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주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허용된 듯했다.다른 두 사람도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간단히 예를 갖추는 선에서 끝냈다.“아가씨께 인사 올립니다.”그러나 남궁은서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흥, 너희 눈에는 아직도 내가 아가씨로 보이기는 하냐?”그 말에 몇몇 표정이 어두워졌고 특히 독박쥐는 음침한 기운을 뿜어내며 날카롭게 말했다.“남궁은서, 우리가 아가씨라고 불러준 건 옛 성종 종주님에 대한 예우야. 감히 기어오르려고 하지 마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남궁은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였지만 예천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끔찍할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터져 나오려는 찰나 남궁은서는 즉시 눈빛을 보내 그를 제지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예천우는 어머니의 경고를 받아들이고 즉시 살기를 거두었다.그의 반응이 워낙 빨랐던 탓에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다만, 가까운 거리에서 이를 느낀 임우빈만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방금 그건... 뭐였지? 조금 전까지는 아주 평온했는데...’임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예천우를 흘깃 바라보았고 그의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알던 전주님의 기운이 아니야.’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적인 강자인 절정종의 정우찬과 정우환을 상대할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그들은 심지어 청룡조차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그때 독박쥐도 역시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찜찜한 듯 예천우를 흘끗 바라보았다.아까 그 순간 그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강자와 싸우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조차 본능적으로 움츠러들 정도였다.그러나 다시 바라보니 가면을 쓴 수라전 전주는 그저 평범한 종사 후급의 무인일 뿐이었다.‘... 착각인가?’그는 예천우의 기운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지만 확실히 종사 후급이 맞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이 그렇게 무서울 리가 없지.’‘순간적인 착각이었겠군.’독박쥐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여러분,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늦었네요.”두 사람은 정성스럽게 차려입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특히 정우찬은 보랏빛 도포를 걸친 채 호랑이처럼 위엄을 떨치며 걸었다. 그의 몸에서 강력한 위압감이 느껴졌고 위풍당당했다.그의 차림은 예전에 남궁청휘가 입었던 복장을 떠올리게 했고 이 모습을 본 남궁은서의 표정이 굳어졌다.두 사람이 등장하자 양박군은 본능적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곧 전투를 준비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그 당시 정우찬이 귀왕종을 방문했을 때 남긴 흔적이 양박군에게 큰 충격을 주었었고 그때 양박군은 정우찬을 상대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예천우가 성사리로 자신을 도와 내공을 증강하고 그 덕분에 그는 종사 절정에 이르러 지금은 그 누구보다 강해졌다.그의 힘은 이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기에 그는 강력한 상대를 만나기를 갈망했다.그에게 있어 몇몇 성사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정씨 형제를 끌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양박군을 쳐다봤다.두 사람은 양박군의 강한 기운을 느끼고 동시에 그가 종사 절정에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이 젊은이가 귀왕종에서 이런 강력한 존재로 떠오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비록 그가 귀왕종의 심법을 따르지 않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이 젊은이를 끌어들이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하지만 정씨 형제는 양박군이 자신들을 적처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양박군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자신들에게는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정우찬, 정우환 형제가 등장하면서 오늘의 행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정우찬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비록 우리는 모두 성종의 5대 문파에 속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 후 정우찬은 예천우를 쳐다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수련이 끝난 후에도
“그래서 오늘 여러분을 초대해서 이 성종 대회를 열게 된 이유입니다!”간단한 말로 전체 상황을 설명한 후 정우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초대한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바로 저에게 항복하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중에서 실력 있는 인물을 뽑아 모두가 함께 나아갈 길을 안내하려는 겁니다. 즉, 아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집니다.”이 말을 들은 원현주는 고개를 저었다.‘공정한 경쟁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우리한테 무슨 기회가 있단 말이야.’솔직히 말해서 정우찬은 스스로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누구도 그가 성종 종주 자리를 차지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공정이라는 말은 사실 그저 그들이 전투의 먹잇감이 되어줄 것이라는 뜻에 불과했다.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정우찬의 실력이 워낙 강력해서 그들은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오늘 이 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고 참석하면 간신히 생명에 끈을 붙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남궁은서가 미세하게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정 종주님, 아까 말씀하신 대로 모든 사람이 기회가 있다는 건데 그럼 성종 종주는 어떻게 선출되는 건가요?”“남궁 종주, 좋은 질문입니다.”정우찬은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모두가 마음을 다할 방법은 딱 하나 바로 공개 선거입니다.”“선거요?”“네, 각 문파에서 한 명씩 후보를 뽑고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하게 됩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첫 번째 후보로 정해지는 거죠.”“그러면 첫 번째로 후보가 되면 바로 종주 자리에 앉게 되는 건가요?”“그렇지 않습니다. 종주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단지 많은 표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를 차지하려면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정우찬은 웃으며 말했다.“따라서 누구든지 선출되면 다른 4대 문파의 도전을 받아야 합니다
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잠시 얼어붙었다. 그들의 시선은 한 번에 모두 그에게 집중되었다.‘여 전주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종주가 되려고 온 거라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임우빈은 완전히 당황해 버렸다. 그는 여 전주가 정우찬과 맞서겠다는 걸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애원했다.‘이젠 끝났어. 정말 끝장이야. 전주님, 제발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하지만 뜻밖에도 여 전주는 더 말도 안 되는 말을 이어갔다. 종주가 되러 왔다는 말은 정씨 형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임우빈과 함께 온 두 천왕도 몹시 당황했다.‘이런 사람이 우리 전주라고? 그냥 죽고 싶어서 온 거잖아?’많은 강자의 시선이 수라전 사람들에게 쏟아지며 그들은 엄청난 압박을 느꼈고 온몸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오늘 이 자리에선 아마 죽을 운명이었다.화간종의 원현주와 다른 사람들도 잠시 얼어붙었다.‘남궁은서가 늘 입에 담던 천하의 자랑인 예천우는 어디 갔지?’그들은 자신들의 눈에 예천우가 등장하지 않음을 확인했을 때 오히려 더 놀랐다. 그 자리에 나타난 건 자기보다도 실력이 더 낮은 여 전주였다.그들은 수라전 전주의 실력을 감지했지만 그 사람은 결국 종사의 후급에 불과했다. 평범한 상황에서는 정말 놀라운 실력자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선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이런 말을 하는 건 정말 죽으러 온 거 아닌가?’선우서림 역시 몰래 눈빛을 빛냈다.‘역시 도련님이야. 말하는 게 정말 멋지네.’정우찬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여 전주, 방금 뭐라고 했어? 정말 종주가 되려 온 거라고? 장난치는 거 아니지?”“내가 장난처럼 보여?”이 말에 예천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우빈은 더 이상 희망을 버렸다. 그는 전주의 옷자락을 여러 번 잡아끌었지만 전주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여전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좋아. 그러면 넌 뭐로 종주가 되겠다는 거야? 그저 종사 후급의 실력으로?”정우찬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으며 말했고 이건
“그렇죠!”남궁은서는 이번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원현주는 잠시 얼어붙었다.‘어떻게 된 일이지? 잠깐만 혹시 남궁은서가 예천우를 부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새로 고른 건가? 그렇다면 새롭게 찾은 사람이 바로 여 전주라는 거야? 문제는 이 여 전주는 그저 종사 후급의 실력인데... 이 실력은 어림도 없을 거야. 그냥 총알받이로 온 건가?’“원 종주님, 당신도 여 전주를 지지하는 건가요?”정우찬이 냉정하게 물었다. 그의 눈빛은 살기를 띠고 있었으며 만약 옳다고 대답하면 그 뒤로 절정종의 복수가 기다리고 있을 듯했다.그러자 원현주는 얼굴이 미세하게 변했고 잠시 주저하며 남궁은서를 힐끗 보았다.남궁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한번 살짝 끄덕였다.분명히 원현주에게 수라전 전주를 지지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정우찬도 그 신호를 읽고 무서운 살기를 내뿜으면서 차갑게 말했다.“원 종주님, 잘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세요. 당신은 화간종의 모든 아름다운 제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그 말의 뜻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그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끔찍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암시였다. 죽음 그뿐만이 아니라 여자 제자들한테 더 많은 고통과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위협이었다.원현주는 마음속에서 작은 떨림을 느꼈고 그녀의 얼굴이 매우 어두워진 채로 다시 한번 남궁은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남궁은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원현주에게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두었다. 그녀들은 사이가 그렇게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원현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남궁은서도 잠깐 생각에 잠겼다.‘원 종주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날 믿고 따를 거야.’“언니!” 그때 원성희가 입을 열었다.“남궁 종주님을 믿자.”“좋아!”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결단을 내렸다.그녀들이 만약 절정종에 복종하면 자신과 언니는 더 이상 살아갈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화간종의 제자들도 다 같이 위험에 처하게
모두가 한순간에 반응을 보이며, 예천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이 여 전주가 양 종주의 주인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이상하지 않나?”원현주는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양박군의 실력을 눈여겨봤었고 그가 자신보다 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여 전주보다는 강했다. 그런데 그가 여 전주의 사람이라니 심지어 여전주를 주인이라고 부른다니 이게 말이 되나?게다가 남궁 종주가 말했던 것처럼 귀왕종은 수라전과 손을 잡았다고 했는데 이게 정말 여 전주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전이었던 걸까?그뿐만 아니라 임우빈도 어리둥절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의 실력을 분석해 봤지만 양박군은 자신도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었고 확실히 자신보다 강했다.정우찬은 이렇게 비난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만약 이 소년의 실력이 이렇게 무서운 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 대 때려눕힐 뻔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양 종주님, 말조심하십시오.”“제가 잘못 말했나요?”양박군은 비웃으며 되물었다. 그는 주인이라고 부른 이유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면 예천우의 정체가 드러날까 봐서였지만 이름을 부르기엔 좀 더 불편했다.“잘못 말한 거 없어요. 이 정우찬이라는 종주가 정말 무지하고 자만도 심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두 사람이 말이 맞아떨어지자 정우찬은 격분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불쾌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뒤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독박쥐가 즉시 반응했다.“이 자식, 죽고 싶어?”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오른손은 크고 날카로운 발톱처럼 변했고 강력한 진기가 공간을 찢을 듯이 뻗어나갔다. 예천우의 후두부를 직격할 듯한 강력한 기운이 다가왔다.독박쥐는 예천우 바로 뒤에 있었고 갑자기 공격을 시도했다.‘이 자식은 종사 후급에 불과해 반응할 시간도 없을 거야.’정우찬은 그 모습을 보며 비웃으며 생각했다.‘이 자식을 끌어올리려는 거라... 그럼 내가 먼저 죽여버릴 거야.’공격이 다가올 때 주
그들은 양박군이 예천우의 부하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실력이 이렇게 강력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양박군의 실력을 보니 아마도 정씨 형제들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강력한 것 같았다.이런 상황에서 대사자의 마음속 기대가 급격히 커졌다.원현주는 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양박군이 이렇게 엄청난 위세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마음속으로 큰 희망을 품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희망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정우찬은 얼굴이 심각해졌다. 양박군의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했고 그와 비교하면 자신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양박군은 전투의 신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는 마치 폭풍처럼 세차게 치솟아 올랐고 그때 그는 차갑게 말했다.“오늘 내 주인에게 손대는 자는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정우찬과 다른 이들은 모두 얼굴이 어두워졌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양 종주님, 이렇게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왜 이런 허무한 존재에게 주인을 맡기는 겁니까? 저 자식이 종주님을 어떻게 위협했는지 말해 주세요. 제가 문제를 해결해 주겠습니다.”“무지한 녀석.”양박군은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말을 내뱉었고 정우찬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양박군처럼 무서운 상대와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분노를 표하며 말했다.“양 종주, 끝까지 잘못된 길을 간다면 너도 끝장날 거야.”“우환아, 이 자식을 죽여버려!”“알겠어.”말이 끝나자마자 정우찬의 형제인 정우환이 빠르게 등장하며 한순간에 전장을 가득 채웠다. 그가 내뿜은 엄청난 압력은 주위를 즉시 압도했다. 공간이 흔들리며 그 기운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너무 강하잖아.”양박군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이제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와 싸울 순간이 드디어 온 것이다.“잠깐만!”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전투를 멈추게 했다.“왜? 이제 후회하는 거야? 좋아. 지금 바로 사과하고 내게 복종하면 한 번만 봐주지.”정우찬이
이 말이 떨어지자 절정종의 많은 고수들이 각자 마음속으로 충격을 받았다.‘이 여 전주가 정말로 싸움에 나선다고?‘정말로 우리의 판단이 잘못된 건가?’원현주와 화간종의 사람들은 모두 눈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순간, 그들은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남궁은서의 숨겨진 카드는 사실 용문의 예천우가 아니라 실력을 알 수 없는 여 전주라는 것을 말이다.그의 실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가 양박군 같은 무서운 부하를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게다가 응전한다고? 절정종의 종주 정우찬의 도전을 받아들였다고?’이 순간 그녀는 여 전주의 실력은 과연 어떤지 정말로 기대가 되었다.남궁은서와 선우서림도 눈에 빛나는 빛을 띠며 예천우의 모습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유일하게 양박군은 얼굴에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자신이 싸울 기회였는데 이젠 그 기회를 잃고 또 한 번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를 잃었다.임우빈은 얼굴이 창백했지만 예천우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말할 수가 없었고 그저 속으로 기도할 뿐이었다. 오늘의 일은 전혀 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뒤에서 따라오는 두 천왕도 멍한 표정이었다.이렇게 단호한 모습에 정우찬은 불안감을 느꼈다. 주로 예천우의 자신감이 너무 두려웠고 양박군의 무서운 실력도 한몫했다.하지만 정우찬은 곧 확신을 가졌다. 다행히도 자신은 이 상황에 대비했다. 그는 예상외로 중요한 순간에 준비가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사실 이들이 사람들을 소집하기 전에 그들은 특별히 비시대를 준비해 두었다. 비시대 주변에는 마도 대진이 깔려 있었다.이 대진법은 아무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전혀 눈치챌 수 없다.하지만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그 대진법을 통해 상상할 수 없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으며 현재의 자신보다 두 배 더 강력해질 수 있다.그들의 실력이 두 배 강해지면 이 세상에는 아무리 강한 적도 없을 것이다. 여 전주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죽음의 길만 남게 될 것이다.‘나의 수련법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