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에서는 한 가족이 단란하게 놀고 있었다. 모용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엄진우를 소개했다. “금 회장님! 전에 만나고 싶어 하셨던 엄진우 씨를 모셔 왔습니다.” 그중 불패와 옥반지를 낀 짧은 머리의 남자가 즉시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내려놓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모용준,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게 역시 내 아우답군!” 남자는 이내 시선을 엄진우에게 돌리며 말했다. “엄진우 씨, 매일 같이 당신을 만나길 기다렸어요.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남자는 잔뜩 흥분해서 엄진우의 손을 잡았다. “내가 우리 집사람을 쫓아다닐 때도 이렇게 애탄 적이 없었어요.” 엄진우는 놀라움에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의 남자는 마치 시골에서 온 졸부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소탈함 덕분에 두 사람의 거리는 확연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엄진우도 예상외로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엄진우 씨, 난 금복생이라고 해요. 이쪽은 우리 집사람 원정화, 저쪽은 우리 집 집사인 마광석이죠.” 금복생은 아주 열정적으로 엄진우에게 소개했고 모용준도 기회를 엿봐서 끼어들었다. “금 회장님은 강남성의 큰 부자인데 강남성 절반의 상가가 금 회장님의 명의로 되어있고 막대한 해외 자산과 투자 기금을 보유하고 있어요. 늘 겸손하게 지내셔서 그렇지 매년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신 분이죠.” 그러자 엄진우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기껏해야 막 서른을 넘기신 것 같은데 정말 젊고 유능하시네요.” 그러자 옆에 배가 볼록한 예쁜 여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 남편이 워낙 착하다 보니 온갖 잡다한 사람들이 우리 남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죠. 하지만 듣기 좋은 말로 우리와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자 금복생은 헛기침하며 말했다. “당신 말조심해! 엄진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그러고는 엄진우에게 돌아서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우리 집사람은 다 좋은데 가끔
그 말에 원정화는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의사 면허증 있어요? 돌팔이 주제에 감히 잘난 척은.” 그러자 모용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수님, 엄진우 씨 의술은 제가 이미 겪었기에 증명할 수 있어요. 그 어떤 대단한 의사와 비교해도 훨씬 훌륭해요.” “난 지금 금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을 임신하고 있어! 그러다 나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두 사람 오늘 여기서 나갈 수 없을 줄 알아!” 원정화는 스스럼없이 성질을 부렸다. “우리 남편에게 개나 소나 만나지 말라고 잘 설득해야겠네. 아, 값 떨어져.” 원정화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서 말했다. 참다못한 금복생은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원정화, 두 사람은 내 손님이야. 그런데 당신 말이 좀 심하네. 게다가 맥 한 번 짚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모용준은 다급히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제가 보장할게요. 이러다 정말 형수님 배 속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저 모용준 목숨으로 갚을게요.” 원정화는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화려한 네일아트를 한 손을 내밀며 경멸하듯 말했다. “우리 남편 얼굴 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만 허튼수작이라도 부린다면 가만 안 둬요!” 원정화의 억지에 엄진우는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그녀의 맥에 올리고 두 눈을 감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이내 눈을 떴다. “어때요? 아이 괜찮은 거죠? 특별히 개인 닥터와 영양사까지 고용해서 매일 제 시간에 검사받게 했어요.” 금복생이 다급히 물었다. 그러자 엄진우가 말했다. “금 회장님, 우선 금 회장님의 맥도 한 번 짚어볼게요.” 금복생은 손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난 매일 십전대보탕을 마시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워요. 병원에 가도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엄진우 씨 잘 봐주세요.” 엄진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맥을 짚었다. 이번에는 원정화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는데 족히 3분은 걸렸을 것이다. “금 회장님.” 엄진우가 입을 열었다. “단둘이 할
그 말에 현장의 공기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사람들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금복생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원정화의 뺨을 후려쳤다. “천박한 것. 내가 정말 불임이라면 네 배 속의 아이는 대체 누구 아이야?” 그러자 원정화는 볼을 감싼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 돌팔이를 믿고 날 의심해? 내가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난 청춘을 모두 당신에게 바쳤어!” 그러자 마광석도 다급히 입을 열었다. “맞아요, 회장님. 회장님이 출장 가셨을 때도 사모님은 늘 독수공방하시면서 회장님만 기다렸어요. 그런데 어떻게 사모님을 의심해요? 게다가 엄진우라는 자는 의사 면허증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 말에 금복생은 잠시 멈칫하더니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정화는 서러운 듯 눈물을 펑펑 흘렸다. “만난 지 몇 분도 안 된 사기꾼의 말을 듣고 날 때렸어. 그래, 당장 병원에 가서 낙태할 거야. 당신 좋은 대로 생각해!” 그러자 금복생은 다급히 원정화를 끌어안고 사과했다. “미안해, 정화야. 내가 미안해.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금복생은 여태 원하는 건 모두 쉽게 얻었지만 유일하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여태 맞이한 아내들은 하나 같이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도 자기의 문제를 의심한 적 있어 여러 번 병원을 찾았지만 모두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다 어렵게 아이가 찾아왔으니 금복생은 당연히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다. 원정화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 하고 있어? 잘못했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금복생은 엄진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엄진우 씨, 방금 한 말 증거 있어요?” “실질적인 증거는 잠시는 없어요.” 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에 상대는 순간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그러니까 없다는 얘기네요? 엄진우 씨, 아무리 대단한 의사라고 해도 실수를 할 때가 있어요. 나도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찰을 받았지만 전부 정상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반점? 무슨 반점요?” 갑작스러운 말에 금복생은 억지로 화를 누르며 물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모님 배 속의 아이 엉덩이에 반점이 있다고요.”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용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엄진우 씨, 육안으로 태아의 반점을 보아낼 수 있다고요?” 이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다. 그러자 마광석은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저 자식 아직도 사람을 속이려 들어? 얘들아, 저 두 놈 죽여버려!” 순간 십여 명의 특수부대 출신 경호원들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악! 금 회장님, 살려주세요!” 모용준은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명의 경호원은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난 싸우는 건 싫어하지만 싸울 줄 모르는 게 아니에요.” 엄진우는 살짝 두 손만 벌렸을 뿐인데 공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제야 모용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닦았다. “잊을 뻔했네요. 엄진우 씨는 혼자서 홍의회를 쓸어버린 사람인데, 이까짓 사람들이 다 뭐라고.” 엄진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가고 싶으면 내가 알아서 가겠지만 명령은 기분이 불쾌해서요. 게다가, 당신은 뭐야? 주인이 입도 열지 않았는데 개새끼가 먼저 이빨을 드러내?” 그러자 마광석은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수천 명의 특수부대 애들 부를 수도 있어!” 마광석이 휴대폰을 꺼내 드는 순간, 휴대폰은 멀리 날아가더니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마광석은 순간 흠칫하더니 온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회장님.” 금복생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엄진우 씨 말에 일리가 있어. 감히 네멋대로 결정해? 날 뭐로 생각하고!” 마광석은 겁에 질려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회장님! 저는 단지 회장님과 사모님을 지키려는 마음이 너무 다급해서... 절대 다른 속셈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원정화가 평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사정하기 시작했다. “광석
피 터지는 막장 드라마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용준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어쩜 영화보다 더 자극적일 수 있는 거지? 역시 예술은 현실에서 오고 현실은 예술보다 더 예술적이다. 금복생은 화가 나서 폐가 다 터질 것만 같았다. “쳐 죽일 것들, 이것들 쌍으로 강에 던져버려!” 부하들은 손쉽게 마광설을 번쩍 들어 내갔다. 상대가 소리를 지르니 뺨을 때리고 혀를 잘라버린 뒤 사지의 뼈를 부숴버렸다. 찰나의 순간, 덩치가 큰 마광석은 폐인이 되어버렸다. 그제야 제대로 겁을 먹은 원정화는 금복생의 발밑까지 벌벌 기어와 눈물을 흘리며 절절하게 애원했다. “여보,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나 당신 사랑해. 우리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면 안 돼? 전부 마광석 때문이야. 그 새끼가 날 침범했어. 우아아앙!” 보기엔 사이가 좋아 보였던 두 불륜 남녀는 재난이 닥쳐오자 결국 각자 살길을 찾기 바빴다. 금복생은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향해 발길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미친년이, 뻔뻔하게 어디서 수작이야? 감히 나 몰래 바람을 피워서 배까지 불렸어? 다른 남자 새끼한테 내 재산을 주라고? 오늘 이 사실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몇 년 뒤엔 마광석이랑 내 자리 빼앗기 위해 날 죽일 생각도 하겠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 금복생은 손을 들어 목을 긋는 동작을 했고 순간 두 부하는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원정화의 비명이 들려오기도 전에 피와 살이 분리하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고 그 소리에 모용준은 저도 몰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금복생과 알고 지낸 지도 꽤 되었지만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오늘 처음 보았다. “하아!” 괘씸한 남녀를 처리한 후, 금복생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엄진우에게 다가와 그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엄진우 씨, 난 무식한 사람이라 멋있는 말은 할 줄 몰라요. 아무튼 이제부터 당신은 내 친굽니다. 무례를 저질렀다면 내가 절이라도 올릴게요. 욕해도 좋고 때려도 좋아요.” 말을 끝낸
“금 회장님, 무슨 일 생겼어요?” 금복생의 대노하는 모습에 엄진우가 물었다. 금복생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우리 회사와 장기적으로 협력하던 한 라이브 커머스 스트리머가 갑자기 약속을 어기고 우리 경쟁사의 물건을 팔러 갔어요. 이러면 초기 홍보비는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손해도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요!” 누구의 돈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금복생이 나라를 살 만큼 부유하더라도 수십억을 손해 보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일단 변호사에게 연락해! 저 라이브 커머스 스트리머를 파산시키고 말 테야!” 금복생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이때 모용준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금 회장님, 그 라이브 커머스 스트리머 강남성에서 유명한 스트리머 아닌가요? 팔로워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걸로 아는데, 그 사람이 팬들을 동원해 여론을 일으키면 회장님도 골치 아파지실 거예요! 게다가 소송 절차도 복잡하고 중간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요. 소송이 끝나려면 언제일지도 몰라요!” 곁에 있던 부하도 입을 열었다. “맞아요, 회장님. 그 스트리머와 다시 연락해서 페이를 좀 올려주겠다고 하면 마음을 바꿀지도 몰라요!” 금복생의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변했다. “상관없어! 내 평생 가장 증오하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야!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돈을 써서라도 반드시 상대를 망하게 할 거야!” 모용준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 “그다음에는요? 어차피 우리의 제품은 누군가가 판매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창고에 쌓여 경쟁자에게 기회를 줄 거예요!” 그 말에 정곡이 찔린 금복생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이때 엄진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금 회장님, 괜찮다면 우리 회사에서 급히 도와드릴 수 있어요.” 금복생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진우 씨도 회사가 있었어요?” “제 회사라고 할 수는 없고, 엄밀히 말하면 제 상사의 자회사죠. 저는 그저 책임자일 뿐이
“일단 30%의 계약금을 미리 지급할 수 있고 이 협력은 최대 10년까지 가능해요. 하지만 엄진우 씨 회사의 독점 대리권과 우선 협력권을 원해요!” 상대는 말을 아주 그럴듯하게 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다고 생각하세요?” 금복생은 당황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니 자기가 좀 인색하긴 했다는 걸 깨달았다. 엄진우의 비담 컴퍼니는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서 이제 막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이 성장세를 바탕으로 앞으로 반드시 전자상거래 분야의 거물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는 백만 팔로워 스트리머 한 명의 조건으로 10년 계약을 독점하려고 했다. 정말 바보나 동의할 일이었다! “적다고 생각하면 더 협의할 수 있어요. 고정비용은 일단 3억으로 올리고, 나중에 다시 두 배로 올릴게요!” 금복생은 간절하게 말했다. 첫 협력이다 보니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엄진우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이 말에 금복생과 모용준은 동시에 멍해졌다. 너무 많다고? 적다고 거절하는 것은 들어봤지만, 너무 많다고 하는 건...... 처음 듣는 일이다. “그렇다면 엄진우 씨,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금복생이 물었다. “비담 컴퍼니는 일단 금 회장님과 3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요. 고정 비용은 받지 않고, 커미션도 5%만 받을게요. 물론 독점 대리권과 우선 협력권도 드리도록 하죠.” 엄진우는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엄진우의 말에 금복생은 자기 귀를 의심할 뻔했다.고정 비용을 받지 않는다? 커미션도 5%만 받는다? 이런 조건은 시장에서 처음 보는 일이다. 이건 분명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라이브 커머스 업계는 그야말로 절정에 달해 있고, 다양한 스트리머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을 부르고 있다. 반면 브랜드 측은 오히려 약자의 위치에 있다. 스트리머를 계약하지 않고 오직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서는 전혀 팔리지 않는다. “엄진우 씨
"켁켁!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어요. 아직 초기 창업 단계의 회사라 그렇게 큰 능력은 없어요......" 엄진우는 헛기침을 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비담 컴퍼니는 비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어쨌든 작은 규모의 기업일 뿐이다. 하여 그렇게 많은 주문이 있어도 소화할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금복생은 배를 잡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급할 것 없어요, 시간은 많아요. 비담 컴퍼니가 언젠가는 그만한 능력을 갖출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모용준도 덧붙였다. "자! 우리의 협력을 위해 건배합시다!" 세 사람은 동시에 잔을 들었다. 술이 몇 잔 들어간 후, 금복생은 엄진우는 다음날 일찍 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그리고 금복생은 보답으로 비담 컴퍼니에 많은 자원을 제공해 주기로 했다. 이전에는 지성그룹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는 어쨌든 지방 도시의 기업으로 금복생의 산업과 같은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엄진우은 이 좋은 소식을 소지안에게 바로 전한 후 30년 된 로니만 콩티 와인 한 병을 가지고 그녀의 집으로 가서 제대로 축하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의 집으로 가는 길에 엄진우은 자기 뒤를 따르는 수상한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상대는 기척을 아주 잘 숨기고 있어 엄진우조차도 거의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하하!" 엄진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조용히 상대를 기다렸다. 역시나 멀지 않은 곳에서 삿갓을 쓴 남자가 뒷짐을 쥐고 공격해 왔다. 강력한 압박감에 두 사람의 머리 위에 검은 구름을 몰려왔다. "내 뒤를 밟은 지 꽤 된 것 같던데?" 엄진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틀도 안 됐어. 그런데 벌써 들켰다니" 삿갓을 벗자 횃불처럼 빛나고 날카로운 두 눈이 드러났다. "드래곤 크루?" 엄진우가 시험 삼아 물었다. "눈치 하나 참 빠르네!" 상대는 입꼬리를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역시 내 두 명의 정예를 쉽게 물리친 고수답군!" 지난번 신약당에서 엄진우는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