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천우가 진짜 용왕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감히 속이겠어요?”임완유가 화난 듯 말했다.그 말에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지난날의 상황을 떠올렸다. 오늘 일어난 일과 방금 임선호와의 통화까지 생각났다.모든 사실을 결합해 보니 드디어 그들은 예천우가 진짜 용왕이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세상에! 천우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인 것도 모자라 심지어 용왕이라니! 천우의 신분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야?’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충격 속에서도 속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완유가 이런 완벽한 사윗감을 찾다니. 이건 정말 하늘이 내려준 복이야!’임국종 역시 크게 동요했다.‘이렇게까지 된 이상 천우를 반드시 우리 가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해.’임국종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완유야, 우리가 정말 잘못했어. 천우를 오해했었어. 네가 한 번 천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해줘. 우리가 직접 가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어.”임완유는 잠시 망설였고 그녀는 가족들이 정말로 진심으로 천우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사과하는 건 좋은데, 천우가 이미 화가 많이 난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부탁하면 날 위해서라도 억지로 우리 가족들을 용서할 수도 있겠지.’임완유는 깊은 고민에 빠졌고 유은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뭘 그렇게 고민해? 만약 더 지체하다가 천우를 다른 사람이 데려가면 어쩌려고 그래? 그때 가서는 후회해도 소용없어.”유은수는 속으로 예천우의 두 가지 높은 신분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내가 젊었으면 나라도 천우를 쫓아갔을 거야.’그러나 유은수의 말은 오히려 임완유를 화나게 했다.‘역시나 엄마는 천우의 권력과 지위를 보고 사과하려는 거네.’임완유는 더욱 확신하며 물었다.“제가 전화할 테니 왜 갑자기 이런 태도로 바뀌게 되었는지 저한테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갑자기 깨달았을 뿐이야. 네 할아버지가 이미 설명했잖니.”“전혀 믿을 수 없네요.”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임국종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임완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유은수는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예관희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우고 집에서 쫓아냈던 일까지 모두 솔직히 말했다. 지금 임완유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예천우를 잃고 심지어 큰 사고를 친 셈이었다.“뭐라고요? 예 어르신을 사기꾼으로 몰았다고요? 게다가 어르신께 욕하고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고요?”임완유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앞서 들었던 일보다 이번 일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이건 정말 큰 일이야. 우리 가문이 완전히 망할 수도 있겠어.’유은수는 급히 덧붙이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완유야, 너무 걱정하지 마. 예관희 씨가 천우를 몹시 아끼고 있나 봐. 그래서 모든 걸 참고 있는 것 같아. 천우가 나서주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야. 예 어르신도 더 이상 우리를 탓하지 않을 거고.”임완유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잠깐만요. 저도 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요.”임완유는 모든 상황을 곰곰이 되새기며 이해하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이유를 깨달았다.‘결국 천우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알고 태도를 바꾼 거잖아. 천우의 권력과 지위를 보고 또다시 욕심을 부리려는 거야.’임완유는 더 이상 가족들의 이런 태도를 두고 볼 수 없다고 결심하며 차분히 말했다.“좋아요. 천우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볼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천우에게 우리 집으로 당장 돌아오라고 강요하지 마세요.”“그건...”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내심 불만이었지만 임국종이 먼저 나섰다.“알겠어. 천우와 네가 잘 지내기만 하면 돼. 다른 건 강요하지 않을게.”‘완유가 천우랑 관계를 회복하면 다른 건 너무 자연스럽게 이뤄낼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강요하면 어쩌면 천우는 점점 더 우리가 싫을 수도 있겠지.’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천우를 존중해줘요.
“알겠어. 사실 사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너도 알다시피 네 가족들은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체면을 위한 쇼일 뿐이야. 어차피 내가 임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사과하든 말든 상관없어.”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직접 말했다.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더욱 마음이 아파서 다급하게 말했다.“미안해. 네가 이렇게까지 참는 걸 보면 너무 속상해. 앞으로는 우리 가족들을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돼.”임완유의 말에 유은수는 표정을 찌푸리며 뭔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임국종이 그녀를 제지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천우의 마음을 돌리는 거야.’그러자 예천우도 담담히 말했다.“자책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고마워.”임완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나도 알아. 가족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네가 예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정말 넌 예씨 가문의 사람이야? 물론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아도 돼.”임완유의 물음에 예천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솔직히 답했다.“그래. 이제 와서 숨길 필요도 없겠지. 난 예씨 가문의 사람이고 예관희는 내 할아버지야.”“정말이었네...”임완유는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예천우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절대 할아버지를 용서하고 싶지 않아. 넌 내가 어렸을 때 추격당했던 일 기억하지? 네가 준 먹을 것 덕분에 간신히 살아났던 그때 말이야.”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기억해.”“바로 예씨 가문이 한 짓이었어. 예씨 가문 사람들은 우리 어머니와 나를 가문에서 쫓아냈고 어머니는 나를 지키려고 추격자들을 따돌리며 홀로 떠났고 난 지금까지도 어머니를 찾지 못했어.”이런 과거의 일들은 사실 이제는 비밀도 아니었다.예천우의 말에 임완유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랬구나. 그래서 네가 예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려는 거였어.”임완유는 갑자기 유은
예천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청룡과 다른 전신들의 동향을 계속 주시하고 선우서림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 그리고 영종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최근 몇 년간 영종의 움직임과 고위직 사람들의 정체를 파악해.”“알겠습니다!”잠시 생각하던 예천우는 즉시 말을 이어 나갔다.“특히 청룡 같은 인물들에게는 절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마.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얻도록 해.”그는 청룡 전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청룡이 자신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금세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부하가 대답하자 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그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만약 어머니가 정말로 백호 전신을 죽였다면 어릴 적 그 사건에도 백호 전신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겠네. 만약 어머니가 그토록 강력한 전신을 죽일 이유가 있다면 과거에 어떤 원한이 있었던 거겠지. 게다가 백호 전신은 마침 예씨 가문의 사람이란 말이야.’‘만약 내가 생각한 게 사실이라면 난 반드시 나중에 청룡과 맞설 수밖에 없겠네. 예전에는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많이 다른 상황이야. 누가 어머니를 건드리든 난 절대 살려 두지 않을 거야.’그 시각 임완유는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스피커를 켜지 않고 천우와 통화했기에 다른 사람들은 예천우가 전화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임완유의 표정을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하지만 임완유는 그때 고개를 내저었다. “완유야, 왜 머리를 내젓는 거야? 설마 천우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 거야?”조급해진 유은수가 먼저 나서서 물었다.비록 잘 듣지는 못했지만 유은수는 예천우가 아마도 그들이 예관희를 모욕한 짓을 알아차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냥 예천우의 말 한마디면 되는 게 아니야?’“완유야, 설마 천우가 우리를 도와주지 못한다고 한 거야?”임국종이 물었다.“도울 수 없는 게 아니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래요.”임완
임완유는 어머니를 너무 잘 알기에 그녀의 회피하는 눈빛을 보고 냉랭하게 물었다.“엄마, 제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원래 몹시 초조했던 유은수는 임완유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화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쳤다.“안 믿으면 어쩔 건데? 너도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그리고 한층 더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좋아. 사실대로 말할게! 내가 킬러를 고용해서 예천우를 죽이려 한 건 맞아! 게다가 20억을 넘게 썼다고! 예천우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 봐준 거지 아니었으면 암살 임무를 취소도 안 했어. 내가 괜히 20억 넘게 날린 셈이잖아. 그런데도 날 돕지 않겠다고? 이게 말이 돼?”유은수는 씩씩대며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말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잘못은 언제나 남의 몫이었다.“엄마...”임완유는 그만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임국종과 임강을 돌아보며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정말 말도 안 돼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임완유는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암살 명령을 취소하긴 했지만 혹시라도 연락이 닿지 않은 킬러가 여전히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었다.킬러는 보통 총을 가지고 있었고 예천우가 아무리 무술이 뛰어나더라도 총알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있었다.임완유는 반드시 예천우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해야만 했다.예천우는 방금 전화를 끊었는데 임완유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혹시 급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어 그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천우야, 지금 킬러가 널 노리고 있어요. 정말 조심해야 해.”임완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임완유, 너!”유은수와 임씨 집안 사람들은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임완유의 말을 듣자 곧바로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천우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그들에게 도움을 줄 리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이고, 완유 너 정말! 남자가 생기더니 이제 엄마는 필요 없다는 거냐? 정말 배은망덕한 계집애네!”유은수는 분노에 가
임완유는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혀 있었다. 부모님의 행동에 분노하면서도 예천우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에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동시에 임완유는 예천우의 관대함에 감동했다.분명 유은수가 저지른 일은 지나치게 심각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었지만 예천우는 통화 내내 그 일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사실 예천우가 말을 아낀 건 분명 자신이 난처해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다.예천우의 이런 세심한 배려와 임완유를 향한 진심은 그녀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예천우는 늘 이렇게 많은 것을 참아주고 베풀어줬는데 임완유는 자신이 집안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천우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약속할게. 앞으로는...”임국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고 이번만큼은 그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임국종은 예천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이 손녀인 임완유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그러나 예천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됐습니다. 약속은 하지 마세요. 지난번에 하셨던 약속도 아직 제 귀에 생생한데 그 뒤로 달라진 게 뭐가 있죠?”임국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그래. 네가 날 믿지 않는 것도 당연해. 내가 네 입장이었어도 내 말을 믿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이야.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 부탁이야.”임국종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이번에야말로 임국종은 예천우의 진심과 능력에 대해 완전히 인정하고 있었다.비록 예천우가 대단한 배경이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닐지라도 그의 실력과 성품만으로도 임완유를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예천우는 임국종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나이 든 그가 이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려는 찰나였다.그러나 이때 유은수가 끼어들었다.예천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가 마음을 돌린 줄로 착각한 유은수는 성급히 말했다.“그래. 나도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임국종은 냉담하게 대꾸하며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유은수는 급해진 나머지 다시 임완유를 바라보았다.임완유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알았어요. 엄마. 제가 할아버지랑 이야기해 볼게요.”유은수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꼭 잘 얘기해서 일을 해결해 줘!”임완유는 임국종을 찾아갔다.임국종은 딸을 보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완유야,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천우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할 텐데.”임완유는 임국종의 진심 어린 사과에 조금 안심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이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와 천우의 관계는 아직 희망이 있어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 부모님이에요. 두 분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계세요.”임국종은 잠시 멍하니 임완유를 바라보다가 물었다.“네가 말뜻은 내가 네 부모를 혼내주라는 거야?”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혼내라는 게 아니에요. 잘못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게 해주시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또 문제가 생길 겁니다.”임완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천우에게 더 이상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저도 천우의 아내가 될 자격도 없어요.”임완유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물론 천우의 비위 맞추려는 건 아니에요. 천우는 그런 걸 원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할아버지도 이 점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임국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 네 말이 맞아. 내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게. 하지만 유일한 걱정은 바로 예 어르신께서 정말로 우리한테 보복할지 두려워.”임완유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저는 천우 씨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껴요. 저를 그렇게 아껴주는 사람이 왜 이번 일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했을까요? 단순히 우리 가족의 무례함 때문
예천우는 이미 어머니일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급하게 물었다.“사모님이요? 누구 말입니까? 지금 어디 계신 거죠?”“바로 도련님의 어머니 남궁은서입니다. 사모님은 지금 성 밖의 온드 장원에 있어요!”선우서림은 남궁은서의 명령을 어기며 예천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남궁은서는 이번 일을 절대 예천우에게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그녀는 결국 남궁은서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다.남궁은서는 그녀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만약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남궁은서는 이번에 정말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이 말을 들은 예천우의 얼굴이 즉시 냉담해졌다.“어머니께 시간을 끌 방법을 찾으라고 전해줘요.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그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어머니, 제발 아무 일도 없으셔야 해요.’그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갑자기 예천우는 어머니가 왜 성 밖으로 간 것인지 짐작이 갔다.‘아마도 내가 찾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멀리 숨어계셨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왜 호텔에서 살다가 갑자기 그런 외딴곳으로 옮겼겠어?’다행히 이곳에서 온드 장원까지 거리는 멀지 않았다. 보통 속도로는 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예천우의 실력이라면 30분 안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위해 그는 곧바로 양박군에게 전화를 걸었다.“박군아, 지금 당 장로님과 독고살과 함께 있어?”양박군은 예천우의 급한 목소리를 듣고 곧장 대답했다.“네. 도련님.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너희 셋은 지금 즉시 성 외곽 온드 장원으로 출발해. 가능한 한 빠르게 도착하되 밖으로 드러나지 말고 대기해. 내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마.”예천우는 자신을 믿고 있었지만 이번 상대는 청룡 전신이었다.게다가 그가 얼마나 많은 고수들을 데리고 왔을지도 알 수 없었다. 비룡위의 전력을 생각하면 종사급 고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청룡은 물론 전신이라 하면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가장 약하다는 백호 전신조차 종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