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다 드리겠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옆에 있던 유걸은 이미 표정이 굳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아버지는 예천우를 모르지만 그는 알고 있다. 양대복이 예천우를 대하는 태도로 보아 예천우의 신분이 분명 예사롭지 않다.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말이 된다.다 예천우 때문이다.“당신 말을 들어보니 사기 친 돈이 아직도 당신들 손에 있나 보지? ”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그 돈이 이미 해외로 넘어가서 못 찾을 줄 알았다. “당신은 누구신지? ”유광철이 참다못해 물었다. 양대복이 친히 안내해서 오는 걸 봤지만 그래도 어딘가 이상했다. 필경 눈앞의 이 사람은 너무 젊었으니 말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몇 번이나 사람을 시켜서 날 죽이려 했어?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당신을 죽이다니? ”유광철이 멈칫했다.유걸이 옆에서 급히 설명했다. “아버지, 쟤가 바로 예천우에요! ”“뭐? ”유광철은 혼란스러웠다. 이 젊은이가 바로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예천우란다.이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그런데 양 회장은 왜 이 젊은이를 이토록 정중하게 대하지? 그는 궁금한 나머지 물었다. “회장님, 저 친구가 회장님께 뭘 약속했던 저희가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저 친구 일을 봐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조건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닥쳐! ”“뭘 알기나 하고 떠드는거예요? ”양대복은 못마땅했으나 예천우가 제지하지 않는 걸 보고 차갑게 말했다.“난 용왕님의 지휘를 따르는 병사일 뿐인데 애당초 용왕님께서 나한테 뭘 약속할 필요가 있겠어요? ”뭐라고?이 말을 듣고 놀라는 사람은 유걸 부자뿐이 아니다.밖에 나가서 말했으면 전 천해시 사람들 모두 놀라서 기절초풍했을 것이다.양대복, 천해시에서 왕과도 같은 존재이다. 사 씨 가문도 대종사가 버티고 있지 않으면 양 씨 가문의 상대도 안 된다. 기타 가문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천해시 4대 가문은 양 씨 가문을 필두로 하고, 천해시의 갑부도 양대복이다.이렇듯 강력한 인물이
지금의 유걸은 참 불쌍해 보였다. 예전의 여유만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하지만 예천우는 동정할 생각은 한치도 없었다. “유걸, 너 그동안 위풍당당했었잖아? 항상 상류층이라고 자처하더니? ”“근데 왜 나 같은 하류 인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고 있어? ”유걸이 듣더니 굴욕을 무릅쓰고 애걸했다.“제가 뭘 몰라서 예 선생님의 능력을 몰라뵜습니다. 지금은 알았으니 무릎 꿇고 빌어야죠. ”“걱정 마십시오. 이제 다시는 완유한테 치근거리지... ”펑!유걸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예천우의 발에 차여 튕겨나갔다가 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다 났다.그는 아픔 따위 신경 쓸 새 없이 바로 일어나서 원래 자리로 기어갔다. 다만 두 손이묶여있어서 조금 불편했다.“완유 그 이름, 네가 입에 올릴 자격이나 돼? ”예천우가 발을 내려놓고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꼭 임 아가씨께 모든 것을 설명해서 신의님의 고심을 알게 하겠습니다. ”유걸은 자신이 예천우와 임완유 사이에 얼마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었다. “닥쳐. 네가 뭔데 나랑 완유의 일에 상관이야? ”예천우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예전 같으면 말이야, 너같은 놈은 쳐다보기도 싫어. 근데 네가 그 많은 돈을 사기친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뱉어내야겠지? ”“말해 봐, 돈 어디 있어? 내놓을 수 있어, 없어? ”유걸의 안색이 흐렸다. 만약 돈을 내놓으면 그들은 정말로 아무런 가치도 없어진다.유광철은 분명히 이 중의 인과관계를 더 잘 알고있었기에 즉시 말했다. “예 선생님, 저희가 돈을 내놓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자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지금 나랑 흥정하는 건가? ”예천우의 날카로운 눈빛은 사람을 벨 것 같았다.유광철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약속하지 않으면 저희도 못 내놓습니다. ”“그럼 죽어. ”예천우가 말을 했다. 그리고 그의 지시하
그는 용왕에게 손을 떼라는 명령을 받지 못했다.유광철이 공포에 질려서 소리쳤다. "말, 말하겠습니다!"양대복은 어쩔 수 없이 행동을 멈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돈 어디에 있고, 어떻게 찾아올 건지 말해보세요.""그러니까, 해외 계좌로 이체되어 반드시 내가 직접 가서 꺼내야 해요." 유광철이 황급하게 말했다."많이 번거롭네요.""내 목숨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니 어쩔 수 없어요." 유광철이 해명했다.유광철이 지금 처한 환경에서 충분히 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이었고 양대복은 이것을 믿었다.그러나 예천우가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번거로워서 안 되겠어. 그냥 죽이는 게 좋겠어. 돈은 필요 없겠어, 그냥 죽여."유광철은 초조했다.유광철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저한테 사람 붙이면 되잖아요. 거기 가서 바로 계좌 이체하겠습니다." "얼마나?" 예천우가 물었다."100억이요!""고작 100억?""사기 친 금액이랑 모은 돈이 있긴 하지만 최근 돈을 많이 써서 남은 돈이 얼마 없거든요.""너무 적어서 싫은데. 그냥 죽여."예천우가 이 말만 남기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유광철이 경악하며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그는 피부로 통증을 느꼈다. 오른손을 만져보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자기를 죽일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돈, 돈 있어요! 200억!""내가 말했지, 돈이 너무 적다고. 지금 바로 이체할 거 아니면 관둬. 200억을 누구 코에 붙여? 인건비도 안 돼." 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유광철이 무너져내렸다. 인건비로 200억 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천왕이다.당황한 유걸도 옆에 벌벌 떨었다.예천우의 생각을 어림 잡은 수 없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전혀 간파하지 못한 것 같았다. 예천우는 매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항상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양대복은 예천우에게 완전히 놀아났다. 용왕이 명령하면 양대복은 무조건 나선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두 부자는 깜짝 놀랐다. 신학그룹은 지금 부채만 가득 떠안은 회사다, 그 회사를 이어받는 사람은 빚더미에 올라앉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이걸 자기 목숨과 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괜찮아, 손해쯤이야. 돈은 얼마든지 있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양대복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이없게 웃었다. 용왕의 의견에 그는 토를 달 수 없었다.유광철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신학그룹을 정말 원하세요?""그래."예천우가 답했다.두 사람 사이에 큰 원한이 없었기에 따질 것도 없었다.신학그룹의 매수가 언론에 공개되면 신학그룹도 기사회생을 할 수 있다.신학그룹이 파산하더라도 뒷감당은 정부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무거운 소식은 정부에서 통지를 받지 못했다.아직 소문이 나기 전에 신학그룹을 손에 넣어야 했다."하지만 신학그룹은 지금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에게 쏟아진 빚을 전부 짊어져야 하는 게 아닙니까?""눈치 볼 필요 없어. 네가 사기 친 돈은 내가 전부 돌려줄 테니까. 넌 회사만 나한테 넘겨, 그럼 두 부자는 도망갈 필요 없어.""물론이지, 나한테 주겠다던 그 300억으로 내가 회사 빚 갚으면 되잖아."예천우가 말했다."물론입니다. 하지만 왜 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까?"유광철은 예천우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궁금했다.그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예천우가 왜 손해를 마다하며 감당하는지 궁금했다."그것까지 알려고 하지 마. 오늘 했던 말을 전부 감당하면 나도 두 사람 목숨은 살려줄 수 있어." 예천우가 고개를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며칠만 더 지나면 신학그룹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것이다."예, 저희 목숨만 보장되면 일은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 유광철은 누군가 이 난장판이 된 회사를 떠맡아주길 바랐다.아까는 살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천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너무 행복했다.그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었다.하지만 그는 앞으로 자
신학그룹이 부채로 떠안은 300억을 다시 회수해야 한다. 용문의 사람을 잡았으니 돈 대부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도시 동쪽에 있던 쓰레기장은 넓은 황무지라 비행기를 띄우는 데 문제가 없었다.아무도 오지에, 쓰레기장에, 오염된 하천이 흐르는 곳이 신도시 개발지로 선정될지, 신도시의 핵심지역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신학그룹이 포기하다시피 한 수천 묘의 땅은 곧 엄청난 황금 동아줄로 변할 것이다.송문복 부자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천재일우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다렸다.다행히 예천우가 때마침 걸어나왔다.양대복은 아직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송문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송 회장님, 안 가시고 왜 여기 계세요?""허허, 회장님, 여기 대단하신 분이 계셔서 안면이라도 알아두려고 기다렸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보석 장사를 하는 송문복입니다." 송문복이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인사를 전했다.그들은 이미 양대복의 가족을 통해 예천우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아직은 그가 신의라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송문복은 즉시 앞으로 달려와 말했다. "선생님, 듣기론 제 아들이 선생님께 큰 실례를 범한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선생님께 사죄를 드리고 싶습니다! 한 번 자리를 마련해도 될까요?" "그건 됐어. 앞으로 나쁜 짓만 더 하지 않으면 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예, 그러겠습니다!"송문복이 물었다. "송강? 알아들었어?""예,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을게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 필요하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송강은 눈치껏 자기 명함을 예천우에게 건넸다.예천우가 명함을 훑어보더니 주머니에 넣으며 답했다. "그래."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완유야!"예천우가 얼른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지금 시간 있어?" 임완유가 물었다."당연하지, 네가 만나자면 언제
"걱정하지 마, 원래 우리 화장품 사업에 관심 많았어." "더군다나 네가 데려온 연구팀이 얼마나 훌륭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었는데!"소정이 말했다."그랬으면 좋겠다!"임완유가 한숨을 내쉬었다.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면서 그녀의 집안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번 화장품이야말로 바로 주력하는 새로운 산업이다.여자들이라면 여자의 심리를 잘 안다. 여자들은 자신에게 좋은 제품이라면 기꺼이 값을 지불하기 때문이다.그녀는 이미 20억 원을 투자했다. 여기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모든 게 무너진다.두 사람이 도착한 지 반 시간도 안 되어 소문휘가 아래에 도착했다. 소정은 임완유를 데리고 소문휘를 맞이하러 갔다.소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기 때문이다.소씨 가문은 여러 사업을 하고 있었다. 실력이 강해 천해시의 4대 가문 중 하나에 속했다.소문휘는 임완유를 보자마자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소정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임완유는 상위 0.1%의 미모의 소유자였다. 보는 사람마다 설렜다.유전인지 모르겠지만 소씨 가문의 남자들은 여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그의 뒤를 2명의 젊은 남자가 동행했다. 표정이 오만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두 분, 얼른 이쪽에 앉으세요!"룸에 들어가자마자, 임완유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다. 소문휘와 거리를 둔 자리이다.그러나 소문휘는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 저희 사업 얘기하러 온 거잖아요? 너무 멀리 앉으면 안 되죠." "자, 제 곁에 앉으세요. 그래야 사업적인 얘기 하기도 편하죠."임완유는 상대의 불순한 눈빛을 알아차리고 거절하려 했다.소정이 끼어들었다. "그래, 완유야. 얼른 저기 앉아. 그래야 일 얘기 하기 좋지." "내가 네 옆에 앉을게.""그래요, 대표님, 우리 대표님 의견 무시해서 곁에 안 앉는 것은 아니겠죠?" 소문휘의 부하처럼 보이는 남자가 끼어들었다.선택지가 없었던 임완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
옆에서 듣고 있던 소정이 끼어들었다. "완유 주량이 정말 약해요. 아니면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3잔 마신 뒤, 일 얘기하는 게 어때요?" 임완유는 3잔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정이 제안한 것이기에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결국 3잔만 마시고 이 술자리를 끝내기로 했다.소문휘는 소정이 건네는 눈빛을 보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딱 3잔만 마셔요." "대표님이 3잔만 마셔주면 일 얘기 바로 할게요."그는 동의한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얘기는 해보겠다고 했다.그러나 소문휘가 이렇게 대답하자 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소정이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술잔을 들고 마실 작정을 했다.하지만 바로 이때, 문이 열렸다.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문으로 향했다."너 주량도 약한 게 무리하지 마.""3잔이라고 했지? 내가 대신 마실게."그 사람은 다름 아닌 예천우다. 이 술집에서 우연하게 담양과 마주쳤다.그래서 단번에 임완유가 있는 방을 알게 되었고 그는 곧장 위로 올라왔다.예천우를 바라보는 소정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의 대단함을 알고 있다. 그가 나타나면 일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소문휘는 예천우에 대해 몰랐다. 그가 데리고 온 2명의 사람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는 걸어들어오자마자 임완유의 손에 있던 술잔을 빼앗아 들이켰다. 그러더니 두 잔을 연달아 들이켰다.임완유와 소정을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당신은 소정 옆에 앉아. 내가 도련님이랑 술 마실게."진작에 소문휘 옆자리에 앉기 싫었던 그녀는 얼른 소정의 곁에 붙었다. 소문휘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쪽은 주량이 센가 보네요. 그런데 눈치는 없나 봐요. 이러다가 큰일 날 수 있는데."임완유는 일이 꼬일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도련님, 오해하셨나 본데...""됐습니다!"소문휘가 손을 저었다. "술 잘 마시는 것 같은데, 3잔으로는
"너!"소문휘가 화를 냈다. 갑자기 튀어나온 예천우가 자기의 계략을 망치고 있었다.임완유는 협력뿐만 아니라 예천우가 소씨 가문을 건드려 험한 꼴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 "예천우! 헛소리 그만해! 이분이 어떤 분인지 알아? 우리를 속일 리 없어."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가 도련님을 오해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전 믿어요. 도련님이 저희랑 협력할 의향 있다고 믿어요." 이 말을 들은 예천우는 임완유가 눈치 빠르다고 여겼다.그는 미처 임완유가 소문휘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소문휘가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물론 진심입니다.""이렇게 하죠. 이 술 3병만 마시고도 멀쩡하면 귀사 화장품에 20억을 투자할게요."3병은 불가능한 일이다.그러나 예천우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러니까 그쪽이 대단한 신분이니까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거죠?""물론입니다. 한 말은 반드시 지켜요.""그럼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있어요?""약속한 대로 지분 20%만 주세요." "그게 안 되면 10억 그리고 51%의 지분을 원합니다."소문휘 마음속에 이미 계획이 있었다.보통 사람은 53도짜리 술을 단숨에 3병 마실 수 없었다.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 전 그는 이미 임완유의 화장품 사업에 대해 알아보았다.물론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사업에 재능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가문의 사업을 이어받을 만큼 능력자다.임완유의 계획은 20% 지분으로 10억 원의 투자금을 받는 것이다. 지분이 많은 것은 상관없지만, 상대가 회사의 지분을 더 많이 차지하면 안 된다.그때 예천우가 끼어들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뒤이어 그는 무덤덤하게 술병을 들어 입안으로 들이켰다.마치 물을 마시는 것처럼 꿀꺽꿀꺽 마셨다.다른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술을 물처럼 마시는 사람을 그들도 처음 봤다.소문휘도 믿기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술이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래서 다 마신 술병을 가져와 직접 냄새를 맡았다.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