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며 무진의 눈이 깊어겼다.기왕 온 이상 무진 역시 방미정의 체면을 떨어뜨리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일단 주문부터 먼저 하지. 아까부터 종업원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말하면서 무진이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그래요. 일단 주문부터 하죠.” 방미정은 체면을 세워주는 줄 생각하고 메뉴판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물론 습관적이었다.평상시엔 누구나 다 자기중심적이다.그런데 무진은 메뉴판을 바로 옆에 있던 성연에게 건넸다.방미정의 손이 허공 가운데 멈추었다. 하지만 무진이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무엇보다 연적 앞이 아닌가. 방미정은 더 이상 체면을 잃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손을 거두는 척하며 귀 뒤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었다.예전에 자신과 강무진이 함께 했던 날들이 무척 그리웠다. 그땐 뭐든지 다 자신에게 양보하던 강무진이었다.늘 자신이 중심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완전히 변했다. 지금 강무진이 진지하게 대하는 상대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원래 강무진의 모든 관심과 배려는 자신의 것이었다.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송성연이 모든 걸 깨뜨려버렸다.성연을 바라보는 방미정의 눈이 증오심으로 일렁였다.성연은 그런 방미정의 눈빛을 못 본 척 넘겼다.손가락으로 메뉴판의 요리 몇 개를 가리키며 무진이 물었다.“이 식당은 이 요리들은 제일 괜찮아. 마침 네 입맛에도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먹어 볼래?”예전에 이 식당에 왔을 때에 다음에 성연을 데리고 올 생각에 미리 공부를 좀 했었다.성연은 무진이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배려하고 있음을 느꼈다. 특히 방미정 앞에서.성연은 지금까지 방미정을 라이벌로 의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진이 얼마나 성연을 사랑하고 있는지 성연을 느낄 수 있었다.무진이 가리킨 메뉴를 보던 성연은 확실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임을 알았다.성연은 좀 매운 맛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전의 무진은 담
방미정은 옆에서 닭살이 오름을 느꼈다.꽉 주먹을 쥔 손바닥에 손톱이 박힐 것 같았다.‘송성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물건이야? 강무진은 오로지 내 것이라고.’‘나 한 사람 차지란 말이야.’성연이 다 고른 후에야 무진이 마침내 메뉴파늘 방미정 쪽으로 건넸다.그리고 물었다. “더 주문할 거 있어?”방미정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요염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가 결정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내 입맛은 변하지 않았어. 무진 씨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방미정의 저 말은 무척 대담하면서도 직설적이다.무진에 대한 고백을 자신의 권리처럼 선포했다.그러나 강무진에게 약혼녀가 있는 상황에서 방미정은 여전하게 굴었다.설령 방씨 가문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성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성품이 영 별로야.’성연은 방미정이라는 사람이 너무 도도하게 여겨졌다. 세상 사람 모두에게 자신이 강무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해 한스러운 듯했다.게다가 이처럼 안하무인이라니 정말 얄밉기 짝이 없다.물 한 모금 마신 후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미정이 무진 앞에서 아무리 수작을 부려도 무진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이 점을 똑똑히 알고 있는 까닭에 마치 웃긴 얘기로 치부했다.자신이 신경을 썼다면, 방미정이 저처럼 제마음대로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무진이 끝까지 메뉴판을 방미정에 건네며 말했다.“지금 여기서 주문한 것은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들이야. 네 입맛은 이미 다 잊었어. 못 먹는 게 있으면 따로 주문해도 돼.”무진의 말은 완전히 방미정의 자존심을 때렸다.방미정과의 모든 관계를 간접적으로 거절한 셈이다.강무진은 어쨌든 자신과 방미정의 일은 이미 과거형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무진은 방미정에게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게 좋다.방미정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강무진이 자신의 입장은 전혀
식사를 하던 중에 무진이 화장실을 갔다.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성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귓가에 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금방 돌아올 거야.”성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진이 자신과 방미정과 단둘이 있으며 긴장할까 봐 걱정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성연은 방미정의 체면을 세워줄 거였다. 방미정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한 두 사람 사이엔 별일 없을 것이다.무진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방미정이 오만한 눈빛으로 성연을 훑어보았다.“송성연 씨, 당신은 자신이 어떤 지도 생각지 않아요? 무진 씨에게 어울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젖 비린내 나는 계집애가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면서 고작 배운 게 다른 사람의 남자를 가로채기나 하는 거니? 너 무진 씨와 같이 있으면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 거라고 생각해? 사실대로 말해봐, 너 돈 때문에 무진 씨 옆에 있는 거 아냐?”“그래.” 성연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인정해 버렸다.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봐도 소용이 없었다.게다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해도 방미정은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굳이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성연이 단번에 그렇다고 할 줄은 몰랐던 방미정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대충 넘겨버리는 성연의 태도에 방미정은 오히려 자신이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무진의 마음을 꽉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겠는가?방미정은 가볍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너랑 무진 씨는 지금 겨우 약혼했을 뿐이야.”약혼과 약속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더군다나 송성연은 무엇하나 자신보다 못하다. 자신과 비교할 만한 게 뭐 하나 있단 말인가?결국 마지막에 가면 누가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인지 무진이 알게 될 거라고 믿었다.‘지금은 송성연에 대해 잠시 신선한 감정에 느끼고 즐기는 것에 불과해.’송성연이 정말이지 자신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괜찮아. 무진 씨의 마지막이 나
무지이 돌아오자 음식이 나왔다.세 사람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방미정은 처음에는 매우 조용했다. 그러다 무진 앞에 있는 음식을 집으려고 했다.분명히 일어서면 될 것을 일부러 멀어서 집지 못하는 척했다.방미정이 무진에게 야살스럽게 말했다.“무진 씨, 무진 씨 앞에 있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데, 집을 수가 없어요. 나에게 좀 집어 줄래요?”무진은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이로써 방미정의 이런 행동을 무진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보고 있던 성연이 직접 방미정이 원하던 음식을 앞으로 갖다 주었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방미정 씨, 자, 이제는 어쨌든 집을 수 있겠지요?”방미정은 손에 힘을 주고 젓가락을 세게 쥐었다. 정말 화가 났다.송성연, 이건 바로 시위 그 자체였다.하필 무진은 처음부터 줄곧 자신을 거드는 말을 하지 않았다.‘설마 무진 씨가 진짜 이 계집애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근데 송성연 저 딴 애 어디가 좋은 거지?’모든 게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 어쨌든 자신은 반드시 무진 씨를 되찾아 올 거야.’방미정의 분에 찬 모습을 보니 성연은 후련함을 느꼈다.성연이 일부러 말했다.“방미정 씨, 또 먹고 싶은 음식을 집어먹을 수 없다면, 잊지 말고 나에게 꼭 알려주세요. 내가 도와 줄게요.”방미정은 이를 악문 채 웃는 듯 마는 듯 성연을 노려보았다.“그럼 정말이지 고맙겠네요!”성연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천만에요.”방미정은 송성연의 예리함에 자신은 적수가 못되는 것 같았다. 송성연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조용히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먹는 도중에 방미정은 또 다시 무진에게 몇 가지 문제를 던졌다.무진의 대답은 모두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수시로 성연에게 음식들을 집어주는데 얼마나 세심한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 장면을 보던고 방미정은 더 기분이 나빴다.식사를 하는 내내 무진의 태도를 바꾸지 못하자 저 밑에서부터 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량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무진이 농담하듯이 성연에게 물었다.“저녁 먹으며 화 났어?”무진은 어젯밤의 질문으로 성연이 방미정의 존재에 신경 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성연의 마음속에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점을 설명한다.그래서 오늘 성연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방미정을 일절 상대하지 않았다. 역시 성연이 자신을 믿도록 하기 위해서.결과적으로 괜찮았다. 앞으로 방미정은 절대 자신을 쉽게 초대하지 못할 것이다.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생각하면 할수록 성연은 화가 났다. 어떤 상황인 줄 알면서도.무진은 반드시 방미정을 만나러 갔어야 한다. 안 갔다면 좋지 않았을 것이다.자신이 무진 때문에 질투하는 것을 보고 무진 매우 기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설마 무진 씨가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겠지?’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성연이 무진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무진은 순간 갑자기 터진 성연의 귀여움에 충격을 받고 얼어 버렸다.이 아이는 감정이 밖으로 드러날 때가 극히 드물다.성연이 신경 쓰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있었다.불현듯 무진은 마음속의 충동을 아무리 해도 참을 수 없었다.무진이 바로 성연을 끌어안고 입술에 키스했다.앞에 운전기사가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런 친밀한 행동을 한다는 생각에 성연은 몹시 불편한 마음이 들어 무진을 밀어내려고 했다.무진이 어찌나 세게 꽉 안았는지, 성연은 근본적으로 무진의 팔을 풀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무진의 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앞에서 운전하는 사람은 바로 비서 손건호였다.‘왜 갑자기 뒤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백미러를 통해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본 손건호의 얼굴은 바로 불이 붙은 듯했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무엇보다 싱글에겐 치명타였다.손건호는 조용히 운전석과 뒷자석 사이의 칸막이를 올렸다.‘됐어, 눈에 안 띄면 돼. 그냥 안 본 걸로 하지 뭐.’성연
무진이 미소를 지으며 성연을 끌어안고 말했다.“방미정은 아무것도 아니야. 넌 정말 대학에 갈 생각이야?”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것도 내 소원이에요.”대학에 일찍 들어가 졸업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성연은 자신이 아직 어려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자란 후에는 아무도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다.어떤 일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어야 신분에 부합된다.그리고 조금 전 방미정이 한 말이 성연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날 어린애 취급하다니.’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많은 것들을 방미정은 할 수 없다.성연은 자신이 여전히 방미정에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찌 되었든 방미정은 자신의 연적이었다.‘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잖아.’다만 성연은 많은 일들을 마음속에 감추는 것을 좋아하고,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무진이 입술 끝을 올리며 성연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할머니가 좀 성급하셨어. 하지만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자신이 성연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한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성연이 아이를 가질 건지 여부는 성연 자신에게 달려 있다.무진 또한 원한다. 하지만 그가 더욱 신경 쓰는 것은 성연의 마음이다.아직 생기지 않은 아이보다 지금 성연과 함께 하는 1분 1초가 더 소중하다.두 사람은 지금 아주 좋았다. 아마 아이가 생기면 성연의 관심이 아이에게 빼앗겨 자신은 찬밥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성연이 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아이를 가져도 늦지 않을 터.할머니가 자신에게도 여러 번 재촉하셨지만, 매번 여러 가지 핑계로 할머니의 입을 막았다.그러나 성연의 마음을 생각하면 할머니도 너무 강하게 재촉하지 못할 것이다.성연이 자신에게 시집오는 게 단지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해야 한다.성연은 속으로 매우 기뻤지만, 약간의 근심도 있었다.자신은 신의의 후계자로서 아직 이행해야 할 많은 책임이 있었다.아이는 비록 급하지 않다 하지만 무진이 이렇게 잘해 주
WS그룹은 성연을 통해 소개받은 L기업과 대형 합작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그 사업 총 자금이 200 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양측은 이번 거대 합작 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테이프 커팅식을 거행할 계획이다.무진은 이 일을 성연에게 말했다.“이 사람은 네가 소개했으니 너도 나와 같이 현장에 가자.”이번에 성연 덕분에 이 대형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모두 성연의 공이다. 그래서 무진은 성연도 함께 참석하기를 바랬다.자기 혼자 그곳에 가면 심심하다.만약 성연이 함께 간다면 다를 것이다.원래 성연이 집에 별일도 없다고 생각하면 아마 승낙할 것이다.무진이 제안을 하자 성연이 완곡하게 거절했다.“이것은 회사 일이에요. 내가 경솔하게 나서면 아마 또 둘째, 셋째 일가 쪽에서 불쾌감을 드러낼 거예요. 지금 두 당숙들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구요. 그분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는 없어요.”성연의 내심은 현장에 갔다가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그래서 당연히 이번에 갈 수가 없다.저쪽은 모두 자신의 사람들이다. 일거수일투족 함께 했던 이들이라 어떤 습관은 아마 고치지 못할 터.성연은 무진이 알아차릴까 걱정이 되었다.그러니 안 가는 게 더 안전하다.무진은 성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대신 성연에게 몇 마디 권하기만 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 쪽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것은 네가 연결해 준 회사야. 설마 너 어떤 모습일지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싶지 않아?”“그때 생중계할 거잖아요. 나도 보면 좋죠. 하지만 내가 가도 할 수 잇는 게 없는 걸요.”성연은 그저 웃었다.이번 테이프 커팅은 절대 갈 수 없다.얼마 전까지 언론 매체 앞에 모습이 드러났다 가까스로 잠시 조용한 날을 보낼 수 있었다. 성연은 더 이상 신상 털리고 싶지 않았다.키보드 워리어는 이성이 없었다.“그래, 얌전히 집에 있어.” 무진이 성연의 뺨을 쓰다듬었다. 성연은 원하지 않는데 자신이 강요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둘
성연은 역시 원하던 대로 가지 않았다. 그러나 무진은 합작 파트너 앞에서 연신 성연을 칭찬했다.서로 교제를 나누어야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을 테니.무진은 두 사람이 당연히 아는 사이일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무시로 합작 파트너 앞에서 성연의 칭찬을 한 것이다.성연은 이번에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내부의 일부 경솔한 주주들은 분명 어느 줄을 잡아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볼 것이다.강일헌의 선동에 대해 저들도 다시 잘 생각해 볼 테고.어찌 되었든 지금 강일헌은 이미 회사에서 쫓겨난 상태지만, 저 무리에 속한 주주들은 아직 회사에 남아있다.도대체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그들이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합작 파트너인 L기업의 대표는 김현태의 수하 중에서 특별히 고른 이였다.물론 성연의 수하이기도 하다.지금 무진이 자기 보스를 칭찬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합작 파트너의 심정이 좀 복잡했다.그러나 자신도 따라서 아부했다.“미스 송은 확실히 드문 인재입니다. 애초에 내가 찾았을 때 미스 송이 적극 추천한 덕분에 우리 사이의 합작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잘 알고 있습니다.” 무진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저들 제품은 아주 심플함을 추구했다. 단지 제품만 본다고 이렇게 큰 회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중 성연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게 틀림없다.무진은 좀 후회가 되었다. 진짜 성연을 오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그러면 성연이 어떤 큰일을 해냈는지 볼 수 있을 텐데.“오늘 미스 송은 왜 안 왔습니까? 나는 미스 송과 계속 교류하고 싶습니다.” 합작 파트너는 성연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안 그러면 자신들이 짜고 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몸이 좀 좋질 않습니다.”무진은 결국 성연이 오지 않은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소용이 없어서 성연을 당당히 이 자리에 세우지 못한 것이다.“몸이 안 좋으시군요. 그래요. 미스 송에게 건강 조심하라고