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들이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 이상 그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 회의가 끝나면 아름다운 여인들의 숭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임완유마저 그에게 반해 품에 와락 안겨버릴 것 같았다. 전화가 끊기자 려성한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예천우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았다. 어떻게든 예천우의 꼬투리를 잡고 싶었다."팀장님, 확인하셨어요?"예천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진짜 증서라고 했잖아요. 이제 돌려주시죠?""물론이죠. 돌려줘요."려성한이 하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증서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평범한 영업사원에 가당키나 해요?""내 생각이 맞다면 아무도 천우 씨가 이 증서 갖고 있는 거 몰랐던 것 같은데.""려 팀장님, 이제 사장님 공격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아까 사장님 공로가 크고 공헌이 크다고 말한 의도는 뭐예요?""공신을 몰아내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게 최종 목적이에요?"예천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수긍했다.려성한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눈치채고 초조해졌다. "천우 씨, 괜한 소리로 사람들 심란하게 하지 마요. 우리 집도 회사에 아주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회사가 망하길 바란다는 게 말이 돼요?""난 그저 천우 씨가 이런 명예 증서를 가지고도 평범한 영업사원을 하는 게 이상해서 의견을 제기한 거예요.""사장님은 절대 이런 인사 발령을 내릴 분이 아니에요. 게다가 행정팀에 천우 씨 상황을 알려주지 않을 분이 아니란 말이에요.""안 알려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예천우가 말했다. "난 조용하게 살고 싶은 것뿐이에요. 괜히 관심받고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하는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거든요. 너무 피곤해요.""그리고 영업사원은 내가 요구한 거에요.""명예교수증은 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해 영업사원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었어요.""이게 문제
사실 임완유도 하문과 동일한 생각이다. 하문의 제안에 그녀는 매우 동의했다.승진하면 예천우는 더 많은 업무 경험으로 연봉도 올라갈 것이다. 이혼 후에도 혼자 충분히 먹고살 것이다. 이신향도 매우 기뻤다. 물론 강력한 인재를 잃은 것은 안타까웠지만 무서운 라이벌이 한 명 생기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진심으로 예천우의 승진을 기뻐해 줬다.그러나 이 사안의 주인공인 예천우는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줄 몰랐다. 그는 결코 팀장직을 노리지 않았다. 스스로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평범한 사원으로 평탄한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다.려성한의 안색이 보기 흉하게 변했다. 누차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한 당사자가, 심지어 마음에도 들지 않는 녀석이 승진하는 꼴까지 봐야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예천우의 승진을 반대할 수 없었다. 지금 반대하면 사람들의 화살이 그에게 향할 것이고 그의 체면만 깎인다.결국 예천우가 영업팀 팀장직을 맡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예천우는 나중에 다시 손을 봐주면 된다.그의 머릿속으로 예천우를 제대로 혼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만간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거야.'려성한은 애써 웃음을 짜냈다. "사장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천우 씨가 1팀의 팀장이 되는 걸 저도 지지합니다!"려성한마저 지지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할 리 없었다.하문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 일은 이렇게 하죠! 천우 씨는 회의가 끝나면 1팀에 가서 인수인계 받아요.""잠깐만요!"대뜸 소리를 지르는 예천우 때문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저... 팀장직 꼭 해야 하는 건가요?"하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직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천우 씨 업무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높은 승진할 수 있어요.""물론 이 사장직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어요. 천우 씨가 이 직책을 맡을 자격만 된다면 얼마든지 이 자리 물려줄 수 있어요.""아, 아닙니다!""전 그저 팀장직을 맡고
"네, 그럼 회의가 끝나는 대로 위치 이동하겠습니다." 예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임완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가 끝났다.임완유는 자기의 곁에 있는 하문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이따가 천우 씨에게 내 사무실로 오라고 전해줘요.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네!"하문이 고개를 끄덕였다.'천우 씨 생각보다 더 수상한 사람이네... 오늘 보니까 대표님도 천우 씨 증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 같던데.'회의가 끝나자마자 이신향이 예천우의 곁으로 가 다정하게 말했다. "천우 씨, 1팀 팀장 된 거 축하해요." "아니에요, 괜히 할 일만 더 늘었어요. 축하받을 일 아닌 것 같아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신향은 반박을 하려다가 멈췄다. 담양이 예천우를 대하던 태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체를 숨기고 있는 예천우에게 팀장직은 확실히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았다.예천우의 승진을 기뻐했던 기분이 삽시에 가라앉았다."천우 씨, 아직 기뻐하기에 일러. 려 팀장님은 그쪽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김선이 예천우에게 다가가 차갑게 말했다."그래요? 난 이렇게 멀쩡한데 김선 씨가 안타깝게 회사를 나가야 하네요. 심지어 내가 김선 씨 자리를 도맡았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흥, 잘난척하긴. 얼마 안 가 내가 다시 그 자리 되찾을 거야." 김선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그만 망상에서 헤어나오세요."예천우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에서 벗어났다.자신을 무시하는 예천우의 행동에 김선은 화가 치밀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예천우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왕신철은 김선의 뒤를 따랐다. 김선은 그에게 남은 유일한 지푸라기였다. "팀장님, 저희 이제 어떡해요?""걱정 말아요, 우리 다시 복귀할 거니까."김선이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다행이긴 한데, 전 팀장님만 믿을게요.""나한테 어떻게 하는가에 신철 씨 운명이 걸려 있어요." 김선은 왕신철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았
"팀장님?""어떻게 됐어요?""다들 그만 긴장 풀어요. 천우 씨 덕분에 저희가 이겼어요." 이신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이에요?""물론이죠!" 이신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이겼다는 말에 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어쩌면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다시 확인 사살을 받으니 승리의 기쁨이 두 배로 다가왔다.이신향이 말을 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이겼어요. 천우 씨가 없었으면 우리가 졌을 거예요.""아슬아슬하게 이겼다고요? 설마 계약 대금을 제때에 치르지 못한 거예요?" 팀원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요!"이신향은 회의실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줬다.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예천우를 둘러싸고 일어난 놀라운 상황이었다.예천우의 실력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를 존경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도나도 예천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를 땐 예천우를 보잘것없게 보던 사람들이 지금은 예천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떨며 어떻게든 자신의 첫인상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러나 애초에 사람들 반응을 신경을 쓰지 않았던 예천우는 무심하게 대꾸했다. "과찬이세요. 오늘의 성적은 저희 모두가 함께 이룬 거예요.""참, 오늘부터 예천우 씨는 우리 팀원이 아니에요." 이신향이 중요한 소식을 발표했다."네? 왜요?""팀장님, 천우 씨 공이 제일 크잖아요." 유현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하하, 다들 오해 했나 봐요. 천우 씨는 이제부터 1팀 팀장으로 승진했어요."이신향은 회의실에서 발생했던 일에 대해 말했다.그리고 유현에게 예천우를 서포트하라며 팀 이전 소식을 알렸다.사람들은 멍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유현이 한없이 부러웠다.능력이 출중한 예천우에게 남은 것은 꽃길뿐이었다. 그런 예천우가 유현을 지목해서 데리고 가는 걸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팠다.예천우가 승진을 하게 되면 유현은 자연스레 예천우의 팀장직을 이을 것이다.하지만
"사장님!""사장님!"갑자기 들리는 하문의 목소리에 왁자지껄 떠들며 모여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유일하게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예천우는 그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이신향이 황급히 말했다. "사장님, 어쩐 일이세요?""별거 아니에요. 천우 씨 때문에 왔어요."하문이 예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천우 씨, 잠깐 나 좀 봐요."예천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쉬나 했더니...'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갔다."사장님, 무슨 일이세요?""내키지 않아 하는 표정인데요?" 하문은 마케팅 영업 부서의 총괄이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손꼽히는 미인이기도 했다.그러나 예천우는 누가 봐도 자신과 함께 있기를 꺼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평범한 사람은 상사를 두려워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예천우는 그녀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그녀는 살면서 이토록 이상한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예천우는 이런 하문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찾는데 어떤 남자가 싫어하겠어요?""날 희롱하는 겁니까?" 하문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럴 리가요!""그런 눈치가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하문이 냉담하게 말했다. "증서 있으면서 그때는 왜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제가 그랬나요?"예천우가 되물었다.잠시 고민하던 하문은 예천우가 확실히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사장님, 설마 이거 물어보려고 오신 거예요?" 예천우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미인에게 전혀 흥미가 없었다. 아내가 아니기 때문이다."아니에요, 대표님께서 그쪽을 찾으세요."하문은 예천우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매력을 의심했다."아, 네. 지금 갈게요."예천우는 임완유가 자기를 찾는다는 말에 바로 그녀의 사무실로 향했다. 멍하니 혼자 남겨진 하문은 당황스러웠다. '그냥 이렇게 간다고?'
임완유는 줄곧 그를 수준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여겼다.물론 싸움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학업이나 문화수준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예천우는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초월했다. 어쩌면 그 증서가 가짜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정확하게 물어야 할 것 같았다.예천우가 호탕하게 웃었다. "모르게 은근 많을걸."임완유는 이 말에 화가 치밀었다. "아주 당당하네?""음, 조금?""장난 그만하고 얼른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완유가 쏘아붙였다."무슨 뜻이야?""그러니까 그 증서 어디서 구한 거냐고, 하버드 부 교장이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그 증서 말이야. 려성한 한 방 제대로 먹인 그 증서."임완유는 그 증서가 가짜라고 확신했다."누가 가짜라고 했어? 그거 진짜야."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짜라고?""물론이지, 아까 검증도 했잖아.""려 팀장은 네가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니까 속은 거야. 내가 호락호락하게 속을 것 같아?"임완유가 화를 버럭 냈다. "얼른!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래, 우리 와이프 엄청나게 똑똑하다. 내 속임수를 단번에 꿰뚫어보고." 예천우는 간파당한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진짜라고 호소해봤자 그녀는 믿지 않는다.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그럴 줄 알았어. 어디서 난 거야?"임완유는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천우가 자기를 어떻게 칭하든 중요하지 않았다."간단해, 위조한 거야.""증서는 위조했다고 하고, 통화는?""그 전화는 말이지...""려 팀장이 연락한 사람은 진짜 부 교장이 아니거든. 내가 중간에서 연락처 가로채서 위장한 거야."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헛소리를 늘어놓았다."어쩐지! 하지만 려성한은 분명 부 교장 목소리를 알아들었을 텐데.""목소리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통화로는 흉내 내는 걸 간파하기 어렵잖아." "게다가 내가 보기엔 두 사람 전혀 친해 보이지 않았어.""그렇긴 해. 하지만 거짓말한다고 끝날 문제가
"그래, 우리 와이프 말이 다 옳아!""누가 네 와이프인데."임완유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화만 났다. 예천우가 전에 이렇게 말했으면 혐오스러워 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그녀의 기분은 사뭇 달랐다."당신이 내 와이프지." 예천우가 능글맞게 말했다. 이전처럼 진지하지만 않았다."경고하는데, 우리...""매일 경고하지 않아도 나도 안다고,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 예천우가 미소를 지었다. "려성한이라는 사람 너무 오만방자하던데, 정리하고 싶지 않아?"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싶지만, 쉽지 않네! 회사에서 우리 가문 다음으로 입지가 높은 게 려씨 가문이야. 게다가 려성한은 능력도 뛰어나서 다루기 쉽지 않아.""네가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 곧 두 발로 회사를 걸어나갈 테니까."예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서 나갔다.임완유는 얼빠진 얼굴로 멀어지는 예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가끔 아주 세심한 것 같아." 예천우가 자기 때문에 려성한과 기꺼이 대적하겠다고 하자, 임완유는 기분이 이상했다.'그래도 능력은 꽤 있다니까.'하지만 그녀 마음속의 백마 탄 왕자님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밖으로 나온 예천우는 1팀으로 가 인수인계를 받아야 한다. 1팀은 영업 실적이 아주 뛰어난 걸로 소문이 자자했다.꽃미남 왕신철과, 예쁘장한 여직원들은 몸매가 아주 좋은 걸로 유명했다. 그들의 영업 실적은 그들의 외모와 상관관계가 있었다.예천우는 유현를 데리고 1팀으로 향했다.한편, 1팀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다.이번만큼은 승리를 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대는 수십억짜리 매출을 숨기는 계략을 꾸몄다.결국 막판 뒤집기로 2팀이 승리를 쟁취했다.1팀은 이러한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평소에는 2팀보다 뛰어났지만, 관건적인 순간에 2팀에 패배하자 그들은 이 상황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특히 장연희는 뛰어난 외모와 말솜씨로 판매 실적이 상당히 좋아 김선의 후임으로 유력했다.그녀는 김선이 승진
"그래요, 얌전하게 있으면 몰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면 회사에서 나가게 만들어야죠."1팀 사원들은 하나같이 영업실적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회사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고 1팀보다도 훨씬 강한 팀이다.이신향 혼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하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2팀은 지금쯤 1팀의 뒤꽁무니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장연희가 의기양양했던 이유는 김선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예천우는 결코 팀장직을 굳건히 지킬 수 없을 것이다.합심해서 이번 달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오게 하면 예천우를 혼내줄 수 있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얼마 안 가, 예천우가 유현을 데리고 1팀 사무실로 들어왔다.그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미모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하문의 비서다.직접 그들을 1팀에 데려와 소개할 생각이었으나, 예천우가 그녀를 귀찮게 바라본 탓에 기분이 나빠진 하문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다. 비서를 그에게 배치한 것만으로도 이미 의리는 지킨 셈이다.하문의 비서와 예천우, 유현이 함께 들어오자, 예천우의 발령이 내려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사람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그들에게 눈길을 한 번 주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몰두했다.비서가 살짝 당황하더니 황급히 소리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전부 멈추고 여기 봐주세요. 1팀에 새로 온 팀장님을 소개할게요."그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불쾌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은 예천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문이 직접 소개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었다."예 팀장님이 앞으로 1팀을 책임질 겁니다, 알겠습니까?""네!"사람들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답했다. 그리고 몇 명의 여사원들은 예천우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버렸다.어쩌면 예천우가 외모를 팔아 승진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승진을 할 리 없었다.예천우의 증서에 관해 김선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팀 사람들은 당연히 예천우를 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