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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장

지나의 부탁은 꽤나 간단했다.

그녀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윤이 다신 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잘못했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윤이 그녀의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주자 지나는 기분이 씁쓸했다.

여자로서 말하자면,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지나가 도윤과 관계를 정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나는 나쁜 일을 꾸미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도윤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랬다. 아직도 자신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 일이 잘 풀리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었다.

이게 지나가 부탁한 이유였다.

하지만, 도윤은 한 눈에 봐도 머뭇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다른 사람의 남자친구 행세를 한 적은 있었고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친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가짜 결혼식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도윤이 소화하기에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지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예전에 단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던 약속을 어기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게다가, 그는 지나에게 악감정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도윤은 지나에게 고마움과 원망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로, 가짜 결혼식일 뿐이야! 그리고 나면 아무 것도 부탁하지 않을게! 내가 하루면 돼. 그냥 내 부탁 좀 들어주면 안될까? 다시 말하겠는데, 너가 이번에 나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다신 귀찮게 안 할게!” 말하면서 지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음….음….”

잠시 골똘히 고민하던 도윤은 마침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 도윤이 덧붙여 말했다.

“말해봐!” 지나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도윤이 입을 뗐다. “오 씨 가문이랑 조 씨 가문 말고 아무도 이 가짜결혼식을 알아선 안 돼!”

“그 조건 받아들일게!”

그 말을 하고,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쉬고는 얼굴에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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