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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이제리
성년식?

성년식은 진작 끝났잖아?

그녀는 성년식 당시에 겪었던 치욕들을 지금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손님들의 비웃음, 오라버니들의 조롱, 혼인 상대의 파혼, 그리고 부모님의 질책……

그녀는 이미 그런 일들을 한번 겪었었다.

근데 지금 또 웬 성년식?

설마 온모가 또 무슨 새로운 수작을 부려서, 그때 그 치욕을 다시 겪게 하고 죽이려는 건가?!

온사는 순간 숨이 가빠졌다.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던 그때,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멈추었다.

잠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아무런 상처도 없이 깨끗한 자신의 손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을 보고 서서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손과 발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다 괜찮아진 걸까?

이게 가능한 일인가?

분명 그녀의 손과 발의 힘줄은 전부 끊어져서 절대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였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온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모든 장식품들이 서서히 기억과 합쳐졌다.

그녀는 방 한편에 있는 화장대로 시선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니 구리로 된 거울에 서서히 가녀린 실루엣이 비쳤다.

앳되고 멀쩡한 얼굴 그리고 풋풋한 옷차림……

이건 분명 온모가 그녀의 얼굴을 망가뜨리기 전일뿐더러, 아직 어른이 되기도 전의 모습이었다.

멀쩡한 손과 발, 익숙한 방 그리고 이 상처 하나 없는 얼굴……

온사는 갑자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추측이 떠올랐다.

……설마 다시 태어난 건가?

게다가 성년식 날로 돌아간 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온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미친듯한 표정을 지었다.

맞다, 맞아……

그녀는 진작 온자월의 검에 베여 죽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죽지 않았다.

게다가 다시 태어나다니?!

하!

하늘은 그녀를 농락하는 걸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그녀는 분명 다시는 온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하늘은 그녀를 다시 온씨 가문의 딸로 태어나게 했다.

온사는 피가 날 지경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의 맛이 느껴지고 나서야 겨우 진정한 그녀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비록 하늘이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있지만, 이 장난도 이용하지 못할 건 없다.

애초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그녀였는데, 사는 걸 두려워할까?

전생.

그녀는 진국공 저택에서 가장 예쁨 받는 정실 여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4명의 오라버니들은 다섯째 여동생을 가장 좋아했고, 아버지도 막내딸을 제일 감쌌다.

한마디로 15살 이전의 그녀는 말 그대로 진국공 저택 모두의 보배였다.

하지만 온사가 15살이 되던 그 해, 아버지가 밖에서 다른 여자아이 한 명을 데리고 와서는 그 아이가 외부에 방치하고 있던 다른 딸이고, 그들의 여동생이며, 이름은 온모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다.

아버지가 온사에게 쏟던 관심은 점차 줄었고, 여동생에게 점점 더 관심을 주었다.

4명의 오라버니들도 그녀에게 주던 사랑을 서서히 모두 온모에게로 돌렸다.

전생의 그녀는 애초에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는가?

온모가 울기라도 하면 큰오라버니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더러 무릎을 꿇게 했고, 둘째 오라버니는 두 손 두 발을 잘랐고, 셋째 오라버니는 모진 고문을 했으며, 막내 오라버니눈 체면을 구기고 악명을 떨치게 했다.

심지어 아버지마저 온모를 위해 그녀를 족보에서 없애고, 집에서 쫓아냈다.

“온씨 성을 가질 자격이 없다”라는 말 한마디가 떨어지면서부터 그녀는 경성의 모든 사람들이 쫓아내는 길거리의 쥐가 되었다.

짧은 삼 년 동안 그녀는 위대한 국공 저택 정실의 여식에서 패가망신한 사람으로 몰락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그녀는 이 상처 깊은 경성을 떠나 어딘가에서 이름을 숨기고 새로운 생활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갑자기 온모가 그녀에게 옥패를 훔쳤다는 누명을 씌워, 온씨 가문은 즉시 사람을 보내 그녀를 잡아와 옥패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웃긴 건, 그녀는 끝까지 온권승 일행이 자신에게 아직 일말의 가족애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건 도박의 결과는 그저 그녀의 망상일 뿐이었다.

온사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눈을 감아 고통스러운 전생의 기억을 멈추었다.

어쩌면 그것들은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애초에 강요하지 말았어야 했다.

괜찮다. 전생에 선택을 잘못 했다면, 이번 생에 다른 선택을 하면 되니까!

탁.

마침 이때, 갑자기 온사의 몸에서 익숙한 옥패가 떨어졌다.

기척에 의해 정신을 차린 온사는 떨어진 물건을 보고 잠시 기뻐했다.

“어머니의 옥패야!”

그녀는 재빨리 옥패를 집어 들어 위에 쌓인 먼지를 조심스레 닦아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

“옥패가 망가졌나?”

그녀는 어머니가 준 옥패는 두 개의 고리가 같이 엮여있는 모양이었는데, 지금 보니 반이 없어져 중간에 있는 옥패만 남아있었다.

그녀는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다시 옥패에 시선을 옮겼다. 너무 반듯하게 잘린 것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설마 이 옥패, 떨어뜨려서 깨진 게 아니야?”

그녀는 잘린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잠시 어지러웠던 온사는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 원래 있던 방이 아닌 하얀 안개가 자욱한 아주 드넓은 공간에 있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온사는 쪼그려 앉아 발밑에 있던 현실적이기 그지없는 잔디를 만져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대담한 생각이 스쳤다.

설마 여기 옥패 안이야?

설마 그녀가 다시 태어난 것도 옥패와 관련이 있는 거야?

온사는 의심을 억누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간은 단순했다. 평평한 잔디, 맑은 시냇물 그리고 아주 평범한 초가집 한 채.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쉽게도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사람이 지냈던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다시 초가집에서 나와 앞으로 걸어갔다. 시냇물 반대편에는 마치 수많은 화초들이 심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화초가 아니었다.

온사는 급히 다가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건 인삼? 영지? 육종용? 철피석곡? 동충하초까지?

이것들 외에도 온사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것들로 예상컨대, 여기 있는 건 전부 약초였다.

게다가 대부분이 아주 희귀한 약초였다.

하지만 이 약초들의 성장 환경은 모두 달랐다. 어떤 것들은 높은 절벽에서, 또 어떤 것들은 깊고 우거진 산속에서, 또 어떤 것들은 극도로 추운 지방 또는 극도로 더운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

이렇게 조건이 다 다른 약초들이 여기에서 전부 잘 크고 있다니!

설마 이 공간 때문인가?

아니, 물도 있지!

온사는 키우기 어려운 약초일수록 시냇물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시냇물도 약초들이 여기에서 잘 자라는 이유 중 하나인가?

온사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머니, 저한테 물려주신 옥패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충격을 받은 온사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전생에 온모가 갑자기 그녀에게 옥패를 내놓으라고 한 것이 설마 그때 온모도 이 공간을 발견했기 때문인 걸까?

하지만 그것도 아닐 것이다. 이 옥패는 그녀의 손을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우연히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애초에 이런 공간을 발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온모의 예전 모습을 보면, 분명 온모도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옥패에 있는 이 공간의 존재를 아는 다른 사람이 온모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거나, 이 공간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옥패를 빼앗으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온사의 감은 후자에 더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됐건 지금은 그녀도 이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옥패를 잘 숨겨서 다른 사람에게 절대 들키지 않아야 한다.

이제 이런 공간이 손에 있으니, 온사는 온모와 온씨 가문 사람들에게 복수할 계획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옥패의 공간으로 드나드는 방법을 알아낸 뒤, 빠르게 방으로 돌아갔다.

공간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은 그녀의 성년식 날이었고, 누군가 그녀를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온사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녀가 옥패의 공간을 떠난 뒤, 경성의 또 다른 대저택, 섭정왕 저택에서 창가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던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책상 위에 있던 반만 남은 옥패를 집어 들어 왠지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

쾅!

“다섯째야, 당장 나오거라!”

“네가 방에 숨어있는다고 내가 널 못 찾아올 것 같으냐?”

키가 큰 소년이 마치 화가 잔뜩 난 수사자처럼 거친 말투로 화를 내며 다섯째 아가씨 온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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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장온은 예단으로 올라가 두 여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아직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온모의 기대에 찬 눈을 마주치니 순간적으로 미간이 펴졌다.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됐다. 탓하려면 다섯째가 스스로 사랑받지 못한 걸 탓해야지.그러게 누가 버릇처럼 질투를 하랬나, 막내는 하나도 보듬어주지 않고.온장온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온사의 앞을 지나쳐, 온모에게 꽃을 건넸다.그 뒤로 온자신, 온자월, 온옥지……온씨 가문 사람들을 포함한 장 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꽃을 온모에게 주었다.전생과 똑같았다.쓸쓸한 온사와 싱그러운 꽃과 축복에 둘러싸인 온모.온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어차피 진작부터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고, 그녀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다음 차례는 최소택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꽃에 비해 그가 들고 있던 꽃은 크고 풍성해서 예뻤는데, 온사는 쳐다도 안 보고, 고민도 없이 온모의 품에 안겨주었다.“온모야, 꽃도 예쁘고 노래도 좋다. 성년이 된 거 축하해. 네 아름다운 그 미소 영원히 변치 않길 바라.”“고맙습니다. 오라버니들. 그리고 소택 오라버니. 오라버니들이 준 꽃 다 너무 예뻐요. 꽃이 너무 많아서 다 보지도 못하겠어요.”온모는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최소택과 사람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오랜 시간 고민해서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꽃을 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온자신이 사람들에게 밀려나다가 실수로 온사와 부딪혔다.온자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는데, 그녀가 꽃을 한 송이도 받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가볍게 비웃었다.“너무 질투하지 말거라. 막내가 꽃을 이렇게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건, 얘가 순수하고 착해서 그런 것이니. 만약 네가 막내의 10분의 1 정도만 했어도 한 송이도 못 받진 않았을 게다.”“그러니, 앞으로 더 반성해.”“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둘째 오라버니, 반성은 필요 없어요. 전 지금 이대로 아주 괜찮은 것 같아요.”온사는 부드럽게 웃었지만 따뜻함은 없었다.오늘 이미 시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화

    “안 돼!”“그럴 수 없다!”맹세하는 것뿐이라서 최소택도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게 반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더 이상한 것은, 그와 똑같이 크게 반응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막내?”온장온과 일행은 이상하다는 듯 온모를 바라보았다.온모는 표정이 굳어졌다.방금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급히 감정을 추스르며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아니…… 그게, 저는…… 저는 그저 언니가 한 말이 조금 옳지 않은 것 같아서, 만약…… 만약 나중에 소택 오라버니가 마음을 돌리면, 그러니까 언니도 여지를 좀 남겨두는 게 어떨까?”첫째 온장온은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온모의 말이 뭔가 이상했다.셋째 온자월은 별 반응이 없었다.넷째 온옥지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온모를 보더니 다시 최소택을 보았다.그들에 비해 순진한 둘째 온자신은 온모를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는 애초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됐다, 막내야. 나도 네가 온사를 걱정하는 것은 알지만,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큰둥하게 최소택을 흘끗 보았다.“너도 그렇게 우리 온씨 집안 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아예 깔끔하게 오늘 우리 아버지 앞, 오신 이렇게 많은 손님들 앞에서 깔끔하게 맹세하면, 앞으로 온사가 네게 매달린다 하여도 우리 온씨 가문에서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둘째 오라버니……”온모가 다급해졌다. 하지만 최소택은 그녀보다 더 다급했다.“안 됩니다. 이 맹세는 할 수 없습니다!”최소택은 매섭게 온사를 노려보았다.그는 온사가 분명 온모에 대한 그의 마음을 깨닫고 고의로 이런 못된 조건을 내걸어 그와 온모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허.기왕 이렇게 된 거, 그도 이 못된 여자가 절대 우쭐거리게 두지 않을 것이다.최소택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속에서 굳건한 용기가 솟았다.그는 다시 손을 모으고 고민도 없이 온권승에게 말했다.“외삼촌, 파혼 외에 또 한가지 말씀 드릴 일이 있습니다. 외삼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0화

    “그대들의 말이 옳습니다. 전 제 동생이 아니고, 그리 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절 괴롭히고 제게 모욕을 주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복수할 것입니다.”온사의 말투는 차가웠다. 그녀는 최소택을 보며 전생에 사람들 앞에서 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던 말을 꺼냈다.“최소택, 파혼하고 싶다 하였지? 그래, 나도 좋아. 아무 조건도 필요 없어. 그저 오늘 이후로 나 온사는 너희 충용후 저택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야!”그녀가 뱉은 말로 장 내는 고요해졌다.최소택 본인마저 멍하니 있었다.그…… 그냥 이렇게 알겠다고?그는 오늘 파혼 얘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온사가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온사가 매달리고 울며 소란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곳에 오기 전, 최소택은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건, 정말 온사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아니, 이건 쉽게 받아들인 게 아니다.심지어 그의 뺨을 때렸으니.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한 최소택은 순식간에 낯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뜨거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차가운 눈으로 온사를 흘끗 보고 말했다.“네가 눈치가 있는 것을 보아서, 방금 맞은 것은 내 넓은 아량으로 따지지 않겠네. 다만 너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야. 앞으로 네가 감히 또 나를 귀찮게 하거나 온모에게 무슨 수작을 부린다면, 나는 결코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쾅!갑자기 위에서 거세게 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온권승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표정으로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할 말은 다 했는가?”온사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다 했습니다. 아버지 선택만 남았습니다.”그녀는 온권승이 아무리 조카 최소택을 소중히 여긴다고 해도, 자신이 오늘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아버지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역시, 곧이어 온권승의 말이 들렸다.“네가 그렇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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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0화

    바로 이때.“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하인 한 명이 급히 달려 나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둘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사모님…… 사모님의 위패가 사라졌습니다!”온자신과 온자월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뭐?!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사당에서 위패가 사라졌는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어머니의 위패를 누가 가져갔지?”온자월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온자신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두 형제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화가 나서 말했다.“설마…… 온사?!”“어머니의 위패까지 가져가다니!”온자신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도둑년이다!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것이냐!”온자월은 낯빛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는 아버지의 허가도 없이 출가하여 여승이 되었고, 이런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한 것도 그렇다 쳐도, 이제는 어머니의 위패까지 훔치다니!“이 년이! 어제 계속 몰래 무언가를 한다 싶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걸 그랬네!”온자신은 화가 나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들은 아직 온사가 위패뿐만 아니라, 그녀 어머니의 혼수, 유품 같은 물건을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저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었다.온자월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욕해봤자 소용없어. 아마 어제 어머니의 위패를 수월관으로 가져갔을 거야.”“이제 너만 믿을게, 막내야.”온자신은 온모를 바라보여 말했다.“반드시 다섯째랑 어머니의 위패를 같이 데려오거라!”“알겠습니다, 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온모는 속으로 생각했다.온사 이 천한 것이 그 천한 위패를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이러면 더 잘 됐지!애초에 나중에 반드시 그 천한 위패를 온씨 가문 사당에서 내다 버리고 그녀 어머니의 자리를 비워두려고 했었다.이렇게 빨리 그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수월관에 가서 그저 작은 사고를 일으킨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9화

    온모의 말을 듣자 온자신 일행은 모두 동의했다.“아버지, 막내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수월관에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막내가 간다면 스승님 역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온권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막내구나. 이번 일은 너한테 맡기마.”온모는 갑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염려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언니를 데리고 오겠습니다!”온자신이 웃으며 말했다.“막내가 가면 분명 성공할 것이야!”“맞아, 맞아. 막내는 이렇게 착하고 귀여우니, 수월관에 가서도 분명 스승님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그때 가서 막내랑 같이 다섯째를 잘 타이르면 다섯째가 돌아올지도 몰라!”온모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그 늙은 여승들의 사랑은 받고 싶지 않았다.재수 없어.하지만 그녀는 순진무구한 웃음을 유지하며 가끔 칭찬을 받으면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니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온자신 일행이 계속 온모를 칭찬하고 있을 때.옆에 있던 온장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온모와 딸에게 무한한 웃음을 내보이는 온권승, 그들의 곁을 둘러싸고 온모를 달래고 있는 동생들을 보고 있으니, 순간 머릿속에 수월관 앞에서 섭정왕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온장온은 또 한 번 의문이 들었다.다섯째가 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까?집안이 이렇게 화목하고 따뜻한데, 아버지는 자식들을 아끼고, 오라버니들은 동생을 아끼고, 가장 어린 여동생도 그렇게 양보하는데, 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비록 둘째가 가끔 때리기도 하고, 아버지도 가법으로 처벌하기도 했지만 그건 다 그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철없이 행동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설마 겨우 이런 일로 집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고, 집안이 싫어진 건가?온장온은 갑자기 화가 났다.온사에게 화가 났고, 온사가 본인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그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8화

    온사는 묵묵히 자신을 타일렀다.이제 그녀는 출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이렇게 생각한 뒤, 온사의 마음은 빠르게 물처럼 평온해졌다. 오래된 우물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 법이다.“그럼 다시 한번 섭정왕 전하께 감사드립니다.”“여승은 아직 정리할 짐이 남아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전하.”온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돌아서서 관내로 들어갔다.그녀의 수척한 모습이 월동문 뒤로 사라지자, 북진연은 그제야 뒤로 돌아 수월관을 나섰다.그가 출발하려 할 때, 온장온은 여전히 대문 밖에 있었다.북진연이 나오는 모습을 본 온장온은 재빨리 앞으로가 급히 물었다.“섭정왕 전하, 다섯째는 어찌 되었습니까? 다섯째는 같이 안 나오신 겁니까?”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이 그를 세 걸음 밖으로 밀쳐냈다.북진연은 담담히 그의 눈을 보더니 말했다.“그 아이는 이제 이미 수월관의 여승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지 않았습니다.”온장온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낯빛이 변했다.“네?!”“하지만 폐하께서 이미 다섯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로 약조하셨습니다. 그저 저 아이가 후회하여 돌아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폐하께서 어명을 거두시겠다 하셨습니다!”“제가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외쳤는데 섭정왕 전하께서는 설마 듣지 못하신 겁니까?”북진연은 부하들에게 고삐를 건네받으며 말했다.“들었습니다.”“들으셨으면서 왜 데리고 나오지 않으신 겁니까?!”온장온은 순간 놀라서 화를 내며 물었다.그러자 북진연은 바로 말에 올라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 아이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요.”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온장온과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몰고 가버렸다.폭포 같은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지금 북진연의 마음과 같았다.의서?의학을 배우려는 건가?배우기 어려울 것인데, 임씨 성을 가진 자들에게 달라고 해야겠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화

    그 순간, 그녀의 속에서 마치 끈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마치 몸에 있던 모든 속박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드디어 그녀의 두 번의 생을 고통스럽게 하던 곳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북진연은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몇 년이 지나도 그는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는 전장에서 수많은 살육과 죽음을 목격했고, 매번 다른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의 충격적인 감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이미 살육으로 혼탁해진 눈에 금색의 불상과 소녀가 비쳤다.그 불상의 빛이 쏟아지니 마치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그리고 소녀 역시 환골탈태한 듯했다.*북진연이 떠날 때, 온사는 대문까지 그를 배웅했다.그녀는 대문에 가까이 가지 않고,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예를 갖추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섭정왕 전하.”만약 북진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쉽게 온씨 가문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온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도중에 다시 잡혀갔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북진연에게 감사해야 했다.“명을 받들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오.”북진연는 그녀의 눈을 피한 채 고개를 돌리고 벽에 가득한 푸른 덩굴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물었다.“오늘 물건을 다 잘 챙기셨소? 두고 온 것은 없소?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가져다드리겠소.”온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물건과 어머니의 물건 중에 중요한 것은 대부분 옥패의 공간에 넣어두었다.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북진연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무심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오늘 그렇게 급하게 준비했는데, 정말 다 챙긴 게 확실하오? 앞으로 하산이 쉽지 않을 것이니,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 귀찮게 하지 마시고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나으실 거요.”온사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나중에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확실히 번거로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6화

    그 뒤로 길은 굉장히 험했다.특히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 때문에 마차 안에 있던 온사는 몇 번이고 튕겨져 나갈 뻔했다.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이다.그래서 여기저기 부딪혀서 등 뒤의 상처가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행렬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저번에 덕공의 마차를 탔을 때는 1시간이 지나서야 남산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겨우 30분 만에 도착했다. 계속 흔들리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밖에서 북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착했소.”온사는 너무 흔들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그녀는 앉아서 조금 진정한 후에야 천막을 젖히고 비틀거리며 내렸다.북진연은 말에 탄 상태로 그녀가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채찍을 든 채 가서 부축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온사를 보고 있다가 그녀가 매무새를 잘 정돈하고 땅 위에 똑바로 선 뒤에야 입을 열었다.“폐하의 명을 받들어 제가 함께 들어가 직접 제 눈으로 당신이 정식으로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보고 떠날 것이니, 들어가시오.”북진연은 무뚝뚝한 말투로 이렇게 설명했다.“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섭정왕 전하.”온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그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된 성녀라는 특수한 신분이니, 폐하께서 섭정왕 전하께 곁에서 지키라고 하신 것도 정상이다.북진연은 몸을 돌려 말에서 내린 후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 명하고 온사를 데리고 수월관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온사는 막수 스승의 앞으로 갔다.그녀는 조금 의외였다. 위대한 섭정왕 전하께서 수월관에 이렇게 익숙하신 줄 몰랐다.하지만 그녀도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대전 불상 앞에 도착했을 때, 막수 스승과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다린 뒤였다.그녀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자, 막수 스승은 그녀의 곁으로 와 그녀의 풋풋하고 앳된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정말 후회 없으십니까?”“후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5화

    서재를 나서면서 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온장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버지, 다 이 아들의 잘못입니다. 제가 다섯째를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그 역시 후회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어쩌면 온사가 그렇게 단호하게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한 것이 그날 그가 너무 심하게 때려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곤장 50대를 쳤으니, 다섯째도 속으로 원망하는 것이 당연하다.다섯째가 너무 철이 없는 것이다.속으로 그렇게 억울했으면 어찌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까?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여야 속이 후련했을까?비록 아까 왕이 언급했지만, 온장온은 마치 아직도 온사가 정말 온씨 가문을 떠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온권승도 똑같았다.그는 덤덤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이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그 아이를 방치하여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해,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폐하께서 아버지의 체면을 고려하여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온장온은 표정이 약간 풀렸다.“맞다. 네가 지금 바로 온사의 마차를 따라가거라. 반드시 그 아이가 출가하기 전에 잡아와서 더 큰 비웃음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궁에 다녀온 온권승과 온장온은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이 입을 열었다.온씨 가문이 조정에 오랜 시간 충성을 다한 것을 봐서 온권승 일행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그들이 온사를 타이를 수 있다면, 그도 온사가 출가하여 여승이 되는 것을 허가하겠다는 어명을 거두기로 하였다.그 후, 온장온은 말의 속도를 높여 남산으로 항했다. 그리고 온권승은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마차가 성에서 나간 뒤, 온사는 북진연을 계속 재촉했다. 그가 속도를 더 올려 더욱 빠른 속도로 수월관에 도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섭정왕 전하, 청컨대 속도를 올려 최대한 빠르게 갈 수 있겠사옵니까?”온사는 두려움을 참고 천막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4화

    다음 생에는 어머니가 다시는 온씨 가문 사람들 만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곧 온사는 진국공 저택의 앞뜰로 돌아왔다.북진연을 보자 마치 이미 지겹도록 기다린듯했다. 그녀는 급히 앞으로 가 그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채비를 마쳤습니다.”“그럼 가시지요.”북진연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온사가 곧 따라갔다.온자신 일행도 가려고 했지만,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의 칼 때문에 갈 수 없었다.그저 온사가 정말 북진연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지켜보던 온자신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온사! 네가 그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버지와 우리에게 떳떳할 수 있겠느냐? 넌 언젠가 후회할 것이 두렵지도 않는 것이냐?!”이 말을 듣자 온사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며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온사는 단 한 번도 당신들에게 떳떳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차에 올랐다.북진연도 뒤돌아 말에 올라타 군사를 이끌고 앞장섰다.그가 ‘이랴’소리를 내며 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을 데리고 남산으로 향했다.이때 다른 한쪽.온권승과 큰 아들은 궁으로 들어가 예상외로 쉽게 서재로 가 정무를 보고 있는 왕을 만날 수 있었다.“폐하 제 다섯째 동생 온사는 충용후 저택 최세자에게 파혼당한 뒤, 순간적인 충동으로 괴로워하여 폐하께 찾아와 출가하여 여승이 되게 해달라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오늘 정말 수월관으로 가 출가한다면 제 다섯째 동생은 앞으로 평생 푸른 등불과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폐하, 제 철없는 딸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어명을 거두시어 소신의 딸이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소신이 앞으로 아이를 잘 다스려 다시는 소란을 피우는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다.”온권승과 온장온 부자 두 사람은 함께 무릎을 꿇고 청했다.왕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만약 온사의 상처를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정말 이 두 여우의 말을 믿고 온사가 정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3화

    “진국공 걱정 마시오.”검은 깃발을 든 군사들은 북진연에게 의자를 하나 가져오게 해, 의자에 앉아서 꽤 자유분방하게 말했다.“내 부하들은 모두 전장에서 수많은 적군을 죽인 숙련자들이오. 검을 다루는 일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 당신과 당신 아들들이 우리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저들도 당연히 정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이 말은 오늘 감히 날 막으면 저들이 손을 쓸 것이라는 말이었다.온권승은 북진연의 행실이 항상 제멋대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진국공 저택까지 올 정도로 제멋대로 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온권승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온사는 내 딸이오. 저 아이는 내 허가 없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폐하께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고 하였소. 지금 내가 저 아이에게 다시 폐하께 찾아가 어명을 거두라고 하였으니, 폐하께 저 아이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시오. 그리고 섭정왕께서 저 아이를 수월관까지 데려가실 필요도 없소.”북진연은 발걸음을 멈춘 온사를 보고 담담히 그녀에게 물었다.“이것은 당신의 뜻이오?”“아닙니다.”온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부정했다.“나라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출가하여 여승이 되겠다는 것이 여전히 저의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온사!”온권승은 화를 내며 호통쳤다.“너 설마 지금 정말 온씨 가문과 연을 끊고자 하는 것이냐?”온권승의 분노를 마주한 온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습니까, 아버지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하다고요.”순식간에 온권승의 낯빛이 무섭게 변했다.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온사는 속으로 두려웠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북진연은 온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소. 시간이 꽤 지났으니, 성녀님께서는 서둘러 채비를 마치시오.”이 말을 들은 온사는 더 이상 온권승의 얼굴은 고려하지 않고 뒤로 돌아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온권승은 다시 북진연을 보며 차가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2화

    얼마 지나지 않아, 온사는 그들에게 따라잡혔다.“다섯째야, 제멋대로 굴지 마.”“더 이상 아버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온자신과 온자월은 앞뒤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온권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데리고 내려가서 잘 가두어 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꺼내주어서는 아니 된다!”이때, 갑자기 나지막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들려왔다.“오늘 진국공 저택이 참으로 활기차구나.”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바라보자, 신처럼 아름다운 은발을 한 남자가 검은 깃발을 든 군사 몇 명을 데리고 국공 저택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봉황 눈을 가늘게 뜨고 기세등등하게 온모 일행을 훑어보았다.북진연이 물었다.“이게 뭣들 하는 것이오?”온장온은 낯빛이 살짝 변하며 온사와 온모를 잡아끌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온모는 북진연을 쳐다보고 있었고,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온권승은 예를 갖추지 않고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께서 오셨군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전하를 접대할 시간이 없사오니, 전하께서는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찾아온 사람이 그 일 줄은 몰랐다.정말 귀찮게 되었다.“괜찮습니다. 오늘은 저도 손님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북진연은 온권승의 예의 없는 말투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온사를 보며 말했다.“복명 성녀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온사도 폐하께서 그녀를 데려갈 것이라고 한 사람이 이렇게 위대한 인물일 줄은 몰랐다.평소의 그녀였다면 조금 무서웠을 텐데, 지금 북진연을 보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선왕께서 돌아가신 뒤, 그녀의 아버지는 재빨리 중요한 문신들을 회유했기 때문에 지금의 조정에서 아버지의 권력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여우처럼 간사하고 교활해서 왕이 이곳에 있었다면 왕도 그를 조금은 신경 썼을 것이다.하지만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선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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