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누군가가 별장 앞에 도착했다. 발소리로 보아 매우 급한 듯했고 별장 내부의 이상을 감지하고 재빨리 들어오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 발소리는 무력이 있는 사람처럼 들리지 않았다. 예천우는 자기가 잘못 추측한 게 아닐지 의심했다.그때, 문 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예천우는 멈칫하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별장에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양체은이었다.양체은이 갑자기 어떻게 혼자서 별장에 오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이곳에 오는 데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양 씨 가문 별장은 여기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라 양체은은 빠른 속도로 달려온 게 분명해 보였다.양체은은 멀리서부터 이곳의 이상한 상황을 감지했고 가까이 다가와 보니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아수라장이 된 별장의 모습에 경악한 양체은은 긴장하고 두려워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별장에 들어갔고 예천우가 자리에 주저앉아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자기를 보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천우 오빠!”양체은은 예천우가 무사한 것을 보고 마음이 순식간에 편해졌고 급히 달려가 물었다.“천우 오빠, 괜찮아? 다친 건 아니지?”“괜찮아.”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격렬하게 기침하며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 지금 몸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었고 유일한 치유 성약은 양박군에게 이미 주고 난 뒤였다.“이게 괜찮은 거야? 이렇게 험한 꼴이 됐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 있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양체은이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그냥 비열한 놈들 몇 명이 찾아왔다가 내 형제가 쫓아낸 거야. 근데 그 와중에 내 형제도 크게 다쳤어.”예천우의 말에서 섬뜩한 살기가 분노와 함께 묻어났고 곧바로 옆에 있는 양박군을 바라보며 말했다.“한담은 여기까지 하자. 우선 내 형제를 안으로 옮겨야겠어.”“너 혼자 할 수 있어? 내가 도와줄까?”“괜찮아.”예천우는 양박군을 방으로 옮긴 후 다시 나왔다. 그의 얼굴은 혈색이 약간 돌아왔고 이내 양체은에게 물었다.“근데 넌 왜
어쩌면 예천우는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천우 오빠, 망설이지 마. 이따가 혹시 나쁜 놈들이 다시 오면 우린 정말 끝장날 거잖아. 게다가 천우 오빠가 억누른 내 체내에 있는 차가운 진기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천우 오빠가 내 옆에 없으면 난 어떻게 해야 해?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어. 내 목숨을 구한다고 생각하고 이 현음 진기를 풀어주면 안 돼?”양체은은 처음에 너무 쑥스러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아무리 특별한 이유라 해도 남자에게 자기와 관계를 맺어달라고 부탁하는 건 여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양체은도 더 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특히 별장 내부가 난장판이 된 모습과 예천우가 볼품없이 망가진 모습을 보자 가슴을 칼로 베어내는 것처럼 아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양체은은 예천우가 다시 강력한 실력을 회복하고 예전처럼 당당한 모습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랐다.양체은의 간절한 표정을 보고 예천우는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마침내 한 번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관계를 가지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천우 오빠, 계속 망설일 거라면 내가 먼저 다가갈 거야.”양체은은 어떻게 수련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예천우에게 다가가 와락 안기며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양체은의 몸은 예천우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다.이렇게 가까이 있어야 천우 오빠가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예천우는 갑자기 느껴지는 양체은의 부드러운 몸과 절세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 예천우도 필경 남자인지라 이 순간 욕구를 참기 어려웠고 하마터면 양체은을 바닥에 쓰러뜨려 덮칠 뻔했다.양체은도 사실 예천우를 자극하려고 했을 뿐이었으나 곧 자기도 이 상황에 깊이 빠져들었고 예천우의 품에 몸을 완전히 맡긴 채 달콤한 기분에 젖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곧 마음을 가라앉
같은 시각, 예훈은 이미 임완유가 예천우와 이혼 서류에 사인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첫 만남에서 예훈은 임완유의 절세 미모와 기품 넘치는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하지만 자기가 가진 신분과 지위를 내세워 임완유의 시선을 충분히 끌 수 있을 거라 자부하며 계속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그런데 임완유가 자기와 함께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예훈은 극도로 분노했고 임완유에게 용도 상류층에 발을 내디딜 기회를 주지 않기로 결심했다.하지만 용도로 돌아온 후 예훈의 머릿속에는 온종일 임완유의 예쁜 얼굴과 목소리로 꽉 차 있었고 날이 갈수록 임완유에 대한 소유욕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졌다.그러다가 임국종에게 모든 사실을 듣고 난 예훈은 아예 예천우의 목숨과 임 씨 가문의 미래를 꺼내 들며 임완유를 위협했다.이제 예 씨 가문의 전면 특훈을 받아야 할 날짜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예훈이 종사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문을 나설 수 없었기에 언제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그래서 예훈은 요 며칠 내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임완유를 차지해야 했다.이런 상황에서 임완유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자 예훈은 신나서 어쩔 줄 몰랐다.예훈은 임완유의 이혼이 임완유가 예훈을 받아들이겠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확신했고 임 씨 가문도 이미 자기를 받아들인 상태인지라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내일 아침 바로 천해시로 직항하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예훈은 직접 천해시로 가서 임완유와 함께 용도로 돌아오기로 했다. 예훈은 심지어 공개적으로 이 소식을 알릴 생각까지 했고 임완유가 자기가 주는 커다란 영광을 마음껏 만끽하게 하고 싶었다.한편, 정면에서 정교하고 흠 하나 없는 양체은의 이쁜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설산 꼭대기의 눈송이 같은 청순함에 예천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순수한 절세미인의 희생을 받게 되었단 말인가?’예천우의 그윽한 눈길을 느꼈는지 양체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하지만
“알았어!”양체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천천히 몸을 돌려 윗몸에 걸쳐있던 옷을 벗고 나서 말했다.“체은아, 이제 내가 들어갈 거야. 일단 눈을 감아.”예천우는 몇 초간 기다린 후 눈을 감고서 약탕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비록 예천우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미리 약통 위치를 계산해 두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눈을 뜨지 않는 이유는 양체은이 약탕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상반신은 완전히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예천우가 눈을 뜨면 양체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하지만 양체은은 처음부터 예천우의 말을 따르지 않고 눈을 감지 않은 상태였다.예천우가 돌아서는 순간, 양체은은 눈앞의 광경에 입을 떡 벌리며 당황해했고 급히 눈을 감아버렸다.예천우가 약탕에 들어가면서 두 사람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닿게 되었고 그 순간 의지가 누구보다 굳센 예천우라 해도 미세한 전율을 느꼈다.순간적으로 사악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예천우는 필경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부적절한 생각을 억지로 억눌렀고 두 손을 들며 말했다.“체은아, 손을 내밀어.”양체은은 예천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조용히 손을 내밀어 예천우와 손바닥을 맞댔다.“좋아, 그렇게만 있으면 돼. 이제 내가 진기를 네 몸속으로 넣을 테니 아무 저항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예천우는 양체은의 몸속에 흐르는 현음 진기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진기는 처음에는 천천히 제어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현음 진기는 반드시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조금이라도 거칠게 다뤄 갑자기 현음 진기가 폭발해 버린다면 지금 예천우의 상태로는 도무지 버틸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예천우가 약탕을 준비한 이유였고 예천우 자신도 미리 용문의 여러 비약을 복용해 몸이 천천히 소량의 진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두었다.예천우의 준비는 확실히 효과가 뛰어났다. 특히 이 약탕은 앞으로 있을 두 사람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예천우는 천천히 진기를 운용해 양체은의 몸속으로 진기를 흘려보내기
남녀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가장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양체은을 보호하는 동시에 현음 진기를 녹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실력을 높여줄 수도 있었지만 예천우는 이런 방식으로 양체은의 순결을 앗아가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약욕을 통해 통증을 덜어내는 방법을 택했지만 결국 솟구쳐 오르고 말았다. 예천우는 앞으로 다가가 양체은을 꼭 끌어안고는 살결을 맞닿았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양체은의 등을 지그시 눌렀고 겉을 맴돌던 진기가 양체은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예천우는 가득 모은 강렬한 진기로 현음 진기를 억누르려고 했다. 커다란 충격에 현음 진기가 불안정해졌고 양체은의 몸은 덜덜 떨렸다. 양체은은 이를 악물고 버텼고 예천우와 살결이 닿아있다는 사실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천... 천우 오빠, 나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닐까?”양체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아니, 내가 널 살릴 거야.”예천우는 마음이 급했기에 진기를 주입하는 동시에 양체은한테 더 가까이 붙으며 위로해 주었다. 두 손끝으로 흘러 나간 진기는 양체은의 등으로 흡수되며 현음 진기를 마구 뽑아냈다. 대량의 현음 진기가 천천히 진기로 전환되었고 예천우의 몸에 흡수되어 더 많은 진기를 만들어냈다. 양체은을 고통스럽게 하던 통증은 점점 가라앉았다.반 시간 뒤, 양체은은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통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뜨고는 코앞에서 눈을 감고 힘을 모으는 예천우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예천우는 수련 중이었고 양체은과 맞닿은 살결을 통해 예천우의 강렬한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나 아래에서 더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양체은이 얼굴을 붉히더니 덩달아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 수련 중인 예천우한테 말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어라, 잠깐만!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 때가 아니라 그런가? 아, 천우 오빠가 될수록 그럴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었지.’양체은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예천우
양체은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길은 여전히 예천우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예천우는 수련 중이었기에 눈을 감고 있었다.옷을 입던 양체은은 자신의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을 발견했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양체은이 밖으로 나가자 예천우는 황제내경 심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기운을 흡수했고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 집중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체내에 쌓인 진기가 점점 많아지더니 몸 곳곳에 진기가 녹아들기 시작했고 더 단단해졌다.천 년 동안 아무도 수련하지 못한 황제내경 심법과 마도 무술 중 하나인 수라 심경을 수련하게 된다면 강대하고 안정하며 수련의 속도를 높이는 두 심법의 우세를 그대로 흡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수라 심경의 제련 능력은 청룡법을 능가할 정도로 강했다.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이미 숙달한 두 심법을 통해 진기를 흡수하려 했지만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종사의 영역을 벗어나 육지의 신선이 될 수 있을 거란 예상은 빗겨나갔다. 전설 속에만 있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종사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있어도 신선의 경지는 그림의 떡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예천우는 자신의 몸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몸의 강도가 여러 배 증가했기에 진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러 종사들을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다.진기의 질량이 예전보다 몇 배 더 강해졌으니 특별한 힘으로 종사의 고봉에 오른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종사들과 겨룬다면 손쉽게 승리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예천우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무술 고수들이 목격하게 된다면 겁먹고 도망칠 정도로 소름 끼쳤다. 예천우는 눈빛만으로도 적을 압도할 수 있었다.예천우는 체내의 강대한 힘이 느껴졌고 천하를 손에 넣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상대가 세계 제1 고수인 청룡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많은 감정이 스쳐 가는 이 순간, 예천우는 하늘을 향해 큰
연결음 뒤로 들리는 건 유이안의 다급한 목소리였다.“형부? 형부 맞아요?”“네, 저예요.”예천우의 말에 유이안이 대답했다.“형부, 죄송해요. 예전의 일은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무슨 일로 연락한 거죠?”“용도의 예씨 가문 도련님 예훈이 임씨 가문 저택에 왔어요. 완유 언니가 그 사람이랑 같이 떠날 거라고요!”유이안이 울먹이며 말했다. 사실 예천우한테 연락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지만 여러 상황을 알아보고 나니 임완유가 불쌍해 보였던 것이다. 임완유가 예천우를 보호하려는 마음이었다는 걸 알지만 예천우도 이 상황을 알 권리가 있었다.예천우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임국종이 예천우를 내쫓은 건 용도의 예씨 가문에 빌붙기 위해서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예천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저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형부가 아직도 언니를 미워하는 마음 알아요. 사실 언니가 형부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예훈이 형부를 죽이려 할까 봐 일부러 형부한테 차갑게 대한 거라고요.”유이안을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예천우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유이안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이 사실만큼은 반드시 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이안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임완유의 태도에 마음 아파했었던 과거가 떠오르자 예천우의 마음 한 켠이 찢어질 듯 아파졌다. 처음부터 허술하게 짜인 판을 똑똑한 임완유가 간파 못 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용도 예씨 가문의 예훈이 협박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예훈을 떠올릴 때면 예천우는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임완유뿐만 아니라 예천우와 연관된 무고한 고아들이 다쳤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는 아들 예훈을 위한답시고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예웅담이 있었다.예천우를 죽여야 예훈이 미래의 예씨 가문 가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천부적인 능력과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예천우와는 달리 예훈은 태어날 때부터 평범함 그 자체였다.예천우가 떠난 뒤, 평범한 예훈이 예씨 가문에
유이안이 격동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요? 형부가 있어서 든든하고 마음이 놓여요.”유이안은 소식을 전달했을 뿐인데 예상하지 못한 말에 기뻤다. 이때 예천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이제는 저를 형부라고 부르면 안 되죠. 어쨌거나 완유와 이혼한 사이인걸요.”“아니요, 저는 아직도 두 사람한테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한 번 형부는 영원한 형부라고요.”임완유가 슬퍼하는 모습을 본 유이안은 적잖이 후회했다. 임완유는 어릴 적부터 유이안을 예뻐해 주었지만 유이안은 되려 상처를 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임완유를 위한 길이라고 여겼다.임완유한테서 유걸과 려정수를 비롯한 여러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야 예천우의 입장에 서서 이 상황을 돌이켜볼 수 있게 되었다.“저는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예천우의 말에 유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형부, 그럼 언제 올 거예요?”“글쎄요, 나중에 얘기해요.”예천우가 전화를 끊자 유이안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임완유의 말에 의하면 예천우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예훈을 죽이려고 들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예천우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고 긴박한 상황에도 임완유를 구하러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예천우의 말은 완곡하게 거절할 때 쓰일 법한 말이었기에 임완유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여겼다. 예천우는 상대를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강했기에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나섰지만 용도 예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지금, 섣불리 나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천우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또한 예천우와 임완유는 이혼한 사이이고 갈지 말지는 예천우의 선택이기에 유이안이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유이안은 갑자기 나타난 임완유를 발견하고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임완유가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래? 나 몰래 나쁜 짓이라도 했어?”“아, 아니거든!”“정말 아니라고?”임완유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서 물었다. 유이안이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
진 서장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김희자란 여자는 도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히 경찰을 이렇게 무시해?’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 서장님, 이분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하시니 그냥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요?”그러면서 그는 백도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백도훈 맞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한 번 겨뤄보자. 단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은 각자 지는 걸로 하자.”백도훈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김희자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좋아. 이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네가 죽어도 우리 탓이 아니라고.”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형수,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형수님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는 신중한 성격이라 예천우를 계속 살펴보고 있었으나 보면 볼수록 상대를 쉽게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경계심이 커졌다.다행스럽게도 그때 진 서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싸우더라도 경찰서 안에서는 절대 피를 보거나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허락할 수 없어요.”그러자 김희자는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하면 되잖아?”“좋아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백도훈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이제 진짜 피할 수도 없게 됐네...’진 서장은 김희자가 계속하여 억지를 부리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나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당연하죠.”김희자는 확신에 찬 듯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별일 없을 거야. 우리는 말이지. 저놈은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진 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주변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너희들도 각자 할 일에 집중해.”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장님의 명령을 따랐다.그들이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