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렴. 만약 네가 나라면, 너는 기왕비를 구할 거야?” 아사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구할 거예요!”원경능은 의아해졌다. “왜?”아사는 입을 벌리고 웃었다. “기왕비가 죽으면 그 저명양이 정비가 되는 거잖아요. 기왕비와 비교했을 때 저는 저명양이 더 싫어요.”“나도 저명양이 싫어. 하지만 저명양은 기왕비처럼 직접 내 목숨을 노리지는 않았어.” 그럼 이 선택은 좋고 싫음에 따라야 한단 말인가? “만약 저명양이 이후에 기왕비가 된다면 그녀는 지금의 기왕비와 똑같은 일을 할 거예요. 게다가 그녀는 더욱 거리낄 것이 없죠. 기왕비의 계략은 깊고 진중해요. 비록 독사같이 매우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저명양은 그냥 미쳐버린 승냥이나 이리 같잖아요. 그 짐승이 한번 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독사는 해독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원경능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 점은 기실 그녀도 생각했었다. 기왕비도 저명양보다 나은 곳은 없지만 저명양은 반드시 기왕비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잔혹하고 포악할 것 같았다.아마 이것이 그녀의 잠재의식이 기왕비를 구하게 한 원인인 것 같았다. 동시에 다른 하나의 원인이 더 있었는데, 원경능은 그다지 달갑게 승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기왕비가 그날 그녀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기왕비는 다섯째가 태자자리에 오르는 것을 돕겠다 했다. 그녀는 기왕비의 도움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만약 기왕비의 오빠인 동안의 문하 사람들이 모두 기왕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왕의 양쪽 팔을 잘라내는 셈이었다. 심지어 그보다 더 심한 것일 수도 있었다. 기왕의 세력이 꺾이고, 이번에 폐하의 처벌까지 합해지면 자연히 때를 기다리며 낮은 자세로 행동하면서 암암리에 세력을 키울 것이다. 이건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바꾸어 말하면, 이건 세력을 다시 키워야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아사, 너의 말대로 저명양이 좀더 밉고 좀더 흉악한 것 같아. 그럼 기왕비가 살아있다 해도
이튿날 우문호는 원경능과 돌아갈 때 직접 산을 내려가지 않고 방장의 분부대로 뒷산에 있는 작은 절에 가서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안돼 여러 마차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마차는 뒷산의 평지에 세워졌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마차에서 내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서일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말했다. “이 대인? 오 대인? 손 장군? 조 군왕?” 그걸 보고 있던 우문호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모든 사람들이 첫째가 부황의 명에 따라 여기에서 근신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또한, 엄격히 성지를 내려 누구도 방문할 수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지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건 절대로 방문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배웅하러 온 혜사부(慧師父)가 말했다. “왕야, 이 몇몇 대인들은 매일 옵니다. 뒷산으로 들어가서 기왕 전하와 일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우문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잘 알겠네. 알려줘서 고맙네, 사부. 방장한테 전해주게. 본왕이 먼저 작별을 고한다고.” 혜사부는 합장했다.“왕야, 왕비, 살펴 가십시오.” 마차는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비록 산길이었지만 황실의 사찰인지라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다. 우문호는 내려오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거의 경성에 도착할 즈음에야 그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 기왕비를 치료할 충분한 약이 있는 거 맞지?” “네!”원경능도 사실 입을 떼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이 일을 꺼낼까 고민 중이었다. 하여 그가 말을 꺼내자 얼른 대답했다. 우문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그녀의 병을 치료해줄 수 있어. 하지만 이 일은 절대 비밀이야.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그녀의 명줄을 당신 손안에 쥐고 있어야 해. 나도 이번 사건으로 그녀를 견제할게.” 원경능은 그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니 조금 이상했다. “방금 그 사람들은 다 기왕 일당이에요?” “다 그런 건 아니야.”이 점이 우문호의 걱정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그는 예전에 큰 형님은 적어
아사는 기왕부에 도착했다.기왕부는 측비를 맞을 준비로 분주하여 부중 어디에도 안주인의 병이 중하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호국사에 있는 기왕이 명하길 이번 결혼은 반드시 성대하고 번화하고 호화스럽게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하여 부중의 모든 가신과 집사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병세가 중한 정비의 뜰은 쓸쓸했다.아사는 원경능의 분부대로 입 가리개를 하고 나서야 기왕비를 만나러 갔다.기왕비는 주위를 물리고 침대식 의자에 누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아사를 한번 보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게.” “왕비께서 저더러 말을 전하라 하셨어요. 그녀는 내일부터 약을 제조한다 했습니다. 하지만 기왕비의 병세가 도대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니 내일 기왕비더러 한번 초왕부에 들르라 하셨어요.”아사가 말했다. 기왕비가 냉소했다. “그러던가? 그녀도 두려운 모양이지? 아니면 나의 조건에 동의한 것인가?” 아사가 쌀쌀하게 말했다. “왕비가 한마디 더 전하라 했습니다. 만약 기왕비가 목숨을 연명하고 싶다면 선후를 잘 판단하라 하였습니다. 만약 왕비가 협박에 의했거나 기타 다른 뜻이 있어 당신의 병을 치료해준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예 올 필요 없습니다.”말을 마친 아사는 몸을 돌려 나갔다.“왕비, 원씨네 계집애가 참으로 괘씸합니다.”신변에 있던 시녀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기왕비는 눈을 감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아사의 건방짐을 그녀는 이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목숨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만약 네가 본비를 구할 능력이 있으면 너도 저렇게 건방져도 된다.”기왕비가 쌀쌀하게 말했다.시녀는 눈을 내리 깔았다. “소인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기왕비는 아주 의아했다.그녀는 자신이 비천한 먼지로 변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그녀는 원경능 앞에서도 비굴하게 아첨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었다그녀는 내키지 않았다.원경능 때문이 아니었다. 원경능이 다 뭐라고. 그녀는 그저 한 마
기왕부는 파악하기 아주 힘든 곳이다. 두 측비가 전부 죽었다. 기왕부부도 상생상살 하는 사이었다. 보기에는 잘 꼬아진 동아줄 같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비튼다면 실은 각자 제멋대로인 셈이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원경능은 오늘의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다.우문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할 것 없어. 기왕비가 만약 병으로 죽는다면 동씨 집안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고 틀림없이 계속 그를 도울 테니까.”“기왕은 실로 사악하고 잔인한 사람이네요.”원경능의 말했다.“부부가 다 똑같아. 둘 다 야심이 있으니깐.”우문호는 그들이 똑같이 모질고 지독한 것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참, 그녀의 태도는 어땠어?” 원경능이 말했다. “제 말은 그렇게 모욕적이지 않았지만, 아사는 아마 그녀에게 꼭 거만하게 굴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참았어요. 태도는 가히 비천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정세를 잘 볼 줄 아는 사람이니까.”우문호는 잠시 생각했다. “내일 오면 당신이 그녀에게 말해줘. 정강부의 사건은 내가 그녀에게 뒷길을 남겨 줄 것이라고. 일단 막문을 잘라내겠지만, 막문과 경중의 접촉은 내가 여백을 남길 거라고 전해주면 돼.” “하지만 어떻게 부황께 보고할건데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원경능을 보며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 “부황도 첫째가 연루되는 걸 바라지 않을 거야.”원경능은 어리둥절해졌다. “어째서 그렇게 말해요?”“내각에서 공문을 내려 보냈어.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정강부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일단 파면시키고 조사하라고 지시했어.”“이것으로 부황의 의중을 보아낼 수 있어요?”원경능이 보기에는 이 공문에 그리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저 빨리 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 같았다. 우문호가 말했다. “내각의 뜻은 먼저 파면시키고 안건을 수사하라는 거야. 이후에는 형부나 이부로 넘어가 처리되겠지. 그건 나도 몰라. 어쨌든 우리 경조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테
원경능은 지금 떠돌아다니는 제왕부의 소문을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예전에 제왕비가 한가지 일을 벌였었는데 아사가 돌아와서 그녀에게 알려준 적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참으로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처음에 저명취란 사람을 너무 높이 평가했었다. 원래는 그녀의 야심과 실력이 대등한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가 그녀의 야심을 따라가지 못했으니, 결국에는 그저 안채에서 측비와 싸우는 지경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듣자 하니 일곱째와 원측비가 아직 합방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손왕비가 말했다.원경능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며 궁중의 일들을 두루 말했다. 나중에는 손왕비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오늘 손왕비와 나눈 이야기가운데서 원경능의 가슴에 맺힌 건 바로 저명양이 우문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저녁때 우문호가 돌아와 식사를 하려고 하자 그녀가 물었다. “저명양은 당신을 좋아하죠?”우문호는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더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당신 어디서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어?”원경능도 그를 보았다. “애써 태연한척해도 당신 그 내면의 어수선함은 감출 수 없거든요. 당신은 알고 있어요.”“몰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당신이 임신 중이라 생각이 많아서 그래.”우문호는 그릇을 들고 계속 밥을 먹었다. 누가 아는가? 그는 모르는 일이다. 누가 또 입을 잘못 놀렸단 말인가?“손왕비가 말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대요. 그저 사람들이 말을 안하고 있을 뿐이래요.”남편마음은 부인이 제일 잘 안다고 했다. 원경능은 그가 눈을 똑바로 뜨고 앞만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감히 좌우로 곁눈질조차 하지 못했고, 감히 눈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못했다.그는 마치 잔잔한 하나의 못 같았다.켕기는 게 있는 것이다!그녀도 그릇을 내려 놓았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이 일은 당신 탓이 아니잖아요. 전 그저 알고 싶을 뿐이에요.”우문호의 눈빛은 그제야 가볍게 움직였다. “확실히 나를 탓 할 수 없지.
아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서일, 당신의 말이 다 사실인가요?”“아주 확실합니다.”서일은 자칫하면 맹세까지 할 기세였다.“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돼요. 당신 어제 봤을 때 왕야는 그렇게 화난 표정이 아니었단 말이죠?” “화난 표정이 아니었어요. 왕야는 하나도 화를 내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아도 화내는 표정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제 돌아오자마자 왕비한테 알리려 했어요. 하지만 탕 대인한테 말하니 탕 대인이 왕비에게 말하면 안되다고 해서 감히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 손왕비가 와서 이 일을 말해주니 저도 응당 왕비께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왕비께선 울먹이셨는걸요.”서일은 누구에게 미안한 짓을 해도 다 괜찮았지만 왕비에게만은 아니었다. 특히 왕비가 막 울려고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마음은 개에게 물어 뜯긴 것처럼 괴로웠다.아사는 서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왕야는 당신을 죽이려 할거예요.”서일은 어리둥절해 났다.“무엇 때문에요? 제가 그 저씨 집안 둘째 아가씨를 들여보낸 것도 아닌데요.”원경능은 서일을 보며 말했다. “자네 지금 당장 가서 관아의 일군을 찾아보게. 어제 저명양이 경조부에가서 그를 찾은 일을 꼭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네. 가서 물어보게. 누가 그녀가 온 것을 보았는지. 그녀가 아무 이유도 없이 점심 휴식을 하는 곳에 찾아갈 리 없지 않은가.”“그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남성 복장을 한 작은 노파가 있었습니다.”서일이 말했다.“작은 노파?”원경능은 어리둥절했다. “혼자 들어간 게 아니었다고? 작은 노파를 자네 본적이 있나?”“본적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옷은 아주 진귀한 것이었습니다. 눈에 익숙한 옷이었고 어디서 본 것 같았습니다.”서일은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원경능은 즉각 명했다. “그만 생각하게. 자네 머리로 내년까지 생각해도 생각하지 못할 거네. 빨리 가 보게.”“지금 가라고요?”“지금 당장 가보게. 난 일초도 기다리지 못하겠네.”그녀
원경능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우문호가 뒤를 따라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그럼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말해봐요. 말하면 제가 다 믿을게요.”원경능은 자신과 합의를 봤다. 이 남자는 그렇게 황당한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그녀는 화가 나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왜 그 일을 감추었는지 듣고 싶었다.우문호는 부아가 치밀어 말했다. “그녀는 확실히 왔었어. 하지만 와서 나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 그녀는 저수부와 함께 왔었어.”“서일은 저수부를 보지 못했어요. 그저 한 작은 노파를 보았대요.”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머리를 돌려 서일을 보았다. 눈에는 의혹만 가득했다. “저수부를 보지 못했다고? 작은 노파였다고?”서일은 굵은 허벅지를 탁 치며 문득 모든 것을 깨달았다. “소인 생각났습니다. 그건 저수부... 아니, 저수부의 옷이었습니다. 두루미를 수놓은 그의 옷이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저수부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남장을 한 작은 노파였습니다. 얼굴에는 주름이 있었습니다.” 우문호는 머리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본왕이 문지기에게 물었었다. 문지기가 말하기를 자신이 직접 저수부와 저명양을 안내했다고 했느니라, 그는 본왕이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돌아갔다고 했어. 돌아가기 전에 저수부와 저명양이 아래채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했어.”“방으로 들어간 뒤에는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 눈에는 온통 막연함뿐이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내가 나왔을 때 부윤이 말하기를 내 얼굴에....”그는 가만히 원경능을 한번 보고는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본왕의 얼굴에 커다란 입술자국이 있다고 했어. 그렇지만 본왕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원경능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그들은 들어가서 얼마 동안 있었어요?”“차 한잔 마시는 시간 정도라고 문지기가 말했어.”“나갈 때 문지기
우문호는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어보아도 여전히 막연했다.나중에는 원경능의 손을 잡았다. 원경능이 뿌리치려 하자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당신의 손을 잡으면 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단 말이야. 그래야 천천히 생각할 수 있어.”원경능은 그저 그가 손을 잡은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좀 지나자 그녀가 물었다. “생각났어요?”우문호는 허전해하며 말했다. “껴안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당신....”원경능은 화가 났다. “당신 좀 진지하면 안돼요?”우문호는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아주 진지해. 하지만 머리가 솜뭉치로 꽉 막힌 것 같아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당신 잘 생각해보세요. 저수부의 손이라든지, 옷, 머리 장식, 혹은 다른 것들....”원경능이 일깨워 주었다.“옷.....옷.”우문호는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 “두루미. 맞아. 그 옷이었어. 그 옷의 두루미는 움직이고 있었고 입에서는 ‘다다다’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어.”원경능은 알아챘다. 그녀가 서일에게 말했다. “가서 술 한 병과 닭 한 마리를 가져 오게.”서일은 명을 받들고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먼저 술을 갖고 들어와 원경능에게 주었다. 원경능은 술을 우문호에게 주며 말했다. “단숨에 반 병을 들이키세요. 절반 정도만 취하면 돼요.” 우문호가 물었다. “왜 술을 마셔야 해?”“마셔요!”원경능은 해석도 안하고 그저 무거운 소리로 명만 내렸다.우문호가 술을 받아 머리를 젖히고 벌컥벌컥 반 병을 마셨다. “그리 취하진 않았어.”“방금 마셨으니 그렇죠. 기다려요. 저 침대식 의자에 가서 반쯤 누워 있어요.”원경능이 말했다.우문호는 곧바로 가서 누웠다. 눕는 순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서일은 조리사 손에서 막 도마에 올라 머리가 잘릴 뻔한 닭을 빼앗아 후닥닥 뛰어갔다.원경능은 그더러 닭을 가슴에 안고 우문호에게 걸어가라 했다. 닭은 놀라서 꼬꼬댁 소리를 냈다.우문호는 눈앞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