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심각해지자 임국종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임완유는 지금 정말 심하게 예훈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래서 임국종은 즉시 다가가서 소리쳤다.“완유야, 뭐 하는 거야. 당장 비켜!”유은수도 조급해졌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빌어먹을 계집애야, 죽고 싶어? 빨리 비켜!”유은수는 말하면서 앞으로 가서 임완유를 끌어내려고 했다.‘다 예천우 이 자식 때문이야. 왜 완유의 좋은 일을 망치려고 하는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임완유는 몸에 숨기고 있던 비수를 꺼내서 자기 목에 가져다 대면서 소리쳤다.“다가오지 마! 네가 오면 난 지금 바로 죽어버리겠어!”사람들은 임완유의 이런 모습에 너무 놀라서 아연실색했다.임국종과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들은 임완유가 예천우를 위해서 이런 미친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유이안도 멍해졌다.‘일이 왜 이렇게 되었지. 차라리 형부한테 이 일을 알려주지 말아야 했어. 내가 언니를 해친 거네.’임선호도 몹시 조급해졌지만 그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도 임완유가 예훈과 함께 있는 걸 원치 않았지만 예씨 가문은 확실히 대단한 존재였다.예천우도 임완유의 이런 모습에 멍해졌다.그는 임완유가 몸에 비수를 감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완유가 뭘 하려는 거야? 완유의 무술 실력으로 예훈을 죽인다는 건 절대 불가능해. 잠깐만...’예천우는 뭔가 알아차린 듯했다.임완유가 용도에 가려고 결정했을 때는 이미 죽을 각오를 했던 것 같았다.‘완유가 나 때문에 이런 미친 짓도 할 줄이야.’가장 안색이 안 좋은 사람은 바로 예훈이었다. 그는 얼굴이 굳어졌고 몸에서 나오는 한기는 많은 사람들을 무서워서 뒷걸음치게 했다.임국종도 깜짝 놀라서 즉시 예훈의 곁으로 달려가서 말했다.“예훈 도련님, 급해하시지 말고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러자 예훈은 손을 저으며 임국종의 말을 제지했고 음흉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임완유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임완유 씨, 저와 함께 용도로
“완유야, 닥쳐! 할아버지가 잘못했으니 혼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우리가 예훈 도련님께 감사드려야지.”임국종이 재빨리 말했다.그러자 예훈은 차갑게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완유 씨, 들었죠? 완유 씨가 어르신 만큼 눈치가 있었더라도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완유 씨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제가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완유 씨는 단지 지금 제가 놀고 싶은 하찮은 여자일 뿐이죠. 그런데 정말 왜 그렇게 날뛰는 거죠? 비수를 꺼낸 건 자살하려는 거예요? 좋아요. 그렇다면 제가 가만히 지켜볼 테니 빨리 서두르세요. 완유 씨가 죽으면 저 새끼를 아주 비참하게 죽여버릴 겁니다.”예훈은 사악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그리고 지금 임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예훈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사람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예씨 가문 도련님인 예훈은 악마처럼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무서운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겁에 질린 사람들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기를 바랐다.임완유가 더 심한 행동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가족들은 임완유가 순순히 예훈 도련님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특히 유은수는 조급한 나머지 욕설을 퍼부었다.“임완유, 뭐 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년 같으니라고. 정말 우리 임씨 가문 사람들이 모조리 죽어야 후련하겠어?”“완유야,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빨리 가서 예훈 도련님께 잘못했다고 빌어!”임강도 즉시 말했다.그러자 임완유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마음속으로는 엄청 두려웠고 부모님의 말씀은 가시처럼 가슴에 박혔다.임완유는 가끔 그들이 정말 자기 부모가 맞는지 의심이 가기도 했다.그들이 정말로 자신에게 냉담했기 때문이다.임씨 가문 사람들의 겁에 질린 모습과 임완유의 절망스러운 눈빛을 바라보자 예훈은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런 느낌은 정
‘뭐라고?’‘예훈 도련님을 혼내준다고? 미친 거 아니야.’‘지금 저 자식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미쳐서 헛소리하고 있을 거야.’임씨 가문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유이안도 어리둥절했고 예천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식은땀이 났다. 그 순간 유이안은 임완유가 왜 예천우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는지 알아차렸다.사실 유이안은 조금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예천우는 보기에 용감했지만 목숨을 잃으면 용기 따위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임국종과 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심지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허풍을 떨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감히 용도 예씨 가문의 예훈 도련님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다만 그들은 임씨 가문이 예천우 때문에 피해를 볼까 봐 웃음을 참고 있었다.‘오늘만 지나면 예천우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사실 임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임완유 자신도 좀 멍해졌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항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임완유도 다른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면 조심해.”“걱정하지 마.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널 지켜주겠어? 지난번에 네가 납치당했을 때도 내가 몸이 아파서 널 구하고도 줄곧 네 곁을 지키지 못했어. 그 일 때문에 난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나도 내 자신을 잘 챙겨줘야지.”예천우는 임완유를 위로하려고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천우야, 뭐라고? 내가 납치당했을 때 네가 날 구해준 거야?”“그래. 지난번에 내가 어르신과 함께 돈을 가지고 널 구하러 갔어. 내가 납치범들을 해치우고 어르신보고 먼저 널 데리고 떠나라고 했지.”예천우는 마음속으로 어쩌면 임국종이 또 임완유를 속였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크게 변했고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줄곧 예천우가 모든 일을 뻔히 알면서도 잠수를 탔다
임완유가 이런 태도로 말하자 임국종도 엄청 화가 나서 화를 내며 말했다.“누가 널 구해줬는지 뭐가 그리 중요해. 이건 모두 널 위한 일이라는 것만 알아둬!”“그럼 알겠어요!”임국종이 그렇게 말하자 임완유는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고개를 돌려 예천우에게 말했다.“천우야, 이번 생은 내가 널 해쳤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가 죽으면 나도 바로 죽을게. 다음 생에도 만나면 우리 함께 잘 살자.”그 순간 임완유는 임씨 가문이고 예씨 가문이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다른 가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임완유는 단지 죽더라고 예천우와 함께 죽고 싶었다.되돌릴 수 없는 길일지라도 예천우와 함께 걷고 싶었다.임완유는 그렇게 말하자 오히려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했다.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은 임완유의 말을 듣자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은 예천우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가 이렇게 말한 이상 이제는 임씨 가문과 예씨 가문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었고 게다가 지금 예훈을 이토록 건드리고 있으니 임씨 가문의 앞날은 엄청나게 비참해질 것이다.그래서 임씨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죽어가는 얼굴이었고 웃음조차 짓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예훈은 엄청 어두운 표정에 사악한 눈빛으로 임완유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임완유 씨, 제가 확신하는데 나중에 꼭 후회할 겁니다!”예훈의 눈빛을 본 임완유도 깜짝 놀랐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천우가 그녀의 앞에 막아 나서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까짓 게? 예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완유를 구해준 이런 작은 공로도 빼앗으려고 하는 거야? 염치도 없는 자식이네. 넌 정말 뻔뻔하고 사악한 소인배 새끼야.”“건방진 자식!”예훈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터질 것만 같았고 일그러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이놈아, 그까짓 무술을 좀 안다고 감히 이렇게 나랑 말하는 거야? 우리 예씨 가문은 너 같은 하찮은 새끼가 영원히 넘볼 수 없는 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너무 느렸다!예천우의 이번 공격은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 같았다. 오늘 그는 무조건 죽을 것 같았다.임선호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 중얼거렸다.‘뭐야. 형부. 실력이 좋다며? 머뭇거리면서 뭐 하고 있어?’하지만 잠시 후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진은수를 포함해서 모두 이 한 수가 예천우를 명중시킬 것으로 생각할 때 예천우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었다. 그는 단번에 진은수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리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은수의 비명을 지르며 다른 한 손으로 이내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다시 가볍게 움직이더니 내경의 힘으로 진은수의 왼손까지 부러뜨렸다.그리고 진은수가 발을 내디디기 전에 한 발로 그를 세게 걷어찼다.이 과정을 설명하자면 매우 복잡하지만 예천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공격을 개시했다.그에게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진은수는 비명을 지르며 마침 예훈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오장육부가 파열되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말이다.예천우의 한 발에 실은 힘은 너무 무서웠다. 진은수는 순간 자기가 예천우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어쩌면 한 번의 공격도 당해내지 못하고 그의 손에 죽을 것만 같았다.비록 진은수의 실력은 예훈보다 못했지만 그 역시도 화경급 고수였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이 과경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진은수의 공격 태세를 보아 분명 실력이 매우 강한 자였을 텐데 예천우에게 이렇게 쉽게 패하다니.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자 예훈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문에 의하면 예훈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어려서부터 무술을 익힌 최절정의 고수하고 한다. 이 또한 임국종이 퍼뜨린 소문이다. 그는 예훈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기의 잘난 점만 빼어 닮아 임완유를 그에게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중히 여겼다.하지만 예천우의 실력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훈의 경호원을 한 방에 쓰러뜨릴 만큼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오늘
“흥! 은수는 겨우 암경 경지에 이르렀어. 그 어떤 화경 중급 이상의 고수라면 모두 방금 네가 해낸 걸 할 수 있단 말이지. 너는 기껏해야 화경 후급 경지의 실력이야. 내 판단이 맞다면 너는 화경 중급일걸? 하지만 나는 화경 절정이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는 종사와 한 단계만 차이 나는 실력이라고. 내 앞에서 감히 잘난 척해? 정말 어이가 없네!”예훈은 패기 있게 등장하며 말했다. 예훈도 예천우의 실력이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해도 자기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기 체면을 살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누가 진짜 실력자인지 겨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훈의 말을 듣자 다들 속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천우가 아무리 능력이 있고 대단해도 결국 예훈에게 패하고 모든 것을 빼앗게 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유은수는 예훈이 한시라도 더 빨리 손을 쓰길 기대했다. 예천우를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임완유도 예훈의 말을 듣자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런 상황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예천우는 예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긴장한 임완유를 보면서 다정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쟤 헛소리 치는 거야. 난 화경 중급이 아니야.”“그럼 화경 후급이네.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자식이 화경 후급까지 수련할 수 있다니. 하지만 오늘 나를 만났으니 무릎 꿇고 용서를 빌 수밖에 없겠어.”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그의 판단이 틀릴 리 없다고 말했다. 방금 진은수를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기에 화경 중급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천우가 아니라고 하니 화경 후급일 것이라고 예훈은 생각했다. 절대 화경 절정일 수 없다고 장담하면서 말이다.예훈은 모든 자원과 인맥을 끌어모아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예천우처럼 하찮은 사람은 자기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종사일 거란 가능성은 아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절대 그럴 리 없어.”예천우는 자신만만해하는 예훈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예천우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원래 예훈을 안하무인격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는 지독하고 무례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냥 바보였다.예훈은 자신의 터무니없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위풍당당하게 임완유를 협박했다.“완유 씨,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면 모든 걸 없던 일로 하고 용서할게요. 아니면 완유 씨랑 예천우 그리고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까지 모두 죽게 될 거예요.”예훈은 한 명씩 가리키며 사악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유은수는 화들짝 놀랐다.“뭐 하고 있어, 완유야! 도련님이 이렇게 자비를 베푸시는데 얼른 사과해야지.”“그래. 완유야! 도련님한테 무릎 꿇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이러다 우리 모두 다 죽어.”임강도 얼른 임완유를 달랬다.“빨리 서두르지 않고 뭐해! 내가 꼭 끌고 가야만 하겠어?”유은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독 임국종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임완유가 예훈에게 용서를 구해도 앞으로 힘든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임씨 가문도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어쩌면 임국종은 처음부터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걸 되돌리고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예훈의 말을 듣자 임완유는 두려움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천우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임완유를 안쓰럽게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꿇고 싶으면 당신들이 가서 꿇으세요.”“너! 뭐라고? 예천우! 이 거지 같은 자식이 감히 뭐라고?”유은수는 예천우를 째려보며 말했다.“죽고 싶어? 정말 자기 무덤을 파려고 X랄 하네.”임강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두 사람은 겁이 나서 예훈을 조심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예천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은 예천우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예천우가 임완유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훈은 달랐다. 그는 화가 나면 미친 사람처럼 폭주할 것이다.그래서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되물었다.임강과 유은수는 마치 똥을 밟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괴로워했지만 반박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가장 괴로운 점은 주위 사람들이 하나같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예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다.비록 그들도 예훈을 무서워했지만 임강과 유은수의 행동은 비인간적이었고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너희들! 너희들이 뭘 알아! 만약 당신들의 딸이 우리 완유처럼 훌륭한 도련님에게 시집갈 수만 있다면 나보다 더 한 짓을 할걸!”유은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주위 사람들을 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예훈이 곁에 있어서 다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하나같이 유은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기는 것 같았다.유은수는 지금까지 이렇게 창피한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과 등지고 험담을 듣게 될 줄이야.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예천우!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오늘 사람들 앞에서 나더러 X 팔려 죽으라는 거야?”“그럼 정말 죽어 줄 수 있어요?”예천우도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라 비아냥거리며 되물었다. 그러자 임완유도 뜨끔 놀랬다. 하지만 임완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났다.“저, 저, 저런 개자식과 말하기 싫어!”유은수는 바로 뒤로 물러서서 임강 뒤에 숨었다. 그러면 모두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할 수 있을 것 같았다.임강의 표정은 더욱 난처했고 옆을 쳐다보기도 민망했다.“예천우,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이렇게 시간을 끌어봤자 어차피 죽을 텐데 허튼 수고 하지 마. 넌 이제 끝났어.”이때 예훈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내가 시간을 끈다고?”예천우는 피식 웃었다.“그럼 아니야? 내가 직접 나서면 너는 산산조각이 될 거야. 그때 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해달라고 빌지 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니깐.”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
예천우가 잠시 말이 없자 한지연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그녀 입장에선 아들을 위해 이신향이 조신우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천우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서둘러 나섰다.“조신우 씨, 농담이죠? 여긴 그냥 평범한 식당인데 그런 최고급 술이 있을 리가 있나요.”하지만 조신우는 턱을 치켜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럼 딴 데 가시죠. 이딴 데선 도저히 못 먹겠네요.”그 말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풋, 네가 나한테 밥 한번 사보겠다고? 한참 멀었어. 이 정도 식당에서 몇십만 원 쓰는 것만으로도 네 눈은 휘둥그레지겠지.’조신우는 속으로 그렇게 예천우를 조롱하고 있었다.그런데 예천우는 그를 슬쩍 쳐다볼 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애초에 난 널 초대한 적도 없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그 말에 조신우의 얼굴빛이 확 어두워졌고 이제동은 깜짝 놀라 급히 끼어들었다.“천우야, 너 지금 무슨 말버릇이니. 조신우 씨가 어떤 분인데? 이런 분께 음식 대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너에겐 큰 영광이야.”예천우는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이신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빠, 그런 말은 너무하시잖아요. 오늘은 천우 씨가 초대한 자리예요. 뭐가 나와도 그걸로 먹는 거죠. 손님이 무슨 메뉴까지 고르고 술까지 따져요?”그러고는 예천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천우 씨, 제가 가서 식당에 무슨 술 있는지 보고 올게요. 적당한 거 가져다드리면 되죠.”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막았다.“괜찮아요. 제가 준비해 왔어요. 굳이 여기 술 안 써도 됩니다.”사실 그가 가져온 술은 모두 공간 반지 안에 들어 있었기에 언제든 꺼낼 수 있었지만 굳이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아 자연스럽게 옆 가방에서 꺼내는 척을 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방금까지 분명 손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술병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누구
“흥, 그건 당연하지.”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쟤는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무릎 꿇게 될걸요?”“그럼요. 조신우 씨,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이제동은 말하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가득했다.이신향이 갑자기 남자 친구를 데려왔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예천우가 무턱대고 나서서 조신우를 자극할까 봐 더 불안했다.특히나 예천우라는 사람은 뭘 좀 안다고 착각하는 무모함까지 있으니 더 위험했다.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먼저 안으로 향했다.그런 모습에 이제동과 한지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신향은 난감한 마음에 얼른 뒤따랐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예천우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괜히 그가 모욕당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조신우도 마지못해 따라 들어왔고 일행은 함께 식당 안으로 향했다.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전통적이고 소박한 농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대도시 고위층들이 선호하는 콘셉트 중 하나였다.하지만 조신우는 들어서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투덜댔다. “뭐야, 이런 촌스러운 데를? 딱 봐도 저질이네. 대도시에서 인당 2만 원도 안 되는 데면 분명 어디서 쿠폰이라도 긁어온 거겠지.”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히려 잘 됐네. 이따가 제대로 면박 줄 수 있겠다.”사실 오늘 조신우는 아버지에게서 활동 자금으로 4억 원을 통 크게 받아온 상태였다.그 돈으로 오늘 제대로 부자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이번 자리는 급하게 잡긴 했지만 예천우에겐 아무런 어려움도 아니었다.왜냐하면 이 동강루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바로 천상 그룹이었고 결국 이 식당도 그의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니 예약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사실 식당 대표는 그에게 가장 최고급 방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예천우는 일부러 거절했다.너무 티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안내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