우리 엄마가 기댈만한 사람이었다면 우리 아빠가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겠죠. 우리 엄마는 먹고 노는 것만 할 줄 알지,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요. 아마 내가 쓰러져도 매일 울기만 할걸요? 아무리 부끄러워도 내가 할 수 밖에 없죠. 우리 아빠가 쓰러졌을 땐 이미 간병인 부를 돈도 없을 때였거든요. 근데 당신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아까 간호사는 잘만 부르더니… 간호하라고 불러놓고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떻게요? 내가 당신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거에요?”왜 진몽요한테만 그렇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지 경소경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직업이랑 상관있어서 그런 건가? 진몽요가 전문적인 간호사도 아니고… 경소경은 진몽요가 자신을 간호하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겨우 볼일을 끝낸 그는 우울감에 빠져있었다. 우울감에 그는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진몽요는 털털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기를 씻었다. 그녀는 심지어 입으로 노랫소리를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그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조용히 해!”화장실에서 진몽요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그렇다. 그녀는 그를 비웃고 있었다. 경소경은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고 진몽요는 그런 그를 보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보살폈다. 그를 보살피는 동안 진몽요는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결국 경소경도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예전에 부
그녀는 실망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실망하고 있는 거지? 애초부터 희망을 가질 것이 아니라 예전과 같이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점심 식사 시간, 회사 입구 앞 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으로 향하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어 가며 눈에 띄는 그를 흘끔거리며 바라보았고, 그는 도시락통을 손에 쥔 목정침이었다.그가 누구인지 알 턱없는 회사의 신입 사원들은 그를 두고 누구의 애처가인지 추측하였고, 곧 온연의 자리로 향하는 목정침에 그를 흘끔거리던 이들은 우왕좌왕하다 이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였다.“무슨 일로 오셨어요?”매우 놀란 듯한 온연이 그에게 질문했다.“밥 먹어.”그는 군말없이 도시락 뚜껑을 열고는 온연에게 젓가락을 쥐여주었고, 그가 가져온 국과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듯하였다.그의 주시 아래 온연은 별 말없이 식사를 시작하였으나 곧 적지 않은 양을 남긴 채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목정침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어왔다.“유씨 아주머니께 부탁한 건데, 입에 안 맞아?”“아니요… 꽤 싱거운 듯 해서요. 그리고 굳이 회사까지 갖다 주실 필요 없어요, 식당에서 때우면 돼요.”온연은 매일같이 식사를 챙겨오는 그를 견디기 힘들 것이고, 그것이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 뿐이라면 더욱 불필요한 짓이었다. 다른 이를 시켜 전달만 해도 충분히 칭찬받을 수 있을 것이다.“내가 하겠다는 게 아니고, 아주머니께서 부탁하셔서 온 것뿐이야. 옳고 그른 거 판단 잘 해.”목정침은 늘어진 도시락을 정리하며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말했다.그의 태도에 온연의 마음 속 초조했던 감정들이 다시금 차올랐고, 홍수라도 난 것처럼 이내 터뜨려버리고 말았다.“언제부터 그렇게 유씨 아주머니 말을 잘 들으셨어요? 목가네 주인은 당신이고, 어찌됐건 아주머니는 하인일 뿐이잖아요? 그렇게 남들 눈 신경 쓸 거 없어요. 전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