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흥분하는 것을 본 경찰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가와 현태에게 협상했다.“이러시면 안 됩니다. 무슨 문제가 있다면, 조용히 해결해야죠. 우선 진정하십시오. 일이 커지면, 우리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겁니다!” 현태가 말했다.“사장이 빚을 갚지 않았다고요. 저는 제 돈을 찾으러 들어가고 싶을 뿐입니다!” 바로 이때, 하도훈에게 바깥 상황을 전했던 남자가 가까이 왔다. 경찰은 얼른 그 남자에게 말했다.“들었습니까? 돈을 받으러 온 거랍니다. 재산이 그렇게 많은 하씨 가문이, 직원 급여도 못 주는 상황인 건 아니겠죠?” 그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윗선에 보고드렸는데, 이분이 착각하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씨 가문이 빚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면서요.” “왜 빚진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현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병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지금 당장 하도훈을 우리 앞에 데려다 놓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병원을 발칵 뒤집을 겁니다!” 현태는 연이어 주민들을 바라보았다.“더 시간을 끌면, 정말 저 사람들이 시를 상대로 고소할지도 모르잖아요?”“이 근처 주민이라면 부유하거나 귀족에 속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럼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뜻인데, 이런 소란을 피워도 괜찮다는 겁니까?” 그 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분노한 주민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는, 정말 이곳의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하도훈이 안에서 벌이는 일은 당연히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주민들이 계속해서 소란을 피운다면, 내일 아침이 밝자마자 도시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결국 그 남자는 본인이 책임자가 아니라며 간청하기 시작했다.“우선 진정하십시오. 제가 다시 보고하러 가겠습니다!” “이봐요!”현태가 그 남자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윗선에 똑똑히 전하세요. 우리
“하지만 우리를 감금하고, 사적 제재를 가하려는 행위도 변호할 수 있을까?!” 하도훈은 손을 떨다 못해 손에 쥔 톱을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아들이 죽었으니, 따라 죽어도 된다는 건가?”“하도훈, 그래봤자 너는 올해 고작 50살 정도야. 열심히 노력하면 또 아들을 낳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이 거대한 하씨 가문의 재산은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거야, 정말 그걸 원하는 거야?” 마지막 한 마디는 사람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그 당시 지환의 아버지가 집을 떠난 후, 하경철은 별다른 노력 없이 하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장악했다. 그 이후로 그들은 하씨 가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사람은 높은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가진 것이 많을수록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비록 현재의 하씨 가문은 이미 재산의 20%를 지환에게 분할해 주었지만, 하도훈이 감옥에 간다면, 남은 80%의 재산까지 하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나눠 가지게 될 것이었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평생 감옥살이는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옥에서 온갖 목욕을 당하며, 하씨 가문을 호시탐탐 노리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속했던 것들을 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정말이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이렇게 생각한 하도훈은 마음속의 원한이 많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상언의 말은 그를 깊이 감동하게 했다.‘하긴, 난 이제 겨우 50살 정도야. 내가 원하기만 하면 여전히 후손을 만들 수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하도훈이 고개를 들어 초라한 지환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 하지호는 그를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곤경에 몰아넣었다. ‘쟤는 이미 그 사람들의 위대함을 보았어.’‘그러니 앞으로는 저 녀석을 죽이고 싶을 때마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야.’‘하물며 지금은 이서를 죽여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이 세상에 진짜 지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사람은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이서와 함께 죽는다. 이것
수십 대의 차가 모든 사람을 데려가자, 그 줄지어 늘어섰던 굴착기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인근 주민들도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 쉴 수 있었다. 밤새 떠들썩했던 병원이 마침내 조용해졌고, 하도훈은 지환의 사람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고서야 부하들에게 은철을 관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남은 관 두 개는 여기 둬! 언젠가 하지환과 윤이서가 쓰게 될 테니까!” 그는 이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했다!한편, 다른 나라에서는 맑은 햇빛이 드리우고, 신선한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창밖 새들의 노랫소리조차 평화롭게 들렸으며, 피비린내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환이 저렇게 처참하게 고통받는 걸 보고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하지호는 박예솔에게 레드 와인 한 잔을 따라주었다.지환이 YS그룹을 매각한 후, 하지호는 원래 YS그룹이 있던 사무실 건물로 들어왔다. 게다가 그는 지환이 관리하던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그들이 계속 그 건물에서 일하며 자신을 위해 일하게 했다. 이 건물에는 너무 많은 직원이 있었는데, 그저 생계를 위해서 일하고 있었다. 지환은 당시 M국에서 사업을 매각한 후, 모든 중심을 H국으로 옮겼다. 하지만 원래 M국에 있던 직원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회사에서 일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M국의 80%가량의 사업이 모두 그의 것이기 때문이었다.하지호는 이렇게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전의 그에게 있어서 지환은 기어오르는 장애물일 뿐이었다.하지만 지환이 떠나자, 재운이 물밀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도훈이 지환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하지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가장 뛰어난 고수들을 모두 하도훈에게 넘겨주었다. 비록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마지막 고비에서 하도훈이 꼬리를 내렸지만 말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은 어떻게든 지환의 죽음이 날이 되었을 것이었다! 하지호는 아쉬워하며 와인 잔을 곽 쥐었다.그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에 비해, 박예솔의 얼굴은 훨씬 평온해 보였다.
병원.이는 어둠의 세력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사상자를 낳은 사건이었다. 다행히도 지환 산하의 병원은 적지 않았는데, 현재 그들이 도착한 이 병원은 원래 다음 달에 개원할 계획이었다. 즉, 앞당겨 개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다행히 의사는 다른 병원에서 차출할 수 있었다.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병원에서, 하나는 붕대를 감은 채 모든 것을 지휘하는 상언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 사이의 하나는 눈이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상언이 그녀를 쳐다보자, 급히 코를 훌쩍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왜 이런 꼴이 되었는데도 쉴 곳을 찾지 않는 거예요?”하나가 곧장 손을 들어 상언을 부축했다.“지환이는 검사하러 갔고, 의사들은 지금 막 다른 병원에서 차출되어 왔어요. 지금은 보스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나서지 않을 거예요.” 물론 현태 또한 용감하고 밝은 사람이었으나, 병원 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하나는 그저 입술을 오므렸다. “방금 이서를 진료했다면서요? 어떻게 됐어요?”“마이클 천 선생님이 급히 와서 이서에게 약을 먹였어요.” “상태가 꽤 안정적이라고 하더군요.” 상언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된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아직도 걱정이 태산인 거예요?” 하나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하지만 마이클 천 선생님은 이게 폭풍우 전의 고요함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지금 당장 이서의 상태를 확정 지을 수는 없어요. 모든 건 이서가 깨어나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거라고요!” 안색이 변한 상언이 슬그머니 팔을 들어 하나를 껴안았다. 팔꿈치의 통증이 점차 온몸으로 퍼져 나갔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되려 다정하게 하나를 바라보며 위로했다.“하나 씨, 나를 믿어요. 다 괜찮을 거예요.” “지금까지의 풍파도 견뎠으니, 이서는 분명히 무사할 거예요!”하나는 그저 상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의 품은 울타리가 되어 방황하던 그녀가 중심을 잡게 했다.“이 선생님!”바로 그때, 갑자기 울려
지환은 상언의 충고를 전혀 듣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이서를 꼭 보고 싶은 듯했다.‘이서는 이미 내가 하은철의 작은 아빠라는 사실을 알았어.’ ‘깨어나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하씨 가문이 이서에게 준 상처가 너무도 크고 깊어서, 이서는 더 이상 하씨 가문과 관련된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을 거야!’ ‘하물며 계속해서 자신을 속인 하은철의 작은 아빠라면 더욱이!’“이서를 만나게 해달라고! 내 말을 들어달라고!”지환의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몸에 부상을 입은 상언은 도무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래, 알겠어. 이서한테 데려다줄게.” 지환은 그제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상언은 곧장 그를 데리고 이서의 병실로 향했다.병실 입구에 다다랐을 때, 마이클 천의 모습이 보였다.마이클 천도 지환을 보았는데, 곧장 병실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대표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왜죠?”지환은 목이 메었다.“사모님께서 깨어나지 않은 이상, 어떤 상황인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 “사모님을 위해 조금만 참으세요.”상언은 이 말을 들은 지환이 또 화를 낼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침묵하면서 병실 앞 의자에 앉을 뿐이었다.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마이클 천이 상언을 힐끗 보았고, 상언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대표님, 사모님께서 깨어나신다고 해도 섣불리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꼭 기억하셔야 해요!” “알겠어요.”지환이 무기력하게 대답했다.“네,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마이클 천은 이 말을 끝으로 병실로 들어갔다. 지환의 곁에 앉은 상언은 따라온 의사에게 계속해서 지환에게 링거를 투여하라고 지시했다. “지환아.”상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지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건, 네 건강을 잘 유지하는 거야.”“네 부상은 너무 심각해.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거라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은 지환은
“그래, 너는 이서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잖아.”상언이 더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더 이상 말리진 않을게. 하지만 나를 좀 봐. 나는 하나 씨랑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냈고, 그 시간 동안 우리의 감정이 점차 안정돼 가고 있다고 느껴.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나는 늘 걱정하면서 살아. 어느 날 눈을 떴는데, 하나 씨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할까 봐 걱정돼 미치겠어.” “그렇지만... 지환아, 너는 나보다 훨씬 운이 좋잖아.”“적어도 이서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 “이서가 널 좋아한다면, 언젠가는 널 다시 받아주지 않을까, 응?” “너에겐 아직 희망이 있지만, 나에겐 희망조차 없어.”“하지만 그러면 뭐 어때? 나는 여전히 지금이 너무 소중해. 왜냐하면,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나 자신에게 말하거든.” “하나 씨를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하라고.”고개를 돌린 상언이 미소를 지은 채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아, 모든 걸 가진 네가 왜 자꾸 불안감을 느끼는지 알아?”“이미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보았기 때문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서가 너를 상대하지 않을까 봐, 후에 네가 무너져 내릴까 봐 두려운 거야.”“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너와 이서 사이의 벽이 마침내 무너져 내린 거야! 이 고비만 넘기면, 앞으로 너희 둘 사이에는 아름다운 일만 펼쳐질 거야. 찰나의 고비일 뿐인데, 두려워할 게 뭐 있겠어?” 지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상언을 보았고, 상언은 다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지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눈빛에 서린 고마운 감정은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상언은 또 한 번 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서야 문어귀로 걸어갔다. 그는 또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해서 계속 지환과 함께 있을 수 없었다. 한편, 윤씨 그룹의 비서들이 심태윤을 향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윤 대표님은 정말 자리에 안 계십니다. 저희 말을 믿지
소희는 현태가 밤새 돌아오지 않자, 이서가 다친 사실을 알게 되었다.물론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낼 마음도 없었다.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이서 언니가 대체 어떤 상황인 거지?’ 하지만 소희가 방문을 나서자마자 심근영이 그녀를 불렀다.“소희야, 어디 가려고?” “잠시 나갔다 올게요.” “윤 대표를 만나러 가는 거야?”심근영이 물었고, 소희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네.” “안 된다.”심근영이 의논할 여지가 없는 말투로 말했다.“왜요?” 소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이서 언니가 입원했대요. 언니는 저의 친구나 마찬가진데, 왜 보러 가지 말라는 거예요?”소희는 애가 탔다.“윤 대표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보러 갈 수 없을 줄 알아! 잊지 마, 너는 심씨 가문의 아가씨이지, 윤 대표의 비서가 아니야!” 소희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말씀을 하시든, 저는 오늘 이서 언니를 만나러 갈 거예요! 저와 이서 언니가 각각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저희는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대할 뿐이라고요!” “우리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두 집안의 이익이 연결되지는 않을 거예요.” 소희가 말했다. “그건 단지 네 생각일 뿐이야.”심근영이 다소 너그럽게 말했다.“소희야, 네 방으로 돌아가라. 지금 심씨 가문 사람들은 네가 윤씨 그룹에서 일했다는 핑계로 너를 공격하고 있어.”“그런 상황에서 네가 윤 대표를 만나러 간다면, 그 사람들이 큰 문제를 일으킬지도 몰라.”“얘야, 다 너를 위한 거란다.” “그런 배려는 필요 없어요!”소희가 말했다.“그분들이 그렇게 하는 건 저를 심씨 가문에서 쫓아내기 위한 거잖아요! 정말이지 상관없어요, 저도 이 집에 감정이 없으니까요!” 이 말이 나오자, 소희는 심근영의 몸이 움찔하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자기 말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급히 말했다.
소희는 감격스럽게 이지숙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서 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걱정돼요.”“당신도 들었죠?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데, 그래도 못 가게 할 작정이에요?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매몰찰 수 있어요?” 심근영은 정말이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근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지숙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어제 어르신들이 나를 왜 불렀는지 알아?” 이지숙이 대답했다.“왜 불렀는데요?” “어떤 사람이 소희가 윤씨 그룹으로 들어가는 사진을 찍은 걸로도 모자라, 그걸 가지고 글을 쓰고 있대.”“이런 상황에서 소희가 윤 대표를 만나러 간다면, 그분들은 틀림없이 심씨 가문에서 소희를 쫓아내려 하실 거야.”“당신, 우리 딸이 쫓겨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 이 말을 들은 이지숙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심근영이 이어서 말했다.“물론 소희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진 않겠지. 악역은 내가 도맡을 테니, 당신은 먼저 방으로 돌아가.”이지숙은 소희를 한번 보았고,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몇 걸음 내딛다가 달갑지 않게 고개를 돌려 심근영을 불렀다.“당신, 소희는 어릴 때부터 우리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우리에게 요구한 것도 없어요.”“그리고 지금은 그저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보러 가고 싶을 뿐이죠. 우리한테 그렇게 작은 소원을 들어줄 방법도 없다는 거예요?” 이지숙이 또박또박 내뱉는 말은 소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이 말을 들은 소희는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이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란 사람은 오직 저 두 분이구나.’‘특히 저분.’ ‘내게 진 빚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내 부탁은 늘 들어주려고 하셔.’ ‘게다가 내가 저분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랫동안 슬퍼하곤 하시지.’ 어젯밤, 소희는 이미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이지숙이 자른 과일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또 슬퍼하기 시작했고, 소희가 마지못해 모든 과일을 다
어르신들은 과연 펄쩍 뛰었다.“심 대표!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 딸이 회사의 기밀을 팔아넘겼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우리 주식을 재검토하겠다는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는 그럴 자격이 없어!” “저는 심씨 가문의 가주이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심근영이 말했다.“저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어르신들의 주식을 사들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팔지 않을 거야!”“맞아! 안 팔 거네!” “그때가 되면 어르신들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을 노려보는 심근영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몇몇 어르신들은 그제야 그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심근영은 처음부터 심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있었던 인물로,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화가 난다면, 그들의 주식쯤은 강매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정말 큰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자손들은 어떻게 되겠는가.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이었으며, 그들의 자손이 심씨 가문의 가주가 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을 의미했다. “됐어요, 됐어!”강경숙은 일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소희의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잖아요. 갑자기 회사 주식에 대한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거죠?”“소희야, 어서 회사의 기밀을 넘기지 않았다고 말씀드려. 너희 아버지와 어르신들께서 싸우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니?” 소희는 강경숙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말씀드렸잖아요?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고요.”강경숙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킨 소희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저를 쫓아내고 싶으시면, 제가 회사의 기밀을 넘겼다는 증거를 찾아오세요. 계속 증거도 없이 억지 부리는 모습을 더는 참아줄 수가 없네요.”“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습니다. “이 정도의 헛소문이면 경찰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네요, 그렇지 않나요?” “아, 소문도 일파만파 퍼지겠군요.”“사람들이 이 일을 알
어르신이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분명 자기 잘못인데도 뻔뻔하게 당당한 모습이라니! 내가 처음부터 시골 출신 계집애는 교양이 없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사실 교양이 없는 건 상관없어, 가르치면 되니까. 하지만 자네 딸처럼 상식이 하나도 없는 건 아주 무서운 일이야!”“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은 지난번 일을 거치면서 적대적인 관계가 됐어! 그런데 자네 딸을 어땠나? 조심성은 전혀 없이 윤 대표를 쫓아다녔어!” “어쩌면 벌써 회사의 비밀을 팔아넘겼는데, 정작 본인은 모를 수도 있죠...” 강경숙이 걱정스러워하며 어르신의 말을 이었다. 이지숙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불쾌해했다.“동서, 방금 그 말이 무슨 뜻이에요?”“아, 형님, 그냥 한 말이에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세요.”“그냥 한 말이라... 나도 그 가능성이 크다고 봐.”중간에 앉은 어르신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소희는 윤 대표와 자주 어울렸으니, 이미 회사의 기밀을 팔아넘겼을지도 몰라!” “말도 안 됩니다.”심근영이 단호하게 말했다.“소희는 절대 심씨 가문을 배신할 아이가 아닙니다. 게다가 소희는 심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자신을 잘 돌봐 준 윤 대표와 사이가 좋았습니다. 이번에 윤 대표를 만나러 간 것도 윤 대표에게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간 거고요.” “아무리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의 관계가 미묘하다지만, 친구를 보러 가는 것도 잘못이란 말입니까?”하지만 이런 말들로는 어르신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들은 소희를 쫓아낸 후, 이전의 자원을 되찾을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심 대표, 자네 말이 틀렸어. 친구만 만났다면 할 말이 없지만, 지난번에는 어땠지?” 중간에 있던 어르신이 사진 한 묶음을 내팽개쳤다.“지난번에 사당을 떠난 후, 소희는 곧바로 윤 대표를 만나러 갔더군.”“진행 상황을 전하러 갔던 거 아닌가?” 사진이 찍힌 날짜는 사당을 떠난 소희가 회사에 가서 이서를 만났을 때였다. 그녀는 나오거나 들어갈 때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으며, 너무도
한편, 소희는 심씨 가문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거실로 들어선 후, 왜 그런 느낌이 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 집에는 손님이 있었는데, 한 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강경숙과 심유인. 게다가 다른 방계의 심씨 가문 사람들과 심씨 가문의 어르신들도 함께였다. 그 모습은 애초에 사당에 있을 때와 똑같았다.굳이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장소가 다르다는 것뿐. 소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이서 언니를 만나고 오면, 이렇게 될 줄 알았어.’‘놀라울 일도 아니지.’ ‘하지만 이 사람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어.’ “아쉽게도 돌아왔네요!” 소희를 본 심유인이 괴상한 목소리로 입으로 열었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소희는 이 말이 굉장히 단호하게 느껴졌다.마치 누군가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저 왔어요.”소희는 심유인의 말을 무시하고 심근영 부부에게만 인사했다.심근영 부부는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그녀의 인사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왔으니 됐어, 그걸로 된 거야!” 이지숙은 곧장 일어나서 소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소희야, 이리 오렴.” 그녀는 순순히 이지숙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이지숙은 계속해서 소희의 손을 잡았는데, 금방이라도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운 듯했다. “소희야, 어르신들께서 너한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고 하셨어. 긴장하지 말고 사실대로만 대답하면 돼.”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중앙에 앉은 어르신을 보았다.그 어르신은 이내 목소리를 낮추고 입을 열었다.“소희야, 어디서 오는 길이냐?” 소희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병원이요.”“병원? 진찰을 받으러 간 게냐, 아니면 병문안을 다녀온 게냐?” “병문안 다녀왔습니다.”이 말을 들을 강경숙과 심유인이 득의양양하게 소희를 바라보았다. “인정하는군요.”심유인이 말했다.“심소희,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의 관계가 아주 미묘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윤 대표의
“어둠의 호리병은 다크웹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이 모집하려는 고수야. 랭킹 3위를 차지하는 사람인데, 다크웹에서는 그런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건 바로... ‘다크웹에서 랭킹 3위에 드는 고수들을 동시에 차지하기만 하면, 이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그런데 랭킹 3위에 드는 고수 중 한 명과 다른 두 명은 피맺힌 원한을 가지고 있대.”“즉, 세 사람을 한 번에 모집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뜻이지.” “그런데 우리도 이 세상을 정복할 생각은 없잖아? 그러니까 어둠의 호리병을 떼어내기만 하면 하도훈의 독점을 막을 수 있을 거야.”상언이 말했다.지환은 어둠의 호리병에 대한 자료를 모두 보았다.“꽤 제멋대로 일을 맡는 모양이네. 1년에 단 1건의 임무만 맡는대.”“맞아.”상언이 종이 한 장을 뒤적거리며 말했다.“게다가 올해의 임무는 이미 수행했네.” 지환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그런데도 그 사람을 찾겠다고?” “어쩔 수 없잖아. 1,2위는 신출귀몰해서 찾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하지만 어둠의 호리병은 아는 사람이 있긴 하더라고.” “그게 누군데?” “앤서니 씨.”“앤서니가 어둠의 호리병을 안다고?”지환이 물었다.“아는 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으로 한 번 본 적은 있나 봐.”지환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났다.“그러니까, 어둠의 호리병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만 있고,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는 거네?”“그 사람은 다크웹 3위에 오른 고수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으면 고수라고 할 수 있겠냐?”상언은 당당했다.지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정말이지 이서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와 이곳에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을 것이었다.“사람을 찾는 건 너한테 맡길게.” “그래, 문제없어.”상언은 아주 깔끔하게 대답했다.“어차피 나는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없을 테니, 어려운 임무는 너한테 맡길게.”“그래.”지환이 짧게 대답했다.“별일 없으면 먼저 갈게.” 상언은 자료를 말아
지환의 병실 안.상언은 어쩔 수 없이 열 번째로 멈추었다.“지환아, 다크웹 고수의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너와 이서의 일부터 이야기해 볼까?”‘이서’라는 두 글자를 들은 지환은 곧 정신을 차렸다.“이서? 이서는 어디 있어?” 상언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지환아, 이서에 대해 말한 게 아니라, 다크웹에 대해 말하고 있었어. 너, 설마 고수를 모집할 생각이 없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럼 조금 더 진지하게 행동해. 벌써 어둠의 호리병에 대한 이야기만 세 번째 했잖아.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기는 하는 거야?”지환은 좀 짜증이 났다.“지금은 기분이 안 좋으니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진작 그렇게 이야기하던가.”상언이 자료를 밀어내고 말했다.“말해봐,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지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생각하냐고?”“너랑 이서 말이야!” 상언은 지환의 머리를 열어, 그 안에 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지경이었다.“이서가 너를 잘 챙기지는 않지만, 적어도 너랑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날카롭게 대하지는 않았잖아.” “솔직히 오늘 너희 두 사람의 만남은 평화로운 편이었어.” 이것은 지환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그럼 무슨 소용이야?”지환은 의기소침해졌다.“함께하긴 했지만, 이서는 나를 상대하지 않으려 했어. 그리고 너도 들었잖아.” “뭐를?”“하도훈과의 일이 해결되면, 우리 사이의 관계는 완전히 끝일 거라고.” “그게 걱정이었던 거야?”상언은 할 말이 없었다.“지환아, 하나만 묻자. 이서가 혼수상태일 때는 무슨 생각을 했었어?”지환은 상언이 왜 이렇게 묻는지 알 수 없었지만 대답했다.“이서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었지.” “그래, 그럼 이서가 깨어난 후에는?”“나한테 질문하면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했어.” 상언은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지환은 눈을 크게 뜨고 상언을 바라보았다. 한참 후, 상언이
“소희 씨를 심씨 가문에서 쫓아내려는 이유는 아주 간단해. 소희 씨가 하은철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난번에는 일이 성사되지 않았더라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어.”“나는 그 사람들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후에 심태윤이 나를 찾아온 건... 내 불안감을 더 고조시켰지.”“그래서 부하 직원한테 심씨 가문과 심태윤이 접촉했는지에 대해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어.” “그런데 정말 누군가가 심태윤과 접촉했더라고.” 이서가 말했다.“그게 누군데?” 하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강경숙.” 이 이름을 들은 그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강경숙은 환영 파티에서도 눈에 띄게 날뛰며 소희를 괴롭히지 않았는가. “뱀과 쥐가 한 배를 탄 셈이네.”하나가 이서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이서야, 네가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야?”“나한테 그런 능력이 어디 있겠어. 심태윤 혼자라면 내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심태윤과 강경숙이 손을 잡은 이상, 일을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거야. 내가 심태윤을 상대한다면, 강경숙과 적이 되는 건 피할 수 없을 테니까.”“강경숙이 그렇게 날뛰었던 건 내가 싫어서가 아니야. 소희 씨가 돌아간 후에 본인이 가졌던 자원이 줄어드는 게 싫어서였겠지.”“즉, 그 여자가 싫어하는 건 소희 씨라는 뜻이야.”“내가 심태윤을 처리하면, 강경숙은 그걸 빌미로 내가 심씨 가문에 대항하려 한다고 말할 거야.” “하지만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은 지금 워낙 예민한 관계잖아.” 하나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한테 소희를 도울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네가 원하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무슨 방법인데? 정말 그 방법이 소희 씨를 도울 수 있다면, 나는 그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이서가 말했다.“정말? 그럼 말해줄게.”“사실 방법은 아주 간단해. 형부와 심씨 가문에 가서, 형부가 네 남편이고 예전에는 YS그룹의 대표였다는 것만 말하면 돼.”“지금은 하씨 그룹의 주주라는 것까지 말하면 금상첨화겠지.
“맞아, 다크웹에 있는 고수들, 특히 상위에 랭크된 사람들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움직여.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는 그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지. 그 사람들이 우리를 돕게 하려면 크나큰 어려움이 있을 거야.”상언이 동의하며 말했다.“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나랑 지환이에게는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줄 친구들이 있으니까.”“그럼 다행이네요.”하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만약 고수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하도훈한테 맞아 죽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상언이 말했다.“하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나 자신과 하나 씨는 내가 보호할 테니까요.”하나의 얼굴이 붉어졌다.“누... 누가 이 선생님을 걱정했다고 그러세요? 저... 저는 이서를 걱정한 거라고요.” 그녀가 이서의 손을 잡았다.“하도훈은 지금 이서를 아주 미워하고 있을 거예요. 이서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안다면...” 하나는 말할수록 걱정이 되었다.“안심하세요. 우리는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해요. 그건 하도훈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하도훈이 회복될 즈음에 고수들을 찾기만 하면 돼요.” “하도훈은 국내에서 대놓고 행동할 수 없을 거예요.”“기껏해야 작은 범위에서 움직이겠죠.”“우리는 고수를 몇 명 찾기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그럼 두 분이 집중할 부분은 다크웹의 고수들을 어떻게 모집할지에 대한 거겠네요?” “네.”상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하나는 지환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시선은 이서를 향하고 있었다.“대화는 나가서 나눠주시겠어요? 저희 세 사람만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상언의 시선이 지환에게 떨어졌다.하지만 그는 지금 떠나고 싶지 않은 듯했다.“지환아, 우리는 이만 나가서 다크웹 고수들에 대해 상의해 보자. 이서는 이제 막 깨어났잖아. 소희 씨도 겨우 기회를 얻었고. 세 사람은 분명히 할 말이 많을 거야. 방해하지 말고 나가주자.” 지환은 이서를 한 번 더 보고 나서야 병실을 나서기로 했다.그가 자리를 떠나자, 하
“그 자식은 자기 얼굴이 망가졌다는 걸 알게 된 후, 미친 듯이 행동했어!” “심지어 그 화재를 지환이가 저지른 거라고 생각했지,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그랬다나 뭐라나?!”여기까지 말한 상언은 주먹을 꽉 쥔 채 의자를 세게 내리쳤다.“나는 살면서 그렇게 독한 짐승을 본 적이 없어!” 제삼자인 상언이 이렇게 분노하자, 이서의 시선은 지환에게 떨어졌다. ‘지환 씨는 정말 무기력하고 분노했을 거야. 참을 수 없었겠지...’ 지환의 마음을 헤아리던 이서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다음에는요?”그녀는 주의를 돌리기 위해 소리를 높였다. “그런 다음에는...”상언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 말했다.“그 화재 사건이 벌어진 후, 하지호는 지환이 집안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어.” “그리고 사업에 대한 머리가 비상했던 그 자식은 곧 지환이 집안의 모든 걸 빼앗아 갔지.”“그때의 나이가 겨우 12살이었어.”“하지만 그렇게 대담한 행동은 오래가지 못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장성한 지환이를 만났거든.”“두 사람은 사업에 있어서 정말 막상막하였지.”“하지만 하지호는 본래 성격이 어두운 데다가, 행동거지도 음침했어.” “그래서 돈은 벌 수 있었지만, 그 자식과 협력하는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했지.” “그리고 점점 빈틈을 파고든 지환이가 시장을 넓혀 가기 시작한 거야.” “YS그룹도 그렇게 생긴 거지.” “하지호는 지환이의 YS그룹이 강력해지는 걸 보고만 있지 않았고, 수시로 걸림돌을 던져왔어.” “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원수가 된 거야.”“하지만 하지호는 여태껏 지환이를 이긴 적이 없어.”“지금까지는...”상언은 이서를 한 번 쳐다본 후, 사람들이 ‘지금까지는’이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이야기를 전환했다. “하은철이 지환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하지호는 그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을 거야.” “내 추측이긴 하지만... 그 자식이 주동적으로 하도훈에게 연락해서 자신의 사람을 넘겨줬을 가능성이
“맞아.”상언의 목소리가 이서를 그 거대한 고통에서 빠져나오게 했다.“그렇게 큰 가업이 다른 사람의 재산이 되지 않게 하려면, 두 번째 후손을 만들어내야만 할 거야.”“하지만 한 아이가 태어나려면 적어도 1, 2년은 걸리겠지.” “정말 그 동안 하도훈이 잠잠할 거라고 생각하세요?”하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만약 하도훈이 혼자였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겠죠.”상언이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하지만 하도훈의 곁에 있던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은 정말 대단했어요.” “다행히도 여긴 H국이잖아요. 다른 곳이었다면 그날 밤 우리는 모두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이서가 물었다. 상언이 지환을 한 번 보았다.“지환아, 말해도 돼?” 그 순간, 지환의 시선이 이서에게 향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말해.” “그래.”지환의 허락을 받자, 상언은 곧장 입을 열기 시작했다.“이서야, 단편소설대회에 참가했을 때 만났던 그 사람들, 기억하지?” 이서가 그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겪은 대규모 총격전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하지호라는 사람이야, 지환이의 형이지.”“사실 형이라고는 하지만, 친형은 아니고 양자야.” “지환이의 아버지는 홀로 M국에 가셨을 때, 기차에 버려진 하지호를 만났어.”“그리고 그 아이를 불쌍히 여겨 5년 동안 홀로 키워내셨지.” “후에 지환이의 어머니를 만나서 결혼하셨고, 이듬해에 지환이가 태어난 거야.”“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생기면서 하지호의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줄어들었지.”“물론 지환이의 아버지는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셨지만, 그게 쉽진 않았어.”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하지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지환이를 미워하게 된 거야.” “그런 마음가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가 10살이 되던 해였던가?”“그날, 지환이의 아버지는 지환이와 하지호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려 하셨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