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이 곁에서 그녀를 지켰기에, 시합 내내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이번에는 말을 다루는 실력을 겨루는 것이었으며, 여전히 승리하진 못하였으나,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경무제는 흡족해하며 말하였다. “공주께서는 실로 명불허전이로다. 소은 또한 칭찬받을 만하니, 두 사람에게 모두 상을 내릴 것이다.”황제가 친히 하사하니, 더없이 큰 영광이었다.소은은 기뻐하며 공손히 말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한아 공주도 고개 숙였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경무제는 진명우를 돌아보며 말하였다.“실력이 제법이구나. 훗날 궁중의 황
두 사람은 그야말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산 아래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시종들이 공주와 소은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급히 윗선에 보고했다.공주가 사라졌다는 것은 크게 소문내어선 아니 되었기에, 경무제는 몇몇 공자들에게 비밀리에 찾아 나서라 명하였다.소은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에, 소준은 마음이 타들어갔다.그러자 육황자가 그를 다독였다.“그대 누이는 제멋대로 행동할만 자가 아니고 공주 또한 무공에 능하니 큰 위험은 없을 것이오. 아마 길을 잘못
강준은 소은의 술주정 같은 말들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전생이 있다 하나, 모든 일에는 마땅히 이치에 맞아야 하거늘, 그가 소은을 아내로 맞이할 뜻이 없었고 강준을 억지로 혼인시킬 자는 또한 없었다. 두 사람은 원래 인연이 닿을 수 없는 사이였다.더 이상 알아낼 수 없음을 느낀 강준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척으로 신호용 연화를 붙였다.“춥습니다…” 소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강준은 그저 말없이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병석에서 갓 일어난 소은은 허약하여, 찬 기운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을
그러자 택문은 웃으며 말하였다.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배이니라. 부친께서 너를 아끼시어 내린 것이니 사양 말고 받아 두어라. 돌아가거든 새를 잘 돌보는 이를 들이면 되지 않느냐? 소은아.”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녀의 이름에 소은은 가슴이 서늘해졌다.전생의 택문은 그녀를 측실로 삼고자 강제로 들이려 했던 것도 결코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그가 탐낸 건 오직 그녀의 외조모 한진 장공주가 가진 인맥뿐이었다.장공주는 비록 외방으로 물러났으나, 군권을 장악하고 변방에 뿌리를 둔 위왕과 친밀하였고, 당시 태자
기뻐한 이는 소철수만이 아니었다. 소은의 부친 소철주와 할머니 역시 그 소식을 들은 뒤로는 온종일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갖고 싶은 것이 있느냐?” 소철수가 묻자, 소은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하였다.“폐하께서 앵무새를 하사하셨는데 이를 돌보는 이를 한 명 들일 수 있겠습니까?”“좋다, 내일 아침 곧장 알아보도록 하마.” 소철수는 흔쾌히 허락하였다.그 후, 소은은 할머니와 큰어머니 위씨 앞으로 다가가 추렵 중 있었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금란은 경무제가 소은을 어떻게 대하였는지, 어떻게
장명희는 그저 심드렁하게 말했다.그러자 소철주가 급히 덧붙였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제가 첩을 한 명 더 들여드릴까요?” 장명희는 그저 태연하게 말을 이었지만 그 속뜻은 날카로웠다.소철주는 그 말에 몸을 움찔하며,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내 잘못이오. 하지만 그자와는 아무 일도 없었소. 그리고 몇 해 지나 모친께서 세상을 뜨시면 그자를 보내려 하였소. 그리되면 당신을 배신하지도, 불효도 아니니 때를 기다린 것이오…”장명희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어찌할 것입니까?”
“점점 못하는 말이 없구나.”장명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제가 경솔했습니다.”소은이 바로 잘못을 인정했고 그제야 장명희는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조용히 말하였다.“너의 외조모께서도 이 서신을 받으신다면 무척 기뻐하실 것이다.”*옹주는 도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은 탓인지 한 달이 넘도록 한진 장공주의 답신은 올지 않았다.그보다 먼저 궁술 시험 날이 코 앞에 다가왔다.소은은 궁술을 나름 익힌 편이었으나, 시험 전부터는 과자 한 조각도 입에 대지 못할 정도로 긴장이 엄습해왔다.시험 당일, 아직 동이 트기 전
“소은 낭자와 그러한 접촉은 없었습니다.” 강준은 담담히 대답했다.양관 선생은 그를 의심치 않았다. 강준이 소은과 관계가 있었다면, 소국공부에서 이미 찾아와 책임을 묻고도 남았을 것이다.“실로 기이한 일이로다.” 그 역시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한 듯 고개를 저었다.허나 강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어디까지나 모두 사람의 짓일 뿐, 그저 상대가 한 수 위였을 따름입니다.”상대의 목적을 밝혀내기만 하면, 소은이 어찌하여 활쏘기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자연히 드러날 것이다.*학당으로 돌아온 소은이 차를 마시며
강준이 말했다.“괜찮습니다. 어차피 언젠가 알게 될 거니까요.”이는 어떻게든 그녀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미였다. 앞으로 그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소은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했다.“저는 세자를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제 아버지를 관대하게 대해주셨으면 합니다.”“송 각로 사건에 관해 아버님께 죄를 사하여 주라는 상소문은 올리지 말라고 하세요.”강준이 말했다.소은의 입장에서는 꽤 의외였다. 그러다가 전에 진명우를 찾아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는 일 때문에 랑야에 다
밀실의 차가운 온도에 소은은 손발이 마비가 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그녀를 바라보는 강준의 시선은 동물이나 물건을 바라보는 것처럼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그와의 대치에서 소은은 당연히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저는 세자의 비밀을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결국 그녀는 먼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가 두려운 것은 아니나 감정적으로 굴며 자존심을 내세워서 좋을 게 없었다.“난 아씨의 비밀에 꽤 관심이 있습니다만.”미풍이 불어와 책상 위에 놓인 한지가 살짝 날아올랐다. 그것은 소은이 며칠 전 부가은에게 건넸던
소은은 진작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선왕비는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니 그녀에게서 나온 처방이라고 하면 절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선왕부와 소국공부가 엮이는 것을 굉장히 꺼려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후배에게서 처방을 받는다면 분명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어린 후배들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웃어른들의 생각은 거의 비슷했다.강미는 이미 그녀를 경계하고 있으니 소은은 심지연을 설득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다.“처방을 알약으로 만들고 괜찮은 이름을 붙여 심지연 언니에게 줄 거예요. 그리고 언니가 왕
항상 이 주제를 피하기만 하던 강민은 오늘따라 꽤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제가 마음에 둔 사람을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까 봐 걱정이지요.”강준은 저도 모르게 그를 바라보았다.강 부인이 말했다.“청렴한 가문의 아이라면 다 좋아.”둘째는 선왕부의 세자도 아니고 장남도 아니니 혼인 문제에서 꽤 자유로운 편이었다.강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좀 더 시간을 주세요.”아들의 성미를 잘 아는 강 부인은 그가 머뭇거리는 것을 봐서 신분이 특별하거나 셋째와 혼담이 오간 사이라고 짐작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리 보수적인 사
“둘째 공자, 오늘 제가 찾아온 일을 세자께는 말씀드리지 말아주세요.”대화가 거의 끝나갈 때쯤 소은이 말했다. 또 강준이 자신이 의도적으로 가족들에게 접근한다고 오해받기는 싫었다.“그래.”어차피 개인적인 일을 강준에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전생의 소은은 강민과 사적으로 교류한 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대화가 이렇게 순조로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할머니가 애초에 강민을 신랑감으로 점찍었다면 오히려 나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강준보다는 교류하기
소은은 복희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자 복희가 울음을 터뜨렸다.“제가 둘째 공자의 먹을 깨뜨렸으니 분명 공자께서 저를 벌하실 겁니다.”복희가 겁에 질려 말했다.그건 강민이 정말 어렵게 구한 먹이었는데 먹 중에서도 희귀품이라고 했다.강민은 나가기 전에 먹을 자신의 서재로 가져가라고 분부했는데 그걸 가지고 가다가 깨뜨렸으니 어떻게 주인에게 보고해야 할지 막막했다.하물며 강민은 큰 공자나 세자처럼 부드러운 사람도 아니었다. 군영에서 부하들을 벌할 때도 절대 봐주지 않은 거로 유명했다.복희가 세자를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한 걸
소은은 조금 걱정이 됐지만 그렇다고 강준에게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어서 심지연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소준도 집에 없으니 강준이 아니면 진명우의 상황을 알아볼 사람이 없었다.강미는 그녀를 멀리하는 상황이니 다가가고 싶지도 않고 심지연에게도 자신이 누구에게 마음을 주었는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그리고 심지연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소은의 부탁을 들은 심지연은 그녀를 자세히 관찰했다. 강준이 소은을 거절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소은이 진명우의 상황을 궁금해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도 모르
예전에 그녀가 선왕비에게 추천한 흉터를 없애는 처방도 그 중 하나였다.“우리 가문 이름을 달고 점포를 차리려는 거라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부가은은 단번에 소은의 말을 알아들었다.“첫째,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니 주요 고객은 경성의 귀족 부인이나 아가씨들 같군요. 만약에 사고가 나면 우리 가문은 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요. 그러니 처방의 안전성은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그러면 제가 처방을 누설할 위험 부담이 존재하겠죠. 그건 아가씨의 선택에 달렸어요. 둘째, 우리가 수익을 어떻게
소은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상인 가문의 딸 부가은에게 시선을 두었다.전생에 오라버니와 부가은은 온갖 반대를 겪고 힘겹게 약혼했는데 결국 혼인식도 올리지 못하고 오라버니가 세상을 떠버렸다. 부가은은 다른 사람과 혼인할 수는 없다면서 자결을 택했다. 소은은 이번 생에는 그들이 행복한 부부가 되기를 바랐다.부씨 가문은 현재 명성도 꽤 올라간 상태였다. 경성에 부자 가문이 누구냐고 따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문이 부씨 가문이었다. 궁중의 마마님들이 쓰는 비단, 자기, 찻잎, 백성들이 자주 차 마시러 가는 객잔, 옷감, 각 업계에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