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제는 소빈을 바라 보았다."네가 말해보거라. 그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소빈이 훌쩍거리면서 입을 열지 않자 명원제가 화를 냈다."왜 우는 것이냐? 말하라면 말해."소빈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답하였다."폐하께 아룁니다. 신첩은 그날.... 홀로 외출하여 산책하다가 명화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에게 끌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신첩 그 사람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향기를 맞고 머리가 어지러워졌습니다. 그 뒤 신첩은 누군가가 신첩의 옷을 벗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다섯째 형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어 정신을 차렸는데 그 사람이 초왕임을 발견하였습니다. 초왕은 검으로 작은 환관을 죽였는데 신첩 기절초풍할 지경으로 놀라 머리를 쥐고 쪼그려 앉았는데 팔황자도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뒤 초왕은 신첩을 끌고 함께 담장을 넘더니 신첩을 버리고 곧 떠났습니다."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하였다."만일 본왕이 그대를 희롱하였다면 응당 그대도 함께 죽였을 것이다."소빈은 잠시 멈칫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오숙화를 바라 보았다.명원제는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어 자연히 이 무의식적인 눈빛을 발견하였다.아까는 그저 화를 내기에 바빴지만 지금 보아하니 확실히 속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다섯째가 아무리 간이 크다 하여도 절대 감히 이러지 못할 것이다. 명원제는 잠시 고려하다가 명을 내렸다."여봐라, 소빈과 덕비를 함께 덕상궁으로 모시거라. 짐의 명령 없이는 덕상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초왕을 암실로 감금하고 조사하거라. 오숙화도 함께 데리고 가거라."우문호는 속으로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황께서 이렇게 냉정히 명을 내리는 것을 보아 아마 완전히 소빈과 오숙화의 말을 믿지 않은 것 같았다.소빈은 생의 희망을 보았다.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희롱 당하였고, 우문호가 성공하지 못한다고 우긴다면 살 길이 있을 것이다.그리하여 소빈은 감히 자신이 간통하였다고 말하지 못했다. 우문호를 죽일 기회를
어멈은 쪼그려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너무 격동되어 자신을 다칠 것을 우려했다."폐하께서 왕야를 암실로 끌고 가셨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하였다. 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그렇군."'이게 왜 격동될 일이란 말인가? 암실로 갔다니, 우문호는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데.'어멈은 왕비가 현재 점점 더 침착해졌다고 생각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그러하니 왕비께서는 꼭 팔황자를 구하셔야 합니다. 현재 유일한 목격자인 팔황자가 깨어나야만 왕야의 결백을 증명해줄 수 있습니다."원경능은 그제야 눈치 채고 어멈의 손을 덥썩 잡았다. "무슨 뜻인가? 암실은 무엇 하는 곳인가? 그가 어떻게 되었단 말이지?"희씨 어멈이 답하였다."암실은 황궁 중 일을 범한 내시와 궁인들을 잠시 가두는 곳입니다.""그가 어떻게 되었어?"원경능은 긴장되었다."부황께서 왜 그를 암실에 가두었지?"희씨 어멈은 고개를 저었다."소인도 모르겠습니다. 소인 방법을 대어 덕상궁에 가서 소식을 알아보겠으나, 아마 현재 덕상궁에 금족령(禁足令)이 내려졌는지라 소인 아마 들어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이 일은 덕상궁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원경능은 멍해졌다. 어멈이 서두 없이 말하니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하였는지 알 수 없었다. 희씨 어멈이 말하였다."오늘 왕야께서 소인에게 덕상궁으로 가 덕비마마더러 소빈을 심문하게....""잠깐, 소빈은 누군가? 왜 소빈을 심문해야 하는가? 왕야가 암실에 갇힌 것과 소빈이 무슨 관계가 있지? 팔황자와 무슨 관계가 있어? 유일한 목격자라니? 고사의 사건을 말하는 건가? 고사가 승인했어?"원경능은 얼떨떨했다. 그녀는 입궁한 뒤로부터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어멈은 잠시 멍해졌다가 불현듯 왕비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아마 왕야는 아직 왕비에게 사건에 대해 말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희씨 어멈이 일어나며 말하였다."먼저 휴식하십시오. 소인이 덕상궁에 들어갈 수 있는지
원경능은 정전을 나섰다. 궁녀에게 작은 의자 하나를 옮겨오도록 명하고는 소빈 앞에 앉았다.소녀는 한참 동안 소빈을 바라 보았다. 소빈은 원래 계속 머리를 수그리고 있었는데 원경능이 소름 끼칠 정도로 바라 보자 담담하게 말하였다."왕비,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십시오."원경능이 말하였다."덕비마마께 듣자 하니 절로 예쁘다고 생각한다면서요?"소빈은 원경능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왕비보다 예쁘다고 생각합니다.""부황께서 왜 당신을 총애하지 않는지 압니까?"소빈이 싸늘하게 웃었다."이 일은 왕비와 상관이 없습니다. 왕비도 그런 말을 물을 자격이 없습니다. 왕비는 초왕을 위해 뛰어다니십시오. 다만 후궁을 희롱했다는 죄라 아마 소용이 없을 겁니다.""당신은 부황이 그렇게 어리석다고 생각합니까?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저도 분별할 수 있는데 부황이라고 모르겠습니까?"원경능은 웃으며 최대한 자신의 손이 뺨을 후려치지 않도록 공제하였다.""만일 왕비께서 그렇게 확신하신다면 이곳에 올 필요가 없습니다. 안심하고 기다리면 됩니다.""내가 이곳에 온 것은 왕야가 암실에 계속 있게 할 수 없어 그럽니다."원경능은 웃더니 다가붙으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동시에 당신의 살 길을 끊어놓으려고 합니다."소빈이 멍해졌다."무슨 뜻입니까?"원경능인 작게 탄식하였다."사실 저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허나 방법이 없네요."원경능은 손을 뻗어 소빈의 비녀를 뽑고는 자신의 팔뚝을 찔렀다. 순간 선혈이 흘러내렸다.소빈이 당황하여 그녀를 바라 보았다."미친 겁니까?"희씨 어멈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왕비, 이럴 필요가 있습니까?"원경능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말했다."부황께 소빈이 먼저 나를 모욕하고 또 비녀로 나를 찔렀다고 아뢰게."소빈은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신....저를 모함하는 겁니까? 전 모욕한 적도 없고 찌른 적도 없습니다."원경능이 싸늘하게 웃었다."왕야도 당신을 희롱한 적도 없고 사람을 죽인
쳥화전 쪽은 원경능이 없어서는 안 되었기에 우문호는 곤장을 다 맞고 재빨리 부축되어 나왔다.그저 서른 대라면 그래도 견디기 쉬웠을 것이다. 필경 그 매를 다 맞고, 고통이 지나나고 며칠만 고생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른 대를 다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열 대를 더 맞으니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서일이 그를 부축했을 때, 그는 온 몸의 무게를 서일쪽으로 실었다. 그가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서일, 사실 곤장 맞는 건 정말 너무 아팠다. 왕비가 이전에 서른 대를 맞았다니, 참으로 잔인무도하구나.”서일은 힘겹게 그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게요, 잔인무도 했지요. 어떤 인간말종이 왕비를 때렸는지 모르겠습니다.”우문호가 끙끙거리며 말했다.“본왕이 다 나으면, 넌 죽었다.”서일이 말했다.“소인이 말한 건 형을 집행한 시위였습니다.”우문호가 찬성했다.“그를 찾아내거라, 본왕이 무겁게 처벌할 것이다.”서일은 ‘네’ 한마디를 내뱉은 후 또 말을 보탰다.“하지만 그자 탓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때 죽도록 치라고 분부하신 건 바로 왕야가 아닙니까? 왕야, 지금 아프십니까? 허나 왕비는 그때 맞은 후 바로 입궁하였습니다. 그녀는 누가 부축해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버티셨을까요?”우문호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입 닥치거라. 본왕의 가슴은 개에게 물린 것 같구나.”서일은 곤장 맞는 게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들은 싸움터에서 구르던 사람들이었는데 고작 곤장 맞는 것을 겁낸단 말인가? 칼과 창 같은 무기들 중 어느 것이 곤장보다 덜 무섭단 말인가?건곤전에 오니 원경능은 그가 고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부축 받아 걸어오는 것을 보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어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앞으로 걸어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파요?”우문호는 그녀를 덥석 끌어안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원씨, 미안해!”원경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그를 홱 밀쳤다.“미
원경능으 소빈을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소빈의 생사는 그녀와는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을 하기 싫었다. 한 사람이 그녀의 앞에서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임산부였다. 이런 잔혹한 일은 보고 싶지 않단 말이다.“사건은 아직 제대로 수사도 안 됐는데 폐하께서는 왜 소빈을 사사하려 하시는가?”원경능이 물었다. 목여공공이 낮게 말했다.“소빈을 사사하는 것은 태상황의 뜻입니다.”원경능은 경악하며 목여공공을 바라봤다.“태상황의 뜻이라고?”원경능은 즉시 알아차렸다. 무슨 왕비에게 무례하게 굴었고, 왕비를 찔러서 상하게 했다는 둥 이런 핑계로 소빈을 죽이면 명화전에서 발생했던 모든 건 이대로 덮을 수 있었다.원경능이 말했다.“태상황을 뵙고 일을 처리하러 가겠네.”목여공공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소인 여기서 왕비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원경능은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어르신의 뜻이라면 그녀가 어르신에게 부탁해 다른 사람더러 감독하도록 황제의 생각을 개변시키면 될 터였다. 어르신은 그녀를 아끼시니 그녀에게 가혹한 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어르신은 방에서 상공공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원경능이 들어가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황조부, 저를 도와주세요.”어르신은 눈길을 들어올렸다.“뭘 도와주란 말이냐?”“소빈을 사사하는 것은 황조부의 뜻인가요? 허나 폐하께서 누구더러 형을 감시하라 명하신지 아십니까?”원경능이 억울한 듯 말했다. 어르신이 물었다.“누구를 보내느냐?”원경능은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저요, 부황께선 저더러 소빈이 독주를 마시는 것을 감시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현재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런 잔인한 일은 차마 볼 수 없습니다.”어르신의 미간이 좁혀졌다.“그런 일이 있단 말이지?”원경능은 무릎을 굽힌 채 앞으로 다가갔다.“그렇습니다. 목여공공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말씀 좀 해주세요.”어르신이 불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독주는 무슨. 과인은 흰 비단을 하사하여 그녀가 목매
원경능은 이 말을 듣고 먼저 덕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후궁에서 덕행과 재능이 출충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녀가 받았던 웃어른들의 가르침과 교육으로는 아마 이 말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확실히 덕비는 낙뢰를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부서질 것만 같았다. 이 말을 천천히 곱씹던 그녀는 이윽고 화가 나서 손발이 얼얼할 정도였다. 그녀는 소빈을 손가락질하며 입술을 몇 번 달싹이고서야 간신히 몇 자를 짜낼 수 있었다.“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이로구나!”소빈은 안개 속의 꽃 같은 몽환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은 확실히 조금 처량하고도 아름다웠다. 그녀가 덕비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덕비마마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습니까? 마마는 부끄러움을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당신은 한평생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 않습니까. 총애는 그거 헛것일 뿐입니다. 당신은 늙어서 후회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정열적이었던 한 때가 없었던 것을 말입니다.”“닥치거라, 닥치란 말이다!”화가 난 덕비는 그녀를 가리키며 낯빛이 시퍼렇게 질렸다.“어서 죽음을 받아들이기나 하거나!”소빈은 천천히 흰 비단 곁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원경능은 비록 이 사람은 나쁘지만, 이건 그녀의 선택이고, 만약 오숙화와의 사랑으로 그녀의 생명이 충실해졌다면 그녀는 아마 기꺼이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사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기에 할 말이 없었다.덕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에게는 소빈을 향한 조그마한 은의와 동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흰 비단을 쥐는 모습을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원경능도 그녀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목을 매달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소빈은 흰 비단을 안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용서를 빌었다.“덕비마마, 폐하께 청을 드려주세요. 소첩이 잘못했다고요, 소첩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고, 저를 용서해달라고 해주세요. 저를 궁에서 내쫓으시든, 옥에 가두시든 상관 없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세요.”원
목여공공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 소빈을 들어올렸다. 소빈은 비명을 질러대며 힘껏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녀가 어찌 두 명의 우람진 금군시위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그녀가 천장에 매달렸다. 목소리는 목구멍에 걸려서 나오지 않았고 두 발은 계속 버둥거렸다.원경능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흰 꽃이 수놓아진 비단신이 그녀의 앞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만 보았을 뿐이다. 억겁의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일 분인 것 같기도 했다. 그 발은 버둥거림을 멈추고 늘어졌다.원경능은 허리를 굽히고 ‘우웩’하며 구역질을 했다.그녀는 괴로웠다. 소빈이 죽어 마땅하든 아니든, 한 생명이 그녀의 앞에서 스러지는 모습을 보며 그것에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희씨 어멈이 들어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그녀는 나가서 돌계단 위에 앉아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심장은 마치 어떤 큰 손에 쥐어진 것처럼 숨이 막혔다.전씨 어멈이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왕비, 그녀 때문에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녀가 저지른 죄과는 너무 큽니다.”원경능은 자신이 손끝을 떨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아니야. 다만… 일을 그르쳤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갑시다, 덕비와 함께 복명하러 가셔야 합니다.”희씨 어멈은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목여공공은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으니 함께 복명하러 가야 했다.원경능이 일어섰다. 발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전문 밖에는 어깨 수레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녀와 덕비가 올라탔다. 수레는 청화전으로 옮겨졌다.명원제가 청화전에서 그녀와 덕비를 접견했다. 그리고 목여공공도 있었다.냉정언도 자리했다.냉정언은 이미 건곤전에 우문호를 찾아갔었다. 우문호는 이미 사건의 칠팔 할 정도를 풀었다. 하여 그가 금군처에 가서 다시 확인해 보고, 몇 사람을 더 찾아 물어보았더니 분명해졌다. 원경능이 복명하러 오기 전 그는 이미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였다.덕비는 소빈의 임종 전
명원제는 예친왕, 냉정언과 이야기를 나눈 뒤 기왕부로 명을 내리고는 어서방으로 돌아갔다. 목여공공은 그더러 쉬라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들어와서 짐과 이야기를 나누자꾸나.”목여공공이 응했다. 그는 먼저 들어와서 차를 우린 후 손을 드리우고 한쪽에 서 있었다.명원제는 나한 침대에 반쯤 기대어 손으로 미간을 주물렀다.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어진 것 같았다.“첫째는 올해 서른이다, 맞느냐?”명원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피곤한 듯 갈라져 있었다.“폐하께 아룁니다, 그렇습니다. 기왕은 올해 서른입니다.”목여공공이 대답했다.명원제가 ‘음’하며 말을 이었다.“세월이 참으로 빠르구나. 짐은 마치 어제 그들을 볼 때만 해도 어린 아이였던 것 같은데, 눈 깜박할 새에 동족상잔을 하고 있구나.”목여공공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으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폐하!”명원제가 냉소했다.“짐은 여태 입에 올리지 않았었지, 맞느냐? 허나 짐이 말을 안 한다고 모르고 있었겠느냐?”목여공공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짐의 아들 가운데, 짐은 첫째에게 큰 기대를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남들보다 탁월했고 총명하고 침착했느니라. 그러나 요즘은 점점 더 들떠서 의기양양해하고 있구나. 기세가 날로 왕성해졌지. 그가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짐이 모르겠느냐? 짐은 그에게 매우 실망했다.”“폐하, 기왕은 과실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목여공공은 황제의 의도를 몰랐다, 감히 함부로 추측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 작게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명원제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친다고? 성정은 고칠 수 있지만, 야심은 어떻게 고친단 말이냐? 지금 그는 태자도 아닌데 벌써 동족상잔을 하고 있다. 일단 그가 득세하고 짐이 좀 더 늙으면, 그의 동생들은 모두 첫째의 손에 죽게 되지 않겠느냐?”목여공공의 낯빛이 창백해졌다.“폐하, 화를 가라앉히십시오!”“둘째는 평범하고, 셋째는 능력이 있지만 성질이 급하다. 넷째는 능력이 있지만 아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