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황진희는 왜 담양이 자꾸만 진가인을 잘 챙기라고 지시했는지, 아까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두르고 초조했는지를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상황은 황진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다행히도 황진희는 지금까지 진가인과 아무런 모순도 생기지 않았고 심지어는 지속적으로 영업팀 책임자 김사장에게 진가인을 잘 챙기라고 지시했었다.잠시 후, 영업부 책임자 김사장과 과장 오혜영도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이 상황을 보고 놀란 나머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천만다행으로 두 사람은 황진희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고 진가인을 신경 써서 잘 키워주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의 하지민 같은 꼴은 바로 두 사람 몫이었을 것이다.두 사람은 진가인의 배후에 그룹 고위층 간부 같은 대단한 인물이 있을 거로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한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천하그룹의 숨겨진 실세라니, 이건 심지어 장안의 화제로 치부될 정도였다.어차피 그전에는 아무도 천하그룹의 실세가 누구인지 몰랐다.예천우는 담양을 힐끗 바라보고는 려성한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담양, 내가 회사를 너에게 맡긴 건 회사를 더 크게 키우라는 뜻이었어. 근데 회사에서 고작 키웠다는 게 이딴 쓰레기란 말이야?”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예천우라는 청년이 회사의 숨겨진 실세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이럴 수가!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그룹을 소유할 수 있는 걸까? 이 청년은 도대체 어떤 놀라운 사람인지 다들 추측하기 어려웠다.알고 보니 진가인은 이런 놀라운 배경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가인은 평소에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했고 친절하게 호의를 베풀었다. 이런 좋은 여자를 두고 어떻게 다들 뒤에서 험담할 수 있었을까?담양은 예천우의 분노를 이해했다. 예천우는 처음부터 회사 고위층을 제대로 관리하고 잘 통제하라고 했고 천하그룹의 힘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분명히 지시했었다.그런데 하필 이 려성한은 그 지시를 무시
하지민은 진심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하지민은 담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서운 담 회장님조차 저 사람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데 자기는 방금 저 사람을 도발하며 미친 듯이 조롱하고 말았다.특히 진가인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험담을 했지만 지금 보니 하지민이 했던 말들은 하나도 맞지 않았고 망상에 불과한 생각이었다.진가인에게는 이렇게 압도적으로 잘생긴 남자가 있는데 굳이 다른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할 리가 없었다.주위 사람들은 하지민이 불쌍한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아무 막말이나 막 던지는 하지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뻔뻔함 그 자체였다.하지민은 심지어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먹여 살릴 자식이 있을 리 없었다.잠시 후, 하지민의 얼굴은 완전히 부어올라 돼지머리처럼 변해버렸고 원래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예천우는 그 모습을 보자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말했다.“됐어, 너 같은 놈을 때려도 내 손만 더러워질 뿐이야.”“맞아요, 맞습니다. 제 이름은 쓰레기예요. 맞아 죽어도 싸긴 하지만 천우님의 손을 더럽혀서는 절대 안 됩니다.”예천우의 말을 듣고 하지민은 사형을 면한 사람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방금 하지민은 후회막급이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손을 싹싹 비비며 열심히 빌었던 덕분에 간신히 이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체면이 완전히 구겨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하지민이 알기로는 담 회장님은 마음만 먹으면 진짜 딴 사람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한편, 진가인을 험담했던 다른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벌벌 떨며 몸을 숨기려 애썼다. 예천우가 그들을 잊어주길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예천우가 두 사람을 잊을 리가 없어 그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저 여자 말고도 여기서 진가인을 헐뜯었던 뻔뻔한 여자들이 더 있는 걸로 아는데 내가 집어내기 전에 얼른 나와서 직접 말해 봐.”이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아까 자기가 진가
담양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민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멍해졌고 이내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하게 외쳤다.“천우님, 방금 분명...”“닥쳐!”담양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했다. 눈앞의 여자가 자기 인생을 망쳐놨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 하지민에게 발길질했다.진가인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고 폭력 행위를 지켜볼 수 없어 급히 예천우에게 말했다.“천우 오빠...”예천우는 진가인의 의도를 이해했다. 하지만 방금 예천우는 정말 치솟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예천우는 진가인에게 줄곧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진가인을 회사에 보낸 건 회사에서 진가인을 잘 챙기라는 의도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진가인이 계속 이런 귀에 담지 못할 험담을 듣고 있었다.진가인의 선한 눈빛을 바라본 예천우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됐어, 적당히 해. 여자이기에 내가 봐주는 거야. 다들 제대로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더러운 짓을 하지 않도록 교훈을 주면 돼.”“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두면 안 되겠죠? 천우님, 걱정 마십시오. 당연히 교훈을 줄 겁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당분간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할 겁니다.”담양이 차갑게 말했다.진가인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록 이 여자들이 여러 차례 거칠고 험한 악담을 했지만 신체적인 공격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언어적인 공격이었다.나머지 사람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얌전히 제자리에 서서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가인아, 가자. 오빠가 밥 사줄게.”예천우는 두 사람의 관계를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해하게 내버려두는 게 진가인에게 더 큰 보호가 될 것 같았다.“알았어요, 근데 오빠 잠깐만, 나 할 일이 조금 남았어.”진가인은 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조금 있었다.“그래, 다 하고 와. 문 앞에서 기다릴게.”예천우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그러자 담양과 그 일행은 즉시 공손하게 따라붙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양에게 말했다.“굳이 신
“승진이요?”장희경은 당황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맞아요, 내일부터 가인 씨가 우리 영업부 과장이 될 거예요. 희경 씨는 가인 씨 비서로 일하게 될 거고요.”오혜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군요...”장희경은 그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장희경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곧 오혜영의 과장 자리가 떠올라 망설이며 물었다.“그럼 오혜영 과장님은요?”오혜영은 평소에 직원들에게 잘 대해줬기에 장희경은 마음속으로 오혜영을 지지하고 있었다.“난 내 자리가 따로 있어요. 그리고 이번 기회는 희경 씨에게 단순한 시작일 뿐이에요. 희경 씨가 정말 맡은 바 업무를 훌륭하게 잘해 나간다면 가인 씨가 올라갈 때마다 희경 씨도 함께 계속 승진하게 될 거예요.”오혜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희경 씨도 가인 씨가 얼마나 유망한 인재인지 잘 알잖아요. 가인 씨 미래는 분명 그 누구보다 더 밝을 거예요. 그러니까 희경 씨는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고 열심히 잘 해보세요.”“그건...”장희경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얼떨떨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출세할 수 있다면 장희경에게는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다.“열심히 해봐요.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희경 씨한테 지시를 받아야 할지도 몰라요.”“그럴 리가요... 오혜영 과장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장희경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부인했다.“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이제부터는 자기 자질을 전반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가인 씨에게 많이 배우고 가인 씨 발걸음에 잘 맞춰야 할 거예요.”오혜영이 진지하게 조언했다.“네, 꼭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오혜영 과장님.”장희경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라도 노력할 준비가 돼 있었다.한편, 진가인은 들뜬 마음으로 예천우 앞에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천우 오빠!”“왔어? 넌 왜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오빠한테 말하지 않았어?”예천우는 진가인의 코를 톡 치며 애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그
“그건 내일 지나야 가능할 것 같아.”“네? 무슨 뜻이죠?”“내일 그 옥석 펜던트가 필요해서 잠시 너한테서 빌리려고.”예천우가 간단하게 설명했다.“그런 거였어요? 깜짝 놀랐잖아요. 오빠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가세요. 원래 오빠 거잖아요. 빌리다니요.”“그건 아니지. 너한테 준 거니까 이제는 네 거야. 이번만큼은 정말 특별한 상황이라 내가 잠시 필요한 거야.”예천우가 덧붙여 설명했다.“알았어요.”천우 오빠가 옥석 펜던트를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진가인은 굳이 묻지 않았다. 오빠가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함께 여러 군데 쇼핑하고는 짐을 가득 들고 진가인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함께 짐을 집 앞까지 옮겼다.진민은 문을 열고 예천우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예천우를 집 안으로 초대했다.예천우는 흔쾌히 들어가 꽤 오랜 시간을 집에서 보냈고 두 사람에게 혹시나 골칫거리가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자기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두 사람에게는 큰 문제일지라도 자기에게는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이기에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고 덧붙여 부탁했다.예천우의 세심한 배려에 진민도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고 진가인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천이 오빠가 여전히 어릴 적처럼 자기를 아끼고 보호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어느덧 밤 10시가 가까워졌고 예천우는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진가인은 금고에서 옥석 펜던트를 꺼내 예천우에게 건넸다.예천우는 펜던트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편히 누워 휴식을 취했다.그저 누워 있기만 해도 예천우의 심법은 끊임없이 몸에서 돌아가며 수련을 계속했다. 이렇게 자면서도 수련이 가능하다니, 마치 치트 키 같은 능력이었다. 이대로라면 예천우의 실력은 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한편, 임완유는 전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임완유는 당연히 예훈과 함께 용도로 가는 걸 원치 않았지만
이튿날 아침 6시, 예천우는 휴대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고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천우 오빠, 뭐 하고 있어? 설마 아직도 자고 있어?”전화 너머에서 양체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지, 이른 아침에 안 자고 뭐 하겠어?”예천우는 어리둥절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상황에서 잠이 와? 혹시 천우 오빠도 몰랐던 거야? 오늘 임완유가 용도 예 씨 가문 도련님 예훈과 함께 떠난다는 걸?”양체은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예천우가 너무 답답해 보였다.양체은이 알기로 천우 오빠는 어릴 적부터 임완유를 알고 지내며 그녀를 잊지 못할 만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이건 당시 양체은의 아버지 양대복이 양체은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아, 난 또 뭐라고... 그 일은 나도 알고 있어.”“알고 있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태연하단 말이야? 혹시 진짜 임완유에 대한 마음을 접은 거야? 맞다, 오빠가 임완유와 이혼까지 했다며?”양체은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터라 놀라긴 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예천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다.물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면 할수록 양체은이 천우 오빠와 맺어질 기회는 점점 사라지겠지만 천우 오빠의 행복이 양체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응, 맞아.”예천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이혼 사유는 복잡했고 예천우의 책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쨌든 이미 이혼한 사실은 변할 수 없었다.“그럼 이혼했다는 핑계로 더 이상 임완유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야? 오빠가 임완유를 좋아하는 걸 난 알아. 아직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절대 안 돼.”양체은은 진심 어린 말투로 설득했다. 오늘 아침 예전보다 일찍 일어난 양체은은 아버지한테서 이 모든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사실 아버지는 양체은에게 굳이 이 소식을 예천우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고 타일렀다. 아버지의 의도는 명확했다. 임완유가 예훈과 함께 천해시를 떠나게 되면 양체은에게
이때, 유이안은 임완유의 곁에 있으면서 속으로 형부 예천우를 수백 번이나 욕하고 있었다. 사촌 언니가 형부를 그렇게 믿고 유이안도 실상을 다 알려줬는데도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니, 정말 비겁한 겁쟁이 같았다.자기 운명을 더 이상 스스로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임완유는 냉정한 표정 속에 슬픔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들이닥치든, 죽더라도 자기 순결은 끝까지 지킬 거라고 임완유는 속으로 맹세했다.임완유의 몸은 예천우 말고 다른 남자가 절대 손대지 못할 것이다. 설령 그로 인해 임 씨 가문이 망하더라도 임완유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임완유는 더 이상 임 씨 가문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자기가 이런 생각을 품게 된 걸 할아버지와 부모 탓으로 돌렸다.기본적으로 자기가 용도 예 씨 가문에서 죽더라도 예훈이 임완유 부모나 딴 사람들을 해칠 이유는 없었다.“언니, 정말 예훈 도련님이랑 가야 돼?”유이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있어?”임완유는 처량하게 웃으며 되물었다.“이안아, 네가 천우랑 함께할 기회가 있으면 꼭...”“언니,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짓 안 해. 어쩌면 형부가 곧 나타날지도 몰라.”유이안은 사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안 올 거야. 그날 밤, 천우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어. 자기가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내가 여전히 천우를 믿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내가 천우였다면 오늘 절대 오지 않을 거야.”“그걸 어떻게 단언할 수 있어? 형부가 진실을 알아챘을지도 모르잖아.”임완유는 유이안의 말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이안아,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내 일은 절대 천우에게 말하지 마.”“알았어.”유이안은 임완유의 반응에 깜짝 놀라며 급히 약속했다. 하지만 사실 유이안은 이미 예천우에게 숨김없이 모조리 털어놓은 상태였다.사실을 다 알려줘도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예천우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유이안의 마음속에서 예천우는 겁쟁이로 나락 했다.시간은 그렇
임국종 등은 예훈의 속마음을 모를 것이다. 예훈이는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전혀 차원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예훈의 한마디면 임씨 가문을 멸망시킬 수 있었다. 다들 가볍게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임완유의 얘기가 나왔다.임완유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유이안은 뒤따라가지 않고 몰래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더 이상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반드시 겁 많고 나쁜 형부를 욕하려 마음을 먹었다.유이안은 예천우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예천우는 이미 도착했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예훈이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싶었다.핸드폰이 울리자 임완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된 예천우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마자 유이안은 무턱대고 욕설을 퍼부어댔다.“형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쓸모없는 겁쟁이였어요? 남자가 비겁하게! 언니는 형부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형부는 숨어서 뭐 하는 거예요?”“잠시만요! 말 다 했어요?”예천우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유이안은 예천우의 카리스마에 깜짝 놀랐지만 이를 갈며 대답했다.“아니요. 왜 언니를 도와주지 않아요? 언니가 얼마나 절망하고 슬퍼했는지 알아요? 아직 언니를 신경 쓰고 있으면 됐어요. 방금 제가 했던 말은 없던 일로 하세요.”그러자 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도착했어요.”“네? 지금요? 어디에 있는데요? 저는 못 봤는데요.”예천우가 왔다는 말에 유이안은 깜짝 놀랐다. 그가 오기를 기대했지만 막상 도착했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지금 밖이에요. 무슨 꿍꿍이인지 지켜보고 들어갈게요.”“그럼...”“이따가 봐요.”예천우는 유이안더러 임완유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임완유가 더 걱정할까 봐 그냥 넘어가 버렸다. 어차피 그는 곧 임완유 앞에 나타날 것이다.잠시 후, 임완유는 밖으로 걸어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고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