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러면 어쩔 건데?”지환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조적인 말투로 말했다.“나더러 두 사람의 약혼을 깨고 이서의 앞에 나타나서 이서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하라는 거야?” “그렇게 과격한 방법을 쓰실 필요는 없잖아요.”지엽은 지환의 말투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눈썹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대표님은 모르셨겠지만...” “당장 말해!”지환이 술병을 움켜쥐었다. “사실,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이서를 데려오는 거죠.” 지엽은 지환이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말을 이어 나갔다.“국내는 하은철의 세상이라, 하은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고 할지라도, 해외는 아니잖아요. 이서를 해외로 데려가면 거기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예요.”지환이 술병을 만지작거리던 것을 멈추었다. “대표님께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지엽이 들뜬 표정으로 지환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지금 유일한 문제는 어떻게 하은철을 따돌리고 이서를 해외로 데려가냐는 거예요.” ‘물론 이서가 협조만 해준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이서가 기억을 잃은 상황이잖아. 쉽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우리라면 이서를 해외로 데려갈 수 있을지도 몰라.’ 지환이 고개를 들어 지엽을 바라보았다. “이서를 외국으로 보내려는 게, 정말 이서만을 위한 생각인 거야?” 넉살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 지엽은 자신의 진심을 조금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하하, 하은철이라는 그 나쁜 놈한테서 이서를 떼어놓으려는 것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서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죠.” “물론 지금이야 대표님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연적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지환은 코웃음을 쳤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왜 아무런 말씀도 없으세요? 인정하시는 거예요?” 지엽이 다리를 움직이며 지환을 떠보았다. 하지만 지환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 지엽이 참
서서히 몸을 웅크린 지환은 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추위를 느낀 그는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났지만, 여전히 룸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지환의 상태를 염려한 사장이 그에게 담요를 덮어주었지만, 그마저도 그의 뒤척임으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자학적인 방식을 이용해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듯했다. 마침내 떠오른 태양이 지환을 자학과 어지러운 고통으로부터 끌어냈다. 정신을 차린 지환은 고통을 직면해야만 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이서에게 걸려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지환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지환이 즉시 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이서는 건성으로 하은철과 결혼에 대한 것을 상의하고 있었다. 어젯밤 H선생님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서는 홀로 베란다에 앉아 하나의 말을 되새겼었다.그 결과, 그녀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은철과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계속 은철이한테 시집가면 안 된다는 말이 들리는 것만 같아.’ “도련님, 그럼 호텔은...”큰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답답함을 느낀 이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씀 나누고 계세요. 저는 바람 좀 쐬고 올게요.”그녀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은철도 이서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이서야, 왜 그래? 왜 아침부터 계속 우울해 보이는 거야?”“어젯밤에 잠을 잘못 잤나 봐.”이서가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괜찮아, 나가서 바람을 좀 쐬면 나아질 것 같아.” 은철이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다녀와.” 이서는 그제야 마당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 집사가 참지 못하고 은철을 향해 말했다.“도련님, 아무래도...” “이서 아가씨께서 마음을 다잡게 하려면 반드시 순조로운 결혼식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그래요.”주 집사가 휴대전화를 들고 결혼식 계획을 짜러 갔다. 같은 시각.집을 나온 이서는 오랜만에 자유를 느꼈다
지환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마치 1 + 1이 2인 것처럼.멍해진 이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왜요?” [그 사람은 Y양과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이서가 피식 웃었다. 하루 동안 쌓인 불쾌감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저랑 어울리는 사람은 누군데요?” 수화기 너머의 지환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답변을 받지 못한 이서가 고개를 숙였다.“제가 또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 같네요.” [아니에요.]지환이 고개를 들어 밝은 햇살을 바라보았다.[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네요.] 이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왜요?” [Y양은 정말 좋은 사람이잖아요, 감히 누가 Y양과 어울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서의 심장의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저...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어느새 그녀의 볼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Y양은 영원히 내 마음속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남을 거예요.]진심이 툭 튀어나오자 지환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얼른 말했다.[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이서가 뜨거운 볼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럼 나랑 같이 떠날래요?] “저를 만나러 오실 거예요?” 이서는 대단히 기뻤다. 지환은 차마 그녀를 실망하게 할 수 없는 듯했다. [네, 그러니까 나랑 같이 떠나는 게 어떻겠어요?]이서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묻지도 않은 채 재빨리 대답했다. “좋아요.”밤새 아팠던 지환의 심장은 이서의 시원스러운 대답 한 번에 기적적으로 아문 듯했다. [그래요, 결혼식은 언제예요?]“모레요.”[정말 급한 모양이네요.] ‘H선생님, 제 생각도 그래요.’[그럼 모레 데리러 갈게요.]“그럼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이서가 물었다.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지환이 낮은 미소를 지었다. 대단히 낮은 그의 목소리는 이서의 마음을 단숨에 편안하게 만드는 듯했다. [Y양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요. 결혼식 날 조
“하 대표님께서 이서 아가씨를 데려가실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그날, 작은 아빠는 반드시 나타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입구를 지키는 모든 경호원에게 엄격히 통제하고 감시하라고 지시해 두겠습니다. 하 대표님께서는 결혼식에 한 발짝도 들어올 수 없으실 겁니다.” “아니요.”은철이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들어오게 내버려두세요.”“도련님...”하은철이 손을 들어 주 집사를 막았다.“주 집사님,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반드시 작은 아빠가 이서랑 제가 결혼하는 걸 보게 만들 겁니다. 이서는 원래 제 여자였어요, 작은 아빠가 이서를 빼앗아 간다면 다시 되찾아 와야겠죠.” “하지만 도련님, 하 대표님도 만만치 않으실 겁니다. 만약 하 대표님께서 결혼식에 참석하신다면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될 겁니다.” “그래서 감시하라고 한 겁니다.”은철이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잊지 마세요, 여긴 H국이고, H국은 내 영역입니다!” “네, 알겠습니다.”주 집사가 대답했다. ...임하나의 방에서 아침을 맞이한 이상언이 첫 번째로 한 일은 바로 임현태에게 전화를 걸은 것이었다. 어제저녁에 현태 역시 술집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상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어떻게 지환이를 두고 가버릴 수가 있습니까? 분명 곁에서 지켜보겠다고 하셨잖아요.” [대표님께서 가도 된다고, 괜찮을 거라고 하셔서요.] “실연당한 사람이 한 말을 믿었다는 겁니까?”상언이 말했다.“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네요.” 현태와의 전화를 끊은 상언이 곧장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이 울려 퍼지는 동안, 상언은 줄곧 기도했다. 상언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몇 분 후, 수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 있어?]지환의 목소리는 대단히 나른했으나, 실연을 당해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다행이다, 괜찮은 거구나...”상언이 크게 한숨을 돌렸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봐?]지환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커튼이
두 사람이 아파트에 다다르자, 임현태와 심소희도 왔다. 두 사람과 인사를 마친 상언이 즉시 문어귀로 달려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지환아! 문 열어! 얼른!”곧 문 너머에서 슬리퍼로 바닥을 끄는 소리가 들려오자, 네 사람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몇 초 후, 지환이 문을 열고 나왔다. 소희가 지환의 정체를 알고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가 둥지를 튼 듯한 머리를 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바라보는 지환의 모습은 YS그룹의 대표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다들 무슨 일이에요?”지환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즉시 집 안으로 들어간 상언은 모든 장식품이 이서가 떠나기 전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가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너를 보러 온 거지.” 상언이 대답했다.“너, 정말 괜찮은 거야?”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지환이 물을 한 잔 따랐다. 그는 퇴폐적인 것 외에는 정말 일이 있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상언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분명 어제는 죽겠다며 난리를 피웠었잖아.’ “왜 다들 그러고 서 있기만 해요, 힘들지 않아요?” 지환이 물을 마시고 다시 말했다.“편하게 앉으세요.” 지환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지환아, 괴로우면 괴롭다고 말해, 참지 말고.” 지환이 괴물을 보듯 상언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괴로워야 하는데?” 순간, 상언은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지환아, 너 도대체 왜 이래? 제발... 나 좀 놀라게 하지 마. 느끼는 게 있다면 뭐든 털어놓으라고.” 지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언을 바라보았다.“너, 지금 보니까 정말 이상하다. 나 이제 정말 괜찮다니까? 왜, 내가 계속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 “아니, 네가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상언이 횡설수설했다. 그를 바라보는 지환의 얼굴에
이상언이 지환에게 물었다.“그럼 나는, 나는 뭘 하면 되는데?” 지환은 상언을 바라보았으나, 입을 오므리고 말하지 않았다. 상언이 다급해하며 두 번째 물음을 하고 나서야 지환은 입을 열었다.“귀국해서 이서 좀 돌봐달라고 하면 해줄 수 있겠어?” 상언은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그가 하나를 바라보았다. 하나가 말했다.“왜 저를 쳐다보세요? 굳이 제 의견이 궁금하신 거라면... 저는 이 선생님께서 귀국해서 이서를 돌봐주셨으면 해요.” “어쨌든 형부는 이서 앞에 나타날 수 없으시잖아요. 누군가 이서를 돌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긴 하니까요.”하나를 응시하는 상언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고통이 스쳤다. “그럼 하나 씨... 저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하나가 아련하게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이 선생님이랑 가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거긴 이 선생님의 댁이지, 제 집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하나 씨 말은... 저더러 하나 씨를 여기 남겨두고 귀국하라는 거예요?” “저... 그 이야기 좀 그만하면 안 될까요?” 상언이 씁쓸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랑 가지 않겠다는 거예요?” “저 좀 몰아붙이지 마세요, 네?”하나가 거의 애원하는 눈빛으로 상언을 바라보았다.“지금은 저보다 이서가 이 선생님을 더 필요로 하잖아요...” “나랑 가고 싶지 않은 거라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게요.”지환이 적시에 입을 열어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이서를 돌보는 건 다른 사람한테 맡길게.” “아니야, 내가 갈게.”상언이 약간은 노여워하며 말했다. 예전만 해도 상언의 대답에 응했을 지환이지만, 실연의 아픔을 겪은 그는 입장 바꾸어 사고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 듯했다. “두 사람, 감정적으로 굴지 말고 잘 생각해 봐, 두 사람도 나랑 이서처럼 될 수는 없잖아.” 말을 마친 지환이 침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환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상언과 하나는 대단히 냉정해지는 듯했다. “미안해요, 방금 화를 내지 말았
임현태는 말을 마치자마자 후회했다. “다... 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소희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모님이잖아...” 소희는 현태의 쩔쩔매는 모습이 웃겨서 피식 웃었다.암울했던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소희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던 현태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소희야, 너 웃는 거 정말 예쁘다.” 소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마치 온 노을이 지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오빠...”“소희야...”현태가 침을 삼켰다. 빵!뒤에서 들려오는 경적을 듣고서야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소희가 어색하게 말했다.“우리가 다른 사람의 갈 길을 막은 것 같아요.”“그래, 그래.”어수룩하게 머리를 쓰다듬은 현태가 길을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옆에서 바라보던 소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소희의 웃음소리를 들은 현태의 기분 역시 좋아지는 듯했다. 두 사람의 가슴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서서히 개었다. ...현태가 결혼식장의 뒷일과 지엽에게 협조하는 일을, 상언이 이서의 해외 생활을 돕는 일을 책임지기로 결정한 후, 모든 사람은 묵묵히 결혼식 날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계획에는 자연스럽게 윤재하 부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성지영과 윤재하는 원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지만 기억을 잃은 이서가 결혼 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우리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도 완전히 잊었다는 거야?’ ‘자기가 우리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마저도?’ 흥분한 윤재하 부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이서를 만난 두 사람은 다정한 부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은철은 이서와 윤씨 가문의 여러 은혜와 원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온 신경이 지환에게 쏠려 있던 터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물며, 하나 역시 일찍이 이서에게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그를 일깨워 준 상황이었다. ‘일단 이서와의 기억이 어긋나면 이서는 자극받게 될 거야.’‘이 점에 관
“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런데 은철이도 전에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윤재하가 기뻐하며 말했다.“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단다. 이 아비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어. 은철이랑 결혼하면 MH그룹도 너한테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게다.” “여자로서 하씨 가문의 아들을 가르치고 있을 테니 말이야. 아마 회사를 경영할 시간 따위는 없을 거야.” “그래서...”윤재하가 이서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한가한 내가 회사를 보살피면 어떨까 싶구나.” 이서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하지만 아빠, 아빠는 윤씨 그룹을 관리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윤재하가 성지영과 눈을 마주쳤다. “아, 윤씨 그룹은 작은 회사니까 잠깐은 부하 직원에게 맡겨도 될 것 같구나.” “하지만, MH 그룹은 정말 큰 회사여서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면 해산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윤재하가 말했다.이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서 많은 것이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빠,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이서가 간신히 그 고통을 억눌렀다.“결혼식이 끝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이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윤재하 부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 이 이야기는 결혼식이 끝난 후에 하자꾸나. 잘 준비하거라. 엄마 아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윤재하가 성지영을 끌고 신부 대기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를 기다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향해 말했다.“신부님, 화장을 시작하겠습니다.”“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모습을 바라보던 이서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 듯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향해 말했다. “맞다, 오늘은 꼭 예쁘게 해주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북성, 아니, H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어 드릴게요!” 이서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H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고 싶지는 않아.’ ‘그저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