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 말을 듣고 이신향과 유현은 깜짝 놀랐다.담 회장이 특별히 두 사람만을 접대하기 위해서라는 게 너무 의외였다.이렇게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사실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담양은 둘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도련님은 티를 너무 안 낸단 말이야. 아직 자신의 실력을 말하지 않은 모양이군.한참 후에야 이신향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담 회장님, 결례를 무릅쓰고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천우를 아십니까?”“알지요. 바로 그분이 두 분을 접대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담양은 인정했다. 도련님은 말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 도련님을 위해 미인의 호감을 얻어놓으면 잘했다고 기뻐할지도 모른다.실제로도 정말 아는 사이가 맞다.그리고 예천우가 분부한 것도 사실이다.둘은 또다시 놀랐다. 동시에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이제야 그들은 담양이 왜 이렇게 정중하게 맞아주는지 알았다.비서도 많이 놀란 듯했다. 진짜 대단한 사람은 이 두 분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예천우란 사람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이신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사실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고 예천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도 있다.더 의심할 것도 없다. 전부 다 예천우 덕분이다.이게 진짜라면 그럼 그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란 말인가.맙소사!그럼 자신이 무서운 큰 인물이랑 접촉했다는 말인데... 믿어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계속 핀잔주고 욕했다.다행히 오늘은 그를 믿었다.“저기... 두 분, 계약서는 가지고 오셨나요?”담양은 둘이 좀 진정되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가, 가져왔습니다.”이신향이 허둥지둥 계약서를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내밀었다.이 계약서는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예전에 쓰던 계약서에서 내용만 바꿔서 가져온 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닐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뜻밖에도 담양은 받아서 보지도 않고 빠르게 한장한장 뒤로 넘기더니 사인하는 곳을 찾아 바로 사인해버렸다.그리고 비서에게 인감을 가져오라고 해서 도장을 찍었다
예천우가 살짝 놀라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담양, 어떻게 된 거야, 이런 호칭을 밖에서는 자제했어야지....그는 일부 사람들이 아부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 이렇게 말했다.“그건 알 거 없어요. 그리고 오늘 일은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해요.”이신향이 멈칫하더니 물었다.“그럼 공로를 어떻게 천우 씨에게 돌리죠?”“전 공로 따위 필요 없습니다.”예천우는 고개를 흔들며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네. 그래요.”이신향은 전화를 끊은 후 갑자기 예전에 예천우가 외상매출금 60억을 단번에 해결했던 일이 생각났다.오늘 100억 짜리 계약을 성공시킨 공로도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이 그런 공로를 사칭해서 가로챘을 리가 없다.게다가 담 회장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 수금은 아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절대로 사칭해서 공로를 받았을 리가 없다.그렇다면, 수금은 그가 한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임 대표는 왜 자신이 한 것이라고 할까.그만하자. 임원들 일은 그녀가 알 바가 아니다.예천우가 말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면 그만이다.잠깐,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았다. 이 계약서에 자사 사인과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신향은 서둘러 하문에게 전화했다.우선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하문은 듣더니 엄청 좋아했다. 그녀는 마침 임완유와 같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신향을 도와 이 시합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상의하고 있었는데 이신향 혼자서 해결해낼 줄이야.그것도 이런 거액의 계약을 말이다.하문은 이신향에게 바로 회사로 들어오라고 했다. 임 대표도 자신도 퇴근하지 않고 그녀를 기다리겠다고 했다.회사에 돌아온 후, 임완유와 하문은 혹시 무슨 차질이라도 생길 가봐 계약서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바로 계약서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에게는 손해의 여지가 없는 문제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었다.이신향은 우물쭈물하다가 결국에는 이실직고하고야 말았다. 이 계약은 예천우가 성사시킨 것이고 자신은 가서 사인만 받아온 것이며, 자세한 사
“예천우, 내가 다시 한 번 물을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임완유가 화내며 물었다.예천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사실대로 말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이건, 담 회장이 나한테 빚이 있어 이걸로 갚은 거야.”이 말을 듣자 임완유는 바로 믿음이 갔다. 역시 빚이군. 그래서 바로 또 물었다.“너 언제 그분을 도와드렸어?”“바로 사 씨 가문이 사면초가였을 때. 내가 사 씨 가문과 충돌이 있었잖아, 담 회장은 그게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어. 감사의 의미로 나를 한 번 도와주기로 했거든.”예천우는 아무 말이나 지어냈다.“그래서 그 기회를 여기에 썼어?”임완유는 들을수록 화났다. 그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낭비해버리다니...현재의 담양은 권세가 대단하다. 게다가 신비스러울 정도로 그를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연줄을 대려고 해도 접촉이 불가능했다.원래는 엄청난 기회였는데!예천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응, 마침 필요하니까 썼지. 안 쓰고 내버려두면 낭비 아냐?”임완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하자. 그는 산에서 온 자연인이다.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도 당연하다.“썼으면 됐어. 이번에는 정말 고마웠어.”“고맙긴, 나도 나 자신을 위해 일하는 건데. 인센티브 잊지 마.”예천우가 말했다.“걱정 마, 포상 확실히 할 테니까.”기회를 그렇게 낭비하다니, 하여간 안목이 짧은 건 알아줘야 돼.임완유는 서운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궁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문을 보며 입을 열었다.“천우 씨가 도와서 성사시킨 게 확실해요. 이 100억이 있으면 내일 2팀이 우승을 따낼 수 있겠어요.”“잘 됐네요. 이번 기회를 빌어 김선을 잘라내야겠어요.”하문이 이를 갈며 말했다.‘감히 내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해? 이젠 내 머리 위까지 기어오르는구나.’“그리 쉽지 않을걸요?”임완유가 고개를 저었다.하문이 멈칫했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러했다. 어쨌든 김선이 업무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뭐?예천우?그가 정말 계약 큰 거 하나 따냈다고?예전에 60억을 수금한 공로를 사칭해서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사람들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예천우가 그럴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의심할 거 없어요. 이 일은 제가 직접 다녀왔어요. 상대방도 인정했고요. 천우 씨가 달성한 실적이 맞아요. 그것도 아주 거액의 계약이에요.”이신향이 웃으며 말했다.“그, 그게 얼마인데요?”누군가 흥분하며 물었다. 이신향이 열 손가락을 내밀었다. “10억이요?”“아니, 10억이라도 부족한데요? 설마 100억?”“에이, 그럴 리가...”“그럴 리가 왜 없어요? 100억 맞아요!”이신향은 하룻밤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설렜다. 그들 영업팀에서 이런 거액의 실적을 달성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정말 100억?맙소사!다들 하나같이 설레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예천우도 자연히 이 대화를 들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팀장님, 벌써 발표해버리면 1팀에서 소식 듣고 해코지라도 하지 않을까요?”“설마, 지금 회의 시간이 바로 코앞인데 1팀에서 손을 쓰려고 해도 시간이 없을걸요.”이신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긴 그렇네요.”이신향의 소식 발표와 동시에 사람들은 무한한 희열에 잠겨 얼굴이 활짝 피었다. 시간은 일분일초 흘러 9시 반이 되었다. 임완유를 포함한 회사 임원들이 하나, 둘씩 회의실에 모이기 시작했다.회의실은 아주 넓었고 참석 인원도 적지 않았다. 상반기 실적 보고 회의 때도 임원들이 참석했었지만 이번만큼 성대하지는 않았다. 주요 원인은 1팀과 2팀의 내기이다. 이 내기는 김선의 계획하에 회사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지면 김선과 이신향 둘 중 한 명은 회사를 나가야 했다. 이 두 사람은 다 회사에서 알아주는 영업 인재이다.“신향 씨, 웃음꽃이 핀 걸 보니 승산이 있나 보네요?”김선은 이신향을 만나자 호호 웃으며 빈정댔다.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는 좀 있으면 알게 되겠죠.”이신향이 미소
이신향은 저도 모르게 예천우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아주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듯 태연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내기에서는 그가 참여자이다.바로 그 이유로 김선이 예천우가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이때 김선이 입을 열었다.“임 대표님, 유 사장님, 그리고 임원 여러분,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이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다들 갑작스러운 발언에 어리둥절해했다. 임완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 챈것이다. 하지만 바로 원래대로 돌아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죠?”“저희 팀 실적 데이터가 잘못되었습니다. 60억의 매출액이 아직 실적 데이터에 업로드 안 되어있습니다.”김선은 말하면서 새로운 계약서 한 부를 꺼내서 갖다 내밀었다.이신향은 속이 쿵 하고 무너졌다. 머릿속에는 예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너무 일찍 완성하면 상대방이 뒤에서 손을 쓸 거라고 했었다. 결국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성화에 못 이겨 천하그룹을 찾아가라고 했던 것이다.그녀는 다시 한번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평온한 기색이었다.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속으로는 아쉽고 괴롭겠지...’다 자신의 탓이다. 잘난 척하고, 그를 믿지 못해서 이 비장의 카드를 폭로해버렸다. 이번에는 온전히 자신의 잘못이다.하문은 표정이 변하더니 계약서를 받아 한 번 훑어보고는 말했다. “여기에 우리 회사 도장이 안 찍혀있는 걸 보니 아직 입금 확인 안 되어있죠?”“맞습니다. 여기엔 확실히 우리 회사 도장이 찍혀있지 않지만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계약서에는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언제든 도장 찍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금은 이미 입금되었습니다.”김선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입금됐나요?”하문은 재무과장 조은을 바라보았다. 조은도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입금된 거 확실해요?”“그럼요,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김선이 득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조은은 이 말을
“또 이러시네... 내가 사칭했다는 증거 있어요? 없으면 명예훼손이에요. 저한테 사과하세요.”예천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당신...”“명예훼손이 맞는지 아닌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죠. 근데 이건 당신과 더 따지고싶지도 않네요. 오늘은 시합 얘기나 해요.”이선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시합 얘기, 좋아요. 그런데 우선 저한테 사과부터 하세요. 아니면 제가 사칭했다는 증거를 내놓으세요.”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이선은 화가 났지만 이미 암시를 받은 터라 큰일을 망칠 수가 없었다. 도청한 일은 더더욱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할 수 없이 말했다.“그래요, 방금 한 말, 사과할게요.”“방금 한 말이 어떤 말인가요? 성의가 없네요.”예천우가 받아주지 않았다. “당신... 그래요. 말할게요! 내가 당신 명예훼손한 거에 대해 사과할게요. 죄송했어요!”김선은 할 수 없이 사과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이제야 사과답네요. 그럼 저도 김 팀장님의 무지함을 용서해야지요.”예천우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김선은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사과도 했으니 이젠 내기 결과 얘기를 해야겠죠?”“그럼요, 저는 우리 2팀이 이기면 김 팀장님이 사직하고 팀장 자리에 물러나고, 저한테 1팀 팀장을 임명할 권리를 준다고 한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맞죠?”“맞아요, 천우 씨가 이기면 전 바로 팀장 자리를 내놓고 사직할 거예요. 하지만 천우씨가 지면 이신향 씨는 반드시 회사를 나가야 돼요. 그리고 천우 씨도 내 마음대로 처리할 거고요.”승산을 쥐고 있으니 김선은 말도 호기롭게 했다. 어쨌든 자신은 질 리가 없으니까.“너무하네요. 저까지 끌어들이다니. 그럼 왕신철 씨도 팀장님과 함께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예천우가 물었다. “좋을 대로 해요. 천우 씨가 원하면 그렇게 하죠.”김선은 왕신철의 의견은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다.“그렇다면 왕신철 씨도 추가하죠. 왕신철 씨,의견 없죠?”예천우가 물었다. 왕신철은 사실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임완유는 눈을 번쩍 뜨며 서둘러 예천우한테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몇몇 임원도 돌려서 보았다. 김선의 방식과 비슷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입금되었는가이다.예천우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김 팀장님, 어쨌든 팀장님과 이 팀장님 두 분 다 엘리트인데 회사에서 누구를 내보내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일 거예요.”“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김선이 쌀쌀맞게 물었다.“제 말은,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비긴 걸로 해요. 그럼 누구도 회사를 나갈 일이 없고. 앞으로도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동료사이겠죠.”예천우가 미소 지으며 해석했다.다들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누구도 이 판국에 예천우가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임완유는 듣더니 속으로 피식했다. 예천우 이건 아마도 허장성세겠군.아마 이건 가짜 계약서이거나 입금이 안 된 계약서일 것이다.그녀만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김선도 제일 먼저 이 생각을 했다. 자신이 재무팀에 있는 인맥을 통해 요 며칠 자금 거래내역을 뒤져보았으나 다른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김선은 금세 감이 잡혔다. 그리고 호호 웃더니 말했다.“예천우 씨, 이런 겉만 번지르르한 말만 안 했어도 당신이 진짜 한 수 남겨둔 줄 알았잖아요. 이제 보니 모두를 속이자는 거네요.”“제가 누구를 속인다고 그래요?”“아닌가요? 가짜 계약서를 꺼내면 정말 내가 깜빡 속을 줄 알았어요?”“솔직히 제가 요 며칠 재무팀 입금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2팀은 그 100억 외에 다른 돈은 입금되지 않았죠.”김선은 득의에 찬 표정이었다.이 말을 듣더니 예천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김 팀장님은 참으로 발이 넓으시네요. 재무팀에도 자신의 사람을 꽂아 넣다니.”“예천우 씨,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난 동료들과 사이가 좋아서 마침 들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말 돌리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봐요. 그거 가짜 계약서 맞죠?”김선은 재빨리 말을 계약서에로 돌려놓았다. “당연히 가짜가 아닙니다. 저는
려성한의 지위를 흔드는 건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바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려성한이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거들었다. “그래요. 잡담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예천우 씨, 입금된 증거 있으면 빨리내놔봐요. 아니면 진 걸 인정하세요.”사람들의 지지를 받자 김선은 더 득의양양해졌다. 예천우를 보는 눈빛에도 승자의 오만함이 가득했다.왕신철도 흥분하며 자신이 이번에는 줄을 잘 섰다고 생각했다. 금방 이신향을 대신해 팀장 자리에 앉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들과는 반대로 임완유와 하문, 이신향은 절망한 나머지 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때,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요. 다들 꼭 승부를 가려야겠다고 하시니, 나중에 인정사정 봐주면 안 됩니다. 이따 누군가는 꼭 회사를 나가야 돼요. 그럼 승부를 가려봅시다.”“조 과장님, 발표 부탁드릴게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재차 경악했다. 설마 정말 입금되었을까, 그리고 조 과장은 사전에 알았을 것이다. 아니면 왜 이런 말을 하겠는가.이 시각,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되었다. 조은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예전에 예천우가 자신에게 특별히 귀띔할 때, 그녀는 예천우가 사소한 일을 요란스레 처리한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이 되어서야 그녀는 이 결정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알았다.그녀는 살짝 웃더니 말했다. “확실히 60억의 자금이 3일 전에 회사 계좌에 입금되었습니다. 방금 전 데이터 정산 시 빠뜨렸나 봅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김선과 그녀의 측근들은 전부 얼굴색이 변했다. 조은이 이렇게 말하니 십중팔구는 있다.역시, 확인 결과 정말 있다. 다만 조은이 일부러 숨긴 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들 놀라 멍해졌다. 예천우는 처음부터 대책을 세워놓은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모든 사람에게 숨기고 있었다. 하긴, 송금한 사람도 이 돈을 다른 사람이 아는지에 관심이 없었고 영수증을 요구한적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재무팀 담당자 조은의 협조가 있었으니 확실히 누구도 모르게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양대복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하며 상황을 정확히 분석했다.‘만약 용왕님이 진짜로 우리가 임씨 가문을 계속 도와달라고 하셨다면 알아서 하라는 대신에 분명히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을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하셨으니 분명히 도와주지 말라는 의미겠지.’하지만 예천우와 임완유의 관계를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간접적인 방식으로 의도를 전달한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예천우는 임씨 가문을 조금 혼내주기를 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양대복의 추측일 뿐 확실한 사실이 아니었기에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임씨 가문에 압박을 가할 수는 없었다. 만약 예천우와 임씨 가문 사람들 사이가 다시 좋아졌는데 압박을 가한 걸로 들통나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올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양대복은 임연 그룹을 해치는 대신에 더 이상 도와주지 않으면 큰 잘못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양대복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임씨 가문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제공하던 모든 자원을 철회하도록 했다.양대복의 명령이 내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양대복의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기에 곧바로 그의 결정을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결국 그들은 임씨 가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유은수는 임연 그룹에 닥칠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기다린 그녀는 시간이 다 된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임완유는 예천우와 떨어져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전화를 걸었다.임완유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완유야, 천우 아직 옆에 있어?”임완유는 잠시 놀랐다. 유은수는 예천우가 여전히 옆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실대로 대답했다.“아니요.”“좋아, 잘 됐어.”천우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 유은수는 다급하게
용국에서는 앞으로 이런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왜 그렇게 말하냐면 내 엄마는 굉장히 세속적이고 아주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이 일은 정말 도저히 이해가 안 돼.”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 그녀는 예천우가 말하는 것을 다 믿고 싶었지만 이 사건만큼은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럴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곧 알게 될 거야. 이 일이 공개된 게 첫 번째 단계일 뿐이고 그다음엔 너희 엄마가 조사를 받을 거야. 심지어 감옥에 갈 수도 있어.”“뭐라고!”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걱정스레 물었다.“뭐라고? 감옥에 간다고? 이건...”“조급해하지 마!”예천우는 급하게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정상적으로 보면 감옥에 갈 수도 있지만 만약 네 엄마가 피해자의 용서를 받고 적절한 보상을 하면 문제없이 해결될 수 있어.”“네 말뜻은... 내가 엄마를 용서하면 괜찮다는 거야?”“응. 이미 확인했어. 처음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관대하게 처리될 거고 용서만 받으면 된대.”“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네 엄마가 모든 일을 인정하고 과정과 절차를 스스로 밝히는 거야. 그다음에야 양해서에 네가 서명하는 거지.”예천우는 차근차근 설명했다.“그러니까 네 엄마가 했는지 아닌지는 곧 밝혀질 거야. 만약 네 엄마가 아니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또 상위 기관에서 관련 증거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증인과 물증은 절대 가짜일 리 없어.”“알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가 조금 우울해 보이자 예천우는 그녀의 기분을 살피며 한참을 함께 있었다. 결국 임완유가 그를 내보낼 때까지 예천우는 먼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괜찮아. 난 계속 일해야 해.”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고 떠나면서 덧붙였다.“루루 화장품 재료의 비법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너희 엄마에게 줄 수 있어.”‘어찌 됐든 임연 그룹은 임 어르신의 평생 노력이 있는 회사니까.”예천우가 떠난 지 얼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