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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작가: 시해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26 18:00:00
[헐, 대박 면이 서겠구먼!]

[이렇게 대형 그룹의 첫 번째는 소식이 디자인 디렉터의 입사를 환영이라니.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소식통에 의하면, 서우 대표가 하은철 삼촌이래. 만약 하은철과 윤이서 사이가 틀어졌다면, 그의 삼촌도 굳이 이렇게 체면을 봐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맞아, 그래서 이 자료들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거야.]

“…….”

공식 사이트에 등장한 첫 번째 기사는 네티즌들의 눈에 심심풀이 땅콩, 팝콘각이었다.

그러나 상류사회에서는 적지 않은 풍파가 일어났다.

특히 4대 가문은 더 오리무중이었다.

몇몇 대형 브랜드의 인수 합병은 하원철 큰집의 손이 대한민국 시장까지 뻗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전에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날의 여론 폭풍의 반전으로, 이서가 다시 하씨 집안과 혼약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여론의 중심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당황한 사람들은, 바로 어제 하루 종일 이서를 조롱하던 윤씨 집안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채팅방에서 미친 듯이 이서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내가 그랬잖아, 이서가 어떻게 수정에게 밀리겠어? 그러고 보니 이서가 자기 작품에 진 거야.]

[쯧쯧쯧쯧, 수정아, 네가 언니를 이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하지만 어떻게 언니 작품을 훔칠 생각하니? 같은 윤씨 집안 사람인데 어떻게 수준 차이가 이렇게 날 수 있니?]

[윤씨 가문의 망신은 니가 다 시켰다. 너랑 한 집안 사람이라니, 정말 평생 재수가 없겠어!]

“…….”

우후죽순마냥 쏟아진 비난에 윤수정은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

‘바람 부는 대로 돛 다는 천한 놈들!’

상황을 지켜본 간병인은 얼른 윤수정의 휴대전화를 챙겼다.

“아가씨, 화내지 마세요. 그 사람들, 승자 편이에요. 그런 인간들과 화낼 필요 없어요.”

윤수정은 손톱이 살에 파이도록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화 난 게 아니야. 윤이서, 그 썅년! 내가 그년 노트북을 완전히 박살냈는데 그 스케치들은 어디에서 되찾은 거지? 설마 그년, 내가 자기 작품으로 공모전에 참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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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정은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하은철 앞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했다.그녀는 이서가 분명히 자기를 비아냥거릴 거라고 확신했다.그때가 되면 또 억울한 척 모든 잘못을 이서에게 떠넘길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일거양득인 셈이다.이서에게 카톡을 보낸 윤수정은 메시지 옆에 1이 계속 사라지지 않자,전화를 걸려고 시도했다가 핸드폰 번호도 차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코를 들이마시며 ‘막막한’ 표정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언니가 화가 많이 났나 봐. 내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어. 오빠, 핸드폰 좀 빌려줄 수 있어?”하은철은 휴대전화를 꺼내 윤수정에게 건네주었다.윤수정은 연락처에서 이서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그녀는 하은철의 카톡을 클릭했다.하은철은 그제야 자기 카톡도 차단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내 카톡도 차단됐어.”하지만 윤수정은 봤다.하은철이 지난번 보냈던 축하 메시지를…….[금상 수상 축하해.]윤수정은 눈을 깜박거리며 손가락을 꽉 쥐었다.그녀는 대상을 탔음에도 하은철에게 축하 메시지를 ‘구걸’했었다. 그런데 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하은철의 축하를 받았다.“오빠, 할아버지는…… 요즘도 오빠랑 언니 잘됐으면 해?”하은철은 그녀의 기분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응.”“그래서 오빠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은철은 표정이 굳어지며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할아버지 명령이니까. 근데, 수정아 걱정 마. 이서 마음이 돌아서면 그땐 내가 사정없이 그녀를 차버릴 테니까.”그는 단지 오기가 생겼을 뿐이다. 과거 그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던 꼬리가 보이지 않자 오기가 생겼다.주먹을 꽉 쥔 윤수정의 눈빛이 표독스러워 보였다.‘윤이서, 널 더 이상 가만둘 수 없어!’……거액의 상금에 일자리까지 보장받았으니 당연히 임하나에게 한 턱 내야 했다. 게다가 이 기회를 빌려 지환에게 감사를 표하려 했다.“그럼, 상언도 같이 데려가요.”하지환이 말했다.이서도 별 의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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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왜…….”“이서야!” 이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하나의 업 된 목소리를 들었다.목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바라보니 마침 이상언 차에서 내리는 임하나를 보았다.“둘이…… 같이?”“네.” 이상언이 말했다. “축하해요, 윤이서 씨.”이서는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임하나를 바라보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이상언에게 인사했다.“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냥 편하게 이서라고 불러 주세요.”“이서?” 옆에 있던 하지환의 목소리가 콧방귀와 함께 터져나왔다.이상언은 지환을 한 번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에이, 그럼 성은 빼고, 이서 씨라고 부를게요. 이서 씨도 저를 의사 선생님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네. 상언 씨.”말하는 사이, 네 사람은 포장마차 안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지환은 계속 고개를 숙여 플라스틱 의자를 살펴보았다.이서가 물었다.“왜요?”포장마차에 도착했을 때부터 지환은 이상했다.이상언이 농담을 던졌다.“쟤 신경 쓰지 마요. 큰집 도련님께서 처음으로 신분을 낮추고 이처럼 누추한 포장마차를 방문하시니 적응 못 하는 게 당연하지요.”임하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환 씨, 포장마차에 처음 오는 거예요?”이상언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지환이 보내온 ‘그윽한’ 눈빛을 받았다.그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지환이…… 이런 거 안 좋아해요.”“아…….” 임하나는 시선을 이서에게 돌리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자기, 먼저 서우의 평생 디렉터가 된 걸 축하해. 이제 철밥통 직장인이 되었네.”이서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고마워, 나도 대상 부상이 일자리일 줄은 몰랐어. 완전히 날 위한 맞춤 공모전 같아.”이상언은 별 내색하지 않고 지환을 흘겨보았다.지환은 눈꺼풀도 움직이지 않았다.“이제 하은철 삼촌 회사에 들어가니, 앞으로 그를 만날 기회가 있겠다.”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꼭 그렇지는 않을걸? 얼마나 바쁜 분인데…….”지난번에도 바람 맞았다.지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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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언은 눈 딱 감고 뻔뻔스럽게 말했다.“외국에서는 다들 영어 이름 부르니까…… 갑자기 한국 이름이 뭔지 물으니까 생각이 안 나네.”“그럼 영어 이름은 뭐예요?” 이서가 물었다.“매튜.”말을 마친 이상언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지환을 쳐다보았다.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지환의 영어 이름은 매튜였다.“매튜…….”가볍게 중얼거리는 이서의 목소리는 맑았다.쿵쿵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는 지환은 이서의 탐스러운 빨간 입술을 바라보며 갑자기 키스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닭꼬치 나왔어요.”가게 이모가 닭꼬치 담긴 그릇을 내려놓으며 지환의 시선을 가렸다.이모가 자리를 떴을 때, 이서는 임하나와 윤수정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지금 틀림없이 열 받아서 팔짝 뛸걸? 생각만 해도 핵사이다다!”임하나는 꼬치를 하나 들고 먹으며 말했다.“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거 같아. 만약 이 일자리가 윤수정한테 넘어갔다면, 걔 아마 지금쯤, 네 앞에 달려와 얼마나 거들먹거리며 자랑질할지 안 봐도 비디오야.”이상언도 꼬치 하나를 들었다.그는 의아한 듯 물었다.“윤수정, 하은철 애인 아닌가요?”“응, 상언 씨도 윤수정 알아요?” 임하나가 물었다.“최근에 그녀의 병력을 살펴보고 있어요.”천천히 씹어 삼키는 이상언과, 입을 크게 벌려 쩝쩝거리며 먹는 임하나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병력도 살펴봐야 하나요?” 문외한인 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음…… 환자의 병력은 개인정보와 관련되는 사항이라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이서씨는 윤수정의 가족이니 말씀드릴게요. 음…… 윤수정의 데이터 수치를 보면 며칠간 정상이다가 악화되는 패턴이 있어요. 통상적인 경우라면 이런 상황이 나타날 수 없는데…….”“난 그년이 꾀병이라는 데 한 표 건다. 구린내가 진동해.”임하나가 말했다.“잘 살펴봐요. 틀림없이 뭔가 있을 거예요.”임하나를 보는 이상언의 눈빛에 자상함이 묻어났다.“의사도 아닌데 어찌 이렇게 잘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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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5화

    편의점 안.이서는 간식 몇 개와 물 몇 병을 샀다.임하나는 호기심이 생겨 그녀에게 물었다.“물은 왜?”포장마차에도 물이 있다.이서의 귀가 부자연스럽게 빨개졌다.“생수 마시고 싶어서.”임하나가 가까이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마시고 싶은 거야? 아니면 지환 씨에게 사주고 싶은 거야?”“내가 마신다. 됐지?”이서는 물을 한 병 더 들고 와서 몸을 돌려 임하나에게 물었다.“하나야, 너 이상언 씨랑 어떻게 된 거야?”“아, 우리 왜? 아무것도 없는데.”임하나는 왠지 속이 찔렸다. 사실은 정말 이상언과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발이 저렸다.“그래?” 이서의 맑은 눈동자는 임하나의 고양이 눈을 쳐다보았다. 임하나는 쑥스러웠다.“내가 약속했잖아. 나 이상언한테 관심 없어.”“만약 네가 정말 좋다면, 나는 개의치 않아. 상관없어.”임하나는 손을 흔들었다.“아냐, 됐어. 이상언 씨 집안과 기반이 모두 외국에 있어. 지금 잠깐은 한국에 머물지만 언젠가는 돌아갈 사람이야. 롱디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힘들어.”윤수정은 멍해졌다.지환의 가족도 외국에 있다.그렇다면 그들은 앞으로 떨어져서 자주 못 본다는 얘기인가?“내 얘기 그만하고…… 지환 씨랑 어떻게 된 거야? 그나저나 저번에 그 여자는 대체 누구야?”포장마차 오는 길에 이상언은 또 임하나에게 지환이 밖에 둔 여자에 대해 물었다.모른다고 말하자, 똑똑히 알아봐 달라고 이상언이 부탁하며 자기 친구를 위해 아닌 사실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말했다.이서의 눈동자는 단번에 어두워졌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임하나는 급하게 말했다.비닐백을 들고 편의점을 나온 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명치에 돌이 눌린 것처럼 답답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민예지야.”임하나의 얼굴색은 단번에 변했다.“제기랄! 찾아도 하필 민예지를 찾냐? 여기서 딱 기다려라. 내가 가만두나 봐!”말을 마친 임하나는 기세등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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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16화

    이상언은 임하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집 앞에 도착한 임하나는 여전히 소란을 피웠다.“이거 놔요, 나 절대 내 친구 눈에 눈물 나게 하는 놈 가만 안 둬요.”이상언은 한 손으로는 임하나의 허리를 껴안고 한 손으로는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불을 켜면서 임하나에게 말했다.“하나 씨가 이서 친구라는 사실에 감사해요. 아니었으면, 아마 뼈도 못 추렸을걸요?”임하나는 승복하지 않았다.“왜요, 설마 날 죽이기라도 한대요?”이상언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가서 임하나에게 물 한 잔을 따라서 건네주었다.임하나는 여전히 분개했다.“내로남불,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바람 피운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해?”“나, 지환이 잘 알아요. 절대 민예지라는 여자와 아무 사이 아니에요.”임하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둘은 친구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편 들겠지.”“그건 아니에요.”이상언은 그날 룸에서 민예지가 지환을 유혹하려다가 쫓겨난 일을 간단히 말해줬다.“지환이가 정말 그 여자랑 뭔 썸싱이 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겠죠? 당시 룸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어요. 나에게 연기를 보여줄 만큼 그렇게 한가한 놈 아니네요.”임하나는 말문이 막혀 한참 뒤에야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럼 도시락 배달 간 날은……?”“아마도 틀림없이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이상언은 그녀가 마침내 진정된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됐어요. 지환이가 아마 이서 씨에게 잘 해명할 거예요. 그들을 신경 그만 쓰고……. 물 더 줄까요?”“네.”임하나는 목을 가다듬었다.“방금 너무 흥분했더니 목이 다 바싹바싹 마르네.”말하면서 그녀는 붉은 입술을 핥았다.붉은 입술이 촉촉한 것이 마치 장미가 아침 안개에 물든 것 같았다.이상언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물 갖다줄게요.”주방에 들어서니 머릿속이 흐리멍덩해졌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동안 맛있는 음식에 심취해 새 여자친구를 안 만난 지 꽤 됐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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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이서는 급히 이불을 들춰 확인했지만, 몸에 옷이 그대로 잘 입혀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그녀와…… 지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깼어?”이서는 고개를 들어 마침 욕실에서 걸어 나온 지환을 보았다. 그의 몸에는 목욕 타올만 느슨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머리끝에서 떨어진 물기는 선명한 복근을 따라 목욕 타올 가장자리로 스며들었다.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응.”지환은 다가가서 침대에 앉았다.침대 반쪽이 순식간에 내려앉았다.이서의 마음은 흔들리는 침대처럼 심장이 마구 나대기 시작했다.귓불이 사과처럼 빨개졌다.지환은 손을 들어 이서의 작고 부드러운 귓불을 만졌다.“어젯밤에 네가 먼저 잠들었어.”“네?” 이서도 생각났다. 지환이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가 잠이 들었다.그녀의 얼굴은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미안해요!”지환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럼 어떻게 보상할 거야?”이서는 긴 속눈썹을 떨며 수줍어했다.“저기…… 눈 감아봐요.”지환은 순순히 눈을 감았다.이서는 용기를 내어 상체를 살짝 펴고 그의 볼에 키스했다.가벼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듯 그녀는 입술은 곧 물러났다.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려고 이불을 들었는데, 남성의 강한 손이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확 움켜쥐었다.그는 이서의 콧날에 대고 말했다.“고작 이 정도로?”반쪽 얼굴을 이불에 묻은 이서의 두 눈동자에 안개가 자욱한 것이 쑥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낮고 섹시한 목소리까지 겹치니 손으로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다.“지환 씨…….”지환은 얼굴을 묻고 있는 이불을 살짝 제치며 입술을 짓눌렀다.“응, 이 정도는 돼야지.”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귓가에 울려 퍼졌다.이서의 예상과는 달리 지환은 진도를 더 나가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일어나서 밥 먹어, 오늘 회사에 얼굴도장 찍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 맞다, 나 이제부터 말 편하게 할 거야! 너도 편하게 하고 싶으면 해.”이서는 그제야 오늘 서우에 가서 입사 서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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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해!” 남자들의 손이 몸에 닿자, 이서는 굴욕적인 눈물을 흘렸다.“전화할게, 내가 전화할게!”두 경호원은 아쉬운 듯 마주 쳐다보고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갔다.이서가 마침내 전화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민예지는 득의양양하게 들어와서 옷이 이미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이서를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진작 고분고분 말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괜히 몸 고생만 했잖아. 휴대전화 줘.”이서는 두 팔로 몸을 꽉 감싸고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왜, 또 마음 바뀐 거야? 번복하려고?”이서는 코를 훌쩍거리며 목을 곧추세웠다.“먼저 옷이나 갖다줘.”“설마 시간을 끌려고 하는 수작은 아니겠지?” 민예지는 가볍게 피식했다.“여기 민씨 집안 바닥이야. 하은철도 들어오려는 한바탕 고생해야 할걸? 네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때까지 시간을 끌어봐라, 소용이 있나?”차갑게 웃는 이서는 눈동자에는 아직도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그냥 옷만 하나 걸치겠다는 건데, 넌 뭐가 그리 두렵니?”“그래.” 민예지는 더 이상 헛소리하기 싫어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루즈한 롱스커트였다.이서는 옷 위에 껴입었다.이목구비가 예쁘고 몸매까지 베이글녀인 이서는, 헐렁한 옷을 입고 있어도 예쁨을 감출 수 없었다. 심지어 여리여리한 느낌은 남자의 보호본능을 더욱 자극했다.민예지는 재촉했다.“얼른 전화해!”“잠깐만.”“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민예지는 슬슬 짜증이 났다.“윤이서, 내 인내심은 한계를 테스트하지 마. 전화 안 할 거면 내가…….”“너는 왜 사람들이 너와 날 놓고 비교하는지 아니?” 맑은 눈빛을 한 이서는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민예지는 정곡을 찔린 듯 움찔하며 물었다.“왜?”“알고 싶어? 그럼, 가까이 와봐!”민예지는 1초 동안 망설였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이서의 방향으로 걸어갔다.“빨리 말해.”이서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민예지의 목을 누르고 온몸의 힘을 다해 그녀를 창가로 끌고 갔다.“윤…… 이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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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서는 두 사람이 단톡방에 보낸 메시지를 보고 꽤나 만족스러워하며 웃기 시작했다.하지만 자신이 아주 특별한 신분임을 잊지 않았고, 절대 외부인에게 자신이 원래의 ‘윤이서’라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을 되새겼다. ‘윤이서가 나와 엄마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히 의심할 거야.’고이서가 걱정을 털어놓자, 성지영이 무심히 말했다.[얘, 그렇게 우연히 만날 리가 없잖아. 이렇게 큰 도시에서 쇼핑하다가 윤이서를 만난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란다.]윤재하도 그런 우연이 일어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우리 딸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야. 곧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날 텐데,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서 골치 아픈 일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그래도 드레스가 사고 싶다면, 교외로 가서 사는 게 좋을 것 같군.][윤이서가 교외로 쇼핑가지는 않을 테니까.]성지영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교외에서 어떻게 그럴듯한 드레스를 살 수 있겠어요?] 고이서는 시내에서는 이서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교외에서는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엄마, 교외에는 제대로 된 드레스가 없긴 하겠지만,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잖아요.][제가 윤씨 그룹의 대표가 되면, 시내의 드레스는 물론이고, 고급 럭셔리 브랜드의 드레스까지 전부 집으로 보내드릴게요, 네?]이 말은 성지영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어머, 우리 딸 말하는 것 좀 봐? 그래, 토요일에 시외에서 쇼핑하자꾸나.][네, 엄마.]고이서는 약속 시간을 정한 후에야 핸드폰을 내려놓고 업무에 집중했다. 한편, 최고층에 있던 이서는 전화하고 있었는데, 이는 소희가 걸어온 것이었다. [이서 언니, 긴급 상황이에요. 저 좀 도와주세요!]이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어젯밤에 부모님께 현태 오빠의 존재를 털어놓았잖아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아빠가 저를 서재로 부르셔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현태 오빠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1화

    “나는 과거에 살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요.”조용히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눈빛에서는 고통이 요동치고 있었고,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지환의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울부짖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감정은 입술 끝에서 단 세 글자로 바뀌고 말았다.“알겠어.” 이서도 지환의 이런 모습에 마음이 괴로웠다.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마다 과거만 떠올릴 뿐, 그 누구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그것은 그저 과거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지 않은가. “그만 먹을래요.”이서는 황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병실을 떠났다. 차에 오르자, 이서는 고통이 온몸으로 번지는 듯했다. ‘하지환 씨가 하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늘은 왜 우리한테 이런 장난을 친 걸까?’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차 안의 카펫을 바라보던 이서는 운전기사의 말을 듣고서야 회사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에서 내린 이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또 고이서를 마주쳤다.다시 고이서를 마주한 이서의 감정은 완전히 뒤바꾼 후였지만, 그러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고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고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이서를 바라보았다.“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나요?”“덕분에요. 고 팀장님이 주신 꽃차를 마신 이후로 아주 잘 자고 있어요.” “참, 지난번에 꽃차가 부족하면 더 구해줄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큰 걸로 하나 더 구해주실 수 있을까요?”이서가 주동적으로 꽃차를 더 달라고 하자, 고이서의 눈동자에 기쁨이 번졌다.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서는 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역시,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우리 윤씨 그룹에 들어온 거였구나.’‘재무팀 팀장을 다시 구해봐야겠어.’어쨌든 재무는 한 회사의 존망이 달린 것이지 않은가. “언제까지 구해드리면 될까요?”“어제저녁에 세어 보았는데, 아직 10포가 남았더라고요. 매일 저녁에 1포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10일분은 남은 셈이죠. 4일이나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0화

    “감사해요.”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구태우가 한 말을 곱씹자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날이 밝자마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알았어,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줄 여력이 없어.”‘미안해요, 소지태 씨.’이서는 평생 지태에게 대답을 줄 수 없을 것이었다.병실 문을 열자, 아침 식사를 들고 있는 이천이 보였다.“또 아침 식사를 가져오신 거예요?”‘역시 사모님이야!’놀란 이천은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순간, 뒤에서 몸을 일으킨 지환이 보였다.이서가 그를 마주하고도 표정이 구겨지지 않자, 이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사모님, 같이 드실래요?” “이 비서님, 말씀드렸잖아요.”“앞으로는 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시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면 어떡해요?”이서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천은 곧장 지환의 안색을 살폈는데, 과연 이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환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괜히 사모님께 식사하자고 해서 또 대표님의 기분을 나쁘게 했으니까!’ “그래도 아침은 같이 먹을게요.”이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놀란 이천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었거든요.”이서가 싱긋 웃어 보였다. ‘식사하시겠다고?! 경사네, 경사야!’이천은 바삐 이서를 붙잡고 지환의 병실로 향하며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아니, 윤 대표님께서 같이 식사하시겠답니다!” “그래.”지환의 낯빛은 조금이나마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지만, 여전히 구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서가 자리에 앉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천은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이런 평화로운 모습이 얼마 만인 거지?’ “아,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이천이 음식을 내려놓고 말했다.“맛있게 드십시오. 부족하시면 더 사 오겠습니다.”이서는 멀어져가는 이천의 뒷모습을 보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9화

    “이 꽃차를 장기간 이용할 경우, 중추신경이 손상돼서 심하면 치매를 일으킬 수 있어요.”“강력한 성분이 꽤 많이 들어 있더군요.”“음... 제 예상대로라면, 대략 보름 정도 사용하면 치매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놀란 이서가 다시금 물었다.“그러니까, 제가 보름 동안 이 꽃차를 복용했다면, 치매에 걸렸을 거란 말씀이세요?”“네, 그래서 지인이 준 게 맞냐고 물었던 거예요.”의사가 설명서를 보고 말했다.“설명서에도 다른 나라 언어만 있잖습니까.”“그래서 그분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에요.”“윤이서 씨, 이 꽃차를 복용하기 시작한 건 아니죠?”“그게...”이서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고 팀장은 외국에서 자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를 수 있겠어?’‘오히려 잘 알아서 이 꽃차를 사 온 걸 거야.’ 하지만 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팀장님이 왜... 나를 해치려 한 거지?’ ‘설마, 하도훈이 보낸 사람인 건가?’“윤이서 씨?”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설마 벌써 며칠간 드신 겁니까?” 별안간 정신을 차린 이서가 말했다.“아니요, 딱 한 번 마셨어요.” 의사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딱 한 번만 마셨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서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내 건강보다도 회사를 걱정할 때야.’‘고이서, 당신... 대체 누구야?!’의문을 품은 이서는 병실로 돌아간 후, 하늘에게 고이서의 모든 자료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하늘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으나, 곧장 고이서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다.이서는 한 장씩 뒤적거렸으나, 결국 고이서의 이력서에서는 어떠한 문제점도 찾지 못했다.‘지금 당장 고이서를 해고한다고 해도, 그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왜 나를 찾아온 건지는 알 수 없을 거야.’ 이서는 별안간 지태의 곁에 있는 구태우를 떠올렸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구태우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는 두말없이 승낙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8화

    병원에 도착한 이서는 우물쭈물하다가 차 안에 있는 지환을 향해 말했다.“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그 사람을 처리해 줘서?”“네.”“참,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어요? 왜 날 죽이려고 한 거죠?”“설마... 하도훈의 사람이었던 거예요?” 지환은 이서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잠시 후에야 말했다.“하은철의 죽음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지만, 하도훈은 우리 두 사람이 비밀을 누설했다고 생각하고, 우리를 죽여서 분풀이하려던 거야.” 이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우리요? 누가 하지환 씨에게도 해를 가한 거예요?”“응.” 이 대답이 나오는 순간, 이서의 심장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괜찮아요?”그녀가 간신히 입을 뗐다.지환은 그런 이서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날 걱정하는 거야?” 이서는 붉게 물든 얼굴로 화를 냈다.“우... 우리는 지금 협력 관계예요! 하지환 씨한테 사고가 나면, 내가 어떻게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지환의 웃음기는 더욱 짙어졌다.“난 괜찮아. 어둠의 호리병이 있으니, 하도훈조차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거든.” “하지만...”이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어둠의 호리병은 한 사람이잖아요. 만약 하도훈이 동시에 두 사람을 보내면 어떡해요?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은 위험에 빠질 거라고요.” “걱정하지 마. 우리 곁에 고수가 있다는 걸 안 이상, 하도훈은 당분간 우리를 해치려 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하도훈은 지금 여자를 찾아 하씨 가문의 후계자를 만드느라 바쁠걸?”이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차 안으로 돌아갔다.“하도훈이 찾는 여자한테 손을 쓸 수는 없을까요?”“무슨 뜻이야?” “하도훈은 대를 잇는 것에 집중하느라 상대의 출신은 전혀 개의치 않을 거예요. 오히려 그 사람이 더욱 중요시하는 건 상대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가 하는 거겠죠.”“만약 우리가 먼저 하도훈의 조건에 맞는 여자를 골라낸다면, 그 여자를 하도훈의 곁에 두고,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7화

    이지숙이 꽤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어머, 내 정신 좀 봐.”“나는 윤 대표더러 소희를 설득해 달라는 의미였어. 오해하지는 마.” 이서는 이미 고개를 돌려 심근영과 대화를 이어가던 지환을 흘겨보다가 이지숙을 향해 말했다.“알맞은 상대를 찾는 일은 제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잖아요.” 이지숙이 말했다.“그거야 그렇지만... 윤 대표는 우리 소희의 친구잖아. 그러면 소희와 가치관이 잘 맞는다는 뜻이지 않겠어? 어쩌면 이 중에 두 사람 마음에 다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서는 소희를 힐끗 보았는데, 그녀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현태 씨에 관해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 이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진을 받고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요리가 나오는 동안, 이서는 구실을 찾아 소희와 함께 룸을 나섰다.“소희 씨, 왜 현태 씨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거야?” 소희가 말했다.“아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 분이 현태 오빠를 받아들일지도 모르겠고요.”“만약 반대하신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소희의 긴장한 모습을 본 이서가 웃기 시작했다.“두 분이 현태 씨를 반대할까 봐 걱정하기 시작한 거야? 현태 씨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네?” “이서 언니!”“그래, 인제 그만 웃을게.”“나는 두 분이 현태 씨의 출신을 전혀 개의치 않으실 거라고 생각해. 두 분에게는 현태 씨의 출신보다, 소희 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실 테니까.”“물론, 두 분이 소희 씨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현태 씨의 출신을 더 중요히 여기시겠지.”“그럼 소희 씨도 두 분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으면 되잖아?” “내 말이 틀렸어?”곰곰이 생각하던 소희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언니 말이 맞아요.”두 사람은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이지숙이 다시금 중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소희는 이서를 힐끗 본 후에야 입을 열었다.“엄마, 사실... 제겐 남자 친구가 있어요.”놀란 이지숙은 대답도 잊은 채 소희를 바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6화

    이서의 심장 소리가 욕실 안을 가득 메웠다.거부할 수 없는 그의 손길,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은근한 기대가 피어올랐다.그 순간, 지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이 많이 차갑네. 평소에 신경 좀 써.’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섰을 때는 5분이 흐른 후였다. 뺨에 오른 붉은 기운은 이미 옅어졌지만, 귓불의 붉은 기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다시 운전석에 앉은 지환의 모습이 맑고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자, 이서는 방금 욕실에서 느꼈던 감정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환 씨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떨칠 수 없는 괴로움 속에서, 이서와 지환은 마침에 호텔에 다다랐다.심근영 부부와 소희는 이미 도착해 있었는데, 두 사람을 보고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게다가 심근영은 이 기회를 틈타 지환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하 대표님, 저희 체면을 세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지환의 표정은 매우 담담했다. 하지만 심근영은 그의 행동 스타일을 일찌감치 들은 모양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이서와 악수를 하려 했다.그가 손을 뻗으려던 찰나, 지환이 이를 저지했다.“늦게 왔는데, 주문부터 하시죠.”심근영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지만, 곧 상황을 이해하고는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소희에게 두 사람의 일을 들은 상태였다.‘참, 두 사람이 싸우는 중이라 했었지?’‘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곧 화해하겠는걸?’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심근영이 지환에게 메뉴를 건넸고, 지환은 이서에게 메뉴를 건넸다. 이서는 모두의 권유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녀가 주문한 요리는 모두의 입맛을 고려한 것이었는데, 음식이 식탁에 오르자 모두가 만족했다. 다만, 심근영과 지환은 사업상의 일을 이야기했으며, 이지숙과 소희, 그리고 이서는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의 끝은 ‘결혼’이었다.“소희야, 너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곧 결혼해야 해.” “...엄마, 서두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5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야?’‘맞는 말이었잖아.’‘당신들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였다고!’한편, 차에 오른 이서가 지환에게 물었다.“소희 씨한테 전화해서 약속을 취소할까요?” 지환이 시계를 힐끗 보았다.“안 늦었어.”“안 늦었다고요? 하지만 나는...” 차가 갑자기 멈추자,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도착했어.” 이서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집을 보고는 멍해졌다.순간, 지난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여긴... 우리가 전에 살던 곳이잖아?’이서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익숙한 감정이 불쑥 다가와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여기서...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을 보냈었지.’“어서 들어가.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이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욕실로 들어가 몸에 묻은 핏자국을 씻어냈다.하지만 옷에 묻은 핏자국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어야겠어.’ ‘참, 이 집에도 옷이 있을 텐데...’잠시 머뭇거리던 이서는 욕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지환 씨는... 거실에 없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까치발을 들고 2층으로 향했다.하지만 계단 입구에 다다르자마자 지환과 맞닥뜨렸다.이서는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목욕 수건만 두른 상태였고, 한 손은 가슴 위에 얹고 있었다. 하지만 높은 곳에 서 있던 지환은 고개를 숙이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그의 목젖이 힘겹게 미끄러지자, 이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비... 비켜요. 옷 가지러 갈 거라고요...!”지환은 힘겹게 시선을 돌려 2층을 바라보았다.“내가 가져다줄게. 너는 욕실로 돌아가.”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쏜살같이 욕실로 돌아갔다.그녀는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느라, 이후의 어색함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자, 한창 샤워하던 이서는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문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84화

    운전기사는 놀라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아직 의식이 남아 있던 이서는 잠시나마 그 남자의 눈동자를 응시했다.‘날 노리는 거구나.’ 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어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남자의 차가운 손이 목덜미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뼈를 깎는 고통이 밀려오자, 이서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커다란 손을 뻗어 이서의 눈을 가렸다.“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나도 너처럼 보기 드문 미인을 죽여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거든? 그런데 어쩌겠어? 그게 내 임무인걸. 임무는...”이서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뜨거운 선혈이 자기 얼굴과 목, 그리고 온몸에 튀는 것을 느꼈다. 그 선혈은 뜨겁고 끈적거리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분명히 이서의 피는 아니었다.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쿵!잠시 후, 그 남자가 굉음을 내며 그녀의 곁에 쓰러졌다. 이서는 그제야 남자의 손을 떨쳐내고 세상의 빛을 마주했다. 차량 지붕에는 굽은 칼을 현란하게 돌리고 있는 어둠의 호리병이 있었다. 그가 쥔 칼에 검붉은 선혈이 묻어 있는 것을 본 순간, 이서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당신이 죽인 거예요?!”이서는 자신이 보기에도 매우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하지만 어둠의 호리병은 개의치 않고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왜요, 문제 있어요?” 이서는 재빨리 좌우를 살폈는데,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그녀는 어둠의 호리병을 보며 말했다.“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거라고요!!” 어둠의 호리병은 의외라는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을 처리해 본 적이 있는 겁니까?”이서가 말했다.“그럴 리가요.”“아주 능숙해 보이는데요?”어둠의 호리병은 이서의 말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라는 말, 정말입니까?” 이서는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며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다만, 이번에는 망설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화 연결음이 이어지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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