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은 코웃음을 치며 일어나 말했다. “가자!” 그는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의 일을 절대로 밖으로 발설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만약 이 일이 퍼지면, 우리 모두 끝장이야.”오랫동안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켜온 그는 이 자리를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특히 육지신선의 경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의 체면이 손상되는 일을 허용할 수 없었다.그는 자기가 그 경지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것을 되찾고 잃었던 존엄을 회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남궁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에 기쁨과 감격이 가득했다.자기 아들이 이렇게 무서운 경지까지 성장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대사자와 이사자 역시 반짝이는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서 예천우는 살짝 긴장할 정도였다.‘이 두 사람은 왜 나를 저렇게 보는 거지? 설마 나한테 반한 거야?’그때 양박군을 비롯한 세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남궁은서와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긴장했다.그들은 이미 예천우가 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가 전력을 다한 상태라 강한 종사 고수들이라면 여전히 위협적이었다.하지만 옛 용왕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만 지었고 움직이지 않았다.예천우는 대사자와 이사자가 나서려는 것을 제지하며 고개를 저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편이에요.”“우리 편이라고?”남궁은서는 순간 멍해졌다.“도련님!”양박군은 예천우가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 것을 보고 즉시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남궁은서와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이렇게 강력한 종사 고수들이 모두 예천우의 부하였고 그것도 예천우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것처럼 보였다.‘내 아들이... 벌써 내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었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여기엔 볼일 없으니 너희들은 돌아가서 각자 할 일을 해.”사실 그는 약간 후회하고 있었다.어머니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세 사람을 불렀지만 혼자서도 청룡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남궁은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예천우를 힘껏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천우야, 엄마가 미안해... 너를 이렇게 고생하게 하다니...”긴박했던 순간에도 남궁은서는 예천우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막고 있었다.그래서 어릴 적부터 부르던 애칭 천이 대신 그의 이름 천우를 불렀다.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 그러지 마세요. 어릴 때 일을 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우리가 수천 리를 쫓아온 자객들에게 쫓길 때 엄마는 혼자서 저를 지켜주셨잖아요.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저를 보호하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아요. 그리고 엄마가 마지막에 저를 어쩔 수 없이 떼어놓으신 것도 이해해요. 그걸 어떻게 엄마 탓으로 돌릴 수 있겠어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남궁은서는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 넌 절대 죽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맞아요. 저는 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엄마도 그렇죠. 이제 우리는 함께 잘 지낼 거예요.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려 한다면 그땐 제가 모두 없애버릴 거예요.”예천우의 단호한 말에 남궁은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실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구나. 너무 놀라워.”남궁은서는 이 말을 하며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움찔했다.그녀는 그동안 모든 사람이 탐냈던 신비로운 옥패를 떠올리며 무심코 물었다.“혹시... 네가 이미...”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이미 뭐요?”남궁은서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이내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천우야, 내가 소개해 줄 분들이 있어. 여기 계신 분들은 영종의 대사자님과 이사자님이셔. 그동안 두 분께서 엄마를 많이 도와주셨어. 이분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어.”그러자 예천우는 정중히 고개
이 모든 것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었다.만약 그들 몸속의 진기가 한 줄기 강물이라면 예천우의 진기는 끝없이 펼쳐진 대양이었다. 이제야 그들은 예천우가 어떻게 청룡과 같은 존재를 압도할 수 있을지 알아차렸다.이제 예천우가 있는 한 그들에게는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특히 최근 그들이 고민하던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그 문제는 바로 새로운 성종 종주의 자리를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이제 예천우가 돌아왔으니 그 자리는 당연히 그의 것이었다.오직 예천우만이 성종을 이끌어 다시금 찬란한 전성기로 복귀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부상이 모두 회복되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곳을 떠났다.예천우는 이번에 남궁은서와 다른 사람들을 직접 천궐 1호로 데려갔다.그곳은 공간이 넓고 수련하기에도 적합했고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을 그곳에 모시는 게 최고의 선택이었다.모든 준비가 끝나자 예천우와 남궁은서는 드디어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가졌다.남궁은서는 사랑과 추억이 가득한 눈빛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천우야, 네가 마음속에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어. 예전에 네가 어렸을 때는 네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차마 말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네가 알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예천우는 심장이 두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도 항상 궁금했어요. 아버지는 분명 집안에서도 존경받으며 누구보다도 뛰어난 분이셨는데 왜 갑자기 돌아가셨고... 왜 엄마랑 저는 집안에서 쫓겨나야 했었나요?”남궁은서는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이 모든 건 다 나 때문이야.”그녀의 눈에는 슬픔과 죄책감이 가득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네 아버지도 죽지 않았을 거야. 네 아버지는 절세의 천재였고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아마 청룡과 견줄 만한 경지에 올랐을 거야.”예천우는 놀라며 물었다.“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남궁은서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예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천우야, 내가 준 옥패 말인데... 혹시 네가
바로 그때 예천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잠시 망설였다. 바로 수라전의 부전주인 임우빈이었다.평소라면 직접 전화를 걸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남궁은서는 예천우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말했다.“받아. 우리의 이야기는 이따가 이어서 하면 되잖니. 마침 나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구나.”“알겠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우빈아, 무슨 일이야?”“전주님, 어제 절정종의 정우환이 직접 수라전에 와서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저를 쓰러뜨렸습니다.”임우빈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좌절감이 묻어 있었다.“제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정우환의 실력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전주님께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절정종?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말이야?”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절정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정우환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 줄은 몰랐다.임우빈의 실력은 절대 약하지 않았기에 예천우는 계속하여 물었다.“정우환이 뭘 요구했어?”그러자 임우빈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우환은 수라전이 원래 성종의 분파라고 주장하며 우리 보고 사람을 이끌고 성종에 복귀하라고 했어요. 자기 제안을 받아들이면 모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고 거역하면 모조리 죽여버린다고 했어요.”그러자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건방지군.”임우빈은 말을 이었다.“하지만 정우환의 실력이 너무 압도적이라 거부할 방법이 없었어요. 정우환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며 성문대회에 참석하라고 했어요. 만약 참석하지 않으면 수라전을 멸망시킬 거라고 협박했어요.”“허허. 성문 대회가 언제야?”예천우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이번 달 보름입니다.”“시간을 잘도 골랐군. 열흘 남짓하네.”예천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정우환이 다시 오면 우선 정우환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인다고 해.”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임우빈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정말로 성종에 복귀하겠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정우찬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를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했어요.”양박군은 비록 상대가 직접 나서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남겨진 손바닥 자국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알겠어. 정우찬의 요구를 일단 받아들여. 때가 되면 내가 직접 절정종에 가봐야겠어.”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화를 끊자 남궁은서는 멍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예천우가 자신을 전혀 피하지 않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청력과 판단력으로 많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예천우는 어머니의 반응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귀왕종은 이미 제가 장악했습니다. 귀왕종도 성종의 분파 중 하나로 절정종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남궁은서는 놀라움과 함께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귀왕종, 수라전이 모두 네 손에 있다는 거구나. 이제 우리 영종까지 합치면 성종 5대 문파 중 3개가 우리 편이네!”“그렇죠. 그런데 엄마가 영종 소속이라는 건 몰랐어요.”예천우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실 그는 어머니가 영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지만 대사자와 이사자의 말과 그리고 어머니가 일부러 영종이라는 말을 강조했을 때 짐작하게 되었다.“하하, 절정종은 참 웃긴 자식들이네. 5대 문파를 통합해 성종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결국 모든 노력이 너를 위해 준비된 것일 줄은 누가 알았겠니?”남궁은서는 기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물론 그녀도 정우환과 정우찬 형제의 실력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예천우는 청룡조차 이길 정도로 강해졌다. 그런 예천우라면 정씨 형제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어머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예천우의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어머니가 원한다면 그는 반드시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다.남궁은서는 문득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는 듯 말했다.“천우야, 왜 엄마가 이렇게 기뻐하는지 아니? 사실 성종의 전
예천우가 알기로 수라전에는 자신 외에 부전주 임우빈은 종사 중급의 경지에 불과했다.귀왕종은 상황이 더 나빴다. 귀왕 한 명만이 종사 경지에 있었고 비록 종사 절정에 가까웠다 해도 이미 예천우에게 패배해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이에 비해 영종에는 어머니인 남궁은서가 종사 후급에 도달해 있었고 세 명의 사자가 모두 종사급 고수였다. 특히 대사자는 종사 절정의 경지였고 비록 절정에 진입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종사 후급에 비해 훨씬 강력했다.절정종의 정확한 전력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이토록 오만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걸 보면 그들의 실력 역시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물론 종사 고수의 숫자도 중요했지만 그 아래의 고수들과 자원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각 문파는 막대한 자산과 자원을 소유하고 있었고 예컨대 수라전에 속한 여러 대가문은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며 자금을 대주고 있었다.게다가 문파들이 투자한 사업들까지 합치면 금전적 가치는 몇백조 원에 이를 것이다.남궁은서가 보유한 천상 그룹만 해도 그 시장 가치는 몇백조를 넘어섰다.“천우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남궁은서가 예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러자 대사자는 재빨리 열정적으로 덧붙였다.“도련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절정종이 강하긴 하지만 그들의 강점은 정우찬과 정우환 두 형제에게만 있습니다. 두 사람은 타고난 재능과 성종의 최고 심법을 익혀서 이미 종사 절정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매우 강력하지만 도련님보다는 한참 못 미칩니다.”“왜 그렇게 확신하시죠?”예천우가 묻자 대사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3년 전 정우찬이 용도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가 청룡에게 추격당해 간신히 도망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정확한 상황은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그 당시 정우찬은 청룡을 상대로 전혀 대항하지 못했습니다.”“설사 그들이 3년 동안 실력이 올랐다 해도 도련님을이길 가능성은 낮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도련님 같은 절세 고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테니 승산은 충분합니다.”대
“네!” 대사자는 흥분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순간 그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럼 대사자, 이제 가서 할 일을 봐. 나도 천우랑 할 얘기가 많아.”“알겠습니다. 종주님과 도련님을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대사자는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대사자가 막 자리를 뜨자 예천우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고 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천우야, 나야. 난...”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예천우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맞은편에 서 있던 예관희는 멍하니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이 녀석, 정말 단호하네. 어쩔 수 없군. 직접 만나야 할 방법을 찾아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 전화를 받지 않을 테니까.’예천우는 현재 과거의 일을 알아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자신을 부른 상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특히 그가 과거 어머니와 자신을 겨냥했던 일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었기 때문이다.전화를 끊고 난 예천우를 보며 남궁은서가 입을 열었다.“천우야, 아까 내가 조금 성급했던 것 같아. 정씨 형제의 실력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엄마,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세요. 성종 종주의 자리는 반드시 제가 차지할 겁니다.”예천우가 단호하게 남궁은서의 말을 끊었다.“그래... 알겠어.”남궁은서는 아들의 결단력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이 청룡을 이긴 강력함에 잠시 흥분했던 자신이 떠올랐지만 정씨 형제의 실력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남궁은서는 여전히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섯 개의 문파 중 세 개는 이미 자신들의 편이니까.“그래. 네가 조심만 한다면 괜찮아. 하지만 잊지 마. 너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니. 임완유는 정말 좋은 여자야.”남궁은서가 다정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고 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었다.“엄마도 완유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왜...”“왜 방해했냐고 묻고 싶은 거지?”남궁은서가 질문
“휴...” 남궁은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당시의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예천우는 들을수록 얼굴이 어두워졌고 온몸에서 억누르기 힘든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인간 탈을 쓴 짐승 같은 새끼들... 내가 반드시 원수들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천우야! 일단 진정하렴.”남궁은서는 예천우가 너무 충동적인 행동을 할지 불안했다. 그래서 지금껏 이 모든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녀 자신도 여전히 무척 분노하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예정환을 떠올릴 때마다 복수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 없었다.하지만 그럴수록 남궁은서는 아들인 예천우만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자신은 죽더라도 예천우에게 절대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예천우는 예정환이 남긴 유일한 혈육이기 때문이다.이 순간 예천우는 사부님이 왜 자신에게 적어도 종사 절정에 올라야 이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는지 깨달았다.종사 절정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이 모든 걸 알게 된다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결국 손쉽게 제거당할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충동적으로 굴지 않을 거예요.”예천우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말했고 그의 얼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래. 네가 그렇게만 해준다면 다행이야. 나도 백호를 죽인 건 내 마음속의 고통 때문이었어.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지는 않았겠지. 정말로 모든 걸 망칠 뻔했어.”“잘 죽였어요. 그런 쓰레기는 일찍 사라져야 했어요.”예천우는 자신의 평정심으로도 억누르기 힘든 분노를 겨우 누르며 말했다.“휴... 이건 모두 엄마 잘못이야. 널 고아원에 몰래 숨겨두면 안전할 거라 믿었지만 그 결정이 수많은 무고한 아이들에게까지 화를 미치게 할 줄은 몰랐어.”이 말을 할 때 남궁은서의 마음은 무척 괴로웠다.이 일로 인해 그녀는 지난 수년 동안 각종 고아원에 끊임없이 기부해 왔고 그것이 그녀의 양심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었다.그리고 이 일은 예천우 또한 계속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아무리 어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