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황호건은 천해시의 경제를 관장하고 있다. 신학그룹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난장판을 어떻게 회생해도 방법이 없다고 여겼다."가능합니다."예천우가 웃으며 되물었다. "시장님 아직도 2년 전 제출했던 신도시발전계획 기억하세요?"황호건은 얼떨결에 이 일에 관여했다. 다만 지금의 위치가 아니다. "물론입니다. 다만 계획이 너무 방대하고 자금이 엄청나게 방대해 통과되지 않았지요.""그러나 통과는 못 했지만 많은 이득을 얻었어요. 인근 도로 교통이 크게 개선되었고 향후 몇십 년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그런 건 왜 저한테 말씀하세요?""이 계획은 이미 통과되었고 시내까지 뻗어있다면요?" 예천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뭐요?""그럴 리가 없습니다!"황호건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말 통과했다면 우리가 소식을 제일 먼저 받았을 겁니다."일반적으로 표결이 통과되면 지도자가 이 일을 알게 된다. 그들은 각자의 부하와 존경하는 인재가 있기에 미리 소식을 누설할 수 있었다."만약 표결되지 않으면 어쩌죠?"예천우가 웃으면서 답했다. "전 여기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황호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신학그룹과 무슨 상관이 있죠?""곰곰이 생각해 봐요. 신학그룹이 어떤 땅을 가졌는지, 2년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곳입니다." 예천우가 말했다.황호건은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만약 계획대로 되면 신학그룹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신학그룹도 신도시발전 계획을 듣고 싼 가격에 근처의 부지를 대량으로 매입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아쉽게도 이 계획은 통과되지 않았고 계획이 완전히 보류되었다. 그들이 많은 돈을 들여 사들인 수은 땅이 단번에 폐기되었다.확실히 그랬다, 10억 원 넘는 손해를 봤다. 비록 이곳의 부지는 별로 값어치는 없었지만, 그들이 구입한 부지가 워낙 대량이기도 했고 살던 주민도 있었다.전화를 끊은 황호건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채 의원 말이 진짜였나 봐.""응, 잘됐네.""예천우, 고마워!"임완유가 감격스러운 듯 흥분해서 말했다. 인수되는 회사와 인수하는 회사가 함께 발표회를 한다. 예천우가 전에 말했던 상황과 일치했다.인수 발표는 거의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에 정말로 되면 우리 의원님께 제대로 감사 인사드리자. 특히, 넌 의원님 없었으면 천해시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임완유가 말했다."그래, 감사 인사해야지." 예천우도 말했다."다름에 같이 가서 인사하자.""좋아!"임완유는 이 소식을 얼른 할아버지에게 전했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유은수는 넋이 나갔다, 예천우의 말이 진실이었다. 이번 인수 계획이 일으킨 파동은 엄청났다. 오후 2시 무렵, 둘째 할아버지도 이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어느새 오후 2시 반이 되었고 발표회는 예정대로 정시에 시작되었다.담양은 신학그룹을 정식으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완유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담양은 곧 신학그룹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직접 책임질 것이고 부채든 뭐든 전부 감수하겠다고 발표했다.유씨 부자에게 사기당한 돈은 발표회가 끝나자마자 즉시 상환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감격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예천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천우야,고마워!"예천우는 갑자기 자기를 꽉 껴안는 임완유 때문에 온몸이 굳어 어쩔 줄 몰랐다.전에는 그가 무슨 짓을 해도 신경도 쓰지 않던 임완유였다.그런데 오늘은 사소한 일에 이렇게 감동을 하며 포옹까지 한다.게다가 예전에는 이름 석 자를 딱딱하게 부르던 그녀가 지금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줬다.예천우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임완유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이다.가문이 곤경에 처해 있었고 그들은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안되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개혁으로 스트레스가 컸고 일찍이 그녀에게 불만을 느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그녀를 밀어낼 틈만 노렸을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완유
모두가 좋아하고 있을 무렵, 유은수 혼자 울상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그녀는 예천우를 향해 불같이 화를 냈다. "예천우, 네가! 네가 우리를 또 속였어!"예천우는 임완유의 스킨십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유은수가 찬물을 끼얹은 바람에 기분이 확 깨졌다. 임완유가 화를 내며 말했다. "엄마, 무슨 소리예요.""내가 틀린 말 했니? 예천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인수하는 걸 내가 허락했겠니?" 유은수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심지어 뭐가 그리 억울했는지 울상이 되어 다시 말했다. "예천우! 당장 돈을 물어줘!"그러나 임강은 그간 했던 행동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완유는 유은수의 몰상식한 행동에 분노했다. "엄마, 억지 좀 부리지 마요!""너 무슨 뜻이니? 내가 말을 잘못한 거니?""그래, 딸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더니...""아이고, 내 인생... 어쩜 저런 불효자를 배 아프게 낳아서는...""됐어, 창피하지도 않아? 그만 좀 해." 옆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노여워했다. "네 방 올라가서 징징대."유은수는 눈물을 흘리지도 않으면서 쇼를 했고 그걸 눈치챈 할아버지가 지겹다는 듯 노여워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유은수는 울음을 뚝 그치고 매섭게 예천우를 노려본 뒤에야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예천우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 아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임강은 답답한 채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사실 그도 후회가 되었다. 진작 딸의 말을 믿고 기다렸으면 더 큰 이득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했는지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떼를 썼고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이다.한편, 둘째 할아버지 일가와 친척들도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모두 분통을 터트렸다.몇 시간을 참지 못해 절반이나 되는 돈을 잃은 셈이다.그들은 이 결과를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떻게든 남은 돈을 전부 돌려받고 싶었다.그래서 둘째 할아버지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다.하지만 그도 자기가 한 행동이 있었기에
"네.""천우야,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돌아가거라." 어르신은 분명 전보다 많이 누그러진 태도로 그를 대했다."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에서 망설이던 임완유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어르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 손녀가 예천우를 정말 좋아할까 봐 근심이 되었다.예천우는 확실히 괜찮은 사람이지만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자기 손녀를 평생 행복하게 해줄지도 의문이었고 보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옛 친구의 손자는 외모도 출중하지만, 배경이 뛰어나 자기 손녀를 말 그대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할아버지가 기분이 안 좋아서 저러시는 거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임완유는 그를 위안했다."괜찮아. 당신만 나한테 잘해주면 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예천우는 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 자기를 어떻게 대하든 그는 상관없었다. 임완유만 없었어도 그는 자기 신분을 그들에게 밝혔을 것이다.하지만 임완유는 예천우가 아까 자기의 스킨십을 오해했을까 봐 말을 덧붙였다. "아까 안은 건, 너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야. 오해하지 마."예천우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오해?""응,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야." 임완유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아, 나도 알아."예천우가 미소를 지은 뒤 몸을 돌려 걸었다. 그는 임완유를 원망하지 않았다.인수가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유걸 부자에게 속인 사람들은 지분을 내놓고 돈을 돌려받았다.임완유는 예천우의 말대로 되찾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의 다른 주주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부 할아버지의 사람들이고 그들도 지분이 있었다.게다가 할아버지는 신학그룹은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신학그룹을 인수한 것은 대기업의 파산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경제적인 문제를 피면 하기 위함이라고 여겼다.언젠간 신학그룹이 무너질 거라고 판단했
황호건은 정확하게 알아맞힌 이유를 어물쩍하게 넘어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진실을 토로했다. 물론 예천우의 신분을 제외하고 알려줬다.그의 상사도 별 의심 없이 예천우와 관계를 잘 맺으라는 조언만 했다. 예천우는 분명 범상치 않은 사람이다, 교토의 모든 소식을 알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전화를 끊은 황호건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예천우에 대한 경이로움만 생겼다.마침 이때, 아버지를 찾아온 황유훈은 넋이 나간 그의 모습에 급히 물었다.황호건도 아들에게 숨김 없이 말했다.진실을 알게 된 그는 예천우에 대한 존경스러움이 커졌다.그는 집으로 돌아가 말자 소문하에게 연락해 이 소식을 알렸다. "네가 예천우 선생님과 친해지면 네 운명이 바뀔 거야.""무슨 말이야?" 소문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황유훈은 아버지가 알려준 사실을 그에게 말했다.소문하는 이 얘기를 듣마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예천우가 대종사를 죽인 것은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담양과 그의 사이를 짐작했다.그는 담양이 어떻게 신학그룹을 인수하게 되었는지 의문이었다.그러나 그 이유를 지금 알게 되었다."알려줘서 고마워.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우리 둘은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소문하는 자기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이 사실에 흥분에 찼다.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데 이제는 소씨 가문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패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그는 즉시 가장 먼저 시에 해당 소식을 전해 개발구 주변의 관련 재산권 양도를 봉쇄했다.일부 사람들이 정보의 시차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신학그룹이 회생하고 몸값이 폭등했다는 소문이 일파만장으로 퍼졌다.사람들은 신도시 개발 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이루었다.그러나 신학그룹의 지분을 소유했었던 일부 사람들은 이 소식에 피를 토하며 후회하고 있었다.진작에 이 소식을 알았더라면 그들은 절대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부지 가격이 폭등만 하더라도 많은 부를 챙
“아무리 지금 우리에게 신학그룹이 있다고 해도 살 길이 없어.” “나도 알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예천우라는 괴물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유걸은 그제야 예천우는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천우에게 있어서 자신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쉬운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이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특히 임씨 어르신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손녀가 지분을 남기자고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자신의 압박으로 인해 돈으로 바꿨기 때문이었다. 물론 손해 본 건 없었다. 심지어 조금 벌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임씨 가문의 손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임씨 가문의 자산이 배로 늘어날 텐데 자신 때문에 망한 것이었다. 하지만 임완유는 처음엔 답답했지만 바로 내려놓았다. 그녀는 어쩌면 그게 자기의 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임완유는 예천우가 이런 비밀 정보를 알려줬지만 자신이 견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의 마음을 저버린 게 미안했다. 그다음으로 미안한 사람은 소식을 알려줬던 채의원이었다. 위험을 무릎 쓰고 이런 비밀 정보를 알려줬는데 그녀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밥 먹자고 했다. 그녀는 예천우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임씨 가문이 예천우를 좋아하지 않아 그는 임씨 가문에서 묵지 않았다. 두 사람은 술집에 도착했는데 바로 친구의 가게였다. “예천우, 신도시 개발하는 거 들었지?” 술안주가 올라오자 두 사람은 먹으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응, 지분 팔았다며?” “미안해, 네가 기껏 정보를 알려줬는데.” “아니야. 나야 뭐 손해 본 것도 없는데.”예천우는 어차피 자기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 거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런데 네가 준 정보를 저버렸잖아. 특히 채 의원 말이야. 채 의원이 골동품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감사의 표시로 하나 사드릴까?”임
예천우는 임완유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혼할 사이인데 같은 회사에서 일해서 좋을 게 없잖아. 우리 관계 들키면 오히려 문제 삼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매일 빈둥거리며 놀 수는 없잖아?” “나 할 일 있어.” “할 일이 뭔데? 말해봐.” 임완유는 화가 나서 물었다. “그게, 말하기 좀 그런데.” “쳇! 내가 보기엔 말을 할 수 없는 일이겠지. 저번에 그 여자친구랑 놀러 다니는 거 아니야?” 임완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녀는 이 일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야!” “나한테 너 말고 다른 여자는 없어.” 예천우가 말했다. “쳇, 누가 네 여자라는 거야?” 임완유는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마음속으론 왠지 기뻤다. “네가 싫다면 됐어. 나도 신경 써서 자리 안배하지 않아도 되고 잘 됐네.” “그래. 어차피 너만 있으면 난 굶진 않을 테니까.” “너…… 너 정말 답이 없다. 너 이러다가 우리 이혼하면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임완유가 말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땐 다른 여자가 날 먹여살릴지 누가 알아?” “꿈도 야무지시네. 나 말고 누가 널 먹여살릴 수 있다고 그래?” 임완유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그날 아름다운 여자가 생각났다. ‘그 여자라면 예천우에게 돈 써주겠지?’ “왜? 질투하는 거야?” 예천우가 물었다. “내가 질투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임완유는 황급히 부인했다.사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한쪽으로는 빨리 이혼했으면 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상대방에게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런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게다가 첫날밤을 빼앗아간 나쁜 놈도 예천우였어. 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이런 마음도 괜찮아지겠지.’ “나 화장실 갔다 올게.” 예천우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마자 밥 먹으러 온 장혁을 보았다. 장혁은 예천우를 보자 신나서 말했다. “정말 도련님이었어요? 나는 또 잘못 본 줄
“응!” “완유야, 내가 방금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 “누굴 봤는데? 혹시 예천우 아니야?” “아니야, 예천우라면 내가 말 안 했지.” “그럼 누군데?” “그게, 말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소정은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어디 있어?” “그래. 나도 넌 알아야 할 것 같아. 내가 본 사람이 바로 전에 너에게 빚졌다가 널 괴롭힌 장혁이야.” 임완유는 잠깐 멍했다가 바로 말했다. “그 사람을 본 게 뭐 어때서?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 “문제는 그 사람이…….” “뭔데? 왜 말을 우물쭈물하는 거야?” “그 사람이 예천우랑 같이 있었는데 사이가 좋은 것 같았어.” “그게 문제가 돼?” “당연하지!” “너 잊었어? 예전에 실신한 이유가 바로 장혁이 약을 타서였잖아. 장혁이 약을 타자마자 예천우가 나타나서 너의 첫날밤을 빼앗아간 거였잖아. 그리고 나중에 장혁이 널 괴롭히려고 할 때 예천우가 널 보호해 줬고. 더 이상한 건 넌 예천우의 약혼녀였고, 예천우는 돈도 권리도 없는 산에서 내려 온 사람이었다는 거야. 이 모든 게 너무 우연이라는 생각 들지 않아?” 소정은 숨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임완유는 멍해졌다. ‘그러게, 왜 그렇게 우연적이었지? 장혁이 약을 타자마자 예천우가 나타나서 날 보호해 줬어. 게다가 마침 그가 내 약혼자였다니. 우연이 너무 많이 겹치면 더 이상 우연이 아닌 거야. 설마 애초부터 장혁은 예천우의 사람이었을까? 예천우도 내가 자신의 약혼녀인 걸 알고, 산에서 온 사람이라고 인정받지 못할까 봐 장혁을 시켜서 그런 짓을 한 건가? 먼저 내 첫날밤을 빼앗고, 다시 날 구해줘서 임씨 가문 사위가 되는 게 그의 목적이었을까?’ “아…… 아닐 거야. 예천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임완유는 중얼거렸다. “그의 속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겠어?” 소정은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 “그러게. 가끔 확실히 예천우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따가 돌아오면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