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군은 자신의 주먹이 예천우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예천우가 반격했다면 강렬한 힘에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고 예천우가 양박군을 죽이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실력이 강한 자일수록 높은 경지에 이른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때 예천우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놀래? 너도 노력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양박군이 예천우의 실력과 비슷한 경지에 이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선천적으로 힘이 넘쳐나는 양박군이라 하더라도 절대 예천우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네, 열심히 해볼게요. 예 도련님 실력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도련님을 목표로 생각하고 단련할 생각이에요.”양박군의 말은 예천우를 향한 존경심이기도 했고 자신과 하는 약속이기도 했다. 예천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상처가 다 나았으니 난 이만 가볼게. 이 며칠 동안 고생했어. 어제 네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거든.”“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도련님께서 허락하셨으니 저도 이만 가볼게요.”예천우가 실력을 회복했고 양박군을 호위로 둘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곳을 떠나야 했다. 양박군이 뒤돌아가자 양체은은 예천우와 둘만 남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예천우의 말을 듣고는 진이 빠졌다.“체은아, 나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먼저 널 집에 데려다주고 갈게.”“아, 그래.”양체은은 무슨 일인지, 같이 가도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천우는 진가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진가인은 무척 기뻐했다. 지난번에 신분이 밝혀진 후로 예천우가 바삐 돌아치는 바람에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예천우가 어디냐고 묻자 회사에 출근했다고 대답했다. 진가인이 더 말하기도 전에 예천우가 전화를 끊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천우가 회사에 찾아올 거란 상상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아, 천우 오빠는 우리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진가인이 무슨 상상을 하든 상관없이
예천우가 행정팀 사무실 문 앞에서 기웃거리며 진가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고 진가인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 들려왔다. 섹시한 옷차림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진가인은 김 사장이랑 사무실로 들어가서 뭘 하길래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김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요.”“그럼요! 진가인이 뻔뻔스럽게 순진한 연기를 하니까 나이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거예요.”“그런 연기는 아무나 하나요? 김 사장이랑 침대에서 몇 번 굴렀을지 누가 알겠어요? 더한 짓도 했을 거라고요.”하지민은 진가인을 질투했다. 진가인 만큼 예뻤다면 사무실에서 김 사장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고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회사 소문에 의하면 김 사장이 진가인을 과장으로 직접 임명했다고 했다. “하지민 씨, 적당히 하시죠? 진가인 씨처럼 예의 있고 착한 사람을 굳이 모함할 필요가 없잖아요.”이때 단정한 옷차림을 한 장희경이 입을 열었다.“예의가 밝고 착하면 뭐 해요? 순진한 척하면서 매일 밤 김 사장과 침대에서 뒹굴 거잖아요.”하지민이 적반하장으로 목청을 높이자 장희경이 인상을 찌푸렸다.“정말 너무 하네요. 오 과장님이 알게 되면 분명 일이 커질 거라고요.”“장희경 씨, 지금 과장한테 일러바치겠다는 뜻인가요? 과장이 회장한테 잘 보여서 친하게 지내려는 마음은 아는데 이걸 어쩌죠? 제 친동생 하지연은 려 대표님의 여자라고요. 지연이가 있는 한, 과장 같은 건 두렵지 않아요.”하지민이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아, 참고로 제 동생이 려 대표님의 여자라는 건 이미 공개된 사실이니 인정받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누구처럼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다가 뒤에서 몰래 짜릿함을 맛보지는 않죠.”“와, 지민 언니 동생이 려 대표님의 여자라고요? 앞으로 회사에서 어깨 펴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정말 부러워요.”옆에 있던 동료가 아부를 떨었다.“그렇고 말고요. 하지만 저는 진가인처럼 주제를 모르고 떠들지 않아요. 특히 승진을 위해서 나이 많은
장희경은 예천우가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 진가인을 오해한 줄 알고 잔뜩 겁을 먹었다. 이때 하지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쪽이 진가인 남자 친구예요?”예천우는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민은 피식 웃고는 진가인을 찾아온 잘생긴 남자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질투했다.“아, 그쪽은 모르나 보네요. 진가인은 진작에 바람났는걸요. 회사 상사랑 사랑놀이하고 있거든요.”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진가인을 모함한 사람이 하지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기나 해요? 본인이 한 말에 책임져야 할 거예요.”“뭐...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래요? 생판 모르는 남한테 왜 정색하냐고요. 제가 아니라 바람난 진가인한테 가서 따져 묻든 정색하든 하세요.”하지민은 예천우의 분위기에 잔뜩 겁먹었다.짝!예천우는 앞으로 걸어가서 하지민의 뺨을 후려갈겼다. 평소에 여자를 때린 적은 거의 없었지만 이 여자는 선을 완전히 넘어버렸다. 만약 처음부터 직원들의 말이 잘 들렸다면 진작에 하지민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예천우의 행동에 다른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자가 여자를 때린 장면이 적잖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민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더니 미친개처럼 예천우의 얼굴을 할퀴려고 달려들면서 소리를 질렀다.“이 미친놈이 감히 누굴 때려!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예천우는 차갑게 웃고는 하지만의 뺨을 또다시 때리며 말했다.“당장 꺼져!”하지민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넘어졌고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겁에 질린 하지민은 울부짖었다.“감히... 감히 날 때려? 넌 죽었어!”하지민의 목소리에 회사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장희경을 비롯한 직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긴장한 표정을 하고서 예천우를 지켜보았다. 진가인의 남자 친구가 갑자기 여직원을 폭행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언제까지 웃을지 두고 보자고. 넌 죽어야 해. 날 건드린 놈은 다 죽을 거라고!”하지민이 씩씩대면서 말을 이었다.“려 대표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담양은 그 말에 멍해져서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오늘 예천우이 갑자기 회사를 찾으셨다니 이상한 상황이었다.게다가 예천우의 말투로 볼 때 엄청나게 화난 게 분명했다. 대체 누가 감히 예천우을 건드린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누가 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죽지 못해 환장한 놈이 틀림없었다.다행히 담양은 주차장에 막 도착해 차에 타려던 참이었다. 차에 타서 회사를 떠났더라면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이 될 뻔했다. 담양은 급히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렸다.이렇게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담양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옆에 있던 비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화풀이하고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하라고 지시했다.생각지 못한 불똥을 맞은 비서 황진희는 완전히 어리둥절해하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원래는 담 회장과 함께 고객을 만나러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는데 한 통의 전화로 담 회장을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할 줄은 몰랐다.심지어 담 회장은 그 중요한 고객까지도 무시하고 바로 회사로 돌아갔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탓하며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황진희는 여태껏 담 회장이 이렇게 급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예천우는 담양한테 지시를 내리고 전화를 끊었다.주변 사람들도 예천우의 말을 들었지만 그 내용은 너무 터무니없어 다들 믿지 않았다.특히 하지민은 콧방귀를 뀌며 예천우를 비웃었다.“이봐, 넌 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착각하는 거야? 담 회장한테 감히 그렇게 건방지게 말해? 전화 걸기나 한 건 맞아? 전화 걸린 척 연기한 건 아니야? 근데 어쩌지? 네가 방금 한 말은 모두가 똑똑히 들었어. 담 회장이 네가 한 말을 알면 네 놈 가죽을 모조리 벗겨 죽여버릴 거야.”주위 사람들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공감했다. 이 녀석이 거만한 태도로 담 회장 이름을 팔아먹는 수작이 어이없어 다들 비난을 쏟아냈다.담 회장은 너무 유명한 사람인지라 천해시에서 그
려성한도 당연히 화나서 당장 폭발할 것 같았다. 자기 앞에서 이렇게 거만한 태도로 까불다니 참을 수 없어 냉랭하게 말했다.“이봐,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재벌 2세 도련님이라고 해도 오늘은 이대로 놔주지 않을 거야. 경호원은 어디 있어? 얼른 와서 저 녀석 손발을 부러뜨리고 끌어내.”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경호원 몇 명이 허겁지겁 다가왔다. 이들 중 일부는 양박군 밑에서 정규적인 훈련을 받은 유능한 인재들이었다.물론 대부분은 별 볼 일 없는 자들로 예천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경호원들은 현장에 오자마자 예천우를 목표로 삼고 접근했다.그러나 예천우는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쌀쌀하게 말했다.“미리 경고하는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걸?”“후회는 개뿔. 이 애송이가 감히 날 협박해?”려성한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진가인은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급히 나서서 해명했다.“려 대표님,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건 다 오해입니다. 사실은 처음부터...”“닥쳐! 네가 뭔데 끼어들어? 내가 너에게 해명하라고 했어?”려성한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여기서 문제를 일으킨 거야? 생긴 건 괜찮은데 아쉽게도 비뚠 길을 걸었구나. 잘 들어, 오늘부로 넌 정식으로 해고야. 회사에서 짤리기 싫으면 집에 돌아가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잘 생각하고 나한테 와서 정식으로 사죄해.”뭔가 익숙한 눈빛을 번쩍이는 려성한은 진가인이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영업팀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자기가 놀라울 따름이었다.평소 려성한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진가인을 보는 려성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민은 려성한의 모습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려성한이 저 꼬리 치는 천박한 여자를 눈독 들이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자칫하면 자기 동생의 남자를 저 여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었다.‘젠장, 저 여자는 존재 자체가 재앙이야.예천우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멍하니 있었다. 그 순간, 다들 아까 예천우가 전화를 걸었던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사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눈앞의 광경을 보고 아까 그 전화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설마 저 녀석이 진짜 담양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인가?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사람들은 담양에 대한 놀라운 소문들을 많이 들어왔다. 소문에 의하면 시청 고위 관계자들조차 담양 앞에서는 두 손 모아 공손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이 청년이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가인도 놀라서 멍해졌다. 물론 진가인은 천이 오빠가 비범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특히 오빠의 무술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담양은 명성과 지위가 일반인들과 확연히 다르게 높은 두려운 존재였다.설마 천이 오빠가 담양을 아는 건 아닌지 진가인은 의심이 들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순간 진가인은 자기가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입사 후 회사는 이상할 정도로 자기를 잘 챙겨줬는데 아무래도 천이 오빠가 담양을 아는 게 분명했다.혼자만의 추측이 끝나자 진가인은 한결 마음이 놓이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행복감을 느꼈다.그동안 천이 오빠가 자기를 만나러 오지 않아 내심 섭섭했었는데 알고 보니 오빠는 계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를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천이 오빠는 평소에 너무 바빠서 함께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었다.게다가 천이 오빠가 담양을 아는 사이라면 이 일이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진가인은 한결 안심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려성한은 참다못해 물었다.“담 회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닥치라고 했지? 내 말 안 들려?”담양은 려성한의 질문에 폭발하듯 소리치며 다시 한번 려성한의 얼굴을 후려쳤다. 평소에는 려성한이
이 순간, 황진희는 왜 담양이 자꾸만 진가인을 잘 챙기라고 지시했는지, 아까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두르고 초조했는지를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상황은 황진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다행히도 황진희는 지금까지 진가인과 아무런 모순도 생기지 않았고 심지어는 지속적으로 영업팀 책임자 김사장에게 진가인을 잘 챙기라고 지시했었다.잠시 후, 영업부 책임자 김사장과 과장 오혜영도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이 상황을 보고 놀란 나머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천만다행으로 두 사람은 황진희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고 진가인을 신경 써서 잘 키워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의 하지민 같은 꼴은 바로 두 사람 몫이었을 것이다.두 사람은 진가인의 배후에 그룹 고위층 간부 같은 대단한 인물이 있을 거로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한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천하그룹의 숨겨진 실세라니, 이건 심지어 장안의 화제로 치부될 정도였다.어차피 그전에는 아무도 천하그룹의 실세가 누구인지 몰랐다.예천우는 담양을 힐끗 바라보고는 려성한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담양, 내가 회사를 너에게 맡긴 건 회사를 더 크게 키우라는 뜻이었어. 근데 회사에서 고작 키웠다는 게 이딴 쓰레기란 말이야?”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예천우라는 청년이 회사의 숨겨진 실세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이럴 수가!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소유할 수 있는 걸까? 이 청년은 도대체 어떤 놀라운 사람인지 다들 추측하기 어려웠다.알고 보니 진가인은 이런 놀라운 배경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가인은 평소에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했고 친절하게 호의를 베풀었다. 이런 좋은 여자를 두고 어떻게 다들 뒤에서 험담할 수 있었을까?담양은 예천우의 분노를 이해했다. 예천우는 처음부터 회사 고위층을 제대로 관리하고 잘 통제하라고 했고 천하그룹의 힘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분명히 지시했었다.그런데 하필 이 려성한은 그 지시를 무시
하지민은 진심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하지민은 담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서운 담 회장님조차 저 사람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데 자기는 방금 저 사람을 도발하며 미친 듯이 조롱하고 말았다.특히 진가인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험담을 했지만 지금 보니 하지민이 했던 말들은 하나도 맞지 않았고 망상에 불과한 생각이었다.진가인에게는 이렇게 압도적으로 잘생긴 남자가 있는데 굳이 다른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할 리가 없었다.주위 사람들은 하지민이 불쌍한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아무 막말이나 막 던지는 하지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뻔뻔함 그 자체였다.하지민은 심지어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먹여 살릴 자식이 있을 리 없었다.잠시 후, 하지민의 얼굴은 완전히 부어올라 돼지머리처럼 변해버렸고 원래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예천우는 그 모습을 보자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말했다.“됐어, 너 같은 놈을 때려도 내 손만 더러워질 뿐이야.”“맞아요, 맞습니다. 제 이름은 쓰레기예요. 맞아 죽어도 싸긴 하지만 천우님의 손을 더럽혀서는 절대 안 됩니다.”예천우의 말을 듣고 하지민은 사형을 면한 사람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방금 하지민은 후회막급이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손을 싹싹 비비며 열심히 빌었던 덕분에 간신히 이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체면이 완전히 구겨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하지민이 알기로는 담 회장님은 마음만 먹으면 진짜 딴 사람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한편, 진가인을 험담했던 다른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벌벌 떨며 몸을 숨기려 애썼다. 예천우가 그들을 잊어주길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예천우가 두 사람을 잊을 리가 없어 그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저 여자 말고도 여기서 진가인을 헐뜯었던 뻔뻔한 여자들이 더 있는 걸로 아는데 내가 집어내기 전에 얼른 나와서 직접 말해 봐.”이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아까 자기가 진가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남궁은서는 예천우가 불만스러워한다는 걸 느꼈지만 더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알았어요.”예천우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사부님이 자신을 세심하게 돌봐주고 용왕의 자리에까지 앉힌 이상 자신에게 해를 끼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옥패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 물건이 정말 그렇게 신비로운 건가요? 아버지는 비밀을 풀었나요?”“글쎄. 네 아버지도 완전히 해독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옥패를 통해 체질을 정화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크게 끌어올리는 도움을 얻었지. 하지만 다른 건 네 아버지도 이해하지 못했어.”남궁은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옥패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요?”예천우는 옥패를 꺼내 들었다. 겉모습은 너무나 평범했고 진기를 운행하거나 피를 떨어뜨려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에이, 어쩌면 이 물건은 내 운명이 아니겠지.’그는 생각을 접었다.‘사부님이 정말 내가 이 옥패의 비밀을 풀어 내기를 원했을까? 말도 안 돼.’예천우가 어머니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유이안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형부, 지금 어디예요?”“왜 그래요?”예천우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언니가 사고가 났어요.”“뭐라고요?”예천우의 목소리는 즉시 싸늘해졌고 주변 공기가 몇 도나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유이안은 그 기운에 놀라 전화를 통해서도 차가운 느낌이 전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이 위험한 건 아니에요. 다만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했어요.”“지금 어디죠?”예천우는 누가 그녀를 괴롭혔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임완유를 만나는 것이었다. 유이안이 이렇게 전화를 걸 정도라면 그녀가 적잖은 수모를 당했다는 뜻이었다.‘혹시 임씨 가문 사람들인가?’생각해 보니 유은수가 계속해서 임씨 가문의 주식을 되찾으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것 때문이라면 임씨 가문을 정말 아예 없애버릴 테야.’“아직 임씨 저택에 있어요. 짐을 챙기고
만약 예천우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그는 눈앞의 노인이 자신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노인은 이미 진정한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옛 용왕 역시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그 노인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옛 용왕 역시 육지의 신선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그 당시 예정환은 가짜지만 진짜처럼 보이는 옥패를 넘겼다. 하지만 용진성과 옛 용왕 같은 강력한 인물에게는 그 정체가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몇 날 며칠의 연구 끝에 그들은 옥패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짜 옥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 그들은 진짜 옥패를 찾아냈다. 진짜 옥패는 바로 진민의 손에 있었다.그들은 진짜 옥패를 얻은 후에 가짜 옥패를 다시 진민에게 돌려주었는데 심지어 진민조차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러나 진짜 옥패를 손에 넣고도 그것의 비밀을 풀지 못한 그들은 난관에 봉착했다.옛 용왕과 용진성은 옥패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예정환의 아들, 즉 예천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옛 용왕은 예천우를 데려가 용문에서 보호하며 키웠고 그들은 오랜 시간 옥패의 비밀을 파헤치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끝에 진짜 옥패를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예천우가 가져가길 기다렸다.그들의 계획대로 예천우는 진민에게서 옥패를 되찾았다. 이 모든 계획은 치밀하고 완벽하게 실행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 동안 예천우의 행동은 그들의 감시 아래 있었다. 예천우가 몇몇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부하들을 모은 것조차 그들의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았다.예천우는 자신이 처음부터 옛 용왕의 손안에서 옥패의 비밀을 푸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어머니 남궁은서에게 사부님의 말을 전하려 했다.그러나 남궁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 들었어. 하지만 화내지
“없어요!”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너의 재능은 정말로 뛰어난 것 같구나. 하지만 절대 자만해서는 안 돼. 더 노력해야 해. 용도에는 청룡보다도 강한 절대적인 강자가 한 명 더 있어.”옛 용왕이 경고하듯 말했다.“뭐라고요?”예천우는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청룡은 항상 세계 최강자로 불리지 않았던가.그는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사부님, 청룡이 세계 최강자가 아니었어요?”“청룡은 확실히 매우 뛰어난 강자야. 같은 연령대에서는 세계 최고라 불릴 만하지. 하지만 진정한 실력 면에서 그보다 강한 이가 없진 않아. 그런 사람들은 드물지만 실제로 존재해.”“적어도 용도에 있는 한 사람은 청룡을 이길 수 있을 거야. 다만 너무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모두가 그 고수의 존재를 잊어버렸지.”옛 용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누구시죠?”예천우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바로 비룡위의 창시자 용진성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용진성은 지금 최소 백오십 살이 넘었을 거야.”옛 용왕은 조용히 말하면서 곁에 앉아 있던 평범해 보이는 노인을 흘낏 쳐다보았다.“게다가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네 아버지가 죽음으로 몰린 상황을 생각해 보면 너의 적들은 정말 강력한 자들이야. 그런 고수들을 상대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해. 단지 네 곁에 있는 그 사람들만으로는 어림없어. 그리고 용문은 다른 일에선 너를 도울 수 있어도 이 문제에 있어선 손을 댈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용문은 용국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야. 우리와 비룡위는 대립할 수 없어. 그런데 비룡위는 그때의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가해자 중 하나야. 특히 옥패는 바로 비룡위에 의해 빼앗겼지.”옛 용왕이 말했다.“사부님,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용문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충분한 실력이 없으면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어요.”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아버지는 목숨을 잃고 옥패를 내어주는
예천우가 돌아오자 남궁은서는 크게 반가워하며 그를 맞이했다. 아들을 되찾은 후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예천우의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하지만 임국종의 죽음으로 인해 예천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임완유와 함께 보냈다. 이제야 모든 일이 마무리된 지금 예천우는 왕 어르신이 했던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하며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려 했다.그러자 남궁은서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왕 어르신께서 널 속이진 않았을 거야. 사실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을 뿐이지.”“그런데 엄마, 그때 사부님께서 저를 데려간 건 엄마의 계획이 아니었나요?”“아니야.”남궁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 난 도저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 그래서 널 고아원에 숨겼고 거기에 옥패도 함께 맡겼지. 그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몰랐으니까. 그 후에 옛 용왕이 널 제자로 삼은 건 나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어. 옛 용왕이 널 데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도 엄청난 노력을 들였어.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널 찾지 않을 리 없었겠지. 최근에서야 널 찾고도 바로 만나지 못한 건 내가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야.”“예백천을 죽이는 거였나요?”“맞아.”남궁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예백천을 죽이는 일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설마 용도를 떠난 적 없는 청룡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지.”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부님이 저를 데려간 건 결국 할아버지의 부탁이었던 건가요? 그런데 왕 어르신 말로는 할아버지가 계속 저를 찾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만약 할아버지가 직접 사부님께 부탁하신 거라면 굳이 저를 찾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그건 네가 직접 사부님께 물어보는 게 좋겠어.”남궁은서는 그렇게 답하며 건의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 문제를 분명히 알아내야만 했다. 이는 자신이 앞으로 예씨 가문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그
남궁은서와 예천우가 결국 살아남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이번에 네 할아버지를 만난 건 불과 몇 달 만이었지만 정말 많이 늙었더구나.”왕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우야, 내가 너를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니야. 정말 부탁인데 네 할아버지를 좀 도와줘. 하지만 그게 너한테 어려운 일이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고. 결국 그 당시에 예씨 가문이 너희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던 건 사실이니까.”왕 어르신은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가장 큰 원흉은 예백천의 배신이었다. 만약 그가 예정환에게 받은 도움과 지원이 없었다면 어찌 그토록 빠르게 종사로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더군다나 예씨 가문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예정환을 방치해 죽게 만들고 심지어 예천우와 남궁은서를 집에서 쫓아냈다.이 모든 일들은 도저히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어르신, 죄송하지만 오늘은 술을 더 마실 수 없겠어요. 제가 확인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그래. 술 마실 기회야 많잖니. 다음번엔 제대로 마셔보자고!”“감사합니다. 어르신.”예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지만 그의 표정은 약간 냉담해 보였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왕재현과 왕지훈은 이미 사라졌지만 왕효리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천우가 나오자 그녀는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천우 오빠, 할아버지랑 이야기 다 끝났어?”“응. 그런데 나 아직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게.”예천우가 말했다. “그게... 천우 오빠...”하지만 예천우는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고 왕효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할아버지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천우 오빠가 이렇게 기분 나빠 보이다니.’그녀는 참지 못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 왕 어르신께 물었다.“할아버지, 대체 무슨 얘기를 하신 거예요? 왜 천우 오빠를 그렇게 화나게 했어요?”“화가 났다고?”왕 어르신은 잠시 멍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걱정하지 마. 천우는 화난 게 아니야. 단지 천우가 들은 내용
왕재현은 잽싸게 술잔을 들어 예천우에게 공손히 말했다. “예 신의님, 죄송합니다. 지난번에 제가 무례하게 굴었던 점 사과드립니다.”왕지훈도 급히 따라 술잔을 들며 사과했다.예천우는 이전에 이미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에 대해 썩 마음에 들어 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난 일은 됐어요. 다만 앞으로는 권력을 앞세워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두 사람은 급히 보증하며 말했다.“그렇다면 됐어요.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합시다.”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어 왕 어르신을 향해 건배하며 말했다.“어르신, 이 잔은 제가 어르신께 올릴게요. 과거 저희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왕 어르신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술잔을 들어 올리며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또 그런 얘기를 꺼내는구나. 고마워해야 하는 쪽은 오히려 나야. 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그때의 일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어.”“숨겨진 사연이요?”“그래.”왕 어르신은 주변 사람들을 한번 둘러본 뒤 바로 말했다.“너희들은 다른 일이 없으면 먼저 좀 자리를 비켜줘. 난 천우와 사적으로 나눌 이야기가 좀 있어.”왕재현과 왕지훈은 이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안도하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습니다. 아버지, 예 신의님, 편히 이야기 나누세요.”왕효리는 별로 썩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방을 나섰다.다른 왕씨 가문 사람들도 차례로 방을 떠났다.방에 단둘이 남은 왕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천우야, 너희 어머니와 네가 예씨 가문에서 쫓겨난 후 여러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너희를 적으로 대했지.”“어떤 이는 너희 목숨을 노렸고 어떤 이는 소문으로 전해지던 보물을 탐냈어. 아니면 둘 다였을지도 몰라. 너희가 도망치는 동안 내가 정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