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난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 가야는 흑포를 찢어 그 안에 갈색의 백독 갑옷을 드러냈는데, 그 위에는 수많은 독충이 기어다녔다. 사람들은 가야의 무력이 놀랍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종두술이이고 근신격투는 오히려 그의 가장 약한 부분이다. “지금부터가 나의 진정한 실력이니 네 무례한 행동에 대해 반성해야 할 거야. 넌 이미 편히 죽을 기회를 잃었어.” 가야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보통의 종두사는 각종 피를 이용해 술법을 발휘하는데 종두술을 시행할 때마다 시간과 기술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야는 입고 있는 백독 갑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종두술을 내릴 수 있었다. 가야는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은 얼굴을 일그리고 말했다. “죽어라! 죽어라!”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는데 전례 없는 수치심에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렸다. 이런 이변에 참가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들까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난 예전의 가야가 충분히 공포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천 배는 더 공포스러워.”단순히 뿜어져 나오는 그의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위무연은 드디어 역전의 기회가 왔다고 그 자리에서 단언했다. “저 자식은 반드시 죽게 돼 있어. 이런 광범위한 종두술은 대종사가 와도 막을 수 없어. 설사 누군가 엄진우 저놈을 돕는다고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할 거야.” 그의 경험상 엄진우가 이길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너무 미약한 수준이다.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 끼었고 땅속에서는 수많은 독충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일제히 엄진우를 향해 기어갔다. 뒤이어 피바다와 불바다가 끝도 없이 그를 향해 밀려왔다.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들었다. 그 모습에 가야는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이미 넋을 잃은 거야? 무기를 찾으려거든 적어도 날카로운 것을 찾아야지, 나뭇가지가 웬 말이냐!
“그리고 모산도술은 바로 종두술의 천적이야!”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탄성을 질렀다. 엄진우가 어떻게 실전한 모산도술을 할 줄 아는 거지? 엄진우는 조용히 가야에게 다가와 진지하게 말했다. “살고 싶으면 공씨 가문의 음모를 내게 말해.” 가야는 흉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미친 새끼가. 내가 언제 졌다고 했어? 난 아직 지지 않았어!” 풉! 이내 그는 피를 내뱉더니 자기 눈알 하나를 파내어 손바닥에 비볐다. 찰나의 순간, 그의 몸은 거대한 구렁이로 변하더니 입을 쩍 벌리고 엄진우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우욱!” 장내는 또 한 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위무연은 제일 먼저 반응하고 큰 소리로 웃어댔다. “하하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종두술의 뱀인간! 가야가 삼키는 순간 상대는 가야 체내의 위산에 의해 부식되고 소화되어 썩은 고기로 변하지.” 소경찬도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 “맞아! 뱀으로 변신한 가야의 위산은 황산의 천배 되는 산성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강철이라고 해도 전부 녹아버리는 걸 면할 수 없어.” 호산은 약간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 있겠어.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인물을 건드렸으니 이런 꼴을 당해도 싸지.” 하지만 그들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가야는 갑자기 대경실색하더니 고개를 쳐들고 돼지를 잡는 듯한 아우성을 질렀다. 순간 엄진우는 상대의 배를 가르고 싸늘한 눈빛으로 덤덤하게 나왔다. “내 옷을 더럽혔어. 이거 기분이 정말 불쾌하네.” 엄진우는 맨손으로 가야의 머리를 비틀어 바닥에 내리꽂았는데 순간 적어도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쿵쿵쿵! 엄진우는 제대로 화가 난 듯 가야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고 충격적인 상황에 사람들은 눈도 깜빡거리지 못하고 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았다. 위무연 등 세 사람의 얼굴은 재차 굳어져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살려줘! 엄진우! 아니, 엄진우 님! 다 말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 가야의 두개
심사위원석은 발칵 뒤집혀 각종 욕설이 난무했다. 엄진우는 뒷짐을 짚은 채 바로 링에서 그들 앞으로 뛰어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한가요?” 순간 엄진우 발아래의 땅이 몇 미터나 꺼져버렸다. 바로 전에까지만 해도 목청이 터져라 욕설을 내뱉던 심사위원들은 순간 입을 다문 채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엄진우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엄진우는 가야를 이긴 놈이다. “그게...” 누군가 용기를 내려고 했지만 엄진우의 눈길 한 방에 바로 말을 바꾸었다. “난 의견이 없어요...” “의견이 없다고요? 좋아요, 그렇다면 다들 찬성한 거로 간주할게요.” 엄진우는 피식 웃더니 발걸음을 옮겨 위무연 등 세 사람 앞에 다가갔다. “세 사람 개처럼 잘 짖어대던데. 자, 다시 한번 짖어봐.” 위무연 등 세 사람은 사색이 되어버렸고 소경찬은 그래도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엄진우, 적당히 해.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치면 넌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때, 호산과 위무연이 후다닥 무릎을 꿇고 말했다. “엄진우 님, 우리는 엄진우 님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게 다 소경찬 저놈의 잘못입니다. 저놈이 이간질을 해대는 바람에 저희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저놈이야말로 장본인이니 저놈만 혼내주세요.” 두 사람은 모든 책임을 살포시 소경찬에게 떠넘겼다. 소경찬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 개자식들! 너희 둘 내가 죽여버린다! 파렴치한...” 아까만 해도 호형호제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배신을 때리다니. 세 사람은 순간 한데 뒤엉켜진 채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그들의 개싸움을 지켜보다가 다시 뒤돌아서서 큰소리로 물었다. “내 말을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나와도 좋다!” ...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가야를 처참하게 짓밟는 모습을 보고도 누가 감히 그에게 도전한단 말인가? “좋다. 그렇다면 난 이 무도대회의 1위다!” 이때 우렁찬 목
오늘 엄진우는 오윤하에게서 반드시 엄비왕이 살해당한 진상을 알아내야 한다. 엄진우가 오씨 가문 사람을 따라 떠나는 모습에 소지안은 그제야 한시름 내려놓았는데 이 순간 그녀는 만감이 교차했다. “오윤하 씨가 아직도 진우 씨에게 저리 극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이때 소학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안아, 더는 저놈과 어울리지 마! 네가 저놈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보아하니 오윤하에게 찍힌 모양이야. 오윤하는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야. 저놈은 곧 죽을 목숨이야.” 소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그럴 리가요... 오윤하 씨는 진우 씨에게 아주 친절해요. 그건 편견이세요.” 매번 엄진우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오윤하가 직접 나서서 엄진우를 지켜주었다. 소학정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넌 아직 너무 어려. 내가 아무리 저놈에게 편견을 가졌다 해도 가야를 물리치는 모습을 보았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네가 말한 그때의 오윤하는 그저 엄진우를 닭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생각했던 것뿐이야. 하지만 결과로 보았을 때, 엄진우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종두사 가야를 이겼어. 이런 놀라운 재능은 오씨 가문에 그야말로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지. 만약 엄진우가 오씨 가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런 위험한 인물은 반드시 제거하고야 말 거야.” 꼭대기 층. 방에 들어서니 흰색 탱크톱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은 오윤하가 방글방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왔어? 나 꽤 오래 기다렸는데.” 그녀는 물뱀 같은 허리를 엄진우에게 기댔고 이내 엄진우는 요염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오윤하. 나 시간 급하니까 빨리 말해.” 오윤하는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가느다란 손으로 엄진우의 몸을 쓸어내렸고 엄진우는 온몸에 전기가 통하듯 소름이 돋았는데 특히 하체에는 더욱 기혈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시간이 급하다고? 이런 일에서도 시간을 쫓아야겠어?”
엄진우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윤하,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난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했어. 그런데 결국 이렇게 나온다고?” 오윤하는 싸늘하게 대답했다. “쓸데없는 소리는 적게 해. 넌 이미 나에게 위협을 줬어. 우리 오씨 가문에 너 같은 사람은 친구 아니면 적이야. 네가 선택해.” 그녀는 위무연이 충분히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위무연을 순식간에 처리한 종두사 가야가 나타났고 그 가야는 결국 엄진우에게 패배당했다. 엄진우의 실력은 완전히 그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험한 인물이다. 게다가 아주 위험하다. “선택하기 싫다면?”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다른 선택이 또 있겠어?” 오윤하는 차갑게 웃어 보였다. “지금 네 꼴 좀 보고 얘기해.” 역시 남자란 하체로 생각하는 동물이다.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그녀의 유혹에 바로 넘어가 버렸으니 말이다. “이 얼음 얘기하는 거야?” 엄진우가 대충 손발을 뻗었더니 몸을 감싸고 있던 얼음이 순식간에 쩍 갈라져 버렸다. “뭐야?” 오윤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오씨 가문의 필살기인 현명한기이다! 심지어 불도 얼려버릴 수 있는 대단한 수법인데 전에 오씨 가문 강자는 이 수법으로 한꺼번에 아홉 명의 지존 종사를 얼렸다고 한다.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오해하지 마. 네 미인계에 넘어가서 경계를 늦춘 게 아니라 네 앞에서 경계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넌 너무 약해서 날 다치게 할 수 없어.” 엄진우의 말에 오윤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날 무시해? 촌놈 주제에 정말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씩씩거리며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엄진우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쿡 찔렀고 이내 그녀는 온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 엄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것 봐.” 으아아악! 이 나쁜 놈! 오윤하는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패배했으면 그냥 인정해. 전쟁터에서는
“하여 몰래 엄씨 가문 사람들과 결탁하여 그 사고를 만들었어.” 오윤하의 말에 그제야 엄진우는 깨닫게 되었다. 당시 엄비왕은 특별히 엄혜우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생년월일을 바꿨었는데 지금 보니 바로 그 재앙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엄혜우는 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타지에 있는 친척 집으로 보내져 일 년에 고작 한 번밖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 성인이 되어 대학에 입학해서도 그녀가 집에 돌아오는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렇다면 이 일과 관련됐다는 걸까? 엄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그 권력자가 대체 누구야?” 오윤하는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잘 몰라. 이 일도 내가 북강에 있을 때 제경에서 온 친척들이 술에 취해 무심코 말한 걸 들은 거야.” 오래 전 사건을 다시 뒤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은 것이다. 엄진우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네 혈 자리는 두 시간이면 풀릴 거야. 난 이만 간다.” 엄진우는 보는 사람이 없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조용히 떠날 계획이었다. “잠깐만!” 이때 오윤하가 갑자기 엄진우에게 애원했다. “나 부탁이 하나 있어. 제발 나에게 명왕의 행적을 알려줘. 그 사람은 내 약혼자야. 그런데 이 작은 도시에 숨어서 날 만나려고 하지 않아.” 이 순간 그녀는 북강 공주의 거만한 아우라를 벗어던진 채 마치 사랑에 미친 여자처럼 간절하게 말했다.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싸늘하게 말했다. “넌 그 사람을 본 적 없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미련을 가지는 거지? 네 정도면 그만한 남자는 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아니! 세상에는 오직 명왕뿐이야. 그 어떤 남자도 그와 비교할 수 없어!” 오윤하는 더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5년 전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난 이미 사랑에 빠졌어. 이건 사랑이야. 너 같은 냉혈 동물은 절대 이해할 수 없어!” 엄진우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사랑이라... 만약 명왕이 돼지처
순간 공무성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뭐라고? 엄진우를 죽이라고 했는데 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지? 가야 이 쓸모없는 자식! 대체 뭐 하는 짓이야!” “하하! 가주, 뒤에서 욕하는 건 그리 좋은 것이 아니지요.” 가야는 엄진우와 함께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엄진우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 공씨 가문 사람들을 또 만났네요? 내가 뭐라고 했어? 반드시 다시 만날 거라고 했지?” 멀쩡한 엄진우의 모습에 공무성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가야! 내가 극진히 모셨건만 어찌 이럴 수 있어? 감히 날 배신해?” “공무성, 탓하려거든 네 부족한 안목을 탓해. 감히 엄진우 님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 같군.” 이때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입 다물어. 난 두 사람의 말다툼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가야, 당신에게 20분의 시간을 줄 테니 저놈의 입을 열어서 모든 진상을 털어놓게 해.” “네!” 가야는 이내 흉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이미 공씨 가문 전체에 종두술을 내렸어. 공씨 가문 사람들은 곧 죽는 것만도 못할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공무성은 안색이 변하며 소리를 질렀다. “개자식,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반항하려는 그때, 공무성은 갑자기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지더니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콧구멍에서도 수많은 미꾸라지 같은 검은 날벌레가 쏟아져 나왔다. 공무성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종두술이다!” 가야는 사나운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공씨 저택은 인간 지옥이 되어버렸다. 종두술에 걸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닥을 뒹굴며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엄진우 님, 공무성이 입을 열었습니다.” 가야가 보고했다. “라인의 거처를 이미 알아냈습니다.” “좋아.” 엄진우는 흥분에 겨워서 말했다. “가자.” 긴 시간을 거쳐 드디어 뷔젠트의 조직원을 만나게 된다. 라인, 네가 어떤 요물
예우림은 정색해서 말했다. “너 함부로 굴면 나 너 가만 안 둬!” 하지만 엄진우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바로 사무실 문을 잠그고 히쭉 웃으며 말했다. “나 함부로 구는 거 아닌데? 이건 중요한 생활 요구 사항이야. 해결을 위해 내가 도움을 청하는 거지. 물론 이건 비밀이지. 오직 우리 두 사람만 아는 인생 이야기... 바로... 우리의 2세 만들기 프로젝트.” 낮잠을 자던 예우림은 검은 코트를 벗은 채 몸에 딱 달라붙는 흰 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단추가 하나 열려있어 더 볼륨감 있는 몸매를 구현했다. 그리고 열린 셔츠 사이로 보이는 하얀 레이스 브래지어는 엄진우에게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엄진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고 했지만 예우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너 컸다? 이젠 내 말도 안 들어? 당장 나가!” 하지만 엄진우의 행동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는 아예 예우림을 번쩍 들어 자기 다리에 앉혔고 그녀의 엉덩이는 그의 허벅지에 닿았다. 예우림은 더는 참을 수 없어 귀뿌리가 빨개졌다. “집에 가서 얘기해. 여긴 사무실이야. 기껏해야 난 손으로...” “하하! 예우림, 대체 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 엄진우는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난 그저 단순히 당신을 품에 안고 당신에게서 나는 향기를 맡고 싶었던 것뿐이야.” 예우림 사무실에 들어온 엄진우는 모든 음모와 계략을 잊은 채 마치 자기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우림은 상대의 팔을 꼬집으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난 네 상사야. 날 상사로 보기나 해?” 엄진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회사에서 당신은 내 상사지만 집에서는 내 마누라고 보호자야. 근데 안아보는 것도 안 돼” 엄진우의 노골적인 눈빛에 예우림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싸늘하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입만 살았어. 더는 따지기 귀찮으니까 충분히 안았다면 빨리 나가! 나 할 일 엄청 많아!” 엄진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서두를 것 없어. 당신한테 좋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