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님,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하고 계신가요?”전화를 받자마자 이국호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우연 그룹은 완전히 사각지대로 몰리게 된 상황인 데다가, 모든 은행들도 우연 그룹과의 합작을 끊어버렸다. 이 비상사태에, 우연 그룹의 현재 장부에는 수백억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수백만의 금액조차도 꺼낼 수가 없었다. “이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믿은 게 멍청했네요. 게다가 애초에 대표님께서 기어코 주식을 매수하려고 하셨는데, 지금 우연 그룹이 이렇게 자금이 빠듯한 상황에 굳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례하게 구는 것은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강우연은 씩씩거리며 겨우 마음속 노기를 억누르고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강 대표님, 이번 일은 저를 탓할게 아니에요! 저 또한 많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우연 그룹에 투자를 한 건데, 지금 다들 저한테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 저야 당연히 현금으로 바꿔서라도 돌려줘야죠!”“사실 우연 그룹에게 있어서, 100억은 단지 적은 금액일 뿐이잖아요!”“강 대표님이 오늘 이 난국에 빠진 것은 전부 라해붕 그 사람의 200억 때문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강 대표님을 도와 방법을 생각해 볼 의향도 있어요. 저의 작은 부탁만 하나만 들어준다면!”이국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말씀해 보세요!”어두운 표정의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라해붕에게 줄 그 돈을 조금만 미뤄서 줄 수 있다면, 먼저 제 이 100억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어떠신가요? 저 지금 정말 급하거든요!”하지만 이국호의 말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게 전혀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차갑게 웃었다. “물론 가능하죠. 라 대표가 저희 우연 그룹에 시간을 좀만 줄 수 있다면 200억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죠! 이 대표님의 그 50억 도 얼마든지 드릴 수 있고요!”“우연 그룹이 그동안 받은 주문량과 그에 딸린 이윤이 얼마나 많은지, 제가 굳이 얘기하지 않
동방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우연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라이언 회사와의 계약 그리고 라해붕과의 갈등, 이 모든 게 동양염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크게 한 바퀴 돌고 돌아 결국 동방염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 것이다. “어르신, 나 대표님! 저희 이젠 그만 가죠!”강우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간다고요? 강 대표님, 제가 미리 경고하는데 그 400억, 3일 안에 반드시 입금해야 합니다. 아니면 계약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기에 자칫했다가는 두 배로 배상해야 돼요!”“우연 그룹을 아예 팔아넘겨도 두 배인 800억 원이나 받을 수 있긴 할까요?”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순간 몸이 굳어 발걸음을 멈추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동방염에게 말했다. “설령 우연 그룹이 나중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저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시죠!”동방염이 어떤 사람인지 강우연은 이젠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골치 아프게 얽히고 싶지가 않았다. “역시!”그러자 동방염은 크게 웃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한지훈의 여자다워. 아주 패기 넘치네! 내가 그동안 판을 짠 게 헛수고는 아니었어!”“그나저나 내 사부님을 데려오면 네가 날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고, 역시 여자들은 멍청하고 순진하다니까!”이내 나계홍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동방 도련님, 그만 자중하세요!”“네가 뭔데! 당장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동방염은 눈을 부릅뜬 채 나계홍을 향해 노호하며 말했다. “나 대표님, 더 이상 상대하지 말고 이만 갑시다! 놈이 어떤 식으로 도발하든 말리지 마세요!”잔뜩 화가 난 강우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곧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웬 두 명의 그림자가 강우연 일행의 길을 막았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동방 도련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이 룸에서
라해붕의 등장으로 인해, 정세는 순식간에 더욱 악화되었다. 도청 전인은 홀로 1대 3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강우연의 안위를 보장할 수가 없었다. 설사 도청 전인이 캐럴과 로드 두 사람을 붙잡고 있는다 하더라도, 라해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얘들아, 뭐 해? 당장 들어와!”일찍이 손을 써둔 나계홍은 이내 문밖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뒤이어 10여 명의 검은 옷의 경호원들이 손에 권총을 든 채 재빨리 룸으로 뛰여 들었다. 만약 일반인만을 상대하는 상황이라면, 이 정도 수의 경호원들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동방염과 라해붕 등은 이 광경을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저 하하 웃었다. 곧이어 라해붕은 앞으로 한걸음 내딛고는 여유롭게 말했다. “이런 땅강아지들 같으니라고... 총이 아니라 대포를 하나씩 쥐어줘도 너희들이 과연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자, 배짱 있으면 당장 총 쏴봐. 나랑 한번 붙어보자고!”라해붕은 직접 손으로 총구를 자신의 이마에 겨누고는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진작에 이런 아마추어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를 않았다. 제 아무리 저격 소총을 들고 있더라도, 그를 다치게 하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할 뿐이었다. “내가 정말 총 쏘라고 명령을 내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해?”잔뜩 화가 난 나계홍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그는 무자가 아니고, 더우기는 무도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에 라해붕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가늠을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 그는 단지 강우연을 지키려는 일념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지훈이 자신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 “여봐라, 당장 사격해! 죽게 되면 내가 책임 질게!”그렇게 나계홍은 손으로 라해붕을 가리키고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내 경호원 몇 명이 잠시 망설이더니 라해붕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탕탕탕!”곧이어 콩 튀기는 듯한 총소리가 룸에서 울렸다. “하하!”뒤이어 총소리가 멈췄고, 라해붕은 오만방자하게 웃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총알들은 그의 가슴
“저렇게 수준 낮은 놈은, 우리 동방 집안이랑 같이 얘기를 나눌 가치도 없어. 게다가 저 놈을 보내주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한지훈에게 소식을 전해주겠어?”“한지훈이 오지 않으면, 이 판은 더 이상 재미도 없는걸!”동방염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내 그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곧바로 캐럴은 재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단번에 도청 전인을 급습했다. 그 뒤를 따라 로드도 바로 도청 전인의 뒤를 노렸다. 다행히도 눈치가 빨랐던 도청 전인은 칼을 꺼내든 채 황급히 뒤로 물러서고는 강우연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 “동방염 네 이놈, 감히 스승에 대한 은혜도 모르는 놈아!”잔뜩 화가 난 도청 전인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지만, 4성 천급 천왕계의 고수 두 명을 상대로 그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만약 부상이라도 전부 회복되었다면 아마도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전히 상처가 아물고 있는 시기였기에, 이 상황에 두 명을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었다. “스승에 대한 은혜? 내가 당신한테 충고하는데 되도록이면 선을 넘지 마. 혹시 모르잖아, 내가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좀 봐줄 수도 있을지. 괜히 나한테 미움 보였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수가 있어!”이내 동방염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다들 저 영감 잡아!”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라해붕도 함께 전단에 합류했다. 그렇게 도청 전인은 홀로 세 사람을 상대하게 됐다. 비록 도청 전인은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두 주먹으로는 결코 여섯 주먹을 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방심한 틈에, 로드에게 습격을 당하게 됐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도청 전인의 몸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내 그가 힘없이 땅에 쓰러지자마자, 캐럴은 다리를 들어 힘껏 그의 가슴을 밟았다. “영감, 적당히 나댈 줄 알아야지! 동방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진작에 죽었을 거야!”캐럴은 얼굴에 흉악한 미소를 지은 채, 밧줄을 풀어 도청 전인을 단단히 묶었다. “강
그렇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투기는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한지훈은 빠른 걸음으로 전투기에 올라타 직접 선창 뚜껑을 잠그고는 재빨리 비행기를 활주로로 들어서게끔 하였다. 용칠이 도착했을 무렵, 전투기는 이미 하늘로 날아오른 상황이었다. 전투기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용칠은 한지훈이 강중으로 급히 돌아가게 된 이 소식을 용월에게 전해주었다. 뒤이어 두 시간도 안 되어 한지훈은 강중 공항에 착륙하였다. 그는 쉴 틈 없이 바로 우연 그룹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 시각, 용월과 나계홍은 이미 사무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용월?”다소 놀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용왕 님께서 막 출발하시자마자 용칠이 저한테 소식을 전했어요. 방금 나 대표께서는 이미 저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셨고, 신룡전이 이미 이 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찾아올 것입니다!” 강중 일대는 본래 국내에 있는 몇 곳의 신룡전 본거지 중의 하나였다. 이 때문에 감시망이 촘촘하게 깔려있어 동방염 일행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웠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계홍을 향해 말했다. “도청 전인도 돌아오지 않았다고?”“한 선생, 보아하니 놈들은 여러 명의 고수들을 데리고 있더라고요. 그중 라해붕이라는 사람이 제일 심상치 않더군요. 제 수하가 바로 그놈의 손에 죽게 된 겁니다. 총을 쏘더라도 전혀 상처를 입힐 수가 없었어요!”나계홍은 자리를 뜨기 전의 상황만 잘 알고 있었기에, 현재 도청 전인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한편 그 시각, 도청 전인과 강우연은 강중 부근의 한 장원에 위치한 두 칸짜리 암실에 갇혀있었다. 반면 동방염은 소파에 앉아 와인을 음미하며 캐럴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 그놈, 소식 접하게 되면 무조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곳으로 달려올 거야. 너희들, 준비 됐지?”“도련님이 분부하신 대로 저희는 한지훈이 이곳으
로드는 미간을 찌푸렸고, 캐럴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젓자 비로소 그도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었다!동방염의 경호를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이제 그에게 이런 부도덕한 일을 시키다니, 로드의 속은 폭발할 것 같았다!비록 그들도 한지훈을 증오하고, 한지훈에게서 음양존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목표는 같았지만, 그들은 광명파의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사람을 억압하는 것은 광명파의 확실한 금기 사항이었다. “동방 도련님, 만약 그녀가 한지훈이 오기 전에 죽는다면, 도련님의 복수는 절반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캐럴이 말을 가로막자, 동방염은 강우연의 손에 든 식칼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도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은 안 되는 게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당장 저 여자의 손에 있는 칼을 뺏어와, 당장!”동방염은 이 순간을 위해, 방금 전 특별히 파란 약을 여섯 알이나 먹었다.지금이야말로 약기운이 오를 때라 그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가까이에 있는데 손에 넣지 못한다니, 그에게는 정말 고문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람을 죽이는 일뿐입니다. 만약 그녀를 죽이고 싶다면, 지금 바로 그녀를 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기를 원하시면, 조금만 기다리세요.”캐럴이 차분하게 말했다.“기다려? 기다려서 뭐 하게!”동방염은 눈이 핏발이 섰다.기다리라고?! 그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정신이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두 시간 안에 그녀는 지쳐서 힘을 잃을 겁니다. 그때가 되어야 우리가 기회를 잡을 수 있죠.”캐럴은 여전히 강우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고, 강우연도 입을 오므린 채 한이 맺힌 눈으로 캐럴을 쳐다보았다. 캐럴의 말이 맞았다. 지금 강우연은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물 한 방울과 쌀 한 톨도 먹지 못했다. 두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시간도 그녀에게 있어
“용왕님, 강중 북서쪽 모리진 근처의 한 장원에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정보에 따르면 동방염과 라해붕 외에도 두 명의 백인 남자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게다가 이 두 사람, 평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용월이 전화를 끊고 급히 한지훈에게 보고했다.“미로진!”한지훈은 즉시 머릿속에 강중 지도를 떠올렸다. 그곳은 매우 황량한 지역으로, 300가구가 채 안 되는 강중 근처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용월이 말한 그 장원은 한지훈에게도 조금 익숙한 곳이었고, 몇십 년 전에 폐허가 된 대저택이었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한지훈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동방염은 반드시 철저히 준비했을 거다. 너희들은 따라가지 말고, 신룡전 사람들도 모두 철수시켜라!”“예!”용월은 급히 전화기를 꺼내, 방금 받은 번호로 문자를 보내 부하들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전했다. 한지훈은 혼자서 빠르게 사무실을 떠나, 지프 차량에 올라 미로진을 향해 달려갔다.한지훈이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하늘 저편에서는 때때로 번개가 번쩍였다!몇 차례 우레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조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차를 마을 길거리 근처에 세운 뒤, 차에서 내려 혼자 장원 근처로 걸어갔다.이때, 장원 안은 불빛 하나 없이 칠흑같이 어두웠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끝없는 살기가 감돌았다.“너희 말은, 오늘 밤 한지훈이 반드시 올 거라는 건가?”동방염이 말을 꺼내며, 아직도 벽 모퉁이에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오후에 순찰을 하던 중 한지훈의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그들을 보내주긴 했습니다. 한지훈의 아내가 저희 손에 있으니, 그가 오지 않겠습니까?”그 말이 끝나자, 아래층 암실에서 몇 마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로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라해붕이야, 그 늙은 놈을 제대로 한 방 먹이겠다고 하더군. 아마 그 늙은 놈이 낸 소리일 거다!”동방염이 냉정하게
“후!”한 줄기 강한 바람이 한지훈의 등 뒤로 몰려왔다!“누구냐!”한지훈은 말을 하며 몸을 황급히 돌려 상대의 단검을 피했고, 동시에 손을 뻗어 상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쉬익!”또 다른 차가운 빛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한지훈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발끝을 살짝 땅에 닿게 한 뒤 몇 걸음 물러나 공중으로 뛰어올랐다.“팍!”한지훈은 공중에서 옆차기를 날려 상대의 가슴을 정확히 가격했다!그 사람은 그대로 거꾸로 날아가 손에 들고 있던 단검도 땅에 떨어졌다.“한지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 말이 끝나자, 주변의 모든 조명이 한꺼번에 환하게 켜졌고, 방 안에도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한지훈,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넌 너무 어려서 진법에 능하지는 못하겠지. 말해라, 금룡의 심장과 음양존이 어디에 있지?!”캐럴이 한지훈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강우연과 도청전인은 어디에 있는 거냐!”한지훈은 대답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모르겠다고?”로드는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은 이미 우리가 흑영진으로 가득 채워 놨다. 만약 네가 진법을 모른다면, 지금쯤 넌 이미 죽어 있을 거다!”역시 한지훈이 예상한 대로, 방금 느낀 그 어둠은 매우 비정상적이었고, 강우연의 목소리는 이 방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만약 한지훈이 진법에 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라해붕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이것으로 보아 상대방은 광명파 사람일 것이다! “광명파도 동방 가문과한패가 된 건가?!”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금룡의 심장을 내놓고 음양존의 위치를 말해라, 그럼 너는 괴롭히지 않고 네 아내 강우연과 도청전인도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겠다!”캐럴이 냉정하게 말했다. 뭐라고?! 문 앞에 서 있던 동방염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곧장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들은 내 충견에 불과한데, 무슨 자격으로 한지훈과 협상하려 드는 거지?! 당장 저 자식을 죽여버려!”“동방 도련님, 흥분하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피할 틈이 없었던 한지훈은, 자신의 가슴에서 흐르는 핏물과 붉은색의 사냥용 장총을 발견하게 됐다. “푸!”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지훈은 재빨리 문주에게 총을 겨눠 바로 사격하였다. 낙구영은 이 틈을 타 한지훈의 뒤통수를 노렸다. 이 모든 건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지훈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몸을 돌려 낙구영의 공격을 받아쳤다. 이내 큰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뒤로 10 여보 멀리 물러섰고 낙구영 또한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 순간, 온몸에서 기혈이 용솟음치는 듯한 느낌을 받은 한지훈은 가슴이 답답해나고 목도 뜨겁게 달아올라 피까지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의 몸은 이상한 기류로 휩싸여버렸다. 천왕경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한지훈은 이렇게나 위험한 지경에 다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낙구영과 두 문주의 거듭되는 공격을 마주하면서, 한지훈이 지금껏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 “한 선생, 당신의 실력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안타깝게도 노 씨 어르신은 절대 당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어.”낙구영은 결코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한지훈을 처단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모든 대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노 씨 어르신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피 거품을 토해내면서 이를 악물고는 차갑게 웃었다. “과연 그럴까? 마지막에 누가 죽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걸?”이내 한지훈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하였다. 그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주위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놈의 손에 있는 장총이 위험하니까 다들 조심해!” 이때 스탠드에 있던 노 씨 어르신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절대 낙구영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켜보던 사람들이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을 무렵, 장총은 붉은빛을 뿜어내면서 또 한 명의 문주를 그대로 찔렀다. 문주는 붉은색의 사냥용 장총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급히 검을 들어 막아 나섰다. 그는
낙구영의 말에 한지훈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쏴!”이내 낙구영은 직접 기나긴 장검을 뽑아 들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한망이 터져 나왔다. 예로부터 청봉문은 무종 중에서도 검술로 유명한 종문이었다. 게다가 낙구영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히면서 천부적인 자질 또한 뛰어났기에 젊은 나이에 벌써 5성 용급 천왕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링 위에 서있는 낙구영의 기세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그야말로 싸늘한 살의가 느껴졌다. 낙구영의 실력은 비록 방금 그 허 노인만큼 미치지는 못하지만, 거의 검경에 근접하는 실력이었다.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고수였기에 한지훈은 당연히 전혀 방심할 수가 없었고, 이내 천천히 오릉군 가시를 들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낙구영의 장검을 주시하였다. “쏴!”바로 그때, 낙구영의 손목을 움직이더니 눈부신 은빛과 함께 날카로운 검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을 향해 찔러 왔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공격을 개시하였다. 낙구영의 장검은 마치 보이지 않는 큰 그물처럼 단번에 한지훈을 덮쳤고, 반면 한지훈은 맹렬한 짐승처럼 장총으로 그 큰 그물을 찌르는 듯했다. 막상막하의 대결에 한지훈과 낙구영 모두 다소 놀랐다. 낙구영은 자신보다도 젊은 한지훈이 이렇게나 전투 경험이 풍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방금 몇 차례나 한지훈을 사각 제대로 몰아넣었지만 한지훈은 항상 교묘하게 위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반격을 가했다. 마찬가지로 한지훈 또한 낙구영의 검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층층이 쌓인 아주 치밀한 검망은, 전혀 쉽게 돌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차례 사나운 공세 끝에도 두 사람의 승부는 나지 않았다. 스탠드에서 지켜보고 있던 노 씨 어르신은 긴장한 표정으로 링 위의 두 사람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 보기에는 낙구영과 한지훈이 승부를 가리기 어려워 보이지만, 한지훈은 허 노인조차도 이겨내지 못한 사람이었기에 더 이상의 이
어느새 생명의 끝에 다다른 허 노인의 모습에, 노 씨 어르신은 창백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낙구영으로 하여금 한지훈을 이기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낙구영이 이길 승산이 절반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절대 무맹을 찾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떨리는 몸으로 큰 구덩이에 누운 허 노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제자리에 앉았다. 지금 이 순간, 허 노인의 몸은 마치 죽은 고기처럼 그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에 누운 채 때때로 경련까지 일으켰다. 허 노인은 여전히 자신의 패배 원인을 깨닫지 못했다. 방금 한지훈이 펼친 그 일련의 공격은 아주 치밀하여, 경험이 극히 풍부한 허 노인조차도 이런 괴이한 수법은 처음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분통해도 이젠 후회하기엔 늦었다. 그의 내장은 이미 한지훈의 발에 짓밟혀 전부 부서졌고, 허 노인은 그저 큰 구덩이에 누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 씨 어르신의 편을 들면서 같이 한지훈을 비난해 오던 몇몇 문주들도 어느새 입을 꾹 다물었다.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몸을 돌려 노 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너한테 기회를 줄게. 네가 무릎 꿇고 내 앞에서 절을 한다면 이전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은 없던 일로 해줄게.” 그리고는 방금 자신이 마셨던 그 찻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쩌면 한지훈이 진작에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노 씨 어르신은 내심 긴장되었다. 낙구영은 그 독이 든 찻잔을 보며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비록 그는 한지훈이 대체 왜 중독되지 않았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지만, 분명한 건 한지훈은 이 독차를 마시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한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노 씨 어르신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한지훈, 너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감히 나더러 너한테 절을
한지훈은 두 다리를 약간 굽히더니, 아예 허 노인의 가슴을 향해 직접 무릎을 내리꽂았다. "아, 젠장!" 깜짝 놀란 허 노인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중력에다가, 한지훈 자체가 내는 힘까지 더불어 허 노인이 감당하게 될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이내 허 노인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옆으로 1미터 남짓 굴러갔다. 재빨리 피한 덕에, 한지훈의 두 무릎은 링을 찧게 되었고 땅에는 깊은 균열이 나타났다. 이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스탠드에서 지켜보던 노 씨 어르신조차도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충격을 금치 못한 청봉문의 제자들까지도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만큼 한지훈의 실력은 역시나 초연했다. 허 노인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한지훈뿐일 것이다. 그래도 허 노인은 그동안 백여 차례의 전투를 치른 경험과 바탕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연이은 공격은 피할 수도 없게 되고 진작에 목숨까지 잃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 끈기에, 사실 한지훈도 내심 은근히 놀랐다. 상대가 허 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한지훈의 두 무릎 아래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속하여 여러 차례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허 노인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영감은 과연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한지훈의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무렵, 더욱 놀라운 장면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바로 한지훈이 곧바로 앞으로 달려들어 두 팔꿈치로 허 노인의 옆구리를 세게 내리치는 것이었다. 허 노인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 이내 그는 급히 허리에 힘을 주고는 몸을 몇 바퀴 더 구르고 나서야 겨우 한지훈의 두 팔꿈치를 피했다. 이렇게 된 이상 허 노인은 더 이상 어떤 체면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목숨을 건지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사실 한지훈은 내심 이미 대처 방안이 있었다. 방금 한지훈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중의 한 단락 내용을 떠올렸다. 다만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종래로 이것이 하나의 살인 수법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경계든지 실력이든지, 한지훈은 어느 하나 우세인 점이 없었다. 유일한 승리 수단은 오직 교묘한 수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지훈의 사전에는 패배란 없었다. 방금 한지훈과 주먹을 맞부딪힌 허 노인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팔이 저려났고 게다가 가볍게 떨리기도 했다. 보아하니 눈앞의 이 어린 청년은 정말로 대단한 강자였다. 단 4성 천왕계의 실력만으로도 자신에게 압박을 줄 줄은 몰랐다. 허 노인에게는 3대 수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몸을 움츠리고 자취를 감추어 귀신보다도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덮치는 것. 두 번째는 손바닥을 자유자재로 놀려 아예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그의 용호 주먹이었다. 그의 주먹의 위력은 작은 산 하나도 옮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방금 꽤 기나긴 대결을 펼친 허 노인은 이미 거의 전력을 다한 상황이었다. 반면 방금 땅에 떨어지게 된 한지훈은, 다리는 부러지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적지 않게 다치기는 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기색을 보니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그 모습에 허 노인은 더욱 놀랐다. 사실 한지훈은 보기와 다르게 전혀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허 노인과 주먹을 맞부딪힌 후로, 당연히 다리에 무리가 가 한지훈은 식은땀을 몰래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오늘의 재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될 테니까. 아무리 아파도 그는 반드시 참고 허 노인을 물리쳐야 했다. "어르신 손재주가 좋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이 주
’무맹에는 역시나 인재들이 많았어.’ 한지훈은 내심 독기를 품었다. 이미 그의 뒤쪽은 바로 링의 가장자리였고 아래쪽은 줄지어 늘어선 총칼들이 가득하여 당장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사 링에서 뛰쳐나온다 하더라도 칼 끝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호장법!" 곧이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꺼내 허 노인의 손바닥을 향해 찔렀다. 그제야 마침내 한지훈과 맞붙게 된 허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직 실력이 미숙하네!" 이내 허 노인은 몸을 한쪽으로 기울고는, 매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한지훈의 목구멍을 잡았다. 그러자 한지훈은 급히 수법을 철회하고는, 오릉군 가시로 방어에 나섰다. "땡!" 바로 그 순간,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렸고 한지훈은 한껏 떨리는 손으로 오릉군 가시를 꽉 잡았다. 허 노인의 위세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한지훈은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가 이렇게 약하게만 느껴졌다. 전혀 당해낼 수 없는 그 힘에 한지훈은 좀 놀랐다. "잘 봐!" 곧이어 허 노인은 큰 소리와 함께, 단 한 손으로 한지훈의 가슴을 내리쳤다. 두 사람의 대결을 마주한 많은 사람들은, 이미 허 노인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에 반면 한지훈은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노 씨 어르신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떠나기 전에 미리 덫을 준비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오늘 정말 한지훈한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할게 뻔했다. "어르신, 상황을 보아하니 몇수만 더 펼치면 한지훈이 곧 패할 것 같은데요!" 이때 그의 옆에 있던 한 40대 중년 남자가 노 씨 어르신에게 환심을 사려 다가갔다. "훗. 자고로 허 노인은 무맹 10대 고수 중 한 명이야! 한지훈 이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절대 허 노인의 적수가 될 수는 없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허 노인의 손아귀에서 죽은 줄 알기나 해?" 노 씨 어르신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편 한지훈은 여전히 몸을 사리지
"그래, 네가 무맹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만 한다면 오늘 네 목숨은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 사활은 낙 문주한테 맡길 거야!" "그리고 너 전에 진 씨 집안의 가산도 받지 않았었어? 당장 그 가산을 전부 돌려주고, 무맹에도 20억 원을 기부한다면 오늘의 일은 여기까지 하는 거로만 할게!" ‘뭐라고?’ 허 노인의 말에 한지훈은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너희 무맹 사람들은 다 이 정도 수준이야? 절을 하고 사과하라 하고, 또 나더러 가산을 전부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게다가 너희 무맹한테 20억이나 주라고?" "이보세요, 선생님. 대낮에 술이라도 한 잔 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허 노인은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사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요구가 이미 인정 넘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지훈의 자세에, 허 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여유롭게 한 발자국 내딛자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순간 한지훈의 동공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이 허 노인은 정말이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이었다. 이런 절학은 에도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사라진 지는 여러 해가 되었다고 했었다. 그리하여 설령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이 절학을 깨닫지는 못했다. 믿기지 않는 장면에 청봉문과 노 씨 주변의 사람들도 잇달아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이는 그들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 걸음에,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를 앞으로 나아가다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봤지? 지금이라도 고개 숙이고 용서를 빌면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은 남아있긴 해!" 허 노인은 한 손을 거만하게 짊어진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한지훈이 어리석지 않은 이상 반드시 그에게 복종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실 허 노인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약간 꺼려하고 있었다. 비록 매우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과 맞붙는 것은 절대 상책이 아
기나긴 손톱은 살점을 뜯어버렸다. 이내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너무나도 한지훈을 증오했다.그가 증오하는 건 한지훈이 누군가를 다치게 한 것 때문이 아니라, 한지훈이 바로 그의 체면을 구긴 첫 번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당한 무맹 장로였던 그는, 그동안 어디를 가든 항상 존경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반면 한지훈은 그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한지훈, 이런 식으로 굴면 나중에 우리 무종 사람들한테 미움받게 될 텐데 겁나지는 않아?" 노 씨 어르신은 계속하여 위협했다. "훗, 미움받는 게 뭐 어때서? 당신들은 어떻게든 나를 죽으려고 안달 나 있는데, 설마 내가 당신들한테 사정을 봐주겠어? 그러니까 허튼 생각하지 마!" 한지훈은 차갑게 대답했다.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던 노 씨 어르신은 이내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한 노인에게 말했다. "허 노인, 이 주제 모르는 녀석 정말 안하무인 그 자체네! 무맹의 위신마저 모두 짓밟으려 하다니!" "나 오늘 반드시 저 놈을 죽이고야 말겠어!" 그 말을 들은 허 씨 어르신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무맹의 장로가 아니라 무맹에서 살인만을 담당하는 전문 킬러였다. 그 경계는 한지훈보다도 한 단계 더 높았다. 적어도 원 씨 집안 원승천의 급 정도는 되었다. 결국 무종 사람들은 항상 무맹에 대해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무맹 중에는 그와 같은 킬러들이 수백 명도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감히 무맹의 장로들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한지훈은 노 씨 어르신에게 조금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한지훈이 곧 죽음을 당할 거라 예상했다. 이내 허 노인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순식간에 온몸의 기세를 폭발시켰다. 2 성 현급 천왕계, 3 성 지급 천왕계, 그리고 4 성 천급 천왕계... 마지막으로 5성 용급 천왕계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청봉문 사람
사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한지훈의 실력이 아니라, 그가 그 독차를 마신 뒤에도 전투력이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성천왕은 말할 것도 없고, 오성 용급 천왕계의 사람이라 해도 그런 독차를 마시면 그 독성의 영향을 받아 실력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그런데 한지훈은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 그가 백독불침의 체질이라도 되는 것인가?!그럴 리 없다!노 씨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백독불침은 전설 속의 특별한 체질일 뿐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다!사실 그들이 알지 못한 것은, 한지훈이 청봉문에 오기 전 이미 자신이 만든 해독제를 미리 먹었다는 것이다.천생서문에 따르면, 이 해독제는 한 번의 복용으로 하루 밤낮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며, 독주를 마시더라도 마치 꿀을 마시듯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게 된다.물론 독차를 마셨을 때, 한지훈도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 느낌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그와 동시에, 오릉군 가시가 엄청난 기세로 단월성의 귀두검과 부딪혔다! “쿵!”몇 번의 굉음이 울리자, 단월성은 손에 든 검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능숙하게 조종하며 칼날을 돌려 단월성의 목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비록 오릉군 가시의 길이는 2척이 넘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빨라 눈앞을 번개와 같은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천왕계 강자들은 무기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한지훈의 조종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한지훈의 손에서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매우 빠르고, 위세가 등등했다! 단월성은 반응할 틈도 없이, 오릉군 가시가 그의 목구멍을 뚫고 지나갔다!단월성은 자신의 목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그의 시야는 마치 밤이 서서히 내려앉는 것처럼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목에는 거대한 혈구멍이 나 있었고, 그 안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단월성은 절망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