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어안이 벙벙해져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제기랄, 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본왕이 너에게 무슨 덤터기를 씌웠다는 거야?"고사가 싸늘하게 말했다."만일 왕비가 임신하여 자극을 받아 한번에 둘이 죽는 사단이 나는 게 두렵지 않다면, 제가 왜 당신 같은 인간 쓰레기를 위해 덤터기를 쓰겠어요?"그는 우문호의 옷깃을 확 잡거니 그를 끄집었다. 그리고는 피를 그의 얼굴에 뿜으며 사납게 말했다."퉤, 우문호 당신은 내가 미쳤냐고 했죠? 아무리 외로워도 소빈(苏嫔)이 당신 부황의 여자라는 걸 왜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목숨이 몇이나 달렸냐고요? 정말 이성을 잃었네요, 여덟째가 당신들의 간통을 발견하였다고 하여 그를 죽이려 하다니. 여덟째는 당신의 동생이에요, 당신 미친 거 아닌가요?"우문호가 그의 입을 막자 고사는 그의 손을 깨물었다. 우문호는 화가 나 주먹을 휘둘렀고 고사도 주먹을 휘둘렀다. 우문호는 탁자를 들어 고사에게 던지려 하였다.그러나 고사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탁자를 들었다가 그저 내려놓는 것도 조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분개하며 바닥에 힘껏 던졌는데 탁자가 당장에서 산산조각이 났다.탁자 다리 하나가 곧장 그의 머리에 튕겨 부딪혔다. 우문호는 아파서 머리를 앉고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줄줄 흐를 듯한 눈물을 참아냈다.고사가 싸늘하게 말했다."쌤통이네요!"우문호는 머리를 주무르며 일어나 눈을 부릅떴다."넌 나와 안지 얼마나 되었어?""당신이 벌거숭이로 뛰어다닐 때부터요."고사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러니, 너의 눈에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단 말이야?"우문호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이전에는 아니었죠. 그런데 색정에 빠져서 이성을 잃어버렸는지 누가 알아요?"고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왜 나를 위해 덤터기를 쓰는 거야?"우문호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마음이 말랑해졌다. 그는 앞에 있는 이 바보를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참으
고후야는 재빨리 입궁하여 통곡을 하면서 황제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청하였다. 이 일을 자세히 조사한 뒤 처단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만일 고사에게 확실히 죄가 있다면 아비인 자신이 직접 죽이겠다고 말하였다.고후야와 명원제는 원래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었다. 옛 벗이 슬프게 우는 것을 보자 명원제는 아무리 화가 나도 조금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우문호는 후야가 떠난 뒤 다시 입궁하여 보고하였다. 고사가 한 마디도 안 하는 것을 보아 숨기려는 사람이 있거나 상황이 있다고 하였다.황제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였으나 고후야가 기억났다. 그리하여 우문호에게 도대체 누구를 은폐하려는 것인지 재빨리 조사하게 하였다.기왕이 옆에서 듣고 담담히 말하였다."고사는 부황 곁의 시위장이고 그의 책임은 군주를 보호하는 것이야. 전 경성에서 고사와 가장 친한 건 다섯째 동생 너지. 만일 생명을 포기하면서도 은폐하는 사람이라 하면 아마 부황과 너밖에 없을 거다."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했다."큰 형님, 무엄한 말입니다. 고사가 부황의 무엇을 은폐한단 말입니까? 혹 부황이 여덟째 동생을 상하게 하였다고 의심한단 말입니까?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하네요."기왕은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다섯째 동생, 네가 나의 뜻을 오해하여 들으니 나도 방법이 없지."명원제는 침울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흘깃 보았다."실용적인 일을 하는 게 여기서 말다툼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다 꺼지거라!"기왕은 표정을 거두며 말하였다."부황, 소자 아직 할 말이 있습니다.""말해!"명원제는 조금 화를 내며 말하였다. '끝이 없네.'기왕이 한 걸음 나서면서 말하였다."부황, 명화전에 그 작은 환관이 죽은 건 괜찮지만 여덟째 동생이 상하였습니다. 고사는 피가 묻은 검을 들고 있었고 다섯째 동생이 고사를 체포했습니다. 그 말인즉 여덟째 동생이 부상당할 때 고사와 다섯째 동생만 현장에 있었을 겁니다. 제삼자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범인은 세 명 중의 하나일 겁니다. 고사가 아니면 다
현비를 그를 흘겼다."왜? 내가 편찮기를 바라는 거야?"우문호의 눈빛이 조금 번뜩였다."정말 편찮지 않으세요? 소자를 속이면 안돼요.""됐어, 잘 먹고 잘 마시는데 왜 편찮겠니?"현비는 그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런데 여덟째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어? 네 왕비는 자신이 있대?"우문호가 답하였다."아직 모르겠습니다. 무탈하기를 바래야 하지요."현비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비록 황후는 밉살스럽지만 여덟째는 확실히 불쌍한 아이야."모든 투쟁에는 아이를 연루시키지 말아야 했다.특별히 여덟째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의 총애를 받았다.우문호가 위로하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을 겁니다."그는 몸을 일으켰다."소자 먼저 가보겠습니다."이미 거의 확정할 수 있었다. 이는 함정이었다. 현재 조사해야 할 사람은 둘이 있었다. 한 명은 어전에서 시중을 드는 이공공이었는데 모비가 편찮다고 하며 자신을 유인했다. 다른 한 명은 소빈이었다.이 두 명 중 소빈에게 착수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이공공은 귀신 같은 인간이라 움직인다면 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만 자신과 고사가 근심하는 것이 있었다. 만일 소빈으로부터 착수한다면 이 일을 추후에 감추기 어려워질 것이다. 진상을 규명한다 하더라도 부황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잠시 고려한 우문호는 먼저 덕비마마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덕비마마는 덕상궁의 주인이라 알 권리가 있었다. 덕비가 소빈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다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덕상궁으로 가 덕비를 찾으면 안되었다. 현재 그는 교지를 받고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경솔하게 덕상궁에 간다면 소빈이 눈치를 챌 것이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도 이 일이 덕상궁과 관련이 있을지 추측할 것이었다.우문호는 희씨 어멈을 떠올렸다.희씨 어멈은 예전에 건곤전에서 시중을 들어 각 궁의 마마들은 모두 그녀를 존중했다. 또한 희씨 어멈은 예전에 덕비마마와도 교제가 있었다. 만일
덕비는 말을 모두 물은 뒤 어멈에게 소빈을 데리고 오라고 명하였다. 덕상궁의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소빈은 정전에 꿇어앉은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덕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울화가 치밀었다. 늘 영리하고 사리에 밝은 여인이었는데 어찌 이러한 잘못을 저질렀을까?덕비는 억지로 화를 참으며 싸늘하게 말하였다."그 사람은 누구냐?"소빈은 고집스러운 얼굴을 들었다. 아름다운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있었다."마마,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네가 죽기만 하면 이 일이 끝날 것이라 생각해?"덕비가 크게 노하였다."본궁이 연루될 뿐만 아니라 너의 가문도 너로 인하여 처단 당할 것이야. 현재 너의 아버님과 오빠는 모두 지방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 곧 두 해 뒤면 경성에 돌아와 직무를 맡을 것 같은데 너 그들의 미래도 망가트릴 생각이냐?"소빈이 비통하게 말하였다."제가 자백한다 하여도 저의 아버님과 오빠가 연루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그들을 해쳤습니다, 그러나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오늘이 올 줄 알았다면 저 죽어도 감히 그러지 못했을 겁니다.""지금 후회함은 이미 늦었다. 너 자백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다면 내가 너의 아버님과 오빠를 위해 폐하께 사정하겠다."덕비가 화를 내며 말하였다."아마 누가 사정해도 쓸모 없을 겁니다. 마마, 마마의 가르침과 사랑을 헛되게 만들었습니다. 저에게 죄가 있습니다!"소빈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덕비는 그녀를 바라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다.그래도 같은 지붕아래 오랫동안 함께 지냈는데 조금도 감정이 없을 수 없었다. 현재 아직 이곳에 무릎을 꿇고 있지만 소빈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다. 필히 죽을 것이었다. 덕비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였다."너에게 확실히 죄가 있다. 후궁을 더럽혔으니 죽어도 아깝지 않지. 그러나 만일 정부를 자백한다면 너의 종친과 가족들은 그래도 살 희망이 있을 거다. 너 잘 생각해보거라."현재 덕비의 신복은 여전히 조사를 하
덕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니 팔황자가 정부의 얼굴을 보았다는 거지?""네."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낙관적이지 못합니다. 현재 부황께서 사건을 조사하라고 엄하게 명하셨으니 소빈의 일은 잠시 숨길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우리에게 새로운 증거가 없다면, 혹은 여덟째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 일을 계속 숨길 수 없습니다."덕비는 조급해졌다."그러면 어떡하느냐?"우문호는 조금 생각하다가 말하였다."저에게 조금 단서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규명해야 합니다."덕비가 말하였다."그렇다면 빨리 가보거라. 본궁이 그것을 잘 감시하고 있겠다. 그것이 한마디도 흘리지 못하게 할 거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덕모비께서 오랫동안 지연할 수 없습니다. 소빈이 이미 입을 열었으니 덕모비께서 말하지 않으셔도 누군가가 부황 앞에서 터뜨릴 겁니다."우문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하였다."만일 누군가가 부황께 아뢰려면 이 사람은 필히 명화전 부근에서 순찰하던 금위군이여야 합리 합니다. 다만 이 일을 두 눈으로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 정부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일단 기소하면 부황께서는 필히 엄하게 물으시고 자세히 조사할 겁니다. 기소한 사람은 필히 현장의 상황을 자세히 말해야 할 겁니다. 정부를 제외하고 누가 또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겠습니까?"덕비가 그를 바라 보았다."너의 뜻은 그 정부가 기소하러 간다는 것이냐?""네, 그럴 겁니다. 그날 협박 당하여 소빈과 함께 명화전에서 저를 모함하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꼬투리가 배후사람의 수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저를 해치려 했습니다. 고사의 출현부터 그들의 계획은 크게 틀어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현재 이 사건을 조사하는 책임자도 접니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누군가가 꼭 부황께 알려야 합니다. 제가 소빈과 명화전에서 만났는데 여덟째와 마주치게 되어 작은 환관을 죽이고 여덟째를 중상 입혔고 고사가 들어와 저를 위해 덤터기를 썼다고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소빈의 말과
소빈의 낯빛이 조금 변하더니 입술마저 달달 떨렸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덕비마마를 바라 보았다."갈기갈기 찢긴다고요?"덕비는 그녀를 바라 보다가 천천히 부드러운 낯빛을 하며 탄식하였다."본궁도 여인이니 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어. 본궁이 너를 데리고 폐하를 만나러 가겠다. 사실이 어떠한지 네가 직접 폐하께 말하거라. 능지처참 당하든지 찢겨지든지 네가 마땅히 감당해야 될 것이야."소빈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시에 눈알을 빙글빙글 돌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덕비가 명을 내렸다."여봐라, 소빈을 일으키거라. 어서방으로 가야겠다!"****어서방에서 명원제는 바닥에 꿇어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얼굴에 근육들이 달달 떨리고 있었는데 격분을 눈 속에 감추었다."너 말한 것이 진실이냐?"명원제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울리는 듯 음침하고도 차가웠다.오숙화가 머리를 조아렸다."폐하께 아룁니다. 소신의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소신에게 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숨겨오다가 이제서야 감히 폐하께 알리게 되었습니다. 실로 중대한 일인지라 소신은 폐하의 명예에 손상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계속 말해야 할지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소신 죽어야 마땅합니다!"옆에 있는 목여공공은 이를 듣고 간담이 서늘하여 숨도 감히 크게 못 쉬었다."네가 본 사람이 초왕인 것을 확신할 수 있느냐?"명원제가 다시 물었다. 오숙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였다."소신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초왕이 작은 환관을 죽일 때 소신 마침 통천각(通天阁)에서 순찰하고 있어 명화전의 상황을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초왕이 작은 환관을 죽인 뒤 다시 팔황자에게 손을 썼습니다. 그는 팔황자 정면에 서있었는데 손바닥으로 팔황자를 밀친 뒤 검으로 찔렀습니다. 고대인도 옆에서 목격했습니다. 초왕은 팔황자를 상해한 뒤 소빈마마를 데리고 담을 넣어 도주했습니다. 소신은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담을 넘을 때 손빈마마의 소매가 담장의 돌부리에 걸려 찢어졌습니다. 당시 고대인도 도주하
명원제는 소빈을 바라 보았다."네가 말해보거라. 그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소빈이 훌쩍거리면서 입을 열지 않자 명원제가 화를 냈다."왜 우는 것이냐? 말하라면 말해."소빈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답하였다."폐하께 아룁니다. 신첩은 그날.... 홀로 외출하여 산책하다가 명화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에게 끌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신첩 그 사람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향기를 맞고 머리가 어지러워졌습니다. 그 뒤 신첩은 누군가가 신첩의 옷을 벗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다섯째 형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어 정신을 차렸는데 그 사람이 초왕임을 발견하였습니다. 초왕은 검으로 작은 환관을 죽였는데 신첩 기절초풍할 지경으로 놀라 머리를 쥐고 쪼그려 앉았는데 팔황자도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뒤 초왕은 신첩을 끌고 함께 담장을 넘더니 신첩을 버리고 곧 떠났습니다."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하였다."만일 본왕이 그대를 희롱하였다면 응당 그대도 함께 죽였을 것이다."소빈은 잠시 멈칫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오숙화를 바라 보았다.명원제는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어 자연히 이 무의식적인 눈빛을 발견하였다.아까는 그저 화를 내기에 바빴지만 지금 보아하니 확실히 속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다섯째가 아무리 간이 크다 하여도 절대 감히 이러지 못할 것이다. 명원제는 잠시 고려하다가 명을 내렸다."여봐라, 소빈과 덕비를 함께 덕상궁으로 모시거라. 짐의 명령 없이는 덕상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초왕을 암실로 감금하고 조사하거라. 오숙화도 함께 데리고 가거라."우문호는 속으로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황께서 이렇게 냉정히 명을 내리는 것을 보아 아마 완전히 소빈과 오숙화의 말을 믿지 않은 것 같았다.소빈은 생의 희망을 보았다.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희롱 당하였고, 우문호가 성공하지 못한다고 우긴다면 살 길이 있을 것이다.그리하여 소빈은 감히 자신이 간통하였다고 말하지 못했다. 우문호를 죽일 기회를
어멈은 쪼그려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너무 격동되어 자신을 다칠 것을 우려했다."폐하께서 왕야를 암실로 끌고 가셨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하였다. 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그렇군."'이게 왜 격동될 일이란 말인가? 암실로 갔다니, 우문호는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데.'어멈은 왕비가 현재 점점 더 침착해졌다고 생각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그러하니 왕비께서는 꼭 팔황자를 구하셔야 합니다. 현재 유일한 목격자인 팔황자가 깨어나야만 왕야의 결백을 증명해줄 수 있습니다."원경능은 그제야 눈치 채고 어멈의 손을 덥썩 잡았다. "무슨 뜻인가? 암실은 무엇 하는 곳인가? 그가 어떻게 되었단 말이지?"희씨 어멈이 답하였다."암실은 황궁 중 일을 범한 내시와 궁인들을 잠시 가두는 곳입니다.""그가 어떻게 되었어?"원경능은 긴장되었다."부황께서 왜 그를 암실에 가두었지?"희씨 어멈은 고개를 저었다."소인도 모르겠습니다. 소인 방법을 대어 덕상궁에 가서 소식을 알아보겠으나, 아마 현재 덕상궁에 금족령(禁足令)이 내려졌는지라 소인 아마 들어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이 일은 덕상궁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원경능은 멍해졌다. 어멈이 서두 없이 말하니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하였는지 알 수 없었다. 희씨 어멈이 말하였다."오늘 왕야께서 소인에게 덕상궁으로 가 덕비마마더러 소빈을 심문하게....""잠깐, 소빈은 누군가? 왜 소빈을 심문해야 하는가? 왕야가 암실에 갇힌 것과 소빈이 무슨 관계가 있지? 팔황자와 무슨 관계가 있어? 유일한 목격자라니? 고사의 사건을 말하는 건가? 고사가 승인했어?"원경능은 얼떨떨했다. 그녀는 입궁한 뒤로부터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어멈은 잠시 멍해졌다가 불현듯 왕비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아마 왕야는 아직 왕비에게 사건에 대해 말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희씨 어멈이 일어나며 말하였다."먼저 휴식하십시오. 소인이 덕상궁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