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잖아? 그 말을 들은 온연의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비록 목정침이 온연에게 다시는 강연연과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일을 지키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일들은 보고도 못 본 척 눈 감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그녀에게는 목정침에게 뭐라고 따질 자격이 없었다. 그녀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고 해도 심개와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목정침에게 걸리기까지 했으니 그녀에게는 더욱 자격이 없었다.목정침은 주위의 뜨거운 열기에 조금 짜증이 났다. “강연연, 잘못 들은 거 아니고 나도 딱히 누구 때문에 너한테 그런 말 한거 아니야. 용건 없으면 회사로 찾아오지 마. 연락하지 말자고 벌써 말하지 않았었나? 내 말이 장난 같아?”강연연은 줄곧 자기가 이긴 줄 알고 있었다. 일전에 목정침이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온연과 심개의 일이 터진 후 목정침도 딱히 그녀의 관심을 거절하지 않았고 확실히 둘 사이의 분위기도 좋았으니 그럼 그전에 했던 말은 없던 일이 돼야 하는 게 아닌가?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정침 오빠… 제발 이러지 마… 나 말 잘 들을게… 오빠가 찾아오기 전에 먼저 귀찮게 찾아오지도 않을게…”목정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머지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차로 똑바로 걸어갔다. 진락이 차에서 내려 그를 도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온연도 곧바로 그를 따라 걸어갔다.살짝 불러온 온연의 배에 강연연의 시선이 내려앉았고 그녀는 문득 뭔가를 알아챘다. 목정침이 차에 올라탄 것을 이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온연의 손을 낚아챘다. 깔린 목소리로 그녀가 온연에게 말했다. “네가 임신을 해서 그랬던 거였구나. 괜찮아. 내가 네 첫 번째 아이도 죽였는데 두 번은 못 죽일까. 너처럼 더러운 년은 정침 오빠 옆에 설 자격 없어. 그 애, 정침 오빠 애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도 않은데…”첫 번째 아이를 유산하게 했던 교통사고 장면이 온연의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온
그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화가 난 온연은 몸을 돌려 침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으려고 하였으나 그가 에어컨 바람을 쐬었으면 해서 그러지는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진락이 음식을 가지고 집으로 찾아왔다.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사 온 것 이라는 걸 포장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진락이 떠나자 목정침은 침실을 향해 소리쳤다. “밥 먹어.”그의 말을 온연은 듣고도 못 들은 척 무시해버렸다.가운만 걸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정침은 너무 더웠다.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너 먹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안 먹을 거면 버리고.”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온연은 그가 자신을 귀찮게 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두 사람은 앙숙이 분명하다.그는 몸을 일으켜 침실로 들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온연을 안아 거실 소파에 내려놓았다. “나 성격 그렇게 좋진 않거든? 빨리 밥이나 먹어!”그녀는 말없이 포장지를 뜯어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침실의 에어컨이 거실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온연은 금세 더워졌다. 입맛도 없었던지라 밥도 다 먹지 못했다.목정침은 그녀보다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너 이 후진 집에서 얼마나 더 지낼 건데?”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난 이사갈 생각 없어요. 살기 꽤 편해요.”그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조금 더 차가워진 말투로 말했다. “심개는 돌아오지 않아. 그렇게 잘났으면 여기서 평생 살든가!”온연은 그를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잠시 침묵하다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심개랑 그만 엮으면 안 돼요? 그게 아니라…” 그녀는 말을 마저 다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도 설명하기가 귀찮았다.또 한 번의 찝찝한 만남이었다. 밤에는 무척이나 더웠다. 목정침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파에서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 김에 탕위엔과 탕위엔의 집도 같이 침실 앞에 옮겨놓았다. 온연
다음날 아침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더위에 잠에서 깼다. 목정침의 팔은 바로 그녀의 가슴 위에 놓여있었다. 어쩐지 숨 쉬는 게 불편하더라니, 너무 더워 땀이 흐른 탓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다.그의 얼굴이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숨을 쉬고 있었다. 모든 이불은 전부 그녀에게 덮어져 있었고 그는 이불은 하나도 덮지 않은 상태였다. 안 더운 게 이상하지!그녀는 자신의 몸에 뭐가 찐득찐득하게 붙는 걸 제일 싫어했다. 그와 이불의 속박에서 벗어난 온연은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한결 상쾌해진 걸 느꼈다. 문득 탕위엔이 우리에 없다는 걸 발견한 그녀는 소리를 내 탕위엔을 불렀다. 탕위엔이 뒤뚱거리며 소파에서 내려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며칠 사이에 포동포동 했던 탕위엔이 반쪽이 되었다. 하지만 병세가 호전되었으니 다행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생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잘 걸을 수 있으니 실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아픈 마음에 탕위엔을 안으려던 그때 목정침이 언제 깬 건지 이미 침실 문 앞에 서있었다. “만지기만 해봐.”어젯밤의 일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목정침의 신경을 긁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늘 토요일이라 출근 안 해도 돼요. 내가 탕위엔 데리고 병원에 갈 테니까 당신은 일 보세요.”그는 잠이 덜 깼는지 좋지 않은 기분으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해주지 않았다.그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그녀는 세면을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양치를 할 때 계속 헛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저번에 임신했을 때 보다 심하지는 않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이미 만족하고 있었다. 집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은 목정침은 몇초간 머뭇거리더 발길을 옮겨 문을 열었다. 목정침을 보자 진함은 의아함에 빠졌다.그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진함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가운을 입고 문을 열다니, 아무리 자기가 목정침의 ‘장모님’이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목정침은 이런 일에 신경을
온연은 그녀에게 냉수 한 잔을 건네주었다. “자, 시원하게 물 좀 마셔. 맛있는 음식이 있는 자리에 어떻게 널 빼놓겠어. 너도 나 항상 챙겨주잖아.”진몽요는 부끄러운 듯 살짝 웃어 보였다. “넌 말도 참… 이러면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잖아. 맞다, 너 목정침이랑은 어떻게 됐어? 강연연이 회사에 못 들어가게 하려고 저번에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막았는데. 난 걔 같은 년이 제일 꼴 보기 싫더라. 정말 염치도 없지!” 온연의 가슴속에 감동이 물밀듯 몰려왔다. "나도 알아… 고마워 몽요야. 근데… 나랑 목정침 그냥 그래. 그 사람 요즘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탕위엔 돌보는 거 도와주고 있어. 계속 말다툼만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전생에 원수였나 봐. 성격도 안 맞고. 세대 차이가 너무 나서 그런 건지도 몰라. 내가 그 사람보다 열 살이나 어리잖아." 진몽요가 손을 휘적거렸다. "성격이 안 맞고 세대 차이가 난다는 게 무슨 말인데. 헛소리 그만해. 그럼 너보다 나이도 어린 강연연은 어떻게 벌써부터 네 남자 뺏을 생각하는 건데? 다 네 문제야. 넌 어떻게 해야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모르잖아. 그 남자가 사로잡을 만한 남자인지 아닌지 중요하긴 하다만. 그 사람, 너 대신 탕위엔 돌봐주는 것부터 이미 괜찮은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누구야,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목정침이잖아. 고양이 하나 돌봐준다고 그 비좁은 아파트에서 사는 거 너 하나 보고 그런 거 아니야? 그 사람이 미친 건 아닐 거잖아." 어젯밤 자기 전에 했던 짓이 떠오르자 온연의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빨개졌다. 온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몽요야, 너 옛날에 전지 좋아했을 때 엄청 가까이서 마주 보면 이상한 느낌 들지 않았어?" 진몽요는 자세히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설마 지금 갑자기 두 눈이 마주쳐서 몸이 달아올라 키스하는 그런 얘기 하는 건 아니지? 그냥 찌릿찌릿한 느낌이지 뭐. 가슴에서 설레는 감정이 느껴질 거야.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거 말이야. 어떻게 해도
경소경은 눈썹을 들썩였다. "십 년 동안 일편단심이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요? 전 반년 이상 옆에 둔 여자가 없어요. 길어봤자 일 년이고요. 정침이 정도면 순애보 맞는데." 진몽요는 그의 생각에 동의할 생각이 없었다. "뭐가 십 년인데요? 그땐 연이 아직 어릴 때였잖아요. 결국 목정침도 바람피우지 않았나요? 일편단심은 무슨, 당신네들은 버리지만 않으면 일편단심이라고 생각하나 보죠? 순애보라는 건 몸과 마음이 같아야 하는 거예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불편함을 느꼈다. "미안해 연아… 내가 말을 잘못했어…" 온연은 전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괜찮아. 강연연이랑 그 사람 일 말하는 거 아니야? 그 일에 대해서 말하는 거 전혀 신경 안 써. 괜찮아. 진짜로." 그녀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몽요와 경소경은 그 화제를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의 아픈 곳을 들먹이는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없다. 밥을 다 먹은 후 경소경은 책임을 다해 온연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온연도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진몽요가 황급히 말했다. "그럼 나 가는 길에 태워주면 안 돼요? 좀 이따 빈해로에 갈 일이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길이라." 온연을 집에다 데려다준 후 경소경과 진몽요 두 사람만이 차에 남았다. 경소경은 곧은 시선으로 정면만 주시하며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빈해로에는 뭐 하러 가는데요?"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선자리을 마련했어요. 안 가면 죽을 시늉까지 하더라고요. 그냥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한번 가 보죠 뭐. 똥차가 아니라 왕자님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아요? 전 당신이랑 달라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어요." 경소경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팩폭을 했다. "데이트를 점심시간 이후에 잡는 사람은 짠돌이일 가능성이 커요. 첫 만남 부터 이렇게 성의가 없는데 무슨 왕자님을 만나
만나보자고? 벌써? 진몽요는 그의 말이 너무 성급하다 생각했다. "너무 성급하진 않나요? 천천히 알아가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주개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 모두 성인이고, 이젠 딱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잘 맞을지, 아닐지? 오늘 밤에 약속 있어요?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요?" 진몽요는 이번 선 자리에서 주도권을 뺏겼다. "그래요…"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황스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여보세요?" "너한테 온 편지가 있어. 경비실에 뒀으니까, 까먹지 말고 챙겨." 편지?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서영생이 떠올랐다. 이 일은 온연에게도 그녀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 주개에게 말했다. "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녁에 상황 보고 연락 드릴게요. 그럼 실례할게요!" 주개의 반응이 어떤지 확인할 새도 없이 진몽요는 급히 카페를 떠났다. 편지를 받은 그녀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역시 서영생이 보낸 편지가 맞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 온연에게 편지를 가져다주었다. 목정침이 공짜로 준 차는 벌써 강령이 가져가 버렸다. 그 차를 팔기에도 다시 돌려받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진몽요는 숨을 헐떡이며 온연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편지, 서영생이 보낸 거야. 얼른 열어봐!" 온연은 그녀에게 물 한잔을 부어주며 느긋하게 편지를 열어보았다. 급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괜히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았다. 편지에는 여전히 얼마 되지 않은 내용이 쓰여있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거에요.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에게도 지키고 싶은게 있어요. 이 일 더는 파헤치지 말아요. 당신한테 좋은 점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당신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둬요. 이 편지는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
온연은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괜찮다고 대답했다. "괜찮은데? 한번 만나봐. 네 마음 따르는 거지 뭐." 목정침은 그제야 진몽요도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손님 몇 명이 황급히 뛰쳐나오더니 곧이어 직원 몇 명이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보아하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진몽요는 주개가 아직 돌아오지 않을 걸 보자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자기가 화장실로 들어가기에는 좀 아닌 것 같아 목정침을 보며 말했다. "선배님, 저 대신 들어가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좀 봐주실래요? 주개가 한참 동안 안 나와서… 무슨 일 생긴 것 같은데." 목정침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온연의 얼굴에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인파를 뚫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바닥의 핏자국에 그는 당황했다. 경소경이 주개를 바닥에 눕혀놓고 거의 죽일 기세로 패고 있었다. 주개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목정침은 경소경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경소경을 잡아당겼다. "소경아, 그만해." 주개가 버둥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나 경소경에게 삿대질을 했다. 경소경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겨우 이까짓 레스토랑 주인뿐이면서? 너 딱 기다려! 내가 네 레스토랑 꼭 망하게 한다!" 경소경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자신의 정장 외투를 한쪽에 벗어 던지고는 주개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목정침이 그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그냥 가게 내버려 둬.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나중에 얘기해." 주개는 허겁지겁 도망쳤다. 테이블을 지나칠 때 분명 진몽요를 봤음에도 모른 척하고 가버렸다. 주개의 처참한 얼굴에 진몽요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온연이 목정침에게 물었다. "경소경이랑 얘기는 해봤어요? 왜 그런 거래요?" 목정침은 그녀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 남자 쓰레기니까 진몽요한테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해." 그녀는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눈치챘다. "일찍 좀 알려주지… 몽요한테 말해줄게요. 근데 왜 몽요한테 바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게 더 나았을 텐데." 그는 마치 바보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가끔은 바로 알려주는 게 더 바보 같은 짓이야. 뭐든 조금 돌려 얘기하는 게 더 나아." 밤 11시, 백수완 레스토랑은 이미 영업이 끝났다. 경소경은 차키를 들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차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뛰쳐나왔고 그 사이로 주개가 의기양양하게 차에서 내렸다. "새끼, 아까는 네 입맛대로 때리기만 했지?" 경소경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가 없었다. "누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넌 지금쯤 병원에 누워있었을 거야." 주개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 "말해봐. 때린 이유가 뭐야? 딱히 봐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이유는 알고 싶네. 난 너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고작 레스토랑 사장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그런 건데?" 경소경이 냉소했다. "주먹질하는데 이유가 없는 스타일이라. 덤벼." 주개가 손짓하자 주위에 있던 열 몇 명의 사람들이 경소경에게로 달려들었다. 주개는 경소경을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경소경이 싸움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일부러 전문 격투선수들로 골랐다. 경소경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그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반 시간 뒤, 경소경은 결국 주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쓰러트렸다. 하지만 경소경의 몸 상태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갈비뼈가 적어도 두 대 정도는 골절된 것 같았고 오른쪽 손목도 탈골되었다. 다행히도 아직 서 있을 수는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