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임국종이 즉시 입을 열었다.“완유야, 앞으로 예훈 도련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마.”“그래. 특히 성질 좀 죽여. 예훈 도련님이 시키는 대로 해. 예훈 도련님한테서 많이 배우고 절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유은수도 앞으로 예훈의 말만 들으라고 임완유에게 신신당부했다.임국종과 유은수가 이렇게 아부하는 모습을 보자 예훈은 임씨 가문 사람들은 더욱 깔보았고 심지어 임완유도 하찮은 여자로 보였다.임완유가 처음에는 몇 번 자신을 거절하자 예훈은 임완유가 남다른 매력이 있는 여자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매력이 있다고 해도 예훈은 임완유가 자신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예훈의 수단으로 임완유는 반드시 순순히 그의 말을 듣게 될 것이다.그때 밖으로 나온 유이안은 유은수의 말을 듣게 되자 더욱 임완유의 힘든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유이안도 어쩔 방법이 전혀 없었다.‘오겠다고 했던 형부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지?’이런 말을 들은 임완유는 속으로 엄청 억울하고 괴로웠다.“이렇게 급하게요? 전 아직 짐도 못 챙겼어요.”“괜찮아요. 소지품과 신분증만 챙겨요. 옷 같은 건 용도에 가면 가장 좋은 걸로 마련해 드릴게요.”예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봤지? 예훈 도련님은 정말 널 잘 챙겨줘. 예훈 도련님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랑감이실 거야.”유은수는 예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유은수가 이렇게 자기 앞에서 다른 남자를 칭찬하자 임완유는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임완유도 어쩔 수 없이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30분만 주세요. 들어가서 짐을 좀 쌀게요.”임완유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임완유의 행동에 기분이 언짢아진 예훈은 즉시 안색이 어두워졌다.임국종도 예훈의 어두워진 안색을 눈치채자 마음속으로 완유를 욕했다.‘완유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 거지
예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든 사람은 문 쪽을 바라보았다.임국종이 오늘 임씨 가문의 경사를 특히 중시했기에 임씨 가문의 대부분 친척뿐만 아니라 그들의 친구들도 모두 임씨 저택에 모였다.그래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임씨 저택에 있었다.유이안은 예천우의 목소리를 듣고 즉시 놀란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왔구나! 형부가 정말 약속대로 왔네!’예천우가 방금 한 말은 정말 피가 끓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그런데 형부는 무슨 방법으로 예훈 도련님을 상대할 수 있을까?’아니나 다를까 유이안이 고개를 돌려 예훈을 바라보니 그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심지어 무궁무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임완유는 그래도 아주 기쁜 표정이었다.방금 임완유는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지금은 얼굴이 환해졌다.꿈에서도 그리던 목소리를 듣자 임완유는 제자리에서 멍해졌고 심지어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절대 이곳에 나타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천우가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패기 넘치는 소리를 듣자 즉시 고개를 돌렸다.‘천우가 왔어!’줄곧 건들건들해 보이던 예천우가 정말로 왔다.임완유는 그 순간 몹시 기뻤지만 즉시 지금 상황을 떠올리자 웃음이 사라졌다. 상대가 용도의 예씨 도련님인데 아무리 예천우라 해봤자 와서도 아무런 소용이 없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는 오히려 예천우를 해칠까 봐 걱정했다.그때 임완유는 갑자기 그전에 수상한 모습이었던 유이안이 생각나자 즉시 고개를 돌려 유이안을 바라보았다.그때 마침 유이안도 임완유를 보고 있었기에 서로 눈이 마주치자 유이안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임완유는 즉시 유이안이 예천우에게 전화해서 이 일을 알려줬다는 걸 알아차렸다.‘이 계집애는... 왜 내 뜻을 모르는 걸까? 천우를 이곳에 오라고 하는 건 그를 해칠 수도 있는데!’하지만 상대가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알면서도 예천우가 이곳에 올 용기가 있었으니 임완유는 속이 뭉클했다.비록 당연히 예천우
그 말을 들은 임강과 유은수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고 조급한 나머지 욕설을 퍼부었다.“임선호, 당장 꺼지지 못해! 방금 뭐라고 했어?”“제가 왜요. 형부, 누나를 찾으러 오신 거죠? 사실 누나는 줄곧 형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임선호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선호! 당장 네 방으로 꺼져!”임국종도 마침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임선호는 어릴 적부터 사고뭉치였다.그러나 운 좋게도 예천우의 도움으로 몇 번이나 큰 재난을 모면했다.하지만 이번에 임선호가 이렇게 말해버리면 크게 예훈을 건드리는 것이었다.임국종의 노여운 목소리에 임선호도 저도 모르게 놀라서 몸이 떨렸다. 임선호도 사실 임국종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었다.그래서 임선호는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물러섰지만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임국종은 전혀 그를 상관할 겨를도 없이 곧장 예천우 앞으로 가더니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오늘은 우리 임씨 가문의 좋은 날이니 너랑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저도 다투고 싶지 않아요.”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좋아. 그러면 이제 빨리 돌아가.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해줄게.”“그건 안 돼요. 제가 오늘 여기로 온 건 완유를 도와주기 위해서예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완유를 도와준다고? 완유는 지금 잘 보내고 있어. 이제 곧 예훈 도련님따라 용도로 가서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멋진 인생을 살게 될 거야. 그러니 네 도움이 필요 없다고.”임국종은 차가운 말투로 반박했다.“완유는 사실 용도로 가고 싶지 않을 겁니다!”예천우는 시종일관 평온한 표정이었다.“그건 아니야. 완유는 스스로 용도로 가고 싶다고 했어!”임국종은 가까스로 화를 참고 있었다. 일이 크게 벌어지면 임씨 가문에는 별로 좋을 게 없었다.바로 그때 예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완유 씨, 가서 저 새끼에게 완유 씨가 저랑 용도로 가고 싶어 한다고 직접 말하세요. 그리고 저 새끼를 당장 임씨 저택에서 꺼지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완유 씨는 어떤 일이 벌
화가 치밀어 오른 예훈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몸에서 놀라운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지금 이런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직접 손을 써서 공격했을 것이다.그러자 임완유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 우린 이미 이혼했으니 난 너와 더 이상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제발 좀 날 괴롭히지 말고 빨리 돌아가.”임국종과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난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임씨 가문의 좋은 일을 망치려고 하는 거야. 정말 화가 나 죽겠네. 다만 이 자식은 이제 살아있을 날이 며칠 없을 거야. 이토록 예훈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거야.’비록 임완유가 예천우를 내쫓았지만 예천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천우는 임완유의 눈빛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임완유는 분명히 예천우가 걱정되어서 그런 말을 했다.예훈도 그걸 알아차리고 임완유가 그렇게 말하자 기뻐하는 대신 오히려 안색이 굳어졌다.하지만 예훈의 눈에 보이는 예천우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오늘 반드시 예천우를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예천우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완유야, 네 말이 맞아. 우린 확실히 이혼한 사이지. 하지만 오늘 난 전남편의 신분으로 이곳에 온 건 아니야.”“그건 무슨 말이야?”임완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다른 사람들도 그 말을 듣자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완유야... 이게 뭔지 한 번 봐봐.”예천우는 몸에서 바로 진가인에게서 빌려온 옥 목걸이를 꺼내서 건네줬다.임완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옥 목걸이를 받았고 그걸 보는 순간 완전히 멍해졌고 옥 목걸이를 손안에 꼭 쥐었다. 이건 당시 공손진이 가지고 있었던 옥 목걸이인 것 같았다.“무슨 뜻이야?”임완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당시 공손진의 일을 해결할 때부터 임완유는 그가 어떻게 똑같은 옥 목걸이를 만들어 내서 자신을 속였는지 궁금했다.어쩌면 공손진에게서 당시의 리틀 거지를
예천우는 또박또박 말했고 심지어 말투도 예전과 똑같았다.그 순간 임완유 머릿속의 리틀 거지와 예천우의 모습이 차츰차츰 겹쳤다.게다가 예천우의 손에는 옥 목걸이까지 있었다.“네가... 정말 그때 리틀 거지였어?”임완유는 감격에 찬 나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믿기지 않는 듯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예천우가 예전의 리틀 거지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임완유는 아직도 예천우가 바로 자신이 줄곧 잊지 못했던 리틀 거지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자신이 줄곧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망상이 사실로 변했다.“그래!”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기억력이었기에 당연히 어릴 적에 일어난 일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사실 내가 천해시로 온 목적은 널 찾기 위해서였어. 다행스럽게 이제야 널 찾았네.”“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임완유는 감격에 겨운 듯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정말 기쁘고 행복하고 너무 설렜다.헛된 생각이 사실로 되니 임완유는 하느님이 자신에게 너무 큰 선물을 줬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임완유는 곧 예천우와 헤어져야 하고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하느님이 나한테 선물만 준 게 아니었네.’임국종은 수상함을 알아차리고 즉시 입을 열었다.“완유야, 천우 이 자식은 정말 음흉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으니 절대 속아서는 안 돼. 지난번에 공손진 그 일도 널 속였잖아.”예천우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임완유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임완유는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예천우를 해치지 말고 지켜줘야 했다.그래서 임완유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차갑게 말하려 했다.바로 그때 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만해! 벌레 같은 놈들. 너희와 이제는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은수야, 당장 저 새끼를 내 앞으로 잡아 와서 팔과 다리를 부러뜨려. 내가 천천히 즐기면서 괴롭힐 거야.”진은수
상황이 심각해지자 임국종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임완유는 지금 정말 심하게 예훈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래서 임국종은 즉시 다가가서 소리쳤다.“완유야, 뭐 하는 거야. 당장 비켜!”유은수도 조급해졌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빌어먹을 계집애야, 죽고 싶어? 빨리 비켜!”유은수는 말하면서 앞으로 가서 임완유를 끌어내려고 했다.‘다 예천우 이 자식 때문이야. 왜 완유의 좋은 일을 망치려고 하는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임완유는 몸에 숨기고 있던 비수를 꺼내서 자기 목에 가져다 대면서 소리쳤다.“다가오지 마! 네가 오면 난 지금 바로 죽어버리겠어!”사람들은 임완유의 이런 모습에 너무 놀라서 아연실색했다.임국종과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들은 임완유가 예천우를 위해서 이런 미친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유이안도 멍해졌다.‘일이 왜 이렇게 되었지. 차라리 형부한테 이 일을 알려주지 말아야 했어. 내가 언니를 해친 거네.’임선호도 몹시 조급해졌지만 그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도 임완유가 예훈과 함께 있는 걸 원치 않았지만 예씨 가문은 확실히 대단한 존재였다.예천우도 임완유의 이런 모습에 멍해졌다.그는 임완유가 몸에 비수를 감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완유가 뭘 하려는 거야? 완유의 무술 실력으로 예훈을 죽인다는 건 절대 불가능해. 잠깐만...’예천우는 뭔가 알아차린 듯했다.임완유가 용도에 가려고 결정했을 때는 이미 죽을 각오를 했던 것 같았다.‘완유가 나 때문에 이런 미친 짓도 할 줄이야.’가장 안색이 안 좋은 사람은 바로 예훈이었다. 그는 얼굴이 굳어졌고 몸에서 나오는 한기는 많은 사람들을 무서워서 뒷걸음치게 했다.임국종도 깜짝 놀라서 즉시 예훈의 곁으로 달려가서 말했다.“예훈 도련님, 급해하시지 말고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러자 예훈은 손을 저으며 임국종의 말을 제지했고 음흉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임완유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임완유 씨, 저와 함께 용도로
“완유야, 닥쳐! 할아버지가 잘못했으니 혼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우리가 예훈 도련님께 감사드려야지.”임국종이 재빨리 말했다.그러자 예훈은 차갑게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완유 씨, 들었죠? 완유 씨가 어르신 만큼 눈치가 있었더라도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완유 씨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제가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완유 씨는 단지 지금 제가 놀고 싶은 하찮은 여자일 뿐이죠. 그런데 정말 왜 그렇게 날뛰는 거죠? 비수를 꺼낸 건 자살하려는 거예요? 좋아요. 그렇다면 제가 가만히 지켜볼 테니 빨리 서두르세요. 완유 씨가 죽으면 저 새끼를 아주 비참하게 죽여버릴 겁니다.”예훈은 사악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그리고 지금 임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예훈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사람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예씨 가문 도련님인 예훈은 악마처럼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무서운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겁에 질린 사람들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기를 바랐다.임완유가 더 심한 행동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가족들은 임완유가 순순히 예훈 도련님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특히 유은수는 조급한 나머지 욕설을 퍼부었다.“임완유, 뭐 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년 같으니라고. 정말 우리 임씨 가문 사람들이 모조리 죽어야 후련하겠어?”“완유야,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빨리 가서 예훈 도련님께 잘못했다고 빌어!”임강도 즉시 말했다.그러자 임완유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마음속으로는 엄청 두려웠고 부모님의 말씀은 가시처럼 가슴에 박혔다.임완유는 가끔 그들이 정말 자기 부모가 맞는지 의심이 가기도 했다.그들이 정말로 자신에게 냉담했기 때문이다.임씨 가문 사람들의 겁에 질린 모습과 임완유의 절망스러운 눈빛을 바라보자 예훈은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런 느낌은 정
‘뭐라고?’‘예훈 도련님을 혼내준다고? 미친 거 아니야.’‘지금 저 자식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미쳐서 헛소리하고 있을 거야.’임씨 가문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유이안도 어리둥절했고 예천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식은땀이 났다. 그 순간 유이안은 임완유가 왜 예천우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는지 알아차렸다.사실 유이안은 조금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예천우는 보기에 용감했지만 목숨을 잃으면 용기 따위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임국종과 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심지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허풍을 떨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감히 용도 예씨 가문의 예훈 도련님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다만 그들은 임씨 가문이 예천우 때문에 피해를 볼까 봐 웃음을 참고 있었다.‘오늘만 지나면 예천우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사실 임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임완유 자신도 좀 멍해졌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항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임완유도 다른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면 조심해.”“걱정하지 마.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널 지켜주겠어? 지난번에 네가 납치당했을 때도 내가 몸이 아파서 널 구하고도 줄곧 네 곁을 지키지 못했어. 그 일 때문에 난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나도 내 자신을 잘 챙겨줘야지.”예천우는 임완유를 위로하려고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천우야, 뭐라고? 내가 납치당했을 때 네가 날 구해준 거야?”“그래. 지난번에 내가 어르신과 함께 돈을 가지고 널 구하러 갔어. 내가 납치범들을 해치우고 어르신보고 먼저 널 데리고 떠나라고 했지.”예천우는 마음속으로 어쩌면 임국종이 또 임완유를 속였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크게 변했고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줄곧 예천우가 모든 일을 뻔히 알면서도 잠수를 탔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