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성한의 지위를 흔드는 건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바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려성한이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거들었다. “그래요. 잡담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예천우 씨, 입금된 증거 있으면 빨리내놔봐요. 아니면 진 걸 인정하세요.”사람들의 지지를 받자 김선은 더 득의양양해졌다. 예천우를 보는 눈빛에도 승자의 오만함이 가득했다.왕신철도 흥분하며 자신이 이번에는 줄을 잘 섰다고 생각했다. 금방 이신향을 대신해 팀장 자리에 앉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들과는 반대로 임완유와 하문, 이신향은 절망한 나머지 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때,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요. 다들 꼭 승부를 가려야겠다고 하시니, 나중에 인정사정 봐주면 안 됩니다. 이따 누군가는 꼭 회사를 나가야 돼요. 그럼 승부를 가려봅시다.”“조 과장님, 발표 부탁드릴게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재차 경악했다. 설마 정말 입금되었을까, 그리고 조 과장은 사전에 알았을 것이다. 아니면 왜 이런 말을 하겠는가.이 시각,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되었다. 조은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예전에 예천우가 자신에게 특별히 귀띔할 때, 그녀는 예천우가 사소한 일을 요란스레 처리한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이 되어서야 그녀는 이 결정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알았다.그녀는 살짝 웃더니 말했다. “확실히 60억의 자금이 3일 전에 회사 계좌에 입금되었습니다. 방금 전 데이터 정산 시 빠뜨렸나 봅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김선과 그녀의 측근들은 전부 얼굴색이 변했다. 조은이 이렇게 말하니 십중팔구는 있다.역시, 확인 결과 정말 있다. 다만 조은이 일부러 숨긴 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들 놀라 멍해졌다. 예천우는 처음부터 대책을 세워놓은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모든 사람에게 숨기고 있었다. 하긴, 송금한 사람도 이 돈을 다른 사람이 아는지에 관심이 없었고 영수증을 요구한적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재무팀 담당자 조은의 협조가 있었으니 확실히 누구도 모르게
하문은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눈에 차지 않아 하던 굴러온 돌이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전해 생각지도 못했다. 이번에는 정말 그의 덕분이다.이 순간, 그녀는 임완유의 결정이 이해되는 것 같기도 했다.만약 그녀의 판단이 틀리지 않는다면 예천우는 아마 임완유가 려 씨 가문 사람들을 대처하려고 꽂은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최근 일어난 일들이 설명이 안된다.그녀는 잘못 생각했다. 임완유는 예천우가 일을 배워서 이혼 후에도 먹고 살 수 있게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천우는 확실히 그럴 목적이었다.그러니 우연찮게 제대로 맞춘 것이다.하지만 김선은 자신의 최측근이니 려성한은 당연히 이렇게 쉽사리 넘어가지 못한다. 그가 바로 입을 열어 두둔하려는 찰나.예천우가 그의 표정을 포착하고 바로 앞질러 말했다.“좋아요, 이젠 결과가 명확해졌네요. 방금 저는 내기를 취소하려고 재삼 얘기했는데 김 팀장님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죠.”“그리고 임원 여러분들도 동의하지 않으셨습니다. 반드시 한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했죠. 이 팀장님 같은 엘리트 분이 회사를 나간다니 참 아쉽네요.”“하지만 일이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되돌릴 수도 없네요. 임원분들도 말을 이미꺼냈으니 바꿀수도 없고요. 안 그래요?”“설마 아직도 체면 불구하고 김 팀장님과 왕신철 씨를 남게 하려는 분은 없겠죠?”예천우의 말에 다들 아무 말도 못했다. 누가 봐도 이건 그가 김선의 살 길을 전부 막아놓는 것이다.하지만 그가 이긴다 해도 적잖은 임원들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려성한 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이제서야 그들 모두 예천우가 처음부터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말들이 김선의 팀장 자리를 노리고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임완유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예천우가 다른 건 몰라도 그 입은 참 잘 놀린다. 비록 우연히 한 건 했지만 확실히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냉큼 이 틈을 타서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여러 번이나 강조하던데, 이 자리에
려성한이 듣더니 픽픽 웃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영업팀장은 회사의 고위 관리직인데 일개 사원이 임의로 지정하다니요? 정말 그렇게 되면 회사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하지만 이건 이미 서로 약속이 되어있는 겁니다. 쌍방 다 동의했고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뭘 약속해요, 쌍방이 동의하면 우리 임원들 승인이 없어도 돼요? 팀장 자리는 예천우 씨가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려성한이 반박했다.“근데 방금 전에 예천우가 이 조건을 걸었을 때 임원분들도 반대하진 않으셨잖아요.”이신향이 보다 못해 한 마디 거들었다. “그래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들었으면 바로 반박했을 거예요. 팀장직은 중요한 자리입니다. 반드시 행정팀과 영업팀이 함께 상의후에 결정해야 됩니다.”려성한이 비웃으며 말했다. “팀장 얘기를 하다 보니 다른 한 가지 일도 꼭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예천우라고 했죠? 언제 입사했어요? 필기, 면접은 통과했어요?”‘이놈의 예천우, 내 계획을 망치다니, 그럼 회사에서 굴러나가게 해줄게.’그는 예천우가 낙하산이란 걸 이제 안 것이 아니다. 다만 보잘것없는 놈이라고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다.심지어 잠깐 동안 이 보잘것없는 놈이 우연찮게 자신을 도와 이신향을 끌어내릴 줄 알았다.그런데 이제 와보니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이었다. 그것도 꽤 성가신 걸림돌.그럼 당연히 남겨둘 수 없다.예천우는 말이 없었다. 그는 임완유를 통해서 낙하산을 타고 회사에 들어왔으니 필기, 면접은 당연히 보지 않았던 것이다.임완유도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려성한이 예천우를 몰아세울 줄은 더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는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하문의 얼굴도 긴장함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의 대처 방법을 여러 번 생각해뒀기에 즉시 입을 열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예천우 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특채했습니다.”“특채요? 사장님이면 영업팀원
이 말을 들은 임완유와 하문의 얼굴에 미세한 표정 변화가 일어났다.특히 임완유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예천우는 학력 같은 건 없다. 산에서 내려온 자연인이니 어디서 학력을 만들겠는가.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려성한은 둘의 상태를 보고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내 측근을 잘리냈단 말이지? 그럼 네들도 당해봐.’제일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빌어 하문을 끌어내리는 것이다.만약 영업 총괄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김선 하나 잃은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김선과 왕신철 둘은 아직 회의실에 있었다. 넋이 나간 채로 있다가 이 말을 들으니 정신이 들었다. 예천우가 당하는 꼴을 보게 된다니 속이 한결 후련해났다.“사장님, 왜 말씀이 없으세요? 예천우 씨가 혹시 대학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건 아니죠?”려성한이 일부러 물었다.이 말이 나오자 아래에서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대학도 못 갔다고?이신향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문한테서 예천우가 어떠한 학력도 없다는 것을 들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이 어렸다.자신도 모르게 예천우가 회사에서 이렇게 잘리는 게 정말 싫었다.하문도 가까스로 진정하고 말했다. “저는 진정 우수한 인재에 대해서는 학력은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만.”“그 말씀 저도 동의합니다.”려성한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진정 우수한 인재라는 것은 학력이 없으면 어떻게 우수한지를 판단할까요? 그럼 우수한 경력이 있어야겠지요.”“제가 묻고 싶은데, 예천우 씨는 어떤 우수한 근무경력이 있습니까?”그의 질문에 하문은 겉으로는 평온한 것 같아도 속으로는 수습할 방도가 없어 쩔쩔매고 있었다.려성한은 속으로 의기양양해했다. 예천우가 회사에 들어온 첫날부터 그는 도청을 통해 예천우가 임완유가 꽂아 넣은 폐품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런데 이 폐품이 사람을 물줄도 알고 자신의 계획을 망칠 줄이야.“허허... 하 사장님 대답 못하는 걸 보니 예천우 씨 입사에 진짜 문제가 있나 보네요.”려성한이 허허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러
이 말은 분명 하문을 끌어내리겠다는 뜻이다.이에 임완유의 안색이 변했다. 하문은 회사에서 그녀의 가장 유력한 파트너이다.만약 하문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녀에게는 말할것도 없이 큰 충격이다.이신향네도 더 긴장해났다.예천우는 껄껄 웃더니 말했다. “려 팀장님 대단하십니다. 몇 마디 말로 똥물을 사장님께 뒤집어씌우시네요. 왜요, 그렇게도 하 사장님을 끌어내리고 싶은가요?”“그게 무슨 소리예요? 하 사장님은 우리 회사 기둥이고 회사를 위해 많은 공을 쌓았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려성한은 반박하기 위해 말을 급하게 쏟아냈다.“그런가요. 하 사장님이 그렇게 훌륭하면 이따가 제가 어떻게 되든 하 사장님은 영향받지 않겠네요?”려성한은 멍해졌다. 자신이 놓은 덫에 자기가 걸려든 걸 알아차리고 쏘아붙였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신의 일이나 설명해 보세요.”“만약 하 사장님이 잘못된 점이 있으면 자연히 적당한 선에서 벌을 받아야죠. 공로가 있다고 회사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되니까요.”“그리고, 공로를 세움과 동시에 그에 해당하는 보수도 이미 받지 않았나요?”“맞습니다!”이번에는 예천우가 큰소리로 칭찬했다. “려 팀장님, 너무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회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든지 간에 사실은 그에 맞는 보수를 이미 다 받았습니다. 공로를 앞세워 회사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되지요.”“여러분도 방금 려 팀장님께서 하신 말씀 들으셨죠? 다들 새겨두세요.”“앞으로, 누구든, 회사 공신이라 해도, 절대 자신의 공로를 앞세워 마음대로 하면 안된다.”“아니면, 발견하는 족족 처리하되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다 기억했나요?”그 말투는 마치 고위 관리자라도 된 듯싶었다. 그 모습에 다들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말은 모두의 열정을 뜨겁게 달궜기에 다들 큰소리로 함께 외쳤다. “기억했습니다!”“기억했으면 됐어요.”예천우는 빙그레 웃더니 앉아서 멍을 때리는 임완유와 하문을 보며 말했다. “임 대표님, 좋은 제안을
려성한은 알아차린 후, 속으로 열불이 났다. 그는 자신이 하찮게 여기던 폐품이 자신에게 이렇게 큰 위협을 가져다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와 반대로 하문은 예천우가 갈수록 마음에 들었고, 갈수록 경이로웠다. 그녀가 보기엔 이 일은 예천우가 처음부터 파놓은 함정임에 틀림없다. 이런 주도면밀한 계획은 절대로 일반인이 짤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쳐도, 아직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예천우가 대체 어떻게 회사에 입사하게 된 것인가.잘못 처리하면 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역시, 려성한이 예천우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며 쌀쌀맞게 말했다. “예천우 씨, 말을 참 많이 늘어놨는데 여전히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어서 하 사장이 당신을 특채했는지는 말 안 했네요?”예천우가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눈썹을 찡그리고 말했다.“려 팀장님, 귀가 멀었을 리는 없고... 전 아까 분명 저의 경력이 너무 끔찍해서 설명 못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려성한이 듣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예천우 씨, 능력이 안되면 그냥 까놓고 말하세요. 여기서 허풍떨지 말고.”“똑바로 들어요, 오늘 제대로 설명 못하면 예천우 씨 당신만 바로 잘리는 게 아니고 당신을 낙하산 꽂아준 사람도 면직 처분을 면치 못할 거예요.”“난 기억하고 있어요. 이건 임 대표님이 방금 강조한 말이죠. 공은 공, 과는 과, 공적을 업고 살지 마라.”그는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예천우와 그 뒤에 있는 사람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말투마저 충동적이었다.예천우가 듣더니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당연하죠. 이건 우리 회사 모든 사람 마음속의 새로운 기준이니 반드시 지켜야죠.”“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시니... 좋아요, 그럼 보여드리죠.”말하는 동시에 그는 품에서 명예 증명서 한 장을 꺼냈다. 려성한은 냉랭하게 예천우 손에 든 물건을 훑어보았다. 겉보기에는 진짜 증명서 같았다. 하지만 증명서라고 해도 가짜일 것이다. “손에 든 것은 뭡니까?”“증명서요. 저한테 증명하라고 하셨잖아요. 제
역시나...임완유는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예천우, 정말 대단해. 사전에 가짜 증명서를 준비할 생각까지 했다니. 다만, 이런 물건은 진위를 가리기 너무 쉬웠다.제일 간단한 방법은 학교에 문의하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어이없어 했다. 예천우가 이런 아둔한 짓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신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예천우에 대한 이해로는 그는 이런 일을 하고도 남았다. 하물며 하 사장님이 그가 학력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하문도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보아하니 이젠 정말 방법이 없다.하지만 예천우는 오히려 살짝 웃더니 말했다. “누가 제 명예증서가 가짜라고 했어요?”“내가 말했어요.”려성한은 말하고 나서 하하하 웃기까지 했다. “다른 나라였으면,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잡다한 대학 중 아무거나 썼으면 내가 조사하기 쉽지 않았을 건데... ”“근데 예천우 씨 참 멍청하기도 하지. 하필 하버드대 명예교수 증서를 위조하다니, 우리 모두를 바보 취급 하는 건가요?”‘뭐?’‘대박!’‘이 녀석이 돌았나, 하버드 명예교수 증서를 위조했다고? 보통 둔한 게 아니야.’임완유, 하문 등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머리를 숙이고 이마를 짚었다. 너무 미련한 짓이었다. 많고 많은 증서 중에 왜 하필 하버드 명예교수 증서였을까. 이건 저절로 가짜라고 소문내는 격이다.다른 건 둘째치고 나이만 봐도 충분하다. 하물며, 이런 인물은 보통 인터넷에 사진이 다 걸려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다.예천우만이 답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명예교수는 진짜가 맞다. 그는 위조하지 않았다.당시 그 교장이 자신의 천지가 놀랄만한 의술을 보고 나서 꼭 학교의 명예교수가 되어달라고 청했었다.그가 계속 사양했지만 상대방은 빌다시피 했고 무릎까지 꿇을 기세였다. 할 수 없어 예천우는 내키지 않는 대로 청에 응했다. 주요 원인은 교장의 성품이 상당히 괜찮았고 용국에 대해서도 아주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이 다시
려성한은 빠르게 명단을 훑어보았다. 과연 예천우의 이름은 없었다. “예천우 씨, 아무리 뒤져봐도 당신 이름은 없는데요?”“아직도 위조한 게 아니라고 잡아뗄 거예요?”“당연히 아니죠. 어떻게 그 위에 없다고 해서 제가 가짜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학교 관리자에게 물어보셨나요? 학교 교장과는 물어물어보셨나요?”예천우가 되물었다.“생트집 잡지 마세요!”려성한이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씨,내가 봐주려 했더니만.... 이건 범죄예요. 서류 위조한 것만으로도 감방 간다고요.”“전 위조하지 않았어요. 맘껏 조사하세요.”예천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요.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절 탓하지 마세요.”려성한이 성내며 말했다.임완유도 답답해났다. 원래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다. 어쨌든 예천우도 회사를 위해서 벌인 일이니.“예천우 씨,만약 다른 사람이면 정말 방법이 없었을 지도 몰라요. 근데 마침 제가 하버드 부교장 중 한 명을 알거든요. 여기 마침 전화번호도 있네요.”“내가 지금 사람들 앞에서 전화해서 물어볼 거예요. 만약 그분이 예천우 씨를 모르면 당신은 감방 갈 준비나 해요.”려성한이 비웃으며 말했다. “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예천우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미 승산이 있는 듯했다. 임완유는 걱정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예천우가 다른 건 몰라도 허풍떠는 데에는 정말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다.이 증서가 가짜인 것이 확실해졌는데도 그는 아직도 태연하다. 마치 진짜인 것 마냥 저도 모르게 믿고 싶어질 정도였다.하지만 잔혹한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조사 끝나고 려성한이 정말 경찰을 부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려성한도 예천우의 표정을 보고 속에서 열불이 났다. 이 자식, 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태연할 수 있다니.그래, 이따 어떻게 뒤지는지 한번 보자.사람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려성한은 스피커폰을 켰다. 영어로 대화했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회사의 엘리트들이라,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