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임완유도 하문과 동일한 생각이다. 하문의 제안에 그녀는 매우 동의했다.승진하면 예천우는 더 많은 업무 경험으로 연봉도 올라갈 것이다. 이혼 후에도 혼자 충분히 먹고살 것이다. 이신향도 매우 기뻤다. 물론 강력한 인재를 잃은 것은 안타까웠지만 무서운 라이벌이 한 명 생기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진심으로 예천우의 승진을 기뻐해 줬다.그러나 이 사안의 주인공인 예천우는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줄 몰랐다. 그는 결코 팀장직을 노리지 않았다. 스스로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평범한 사원으로 평탄한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다.려성한의 안색이 보기 흉하게 변했다. 누차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한 당사자가, 심지어 마음에도 들지 않는 녀석이 승진하는 꼴까지 봐야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예천우의 승진을 반대할 수 없었다. 지금 반대하면 사람들의 화살이 그에게 향할 것이고 그의 체면만 깎인다.결국 예천우가 영업팀 팀장직을 맡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예천우는 나중에 다시 손을 봐주면 된다.그의 머릿속으로 예천우를 제대로 혼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만간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거야.'려성한은 애써 웃음을 짜냈다. "사장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천우 씨가 1팀의 팀장이 되는 걸 저도 지지합니다!"려성한마저 지지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할 리 없었다.하문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 일은 이렇게 하죠! 천우 씨는 회의가 끝나면 1팀에 가서 인수인계 받아요.""잠깐만요!"대뜸 소리를 지르는 예천우 때문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저... 팀장직 꼭 해야 하는 건가요?"하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직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천우 씨 업무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높은 승진할 수 있어요.""물론 이 사장직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어요. 천우 씨가 이 직책을 맡을 자격만 된다면 얼마든지 이 자리 물려줄 수 있어요.""아, 아닙니다!""전 그저 팀장직을 맡고
"네, 그럼 회의가 끝나는 대로 위치 이동하겠습니다." 예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임완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가 끝났다.임완유는 자기의 곁에 있는 하문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이따가 천우 씨에게 내 사무실로 오라고 전해줘요.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네!"하문이 고개를 끄덕였다.'천우 씨 생각보다 더 수상한 사람이네... 오늘 보니까 대표님도 천우 씨 증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 같던데.'회의가 끝나자마자 이신향이 예천우의 곁으로 가 다정하게 말했다. "천우 씨, 1팀 팀장 된 거 축하해요." "아니에요, 괜히 할 일만 더 늘었어요. 축하받을 일 아닌 것 같아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신향은 반박을 하려다가 멈췄다. 담양이 예천우를 대하던 태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체를 숨기고 있는 예천우에게 팀장직은 확실히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았다.예천우의 승진을 기뻐했던 기분이 삽시에 가라앉았다."천우 씨, 아직 기뻐하기에 일러. 려 팀장님은 그쪽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김선이 예천우에게 다가가 차갑게 말했다."그래요? 난 이렇게 멀쩡한데 김선 씨가 안타깝게 회사를 나가야 하네요. 심지어 내가 김선 씨 자리를 도맡았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흥, 잘난척하긴. 얼마 안 가 내가 다시 그 자리 되찾을 거야." 김선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그만 망상에서 헤어나오세요."예천우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에서 벗어났다.자신을 무시하는 예천우의 행동에 김선은 화가 치밀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예천우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왕신철은 김선의 뒤를 따랐다. 김선은 그에게 남은 유일한 지푸라기였다. "팀장님, 저희 이제 어떡해요?""걱정 말아요, 우리 다시 복귀할 거니까."김선이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다행이긴 한데, 전 팀장님만 믿을게요.""나한테 어떻게 하는가에 신철 씨 운명이 걸려 있어요." 김선은 왕신철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았
"팀장님?""어떻게 됐어요?""다들 그만 긴장 풀어요. 천우 씨 덕분에 저희가 이겼어요." 이신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이에요?""물론이죠!" 이신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이겼다는 말에 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어쩌면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다시 확인 사살을 받으니 승리의 기쁨이 두 배로 다가왔다.이신향이 말을 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이겼어요. 천우 씨가 없었으면 우리가 졌을 거예요.""아슬아슬하게 이겼다고요? 설마 계약 대금을 제때에 치르지 못한 거예요?" 팀원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요!"이신향은 회의실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줬다.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예천우를 둘러싸고 일어난 놀라운 상황이었다.예천우의 실력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를 존경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도나도 예천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를 땐 예천우를 보잘것없게 보던 사람들이 지금은 예천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떨며 어떻게든 자신의 첫인상을 만회하려고 했다. 그러나 애초에 사람들 반응을 신경을 쓰지 않았던 예천우는 무심하게 대꾸했다. "과찬이세요. 오늘의 성적은 저희 모두가 함께 이룬 거예요.""참, 오늘부터 예천우 씨는 우리 팀원이 아니에요." 이신향이 중요한 소식을 발표했다."네? 왜요?""팀장님, 천우 씨 공이 제일 크잖아요." 유현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하하, 다들 오해 했나 봐요. 천우 씨는 이제부터 1팀 팀장으로 승진했어요."이신향은 회의실에서 발생했던 일에 대해 말했다.그리고 유현에게 예천우를 서포트하라며 팀 이전 소식을 알렸다.사람들은 멍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유현이 한없이 부러웠다.능력이 출중한 예천우에게 남은 것은 꽃길뿐이었다. 그런 예천우가 유현을 지목해서 데리고 가는 걸 보고 있자니 배가 아팠다.예천우가 승진을 하게 되면 유현은 자연스레 예천우의 팀장직을 이을 것이다.하지만
"사장님!""사장님!"갑자기 들리는 하문의 목소리에 왁자지껄 떠들며 모여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유일하게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예천우는 그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이신향이 황급히 말했다. "사장님, 어쩐 일이세요?""별거 아니에요. 천우 씨 때문에 왔어요."하문이 예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천우 씨, 잠깐 나 좀 봐요."예천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쉬나 했더니...'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갔다."사장님, 무슨 일이세요?""내키지 않아 하는 표정인데요?" 하문은 마케팅 영업 부서의 총괄이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손꼽히는 미인이기도 했다.그러나 예천우는 누가 봐도 자신과 함께 있기를 꺼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평범한 사람은 상사를 두려워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예천우는 그녀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그녀는 살면서 이토록 이상한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예천우는 이런 하문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찾는데 어떤 남자가 싫어하겠어요?""날 희롱하는 겁니까?" 하문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럴 리가요!""그런 눈치가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하문이 냉담하게 말했다. "증서 있으면서 그때는 왜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제가 그랬나요?"예천우가 되물었다.잠시 고민하던 하문은 예천우가 확실히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사장님, 설마 이거 물어보려고 오신 거예요?" 예천우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미인에게 전혀 흥미가 없었다. 아내가 아니기 때문이다."아니에요, 대표님께서 그쪽을 찾으세요."하문은 예천우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매력을 의심했다."아, 네. 지금 갈게요."예천우는 임완유가 자기를 찾는다는 말에 바로 그녀의 사무실로 향했다. 멍하니 혼자 남겨진 하문은 당황스러웠다. '그냥 이렇게 간다고?'
임완유는 줄곧 그를 수준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여겼다.물론 싸움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학업이나 문화수준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예천우는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초월했다. 어쩌면 그 증서가 가짜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정확하게 물어야 할 것 같았다.예천우가 호탕하게 웃었다. "모르게 은근 많을걸."임완유는 이 말에 화가 치밀었다. "아주 당당하네?""음, 조금?""장난 그만하고 얼른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완유가 쏘아붙였다."무슨 뜻이야?""그러니까 그 증서 어디서 구한 거냐고, 하버드 부 교장이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그 증서 말이야. 려성한 한 방 제대로 먹인 그 증서."임완유는 그 증서가 가짜라고 확신했다."누가 가짜라고 했어? 그거 진짜야."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짜라고?""물론이지, 아까 검증도 했잖아.""려 팀장은 네가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니까 속은 거야. 내가 호락호락하게 속을 것 같아?"임완유가 화를 버럭 냈다. "얼른!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래, 우리 와이프 엄청나게 똑똑하다. 내 속임수를 단번에 꿰뚫어보고." 예천우는 간파당한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진짜라고 호소해봤자 그녀는 믿지 않는다.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그럴 줄 알았어. 어디서 난 거야?"임완유는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천우가 자기를 어떻게 칭하든 중요하지 않았다."간단해, 위조한 거야.""증서는 위조했다고 하고, 통화는?""그 전화는 말이지...""려 팀장이 연락한 사람은 진짜 부 교장이 아니거든. 내가 중간에서 연락처 가로채서 위장한 거야."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헛소리를 늘어놓았다."어쩐지! 하지만 려성한은 분명 부 교장 목소리를 알아들었을 텐데.""목소리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통화로는 흉내 내는 걸 간파하기 어렵잖아." "게다가 내가 보기엔 두 사람 전혀 친해 보이지 않았어.""그렇긴 해. 하지만 거짓말한다고 끝날 문제가
"그래, 우리 와이프 말이 다 옳아!""누가 네 와이프인데."임완유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화만 났다. 예천우가 전에 이렇게 말했으면 혐오스러워 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그녀의 기분은 사뭇 달랐다."당신이 내 와이프지." 예천우가 능글맞게 말했다. 이전처럼 진지하지만 않았다."경고하는데, 우리...""매일 경고하지 않아도 나도 안다고,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 예천우가 미소를 지었다. "려성한이라는 사람 너무 오만방자하던데, 정리하고 싶지 않아?"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싶지만, 쉽지 않네! 회사에서 우리 가문 다음으로 입지가 높은 게 려씨 가문이야. 게다가 려성한은 능력도 뛰어나서 다루기 쉽지 않아.""네가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 곧 두 발로 회사를 걸어나갈 테니까."예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서 나갔다.임완유는 얼빠진 얼굴로 멀어지는 예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가끔 아주 세심한 것 같아." 예천우가 자기 때문에 려성한과 기꺼이 대적하겠다고 하자, 임완유는 기분이 이상했다.'그래도 능력은 꽤 있다니까.'하지만 그녀 마음속의 백마 탄 왕자님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밖으로 나온 예천우는 1팀으로 가 인수인계를 받아야 한다. 1팀은 영업 실적이 아주 뛰어난 걸로 소문이 자자했다.꽃미남 왕신철과, 예쁘장한 여직원들은 몸매가 아주 좋은 걸로 유명했다. 그들의 영업 실적은 그들의 외모와 상관관계가 있었다.예천우는 유현를 데리고 1팀으로 향했다.한편, 1팀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다.이번만큼은 승리를 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대는 수십억짜리 매출을 숨기는 계략을 꾸몄다.결국 막판 뒤집기로 2팀이 승리를 쟁취했다.1팀은 이러한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평소에는 2팀보다 뛰어났지만, 관건적인 순간에 2팀에 패배하자 그들은 이 상황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특히 장연희는 뛰어난 외모와 말솜씨로 판매 실적이 상당히 좋아 김선의 후임으로 유력했다.그녀는 김선이 승진
"그래요, 얌전하게 있으면 몰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면 회사에서 나가게 만들어야죠."1팀 사원들은 하나같이 영업실적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회사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고 1팀보다도 훨씬 강한 팀이다.이신향 혼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하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2팀은 지금쯤 1팀의 뒤꽁무니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장연희가 의기양양했던 이유는 김선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예천우는 결코 팀장직을 굳건히 지킬 수 없을 것이다.합심해서 이번 달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오게 하면 예천우를 혼내줄 수 있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얼마 안 가, 예천우가 유현을 데리고 1팀 사무실로 들어왔다.그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미모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하문의 비서다.직접 그들을 1팀에 데려와 소개할 생각이었으나, 예천우가 그녀를 귀찮게 바라본 탓에 기분이 나빠진 하문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다. 비서를 그에게 배치한 것만으로도 이미 의리는 지킨 셈이다.하문의 비서와 예천우, 유현이 함께 들어오자, 예천우의 발령이 내려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사람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그들에게 눈길을 한 번 주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몰두했다.비서가 살짝 당황하더니 황급히 소리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전부 멈추고 여기 봐주세요. 1팀에 새로 온 팀장님을 소개할게요."그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불쾌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은 예천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문이 직접 소개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었다."예 팀장님이 앞으로 1팀을 책임질 겁니다, 알겠습니까?""네!"사람들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답했다. 그리고 몇 명의 여사원들은 예천우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버렸다.어쩌면 예천우가 외모를 팔아 승진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승진을 할 리 없었다.예천우의 증서에 관해 김선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팀 사람들은 당연히 예천우를 오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인원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조금 붐비는 것만 제외하면 모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부 다 모였죠?" 예천우가 물었다.애석하게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예천우는 전혀 민망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전부 모였나 보네요. 자, 지금부터 한 명씩 자기소개해주세요. 여러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그쪽부터 자기소개하세요."예천우는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유사라를 가리켰다.살짝 당황하던 유사라는 얼굴을 잔뜩 구기더니 대뜸 소리를 질렀다. "유사라라고 합니다!""끝났습니까?""네!" 유사라가 싸늘하게 답했다."다음!" 예천우는 꼬투리를 잡지 않고 빠르게 넘어갔다.앞에서 스타트를 자기 이름만 밝히는 자기소개를 하자, 뒷사람들도 자연스레 이름만 밝혔다. 군더더기 없이 이름만 깔끔하게 밝혔다.일부러 예천우를 난감하게 만들려는 모양새였다.유현은 사람들이 예천우를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래요. 다들 아는 사이니까. 그럼 이제 내가 자기소개를 할 차례네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장연희는 이 광경이 웃겼다. '저 바보 같은 놈은 할 줄 아는 게 자기소개밖에 없는가?'"반가워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새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예천우입니다.""우선,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네요. 난 영업에 소질이 없어요.""그리고 경영 관리에 관해서도 잘 모릅니다."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그의 발언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당황했다.'미친, 누가 자기소개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냐? 농담하는 건가?'전휘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 팀장직을 맡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창피하지 않으세요?"예천우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전휘성의 고개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는 사실 방금 자기가 내뱉은 말을 벌써 후회
이 세상에서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오른 자는 극히 드물었다. 적어도 예천우는 그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특히 용문에서 제공한 자료에도 그러한 기록은 없었고 예천우는 용문이 어떤 정보를 일부러 감춘 것이 아닐까 싶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자신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경험과 성사리에서 확인한 것들로 미뤄 보아 과거 성종의 종주 중 다수가 이미 그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다른 이들도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그런 와중에 예천우가 양박군에게 가르쳐준 간단한 기법은 양박군에게 매우 쉬웠고 그는 이를 빠르게 익혔다.이후 예천우는 성종 대회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전달한 후 양박군과 함께 수련실을 나섰다.밖에서는 당만수가 두 사람을 기다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예천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또 놀랐나 보군요.”“당연하지 않습니까! 도련님, 양박군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당만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먼저 양박군을 세심히 살펴보았지만 종사 절정에 이른 자신의 경지로도 양박군의 실력을 전혀 간파할 수 없었다.예전엔 양박군이 종사 후급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무슨 일이긴요. 그냥 실력이 조금 상승했을 뿐입니다. 다만 당 장로님께서는 이 사실은 비밀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양박군은 담담하게 말했다.“실력이 향상됐다고요? 당연히 알죠!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향상한 건지 알려 주세요.”당만수가 재촉하듯 물었다.양박군은 답을 주저하며 난감해했지만 예천우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은 우리 사람이니 비밀로 하지 않을게요. 박군의 현재 실력은... 간단히 말해 세 번의 공격이면 장로님을 이길 수 있는 정도죠.”“뭐라고요!”당만수는 그 자리에서 충격에 휩싸여 멍해졌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말한 사람이 예천우라면 다를 수밖에 없었다.이 모든
예천우는 양박군이 성사리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낌없이 황제심경을 이용해 성사리의 힘을 전환해서 그의 몸에 계속 흘려보냈다.한 시간 넘게 흐르자 성사리의 빛은 점차 희미해졌고 마침내 완전히 소멸했다.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감탄했다.‘이 녀석은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군. 나보다도 더 신비로운 재능을 가졌어.’예천우는 수년의 수련 끝에 종사 절정에 도달했지만 양박군은 그 단계를 이미 초월하고 있었다. 이제는 육지 신선 경지로의 돌파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그러나 이번 경험은 예천우에게도 놀라운 변화를 불러왔다. 그의 진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응축되고 강력해졌으며 정신력 또한 한층 더 단단해지고 강렬해졌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애매한 억압감을 느꼈다.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의 힘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듯했다.예천우는 성사리를 흡수하는 동안 이 느낌을 처음 느꼈지만 지금은 더욱 뚜렷했다.‘혹시 이 세계의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이곳에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인가? 어쩌면 정말로 그럴 수 있어.’예천우는 자신이 이미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지인 육지 신선의 문턱에 있는 만큼 더 이상 새로운 경지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때, 양박군이 마침내 눈을 떴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충천하듯 솟구쳤다.밖에서 이를 감지한 당만수는 깜짝 놀랐다.‘이 기운은 도련님의 것인가? 아니야. 이건 분명히 양박군의 기운인데... 설마 양박군이 정말 이렇게 강해진 거야?’당만수는 이미 종사 절정에 도달한 자신이 양박군의 기운 앞에서 완전히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밖에서 홀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당만수는 원래 좀 답답했지만 그래도 예천우와 양바군의 수련에 피해가 생길까 봐 줄곧 문을 지키고 있었다.그런 도중에 이런 기운을 느낀 당만수는 정말 궁금해서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양박군에게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다.
“당 장로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가 나올 때까지 절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예천우는 자신이 방해받는 건 상관없지만 양박군이 방해받으면 그의 수련, 특히 영혼의 수련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알겠습니다.”당만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수련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양박군을 향해 말했다.“박군아, 잠시 후 모든 방어를 풀고 내 진기와 정신력이 네 몸으로 들어오는 걸 막지 마. 네 체질을 단련하고 강화해 줄 거야.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는 네 인내력에 달렸으니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마.” 그러자 양박군은 순간 멈칫하며 물었다. “도련님, 혹시 이게 도련님의 진기를 소모하는 건 아니겠죠?”“걱정하지 마. 소모하는 만큼 난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예천우는 당연히 자신에게는 손해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만약 도련님의 진기 소모가 크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성종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양박군은 감동했지만 예천우를 위해 거절하려 했다.“그래서 너의 실력을 끌어올리려는 거야. 성종 대회에 네가 나설 기회가 올 수도 있어.”예천우는 어머니의 조언대로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력을 숨기면 오히려 그가 용도로 가는 계획이 더 순리로울 수 있을 것이다.성종의 일만 잘 마무리되면 예천우는 바로 용도로 갈 계획이었다.어찌 됐든 할아버지 때문에 예천우는 예씨 가문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양박군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절정의 실력을 지닌 무인을 상대하려면 자신도 한참 부족했는데 도련님이 이렇게 힘을 쏟아 자신을 강화하려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도련님도 엄청나게 큰 대가를 치르실 것 같은데. 나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해주신다니. 정말 고마워.’“됐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여기 앉아. 저항하지 말고 내 힘이 네 몸 안으로 자유롭게 들어가도록 해. 정신력도 말이야.”완전히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완전히 저항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나쁜 마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