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만의 말을 듣고 사태수의 표정이 확연히 어두워지더니 둔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그는 나의 은인일세.”“얼마 전 우리 귀염둥이 손주가 중독되었는데 그가 나서서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우리 손주 목숨을 잃을 뻔했소.”“아우, 자네가 말해보게. 이 일로 내가 직접 한번 올 만하지 않은가.”이 말을 듣고 나서야 임 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가 우연히 채 의원의 손주를 살렸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번에는 양 회장의 딸, 이번에는 채 의원의 손주, 운발이 보통 좋은 게 아니다.임완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도 의술 때문이구나.그렇다면 예천우의 의술이 꽤 괜찮다는 말인데, 그럼 예전에 자신의 의술이 대단하다고 허풍치고 심지어 의선이라고까지 하더니 설마 진짜인가?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의선은 불가능하다. 필경 이렇게 젊으니, 틀림없이 허풍일 것이다.그래도 의술은 진짜 꽤 괜찮은가 보다. 적어도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독특한 처방이 있을 것이다.사태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아우가 형님 체면을 돌보지 않는게 아닙니다. 이 예천우가 우리 사 씨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니 도저히 봐줄수가 없습니다.”“내 부탁도 안되겠는가?”채영만의 표정도 확 변했다. 불쾌함이 얼굴에 쓰여있었다. 사태수는 약간 망설였다. 이미 정년퇴직한 국회의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채영만의 동생 채영환 또한 진정한 종사 고수이기 때문이다. “채 의원님, 다른 부탁이라면 입만 열면 다 응해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예천우 일은 어떻게 안되겠습니까……”“안돼!”채영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쨌든, 난 오늘 꼭 예천우를 지켜서 은혜를 갚아야 하네.”이 말을 듣는 순간 사태수의 얼굴에 수많은 표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이라면 풀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천우는 제일 죽어 마땅한 놈이다. 절대 놔줄수가 없다.“좋습니다. 형님. 형님 부탁이니 오늘은 놔주지요. 하지만 3일 후, 제가 다시 손쓸 겁니다. 그때에는 누가 말려도 절대 그만두지 않을
이번에는 유은수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가 가버리면 사태수가 사람을 찾지 못하면 반드시 우리 임 씨 가문에 화를 낼 거예요.”“맞소!”“절대 보내선 안되오.”“화는 그가 일으킨 거니 반드시 그가 스스로 인정하게 해야 해요. 우린 모두 법률을 준수하는 착한 시민들이니 우리가 그 대신 이 모든 것을 떠안을 순 없어요.”“그러니까. 예천우 넌 이제부터 아무 데도 못 가. 임 가에서 가만히 있거라.”“맞아, 맞아. 반드시 붙잡아 둬야 해.”임 씨네 사람들은 모두 막아 나섰고, 임선호는 심지어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감시해서 도망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방금 채 의원이 도우려고 한 말을 그들도 다 들었다. 손주를 살린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갚고 나면 더이상 상관이 없다.그러니, 예천우는 결국 별 볼 일 없는 쓰레기이고 반드시 끝장날 것이다.이때, 유걸은 아무도 자신을 주의하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산한 일이 폭로되었으니 지금 빨리 천해시를 떠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못 갈 것 같았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예천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조롱했다. “당신들이 하는 짓이 참으로 가관이네요.”“당신들을 속이고 사기 친 유걸은 내버려두고, 오히려 줄곧 임 씨 가문을 진심으로 도와온 나를 감시하다니.”이 말이 나오자 마침내 다들 제정신이 들었고 하나 둘씩 유걸 쪽으로 바라보고 격노했다. “유걸 이 사기꾼아, 거기 서!”“빨리, 빨리 가서 잡아 와. 절대 놓쳐서는 안돼.”“갈기갈기 찢어 버려도 시원찮을 놈, 거기 서, 내 돈 내놔.”유은수는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예천우는 사람들이 모두 유걸을 쫓아가자 고개를 돌려 임완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완유야, 나 볼 일이 있어 먼저 갈게.”“응, 빨리 가 봐.”임완유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마디 보탰다. “그동안 너를 오해했었다면 양해 바랄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뭐가 뭔지 나도 지금 완전 헷갈려.”비록 유걸이 그렇게 말했지만, 예천우도 아
“그만. 도대체 얼마나 더 수모를 당해야겠어!”참다 못한 임국종이 호통과 함께 다른 이들을 제지했고 그 기백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천우야, 유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와 완유는 한때 인연을 맺었던 사이니 굳이 널 막진 않으마. 떠나거라. 최대한 멀리 떠나서 숨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가문은 더 이상 너와 엮이지 않을 것이다.”임국종의 말에 예천우는 살짝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역시 아직 나한테 남은 앙금이 많은 모양이네.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건 싫은 거야.’할아버지의 말에 임완유 역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리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허탈한 기분에 휩싸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치는 걸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할아버지, 안돼요. 지금 이대로 떠나면...”“가만히 있어.”“알겠습니다.”살짝 한숨을 내쉰 예천우가 말을 이어갔다.“할아버님, 그럼 몸 건강히 지내십시오.”이 말을 마지막으로 예천우는 결연히 돌아섰다.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소정은 두 눈을 반짝였다.‘천우가 지금까지 했던 일을 전부 말했는데도 이렇게 내쫓는다고? 하여간 멍청하긴...’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무시무시한 사태수를 예천우가 정말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밀려들며 조심스레 예천우의 뒤를 따랐다.유걸도, 예천우도 자리를 뜨자 잠시나마 조용했던 집안이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다.“끝이야. 이젠 정말 끝이라고.”“예천우 그 자식이 이런 큰 사고를 쳤으니... 사태수 회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이제 우린 어떡하죠?”겁에 질린 다른 가족들과 달리 임국종의 표정은 그나마 의연했다.“그만들 해. 사태수 회장이 어디 보통 사람이야? 3일만에 천우가 제대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리고 완유도 말했잖아. 천우도 어디까지나 완유를 구하려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거야. 설령 우리한테 불이익이 떨어진다 해도 천우한테 은혜 갚는다 생각해야지 뭐.”임국종의 말에 그제
평소 가족이네 뭐네 하며 서로 치켜세워주던 사이였지만 정말 돈이 달린 문제와 마주하니 다들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서로를 향한 비난, 원망의 말이 쏟아지고 임완유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다들 그만하세요.”참다 못한 그녀가 소리쳤다.“솔직히 저희가 강요해서 투자한 거 아니시잖아요. 그리고 저희도 피해 금액이 만만치 않아요. 설령 정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해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뿐이죠.”“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임완유의 말에 더 흥분한 가족들은 아예 주먹다짐까지 하려는 듯 으르렁대기 시작했다.“그만!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정말 다들 쫓겨나고 싶어?”임국종도 화가 단단히 났는지 눈동자까지 빨개진 모습이었다.“그깟 푼돈 좀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여? 지금 그룹이 어떤 상황인지 알긴 해? 임연그룹이 무너지면 그때야말로 정말 다들 길바닥에 나앉을 줄 알아!”이때다 싶었는지 임국진이 불쑥 끼어들었다.“형님, 그게 사실이라면 완유의 대표 자격을 다시 검토해 봐야 하지 않겠어? 따지고 보면 우리가 유걸 그 자식한테 사기를 당한 것도, 회사가 위기에 처한 것도 완유 탓이잖아. 대표이사로서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맞아.”“그럼 그 자리는 누가 맡는데?”“찬이, 찬이를 그 자리로 올리는 게 어때? 찬이도 우리 집안 사람이지, 그리고 대학교에서 금융학 전공까지 했었지. 나름 엘리트 인재라고. 우리 찬이가 대표이사가 되면...”“그룹이 하루라도 더 빨리 문을 닫게 되겠지. 네 아들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임국종이 차갑게 동생의 말을 잘라버렸다.“다들 의미없는 싸움은 여기서 끝내. 투자로 손해입은 돈은 알아서들 처리하고. 이 결과에 불만있는 자식들은 나한테 직접 얘기하고.”집안의 큰 어른으로서 가족들 앞에서는 침착한 척, 의연한 척 했지만 임국종 본인도 속이 말이 아니었다.‘유걸 그 자식 말에 홀려서 회사 자금까지 투자에 퍼부었어. 그나마 은행 대출금은 확보했으니 아직 되돌릴 가능성은 충분
점점 멀어져가는 예천우를 바라보는 소정은 충격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솔직히 방금 전 그 돈도 정말 도와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예천우의 진짜 능력치를 알아보고 싶어 시험조로 건넨 게 컸다. 그런데...‘뭐지 저 자신만만한 태도는? 정말 사태수를 이길 수 있다는 건가? 만약 저게 그저 허세가 아니라 진짜 실력을 기반으로 한 자신감이라면 더 꽉 잡아야 해. 날... 이 세상 꼭대기로 올려줄 수 있는 남자일 테니까.’같은 시각, 차에 시동을 걸려던 예천우가 들려오는 알림음에 휴대폰을 확인했다.2억이라는 계좌이체 알림과 비행기 티켓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그리고 입금인 이름을 확인한 예천우의 눈이 살짝 커다래졌다.‘완유가 보낸 거잖아? 개인적으로 사기를 당한데다 회사 상황도 안 좋을 텐데 그 와중에...’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했다.“내일 아침 가장 이른 티켓으로 예매했어.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수화기에서 임완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싫어. 내가 왜.”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너 도대체 어쩌려고 이래.”그가 고집을 부리니 임완유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해? 그래, 아까는 일가 친척들 다 있었으니 그렇다고 쳐. 지금은 우리 둘뿐이잖아. 내 앞에서까지 자존심을 부려야겠어?”“자존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그럼 왜 이러는데? 나 때문에? 아니면 우리 집안 때문에? 그래, 나도 알아. 전에 너에 대해 많이 오해하고 있었고 심한 말도 많이 했다는 거.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선 이미 사과했잖아. 그리고 오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듯이 넌 이제 우리 집안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야. 지금 중요한 건 일단 사는 거라고. 정말 몰라서 그래?”“알아. 다 아니까 걱정하지 마. 난 괜찮을 테니까.”어차피 더 설명해 봤자 임완유는 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예천우는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사태수가 죽으면 완유도 이렇게까지 불안해 하지 않겠지.’“천우야? 천우야?”
양박군은 예천우가 나름 아끼는 인재였으므로 간단한 대화 몇 마디 나눈 후 바로 그에게 청룡법을 전수해 주기 시작했다.약 2시간 남짓 시간이 흐르고 예천우가 기를 불어넣어준 덕에 양박군은 청룡법 1-3단계 수련에 성공한 것은 몸 자체가 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온몸에 힘이 차고 넘치는 기분이랄까?물론 그것은 예천우가 수련 돌파를 도와준 것은 물론이요 따로 진기를 넣어 경맥을 뚫어준 덕분이었다. 원래부터 육체적 재능이 뛰어난 양박군이었던지라 예천우의 작은 도움에도 크나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앞으로 더 수련에 정진하도록 해. 익숙해지면 청룡법의 다음 단계도 가르쳐줄 테니까.”“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앞으로 시키시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양박군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예천우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또 숙였다.양박군에게 삶의 의미는 단 두 가지, 하나는 여동생을 잘 지키는 것, 다른 하나는 육체적인 강함에 대한 추구였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모두 예천우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으니 이렇게 나올만도 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저녁 8시.양대복은 제시간을 맞춰 바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딱 봐도 고수인 게 분명한 노인 두 명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화경급 고수?’예천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화경급 고수들은 대부분 그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 종사급으로 넘어가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양대복의 뒤를 따르는 두 남자들은 화경 중간 단계쯤 되어 보이는 이들이었으나 단 몇 시간만에 화경급 고수 두 명을 섭외했다는 것만으로도 양대복의 인맥과 실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한편, 양대복의 등장에 장혁은 오히려 허둥대기 시작했다.‘흑룡회 회장, 용등상회 회장, 천해시 지하세계의 왕 양대복을 직접 만나다니.’그런데 양대복을 직접 만났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다.천하의 양대복이 예천우를 보고 바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천우 씨.”게다가 더 기가 막힌 건 그저 고개만 까딱하
그 순간, 강력한 기운이 온몸을 휩싸고 가슴을 중심으로 충격이 퍼져나가더니 마치 트럭에라도 치인 듯 뒤로 튕겨나갔다.양대복의 곁을 지키던 다른 노인이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거대한 기운에 두 사람 모두 뒤로 밀려나가다 벽에 등을 부딪히고 겨우 멈출 수 있었다.“뭐... 뭐야?”하지만 젊은 나이의 초고수를 만났다는 사실이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강력하게 다가왔다.“너... 종사급 고수였어?”남자의 말에 양대복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놀라움과 묘한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용왕님께서도 종사급 고수였어? 그래서... 그렇게 자신만만하셨던 거야?’‘종사급 고수? 전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천우 씨가 종사급 고수였다고?’역시 깜짝 놀란 양박군과 달리 이 분야에 있어 문외한인 장혁만 눈을 껌벅버릴 뿐이었다.공포, 충격, 동경...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시선들 속에서도 예천우는 무덤덤했다.“종사급 고수가 뭐 그렇게 대단한가요?”이미 18살에 종사급 경지에 올랐으며 지금은 종사급 후기, 즉 종사급 정상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간 뒤로 넘어가겠다 싶었다.종사급부터는 한 단계를 넘어가는 것이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 한 단계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 사태수와의 싸움을 앞두고 있는 예천우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예천우의 실력에 겁을 먹은 두 남자의 태도 역시 바로 공손하게 바뀌었다.“저희가 눈앞에 고수님을 두고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무슨 벌을 내리시든 달게 받겠습니다.”손자 뻘인 남자에게 머리를 조아린다는 치욕감보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인한 공포와 존경스러움이 앞섰다.“됐어. 양 회장 사람이니 굳이 건드리지 않겠어. 그리고 오늘 싸움에 두 사람은 참견하지 마.”“네, 알겠습니다!”지금까지 두 사람을 키워준 양대복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양대복 역시 그 상대가 예천우였으므로 전혀 개의치 않았다.잠시 후, 예천우는 양대복, 양박군, 장혁과 함께 사태수가 머무는 별장으로 이동하기
‘악인을 처리하는 것도 대단한데 영사파까지 맡기려 하다니.’ 양박군은 왠지 모르게 벅차오름을 느꼈다.물론 양박군은 이 모든 게 예천우가 의도적으로 그의 욕망을 끌어내려 하고 있음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한편, 예천우의 계획을 들은 장혁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으로 모자라 말 그대로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사태수, 천해시의 레전드 강자이자 싸움 좀 한다는 이들은 한 번쯤은 동경해 봤을 인물, 그런 그를 죽인다니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 건가 싶었다.지잉.‘완유잖아?’임완유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휴대폰이 울리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예천우는 대충 무시하려고 했으나 상대가 워낙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오는 터라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다.“어, 완유야.”“예천우 너 정말 미쳤어?”수화기 저편에서 화가 잔뜩 난 임완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안 미쳤는데?”“그런데 도대체 왜 비행기를 안 탄 건데. 정말 그렇게 죽고 싶어?”반면 임완유도 도무지 무슨 생각인 건지 속을 알 수 없는 예천우가 답답할 따름이었다.“혹시 나 지금 걱정해 주는 거야?”“걱정? 내가 왜 네 걱정을 해?”“아니, 안 그럼 이렇게 화를 낼 리가 없잖아. 내가 죽든 말든.”예천우가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난 무조건 살아남을 거야. 예쁜 우리 와이프 평생 과부로 살게 할 순 없으니까.”“그건 또 무슨 소린데?”“별거 아니야. 나 지금 바빠서 먼저 끊을게.”“나쁜 자식! 개자식!”또다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임완유는 휴대폰에 대고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과부? 누가 과부로 살겠대? 너 죽으면 바로 다른 남자 만날 거야!”하지만 화가 나는 것도 잠시, 울분을 쏟아내고 나니 또다시 예천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사태수 그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이긴다는 건데...’...같은 시각, 사태수의 별장.“사태수는 자신의 실력에 굉장히 프라이드가 높은 사람이라 저택에 경호원은 거의 두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별장 안에는 아마 잔심부름을 할 부하 2명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