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썬 카지노에서 예강호와 엄진우는 우연히 만나 형 동생 사이가 되었다. 엄진우는 제트썬 카지노를 대범하게 예강호에게 넘겨주었고 나중에는 예강호도 그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엄진우 아버지의 묘지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형님이 성안에 와서 정말 문제가 생길 줄 생각도 못 했어.” 엄진우는 눈동자가 세게 흔들렸다. “이 일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러자 이보향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알겠습니다. 바로 성부에 연락해 예강호를 풀어달라고 하겠습니다.” 이보향은 자기의 전신 신분을 내세우면 성부가 두려워서라도 죄수 하나쯤은 풀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부 비서장은 단호히 거절했다. “다른 일은 다 얘기할 수 있지만 이 일은 절대 불가합니다.” 이보향은 분노하며 말했다. “성총리님과 직접 말하게 해주세요. 당신 같은 작은 비서장 따위가 감히 나에게 그런 태도로 말해요?” “봉황전신님, 이 일은 성총리님이 직접 명령하신 겁니다. 그분은 모든 청탁 연락을 거부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비서장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총리 같은 최고 장관은 군대의 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거절한다고 해도 그렇게 건방지게 굴 필요가 없었다. 혹시 그들 뒤에 군부와 직접 대적할 수 있는 배후라도 있는 걸까? 이보향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면 병력을 모아 성부 감옥을 직접 공격해서라도 사람을 데려오겠습니다.” 그녀는 당당한 여전신으로 강남성의 문인들과 허풍쟁이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남성에 세 개의 장갑 사단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성안으로 진격하면 전체 상황을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이보향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격으로 명령을 내렸을 때, 20km 떨어진 세 개의 장갑 사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보향은 화를 참을 수 없어 전화를 걸어 상대를 질책했다. “장갑 사단 사단장들 뭐야
뭐?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던 이보향은 엄진우의 도발적인 농담에 깜짝 놀라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얼굴이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그게...” 그러자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넌 여전히 농담을 잘 못 받아들이는구나!” 이보향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전후가 확실한 여자를 보니 그녀가 시종관이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우연히 여러 번 피부가 맞닿았고 매번 엄진우는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결국 꾹 참았다. 그는 자기의 첫 경험을 평생 사랑할 가치가 있는 여자에게 주고 싶었다. 그의 눈에 이보향은 단지 자기를 동경하는 순진한 낭만주의자일 뿐, 그가 기다리는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다. “됐으니까 돌아가.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굳이 네가 나설 필요는 없어.” 엄진우는 평온하게 말했다. 그러자 이보향은 뜨거워진 뺨을 감싼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퇴장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사춘기 소녀와도 같았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아직 어려.” 지금 예강호를 구하려면 드래곤 크루와 9대 수진 가문으로부터 시작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성부를 찾아가 성총리를 만나는 것이다. 엄진우가 알기론 현 성총리는 황씨 성을 가진 창해시 출신으로 한때는 창해시 부시장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황 총리를 알만한 사람은 바로... 창해시 집행청 청장 조연설! 엄진우는 바로 조연설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청장, 오랜만이네?” “엄진우? 요즘 어디로 사라진 거지? 왜 갑자기 안 보여? 예우림 씨 일은 어떻게 됐어?” 조연설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엄진우를 많이 걱정했었다. 엄진우는 성안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자 조연설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맙소사! 배짱이 너무 큰 거 아니야? 드래콘 크루와 홍의회 사람을 죽이다니? 성안을 아주 쑤시고 다녔네!”
“네? 황 총리님의 조카요?” 상대는 그 말을 듣더니 잔뜩 당황한 채 얼굴을 감싸며 연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신참이라 잘 몰랐어요.” 그들은 비록 경비원일 뿐이지만 그래도 성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목소리가 남다르게 컸다. 그래서 거만한 태도를 취했지만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가장 노예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반대로 강한 사람에게는 개처럼 꼬리를 흔들어댔다. 뒤에 왔던 경비원은 급히 예의를 차리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지난번에 조 시장님과 방문하셨을 때는 열 살쯤으로 기억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엿한 숙녀가 되셨네요.” 조연설은 공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는 잘 지내고 계시죠?” “황 총리님은 잘 계십니다. 바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상대는 허둥지둥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엄진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보아하니 성 총리님이 조 청장과 꽤 친한 모양이네?” “꽤 친한 것 같아. 어렸을 때 우리 아빠는 시청 직원이라 가끔 성부에 들리셨고 나도 자주 따라다녔어.” 여기까지 말한 조연설은 괜히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시 황 총리님도 그저 작은 사무실장이었는데 날 많이 예뻐해 주셨지. 가끔 무릎에 앉히고 사탕도 주면서 정말 친딸처럼 대해주셨어.”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릎에 앉힌다고? 무릎, 아니면 허벅지? 뭔가 이상한데?” 그러자 조연설은 바로 안색을 찌푸리며 말했다. “엄진우, 넌 왜 항상 그런 이상한 생각만 하는 거야? 아저씨는 강남성 성총리야. 나이로 치면 나한텐 거의 할아버지라고! 네가 상상하는 그런 더러운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그때 난 겨우 열 살이었어.” 조연설에게 욕설을 먹은 엄진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과했다. “미안해. 내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당연히 틀렸지.” 조연설은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앞으로 걸었고 엄진우는 그 뒤를 바싹 따랐다. 성부 청사 로비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류 가방을 든 채
와규 등심 스테이크, 알비노 벨루가 캐비어, 이탈리아산 화이트 알바 트러플, 자연산 참다랑어 초밥... 이 요리들은 기본적으로 TV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어떤 요리는 심지어 조연설의 연봉에 맞먹는 고가를 자랑한다. “하하, 연설이 왔구나. 못 본 사이 많이 컸네!” 이때 흰 셔츠에 뚱뚱한 배를 겨우 쑤셔 넣은 듯한 대머리 중년 남자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낡아빠진 옷을 입고 있었지만 손목에는 최신형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차고 있었고 발에는 이탈리아산 수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엄진우는 상대의 흐리멍덩한 눈빛이 조연설의 얼굴과 가슴을 스칠 때 순간적으로 빛나는 것을 빠르게 캐치했다. “여자들은 변화도 많아.” 어릴 때의 조연설은 막대기처럼 날씬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몸매가 풍만한 것이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그러자 조연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눈앞의 이 남자가 바로 강남성의 권력자, 성총리 황덕진이다. 전에는 단지 자그마한 관리라 승진 속도가 이상적이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제경의 권력자와 친하게 되어 일취월장했다. 그렇게 10년 만에 작은 도시의 부시장직에서 성총리라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은퇴하기 전 제경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안녕하지, 그럼!” 황덕진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도취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선을 엄진우에게 옮기는 순간, 그의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호 실장? 내 말 못 알아들어? 연설이 혼자 들여보내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꼬리가 붙었어! 실장 자리가 만만해?” 그러자 실장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총리님, 전 그대로 전했는데 조연설 씨가 친구분이 아니면 안 들어오시겠다고 하셔서...” 그 말에 황덕진은 이내 안색이 친절하게 바뀌었다. “그래, 우리 연설이가 그렇게 말했으니 어쩔 수 없지. 어렵사리 왔으니 한 번쯤은 룰을 깨는 것도 괜찮아! 나가봐!” 황덕진은 실장을 밖으로 내쫓았고
“아저씨 이런 사람이었어요?” 조연설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릴 적 좋았던 기억들이 전부 거짓이었다니! 황덕진은 오래전부터 그녀를 노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어릴 때 무릎에 앉힌 것도 그의 더럽고 변태적인 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엄진우는 옆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는데 마치 ‘내 말이 맞았지?’라고 비꼬는 듯했다. 아까만 해도 조연설은 엄진우의 생각이 틀렸다며 화를 냈었다. 조연설의 당황한 모습에 황덕진은 불쾌하게 말했다. “연설아, 이건 부탁하는 태도가 아니지. 나한테 부탁하러 왔다면 그 정도는 생각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헛수고였나? 지금 내 얼굴에 침 뱉겠다는 거야?” 황덕진의 화난 모습에 조연설은 다급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아저씨. 너무 오랜만에 뵈어서 좀 어색했어요.” 비록 그는 늙은 변태일지라도 권력을 쥐고 있는 성총리다. 그런데 어찌 감히 적으로 돌리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작게는 구출 작전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심각하게는 조문지와 조씨 가문에도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황덕진의 표정은 그제야 조금 풀렸다.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아저씨, 성부에 예강호라는 죄수가 감금되어 있는데 내일 처형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조연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워낙 태연했던 황덕진은 순간 중심을 잃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강호? 너 예강호 때문에 왔다는 거야? 예강호는 강남 제일 폭도야. 살인과 약탈을 수도 없이 저질렀지. 심지어 우리 성부 사람도 죽였어. 그런 사람은 천번 만번 죽어도 마땅해. 공개 처형은 오히려 그에게 사치나 다름없어!” 황덕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자식은 반드시 죽어야 해!”조연설은 황덕진의 극심한 반응에 너무 놀라 혀가 다 꼬였다. “아저씨, 예강호가 수많은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지만 부패한 관리들만 죽였어요. 그리고 부자들을 약탈하여 가난한 사람을 도왔죠. 그래서
황덕진의 말에 조연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늙은 여우 같으니라고, 욕심이 끝이 없군. “그럼 아저씨는 얼마를 원하세요?” 조연설은 시험 삼아 물었다. 그러자 황덕진은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였다. “50억이요?” 조연설은 약간 놀랐지만 그나마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 하지만 황덕진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500억이 필요해.” “500억?” 조연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저도 몰래 소리를 질렀다. 그 돈은 조씨 가문의 경제력으로도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조연설은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엄진우를 향해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엄진우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배신자!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 늙은 영감탱이의 변태 짓까지 꾹꾹 참았건만! 조연설은 진심으로 서러웠다. “시천민의 분노를 감안하면 500억은 아주 적은 거야. 네 체면을 봐서 내가 적게 불렀어.” 황덕진은 뻔뻔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적어도 2,000억이야.” 조연설은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요. 계좌 보내주시면 오늘 밤 열두 시 전까지 입금해 드릴게요. 그럼 예강호는 풀어주실 수 있는 거죠?” 조연설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황덕명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외에도 특별한 요구가 하나 더 있어. 연설이 넌, 반드시 나와 식사를 해야 해. 그러면 예강호를 풀어줄 거야.”조연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좋아요, 아저씨. 제가 한 잔 올릴게요.” 그녀는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황덕진에게 건넸지만 황덕진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렸을 때처럼 내 무릎에 앉아.” 찌릿! 순간 엄진우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매서운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황덕진의 심장을 푹 찔렀다. “적당히 하세요. 500억, 적지 않은 금액이에요.” 엄진우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마치 잠자던
조연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재빨리 다리를 빼려 했지만 황덕진은 그녀의 다리를 꽉 잡았다. “연설아, 너 이거 실수하는 거야.” 조연설의 얼굴은 점점 더 새파랗게 변했다. “총리님! 저한테도 한계가 있어요. 전 늘 아저씨를 어른으로서 존경했어요. 그러니 적당히 하세요.” 조연설은 아무리 그래도 강남성의 총리로 행동에 절제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한 잔 마셨을 뿐인데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다. 몇 잔 더 마시면 술기운에 무슨 더러운 짓을 하지 누가 알겠는가. 황덕진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얘기는 끝난 거지? 좋아. 난 이만 간다.” 그러자 조연설은 다급히 물었다. “그럼 예강호는 어떻게 되는 거죠?” “당연히 내일 공개 처형이겟지?” 그는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여자에게 두 번 거절당하고도 부탁을 들어주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황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조연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 “아저씨, 잠시만요. 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 “또 반항할 거야?” 황덕진이 빈정거리며 물었는데 손은 조연설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조연설은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구토감을 억누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오늘은 제가 아저씨 잘 모실게요. 아저씨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이 말을 하는 동시에 조연설은 엄진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두 귀는 외부 소리를 차단한 듯 했다. 그는 조연설에게 완전히 실망한 것 같았다. 조연설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 남자를 위해 이런 더러운 희생을 하고 있는데 왜 결국 무시당해야 하는 거지? 그녀는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황덕진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히려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너만 날 즐겁게 모신다면 예강호는 안전하게 꺼내주도록 하지.” 황덕진은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
순간 황덕진은 비명을 지르며 마치 줄이 끊어진 연처럼 멀리 날아나 벽에 부딪혔다. 그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렸는데 그를 던져버린 사람은 바로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던 엄진우였다. “엄진우!” 조연설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자기를 보호하려는 엄진우의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몰래 눈물이 맺혔다. “고마워...” “고마워할 사람은 나야.” 엄진우는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 “상관없는 일에 이런 수모까지 참으려 하다니... 조연설, 이 은혜 나 평생 기억할게.” 그러자 조연설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난 네가 날 경멸하고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할 줄 알았어...”“내가 그런 말 할 자격이라도 있었나?” 엄진우는 쓸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장 경멸스러운 사람은 바로 나야. 여자의 보호를 받는 나 같은 남자. 그러니 비웃음을 받아도 내가 받아야지.” 조연설은 코끝이 시큰거려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성격이 강인했다. 백 번을 넘어져도 씩씩하게 일어섰던 그녀, 심지어 눈물을 흘린 적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한 남자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엄진우,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아니야. 나쁜 사람이라 해도 성총리잖아. 강남성 최고의 장관이라고.” 조연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웃어 보였다. “성총리가 그렇게 대단한 자리야?” “하아... 대단하지 않지. 단지 너희 두 사람과 가문까지 다 쓸어버릴 수 있을 능력을 가진 것뿐이야.” 이때 피투성이가 된 황덕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피 묻은 이빨 두 대를 뱉어내며 사악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내가 관직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당한 건 또 처음이네? 어이, 너 용기가 정말 대단한데? 이름이 뭐야? 네 뒤에 누가 있는지 어디 보자고!” 그러자 조연설은 겁에 질린 채 황급히 설명하려고 했다. “아저씨, 이건 오해예요!” “늬미, 오해는 개뿔!” 황덕진은 소리를 지르며 조연설의 말을 끊어버렸다. “저 자식한테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