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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작가: 이제리
온모는 하는 수없이 또 수월관을 찾아갔다.

그렇게 매일 마차를 타고 경성에서 남산까지, 그리고 남산에서 경성까지 며칠을 반복했지만, 온사를 다시 만나기는커녕 수월관 대문 안으로도 들어갈 수 없었다.

원래는 참배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으나 수월관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수월관 대문이 닫혀 있는 사이, 향을 피우러 온 손님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수월관 대문이 닫힌 것을 보고는 말없이 돌아갈 뿐이었다.

마치 수월관이 이렇게 폐관하는 게 흔히 있는 일인 것처럼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반복하자, 온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산아래에 사는 촌부 한명을 매수하고 그 촌부를 시켜 수월관이 대체 언제까지 폐관하는지 알아보라고 명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매우 절망적이었다.

성녀께서 입관하여 나라를 위해 기도를 올리니 한 달을 폐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 달이나…?”

온모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온사 이년이 늙은 여승들이랑 짜고 날 골탕먹이려는 거네!’

사람을 매수해서 정보를 캐내지 않았더라면 매일 헛수고를 할 뻔했다.

온모는 눈에 힘을 주어 수월관 대문을 노려보고는 뒤돌아섰다.

그 시각, 수월관 내부.

온사는 기도 경문을 베낀 후, 평온한 마음으로 붓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으로 오늘 베낀 경문을 보고는, 아직 먹물이 채 마르지 않은 종이장을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이제 물을 길으러 다녀와야겠네.”

그렇게 수월관 생활은 조용하고 소박하며 알차게 지나갔다. 전생을 통틀어 온사에게는 지금이 가장 평온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 중 단 하나 불편한 것은 물이었는데, 매일 뒷산 산기슭까지 물을 길으러 다녀와야 했다.

비록 공간 안의 시냇물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 냇물의 기이한 효과를 경험한 후로는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막수 사태가 수시로 와서 그녀의 등 뒤 상처를 살피고는 하는데 수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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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소.”수월관의 대문이 그제야 열렸다.북진연은 명을 받고 온사를 호송해 온 사람들이니 수월관 대사부를 비롯해 어린 사태들까지 모두 사실을 알고 있었다.문을 열어준 사태는 당연히 그의 말을 의심치 않았다.물론 북진연의 말이 아예 거짓말인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제 그는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폐하께 청을 올려 자신이 이번 기도 의식을 주관하겠다고 했다.어린 황제는 비록 의아했지만 갑작스러운 삼촌의 요구를 들어주었다.그러니 북진연이 명을 받고 왔다고 한 것도 사실이었다.“무우 사매는 지금 대전에서 막수 사부와 아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시지요.”그렇게 반 시진이 훌쩍 지나갔다.북진연이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온사가 막수 사태와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사내는 기둥에 기댄 채 졸고 있었다.‘왜 이리 빨리 오셨지?’막수 사태는 북진연을 발견하고 약간 이상을 찌푸렸다.그러자 온사가 재빨리 해명했다.“섭정왕 전하께서는 제가 부탁한 의술 서적을 가져오셨나 봅니다. 전에 제가 부탁을 했거든요.”막수 사태가 놀란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의술을 배우려고?”온사가 그럴듯하게 답했다.“산에서 아침 공부와 기도를 마치고도 매일 시간이 남는데 어차피 한가하기도 하고 해서 책을 좀 읽고 싶어서요.”“전에 배운 적은 있고?”막수 사태의 질문에 온사는 쑥스럽게 고개를 숙였다.“아니요. 배운 적은 없어요.”그 말을 들은 막수 사태는 잠깐의 호기심일 거라 판단하고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그래. 원하면 그렇게 하려무나. 다만….”막수 사태는 북진연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저 분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는 말고.”온사가 순순히 답했다.“예, 저도 압니다. 저는 이미 출가한 몸이니 다른 생각은 없습니다.”온사는 출가한 후 막수의 제자이자 수월관의 막내 사매가 되었다.막수는 뭔가 설명을 덧붙이려다가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어련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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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지. 회춘초는 내가 알아서 찾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눴던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북진연은 눈을 감고 턱을 매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간도 크지. 이렇게 큰 비밀을 제대로 감추지도 않고 말이야.’고요 일행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눈치를 살폈다.임자부는 북진연의 표정을 살피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왕야, 설마 그분에게 회춘초의 행방을 알아볼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북진연이 질문에 답하지 않자, 임자부는 그의 속셈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다급히 말했다.“하지만 왕야, 병세를 오래 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시간을 길게 끌수록 발작의 빈도가 잦아지고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회춘초가 코앞에 있는데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겁니까?”“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단 회춘초만 확보하면 마지막 서홍화만 찾으면 모든 약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왜 주저하시나요?”고요 일행도 임자부의 말에 동의했다.“왕야, 어쨌거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왕야의 치료 아니겠습니까!”북진연은 부하들의 심정을 이해했다.하지만 수월관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를 생각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그렇긴 하지만 두 가지 약재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서홍화를 찾지 못하면 쓸모없는 일 아니냐.”그 말에 임자부와 부하들은 입을 다물었다.북진연의 말처럼 백년 자령지와 회춘초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약재인 서홍화는 임자부가 선배들이 남긴 고대 의술 서적에서 본 것이었고 그것에 대해 들어보거나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줄곧 바다에서 바늘 찾는 식으로 온 나라를 뒤지고 다녔다.“됐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북진연은 기가 푹 죽은 부하들을 보며 담담히 위로를 건넸다.그러자 임자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북진연까지 이렇게 말하는데 더 이상 재촉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한번 결정한 일을 번복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임자부와 고요가 방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71화

    그의 속셈을 꿰뚫어본 북진연이 담담히 말했다.“그 사람이 의술을 배우는 중인 건 맞지만 진짜 배우고 싶은 건 독이야. 영감은 독학에 대해 알아?”“독이요… 제 전문은 아니지만요, 조금은 알죠?”독 얘기가 나오자 임자부는 금세 시무룩해졌다.비록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소문난 의술의 성자이긴 하지만 독은 그의 전문이 아니었다.“독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귀의 독왕 그 녀석이 있겠군요.”독왕과 의술을 비긴다면 그가 이길지 몰라도 독은 아니었다.“안 그래도 최근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귀의 독왕 그 녀석이 경성에 있다고 하더군요.”임자부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듯 무심코 한마디 했다.그러자 북진연이 물었다.“그자와 연락이 닿을 방법은 있고?”“저 그 녀석이랑 안 친합니다.”북진연이 물었다.“그럼 전에 의술 시합은 어떻게 했지?”“제가 도전장을 써서 거리에 붙여 놓았는데 마침 귀의가 그걸 보고 일년 안에 누가 사람을 더 많이 살리는지 내기하기로 했지요. 결국 제가 상대보다 열 명을 더 살렸고요.”“도전장이라...”잠시 고민하던 북진연은 이내 고요 일행에게 지시했다.“사람을 보내 귀의 독왕의 행방을 알아보거라. 못 찾겠거든 임자부의 명의로 도전장을 써서 붙여.”“예, 알겠습니다!”“저는 반대예요! 제 동의도 안 받으셨잖습니까!”“항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북진연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말했다.임자부는 홧김에 그를 향해 눈을 한번 부릅뜨고는 백년 자령지에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이때, 자령지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던 임자부의 표정이 순간 급변했다.“잠시만요!”문턱을 나서던 고요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임자부는 자령지를 코에 대고 계속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는데, 북진연이 짜증을 내려던 순간, 그가 갑자기 흥분의 비명을 질렀다.“회춘초입니다! 여기에 회춘초의 향기가 묻어 있어요!”백년 자령지도 진귀한 약초지만 그것에서 두 번째로 찾고 있던 진귀한 약재의 향을 맡았을 때 임자부는 더욱 더 흥분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70화

    “아이고 이른 아침부터 대체 저는 왜 부르신 겁니까?”“정신 차리고 이것부터 좀 봐주세요!”새벽에 섭정왕부의 하인에 의해 끌려온 임자부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나무 상자 안의 물건을 확인하고는 잠이 확 깨기라도 한듯 놀라했다. “세상에나! 이건 자영지 아닙니까!”그러자 임자부는 곧바로 조심스럽게 영지를 꺼내들었다.“최상급 품질이네요! 대체 어디서 이런 걸 구해왔답니까?”임자부는 자영지를 가까이 들이대고 요리조리 살펴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만 감탄하고 이 자영지가 백년짜리인지나 좀 봐주쇼!”다급해진 고요가 옆에서 재촉했지만, 유독 자리에 앉은 북진연만 덤덤한 표정이었다.임자부는 주저없이 답했다.“당연하지요! 이 크기를 좀 보십시오! 백년 자영지가 틀림없습니다!”“너무 잘됐네요!”그러자 고요와 부하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왕야! 이것이 정말 백년 자영지가 맞답니다!”“이제 다 됐네요. 왕야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했던 세 가지 약재 중에 한 가지를 찾은 것 아닙니까!”“게다가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북진연은 살짝 놀란 얼굴로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는 빈 상자를 빤히 보다가 그날 담담하게 선물을 건네던 온사를 떠올렸다. 그녀에게서 이런 큰 선물을 받게 될 줄이야!임자부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북진연에게 물었다.“왕야, 이 백년 자영지는 누구한테서 받은 것입니까? 신선한 정도를 보니 금방 딴 게 분명합니다.”임자부는 북진연의 부하가 캐왔다고 생각해, 만약 약재를 캔 장소만 알아낸다면 어쩌면 횡재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며 손을 비볐다.“꿈 깨. 그건 내 부하가 캔 것이 아니다.”그러자 북진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임자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예? 그럼 누가 캔 겁니까?”임자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북진연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누가 나에게 선물로 주더군.”“선물이요?”임자부는 순간 아쉬운듯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기에 이런 보물을 선물한답니까!”본디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9화

    온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온사가 자신도 몰랐던 정곡을 찔렀으니 말이다. 그녀는 독기 어린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온씨 가문에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거야?”온사도 사실 그럴 생각이었지만 온모가 편하게 살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온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상황을 봐야겠지.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되면 돌아가서 진국공부의 적녀의 신분으로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적녀라는 두 글짜가 온모의 자존심을 찔렀다.대외적으로 그녀는 온권승이 은인의 딸을 입양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단지 그녀의 어머니가 정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제대로 따지면 온모는 서녀의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그녀는 비천한 사생아에 불과했다.온사의 어머니인 란자군의 이름을 족보에서 지우고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써넣지 않는 한은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영원히 온사를 뛰어넘어 진국공부 적녀가 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전생의 온모가 죽은 온사의 어머니를 괴롭혔던 이유기도 했다.“꿈 깨!”온모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며 잔뜩 분노한 눈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가문에서 나갔으면 다신 돌아오지 마!”온사의 말은 일부분 사실이었다. 그녀는 온사를 집에 다시 데려다가 자신이 장악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기를 원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온사는 이미 예전처럼 그녀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보다는 밖에서 해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온모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그런데 바로 그때, 그녀는 등 뒤가 무엇인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돌린 온사의 눈에는 막수 사태와 다른 사태들의 싸늘한 눈동자가 들어왔다.“이곳은 수월관 승려들이 옷을 갈아입는 곳입니다. 함부로 침입하지 마시지요.”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흉악한 모습을 들켰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온모는 처음부터 이 여승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래서 곧바로 표정을 수습하고는 온사에게 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8화

    “수상한 여자?”온사는 멈칫하며 되물었다.“사람들과 같이 오고 있어?”“아니요. 혼자인 것 같았습니다.”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럼 넌 일단 숨어 있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고.”“예.”추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온사는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밖으로 향했다.막 대문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나타난 손바닥이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온사는 가볍게 고개를 비틀어 피하고는 손을 뻗어 상대의 귀뺨을 쳤다.선수를 치려다가 된통 당한 온모는 얼굴을 감싸며 분노해서 소리쳤다.“온사, 네가 감히 나를 쳐?”“그래 쳤다. 그래서 뭐?”온사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정말 머리가 안 좋은 건가. 내가 또 말해줘야 해? 내가 널 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말이야.”“너!”분노한 온모가 다시 손을 뻗었지만 온사가 더 빨랐다. 그녀는 바로 상대의 손목을 낚아채고 주저없이 귀뺨을 날렸다.짝!방금 전보다 더 찰진 소리가 들려왔다.온모는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매를 맞은 탓에 볼이 빵빵하게 부어올랐다.온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디 다시 쳐봐. 내가 한대라도 맞나?”진작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전에는 기회가 없어서 못했는데, 그럼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온사는 몇 대 더 때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러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온모가 뒤로 뒷걸음질을 쳤다.그녀는 힘겨루기로 온사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화제를 돌렸다.“언니, 어떻게 동생한데 이렇게 할 수 있어? 내가 당장 폐하한테 가서 이르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위선자 같으니라고! 네 본모습을 폐하한테 다 까발릴 거야!”“동생?”온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웃기지 마. 내 어머니는 내게 여동생을 낳아주지 않으셨어.”“그래. 같은 배에서 나온 게 아닌 건 인정해. 하지만 그래서 뭐?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다들 날 친딸, 친동생으로 생각하고 챙겨줬어.”온모는 의기양양하게 온사를 도발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7화

    오늘의 온사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태어나기를 성녀로 태어났다고 감탄하며, 앞으로 본분을 다하며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면 성녀로 존중해 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온사 본인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진짜 성녀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삼촌, 보세요. 짐이 선택한 성녀 괜찮지요?”한편, 어린 황제는 조정의 대신들과 백성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았다.그는 점점 더 온사가 마음에 들었다.처음에는 그저 기회를 준 것뿐이었지만, 그녀가 지금 보여준 모습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폐하의 안목이 참 탁월하십니다.”북연진도 어린 황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동안 온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북연진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기도 의식에 필요한 경문은 총 아홉 장,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전부 암기해서 읊어야 했다.이것이 온사가 급하게 수월관으로 돌아온 이유이기도 했다.다행히도 남은 며칠 동안 막수 사태의 도움으로 그녀는 결국 기도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아홉 장절의 경문을 모두 암기하는데 성공했다.“그런데 나보다 나이도 많은 영감탱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어린 황제는 피식 웃으며 온씨 가문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온자신을 제외한 온씨 가문의 모두가 무대 아래에서 행사를 참여했지만, 온권승은 그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관망대에 올라간 딸을 바라볼 뿐이었다.온장온과 다른 형제들의 표정은 착잡했다. 지금도 그들은 여동생이 성녀이자 여승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온사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눈빛 한번 안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분명 가족인데도 그녀는 그들을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이 대하고 있었다.“온사 쟤는 정말 저렇게까지 우리랑 멀어지고 싶은 걸까?”하지만 온장온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그건 아닐 겁니다.”옆에 있던 온자월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집에서 좋은 것만 입고 좋은 것만 먹으면서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6화

    갑작스러운 상황에 온사는 순간 넋을 잃고 말았고,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사부님이… 독왕이셨다고요? 귀의라고 불리는 독왕이요?”막수 사태가 눈썹을 찡긋했다. “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단다.”대명 왕조에는 두 명의 유명한 의술 천재가 있었다.한명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의성 임자부, 그리고 또 한명은 의술과 독학을 겸비한 귀의 독왕이었다.그들의 명성은 안방에서 곱게 자란 온사마저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중 신출귀몰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귀의 독왕이었는데, 소문에 지금까지 귀의 독왕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그런데 오늘 온사가 그런 인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신비에 둘러싸인 귀의 독왕이 여승들만 사는 허름한 사찰의 주지 사태인 줄을 누가 알았을까?“그럼 사부님, 정말 저에게 독학을 가르쳐 주신다는 말씀인가요?”“왜? 싫으냐?”“그럴 리 없잖아요!”온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냥 제가 이렇게 큰 행운을 가졌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요.”안 그래도 직전에 북진연이 믿을만한 스승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일깨워 줬었는데 독왕이 바로 신변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그렇게 대단한 분이 자신의 사부라니!온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지금 기뻐하긴 일러. 독학을 배워주는데 있어서 만큼은 나도 아주 엄격할 거니까.”막수는 온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그러니 지금은 먼저 날 따라서 의술부터 배우겠다고 맹세하렴.”“무슨 맹세요?”막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불가에서 해서는 안 될 것 중에 하나가 살생이야. 독을 배우겠다면 그 독으로 절대 살인을 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한다.”그러자 온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그녀는 한참의 고민 끝에 막수에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사부. 비록 독을 이용해서 복수할 생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제 신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녀는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이유로 가문을 떠났고 나라를 위해 기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65화

    “이건 섭정왕 전하께 드리는 저의 답례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폐하께 드리는 거예요. 귀찮으시겠지만 섭정왕 전하께서 소인을 대신해 폐하께 전해주셨으면 합니다.”북진연은 나무 상자를 건네받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렇게 북진연이 돌아간 후, 온사는 다시 경문을 베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필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바로 막수 사태였다! “무우야.”막수 사태는 진지하게 경문을 필사하는 온사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사부님?”온사가 이내 붓대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섭정왕 전하께서 그림자 호위 한 명을 데려왔다지?”“예. 감사히 받았습니다. 제가 추월이라는 이름도 지어줬어요! 그 아이를 만나보시렵니까?”사람을 수월관에 들이는 일은 막수 사태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럴 필요까지 없다. 네 사람이니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막수는 손사래를 치고는 온사가 건넨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이리 와서 앉아 보거라. 내가 너한테 긴히 물어볼 게 있으니.”온사는 찻잔을 내려놓고 사부의 옆으로 다가가서 앉았다.“무슨 일입니까?”막수는 온순한 그녀의 표정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너… 최근에 독약을 연구하고 있었니?”온사는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다급히 해독약을 그녀에게 먹여준 사람이 바로 사부였으니 말이다.“예.”온사는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다.막수 사태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불가에 발을 들인 제자는 독을 연구하면 안 되는 겁니까?”막수 사태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그런 건 아니다. 독이라도 잘 쓰면 사람을 구할 수도 있는 거니까.”온사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막수 사태가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몰래 독을 연구하는 것은 안 된다.”막수는 엄중한 표정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날 자칫 잘못했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하지만 사부님, 저 이미 독경을 손에 넣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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