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이 입을 열었다. "이 약도 호텔, 제가 전세내겠습니다. 누구도 들이지 마세요."한지훈의 뜻은 매우 간단했다. 왕석윤을 호텔에서 쫓아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왕석윤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으며 비꼬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문외한은 다르다니까. 약도 호텔을 전세 내는게 가능할리가.'첫째, 약도 호텔은 약도협회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받는 랜드마크 건물이다.둘째, 약도 호텔의 하루 지출은 20억을 돌파했다.'아무도 약도 호텔을 전세 낼 정도로 어마무시한 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설사 정말 있다 하더라도 약도 호텔이 스스로 신분을 낮추어 어떤 사람이나 단체가 전세 내는걸 허락할 리 없었다. 왕석윤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비웃었다. "한지훈,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 약도 호텔을 전세 내겠다니. 도석형 장군의 초대가 있다고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사실 왕석윤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모든 경비원들과 프런트 아가씨들 조차도 누군가가 호텔 전체를 전세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지훈은 온병림을 바라보았다.온병림은 미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정말 할 수 없습니다. 약도 호텔은 약도의 랜드마크 입니다. 여러 해 동안 줄곧 존귀한 관광객들의 입주 선호지였어요. 만약 다른 사람이 전세를 맡는다면 그 손실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약도 경매가 열리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각지의 부유한 상인들이 모두 약도 호텔에 입주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온병림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약도 호텔은 확실히 전세를 맡을 수 없었다. 한지훈이 말했다. "만약 제가 혼자서 약도 호텔의 모든 손실을 부담한다면요? 그럼 되겠어요?""허허!"왕석윤이 비웃었다. "넌 네가 뭐라도 되는줄 아나봐. 모든 손실을 부담하겠다고? 넌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알아? 네 가족이 모든 돈을 전부 내놓아도 그 바용을 감당할 수 없어. 설마 도석형 장군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반면 온병림은 의혹스럽게 물었다. "
훈장을 본 온병림은 눈이 반짝였다.이건 그 신출귀몰 한다는 백 선생의 증표였다. '도석형 님이 친히 초대하신 한 선생이 사실은 억만장자 백 선생이었다니.'온병림은 자기도 모르게 "당신이 백..." 이라고 입을 열었다. "쉿!"한지훈은 손가락을 입 앞에 놓고 온병림에게 이 일을 비밀로 하라고 표시했다.온병림의 눈에 어린 열광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살아생전에 억만장자로 유명한 백 선생을 볼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지금은 제가 약도 호텔 전체를 전세 낼 수 있을까요?"온병림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만약 백... 아니, 한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직접 한 선생님께서 약도 호텔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한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제 약도 회장 자리도 당신에게 양보할 수 있습니다."한지훈은 연거푸 손을 흔들며 말했다. "회장 자리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약도 호텔만 있으면 됩니다."그는 자신감 있게 또박또박 말했다.왕석윤은 어이가 없었다. '불가능해. 겨우 1분도 안된 시간 안에 온 씨 어르신의 태도가 180도 크게 바뀐다고? 그것도 바로 강중약도의 랜드마크인 약도 호텔을 넘기겠다고 한다고? 아니, 심지어는 한지훈한테 회장 자리까지 넘기려고 해?''겨우 1분이야. 한지훈이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기에 온병림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하는 거야?'온병림이 공경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온병림은 즉석에서 선포했다. "나는 약도 호텔 이사장의 이름으로 오늘, 한지훈 씨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주겠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온 이사장님이 이사장직을 포기하고 약도에 온 지 하루밖에 안 된 녀석에게 양보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야, 여긴 약도 호텔이야. 약도가 가장 주목하는 랜드마크 건물이라고.""설마 한지훈이 전설 속의 은세 부자라는 말인가? 약도 호텔을 큰 돈을 들여 바로 인수하다니....한지훈은 "오늘, 나는 약도 호텔에
왕석윤은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혼자 차를 몰고 도석형의 별장으로 향했다.왕석윤은 도석형의 별장의 부하들의 인솔을 받아 곧바로 의사당으로 들어갔고, 위쪽 자리에는 도석형이 앉아 있고, 그의 좌우에는 우진과 우식 두 형제가 서 있었다.왕 씨 가문의 왕유걸은 바닥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어 예의를 표했다. 왕유걸은 왕석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빨리 무릎을 꿇지 못해, 도 장군님에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는 거 몰라?!"이를 본 왕석윤은 즉시 무릎을 꿇었고, 도석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왕유걸, 내가 맡긴 일은 다 완료한 건가?"그러자 왕유걸은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전 특별히 장군님께서 지시하신 일을 완수하기 위해 일부러 제 아들자식을 보냈습니다. 저희는 이 일을 반드시 장군님을 도와 완벽하게 해낼 겁니다."이 말을 들은 도석형은 약간 화를 내며 말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인데, 네 그 버러지 같은 아들에게 맡겼다고? 한지훈을 마음에 두지 않는 거야, 아니면 이 장군의 일을 마음에 두지 않는 거야?!"도석형의 말투는 날카로웠고, 왕유걸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했다. "아니, 아닙니다! 장군님의 문제가 저의 최우선 순위입니다."왕유걸이 다급하게 말했다."크흠!"왕석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맞습니다, 전 정말로 열심히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한지훈은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장군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궁금해할 겁니다."도석형의 독수리 같은 눈동자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왕석윤을 노려보았다.왕 씨 가문의 도련님인 왕석윤이 이룬 건 하나도 없이 하루 종일 클럽을 누비며 한량처럼 산다는 건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왕석윤은 서둘러 이어서 말했다."그 외에도 한지훈이 장군님에게 대적하면 어떻게 될지 알려주려고 특별히 본때를 보여 주었습니다."그러자 도석형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네놈이 한지훈을 한 방 먹였다고? 어떻게 한 건지 한 번 들어나 보고 싶군."왕석윤이 도석형의 질문을 받
"예, 예, 잘 알겠습니다."왕유걸은 초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들을 데려가서 치료해!"왕유걸은 몇 차례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도 장군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꼭 주의하겠습니다.""나 도석형이 당신 왕 씨 가문을 약도에서 일으킬 수도 있고,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거야. 기억해, 너희 왕 씨 가문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렸어."이 말을 들은 왕유걸은 떨며 말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도석형 장군님의 명령이 곧 우리 왕 씨 가문의 목표입니다."왕유걸과 왕석윤이 떠난 후, 로비에서 우진과 우식 두 형제는 도석형을 위해 한지훈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도석형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물었다."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그러자 우식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한지훈은 이미 장군님의 행방을 의심해 특별히 사람을 불러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약도 밖에 모인 5만 명의 군사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도석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지훈 계획의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되었군. 다음 단계가 본론이야."그러자 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한지훈은 이미 약도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온병림 이 노인네가 한지훈을 돕고 싶어 해서 그가 평생 동안 가꿔왔던 약도 호텔까지 한지훈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뭔가 계략이 있는 것 같습니다."한쪽에 있던 우식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게다가 이 일은 사소한 게 아닙니다. 이번 약도 전시회는 유례없이 성대하다고 했는데, 심지어 막대한 재산을 가진 백 선생도 약도 강중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 신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약도 전시회에 참가했으니 만약 저희가 그곳에서 조치를 취하면 여러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석형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한지훈도 우리가 약도 전시회에서 자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방심한 틈을 타서 그 자식을 공격해 손쓸 틈도 없게 만드는 거지!"우진은 잠
한지훈이 약도에 도착한 지 이틀째, 햇빛이 강렬히 내리쬐며 날이 매우 따뜻했고,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한지훈은 창밖에 서서 약도 호텔 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었고,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켜자 씁쓸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그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면 창문 밖 풍경이 보였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붉은 구름이 보였다.약도 호텔은 천하강의 상류 지역에 세워졌고,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강우연은 눈을 비비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수줍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강우연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녀의 얼굴은 마치 세월이 비껴간 듯했으며 그녀와 처음 만난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어났네, 약도 전시회 경매가 곧 시작이야!""아!"강우연은 황급히 옷을 꺼내 입으며 말했다."왜 안 깨운 거예요? 경매 첫날에 늦으면 안 되는데!"한지훈은 강우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늦으면 뭐 어때, 좀 더 기다리라고 하면 되지."그러자 강우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린 초대받은 사람이니까 늦지 않는 게 좋잖아요. 안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요.""알겠어, 여보. 당신 말 들을게."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온병림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꺼냈다.그렇다, 어젯밤 한지훈이 백 선생이라는 신분을 공개한 후 온병림은 한지훈에게 인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자진해서 한지훈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온병림은 한지훈에게 앞으로 어떤 분부가 있으면 직접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온병림은 한지훈에게 비서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것이다. 온병림은 한지훈이 자신의 개인 비서에게 전화를 걸고, 개인 비서가 다시 자신에게 전달하면 한지훈의 지시를 늦게 처리할까 봐 걱정했다.결국, 그는 백 선생이 아닌가!그는 수천억 원의 투자를 할 수 있는 부
"뚜…뚜…"전화가 끊어졌다. 강우연은 옷을 다 입은 뒤 화장을 할 겨를도 없이 한지훈의 이름을 부르며 집을 나서려 했다.그러자 한지훈은 그녀를 껴안고 귀에 속삭였다."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천천히 가자."강우연은 뜨거운 숨결에 뺨이 붉어졌다."그만해요, 빨리 전시회에 가야죠!"강우연이 숨을 내쉬며 말하자, 한지훈은 강우연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괜찮아, 전시회가 오후 1시로 연기됐거든. 누구도 나랑 당신 사이를 방해할 수 없어!""악!"강우연의 외침 뒤에, 두 사람은 다시 푹신한 침대 위로 떨어졌다.……약도 호텔은 열기로 가득했고, 그 누구도 약도 전시회가 왜 연기되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온병림은 약도 전시회가 오후 1시로 연기되었다고 직접 발표했다.꽃, 와인, 레드 카펫이 놓인 약도 전시 센터 안.약도 전시 센터는 항상 크고 작은 협회의 모든 활동을 주최해 왔다. 약도 전시 센터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중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유명 인사들이다.그들은 와인 잔을 들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성공한 사람들처럼 웃으며 행동했다.장군 한 명의 공적이 만 명의 병사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듯,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햇빛 아래의 그늘을 알 길이 없다. 약도 전시 센터의 채 씨 매니저가 와인 잔을 들고 행사장으로 들어섰고, 단상에 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오늘 약도 전시회 경매가 오후 1시로 연기되었으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질서 있게 퇴장 해주시기 바랍니다."채문현의 웃는 얼굴과 온화한 태도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전시회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약도 협회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주요 행사를 미룬 적이 없었으며, 이번 전시회 경매는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행사였다. 전통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말을 꺼냈다."왜 갑자기 연기를 한 거죠?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는데, 헛걸음을 한 꼴이 됐잖아요.""그러니까요!"
연한 회색 셔츠를 입은 한 사람이 물었다."실례지만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최근 몇 년 동안 약도 전시회 경매가 한 번도 연기된 적이 없다는 걸 잘 아실 테지요. 최소한 한 가지 이유는 밝혀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을 막기는 어려울 겁니다."과연!채문현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똑같았다.그들은 상대의 세력이 강한 것을 보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그건……"채문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이 소식도 임시로 발표된 거라 저도 잘 모릅니다. 거물 한 분이 늦을 거 같으니 온 씨 어르신께 연기를 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뭐라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약도 강중 장관인 온 씨 어르신께서 한 거물의 명령을 받다니요. 그저 한 명의 거물 때문에 약도 전시회가 연기가 됐다는 말인가요?""그 거물이 어제 약도 호텔을 인수한 사람이 아닐까요? 어제 온 씨 어르신께서 직접 마중을 나가시고 방까지 안내했다고 하던데요.""믿을 수 없네요, 온 씨 어르신보다 더 큰 부자가 있다니. 만약 그 사람과 술 한잔할 기회가 있다면 여한이 없겠네!"......채문현은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혼자서 약도 전시 센터를 나섰고, 약도 전시 센터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거물급 인사가 약도 경매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약도 전체를 뒤덮었고, 뉴스의 헤드라인부터 지라시까지 모두 전시회 연기에 관한 일을 퍼트리고 있다. 우진은 원래 약도 전시 센터의 웨이터를 매수해 한지훈의 차, 과일, 채소에 독을 넣어 한지훈과 강우연을 단숨에 죽일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했고, 약도 전시회 연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상황이 매우 빨리 벌어지자 우진은 당황했고, 서둘러 도석형에게 보고한 뒤 추가 지시를 요청했다. "장군님, 계획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약도 전시회 경매가 오후 1시로 연기되었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한지훈이 온병림에게 전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강우연은 옷을 입은 뒤 말했다."밥 먹으러 내려와요, 기다릴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띠링!휴대폰이 울렸고, 확인을 해 보니 용일이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사령관님, 저희는 도석형의 출국기록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도석형은 실제로 약도를 떠난 적이 없고, 만약 떠난 거라면 군의 비밀 경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옷을 입고 천천히 방을 나섰다. 약도 호텔의 2~4층은 모두 최고급 레스토랑이었고, 한지훈과 강우연은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약도 전시회장으로 향했다.강우연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사실 만약 강우연이 원한다면 이번 약도 전시회 경매는 호텔에서 열 수도 있었다.한지훈과 강우연은 약도 전시 센터에 늦게 도착했고, 업계의 모든 리더들과 거물들이 약도 전시 센터를 방문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한지훈과 강우연이 약도 전시 센터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강우연의 미모에 홀려버렸고, 그녀는 등을 드러낸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 내려온 선녀 같았다.얼핏 보면 만화 속 미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늘에만 존재하는 선녀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 남자들은 강우연의 미모를 보고 침을 흘렸고, 여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쯧, 그냥 얼굴이 반반한 정도네. 약도 경매에도 늦다니, 교양이 너무 없는 것 아니야?""저 꼴도 좀 봐, 부자한테 빌붙어서 약도 전시 센터에 들어온 거겠지. 무슨 낯짝으로 온 거야!"강우연과 한지훈은 약도 전시 센터 로비에서 경비원에 의해 제지를 당했고, 그들은 늦었기에 규정에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다.강우연은 일찍 왔다면 몇몇 유명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며 후회했다.이때, 한지훈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냥 들여보내 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 밥줄이 끊길까 봐 걱정돼서 그럽니다."그러자 경비원은
한편 그 시각, 동방 가문의 별장에서는 동방소와 동방 오우의 두 사람이 한 노인의 양 측에 서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맞은편에는, 우천존과 기모노를 입은 또 다른 중년 남자가 한 명 앉아있었다.그가 바로 사신이었다. 그는 부상국에서, 궁본 현일에 버금가는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게다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천신계를 돌파하여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 없는 높이에 이르기도 했다. “우천존, 우리 둘 사이의 약속, 혹은 화산과 광명파 사이의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겠지?”이내 가운데에 앉은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노인은 바로 화산과 세속 사이를 지키는 장로로서, 화산과 세속의 모든 사무 결책권을 쥐고 있었다. 화산과 광명파 사이에 암암리에 체결된 계약 역시 바로 이 노인이 주도하는 것이다. “어르신, 저희 광명파가 화산을 도울 거라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하지만 여기 남은 반쪽의 흑룡심을 얻어내려면 여전히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게다가 저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피라미드에는 인왕급 강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하는데, 과연 화산이 정말 무사히 용심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우천존은 미소를 띤 얼굴로, 남은 반쪽 용심의 행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럼 한지훈 그 몸에 있는 두 개의 용심을, 대체 어떻게 나눌 생각인 건가?” 창안백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저희 광명파는 금룡심만 있으면 됩니다! 적룡심은 얼마든지 화산한테 넘겨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천생 서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저희가 서로 공유를 해야 합니다!”“어르신도 아시다시피 천생 서문 없이는, 설령 용심을 쥐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쓸모도 없고 스스로 융합의 방법을 깨달을 수도 없습니다!”우천존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동방 오우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천존 님 그리고 창 씨 어르신, 제가 듣기로는 무적천도 한창 흑룡심을 융합시키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럼 차라리 그의 손에 있는 그 용심도...”그
명령을 받은 두 궁인은 곧바로 천자각을 빠져나갔다. “폐하, 이렇게까지 하는 게 타당하긴 할까요?”이내 종묘 장로들이 앞으로 나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부당하다는 거야? 흥!”국왕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나의 용국이 어찌 두 천신계 강자에 의해 흔들릴 수가 있겠어! 설령 동방 가문이든 동방 오우든 그 누구도 우릴 위협할 수는 없어!”“용국은 예로부터 대국으로서, 절대 외부의 압박과 협박을 받을 수는 없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나서려는 자들은 목숨 바칠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난 절대 타협할 생각도 없거든! 그러니 얼른 내려가!”진우 일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잇달아 천자각에서 물러났다. 한편 용경 교외의 한 별장에서는, 동방 오우가 이루루의 다리에 비스듬히 기댄 채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천존과 사신이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한지훈도 이젠 간담이 서늘해졌겠지.”이루루가 얼굴을 가리고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도 한때는 한지훈을 연모하고 있었지만, 당시 한지훈은 이미 최정상에 올라 그녀가 한지훈에게 접근할 자격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있는 동방 오우라는 남자는, 한지훈보다 천 배는 나아 보였다. 그녀는 내심, 내일 결전 당일이 바로 한지훈의 제삿날이라 확신했다. 동방 오우와도 같은 든든한 남자가 자신을 뒷받침하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한지훈은 이미 비할 데 없이 나약해 보였다. “그 정도는 아닐 거야. 한지훈이 며칠 전에 우천존과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 그러니 내가 예상하기로는, 한지훈은 진작에 우천존이 올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야!”동방 오우는 침착하게 말했다. “한지훈도, 우천존이 천생 서문을 탈취하기 위해 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야?”이루루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심지어 전에 광명존은은 직접 구걸한 적도 있어. 다만 아쉽게도 광명존 이 폐물 같은 놈은, 한지훈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자
다들 여전히 크게 놀라 난처해하고 있을 무렵, 흑병대의 한 병사가 재빠른 걸음으로 홀에 들어와 진우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큰일 났습니다!” 이내 보고서 하나를 진우에게 건네주었다. 보고서를 확인한 진우는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무슨 일이야?”불안한 마음에 대장로가 앞으로 나아가 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우천존이 이미 용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상국의 사신도 이미 한 시간 전에 용경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고 합니다!”“우천존은 광명파의 호천 육존 중 한 명인걸 알고 있는데, 사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아직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용국으로 달려온 건, 단지 관전을 위해서 일가요?”진우는 보고서를 손에 든 채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장로 여러분, 이번 일은 중대한 사항이니 제가 반드시 우선 국왕께 보고를 올릴 겁니다!”그러자 대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너를 따라 함께 갈게. 그리고 이번 한지훈과 동방 오우의 결전은 잠시 보류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형세는 한지훈에게 매우 불리하게 될 거야!”“그럽시다!”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대장로와 함께 용각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한편 국왕은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사사건건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전체 맥락을 훑어보면, 유럽이 아마도 한 가지 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 보고서의 표면상 만으로는 전혀 실마리를 알 수가 없었다. “폐하, 진우 및 무종 대장로 그리고 세 명의 종묘 장로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합니다!”그 말에 국왕은 손에 든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손을 흔들었다. “얼른 들어오라고 해!”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 일행은 잇달아 천자각으로 들어섰다. “폐하, 방금 흑병대에서 얻어낸 정보인데 우천존과 사신이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여 용국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금 저희끼리 상의
그 어떤 위협적인 말을 들어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르신, 지금 저희를 위협하는 겁니까?”어느새 진우의 눈빛에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협?”그러자 정지룡은 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이 어린놈아, 내가 널 죽이는 건 짐승을 죽이는 거랑 같은 도리인데, 내가 왜 너를 굳이 위협하겠어?”“당신들, 동방 오우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 한지훈이든 장로든 그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는 못해. 그러니 괜히 줄을 잘못 서서 나중에 후회해도 날 탓하지는 마!”“요즘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난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아. 당신들 나보다 더 잘 알거라 생각해. 앞으로 이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동방 도련님한테 의지해야 돼. 당신들이 그렇게 모시는 한지훈은 전혀 실력이 안된다고.” 정지룡의 말을 들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빛은 순간 어두워졌다. “어르신, 그렇게 독단적으로 구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진우가 차갑게 맞받아쳤다. 바로 그때, 정지룡이 온몸의 기세를 펼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운이 만장을 덮어 심지어 진우까지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 이는 매우 어마무시한 위압이다. 이제 갓 5성 용급 천왕계에 진입한 강자들과 달리 정지룡은 이 경지에서 머무른 지 수십 년도 되었다. 다만 줄곧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않아 천신계에 발을 못 들여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무적천과도 같은 강자뿐이었다. “어쩌라고?”정지룡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5성 용급 천왕계에 발을 들여놓은 나조차도 기꺼이 동방 도련님 곁에 남아 종이 되었는데, 왜 당신들은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거지?”“한지훈의 손에는 대체 뭐가 있는데, 혹시 신룡전? 그깟 신룡전, 나 혼자의 힘만으로도 절반은 아작 낼 수 있어.” 미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노인이 로비로 들어섰다. 그는 바로 동방 오우의 곁을 지키던 그 노인이었다. 노인의 등장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장로가 일어서려는 순간,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앉으시죠!”지금의 노인은 더 이상 동방 오우 곁에 있을 때의 그런 겸손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한껏 교만한 태도를 보이며 대장로를 마주하고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정 선생!”이내 대장로가 일어나 노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뒤이어 나머지 몇 명의 장로들도 잇달아 일어나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진우는 공손한 장로들의 태도에, 머릿속으로 이 노인의 내력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무종 대장로들마저 이렇게 예우하는 이상, 노인의 신분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다들 아직도 나를 잊지 않았군. 정말 감격스럽네!”정지룡 역시 장로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찾아 앉았다. “정 선생, 확실히 이건 좀 예상 밖이야. 어떻게 정 선생의 신분으로 동방 오우 편을 들다니. 이건...”대장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정지룡을 살펴보았다. 장로들은 비록 한지훈이 동방 오우를 격살하는 걸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절대적으로 동방 가문을 지지하고, 동방 오우의 편에 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전반적인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동안 장로들은 유럽 몇 대 가문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받아오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정보는, 무도 학원은 필연적으로 용국의 국운을 겨냥하여 궐기하게 되는데 때가 되면 용국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장로들은 당연히 동방 오우와 한지훈 두 사람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한 편으로는 몇 대가문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무도 학원이 독재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지룡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대장로들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동방오우는 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
이 외에도, 부상국에서 여러 해 동안 은거해 온 천신계 강자인 궁본 현일 또한 내일 정오에 용경에 도착하여 직접 대결을 관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러셀로렌 가문의 은세 강자들도 특별히 용국으로 달려와 이 광세의 결전을 직접 보기로 하였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게 되었다. 백 년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던 천신 강자들도 드디어 나타나다니. 이 소식을 접한 진우의 안색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 얼핏 보아도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4대 가문은 대체 무슨 속셈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동방 가문,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수를 두고 있는 거야!”답답한 나머지 진우는 탁자를 탁하고 내리쳤다. “보고 올립니다. 무종 대장로님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바로 이때 흑병대의 한 병사가 진우에게 다가와 낮은 소리로 보고하였다. 이 시점에 무종의 대장로가 자신을 만나러 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진우는 눈알을 몇 번 굴리다가는 일단 대답했다. “들여보내!”얼마 지나지 않아 무종 대장로 및 종묘 장로가 함께 진우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렇게나 대단하신 장로 분들께서 직접 여기까지 찾아오신 건, 혹시 한지훈과 동방 오우의 대결을 위해서 오신 건가요?”진우는 고개를 돌려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맞아!”무종 대장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지훈과 동방 오우는 모두 우리 용국의 인재들이지. 사실 오늘 오후, 그 두 사람이 곧 결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솔직히 말해서 꽤 충격을 받긴 했어.” “맞아. 게다가 두 사람은 모두 우리 용국의 엘리트잖아. 어느 사람이 죽든 우리 용국에게 있어서는 큰 손실이 될 거야!”“대세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 용국은 더 이상 귀한 인재를 잃을 수는 없어!”무종 장로들뿐만 아니라 몇몇 종묘 장로들까지도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진우는 그들의 뜻을 알아 들었다. 그들 역시 방금 흑병대 병사가 말했던 것처럼,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다투는 것을 바라지는
한지훈 또한 멀어져 가는 동방 오우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확실히 그는 뭔가 일반적인 강자들과는 달라 보였다. 동방 오우에게서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보아낼 수 있긴 했지만, 결코 그런 극도의 광기는 아니었다. 내적의 강함이 묻어나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이었다. 한지훈이 전에 상대했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아마도 이것이 바로 화산의 제자와 일반 무종 사람들의 차이점인 것 같다. 최소한 시야와 식견에 큰 차이가 있는 듯했다. 사실 이전에 한지훈 또한 5대 명산의 위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게다가 도청 전인과도 같은 거물조차도 5대 명산에 대한 경외심이 컸다. “화산은 5대 명산 중에서 그저 중류에 미칠 뿐이긴 하지만, 동방 오우 이 사람의 기운은 매우 남다르고 위험한 것 같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세가 있는 것 같아!”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반면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사실 그는 그 기세의 근원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5대 명산 사람들과 일반 무종 제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그들은 무예를 익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법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대에는 더 이상 진법이 전승되고 있지는 않았다. “지훈 씨, 이번 대결은 더더욱 조심해야 해. 동방 오우 이 사람, 절대 무시할 수는 없어!”진우는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곁에 있던 한 사무원에게 말했다. “실례하지만, 저를 도와 강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환불해 주세요. 제가 곧 국왕을 만나러 가야 되거든요!”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국왕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네!”곧이어 한지훈과 진우 두 사람은 함께 진우의 차에 탔다. 그렇게 차는 곧장 천자각 방향으로 달려갔다. 천자각에 도착하자마자, 한지훈은 우선 유회원을 생포한 일에 대하여 국왕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 누구도 이 유 선생이, 광명존이
“네가 뭔데 감히 북양 왕을 건드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그나저나 한 선생, 우리 동방 가문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동방 오우의 시선은 다시 한지훈에게로 향했다.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살기 또한 띠고 있었다. “그 누구든지, 감히 우리 파룡군을 헐뜯으려 한다면 단 하나의 말로밖에 없어. 그것은 바로 죽음이야!”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역시... 한지훈, 넌 과연 미친놈이었어.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특별히 직접 나서서 널 나락으로 보내주마!”“솔직히 난 하찮은 놈들을 직접 상대하는 성격이 아닌데, 너 하나만큼은 직접 내 손으로 처단하고 싶네!”동방 오우는 한 손을 짊어지고는 오만한 표정을 한 채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매우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네 말은 이 자리에서 날 아작 내겠다는 거네?”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 오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동방 오우에게서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소 5성 용급 천왕계의 강자이다. 만약 그들 두 사람이 여기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틀림없이 무고한 사람마저 피해를 입을게 뻔했다. “당연히 이곳에서 승부를 보자는 건 아니지. 화산에도 화산 만의 규칙이 있어.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거든. 이건 사문의 훈계이기도 해. 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 너랑 나 경교 백일봉에서 붙는 건 어때?”동방 오우는 담담하게 제안을 했다. 결전을 앞둔 사람치고는 긴장감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 오우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도전장에 진우조차도 멍해졌다. 5대 명산의 위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동방 오우는 천신 경계를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필경 명산이기에 다를 수 있는 수법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상대의 실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도전장을 받아들였다. “지훈 씨, 심사 숙고하고 결정해…”
바로 이때, 한 검은색 벤틀리 승용차가 천천히 들어섰다. 승용차가 멈춘 후 차문이 천천히 열렸고, 이내 기세가 드높은 한 젊은이가 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한 아릿 다운 여자가 선글라스를 장착한 채 남자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 여자에게로 쏠리게 됐다. 이 여자는 바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톱스타 중 한 명인 이루루였다. 이루루는 차에서 내린 뒤 동방 오우의 팔을 잡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양령아를 흘깃 보았다. “어머, 양 씨 집안 아가씨 아니야? 어쩜 공교롭게 이렇게 만나게 되네!”이루루는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공교롭네!”양령아는 그런 이루루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찬가지로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사실 이루루와 양령아 두 사람은 유치원 시절부터 같은 반에 있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끝없이 서로를 비교해 왔다. 처음에는 옷을, 나중에는 얼굴을, 그리고 남자친구까지 비교하기도 했다. 이루루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양령아와 겨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양 씨 어르신이 용각에 입성하게 되자마자, 이루루의 모든 교만은 단번에 언급할 가치도 없게 되었다.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그녀가 그렇게 중요시 여기던 물질적 조건들은 모두 우스갯소리가 되어버렸다. 특히 그 후 양령아가 흑병대에 가입하여 훈련을 받고 사령관 경지의 고수로 된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이 씨 집안과 양 씨 집안은 여전히 1년에 한 번씩 두 집안의 모임을 갖고는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 초점은 항상 이루루의 연예 사업에서, 양령아의 벼슬 길까지 옮겨가군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극명해지는 차이에, 이루루는 줄곧 원한을 품게 있었다. 한편 동방 오우 역시 한지훈을 훑어보고, 이내 시선을 동방영에게로 옮겼다. “어떻게 된 일이야?”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십여 구의 시체를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비록 죽은 이들은 모두 동방영의 수행원이고 그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