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 씨, 정말 고스톱 칠 줄 모르는 거 맞아요?”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이서는 패를 만지는 것만 봐도 미숙하다는 걸 알 수 있어.’‘하지만 심가은은...’가은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패를 섞으며 말했다.“그럼요, 여사님.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에요.”배미희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아주 작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한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고, 또다시 이서의 차례가 되었다.그녀는 섣불리 패를 던지지 않았으며 패를 주시했다. ‘방금 그 한 판으로 백만원을 잃었어.’ ‘게다가 그 백만원은 H선생님이 지불하실 거라고.’ ‘배미희 여사님께서 이렇게 통이 크실 줄은 몰랐어. 절대, 절대 또 지면 안 돼.’ “긴장할 필요 없어.”지환이 이서의 패를 보며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서가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많은 돈을 빚지면 갚을 수도 없단 말이에요.” “갚을 필요 없어.”지환의 목소리는 대단히 낮았다. 이서는 몇 번이나 그가 자신의 귀에 대고 말하는 줄 알았다. “H선생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요.” 이서는 지환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럼 이겨야겠네.”뒤에서부터 지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서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 H선생님도 고스톱을 칠 줄 모른다고 하지 않으셨나?’‘고스톱을 칠 줄도 모르는 우리 두 사람이 어떻게 이길 수 있다는 거야?’ 지환이 손가락으로 이서의 옷자락을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집중해, 모두 너만 보고 있잖아.”고개를 돌린 이서의 눈에 방실방실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빨개진 그녀가 아무렇게나 패를 던지려 하자, 누군가가 등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지환임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손이 홀린 듯 두 번째 패로 향했다. “아이고, 이번에는 먹을 게 없네.” 약간의 실망감에 빠진 배미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
배미희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작 이런 일로 이서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로 들리는데... 아직도 이서가 똑똑하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거예요?”하이먼 스웨이 역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은이 얼른 상황을 수습하고 나섰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사모님, 계속 게임 하시죠.”‘과연 다음 판에도 운이 좋을지 한번 보자고!’ 이서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가은의 말에 동조했다. “사모님, 저는 괜찮으니까 계속 게임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나 세 번째 판, 네 번째 판 역시 이서가 승리를 거두었다.오백만 원을 잃은 가은은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갑자기 지환에게 향했다. ‘한 번은 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 번은 말이 안 돼. 분명히 무슨 속임수를 썼을 거야.’ 가은이 잔꾀를 내었다.“저기... 혹시 물 한 잔만 가져다주시겠어요?”그녀는 말을 마칠 무렵 윙크를 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지환의 눈동자는 대단히 차가웠다. 가은은 하마터면 의자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그녀는 지환이 거절할 줄 알았으나, 그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다소 놀란 듯했다.‘드디어 나의 매력이 통한 건가?’가은은 은근히 기뻐했으나, 이서는 몰래 입술을 오므렸다. “이서 씨, 이제 이서 씨 차례예요.” 가은이 호의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이서를 일깨워주었다. 그녀는 가은을 한 번 보았는데, 가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분명 친절함이 아닌 조롱을 지닌 것이었다. 사실, 이서는 처음부터 가은이 자신을 향한 악의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나를 소중히 여기시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의 따님인데...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한 건 아닐까?’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직감이 정확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한테 적대적이었어.’ ‘오해가 아니었던 거라고.’고개를 숙이고 패를 보던
심가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서가 말했다.“제가 이겼네요.” 가은은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말도 안 돼요!”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서가 패를 하나하나 뒤집어 가은에게 보여주었다. 마지막 패를 확인한 가은이 숨을 내쉬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요! 고스톱은 칠 줄 모른다고 하셨잖아요?!”이서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네, 방금 배운 거예요.” “그럼 더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이서 씨를 가르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이 자리에서 배웠다는 거냐고요!”“왜 배워야지만 고스톱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관찰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서가 우습다는 듯 가은을 바라보았다.“오늘만 해도 벌써 여러 판을 쳤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요령 정도는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H선생님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H선생님은 첫 번째 판이 끝나자마자 모든 규칙을 파악하셨을 테니까.’ “이번 판은 무효예요, 다시 해야 한다고요!” 가은은 여전히 이서가 운이 좋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녀가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본 하이먼 스웨이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가은아...”하지만 가은은 하이먼 스웨이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재촉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요, 계속!”상황을 지켜보고 싶던 배미희가 가은의 의견에 동의하고 나섰다.이서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하이먼 스웨이는 계속해서 고스톱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판 역시 이서가 승리를 거두었고, 그녀의 뒤에는 지환이 없었다. 가은은 더 이상 의심하고 싶어도 의심할 수가 없었다. “이서야, 너 정말 똑똑하구나.”배미희가 칭찬했다.“겨우 몇 판 만에 모든 규칙을 알아차리다니!”다른 테이블의 사람들 역시 이서의 총명함에 매료된 듯했다. 이서가 연거푸 승리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분분히 이서를 칭찬했다. “이렇게 금방 고스톱을 배우다니, 윤이서 씨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
이서가 자리를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흩어졌다. 배미희 역시 더 이상 고스톱을 치고 싶지 않았기에, 하이먼 스웨이를 끌고 문밖의 넓은 잔디밭에 가서 햇볕을 쬐었다. “태양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이맘때의 태양은 더 따스하죠.” 배미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태양을 올려다보았다.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돌려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하이먼 스웨이가 묵묵히 배미희를 바라보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배미희가 말을 이어 나갔다.“이서는 말이에요, 줄곧 나에게 따뜻한 태양과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어요. 그 아이는 모든 사람에게 따스함을 건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죠.”“맞아요.”하이먼 스웨이 역시 눈을 가늘게 뜨고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나는 한동안 이서가 제 딸이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쉽게도 우리의 인연은 깊어질 수 없었지만요.”배미희가 벤치에서 몸을 돌려 앉았다. 좌우를 살핀 그녀가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스웨이 여사, 우리 두 사람, 친구 맞죠?” 배미희의 눈빛에 비친 진지함을 알아차린 하이먼 스웨이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럼요.”‘내가 배 여사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전부 하 서방 덕분이야.’ 애초에 지환은 하이먼 스웨이와 함께 책의 판권에 서명했으며, 영화 발표회 때도 그녀의 홍보를 도왔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 M국에 온 하이먼 스웨이가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지환이 특별히 그녀에게 배미희를 소개해 준 것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하이먼 스웨이와 배미희는 친구가 되었다. “그래요, 스웨이 여사가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니까 솔직히 말할게요.” 배미희는 우정을 걸고 말을 이어 나갔다.“스웨이 여사도 오늘 봤겠지만, 가은 씨가 이서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애초에 스웨이 여사가 가은 씨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던 건, 이서
“계속 이러다가는 큰일이 나고 말 거예요. 스웨이 여사는 현명한 사람이니까 올바른 조처를 해줄 거라고 믿어요.”이 말을 마친 배미희가 하이먼 스웨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얕은 한숨을 쉬고 자리를 떠났다. 배미희가 방에 들어서자, 창가에 서 있는 상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정말이지 깜짝 놀랐구나.”“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상언이 턱을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글쎄다, 알아듣게 설명했으니 좀 기다려 보자꾸나.”하이먼 스웨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배미희는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듯했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던 사람이 고작 딸 때문에 저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어. 엄마는 여전히 스웨이 여사가 딸아이를 되찾은 게 잘된 일인지 잘 모르겠구나.” 상언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위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이서와 지환이 2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이서를 본 상언이 친절하게 물었다. 이서가 입을 떼려던 찰나, 지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서는 그와 맞닿은 피부에 전기가 흐르기라도 하는 듯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지환은 그녀를 잡은 손을 더욱 거세게 쥘 뿐이었다. “공항에 가야 하는데...”지환의 시선이 상언에게 향했다.“상언아, 너도 같이 갈래?”상언은 가고 싶지 않았다.‘나는 두 사람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아.’“두 사람이 공항에 가는데 왜 나를 끌어들이려는 거야?”지환이 상언의 팔을 잡아당겼다.“싫어도 어쩔 수 없어.”결국, 상언은 두 사람에게 이끌려 고택의 입구에 다다랐다. 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지환이 조수석에 상언을 밀어 넣고서야 차 문을 열고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의 손목에는 아직 지환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H선생님의 눈빛을 보니까 아까의 온기가 더욱 생생해지는 것 같아.’“어서 타.”지환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의 목
공항에 도착한 상언은 여전히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파 속에서 걸어 나오는 임하나를 보고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듯했다. “하나 씨!”‘말도 안 돼,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상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나에게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고서야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 씨가 정말 내가 나고 자란 M국에 오다니!’ 하나는 조금 어리둥절했다.‘이 선생님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나를 안아줄 줄이야.’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 하나가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그녀가 상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 선생님, 우선 저 좀 놓아주세요... 보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한참이 지나서야 하나를 놓아준 상언이 흥분감과 기대감이 서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거예요?”“업무차 출장 온 거예요. 겸사겸사 이서도 볼 수 있으니까요.”상언이 서운해하는 모습을 본 하나가 말했다. “물론... 이 선생님도 볼 수 있고요, 어차피 다 같이 있으니까요.”상언이 하나의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진심이에요?”“오, 이서야.”하나가 이서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동안 어떻게 지냈어?”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이내 이서의 곁에 선 키가 큰 남성에게 향했다.“저기... 낯이 좀 익은데...”지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하나는 금방 그를 알아본 듯했다.하나가 막 입을 떼려던 찰나, 상언이 그녀의 입을 가리고 차로 데려가며 말했다.“우선 차로 가요, 허허...”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서는 마음이 놓였다. ‘이전에는 이 선생님께 하나에 관한 일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건지 헷갈렸는데, 지금 보니까 잘한 일인 것 같아.”‘이 선생님께서 하나를 정말 잘 챙겨주시는 것 같아.’‘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도 이 선생님의 배려를 거부하지 않고 있잖아.’“왜 웃어?”이서의 입가에 맺힌 옅은 웃음을 본 지환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무것도
흥분한 배미희는 핏줄이 솟구치는 듯했다. “엄마, 제 친구인 임하나 씨예요.”상언이 하나를 소개했다. 그가 곧바로 하나에게 말했다.“제 어머니세요.”“안녕하세요, 사모님.”하나를 자세히 살핀 배미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상언이의 친구라고 하니까 더 마음에 드네.’“하나 씨라고 했나요? 먼 길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어서 들어가서 쉬어요.”하나가 배미희에게 이끌려 고택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돌린 그녀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상언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웃기만 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나는 이만 가볼게. 오늘은 친구랑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해.”지환이 이서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이서가 스킨십을 조금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환은 때때로 이서에게 스킨십을 했다. ‘이서가 무의식중에 서서히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이를 알아차린 지환은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서는 지환을 배웅하고 나서야 상언을 따라 고택의 거실로 들어섰는데, 거실에서는 배미희가 하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하나 씨, 남자 친구는 있어요?” 배미희의 열정을 당해낼 힘이 없었던 하나가 도움을 원하는 눈길로 이서와 상언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파악한 상언이 앞으로 나아가서 배미희에게 말했다.“엄마, 사실 하나 씨는 이서 씨의 친구예요. 단지 이서 씨를 보러 왔을 뿐이니까, 인제 그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 좀 비켜주세요.”“아, 이서의 친구예요? 아이고, 그러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바로 자리를 비켜줬을 텐데요.” 배미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상언을 한 번 보았다. “상언아, 너는 위층에서 엄마랑 이야기 좀 하자.””...”‘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재에 들어선 배미희가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맞지? 그렇지?” 상언이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뭐가요?” “역시, 하나 씨를 좋아하는 거 맞구나?” 상언이 배미희의 기세등등한 눈빛을
‘이게 무슨 소리야?’배미희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상언이가 가끔은 상투적인 표현조차 할 줄 모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분명 괜찮은 아이인데...’‘게다가 상언이는 의학계의 최고 권위자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재력, 외모, 학식,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아이인데, 대체 왜...’‘우리 가문과 연을 맺으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그런 상언이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엄마, 이제 그만 물어보세요.”배미희의 질문을 예상한 상언이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배미희는 이 말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정말 네가 해결할 수 있는 거야?”“여자의 마음 하나 다잡지 못해서 결혼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대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는 없어요.”배미희가 기뻐하며 상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남자라면 패기가 있어야지, 역시 내 아들이야. 혹시라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렴.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마.” “네, 알겠어요. 엄마, 이제 그만 나가보세요.”상언이 서재 밖으로 배미희를 밀어냈다. 배미희가 서재를 나서자, 상언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사실, 그동안 계속 하나 씨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었어.’ ‘끝내 좋은 방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말이야.’...같은 시각, 아래층.이서의 손을 잡은 하나가 외국 생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서는 찬찬히 모든 질문에 대답했다.모든 대답을 들은 하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서야, 며칠 전에 사고가 났었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야?”멍해진 이서가 물었다.“어떻게 알았어?” ‘아, 이 선생님께서 알려주셨구나.’하나는 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이냐니까?”“응.”하나가 긴장하기 시작했다.“그... 그 사람은 잡힌 거야?”“응, 잡혔어.”“하지만, 사건은 H선생님께서 처리하고 있어서, 나도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어.”“잡혔다니 다행이다.”하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