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은 억울했지만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예천우가 미소를 살짝 지었다. "전 후회하지 않아요."소문휘의 얼굴은 싸늘했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그는 즉시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다만 예천우에 대해 조사하게 했다.그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보는 성격이다.일단 상대를 공격하려면 세세하게 정보를 캐내 뒤탈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비록 협력하긴 했지만 이건 계약에 불과했다. 내일까지 몇 가지 수속을 체결하면 20억이 입금될 것이다. 그러나 임완유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오늘 고마웠어.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야? 괜찮아?""괜찮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예천우는 신기한 내공으로 술을 마셨다."아무 일 없으면 됐어. 네가 괜히 도련님 성질 건드려서 무슨 보복을 할지 몰라."임완유가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괜찮아!""난 이미 많은 사람 눈엣가시야."예천우가 호탕하게 웃었다."쓸데없이 해맑긴. 나 진지해. 도련님은 단순한 사람이 아니야.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조심해." 임완유가 말했다."걱정 마, 그래 봤자 사람들 불러 모아서 손봐주게 하겠지." "내가 또 한 싸움 하잖아? 아무 일 없어.""넌 그 오만함이 문제야. 매번 그 실력만 믿고 사람들 심기 건드리기나 하고. 지난번에 양 회장님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났을 거야." 임완유가 질린다는 듯 말했다.소정은 옆에서 두 사람이 티격태격 사랑싸움하는 것을 보며 괴롭다는 듯 말했다. "완유야, 나 몸 안 좋은데, 먼저 돌아가서 쉴게.""괜찮아? 데려다 줄까?""됐어, 나 혼자 가면 돼." 소정은 예천우를 특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래, 조심해."소정이 나가자마자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 "몸 안 좋은 거 아니야!""뭐라고?" 임완유는 귀를 의심했다."소정 씨 몸 안 좋은 거 아니라고."예천우는 소정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임완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정이 협력 대상을 찾아줬다는 말이다.오늘 이 술자리는 누가 봐도 소정이 만든
임완유는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났다. "그 사람들 왜 그런대? 우리가 투자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왜 배상을 해?""그러니까. 하지만 네 둘째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분가하더라도 이 돈을 반드시 가져오라고 난리잖니."유은수가 급하게 말했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는데?" 임완유가 물었다."교토에 있는 네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가 병세가 위중해 오후 비행기로 출발했어.""일부러 할아버지가 없을 때를 골라 온 것 같아. 곧 갈게."임완유는 화가 난 듯 전화를 끊었다. "정말 뻔뻔한 인간이야."그녀는 가족들에게 불만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불만을 토로한 적은 없었다."괜찮아?" 예천우가 물었다."괜찮아, 나 본가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임완유가 말했다."같이 가자.""그래!"임완유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예천우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술을 마셨기에 대리 운전을 불렀다.예천우는 시무룩해하는 임완유를 쳐다보며 위안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해결하기 어렵지 않을 거야."임완유는 불쾌한 듯 말했다."무슨 일인지 알아?""방금 그렇게 큰 목소리로 통화했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가 배상해야 해?" 정말 돈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기꺼이 배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회사 자금이 힘들었다."그럴 필요 없어. 방금 아주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거든."예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무슨 정보?""사씨 그룹의 새로운 책임자 담양이 신학그룹을 인수해 유걸에게 사기당한 돈을 갚기로 했거든.""정말? 담양이 바보도 아니고, 정말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다고?"담양에 대해 임완유도 들은 적 있었다. 그는 아주 빠르게 가문을 통합하고 회사를 이끄는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다."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 분명 무슨 이익이 있어." "환급할 수 있을 때 안 하는 게 좋아." 예천우가 말했다."환불할 수 있으면 누구든 제일 먼저 달려들 거야."임완유가 맥없이 말했다."그
"그러니까, 당장 꺼져. 여긴 누구도 널 반기지 않아.""너 때문에 우리 집안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임강이 분노해서 말했다.예천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집안이 이렇게 난리 났는데 내 조언대로 하지 않고, 유걸한테 돈을 넘겼잖아요. 이제 와서 왜 날 탓해요?""어디서 변명이야! 너 때문이야!" 유은수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나 때문이라면 이유가 분명하겠죠?" 임완유의 체면을 봐서 예천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네가 너무 미우니까 우리가 유걸을 더 믿을 수밖에 없었어." 유은수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고작 이런 이유를 댔다."고작 그겁니까?"예천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다른 사람들은 예천우가 싫었지만, 그녀가 제시한 이유는 너무 어설펐다.유은수가 화를 냈다. "어떤 이유가 됐든, 우리 집안은 널 환영하지 않는다!""날 환영하지 않는 걸 보니, 이 일을 해결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네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니?" 유은수가 앙칼지게 말했다.임완유의 둘째 할아버지를 비롯한 온 가족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많은 사람이 여기 온 이유는 자신의 손에 돌려받기 위해서다.그들은 자신의 밑천을 꺼내 투자한 돈이다, 부자가 될 날만 기다렸다.그러나 이렇게 본전을 돌려받지 못할 줄 몰랐다."물론입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제가 굳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예천우가 말했다.둘째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이 말을 듣고 다가왔다."예천우, 정말 방법이 있어?""허튼소리, 애송이 같은 녀석이, 권력도 없고 힘도 없는데 무슨 수로?" "게다가 돈은 이미 해외로 빼돌렸는데 어떻게 되찾아?"유은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그럼 저 말고 방법이 있습니까?" 예천우가 되물었다."없다!""없으면 입 다물어요.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지만, 그들 말이 맞아요. 애초에 유걸을 신뢰하지 않았으면, 추천하지 않았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빈털터리가 될 일도 없었습니
"유은수, 쓸데없이 소리 그만하고 지금 당장 말해, 우리 돈 네가 책임질 거야?" 둘째 할아버지가 유은수를 다그쳤다.첫째 할아버지가 없으니 오늘 그들은 당당하게 빠질 수 있었다. 만약 첫째 할아버지가 돌아와 그들을 쫓아내면 그들도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전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방금 임완유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을 때도 친척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유은수는 기세등등한 둘째 할아버지의 기에 죽어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임완유가 황급히 둘째 할아버지를 말렸다. "할아버지, 이 일은 저희 책임이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말이 안 돼요.""완유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힘들게 모은 돈을 단번에 잃었단다. 너였어도 이 상황에서 진정했겠니?""우리는 너희처럼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돈도 없단다."둘째 할아버지가 하소연을 털어놓았다."알아요. 하지만 회사가 지금 매우 어려워요. 먼저 돌아가셔서 기다리면 회사 사정이 나아졌을 때 돈으로 일부 보상해 드리는 것은 어때요?" 임완유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어쨌든 그들은 친척이었기에 곤경에 처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안 된다!""보상을 일부분만 해준다니? 너희 때문에 지금 이 꼴이 됐는데 전부 보상해줘야지!""그만 하세요! 그깟 돈이 뭐라고!"유은수가 소리를 쳤다. 사실 유은수는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임완유와 예천우까지 그 불똥이 튀자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친척들이 불평스럽게 말했다. "그깟 돈이라니? 그깟 돈 갚을 능력은 되니?""저희는 그 돈을 갚을 수 없지만, 그 돈을 갚아줄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예천우가 직설적으로 말했다."그게 누구야?"둘째 할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다."신학그룹입니다." 예천우가 답했다.임완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다른 사람들이 믿을지도 모르는 찌라시를 사람들에게 결정 난 것처럼 말했다. 그녀는 즉시 예천우가 시간을 끌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여겼다.지금은 시간
유은수가 조용히 있었더라도 이 일은 잘 해결될 것이다.예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들에게 자기가 담양에게 신학그룹을 인수하라는 진시를 내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왜 말이 없어졌어?""거짓말이 들통 나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 아니야?""유은수, 오늘 우리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몇몇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유은수도 사실 화가 났다. 그녀는 이미 엄청난 적자를 떠안았다, 비상금까지 전부 탕진했다.사람들이 당장에라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노려보자 그녀는 겁을 먹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의 딸은 회사의 대표이다. 예전에는 하나같이 예읠르 차리며 아부 떨던 사람들이 지금 돈을 내놓으라고 달려들고 있다.둘째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완유야, 네가 말해 봐. 네가 직접 설명해."임완유가 망설였다.예천우가 먼저 끼어들었다. "정말 돌아갈 마음이 있으면 먼저 네 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예천우, 무슨 헛소리야!"유은수가 초조해서 끼어들었다.임완유도 당황한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조용히 있어. 얘가 직접 설명하게 해.""날 믿는다면 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사. 60% 가격으로 매수할 기회야."예천우가 말했다.유은수가 다급한 얼굴로 예천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달려가 예천우의 입을 막고 싶었다.휴지쪼가리가 된 지분을 매수하라는 헛소리를 하자 그녀는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친척들이 흥분해서 끼어드는 바람에 유은수는 입을 열지 못했다."좋은 생각이야!""60%라도 되니 당장 거래하자. 없는 것보다야 낫지.""그래, 우린 받아들이겠다.""그래, 당장 돈을 줘!"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가지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60%를 돌려받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희망을 품었다."모두 동의하시는 거죠? 하지만!"예천우가 말했다. "이 거래는
예천우는 임완유가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미소 지으며 달랬다. "걱정하지 마. 널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야.""사실, 내가 아까 했던 인수 얘기는 사실이야.""채 의원이 나한테만 알려준 정보야. 설마 채 의원까지 못 믿는 것은 아니지?" 다른 사람에게는 숨겼지만 임완유에게는 숨길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지금 공신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채 의원을 끌어들여야 했다."채 의원님이 그랬다고? 언제 말했는데?"임완유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채 의원이 알려준 정보면 믿을만한 것이기 때문이다."의원님 손자 재검사하러 갔는데 그때 알려줬어. 신학그룹은 파산도 하지 않을 거고 다시 궐기할 수 있으려고 알려줬어.""뭐? 정말이야?"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도 깜짝 놀랐어. 그런데 채 의원이 분명 그렇게 말했어. 구체적인 이유까지는 나도 잘 몰라." 예천우는 사실 신도시 사업에 대해 오늘 임완유에게 이실직고하려고 했다.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 기밀 사항이다. 이게 알려지면 다음에 많은 리스크를 안을 수 있었다."만약 의원님이 정말로 그렇게 말한 거면, 그건 믿을만한 정보야."채 의원은 도시의 고위 책임자로 인맥이 넓었고 그가 하는 말에는 공신력도 높았다. 그리고 사실도 아닌 얘기를 함부로 떠들고 다닐 채 의원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 회사는 지금 유동 가능한 자금이 아예 없어. 어디서 그 많은 돈을 마련해 와." 임완유가 힘없이 말했다."잊었어? 오늘 소문휘와 계약했던 프로젝트 계약 대금이 들어오는 날이잖아. 게다가 내일 아침에 정식으로 체결하면 나머지 금액도 전부 입금될 거야."예천우가 말했다."잊기는 무슨, 그 돈을 과연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지." 임완유가 쓴웃음을 지었다."틀림없이 잘 될 거야. 내일 아침에 함께 가자.""응!"임완유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예천우가 같이 가준다고 하자 임완유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네. 나 대신 10억 원 받아줘서 고마워."
그러나 지금의 이 상황은 전부 예천우가 초래한 것이다. 예천우가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할아버지가 가족들 의견의 최종 결정자인 거 맞죠?" 임완유가 물었다."물론이지!"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시 한번 말할게요. 가지고 있는 지분을 전부 나한테 넘긴 뒤에, 지분과 관련된 문제가 생겨도 저 찾아오지 마세요.""그렇게 해주실 거죠?""당연하지, 물론이다.""아까도 말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전 그냥 확인하고 싶어서요. 오늘 저녁에 계약서 정리해서 갈게요." "내일 점심에 계약서에 서명하고 지분 양도에도 서명해주세요."임완유가 말했다. "오늘 하면 안 되니?" 둘째 할아버지가 황급히 물었다."은행 업무 시간 지났어요." 임완유가 답했다."그럼 왜 내일 점심이니? 너 설마 일부로 시간 끌려고 그러는 거니?" 어떤 사람이 그녀를 의심했다.임완유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여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잖아요. 전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요.""내가 한 말을 못 믿겠으면 애초에 없었던 일로 하죠,""아니야, 완유야. 네가 이렇게 철이 들고 똑똑해진 걸 내가 못 알아봤구나. 널 믿는다."둘째 할아버지가 황급히 임완유를 달랬다.임완유는 약속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사람이다.둘째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말했다. "시간도 늦었으니 우리는 먼저 돌아가서 쉬자. 서류 정리해서 내일 오전에 다시 오자.""네!"가족들은 둘째 할아버지의 말을 얌전하게 따랐다."완유야, 이 할아비를 속이면 안 된다 .안 그럼 난 낯을 못 들고 다녀. 그러니 절대 나쁜 마음 품으면 안 된다.""둘째 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절대 안 그래요. 예천우는 할아버지를 속이지 않았어요. 신학그룹은 정말로 여러분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제 말 믿는다면 내일 오지 않아도 돼요.""하하, 물론 믿지. 다만 난 급전이 필요해서 기다릴 수 없어.""정말 그 돈을 회수해준다면 그걸 네가 가지거라."둘째 할아버지가 웃
이 얘기를 듣자마자 임완유는 머리가 멍해졌다.예천우 역시 얼빠진 얼굴로 있었다.그러나 유은수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듯한 눈빛이다. 임강도 끼어들었다. "그래, 우리가 힘들게 모은 돈인데 전부 잃었어.""그래, 다른 사람들 돈도 다 돌려주는 마당에 엄마, 아빠 돈도 돌려줘야지?" 유은수가 말을 이었다.임완유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보상한 건, 전부 신학그룹이 회수를 해주기 때문이야.""회수라니?""완유야, 너 정말 쟤 말을 믿는 거니?"유은수는 예천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예천우를 원망했다."엄마!""믿든 안 믿든, 내 말은 다 사실이야! 며칠 지나면 자연히 모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임완유가 한숨을 내쉬었다."우린 기다릴 수 없어."유은수가 말했다. "우리 돈 전부 돌려줘. 회사 돈이잖아, 돌려준다고 손해 보는 건 아니잖아."임완유의 비상금이 없으니 그 큰돈은 회사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려받지 않으면 나중에도 돌려받을 수 없다.예천우가 한쪽에 서서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이렇게 부탁하는데 그냥 들어줘. 얼마나 괴롭겠어.""그래!"얼빠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지출이 더 커질 게 뻔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문휘에게 받은 투자는 화장품 사업에 쓰여야 했다.그런데 부모님까지 환급해달라고 하니 지출만 커진 셈이다. 돈을 제때에 회수하지 못하면 회사에도 손실이고 다른 주주들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다.임씨 가문이 70%의 지분을 소유하긴 했지만 30%의 지분은 할아버지와 함께 일을 해왔던 어르신들이 나눠 가졌다.그녀는 이미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다. 예천우를 믿기에 이 모든 걸 감행한 것이다.딸이 돈을 돌려주겠다고 승낙하자 유은수는 비로소 만족했다.예천우가 자신들을 위해 나서주자 그들은 그나마 마음이 풀렸다.하지만 예천우가 이럴수록 그들은 예천우를 가문에서 내쫓고 싶었다.이튿날 아침, 예천우는 임완유와 함께 소문휘를 찾아갔다. 소문휘가 시간을 끌며 돈을 주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예상치 못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