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7화

Author: 이제리
그 순간, 그녀의 속에서 마치 끈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몸에 있던 모든 속박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드디어 그녀의 두 번의 생을 고통스럽게 하던 곳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

북진연은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는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살육과 죽음을 목격했고, 매번 다른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의 충격적인 감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이미 살육으로 혼탁해진 눈에 금색의 불상과 소녀가 비쳤다.

그 불상의 빛이 쏟아지니 마치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소녀 역시 환골탈태한 듯했다.

*

북진연이 떠날 때, 온사는 대문까지 그를 배웅했다.

그녀는 대문에 가까이 가지 않고,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예를 갖추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섭정왕 전하.”

만약 북진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쉽게 온씨 가문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온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도중에 다시 잡혀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북진연에게 감사해야 했다.

“명을 받들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오.”

북진연는 그녀의 눈을 피한 채 고개를 돌리고 벽에 가득한 푸른 덩굴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물었다.

“오늘 물건을 다 잘 챙기셨소? 두고 온 것은 없소?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가져다드리겠소.”

온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물건과 어머니의 물건 중에 중요한 것은 대부분 옥패의 공간에 넣어두었다.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어도 상관없었다.

북진연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무심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

“오늘 그렇게 급하게 준비했는데, 정말 다 챙긴 게 확실하오? 앞으로 하산이 쉽지 않을 것이니,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마시고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나으실 거요.”

온사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나중에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확실히 번거로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8화

    온사는 묵묵히 자신을 타일렀다.이제 그녀는 출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이렇게 생각한 뒤, 온사의 마음은 빠르게 물처럼 평온해졌다. 오래된 우물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 법이다.“그럼 다시 한번 섭정왕 전하께 감사드립니다.”“여승은 아직 정리할 짐이 남아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전하.”온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돌아서서 관내로 들어갔다.그녀의 수척한 모습이 월동문 뒤로 사라지자, 북진연은 그제야 뒤로 돌아 수월관을 나섰다.그가 출발하려 할 때, 온장온은 여전히 대문 밖에 있었다.북진연이 나오는 모습을 본 온장온은 재빨리 앞으로가 급히 물었다.“섭정왕 전하, 다섯째는 어찌 되었습니까? 다섯째는 같이 안 나오신 겁니까?”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이 그를 세 걸음 밖으로 밀쳐냈다.북진연은 담담히 그의 눈을 보더니 말했다.“그 아이는 이제 이미 수월관의 여승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지 않았습니다.”온장온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낯빛이 변했다.“네?!”“하지만 폐하께서 이미 다섯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로 약조하셨습니다. 그저 저 아이가 후회하여 돌아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폐하께서 어명을 거두시겠다 하셨습니다!”“제가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외쳤는데 섭정왕 전하께서는 설마 듣지 못하신 겁니까?”북진연은 부하들에게 고삐를 건네받으며 말했다.“들었습니다.”“들으셨으면서 왜 데리고 나오지 않으신 겁니까?!”온장온은 순간 놀라서 화를 내며 물었다.그러자 북진연은 바로 말에 올라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온장온과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몰고 가버렸다.폭포 같은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지금 북진연의 마음과 같았다.의서?의학을 배우려는 건가?배우기 어려울 것인데, 임씨 성을 가진 자들에게 달라고 해야겠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9화

    온모의 말을 듣자 온자신 일행은 모두 동의했다.“아버지, 막내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수월관에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막내가 간다면 스승님 역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온권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막내구나. 이번 일은 너한테 맡기마.”온모는 갑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염려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언니를 데리고 오겠습니다!”온자신이 웃으며 말했다.“막내가 가면 분명 성공할 것이야!”“맞아, 맞아. 막내는 이렇게 착하고 귀여우니, 수월관에 가서도 분명 스승님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그때 가서 막내랑 같이 다섯째를 잘 타이르면 다섯째가 돌아올지도 몰라!”온모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그 늙은 여승들의 사랑은 받고 싶지 않았다.재수 없어.하지만 그녀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유지하며 가끔 칭찬을 받으면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니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온자신 일행이 계속 온모를 칭찬하고 있을 때.옆에 있던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온모와 딸에게 무한한 웃음을 내보이는 온권승, 그들의 곁을 둘러싸고 온모를 달래고 있는 동생들을 보고 있으니, 순간 머릿속에 수월관 앞에서 섭정왕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온장온은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다섯째가 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까?집안이 이렇게 화목하고 따뜻한데, 아버지는 자식들을 아끼고, 오라버니들은 동생을 아끼고, 가장 어린 여동생도 그렇게 양보하는데, 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비록 둘째가 가끔 때리기도 하고, 아버지도 가법으로 처벌하기도 했지만 그건 다 그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철없이 행동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설마 겨우 이런 일로 집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고, 집안이 싫어진 건가?온장온은 갑자기 화가 났다.온사에게 화가 났고, 온사가 본인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그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0화

    바로 이때.“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하인 한 명이 급히 달려 나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둘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사모님…… 사모님의 위패가 사라졌습니다!”온자신과 온자월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뭐?!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사당에서 위패가 사라졌는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어머니의 위패를 누가 가져갔지?”온자월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온자신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두 형제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화가 나서 말했다.“설마…… 온사?!”“어머니의 위패까지 가져가다니!”온자신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도둑년이다!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것이냐!”온자월은 낯빛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는 아버지의 허가도 없이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고, 이런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한 것도 그렇다 쳐도, 이제는 어머니의 위패까지 훔치다니!“이 년이! 어제 계속 몰래 무언가를 한다 싶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걸 그랬네!”온자신은 화가 나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들은 아직 온사가 위패뿐만 아니라, 그녀 어머니의 혼수, 유품 같은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저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었다.온자월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욕해봤자 소용없어. 아마 어제 어머니의 위패를 수월관으로 가져갔을 거야.”“이제 너만 믿을게, 막내야.”온자신은 온모를 바라보여 말했다.“반드시 다섯째랑 어머니의 위패를 같이 데려오거라!”“알겠습니다, 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온모는 속으로 생각했다.온사 이 천한 것이 그 천한 위패를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이러면 더 잘 됐지!애초에 나중에 반드시 그 천한 위패를 온씨 가문 사당에서 내다 버리고 그녀 어머니의 자리를 비워두려고 했었다.이렇게 빨리 그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수월관에 가서 그저 작은 사고를 일으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화

    “우쭈쭈.”“먹어, 언니, 왜 안 먹어?”어두컴컴한 밀실에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온사가 숨죽인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몸에 있는 쇠사슬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목과 사지를 묶어 빠져나갈 수 없게 했다.그녀의 앞에는 노란색 옷를 입고 있는 소녀가 개 먹이를 들고 개를 놀리는 것처럼 그녀를 놀리고 있었다.웃을 때 보조개가 예쁘게 생기는 이 소녀는 그녀의 여동생 온모였다.온모는 뒤에 있던 시녀에게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이거 봐, 우리 언니 진짜 쓸데없다니까? 개로도 못 쓰겠어. 이 몸이 직접 먹여주는데도 감히 안 받아먹잖아.”시녀는 곧장 앞으로 가 바닥에 있던 사람을 걷어찼다.차인 사람이 힘겨운 소리를 내자, 그제야 시녀는 온모를 달랬다.“아가씨, 그러지 마세요. 이 개가 아직도 자기가 국공부 정실 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온모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온사가 정실 딸은 무슨, 아버지랑 오라버니들도 다 모르는 사람이라는데, 개로 써주는 것도 얘한텐 영광이지.”“불쌍한게 눈치도 없어.”온모는 차가운 말 한마디를 던지고 온사의 손을 있는 힘껏 짓이겼다.너무 세게 밟은 탓에 손가락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고, 온사는 고통스러운 듯 흐느꼈다.“온사, 내가 마지막 기회 한 번 더 줄게, 그 옥패 내놔.”“흐…… 흐흐……”이미 정신이 조금 희미해진 온사는 이 말을 듣고 나서야 힘겹게 반응했다.그녀는 힘없는 웃음을 내뱉고 말했다.“온모, 너 헛된 희망 가지지 마……”옥패는 어머니가 그녀에게 물려준 유일한 물건이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절대 온모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멍청한 것, 네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온모는 눈에서 불을 뿜을 것처럼 화를 냈다.마침 이때, 밖에 있던 누군가에 의해 밀실의 문이 열리고, 실루엣 몇 개가 밀실로 들어왔다.온모는 그들을 돌아보고 급히 개 사료를 시녀의 품에 숨기며,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듯 순식간에 순수하고 귀여운 얼굴로 바뀌더니 기뻐하며 그들에게 달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화

    성년식?성년식은 진작 끝났잖아?그녀는 성년식 당시에 겪었던 치욕들을 지금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손님들의 비웃음, 오라버니들의 조롱, 혼인 상대의 파혼, 그리고 부모님의 질책……그녀는 이미 그런 일들을 한번 겪었었다.근데 지금 또 웬 성년식?설마 온모가 또 무슨 새로운 수작을 부려서, 그때 그 치욕을 다시 겪게 하고 죽이려는 건가?!온사는 순간 숨이 가빠졌다.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던 그때,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멈추었다.잠깐!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아무런 상처도 없이 깨끗한 자신의 손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을 보고 서서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손과 발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다 괜찮아진 걸까?이게 가능한 일인가?분명 그녀의 손과 발의 힘줄은 전부 끊어져서 절대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였다.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온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모든 장식품들이 서서히 기억과 합쳐졌다.그녀는 방 한편에 있는 화장대로 시선을 옮겼다.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니 구리로 된 거울에 서서히 가녀린 실루엣이 비쳤다.앳되고 멀쩡한 얼굴 그리고 풋풋한 옷차림……이건 분명 온모가 그녀의 얼굴을 망가뜨리기 전일뿐더러, 아직 어른이 되기도 전의 모습이었다.멀쩡한 손과 발, 익숙한 방 그리고 이 상처 하나 없는 얼굴……온사는 갑자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추측이 떠올랐다.……설마 다시 태어난 건가?게다가 성년식 날로 돌아간 건가?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온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미친듯한 표정을 지었다.맞다, 맞아……그녀는 진작 온자월의 검에 베여 죽었다.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죽지 않았다.게다가 다시 태어나다니?!하!하늘은 그녀를 농락하는 걸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그녀는 분명 다시는 온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하늘은 그녀를 다시 온씨 가문의 딸로 태어나게 했다.온사는 피가 날 지경으로 입술을 깨물었다.비릿한 피의 맛이 느껴지고 나서야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았지만 시중드는 하녀가 없어 스스로 머리를 빗던 소녀는 뒤돌아 그를 보더니 역겨움을 참고 조용히 말했다.“둘째 오라버니.”방으로 들어온 온자신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온사에게 말했다.“뭐 좀 물어보자, 막내 관복 네가 망가뜨린 것이냐? 왜 그렇게 못된 것이야? 분명 오늘은 막내의 성년식 날이기도 하거늘, 막내 관복을 망가뜨리다니!”흥분한 온자신이 온사에게 묻던 그때, 온사가 뼛속까지 미워하던 사람이 온자신의 뒤에서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을 내밀었다.“둘째 오라버니, 그만두세요. 제가 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언니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실수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온모는 가녀린 몸과 귀여운 외모로 항상 지켜줘야 할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누구든 그녀의 겁먹은 사슴 같은 눈망울을 본다면 동정심이 생길 것 같았다.그녀도 자신의 강점이 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특히 진국공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온모는 겨우 반년 전에 진국공 저택의 사람이 찾아서 데려왔기 때문이었다.아버지는 그녀가 3살 때 누군가에게 납치당했고,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했다.그래서 온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온모를 안쓰럽게 생각했고, 최대한 보상해 주려고 했다.온사 역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어쨌든 온모도 그녀의 친동생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순진한 생각 때문에 전생에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렀다.그런 온모의 얼굴을 다시 보자, 온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다.“막내야! 너는 어찌 그리 착하게만 구는 것이냐? 분명 다섯째의 잘못인데, 네가 어찌 그리 감싸고도는 것이냐?”“아니라니까요, 아이고, 둘째 오라버니, 어찌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십니까.”온모는 이 말을 하면서 심지어 고개를 돌려 온사에게 사과까지 했다.“언니 미안해. 다 내가 말을 잘 못하여 제대로 설명 못해서 그런 것이야. 둘째 오라버니께 노여움을 풀면 안 될까? 오라버니께서 날 너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화

    비틀거리다가 화장대 모서리에 부딪힌 온사는 입술을 깨물었다.저번 생에서 온모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하고 지금 이러는 온모를 보니, 온사는 그녀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관복을 주워들었다.“저도 제가 무엇을 했기에 막내가 이렇게 크게 반응하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니면 막내가 직접 설명해 주겠니?”“네가 뭘 했는지는 너 스스로가 가장 잘 알 터!”온자신은 온모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를 높여 그녀에게 화를 냈다.온사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예전엔 그녀도 잘 몰랐지만, 지금 보니 온자신은 정말 눈이 먼 것 같았다.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누가 뭘 하고 안 했는지도 보지 못했다.그게 아니라면 보이는데도 한 사람의 말만 믿는 것이다.온자신은 매섭게 온사를 노려본 뒤, 온모의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막내야, 괜찮다. 무슨 일 있으면 오라버니에게 말하거라. 그 일이 무슨 일이던 오라버니가 다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니.”두 사람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하지만 온자신은 마치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전혀 꺼림이 없었다.온모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붉히며 말했다.“오라버니, 저…… 저 너무 아파요.”온모는 눈앞에 있는 충동적이고 멍청한 둘째 오라버니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이 말 한마디면 온자신의 화를 돋우기에 충분했다.역시 온자신은 온모의 억울해하며 무력한 모습을 보자, 바로 열이 올라서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는 방금 온모가 관복을 만지고 갑자기 아프다고 했던 것을 떠올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그의 상상을 완성시켰다.짝!온모의 뺨에 손이 날아왔다.“좋아, 온사, 네가 막내에게 관복을 준다고 한 것이 네가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 것이라 믿은 내 탓이었구나. 관복에 손을 쓰다니, 네가 이렇게까지 악랄한 줄은 몰랐구나!”온자신에게 맞아 왼쪽 얼굴이 얼얼한 온사는 이를 악물었다. 마음속에서 증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화

    “온사, 너 미친 것이냐?!”다시 빼앗아 올 생각을 하고 있던 온모는 더 놀라고 화가 나 말을 잃었다.마치 온사가 자신의 옷을 잘라버리기라도 한 듯 흥분했다.온사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웃는 얼굴도 변하지 않았다.“옷 자르고 있지 않습니까. 오라버니랑 막내도 보셨으면서 뭘 그렇게 크게 반응하십니까?”온자신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네가 감히 내게 어찌 이렇게 크게 반응을 하냐고 묻는 것이냐?! 이 관복은 나와 형님이 특별히 네 성년식을 위해서 제작한 것인데,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왜 잘라서 망가뜨린 것이냐?!”“아무도 원치 않으니까요.”온사는 또 ‘싹둑’하고 잘라냈다.“저도 싫고, 막내도 필요 없다는데, 아무도 원치 않는 물건은 당연히 처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녀의 차가운 표정 때문에 온자신은 그녀가 조금 낯설기까지 했다.내가 언제 필요 없대?!온모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그녀는 그저 온자신이 의심하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그런 것뿐이었다.하지만 온사가 이렇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녀는 분명 오늘 반드시 이 관복을 입으려고 했지만, 온사가 다 잘라서 망가뜨려버렸다.이건 경성 전체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관복인데!그중에 하나도 아니고 유일한데!온모는 가슴이 아파서 마치 피라도 흐르는 것 같았다.“네가 언제 필요 없다고 했느냐? 네 마음에 아주 쏙 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가 가장 아끼는 옷이……”온자신은 그 어느 때보다 화가 났다.하지만 온사는 그의 말을 잘랐다.“저 좋아하지 않습니다.”그녀는 한 마디 한 마디 다시 말했다.“예전엔 좋아했으나, 지금은 좋아하지 않습니다.”그녀의 것이 아니라면, 전부 필요 없다.싹둑.온사의 마지막 가위질로 관복은 완전히 갈기갈기 잘려있었다.마치 그녀와 온자신 일행의 관계처럼.그녀가 전생을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만약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진작 이 모든 걸 멈추어 그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번 생에는 절대로 또 전생처럼 멍청하게

Latest chapter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0화

    바로 이때.“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하인 한 명이 급히 달려 나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둘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사모님…… 사모님의 위패가 사라졌습니다!”온자신과 온자월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뭐?!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사당에서 위패가 사라졌는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어머니의 위패를 누가 가져갔지?”온자월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온자신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두 형제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화가 나서 말했다.“설마…… 온사?!”“어머니의 위패까지 가져가다니!”온자신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도둑년이다!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것이냐!”온자월은 낯빛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는 아버지의 허가도 없이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고, 이런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한 것도 그렇다 쳐도, 이제는 어머니의 위패까지 훔치다니!“이 년이! 어제 계속 몰래 무언가를 한다 싶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걸 그랬네!”온자신은 화가 나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들은 아직 온사가 위패뿐만 아니라, 그녀 어머니의 혼수, 유품 같은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저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었다.온자월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욕해봤자 소용없어. 아마 어제 어머니의 위패를 수월관으로 가져갔을 거야.”“이제 너만 믿을게, 막내야.”온자신은 온모를 바라보여 말했다.“반드시 다섯째랑 어머니의 위패를 같이 데려오거라!”“알겠습니다, 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온모는 속으로 생각했다.온사 이 천한 것이 그 천한 위패를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이러면 더 잘 됐지!애초에 나중에 반드시 그 천한 위패를 온씨 가문 사당에서 내다 버리고 그녀 어머니의 자리를 비워두려고 했었다.이렇게 빨리 그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수월관에 가서 그저 작은 사고를 일으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9화

    온모의 말을 듣자 온자신 일행은 모두 동의했다.“아버지, 막내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수월관에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막내가 간다면 스승님 역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온권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막내구나. 이번 일은 너한테 맡기마.”온모는 갑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염려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언니를 데리고 오겠습니다!”온자신이 웃으며 말했다.“막내가 가면 분명 성공할 것이야!”“맞아, 맞아. 막내는 이렇게 착하고 귀여우니, 수월관에 가서도 분명 스승님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그때 가서 막내랑 같이 다섯째를 잘 타이르면 다섯째가 돌아올지도 몰라!”온모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그 늙은 여승들의 사랑은 받고 싶지 않았다.재수 없어.하지만 그녀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유지하며 가끔 칭찬을 받으면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니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온자신 일행이 계속 온모를 칭찬하고 있을 때.옆에 있던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온모와 딸에게 무한한 웃음을 내보이는 온권승, 그들의 곁을 둘러싸고 온모를 달래고 있는 동생들을 보고 있으니, 순간 머릿속에 수월관 앞에서 섭정왕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온장온은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다섯째가 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까?집안이 이렇게 화목하고 따뜻한데, 아버지는 자식들을 아끼고, 오라버니들은 동생을 아끼고, 가장 어린 여동생도 그렇게 양보하는데, 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비록 둘째가 가끔 때리기도 하고, 아버지도 가법으로 처벌하기도 했지만 그건 다 그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철없이 행동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설마 겨우 이런 일로 집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고, 집안이 싫어진 건가?온장온은 갑자기 화가 났다.온사에게 화가 났고, 온사가 본인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그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8화

    온사는 묵묵히 자신을 타일렀다.이제 그녀는 출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이렇게 생각한 뒤, 온사의 마음은 빠르게 물처럼 평온해졌다. 오래된 우물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 법이다.“그럼 다시 한번 섭정왕 전하께 감사드립니다.”“여승은 아직 정리할 짐이 남아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전하.”온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돌아서서 관내로 들어갔다.그녀의 수척한 모습이 월동문 뒤로 사라지자, 북진연은 그제야 뒤로 돌아 수월관을 나섰다.그가 출발하려 할 때, 온장온은 여전히 대문 밖에 있었다.북진연이 나오는 모습을 본 온장온은 재빨리 앞으로가 급히 물었다.“섭정왕 전하, 다섯째는 어찌 되었습니까? 다섯째는 같이 안 나오신 겁니까?”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이 그를 세 걸음 밖으로 밀쳐냈다.북진연은 담담히 그의 눈을 보더니 말했다.“그 아이는 이제 이미 수월관의 여승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지 않았습니다.”온장온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낯빛이 변했다.“네?!”“하지만 폐하께서 이미 다섯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로 약조하셨습니다. 그저 저 아이가 후회하여 돌아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폐하께서 어명을 거두시겠다 하셨습니다!”“제가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외쳤는데 섭정왕 전하께서는 설마 듣지 못하신 겁니까?”북진연은 부하들에게 고삐를 건네받으며 말했다.“들었습니다.”“들으셨으면서 왜 데리고 나오지 않으신 겁니까?!”온장온은 순간 놀라서 화를 내며 물었다.그러자 북진연은 바로 말에 올라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온장온과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몰고 가버렸다.폭포 같은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지금 북진연의 마음과 같았다.의서?의학을 배우려는 건가?배우기 어려울 것인데, 임씨 성을 가진 자들에게 달라고 해야겠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화

    그 순간, 그녀의 속에서 마치 끈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마치 몸에 있던 모든 속박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드디어 그녀의 두 번의 생을 고통스럽게 하던 곳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북진연은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몇 년이 지나도 그는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살육과 죽음을 목격했고, 매번 다른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의 충격적인 감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이미 살육으로 혼탁해진 눈에 금색의 불상과 소녀가 비쳤다.그 불상의 빛이 쏟아지니 마치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그리고 소녀 역시 환골탈태한 듯했다.*북진연이 떠날 때, 온사는 대문까지 그를 배웅했다.그녀는 대문에 가까이 가지 않고,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예를 갖추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섭정왕 전하.”만약 북진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쉽게 온씨 가문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온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도중에 다시 잡혀갔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북진연에게 감사해야 했다.“명을 받들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오.”북진연는 그녀의 눈을 피한 채 고개를 돌리고 벽에 가득한 푸른 덩굴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물었다.“오늘 물건을 다 잘 챙기셨소? 두고 온 것은 없소?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가져다드리겠소.”온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물건과 어머니의 물건 중에 중요한 것은 대부분 옥패의 공간에 넣어두었다.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북진연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무심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오늘 그렇게 급하게 준비했는데, 정말 다 챙긴 게 확실하오? 앞으로 하산이 쉽지 않을 것이니,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마시고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나으실 거요.”온사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나중에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확실히 번거로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화

    그 뒤로 길은 굉장히 험했다.특히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 때문에 마차 안에 있던 온사는 몇 번이고 튕겨져 나갈 뻔했다.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이다.그래서 여기저기 부딪혀서 등 뒤의 상처가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행렬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저번에 덕공의 마차를 탔을 때는 1시간이 지나서야 남산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겨우 30분 만에 도착했다. 계속 흔들리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밖에서 북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착했소.”온사는 너무 흔들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그녀는 앉아서 조금 진정한 후에야 천막을 젖히고 비틀거리며 내렸다.북진연은 말에 탄 상태로 그녀가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채찍을 든 채 가서 부축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온사를 보고 있다가 그녀가 매무새를 잘 정돈하고 땅 위에 똑바로 선 뒤에야 입을 열었다.“폐하의 명을 받들어 제가 함께 들어가 직접 제 눈으로 당신이 정식으로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보고 떠날 것이니, 들어가시오.”북진연은 무뚝뚝한 말투로 이렇게 설명했다.“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섭정왕 전하.”온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그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된 성녀라는 특수한 신분이니, 폐하께서 섭정왕 전하께 곁에서 지키라고 하신 것도 정상이다.북진연은 몸을 돌려 말에서 내린 후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 명하고 온사를 데리고 수월관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온사는 막수 스승의 앞으로 갔다.그녀는 조금 의외였다. 위대한 섭정왕 전하께서 수월관에 이렇게 익숙하신 줄 몰랐다.하지만 그녀도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대전 불상 앞에 도착했을 때, 막수 스승과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린 뒤였다.그녀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자, 막수 스승은 그녀의 곁으로 와 그녀의 풋풋하고 앳된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정말 후회 없으십니까?”“후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화

    서재를 나서면서 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온장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버지, 다 이 아들의 잘못입니다. 제가 다섯째를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그 역시 후회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어쩌면 온사가 그렇게 단호하게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한 것이 그날 그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곤장 50대를 쳤으니, 다섯째도 속으로 원망하는 것이 당연하다.다섯째가 너무 철이 없는 것이다.속으로 그렇게 억울했으면 어찌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까?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여야 속이 후련했을까?비록 아까 왕이 언급했지만, 온장온은 마치 아직도 온사가 정말 온씨 가문을 떠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온권승도 똑같았다.그는 덤덤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이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그 아이를 방치하여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해,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폐하께서 아버지의 체면을 고려하여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온장온은 표정이 약간 풀렸다.“맞다. 네가 지금 바로 온사의 마차를 따라가거라. 반드시 그 아이가 출가하기 전에 잡아와서 더 큰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궁에 다녀온 온권승과 온장온은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이 입을 열었다.온씨 가문이 조정에 오랜 시간 충성을 다한 것을 봐서 온권승 일행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그들이 온사를 타이를 수 있다면, 그도 온사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허가하겠다는 어명을 거두기로 하였다.그 후, 온장온은 말의 속도를 높여 남산으로 항했다. 그리고 온권승은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마차가 성에서 나간 뒤, 온사는 북진연을 계속 재촉했다. 그가 속도를 더 올려 더욱 빠른 속도로 수월관에 도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섭정왕 전하, 청컨대 속도를 올려 최대한 빠르게 갈 수 있겠사옵니까?”온사는 두려움을 참고 천막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화

    다음 생에는 어머니가 다시는 온씨 가문 사람들 만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곧 온사는 진국공 저택의 앞뜰로 돌아왔다.북진연을 보자 마치 이미 지겹도록 기다린듯했다. 그녀는 급히 앞으로 가 그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채비를 마쳤습니다.”“그럼 가시지요.”북진연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온사가 곧 따라갔다.온자신 일행도 가려고 했지만,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의 칼 때문에 갈 수 없었다.그저 온사가 정말 북진연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지켜보던 온자신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온사! 네가 그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버지와 우리에게 떳떳할 수 있겠느냐? 넌 언젠가 후회할 것이 두렵지도 않는 것이냐?!”이 말을 듣자 온사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온사는 단 한 번도 당신들에게 떳떳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차에 올랐다.북진연도 뒤돌아 말에 올라타 군사를 이끌고 앞장섰다.그가 ‘이랴’소리를 내며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을 데리고 남산으로 향했다.이때 다른 한쪽.온권승과 큰 아들은 궁으로 들어가 예상외로 쉽게 서재로 가 정무를 보고 있는 왕을 만날 수 있었다.“폐하 제 다섯째 동생 온사는 충용후 저택 최세자에게 파혼당한 뒤, 순간적인 충동으로 괴로워하여 폐하께 찾아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게 해달라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오늘 정말 수월관으로 가 출가한다면 제 다섯째 동생은 앞으로 평생 푸른 등불과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폐하, 제 철없는 딸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어명을 거두시어 소신의 딸이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소신이 앞으로 아이를 잘 다스려 다시는 소란을 피우는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다.”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은 함께 무릎을 꿇고 청했다.왕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만약 온사의 상처를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정말 이 두 여우의 말을 믿고 온사가 정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3화

    “진국공 걱정 마시오.”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은 북진연에게 의자를 하나 가져오게 해, 의자에 앉아서 꽤 자유분방하게 말했다.“내 부하들은 모두 전장에서 수많은 적군을 죽인 숙련자들이오. 검을 다루는 일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 당신과 당신 아들들이 우리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저들도 당연히 정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이 말은 오늘 감히 날 막으면 저들이 손을 쓸 것이라는 말이었다.온권승은 북진연의 행실이 항상 제멋대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진국공 저택까지 올 정도로 제멋대로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온권승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온사는 내 딸이오. 저 아이는 내 허가 없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폐하께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하였소. 지금 내가 저 아이에게 다시 폐하께 찾아가 어명을 거두라고 하였으니, 폐하께 저 아이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시오. 그리고 섭정왕께서 저 아이를 수월관까지 데려가실 필요도 없소.”북진연은 발걸음을 멈춘 온사를 보고 담담히 그녀에게 물었다.“이것은 당신의 뜻이오?”“아닙니다.”온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부정했다.“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것이 여전히 저의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온사!”온권승은 화를 내며 호통쳤다.“너 설마 지금 정말 온씨 가문과 연을 끊고자 하는 것이냐?”온권승의 분노를 마주한 온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습니까, 아버지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하다고요.”순식간에 온권승의 낯빛이 무섭게 변했다.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온사는 속으로 두려웠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북진연은 온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소. 시간이 꽤 지났으니, 성녀님께서는 서둘러 채비를 마치시오.”이 말을 들은 온사는 더 이상 온권승의 얼굴은 고려하지 않고 뒤로 돌아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온권승은 다시 북진연을 보며 차가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2화

    얼마 지나지 않아, 온사는 그들에게 따라잡혔다.“다섯째야, 제멋대로 굴지 마.”“더 이상 아버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온자신과 온자월은 앞뒤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온권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데리고 내려가서 잘 가두어 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꺼내주어서는 아니 된다!”이때, 갑자기 나지막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들려왔다.“오늘 진국공 저택이 참으로 활기차구나.”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바라보자, 신처럼 아름다운 은발을 한 남자가 검은 깃발을 든 군사 몇 명을 데리고 국공 저택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봉황 눈을 가늘게 뜨고 기세등등하게 온모 일행을 훑어보았다.북진연이 물었다.“이게 뭣들 하는 것이오?”온장온은 낯빛이 살짝 변하며 온사와 온모를 잡아끌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온모는 북진연을 쳐다보고 있었고,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온권승은 예를 갖추지 않고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께서 오셨군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전하를 접대할 시간이 없사오니, 전하께서는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찾아온 사람이 그 일 줄은 몰랐다.정말 귀찮게 되었다.“괜찮습니다. 오늘은 저도 손님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북진연은 온권승의 예의 없는 말투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온사를 보며 말했다.“복명 성녀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온사도 폐하께서 그녀를 데려갈 것이라고 한 사람이 이렇게 위대한 인물일 줄은 몰랐다.평소의 그녀였다면 조금 무서웠을 텐데, 지금 북진연을 보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선왕께서 돌아가신 뒤, 그녀의 아버지는 재빨리 중요한 문신들을 회유했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에서 아버지의 권력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여우처럼 간사하고 교활해서 왕이 이곳에 있었다면 왕도 그를 조금은 신경 썼을 것이다.하지만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선왕을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