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5화

Penulis: 이제리
방금 멀쩡히 돌아온 섭정왕을 보고 아직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북진연의 두 눈은 핏발이 서 있고 안색도 약간 창백했다.

북진연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비록 마음의 평온은 찾았지만 매번 발작을 일으킨 후에 나타나는 일련의 증세를 고요에게 다 숨길 수는 없었다.

고요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빨리요? 사라진지 얼마나 됐다고요? 이번 발작은 유난히 짧네요?”

고요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라 전에 북진연이 발작을 일으키고 정신을 차리기까지 최소 세 시진이나 소요됐다. 가장 길었던 때는 꼬박 하루를 고통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 시진도 안 되는 사이에 지나갔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요는 싱글벙글 웃으며 북진연에게 물었다.

“임 의원이 지어준 약이 드디어 효과가 있었던 겁니까?”

“그건 아닌 듯하다.”

북진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임 영감이 준 약을 적어도 반 년을 먹었는데 약효가 발현될 거라면 진작에 발현됐어야 했다.

오늘처럼 갑자기 이성이 돌아온 적은 처음이었다.

북진연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청아한 소녀의 경 읽는 소리가 떠올랐다.

그게 작용을 했다고 하면 그 어린 소녀가 읽은 경문이 남달라서일까?

북진연은 귀경한 후로 금남사에 몇번 들른 적 있었다.

매번 발작을 일으키기 전에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금남사의 주지사를 불러 경을 읊게 했으며, 물론 적지 않은 돈까지 챙겨주었다.

이번에도 그럴 목적으로 들렀는데 주지사의 경이 끝나기도 전에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찾아와서 뛰쳐나갔던 것이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뒷산의 냇가에 당도해 있었고 그 뒤에 온사가 나타났다.

그는 온사를 떠올리며 무심한듯 물었다.

“임소우에게 부탁했던 의술 서적은 가져왔느냐?”

고요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답했다.

“예. 경성에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 가져왔더라고요.”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6화

    “그렇소.”수월관의 대문이 그제야 열렸다.북진연은 명을 받고 온사를 호송해 온 사람들이니 수월관 대사부를 비롯해 어린 사태들까지 모두 사실을 알고 있었다.문을 열어준 사태는 당연히 그의 말을 의심치 않았다.물론 북진연의 말이 아예 거짓말인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제 그는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폐하께 청을 올려 자신이 이번 기도 의식을 주관하겠다고 했다.어린 황제는 비록 의아했지만 갑작스러운 삼촌의 요구를 들어주었다.그러니 북진연이 명을 받고 왔다고 한 것도 사실이었다.“무우 사매는 지금 대전에서 막수 사부와 아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시지요.”그렇게 반 시진이 훌쩍 지나갔다.북진연이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온사가 막수 사태와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사내는 기둥에 기댄 채 졸고 있었다.‘왜 이리 빨리 오셨지?’막수 사태는 북진연을 발견하고 약간 이상을 찌푸렸다.그러자 온사가 재빨리 해명했다.“섭정왕 전하께서는 제가 부탁한 의술 서적을 가져오셨나 봅니다. 전에 제가 부탁을 했거든요.”막수 사태가 놀란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의술을 배우려고?”온사가 그럴듯하게 답했다.“산에서 아침 공부와 기도를 마치고도 매일 시간이 남는데 어차피 한가하기도 하고 해서 책을 좀 읽고 싶어서요.”“전에 배운 적은 있고?”막수 사태의 질문에 온사는 쑥스럽게 고개를 숙였다.“아니요. 배운 적은 없어요.”그 말을 들은 막수 사태는 잠깐의 호기심일 거라 판단하고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그래. 원하면 그렇게 하려무나. 다만….”막수 사태는 북진연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저 분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는 말고.”온사가 순순히 답했다.“예, 저도 압니다. 저는 이미 출가한 몸이니 다른 생각은 없습니다.”온사는 출가한 후 막수의 제자이자 수월관의 막내 사매가 되었다.막수는 뭔가 설명을 덧붙이려다가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어련히 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7화

    북진연이 여인과 접촉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줄 몰랐다면 온사는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녀는 그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아침 공부는 끝났고 저녁에 기도할 시간까지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만.”“그럼 잘됐네요. 가시지요.”말을 마친 북진연은 앞장서서 걸었다.온사는 다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전하, 먼저 가계시면 안 될까요? 이 서적들이랑 아침 공부를 한 경문을 처소에 두고 오고 싶은데요.”“예. 그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세요.”말을 마친 북진연은 곧장 뒷산으로 향했다.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처소로 달려갔다.그렇게 잠시 후, 그녀는 간 김에 물도 길어올 생각으로 물통 두 개를 챙겨서 길을 나섰다.그런데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무엇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언제 사람이 이리 많이 모였지?’냇가에는 북진연을 제외하고도 그의 흑기군 네 명이 더 있었고 바닥에는 한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소녀는 그녀를 등지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온사는 한눈에 그 소녀가 누군지 알아보았다.그 소녀는 다름 아닌 온모였다.두 명의 흑기군은 북진연의 옆을 지키고 서 있고 남은 두 명은 온모를 바닥에 제압하고 있었다.온사가 물통을 들고 도착하자, 온모가 낮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섭정왕 전하, 살려주세요. 소녀는 수월관에 참배를 하러 왔다가 부주의로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옵니다. 일부러 섭정왕 전하의 휴식을 방해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참배?”북진연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수월관은 기도 의식 때문에 한 달 동안 폐관한다고 하는데 참배를 하러 왔다고? 누가 널 들여보냈지? 아니면 몰래 들어온 건가?”“아닙니다!”온모가 다급히 말했다.“언니를 만나러 왔습니다! 제 언니가 며칠 전 출가한 성녀 온사거든요. 저는 진국공의 막내딸 온모라고 합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아름다운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날 언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8화

    북진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그는 온모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표정이 싸늘하다 못해 한기를 내뿜는 온사만 쳐다보았다.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면 자신을 잔뜩 경계하는 것 같았다.‘내가 자기 여동생을 잡아서 저러나? 아니야. 자매 사이가 그 정도로 좋은 거 같지 않았어. 아마 아닐 거야.’하지만 온사는 분명 그와 온모라는 여인을 동시에 보고서야 경계심을 드러냈었다.‘설마 내가 온모의 말을 믿고 자신과 맞설 거라 생각해서 경계하는 건가?’이런 생각에 북진연은 왠지 웃음이 나왔다.그에게 병이 있어도 한 여인의 말만 듣고 편을 들어서 다른 여인을 상대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그저 추측에 불과했지만 온사의 생각을 잘 간파했다.예전에 공명정대하고 이성적인 온사의 아버지 온권승이 바로 온모의 몇 마디 말 때문에 편신한 적이 있었다.나중에 그런 믿음 때문에 온사와 최소택을 포함한 몇몇 오라버니들이 피의 대가를 치렀었다.그 사건을 계기로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그래서 지금은 온모가 어떤 사내와 함께 서 있는 것만 봐도 무의식적으로 경계했다.온모가 북진연에게 잡혀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이라도 말이다.왜냐면 그는 온모의 입을 틀어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예로부터 온모가 가장 잘하는 것은 저 가식적인 입으로 모든 사람들 속이고 들었다 놨다 했었다.“섭정왕 전하께서도 명을 받아 행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소녀의 다섯째 언니는 일전에 파혼을 당한 충격을 못 이겨 비구니가 되어 가문과 연을 끊겠다고 했습니다.”온모는 북진연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계속 가련한 목소리로 하소연했다.“아버지는 다섯째 언니가 걱정되어 소녀더러 찾아가라고 하셨어요. 한데 언니는 아버지 충고를 듣지 않고 어제 저한테 물까지 끼얹었어요. 소녀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때 온사가 경계하듯 북진연을 힐끗 쳐다보았다.이 사내가 온모의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떳떳한 섭정왕도 온모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확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9화

    온사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성녀님이 어제 읽었던 경전은 무엇입니까?”북진연은 그녀를 자기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그런데 온사는 여전히 경계하며 그가 앉은 바위에 같이 앉지 않고 옆에 있는 작은 바위에 앉았다.혼자 앉기에 딱 좋은 크기였다.“어제 읽었던 경전이요? 혹시나 제가 물을 길어올 때 외웠던 금광명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습니다.”그녀가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북진연이 못마땅해하며 대답했다.왠지 아직도 그를 경계하는 것 같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경전에 대해 물었다.“성녀님은 능력이 되는 한 본왕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북진연이 빙그레 웃으면서 쳐다보자, 온사는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북진연이 예리한 눈빛으로 뭔가 알아채고 심드렁하게 말했다.“설마 말을 번복하는 겁니까? 본왕이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이런 작은 보답도 하기 싫습니까?”“그게 아니라…”온사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방금 온모 때문에 망설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북진연의 말처럼 그동안 여러 번이나 그의 도움을 받았다.상대방의 신세를 졌으니 갚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그녀는 심호흡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께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이런 은혜는 빨리 갚아야 정신을 가다듬고 온가를 상대할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진작에 그랬어야죠.”북진연은 그제야 만족이 되었는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큰일도 아닙니다. 어제 읽었던 경전이 꽤 마음에 들더군요. 보답으로 내 앞에서 금광명경을 읽어보십시오.”그 말에 온사가 조금 놀랐다.“그… 그것만 하면 됩니까?”“그럼요.”북진연이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너무 쉽다고 생각된다면 몇 번 반복해서 읽어주면 됩니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들거든요.”“알겠습니다.”온사는 흔쾌히 대답했다.북진연이 정말 금광명경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손해보는 것은 아니었다.복습할 기회라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0화

    온사는 무려 여덟 번이나 읽어 목이 마르고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해서야 멈추었다.그런데 누구는 자는 척을 하는지 그녀가 멈출 때마다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깨어나서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또 멈춥니까?”참다못한 온사가 힐끗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계속 읽다간 제 목소리가 나갈 것 같습니다.”그제야 북진연은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진 것을 알아채고 머뭇거리며 물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한 시진이 지났습니다.”북진연은 의아했다.“그리 오래 지났습니까?”그는 고작 이 각 정도 지났다고 생각했었다.‘그래서 목소리가 나갈 것 같다고 했구먼.’북진연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온몸이 개운하고 특히 가장 골치 아팠던 부분이 오늘따라 홀가분하기 그지없었다.금광명경이라는 것이 그의 병에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만약 돌아가서 다른 사람에게 읽으라고 한다면 다시는 수월관에 찾아와 계집애에게 귀찮게 부탁할 필요가 없게 된다. 북진연은 이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리며 말했다.“오늘 수고했습니다. 여기까지 하지요.”그는 자발적으로 그녀가 들고 온 나무통 두 개를 들고 냇가에 가서 문을 잔뜩 채웠다.그 모습을 본 온사가 재빨리 말렸다.“너무 많이 채웠어요.”그녀의 힘으로는 가득 찬 물통을 짊어질 수 없어 보였지만, 북진연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본왕이 바래다주겠습니다.”그는 온사가 갖고 온 멜대도 사용하지 않고 아주 가볍게 물통을 들고 산꼭대기에 있는 수월관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온사는 말릴 겨를도 없이 멜대를 들고 서둘러 뒤를 쫓아갔다.한편, 진국공 저택.북진연의 부하들에게 끌려 남산 기슭에 버려진 온모는 결국 비참하게 혼자서 산중턱까지 올라갔다.거기서 온가의 마차를 발견하고 씩씩거리며 저택으로 빨리 돌아가라고 언성을 높였다.온가에 도착한 그녀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서책에 있는 온권승과 온장온에게 달려갔다.“아버지, 큰오라버니!”그러나 안타깝게도 근처에서 한바퀴 돌았지만 누구도 없었다.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1화

    "뭐? 걔가 너한테 물을 뿌린 거라고? 설마 어제도 뿌린 거야?!" 온자신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러자 온모는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애써 화제를 돌리는 척했다. "괜찮아, 오빠.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야. 그냥 물 좀 뿌린 것뿐인데 뭐, 난 괜찮아.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다섯째 언니가 집에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게 어디 심각한 일이 아니야!" 온자신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온사 걔, 정말 기가 막힌 애네! 아무리 성격이 못되다고 사람들이 말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더니… 자기 여동생까지 이렇게 괴롭히는 사람이 못된 게 아니라면 또 누가 못되다고 할 수가 있겠어?" "오빠! 그런 말 하지 마. 다섯째 언니가 뭘 했든, 지금으로서 오빠는 날 도와줄 방법만 생각하면 돼.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른 시일 내에 다섯째 언니를 돌아오게 만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거라고!" 온모는 최대한 서러운 감정은 숨기고, 절박한 목소리로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그녀의 입에서 큰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온자신은 의아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온사가 수월관에서 다른 짓까지 저질렀어?" "사실 언니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온모는 이를 악물으며, 마치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숨겨두고 있는 듯 당황하고 두려운 기색을 보였다. "사실 나, 언니가 수월관의 뒷산에서 한 남자랑 단둘이 있는 모습을 본 적 있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더라고. 게다가..." "게다가 뭐? 얼른 말해!" 온자신은 이미 온모의 말에 크게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내심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깨닫고는 급히 추궁했다. "그 남자와 담소를 나누더니 갑자기 껴안더라고!" 온모는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숨겨온 비밀을 모두 털어놓고 나서야 그녀는 기분이 상쾌해졌다. “온사, 이 모든 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감히 나한테 더러운 물을 끼얹다니… 설령 네가 온씨 집안에 있지 않아도 나는 너를 처단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2화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마침 안에 있던 시태가 나와 문을 사이에 두고는 온자신과 대치하였다.“폐관하든 말든 내가 알 바는 아니고 당장 온사 불러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낡은 문을 걷어차고 너희들의 수월관을 뒤집어 엎어버릴거야!"온자신은 하찮은 태도로 시태의 말을 제멋대로 끊고는 위협했다.그의 건방진 태도에 시태는 언짢아져, 더더욱 문을 열어줄 마음이 없어졌다.그렇게 뒤이어 세번이나 요구를 했지만, 결국 문을 열어주지 않자, 온자신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발을 들어 문을 걷어차기 시작했다."쾅! 쾅! 쾅!"본래 매우 아담한 수월관은, 그 대문도 그다지 두껍지 않은 두 개의 나무문으로 만들어졌다.온자신이 겹겹이 몇 발 발길질은 하자, 시태가 막을 겨를도 없이 문이 펑하고는 걷어차이게 됐다.이내 온자신은 성큼성큼 들어서 시태를 차갑게 흘깃 보고는 곧장 안으로 뛰어들었다."시주님 멈추세요! 지금 대체 뭘 하려는겁니까! 수월관 내는 그 어떤 남자도 함부로 들어설 수 없습니다!""이 늙은 여승 봐라, 감히 또 나를 막으려 한다면 아예 너까지 걷어차버릴거야!"온자신은 그의 앞을 막으려는 사태를 밀어내고는 대문을 뚫고 대전으로 향했다.들어서는 길에 사람만 보이기만 하면, 온사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심상치 않은 동정을 들은 온사가 급히 달려왔을 때는, 이미 여러 명의 어린 여승이 온자신 때문에 크게 놀라 울음을 보이고 있었다.그 모습에 온사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만해요! 지금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그 소리에 온자신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온사, 너 이제야 모습 드러내는거야?"잔뜩 흥분한 그의 모습에, 온사는 온모가 그에게 고자질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실은, 온모는 온자신이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엄청난 더러운 물을 뿌렸다는 것이다."우리가 친남매인 사이를 봐서라도, 우리 오빠들이 너한테 다시 한번 마지막 기회를 줄게. 그러니 당장 물건 정리하고 온씨 집안으로 돌아가!"온자신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3화

    온자신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 온사의 머리를 쳤다.“온사, 너 미쳤어? 당장 안 놔?”하지만 온사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미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바로 온자신이었으니까!힘들게 가문을 탈출했는데 여기까지 쫓아와 그녀의 평온을 방해하는 사람 역시 온자신 뿐이었다. 누구든 그녀를 그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사람이라면 원수가 되었다.온사는 온자신의 팔뚝을 더 힘주어 깨물었다.그렇게 온자신의 폭력이 행해질수록 그녀는 어금니에 힘을 꽉 주었다.이빨에 피부가 찢겨져 피가 흘러 내렸지만 그녀는 힘을 풀지 않았다.결국 온자신은 고통에 신음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미친년! 넌 완전히 미쳤어!”“너 오늘 내 손에 죽어봐라!”온자신은 주먹을 꽉 쥐고 온사에게 마구 휘둘렀다.가녀린 소녀의 몸으로 어찌 사내의 거센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온사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눈물이 줄줄 흘렀고, 목구멍에서는 피비린내까지 올라왔다. 대체 자신의 피인지 온자신의 피인지도 구분도 가지 않았다.이 광경에 주변에 있던 사태와 어린 여승들이 모두 화들짝 놀라며 달려와서 두 사람을 떼어내려 했지만, 계속 서로를 놓아주지 않았다.심지어 온사는 온자신에게 맞아 이마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물고 있는 팔뚝을 놓아주지 않았다.그러자 온자신도 점점 한계가 찾아와,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발을 들어 온사의 배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그 순간 온사도 그의 살점을 물어뜯었다.“악!”온자신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살점이 뜯겨져 피가 줄줄 흐르는 자신의 팔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그냥 집에 데려가려고 찾아온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반항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온사야, 넌 우릴 가족으로 생각한 적은 있어?”분노에 이성을 잃은 온자신이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온사는 사태들의 부축을 받으며 원한에 사무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말하고

Bab terbaru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7화

    그는 혹시라도 막수가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해명을 덧붙였다.하지만 그럴수록 막수의 눈에는 더 수상해 보일 뿐이었다.온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그랬군요. 어서 앉으세요. 제가 차를 내오죠.”그녀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고 북진연과 막수만 정원에 남았다.막수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의 마음이 너무 티가 납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다 보일 정도예요. 무우는 현재 우리 수월관 사람이니 전하께서 이럴수록 무우의 수행을 망치는 것입니다.”북진연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서신을 받은 후,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그였다.수월관에 도착하고 막수와 부딪쳤을 때에야 그는 자신의 행위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밤중에 여인의 처소로 달려오다니, 다른 사람이 봤으면 온사의 명성에 큰 누를 끼칠 것이다.북진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생각이 짧았군. 사태,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다음엔 더 주의하겠습니다.”막수는 다음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불만 가득한 눈으로 북진연을 노려보았다.이때, 온사가 뜨거운 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세 사람은 정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온사는 북진연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막수와 아까 나누던 이야기를 계속했다.“사부님, 독사의 사체는 어디에 쓰려고 남기라고 한 건가요?”온사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구석 쪽을 바라보았다.북진연은 그제야 구석진 곳에 쌓인 피 묻은 보따리를 발견했다.살짝 풀어진 틈새로 독사의 머리가 보였다.비취색의 영롱한 색상을 보고 북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독성이 매우 강한 독사인데다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보따리의 형태로 봐서 적어도 열 마리는 될 것 같았다.이게 모두 온사의 정원에서 나왔고 오늘 온사가 하마터면 독사에게 물릴 뻔했다고 생각하니 북진연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이미 죽은 녀석들이고 좋은 약재로 쓰일 수 있어. 마침 3일 후에 그 사구라는 인간을 만나야 하니 그 전에 이것들로 좋은 선물을 준비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6화

    약속 시간을 잡은 사구는 그 길로 뒤돌아섰다.그렇게 온사의 정원을 지나던 그는 뭔가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는 늙은 여승이 있었다.사구는 그 여승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그가 옷소매를 휘두르자 뱀들이 소매에서 기어나와 여승이 있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사구는 그걸 본 여승이 겁에 질려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승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흥미가 사라진 사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 길로 수월관을 벗어났다.사구가 떠난 후, 추월은 정원 안팎을 꼼꼼히 확인했다.그리고 정원 곳곳에서 십여 마리의 뱀을 잡아냈다.“사구 놈이 다녀간 후로 내 처소가 뱀 소굴이 다 되었네.”독사를 전부 처치한 추월은 굳은 표정으로 뱀의 사체를 한곳에 모아 불사르려 했다.그리고 이때, 막수의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려왔다.“잠깐, 그 독사들은 그대로 둬.”고개를 돌린 온사가 물었다.“사부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내가 안 왔으면 네가 나 몰래 이렇게 큰 일을 치르고 있을 줄도 몰랐잖니.”막수는 싸늘한 시선으로 온사를 쏘아보았고 온사는 괜히 찔려서 어깨를 움츠렸다.사부는 밖에서 그녀와 사구의 대화를 다 들은 모양이었다.온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사부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작정하고 숨긴 게 아니라 확실해지면 사부님께 말하려고 했어요!”“정말이니?”막수 사태는 못 믿겠다는 어투로 그녀에게 재차 물었다.온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저도 출가인입니다, 사부님!”“하, 말은 잘해.”막수는 냉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일단은 믿어주도록 하마. 허나 삼일 후 나도 너와 같이 가겠다.”“그건 안 돼요, 사부님!”온사는 당황하며 막수를 말렸다.“아주 위험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상대가 몇이나 데리고 나올지도 모르고 그쪽에서 만약 사람이 많이 오면 한바탕 피바다가 될 거예요. 사부님은 출가인인데 어찌 그런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그럼 넌 출가인이 아니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5화

    미리 대비를 해두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그 독사에게 물릴 뻔했다.“나에 대한 정보를 대체 누가 줬을까?”중년 사내는 위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배신자는 빨리 제거해야 해서 말이야.”온사는 당연히 이 시점에 김사도를 배신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주인이 워낙 겁쟁이라 좀 겁만 줬을 뿐인데 전부 말하더라고. 그걸 꼭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아?”“쯧,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군.”사구는 눈썹을 꿈틀하더니 질문을 이어갔다.“그런데 참 궁금하단 말이야. 고결하신 성녀 전하는 대체 우리 아가씨한테 어떤 식으로 겁을 줬을까?”능글맞게 웃는 그의 눈매에서 위협이 느껴졌다.하지만 온사에게는 저런 속임수가 통하지 않았다.“내가 할 줄 아는 게 하도 많아서 말이야. 궁금하면 너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됐어. 난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 성녀 전하의 시련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아. 그러니 본론부터 얘기하지.”사구는 손을 뻗더니 소매 안에서 고급 소재의 헝겊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성녀 전하, 이게 뭔지는 알고 있지?”온사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것은 사망하신 어머니께서 입관할 때 입었던 옷이었다.온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좋아. 어디 네 얘기 한번 들어보지.”그녀는 소매를 만지는 척하며 공간 안에서 뭔가를 꺼내 상 위에 올려놓았다.피 묻은 머리카락이었다. 딱 봐도 억지로 잡아당겨 뽑은 것으로 보였다.사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내 어머니의 물건으로 날 협박하려 하지 마. 네가 어머니를 완전한 상태로 돌려준다면 너희의 아가씨도 무사할 테니까.”물론 지금 인사불성이 되었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그래도 사지 멀쩡하고 손발가락 그대로 붙어 있으니 완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사구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호통쳤다.“이런 식으로 나에게 협박한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없었어!”“그건 예전이고 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4화

    “뭐라고?”온자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는 그런 그를 싸늘히 노려보고는 말했다.“거래 안 한다고. 알아들었어? 내가 다시 말해줘?”“온사, 너!”온자월이 온사의 이름을 부른 그 순간, 검은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놀란 온자월은 품에 간직한 비수를 꺼내려 했다.하지만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추월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떨어졌다. 곧이어 추월은 주먹으로 온자월의 얼굴을 쳤다.퍽!온자월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가 일어나서 반격하기도 전에 추월은 그의 복부를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너… 넌 누구야? 감히 진국공가의 공자에게 무력을 휘두르다니!”온자월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신분으로 추월에게 겁을 주려 했다.온사는 그런 그들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 추월이 고개를 숙이고 온사의 뒤에 섰을 때에야 온자월은 상황을 눈치챘다.“이 아이는 내 사람이야. 뭐, 불만 있어?”온사는 바닥에 쓰러져서도 소중히 연을 감싸고 있는 온자월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아들이 원수의 딸을 구한답시고 친히 만들어준 연을 거래 조건으로 들고 나온 걸 어머니가 아시면 참 후회하실 거야.”“원수의 딸이라니! 또 무슨 헛소리야!”온자월은 바닥에 쓰러져 몸도 못 일으키면서도 언성을 높여 말했다.“참, 내 정신 좀 봐. 또 쓸데없는 얘기를 했네.”온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는 생전에 우리를 무척 사랑하셨어. 네가 불효자인 걸 아셨어도 후회는 없으셨을 거야.”말을 마친 온사는 온자월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온자월 너는 후회 안 해?”온자월은 주먹을 꽉 쥐고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아. 넌 나와 막내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어. 하지만 착각하지 마. 혈연을 떠나서 막내는 내 동생이야!”“그래? 진실을 알게 되는 날에도 그 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게.”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수월관으로 돌아가 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온자월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그가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3화

    온사는 그가 뭐 하러 온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온자월이 대체 뭘 갖고 왔을지 궁금했다.밖으로 나가서 온자월이 들고 있는 연을 보자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연까지 가지고 왔네?”온자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 연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 나도 쓸데없는 말 안 할게. 너 어머니의 물건을 원하잖아? 이 연을 너에게 줄게. 당장 막내를 풀어줘.”온사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온모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걔를 위해서 어머니까지 버릴 생각이야?”“어머니를 버린 게 아니야!”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곧바로 반박했다.“네가 막내를 납치하지 않았으면 내가 어머니의 물건을 꺼낼 일도 없었어!”온사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넌 결국 어머니와 외부인 둘 중에 외부인을 택했다는 거잖아!”“헛소리하지 마!”온자월은 격앙된 목소리로 호통쳤다.“막내는 외부인이 아니야. 외부인은 너지! 잊지 마, 넌 이미 진국공가의 딸이 아니야. 진국공가의 딸은 막내 한 명뿐이야. 걔가 내 동생이라고!”“그래! 양심도 없는 놈. 역시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끼리 잘 어울리네. 원래부터 너희가 일가족이었나 봐!”온사는 눈을 부릅뜨고 온자월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지금 누굴 욕한 거야?”온자월도 눈을 부릅뜨고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 내가 너한테 주먹을 못 휘두른다고 함부로 막내 욕하지 마!”온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나한테 주먹을 휘둘러? 참 대단하네. 경성의 사내들 중에 여자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너!”온자월은 발끈하며 온사에게 다가가려다가 손에 든 연을 놓칠 뻔했다. 그는 뒤늦게 연이 괜찮은지 살펴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온사는 그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연을 외부인인 나에게 갖고 와서 거래를 하자는 사람이 뭘 그렇게 긴장해?”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설마 내가 이걸 소중히 보관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중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2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온자월은 나무상자에서 조심스럽게 연 하나를 꺼냈다.이것은 그가 어릴 적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연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간 이후로 그는 한 번도 이것을 꺼낸 적 없었다.오늘에 와서야 이것을 꺼내보지만 목적은 좀 달랐다.“분명 온사가 막내를 숨겨뒀을 거야. 온사가 막내를 풀어주게 하려면 걔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으로 교환할 수밖에.”온사가 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는 온자월은 잘 알고 있었다.온사는 출가하러 수월관으로 떠날 때도 그들 몰래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사람이었다.나중에는 온자신을 갖고 그들을 협박하여 어머니의 혼수품까지 모두 챙겨갔다.그래서 이 집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물건은 별로 많지 않았다.이걸 온사에게 내어주기엔 너무 아깝지만 막내가 온사의 손에 있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게다가 온사는 막내가 어머니의 시신을 훔쳐갔다고 모함하고 있지 않은가! 빨리 막내를 구해내지 않으면 명성이 더럽혀질 것 같았다.“어머니, 죄송합니다. 아들의 불효를 용서하세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막내만 구출하고 어떻게든 이 연은 다시 돌려받을게요.”온자월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그는 연을 들고 말에 올라 남산 쪽을 향해 달려갔다.그가 경성을 나간 후, 진국공부.“국공 어르신, 셋째 공자께서 외출하셨습니다. 성녀를 찾아간 것 같아요.”침상에서 휴양 중이던 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집사가 재빨리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온권승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러 가는지는 말이 없었고?”집사가 답했다.“셋째 공자께서는 손에 연 하나를 들고 나가셨습니다. 다른 건 소인도 모릅니다.”“연을 갖고 나가?”온권승은 잠시 기억을 회상하다가 집사에게 물었다.“제비 모양의 연 말이야?”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맞습니다. 크지 않고 자그마한 어린애용 연 같았습니다.”온권승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온자월이 뭐 하러 갔는지 알 것 같았다.“됐어. 갈 테면 가라고 해. 수월관에 침입하지 못하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1화

    그러나 김사도는 사구와 그저 몇번 지나치다 본 사이라고만 했다.말투나 표정을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온사는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옥패 공간으로 돌아간 온사는 사구가 찾아올 것을 미리 대비해 두기로 했다.그 시각, 경성 진국공부.“그럴 리 없어요. 막내가 그런 짓을 했을 기 없잖아요! 분명 온사 그 계집애가 막내를 모함하는 걸 거예요!”그날 집으로 돌아온 후 아버지에게 완전히 실망한 온장온은 어머니의 무덤이 도굴당한 일을 두 동생에게 알렸다.두 사람의 반응은 무척 격했다. 하지만 온장온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지금 그게 중요해? 먼저 어머니의 시신부터 찾아야 하는 게 아니야?”“당연히 알죠. 하지만 형님, 온사가 막내를 모함하는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온자월은 격분해서 온장온에게 언성까지 높였다.온장온의 표정도 순간 차갑게 변했다.“온사가 이런 일로 장난칠 애로 보여? 잊지 마! 걔도 우리처럼 어머니의 자식이야!”“형님!”온자월은 실망한 눈으로 온장온을 바라보며 따져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막내는 우리와 같은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서 마음대로 의심해도 된다는 거예요?””내가 언제 그렇다고 했어? 셋째야, 내 말을 왜곡하지 마!”“제가 왜곡을 했다고요?”온자월은 냉소를 짓고는 온옥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럼 넷째에게 물어보세요. 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형제는 아까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온옥지에게 고개를 돌렸다.온옥지는 담담히 말했다.“큰 형님, 어머니의 시신이 사라져서 많이 놀라고 초조한 마음 이해요. 하지만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돌아온 막내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얼마나 속상하겠냐고요?”온자월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온장온은 한숨이 나왔다.그는 이 둘과는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어쩌면 매번 막내와 연관된 일에 한해서는 그랬던 것 같았다.예전의 그 역시 막내의 편에 섰기에 그게 틀렸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0화

    “최근에 그놈을 만났어?”온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놈이 나한테 정말 소중한 것을 훔쳐갔어. 그래서 놈을 찾고 있어.”김사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온모가 시킨 거겠지. 그 인간 평소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해. 나도 몇 번 마주친 게 다라고. 사구의 다른 무리는 본 적도 없어.”“그렇게 은밀히 행동해?”온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김사도가 말했다.“놈들을 찾자면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구는 곧 나타날걸.”온사가 흠칫하며 물었다.“온모가 내 손에 있기 때문에?”“맞아. 놈들은 온모가 변을 당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그러니 조심해. 내 해독제를 만들어내기 전에 죽지 말라고.”말은 그렇게 해도 김사도는 꽤 신이 난 표정이었다.온사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너도 조심해야겠지.”“내가 왜 조심해? 난 어차피 온모에게 조종당하던 허수아비일 뿐이야. 지금은 온사가 너에게 잡혀가고 내 통제권이 너한테 넘어간 것일뿐. 한낱 허수아비일 뿐인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김사도는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온모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넌 이미 내 허수아비가 되었으니 사실을 말해주지. 온모의 몸에서 수색한 처방전을 보고 감히 확신하건대, 이 대명왕조에서 나를 제외하고 너희들의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어.”김사도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혹시 처방전을 훼손한 거야?”“그거도 그거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자세한 원인은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너희는 영원히 해독제를 못 구할 거라는 것만 명심해.”“정말 너무하네.”김사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도 이제 동맹이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친구한테 그런 것도 얘기 못해줘?”“미안하지만 나한테 동맹과 친구는 달라. 동맹은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지만 친구는 아니거든. 그러니 넌 내 친구가 아니야.”온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김사도는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나 상처 받았어.”“그래. 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69화

    “쿨럭… 처리하기도 전에 납치를 당해서… 시신은 사구한테 있어.”온사가 온모를 납치하던 날에 온모가 사구를 시켜 무덤을 도굴하게 했다는 얘기였다.온사는 만약 추월이 그날 온사를 납치해서 끌고 오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시신은 진작에 온모의 손에 훼손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사구는 누구야?”“모… 몰라. 난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들과 함께 있었어.”‘그 사람들? 온모의 배후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온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환각제를 먹고도 상대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다면 김사도 무리처럼 온모의 어미 백초유가 미처 온모한테 알려주지 못하고 남기고 간 사람들일 것이다.‘아니면 온모의 배후에 비밀의 존재가 있거나.’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온사는 어머니의 시신을 되찾은 후에 바로 온모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놈은 어디 있어? 너희는 어떻게 연락해?”“나도 걔가 어디 있는지 몰라. 그저 내가 필요할 때 알아서… 나타났어.”말을 마친 온모는 갑자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환각제의 약효가 끝난 것이다.온사는 싸늘한 눈으로 온모를 내려다보았다.“네가 필요할 때 알아서 나타난다라….”‘그렇다면….’방법을 떠올린 온사는 온모를 끌고 가서 다시 철장에 가두었다.그러고는 김사도에게 서신을 보내 속히 수월관으로 오라고 했다.다음 날, 김사도는 저녁 무렵에 온사의 처소 앞에 나타났다.“무슨 일인데 이리도 급하게 사람을 불렀어? 고귀하신 성녀 전하께서 내가 그리웠나?”그는 늘 이렇게 시정잡배처럼 굴었다.온사는 한심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아, 알았어. 내가 안 보고 싶었나 보네. 그럼 내 해독제 연구에 진전이라도 있는 건가?”김사도는 온사의 옆으로 다가가서 싱글거리며 질문을 던졌다.“진전은 있어. 온모의 몸에서 네가 말한 해독제 처방을 찾았거든.”김사도는 순간 고개를 번쩍 들더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성녀가 보기에 그 처방 어땠어? 만들어낼 수 있어?”그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물론 온사는 그에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