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가 미소를 짓자 그 모습을 본 양체은이 물었다.“천우 오빠, 기분 좋은 일 있나 봐?”“아니, 어릴 적 일이 생각나서 그래.”예천우는 말하면서 양체은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청순한 외모와 굴곡을 이룬 몸매가 양체은이 완벽한 여신이라고 말해주는 듯싶었다. 예천우는 양체은의 정교한 오관에 자꾸 눈이 갔고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고 싶어졌다. 이번 일을 통해 성적인 매력이 몇 배 늘어났고 천하 제1 미녀를 선발한다면 임완유도 양체은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양체은은 현음 진기에 묶인 상태였지만 오늘 현음 진기를 녹여 진기로 전환했기에 예전보다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 “체은아, 오늘 수고 많았어.”예천우의 말에 양체은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천우 오빠,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필요 없어. 내가 오빠를 도와주고 싶어서 한 거야. 그리고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내가 필요할 때마다 연락해 줘.”예천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양체은의 노력과 희생을 못 본척할 수 없었고 이토록 예쁘고 완벽한 여자를 옆에 두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체은아, 나도 수련을 마쳤으니 이제 가봐도 돼.”“천우 오빠, 지금 날 내쫓는 거야?”양체은이 허리에 두 손을 올려놓으며 투덜거리자 예천우는 당황했고 황급히 설명했다.“아니, 양박군의 상처를 치료해 주어야 해서 너랑 얘기할 시간이 없거든.”“난 또 뭐라고, 어차피 돌아가도 할 일 없으니까 오빠랑 같이 갈래. 도와주면서 어떻게 치료하는지도 배울 수 있잖아.”“그래.”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양체은과 함께 양박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용문 치료 성약을 쓴 덕분에 양박군의 상처는 더 악화하지 않았지만 낫지도 않았다. 과거의 예천우라면 양박군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도 완전히 낫게 하지 못했다.하지만 심법을 이용해서 혼탁한 진기를 만들어내면 적과 상대할 때 거대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고 상처를 치료할 때 신기한 힘으로 빨리 낫게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런 진기를 가
“당연하지, 하지만 이 삼계탕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가져온 거야. 난 한잠 자고 일어났지만 오빠는 계속 수련에 집중했잖아. 푹 익힌 거라 국물이 진할 거야. 천우 오빠, 얼른 마셔봐.”“고마워.”예천우는 진한 국물을 마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느끼하지도 않고 내 입맛에 딱 맞아.”“오빠가 원한다면 매일 끓여줄게.”양체은은 말하다가 얼굴을 붉히더니 말을 이었다.“아, 다른 뜻은 없어. 그저 오빠가 먹고 싶다면 내가 끓여 주려고 그래.”“알겠어.”예천우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너 몸은 어때? 괜찮아?”“자고 일어나니까 상태를 회복한 것 같아. 몸이 이렇게 홀가분한 건 처음이야. 뭘 하든 힘이 넘쳐나는 기분이랄까?”양체은은 신이 나서 말했다.“그리고 힘이 더 세진 것 같아.”예천우는 피식 웃었다. 양체은의 힘이 조금 세진 정도가 아니라 거인과 견 줄만큼 세진 것이다.“넌 화경급 고수나 마찬가지니까 힘 조절에 집중해야 해. 지금 시간이 있으니 어떻게 힘을 조절하는지 내가 가르쳐줄게.”예천우의 말에 양체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한편.눈을 뜬 귀왕은 어젯밤보다 정신이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귀문이 소유한 내상 치료제 덕분에 큰 상처를 입고도 빠른 시간 안에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치기 전의 실력을 회복하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귀왕님, 깨어나셨어요?”귀왕의 수하 대귀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그래, 어젯밤에는 어떻게 되었지? 예호영의 보디가드를 죽이고 예호영을 납치했어?”귀왕의 물음에 대귀는 시선을 피하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납치하기는커녕 상대가 무서워서 덜덜 떨다가 도망치려고 했었다.“어쩜 하나같이 다 이렇게 멍청한 건지!”귀왕이 분노하여 목청을 높였다.“그놈은 모든 힘을 모아서 공격한 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어. 일반인도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너희들은...”“저...”대귀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럼 제가 삼귀를 데리고 가서 목을 벨게요.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양체은이 무술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습득력이 강해서 한 시간 정도 가르침을 받은 뒤에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전투 기교는 없었지만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마침 의식을 잃었던 양박군이 눈을 떴고 체내에 더 강한 힘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종사 중급까지 이르게 된 양박군은 예천우를 보자마자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예 도련님!”예천우가 치료하고 있을 때 잠시 의식이 돌아온 양박군이 예천우 덕분에 살아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신이 나서 다가갔지만 예천우는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안정을 취하라는 뜻을 전했다.“실력이 많이 늘었어. 이 정도면 충분해.”예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부 예 도련님 덕분이에요. 그런데 도련님은 괜찮으신 건지...”양박군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예천우가 그전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일반인과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양박군의 상처를 치료해 줄 정도라면 실력이 어느 정도 제고되었을 것이다. 죽는 줄 알았던 양박군은 상처가 다 낫고 실력이 더 강해진 것이 신기했다.“다 나았으니 걱정하지 마.”예천우는 피식 웃더니 갑자기 어젯밤에 있었던 낯부끄러웠던 일이 생각나서 헛기침했다.“정말요?”양박군이 흥분한 채 두 눈을 깜빡이자 예천우가 웃으며 반문했다.“정말인지 아닌지 비겨보면 알잖아?”양박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예 도련님이 저를 상대해 주신다면야 너무 큰 영광이죠.”“그래, 되는 대로 해봐.”예천우의 말에 양박군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힘의 충돌로 주위에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이만 들어갈까요?”“괜찮아.”예천우는 예전처럼 힘이 퍼지지 않게 잘 조절할 수 있었기에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양박군은 바로 전투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예 도련님, 시작할게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양박군은 자신의 주먹이 예천우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예천우가 반격했다면 강렬한 힘에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고 예천우가 양박군을 죽이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실력이 강한 자일수록 높은 경지에 이른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때 예천우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놀래? 너도 노력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양박군이 예천우의 실력과 비슷한 경지에 이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선천적으로 힘이 넘쳐나는 양박군이라 하더라도 절대 예천우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네, 열심히 해볼게요. 예 도련님 실력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도련님을 목표로 생각하고 단련할 생각이에요.”양박군의 말은 예천우를 향한 존경심이기도 했고 자신과 하는 약속이기도 했다. 예천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상처가 다 나았으니 난 이만 가볼게. 이 며칠 동안 고생했어. 어제 네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거든.”“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도련님께서 허락하셨으니 저도 이만 가볼게요.”예천우가 실력을 회복했고 양박군을 호위로 둘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곳을 떠나야 했다. 양박군이 뒤돌아가자 양체은은 예천우와 둘만 남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예천우의 말을 듣고는 진이 빠졌다.“체은아, 나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먼저 널 집에 데려다주고 갈게.”“아, 그래.”양체은은 무슨 일인지, 같이 가도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천우는 진가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진가인은 무척 기뻐했다. 지난번에 신분이 밝혀진 후로 예천우가 바삐 돌아치는 바람에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예천우가 어디냐고 묻자 회사에 출근했다고 대답했다. 진가인이 더 말하기도 전에 예천우가 전화를 끊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천우가 회사에 찾아올 거란 상상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아, 천우 오빠는 우리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진가인이 무슨 상상을 하든 상관없이
예천우가 행정팀 사무실 문 앞에서 기웃거리며 진가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고 진가인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 들려왔다. 섹시한 옷차림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진가인은 김 사장이랑 사무실로 들어가서 뭘 하길래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김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그럼요! 진가인이 뻔뻔스럽게 순진한 연기를 하니까 나이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거예요.”“그런 연기는 아무나 하나요? 김 사장이랑 침대에서 몇 번 굴렀을지 누가 알겠어요? 더한 짓도 했을 거라고요.”하지민은 진가인을 질투했다. 진가인 만큼 예뻤다면 사무실에서 김 사장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고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회사 소문에 의하면 김 사장이 진가인을 과장으로 직접 임명했다고 했다. “하지민 씨, 적당히 하시죠? 진가인 씨처럼 예의 있고 착한 사람을 굳이 모함할 필요가 없잖아요.”이때 단정한 옷차림을 한 장희경이 입을 열었다.“예의가 밝고 착하면 뭐 해요? 순진한 척하면서 매일 밤 김 사장과 침대에서 뒹굴 거잖아요.”하지민이 적반하장으로 목청을 높이자 장희경이 인상을 찌푸렸다.“정말 너무 하네요. 오 과장님이 알게 되면 분명 일이 커질 거라고요.”“장희경 씨, 지금 과장한테 일러바치겠다는 뜻인가요? 과장이 회장한테 잘 보여서 친하게 지내려는 마음은 아는데 이걸 어쩌죠? 제 친동생 하지연은 려 대표님의 여자라고요. 지연이가 있는 한, 과장 같은 건 두렵지 않아요.”하지민이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아, 참고로 제 동생이 려 대표님의 여자라는 건 이미 공개된 사실이니 인정받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누구처럼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다가 뒤에서 몰래 짜릿함을 맛보지는 않죠.”“와, 지민 언니 동생이 려 대표님의 여자라고요? 앞으로 회사에서 어깨 펴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정말 부러워요.”옆에 있던 동료가 아부를 떨었다.“그렇고 말고요. 하지만 저는 진가인처럼 주제를 모르고 떠들지 않아요. 특히 승진을 위해서 나이 많은
장희경은 예천우가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 진가인을 오해한 줄 알고 잔뜩 겁을 먹었다. 이때 하지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쪽이 진가인 남자 친구예요?”예천우는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민은 피식 웃고는 진가인을 찾아온 잘생긴 남자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질투했다.“아, 그쪽은 모르나 보네요. 진가인은 진작에 바람났는걸요. 회사 상사랑 사랑놀이하고 있거든요.”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진가인을 모함한 사람이 하지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기나 해요? 본인이 한 말에 책임져야 할 거예요.”“뭐...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래요? 생판 모르는 남한테 왜 정색하냐고요. 제가 아니라 바람난 진가인한테 가서 따져 묻든 정색하든 하세요.”하지민은 예천우의 분위기에 잔뜩 겁먹었다.짝!예천우는 앞으로 걸어가서 하지민의 뺨을 후려갈겼다. 평소에 여자를 때린 적은 거의 없었지만 이 여자는 선을 완전히 넘어버렸다. 만약 처음부터 직원들의 말이 잘 들렸다면 진작에 하지민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예천우의 행동에 다른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자가 여자를 때린 장면이 적잖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민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더니 미친개처럼 예천우의 얼굴을 할퀴려고 달려들면서 소리를 질렀다.“이 미친놈이 감히 누굴 때려!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예천우는 차갑게 웃고는 하지만의 뺨을 또다시 때리며 말했다.“당장 꺼져!”하지민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넘어졌고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겁에 질린 하지민은 울부짖었다.“감히... 감히 날 때려? 넌 죽었어!”하지민의 목소리에 회사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장희경을 비롯한 직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긴장한 표정을 하고서 예천우를 지켜보았다. 진가인의 남자 친구가 갑자기 여직원을 폭행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언제까지 웃을지 두고 보자고. 넌 죽어야 해. 날 건드린 놈은 다 죽을 거라고!”하지민이 씩씩대면서 말을 이었다.“려 대표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담양은 그 말에 멍해져서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오늘 예천우이 갑자기 회사를 찾으셨다니 이상한 상황이었다.게다가 예천우의 말투로 볼 때 엄청나게 화난 게 분명했다. 대체 누가 감히 예천우을 건드린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누가 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죽지 못해 환장한 놈이 틀림없었다.다행히 담양은 주차장에 막 도착해 차에 타려던 참이었다. 차에 타서 회사를 떠났더라면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이 될 뻔했다. 담양은 급히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렸다.이렇게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담양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옆에 있던 비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화풀이하고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하라고 지시했다.생각지 못한 불똥을 맞은 비서 황진희는 완전히 어리둥절해하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원래는 담 회장과 함께 고객을 만나러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는데 한 통의 전화로 담 회장을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할 줄은 몰랐다.심지어 담 회장은 그 중요한 고객까지도 무시하고 바로 회사로 돌아갔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탓하며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황진희는 여태껏 담 회장이 이렇게 급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예천우는 담양한테 지시를 내리고 전화를 끊었다.주변 사람들도 예천우의 말을 들었지만 그 내용은 너무 터무니없어 다들 믿지 않았다.특히 하지민은 콧방귀를 뀌며 예천우를 비웃었다.“이봐, 넌 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착각하는 거야? 담 회장한테 감히 그렇게 건방지게 말해? 전화 걸기나 한 건 맞아? 전화 걸린 척 연기한 건 아니야? 근데 어쩌지? 네가 방금 한 말은 모두가 똑똑히 들었어. 담 회장이 네가 한 말을 알면 네 놈 가죽을 모조리 벗겨 죽여버릴 거야.”주위 사람들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공감했다. 이 녀석이 거만한 태도로 담 회장 이름을 팔아먹는 수작이 어이없어 다들 비난을 쏟아냈다.담 회장은 너무 유명한 사람인지라 천해시에서 그
려성한도 당연히 화나서 당장 폭발할 것 같았다. 자기 앞에서 이렇게 거만한 태도로 까불다니 참을 수 없어 냉랭하게 말했다.“이봐,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재벌 2세 도련님이라고 해도 오늘은 이대로 놔주지 않을 거야. 경호원은 어디 있어? 얼른 와서 저 녀석 손발을 부러뜨리고 끌어내.”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경호원 몇 명이 허겁지겁 다가왔다. 이들 중 일부는 양박군 밑에서 정규적인 훈련을 받은 유능한 인재들이었다.물론 대부분은 별 볼 일 없는 자들로 예천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경호원들은 현장에 오자마자 예천우를 목표로 삼고 접근했다.그러나 예천우는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쌀쌀하게 말했다.“미리 경고하는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걸?”“후회는 개뿔. 이 애송이가 감히 날 협박해?”려성한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진가인은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급히 나서서 해명했다.“려 대표님,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건 다 오해입니다. 사실은 처음부터...”“닥쳐! 네가 뭔데 끼어들어? 내가 너에게 해명하라고 했어?”려성한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여기서 문제를 일으킨 거야? 생긴 건 괜찮은데 아쉽게도 비뚠 길을 걸었구나. 잘 들어, 오늘부로 넌 정식으로 해고야. 회사에서 짤리기 싫으면 집에 돌아가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잘 생각하고 나한테 와서 정식으로 사죄해.”뭔가 익숙한 눈빛을 번쩍이는 려성한은 진가인이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영업팀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자기가 놀라울 따름이었다.평소 려성한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진가인을 보는 려성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민은 려성한의 모습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려성한이 저 꼬리 치는 천박한 여자를 눈독 들이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자칫하면 자기 동생의 남자를 저 여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었다.‘젠장, 저 여자는 존재 자체가 재앙이야.예천우도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
진 서장은 이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김희자란 여자는 도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히 경찰을 이렇게 무시해?’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 서장님, 이분들이 이렇게 싸우고 싶어 하시니 그냥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요?”그러면서 그는 백도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백도훈 맞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한 번 겨뤄보자. 단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은 각자 지는 걸로 하자.”백도훈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김희자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좋아. 이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네가 죽어도 우리 탓이 아니라고.”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형수,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형수님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는 신중한 성격이라 예천우를 계속 살펴보고 있었으나 보면 볼수록 상대를 쉽게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경계심이 커졌다.다행스럽게도 그때 진 서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싸우더라도 경찰서 안에서는 절대 피를 보거나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허락할 수 없어요.”그러자 김희자는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그럼 밖으로 나가서 하면 되잖아?”“좋아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백도훈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이제 진짜 피할 수도 없게 됐네...’진 서장은 김희자가 계속하여 억지를 부리자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나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아요. 당신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당연하죠.”김희자는 확신에 찬 듯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별일 없을 거야. 우리는 말이지. 저놈은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진 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주변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너희들도 각자 할 일에 집중해.”경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장님의 명령을 따랐다.그들이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